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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59화 (159/169)

〈 159화 〉 아카데미의 전학생 ­ 7

* * *

“알을 막는 것으로 공녀가 질 거라 생각하다니, 우습군.”

우리의 견제로 알과 같이 있지 못하게 된 스칼렛이 코웃음을 치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유켈을 바라본다.

“제국의 공녀로 태어난다면 호신술은 기본이지.”

자신의 복부를 향해 다가오는 창날을 향해 무릎으로 차올린 스칼렛이 그대로 유켈의 손목을 붙잡고는 옆을 향해 집어 던진다. 하지만 동시에 코어 힘으로 허리를 틀어 다리부터 떨어지는 유켈. 곧장 다른 경로로 창을 찔러 넣지만, 이번에도 역시 스칼렛의 손에 막히고 만다.

“호오, 유켈 양과 저기 로제 양은 실전 경험이 꽤 많으신가 보군?”

“…………”

여유롭다는 듯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 웃는 스칼렛의 모습에 화가 난 것인지 그녀의 팔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서는 유켈. 지금껏 무표정했던 그녀의 미간이 살짝이지만 찡그려져 있다.

“그레고리님!”

다급히 내 이름을 부르는 로제. 아무래도 나를 향해 주먹을 뻗는 알을 보고 경고를 하려 한 것 같지만, 내 더듬이는 이미 공기의 흐름이 흐트러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회피할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이거, 이대로면 스칼렛은 정말 유켈에게 맡겨야겠군.”

몸을 옆으로 틀며 알의 주먹을 피해낸 나는 곧바로 중간 다리를 이용해 알의 명치 부근을 있는 힘껏 후려친다.

“안 아파!”

내 공격에도 곧장 몸을 기울이며 다시 한번 안면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녀석.

“그레고리님 때리지 마세욧!”

다행히 로제가 그대로 달려와 몸을 날리며 발로 녀석을 밀어낸 덕분에 녀석의 공격을 맞지 않을 수 있었다.

“으으…… 좋은 냄새 난다고 해도 안 봐줄 거야!”

“저도 귀엽다고 안 봐줘요!”

두 사람 간에 벌어지는 치열한 눈싸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곧장 녀석의 머리 위에 검은 늪을 사용한다.

“징그러운 거 하지마!”

하지만 곧장 마나의 기류를 알아채고는 녀석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마법을 사용한다.

방금 브레스를 쏜 주제에 벌써 마력을 회복한 건가?

이래서 드래곤 하트가 개사기라는 소리를 듣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마력 회복에 관해서라면 개사기 소리를 듣는 이가 하나 있었으니…………

“로제류 오의. 로제참!”

불타고 있는 바퀴들의 틈으로 뛰어든 로제가 곧장 녀석을 향해 달려들며 일자로 검을 내리긋는다. 이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바퀴들을 향해 마법을 쓰다 말고 팔을 교차시켜 검을 막아내는 알.

그렇게 초근거리가 된 상황에서 로제는 한 손을 놓고 파우치의 지팡이를 뽑아 든 뒤 녀석의 가슴팍에 지팡이를 가져다 대며 외쳤다.

“이것도 안 아픈가 보자구요!”

곧이어 푸른빛이 맺히기 시작하는 세계수의 지팡이.

얼마나 많은 마나를 욱여넣은 것인지 주변의 공간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였다.

“이 누나가 진짜아───!!!”

로제의 마법을 파훼하기 위해 녀석이 곧바로 드래곤 피어를 로제를 향해 내지르지만───

“너무 로제만 좋아하는 거 아닌가?”

[스킬 : 날개 펼치기]를 이용해 공중으로 올라가 녀석의 사각에 든 나는 곧바로 아래를 향해 활공하며 녀석의 머리 위에서 몸을 한 바퀴 굴렸다.

[스킬 : 바퀴벌레 킥]을 개조한 새로운 버전의 바퀴벌레 킥.

“바퀴벌레 롤링 썬더.”

마치 도끼로 내려찍듯 발 뒤꿈치를 이용해 녀석의 정수리를 향해 발을 내려찍는다.

“크앗──!”

피어를 내지르려다 나의 공격으로 인해 입이 닫혀버리는 녀석. 로제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주먹에 불을 두른다.

“파이어 로제 펀────”

[죽음의 위협이 감지되었습니다.]

[특성 : 지독한 생명력이 발동합니다.]

“──로제! 엎드려라!”

곧장 로제의 정수리를 붙잡고 땅으로 내리꽂는다.

동시에 우리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바람의 칼날. 가만히 서 있었으면 치명상 판정을 받았을 공격이었다.

“바, 방금 그게 뭐였죠?! 등골이 서늘했어요!”

“…………저기서 날아온 거군.”

마법이 날아온 방향을 살펴보니 이프리트와 유켈의 합동 공격을 마법으로 방어하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스칼렛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를 향해 싱긋 미소까지 지어 보이는 녀석. 이에 분개한 로제가 ‘이익…………’ 같은 소리를 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레고리님! 그냥 네 명이서 회장님 먼저 족쳐버리는 건 어때요?! 초살로 끝내면 되잖아요!”

“그랬다간 저기 헤츨링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

“우으…………”

마음만 같아서는 이번에 새로 얻은 스킬인 권속 소환을 사용하고 싶지만………… 애초에 우리끼리 대결하기로 한 대련에서 마계에 있는 다른 이들을 소환하는 건 좀 아니다 싶었다.

그렇다면 이것을 제외한 다른 기술로밖에 승부를 봐야 한다는 소리인데…………

“로제.”

“넷!”

“5분만 버틸 수 있겠나.”

“5분인가요? 네! 반드시 버텨볼게요!”

“부탁하마.”

로제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준 뒤 곧장 [스킬 : 동화]를 사용해 기척을 감췄다. 그러자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당황하기 시작하는 알.

“엘프 누나. 벌레가 어디로 간 거야?!”

“그걸 제가 알려 줄 것 같아요?!”

다시 로제와 교전하기 시작하는 알. 방금전의 공격으로 스칼렛 역시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로제가 계속해서 스칼렛 역시 경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음, 저대로면 방금 같은 공격이 와도 스스로 회피할 수 있겠지.

곧장 몸을 숙인 채 이프리트와 유켈의 맹공을 막아내고 있는 스칼렛의 뒤편으로 기어간다.

─────우워어어!!!

이프리트가 압도적인 질량을 이용하며 스칼렛을 향해 계속해서 주먹을 퍼붓는다.

한 방 한 방이 폭탄에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이프리트의 주먹. 그러나 스칼렛은 우습다는 듯 계속해서 배리어를 펼치며 이프리트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저 정도 파괴력의 공격을 몇 번 막는 것으로 마나 탈진 상태가 될 터. 하지만 스칼렛은 배리어를 유지하는 것이 아닌 이프리트의 공격타이밍에 맞추어 잠깐 배리어를 만들었다 사라지게 만드는 것으로 최고의 효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공격 한 발 한 발의 타이밍에 맞추어 배리어를 사용한다? 웬만한 재능과 감각이 아닌 이상 시도조차 못 한 기예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선물을 줘볼까.

[스킬 : 화염 인챈트]에 탐(?)을 부여하여 이프리트의 주먹에 둘러준다. 동시에 양손이 새까맣게 물드는 이프리트.

“…………”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하는 유켈과 스칼렛이었지만, 이미 황실에서 내 스킬에 당해 본 유켈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하고는 이프리트에게 스칼렛을 향해 공격할 것을 명령했다.

“이프리트. 전력.”

───────우워어어어!

지금껏 힘을 비축하고 있었던 것인지 방금까지와 달리 기세를 달리한 이프리트가 엄청난 속도로 주먹을 연타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타이밍에 맞춰 배리어를 전개하는 스칼렛이지만 탐(?) 인챈트로 인해 배리어를 바로 내리자마자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검은 불꽃을 확인하고는 격렬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방금까지만 해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모든 공격을 막아내던 사람으로는 보기 힘든 모습.

“그레고리 공이 갑자기 사라졌군. 저 검은 불꽃과 연관이 있는 거 같은데…………뭐, 찾아보면 되겠지.”

하늘을 향해 팔을 뻗는 스칼렛. 동시에 하늘에 거대한 마법진이 형성되며 대련장의 하늘을 뒤덮는다.

“결국 전체적으로 공격하면 튀어나오지 않겠나?”

나 하나 찾겠다고 대련장 전체에 마법을 사용한다고?

오직 드래곤과 계약하여 마나를 공유받는 소환사이기에 가능한 방법이 틀림없었다.

허나, 저 정도의 마법이라면 바로 발동할 수는 없을 터.

[(스킬 : 폭발적인 속도)를 발동합니다.]

“전진무의탁(??無??).”

그대로 스칼렛을 향해 있는 힘껏 진각을 밟으며 달려간다.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움푹 파이는 땅. 이에 폭발하는 소리가 대련장에 울려 퍼지며 동화가 풀리고 말았지만 이미 스칼렛이 피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

나의 존재를 확인함과 동시에 내 쪽을 향해 배리어를 쌓기 시작하는 스칼렛. 한 장, 두 장, 세 장 이윽고 네 장의 배리어를 쌓으며 나의 공격을 막아내려 한다.

하지만 전진무의탁은 내가 아는 최강의 전사가 사용하는 기술.

한 장, 두 장, 세 장. 배리어가 차근차근 박살을 내며 마지막 남은 네 장째에서 내 몸이 멈추고 만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압도적인 운동에너지로 인해 저 멀리 날아가고 마는 스칼렛.

“스칼렛──!!”

이에 로제가 담당하고 있던 알이 소리를 지르더니 온몸으로 환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잠깐만, 저건───

­──────────────!!!!

처음에 보았던 작은 형체가 아닌 거대한 크기로 변한 알 테그너. 마치 하나의 건물을 보는 것 같은 압도적인 위압감에 모두의 시선이 알 테그너에게로 향한다.

­감히── 스칼렛을 ──!!!

알 테그너의 입에 새빨간 불꽃이 뭉치기 시작했다. 처음 로제의 브레스를 막아냈던 것과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압도적인 마력이 느껴지는 브레스. 이에 어떻게든 로제만큼은 지키고자 로제를 향해 달려가려 했으나.

“멈춰라. 알.”

저 멀리, 대련장 끝으로 날아갔던 스칼렛이 어깨를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폭주 직전인 알을 향해 말했다.

“알. 초월기는 쓰지 않기로 했을 텐데.”

­하지만 스칼렛──!

“그만. 결국 약속을 어겼으니………… 우리의 패배가 되겠군.”

지쳤다는 듯 양손을 들어 올리며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이는 스칼렛.

“나와 알의 패배를 인정하지.”

그래도 마지막만큼은, 무척이나 개운한 듯이 미소를 짓는 스칼렛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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