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 〉 아카데미의 전학생 완
* * *
“프리실라아~”
기숙사 방으로 돌아오는 길, 데킬라의 방에 들러 자신의 방으로 직접 초대한 로제는 방으로 돌아와 간단히 샤워를 끝내고 복도로 나와 프리실라의 방앞으로 향했다.
“프~리실라아~”
콩콩콩──
문을 두드리며 프리실라의 이름을 연신 부르는 로제.
로제?
이에 안에서 프리실라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프리실라의 방문이 활짝 열렸다.
“로제! 점심이나 같이 먹으러 가자 반에 갔었는데 새로 온 전학생이랑 어디 갔다는 소리만 들리고, 대체 어디 갔던 거예요?”
생각보다 빨리 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다른 애들한테 말도 안 하고 온 거였나?
“헤헤, 이번에 새로 사귄 짝꿍을 챙겨주느라요. 미안해요오.”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프리실라를 와락 껴안는 로제. 갑작스러운 포옹에 결국 화내는 것을 포기한 프리실라는 자연스럽게 로제의 등에 팔을 올리며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이지…… 이런 걸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려 하기나 하고 말이에요.”
“헤헤…….”
멋쩍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프리실라에게서 떨어지는 로제.
“어때요? 저랑 같이 짝꿍 보러 가실래요?”
“로제의 짝꿍……인가요. 네, 좋아요. 로제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까 저랑 만나게 하고 싶은 거죠?”
“맞아요~ 아,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문제요?”
문제가 있다는 말에 갸우뚱해 하는 프리실라. 이에 로제는 머리를 긁적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게 말이죠……. 제 짝꿍이 프리실라랑 아는 사이에요.”
“어머, 그래요? 그러면 더 좋은 거 아닌…… 아, 로제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아하니 친분이 있는 사람은 아닌 거 같고…… 저와 악연인가 보죠?”
프리실라의 말을 듣고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는 로제.
“저랑 악연이 있는 사람이라니……. 너무 많아서 딱히 떠오르는 사람은 없네요. 그래서, 로제는 제가 그 사람과 만나자마자 싸우지 않았으면 하는 거예요?”
이번에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자 프리실라가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번에 로제의 짝꿍이 된 사람이니까요. 무턱대고 공격한다거나 하지는 않을게요. 참, 라파엘도 같이 가도 되나요?”
“어……. 라파엘님이요?”
이번에는 나를 바라보는 로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라파엘에게는 내가 잘 설명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애초에, 그 녀석이라면 오히려 좋아할지도 모르지.”
과거 라파엘은 신성교단을 무척 불쌍한 아이들이라 말한 적이 있었으니까. 오히려 이번에 유켈이 아카데미에 함께 다니게 된 걸 알고 기뻐할 가능성도 있었다.
“네, 그럼 라파엘을 부를…… 라파엘?!”
부르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먼저 튀어나와서는 나를 향해 달려드는 라파엘.
“그레고리늄~”
“윽!”
곧장 팔을 뻗어 녀석의 이마를 밀어낸다. 이에 그저 허공에 팔을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는 라파엘.
“나도 그레고리늄이 필요하다구우~”
설마, 지금까지 이 기회를 보기 위해 심상공간에 숨어있던 거라고?
대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이 천사는.
“라파엘, 장난은 그만하고 너도 따라와라. 이야기는 대충 들었겠지?”
“응. 심상공간에서 전부 들었지. 대체 어떤 아이가 짝꿍으로 왔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궁금해지는걸?”
“기대할 만할 거다.”
“그래? 후후, 기대할게.”
그렇게, 라파엘과 프리실라를 데리고 방에 돌아가려고 할 때, 엘리베이터가 우리가 있는 14층에 도착하며 문이 서서히 열렸다.
“아, 로제. 마침 계셨군요.”
파자마 차림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데킬라. 하품을 하며 입을 가리는 그녀는 방금까지 쉬고 있다 나온 것인지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다.
“……데킬라. 많이 피곤해 보이네요?”
“오늘 대련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설마 서클이 올랐다는 이유로 이렇게 혹사할 줄이야……. 오늘 다시 한번 마르바스님이 악마라는 사실을 상기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쪽은 이쪽대로 고생하고 있었나…….
“아, 프리실라도 있었군요.”
“네, 로제가 짝꿍을 소개시켜준다고 해서요. 프리실라도…….”
“예, 저도 같은 이유입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분을 소개시켜주려 하시기에…….”
“헤헤! 그건 다 같이 가서 보면 되죠! 자! 들어가요!”
양손으로 프리실라와 데킬라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방으로 이끄는 로제.
방앞에 도착한 로제는 곧장 문을 열고는 두 사람을 안으로 초대했다.
“자, 들어오세요!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제 방에 오는 건 처음이죠?”
“아, 그렇게 되나요? 어떻게 보면 집들이네요.”
“여기가 14층……. 역시 규모부터가 심상치 않군요.”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며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 자연스레 그녀들을 자리에 앉힌 로제는 수줍다는 듯 자신의 방앞으로 달려가서는 문고리를 잡았다.
“자……. 다들 놀라면 안 돼요?”
“대체 누구기에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요…….”
“기대해보겠습니다.”
로제의 방문을 바라보며 은근히 기대감을 드러내는 두 사람. 그 모습에 내 옆에 서 있던 라파엘이 조용히 내게 속삭인다.
“그레고리, 대체 누구길레 로제가 저러는 거야?”
“너도 보면 바로 알 거다.”
──덜컥. 하고 문고리를 아래로 잡아당기는 로제.
“자, 제 짝꿍을 소개합니다!”
문고리가 당겨지며 열린 문틈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유켈. 이에, 그녀의 얼굴을 과거에 본 적이 있는 프리실라의 표정이 굳는다.
“……신성교단의 테러리스트?”
그리고, 놀란 것은 프리실라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건 의외네. 저 아이가 로제의 짝꿍이라고?”
“그래, 자세한 건 로제가 설명해 줄 거다.”
“네, 그레고리님의 말대로 제가 어째서 유켈이 제 짝꿍이 되었는지 간단히 설명해 드릴게요!”
그렇게 로제는 오늘 레빈포트를 통해 유켈이 이곳에 오게 되었다는 것과 그녀의 보호자나 다름없는 역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해주었다.
가만히 팔짱을 끼고 로제의 설명을 듣고 있는 프리실라 이내 그녀가 손을 들며 로제에게 질문한다.
“그런데, 어째서 하필 저희 아카데미인 건가요? 그리고 왜 로제의 짝꿍인 거예요?”
“아, 그거 말인가요~”
로제는 어렵지 않은 이유라는 듯 대답했다.
“유켈이 얼마 전에 저한테 쥐어 터졌잖아요? 그래서 저랑 그레고리님을 많이 무서워한데요. 그리고 유켈이 우리 아카데미로 오게 된 이유는…… 레빈포트님의 일을 돕고 있다고 들었어요. 맞죠? 유켈.”
이에 유켈이 빼꼼 내민 고개만 끄덕끄덕 위아래로 흔든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내뱉는 프리실라.
“……확실히 그런 이유라면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요.”
실시간으로 유켈이 로제와 내게 맞던 장면을 본 사람이라 그럴까. 납득하는 게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라면 로제가 왜 악연이라 한 건지 아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저기 저 사람…… 유켈과 저의 관계가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렇죠? 그래서 조심스러웠던 거예요.”
방금보다도 의기소침해진 로제의 목소리. 그 모습에 프리실라는 자신의 옆자리를 팡팡 치며 로제를 바라보았다.
“로제, 앉아봐요.”
“네에…….”
얌전히 프리실라의 옆에 앉는 로제. 프리실라는 그런 로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싱긋 웃었다.
“그래도, 저를 걱정해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준 거죠? 아무런 설명 없이 유켈을 만났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을 테니까요.”
“네에. 맞아요…….”
“정말 고마워요. 로제.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요.”
“헤헤…….”
저쪽은 저쪽대로 상황이 정리된 것 같고…….
“설마 그 도마뱀이 유켈 저 아이를 아카데미에 입학시킬 줄은 몰랐는데……. 보아하니 용언으로 구속해놓은 모양이지?”
이쪽에 있는 라파엘 역시 작금의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유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전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멀뚱멀뚱.
가만히 앉아 유켈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데킬라였다.
“뭔가 다른 분들과 악연이 있으신 분인 거 같군요.”
“네, 예전에 기숙사가 부서진 적이 있었죠? 그게 저기 유켈의 짓이거든요.”
프리실라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지고 있는 채로 이야기해 주는 로제. 그 말에 데킬라의 눈이 살짝 커진다.
“아, 그렇군요. 그때 당시 프리실라가 상당한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었습니다. 그렇다면 확실히 악연이 맞군요. 그래도, 지금은 로제가 직접 저희에게 소개시켜 준 사람이지 않습니까. 큰 문제는 없다는 뜻이겠죠.”
유켈과 따로 만나보지 않았던 데킬라여서 그런 걸까. 유켈에게 경계심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뭐, 예전에 기숙사에 모아두었던 제 액세서리들이 불탔던 것만 빼면 말입니다.”
……아닌가?
그 와중에, 조심스레 로제의 방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오는 유켈. 그녀는 우리의 앞에 서서는 이내 기계처럼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
“사과.”
“응?”
“?”
대뜸 프리실라와 데킬라에게 사과를 하는 유켈.
“당시. 불안정. 명령을 이행했을 뿐. 본인의 잘못. 사과.”
“유켈이 당시에는 봉인이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불안정한 상태였데요. 그래서 그때 그런 짓도 저질렀던 거고요. 그래서 사과를 하고 싶데요.”
로제는 그런 유켈의 말을 자세히 번역해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참고로, 이건 유켈이 먼저 사과하고 싶다고 한 거예요. 오해하면 안 돼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로제.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라파엘은 자연스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역시 아이들은 싸우면서 친해지는 거지. 안 그래? 그레고리.”
“……네 말에 동의는 한다만, 머리는 좀 치우지 않겠나.”
“칫.”
어딜 감히.
아무튼, 이렇게 과거의 악연은 로제에 의해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었다.
다행이네. 다행이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