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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65화 (165/169)

〈 165화 〉 소환사 아카데미아 외전 (그레고리 존스) 챕터 4 ­ 1

* * *

“모두 친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그쵸?”

모두가 떠난 로제의 방.

나와 로제는 아이들과 함께 놀고 이야기하며 어질러진 거실을 청소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게……. 음……. 친해진 건가?”

“에이~ 헤어질 때 서로 악수하고 헤어졌으면 친해진 거죠~ 헤헤, 정말 다행이에요.”

잔뜩 쌓인 과자 봉투를 잔뜩 끌어안고는 그대로 쓰레기봉투에 집어넣는 로제.

“휴, 드디어 다 끝났네요. 힘들어라~”

“그러게, 내가 사역마를 쓰자고 하지 않았나.”

청소를 시작하기 전, 나는 로제에게 검은 늪을 사용하여 바퀴들을 소환한 뒤 녀석들에게 청소를 시키면 어떻냐는 의견을 내세웠다.

그러자 로제는 잔뜩 질린 얼굴로 ‘그러다 한 마리라도 어디에 숨으면 어떡해요! 절대 안되욧!’ 이라며 질겁했고 결국 나의 완벽한 작전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실패했다.

“윽! 그래도…… 싫은걸요. 자다가 그게 한 마리라도 보이면 아마 밤 내내 못 잘 거예요.”

“어차피 내가 소환을 해제하면 전부 사라지는데 무슨 걱정이냐.”

“그래도요! 기분이란 게 있잖아요! 찝찝한 기분 같은 거!”

단호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몸서리를 치는 로제. 역시, 전투를 하면서라면 모를까 일상생활에서 바퀴를 보긴 싫은 모양이었다.

잠깐만, 바퀴를 보기 싫어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난 왜 당당히 이런 일에 바퀴를 쓴다고 말한 거지? 설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퀴에 대한 내 인식이 달라지고 있었다고?

“그레고리님?”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정리가 끝났으면 먼저 들어가 보도록 하마.”

“아, 네! 고생하셨어요! 내일 봐요!”

그대로 심상세계로 들어간 뒤 침대에 몸을 던진다.

“이쪽 세계에 온 지 얼마나 됐지.”

어림잡아 반년이 조금 안되는 시간. 그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다.

바퀴로 변신도 해보고, 라이더 킥도 해보고, 바퀴도 소환해보고. 심지어 제국을 구하기도 했으며 점점 ‘나’가 되어버린 마계 대공 그레고리 존스의 입지를 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재앙을 물리치면, 돌아갈 수 있는 거겠지?”

돌아가면…… 돌아간다면……?

갑자기 복잡해지기 시작하는 머릿속.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으며 조금씩 두통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몰라. 지금 생각해서 뭐 해.”

이렇게 머리가 아플 때는 역시 옛날처럼 게임이나 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최근에 무척 바쁜 나날을 보냈기에 외전 ­ 그레고리도 잔뜩 밀려있는 상황. 곧장 컴퓨터를 켠 나는 [소환사 아카데미아 외전­ 그레고리 존스]를 켜며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소환사 아카데미아 ­ 외전(그레고리 존스) 4­1 내용 불러오는 중……]

[불러오기 완료.]

“그레고리님. 바알이 도전장을 보냈습니다.”

오늘도 그레고리 존스는 자신의 방에 박혀 새로운 글을 쓰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녀의 대리자이자 충실한 종. 실비 엘리고스가 그를 부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평소대로 처리하면 될 텐데.”

자신이 쓰던 원고를 밀어내며 실비에게 이야기하는 그레고리. 이에 실비는 그레고리의 앞에 종이 한 장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음?”

책상에 놓인 바알의 도전장을 살피는 그레고리.

“실비.”

“예, 그레고리님.”

“바알은 미친 것인가?”

“원래 바알은 미쳤습니다.”

“……그렇군.”

마치 어린아이가 열심히 적은 듯한 편지와 괴상한 그림. 심지어 주먹인 것을 모를까 봐 주먹이라고 표시해 놓은 정성까지. 그 어이없는 도전장에 그레고리는 실소를 흘리며 도전장을 반으로 접었다.

“실비.”

“예, 그레고리님.”

“내가 최근에 바알을 혼내준 게 언제지?”

“정확히 이백 년 하고도 팔십사 일이 지났습니다.”

“슬슬 교육할 시기가 오긴 했었군. 하여튼, 이백 년마다 정신이 회까닥하고 돌아버리니…….”

쯧쯧쯧. 하고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선 그레고리가 벽장에 걸려있는 외투를 몸에 걸친다.

“벌써 출발하시는 겁니까?”

“내 허락도 없이 지하를 개발한다고 하지 않나. 다른 거면 몰라도 내 허락 없이 지하를 개발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 녀석이 개발을 시작하고도 멀쩡하다면 다른 이들도 하나둘 따라 하기 시작할 테니 최대한 빠르게 혼내주고 오는 게 좋겠지.”

그렇게 이야기하며 방을 떠나려는 그레고리에게 실비가 따라붙는다.

“또 뭐냐 실비.”

“아무리 그레고리님이라 하더라도 바알의 영토로 가시는 것이 아닙니까. 혼자 보내드리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마계에서 손에 꼽는 강자인 그레고리라 하더라도 그가 향하는 곳은 공식적인 서열 1위 바알의 영토였다.

물론, 자신의 주인이 바알에게 질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실비였지만, 오랜 세월 동안 그레고리를 옆에서 보좌한 실비로서는 그를 혼자 보낸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크나큰 걱정이었다.

힐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보폭에 맞춰 따라오는 실비의 표정을 살피는 그레고리.

평소 같은 무표정이 아닌 살짝 침울해진 그녀의 얼굴에 그레고리는 한숨을 내뱉으며 손을 휘저었다.

“헤라클레스를 데려가도록 하마. 녀석이라면 네 마음도 편하겠지?”

이에 우뚝 멈춰서는 실비. 그녀는 자신의 주인, 그레고리 존스를 향해 허리와 다리를 숙이며 공손히 예를 갖췄다.

“훌륭하신 판단입니다. 그레고리님.”

“그럼 진짜 가도록 하지, 헤라클레스는…… 내가 알아서 데려가마.”

“예, 그러면 저는 내일 있을 마계 대공 회의를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실비의 말에 짜증이 난듯한 표정을 짓는 그레고리.

“……귀찮은 일은 왜 연속으로 겹치는 건지.”

“그러게 말입니다.”

실비를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그레고리. 헤라클레스가 마계지하공사에 있을 곳이라고는 단 한 곳밖에 없었기에, 그레고리는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헤라클레스류 오의! 중첩의문문(?????)!!!”

그레고리의 영토인 마계지하공사에 위치한 연무장. 그곳에는 거구의 몸으로 눈앞의 허수아비를 향해 4개의 수도(手?)를 날리는 곤충 한 마리가 훈련을 펼치고 있었다.

“그건 또 무슨 괴상한 기술이냐.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류 오의! 오도봉─── 아! 그레고리님!”

그레고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곧장 몸을 돌려 쿵! 하고 무릎을 꿇는 헤라클레스.

“소신 헤라클레스! 언제나 주군의 옆을 보좌하기 위하여,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고 있었습니다!”

“호오, 그러냐.”

“예! 부디, 이번에 새로 만들어낸 저의 기술을 부디 그 선구안으로 살펴주시겠습니까!”

“신기술이라…….”

마계에서 최강의 근력을 가지고 있는 악마 중 하나로 알려진 헤라클레스는 언제나 기상천외한 기술을 선보이곤 했다.

말도 안 되는 근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몸을 대포로 날린다던가. 오로지 기합만으로 몸의 근육을 조여 어떠한 공격이든 막아낸다든가 하는 그런 신기한 기술들.

그렇기에, 그레고리는 이번에 헤라클레스가 새로 만들었다는 기술에 흥미를 보였다.

“그래, 어디 한 번 선보이겠나.”

“우오오! 소신! 최선을 다해 주군을 만족시켜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쿵! 하고 양쪽에 있는 6개의 다리와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그레고리에게 절을 한 헤라클레스는 곧장 일어서며 자신의 앞에 있는 허수아비를 바라보았다.

오직, 헤라클레스만을 위해 만들어진, 마계 지하 광물 중에서도 가장 충격을 잘 흡수하며 단단하기로 유명한 흑금강석을 단련하여 만든 허수아비.

후우, 하고 숨을 한 번 숨을 들이켜며 눈앞의 허수아비를 노려본 헤라클레스는 그대로 곧장─── 몸을 돌리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응?”

갑자기 허수아비로부터 도망치는 헤라클레스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는 그레고리. 그렇게 허수아비와 헤라클레스의 간격이 약 50m 정도 벌어졌을 때, 헤라클레스가 서 있는 곳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돌격(???).”

아무런 전조도 없이, 재빨리 몸을 비틀어 거꾸로 몸을 돌린 헤라클레스가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

──────!!!!!!!!

허수아비의 상반신이 부서진다.

“음?”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저 멀리 날갯짓을 준비하던 헤라클레스가 순식간에 허수아비를 양단한 것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레고리 존스가 당황할 정도의 속도로.

“하하! 어떻습니까! 주군!”

부서진 잔해더미를 헤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헤라클레스. 그의 양 다리의 갑각은 이미 부서지고 깨져 내부의 근육이 보이기 직전이었지만, 그는 무척이나 환한 얼굴로 그레고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터무니없는 기술을 만들었구나. 헤라클레스.”

“오, 한 번 본 것만으로 아시겠습니까?”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방향을 바꿀 때의 반발력을 다리의 근육과 비행 근육만으로 상쇄하고 동시에 상대가 반응하지 못할 정도의 속력을 낸 거 아닌가?”

“정확하십니다! 주군! 그래서, 어떻습니까? 제 신기술은! 크핫하하!”

“……너 말고는 아무도 쓰지 못할 기술을 또 만들었구나.”

“예?”

“됐다. 기껏 밖에 데려가려 했더니……. 이렇게 다리를 다쳐서는. 다른 녀석들 데리고 가도록 하마.”

“바, 밖 말입니까?! 주군이 외출을?!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다급히 다른 곳을 향해 가려는 그레고리의 앞을 막아서서는 흡! 하고 기합 소리를 내는 헤라클레스. 이내 그의 다리 갑각 밖으로 튀어나온 근육들이 수축하기 시작하며 안으로 들어간다.

“자! 이제 멀쩡합니다! 가시죠! 주군!”

“……진짜 어이가 없을 정도군.”

오로지 기합과 근육만으로 어떻게든 가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하는 헤라클레스의 모습에, 그레고리는 허공에서 포션 하나를 꺼내 그의 발을 향해 뿌리기 시작했다.

“주, 주군……!”

“멍청한 녀석. 적에게 충격을 받지 않기 위해 훈련하면 뭐 하겠나. 본인 기술에 상처를 입는데.”

“음! 이 역시 훈련과 근육을 통해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다시 한번 헤라클레스에게는 정상적인 사고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그레고리는 한숨을 내뱉으며 손목을 왼쪽으로 휙휙 꺾었다.

“뒤돌아라.”

“……예?”

“비행 근육도 잔뜩 손상됐을 게 뻔하지 않나. 빨리 뒤 돌아라.”

“주구운……! 크흡! 소신! 목숨을 다해 언제나 주군을 보필하겠습니다!”

“그 말만 벌써 몇백 번을 듣는지 모르겠군.”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조리 헤라클레스의 비행 근육에 뿌린 그레고리는 비어버린 포션병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집어 던지며 말했다.

“가자, 헤라클레스. 목적지는 바알의 성이다.”

“바알…… 말씀이십니까? 설마! 저번의 복수를……!”

“복수는 아니고, 오늘은 응징이다.”

“으, 응징 말씀이십니까? 크, 크흠! 생각해보니 오늘 실비와 해야 할 일이 있었던 것 같은───”

“헤라클레스.”

“예, 옙?”

“개소리는 그만하고 따라와라.”

“……예.”

추욱. 하고 몸을 늘어뜨리는 헤라클레스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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