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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66화 (166/169)

〈 166화 〉 소환사 아카데미아 외전 (그레고리 존스) 챕터 4 ­ 2

* * *

마계의 환경은 혹독함 그 자체이다.

마기를 품은 바람들 덕에 마계의 대지에는 소수의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메말라 있었고, 그나마 농사가 되는 땅들은 대부분 귀족위를 가지고 있는 악마들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땅들 중에서도 가장 비옥한 땅 중 하나인 바알의 영토. 바엘.

과거 그레고리 존스가 낭독회를 열려다 바알의 무리와 전투를 벌였던 장소이기도 했다.

“여기는 언제나 인파가 넘쳐나는군요.”

모습을 숨기기 위해 그레고리와 같이 인간의 모습을 한 헤라클레스. 그는 여전히 활기가 넘치는 바엘의 모습을 둘러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인간화를 했음에도 눈에 띄는 거대한 몸집이었으나, 힘을 중시하는 바엘답게 주변에는 헤라클레스와 비슷한 체구를 가진 악마를 여럿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을 위하여 검은 후드를 둘러쓴 그레고리와 헤라클레스는 바엘의 내부로 진입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마계에서 가장 비옥한 영토 중 하나이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말끝을 흐리며 주변을 둘러보는 그레고리. 바엘에 입성하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다수의 악마들이 소수의 악마들로 인해 가혹한 노동을 펼치는 모습이었었다.

“바알의 영토는 약육강식의 세계이니 말이다. 약한 악마들은 사실상 농노나 다름없으니 노동력이 넘칠 수밖에.”

“확실히 그렇겠군요! 소인, 언제나 그레고리님의 혜안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카프카라고 부르도록.”

“이, 이런 실수를……! 죄송합니다! 카프카님!”

그레고리를 향해 곧장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바닥에 박는 헤라클레스. 여전히 과한 그의 태도에 그레고리는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실비를 데려올 걸 그랬나.”

“그, 그런……! 저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카프카님!”

“……안 버릴 테니까 일어나라. 주변에서 보고 있지 않나.”

“이런 실수르으을! 죽여 주십시오!”

정말 실비를 데려오는 게 맞았을지도. 라고 생각하는 카프카였다.

헤라클레스를 억지로 일으켜 세운 그레고리는 이미 모일 대로 모여버린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스킬 : 동화]를 사용했다. 그러자 마치 걸렸던 마법이 풀리는 것처럼 흩어지는 시선들.

“오옷……!”

그레고리가 동화를 쓰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던 헤라클레스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있어선 여전히 신비한 광경이었다.

갑자기 투명해지는 것이 아닌, 세계와 하나가 되는. 스킬이 아닌 ‘권능’이라 불러도 될 정도의 능력.

이는 시각적으로 적에게서 숨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세계와 하나로 ‘동화(?化)’하는 스킬이었기에 은신 계열의 스킬과는 비교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는 능력이었다.

“따라와라. 헤라클레스.”

“예! 주군.”

둘이 향한 곳은 바엘의 중심가라 불리는 거리였다. 과거 사인회를 열려던 장소이자 바엘과 전투를 벌였던 그 거리.

이곳에 돌아온 그레고리는 당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짓자 그 웃음의 의미를 알겠다는 듯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주군……! 당시 바알을 겁먹게 만들어 도망치게 만드셨던 추억을 떠올리고 계시는구나!’

결국 본인의 착각이었을 뿐이지만.

두 사람은 바엘에서도 가장 화려한 여관 중 하나로 알려진 ‘파리의 왕’의 안으로 들어섰다.

“프란츠. 라는 이름으로 예약했다.”

저번의 사태 이후, 바알이 어떤 수로 본인에 대해 수배를 내렸을지 알지 못하는 그레고리는 자신의 또 다른 가명을 대며 접수원에게 물었다. 얼굴 역시 [스킬 : 동화]를 이용하여 자신의 얼굴에 대한 인식을 떨어뜨리게 하며 말이다.

“프란츠님이신가요. 네 확인을……. 아, 여기 있네요. 스위트룸 405호실입니다.”

송곳니가 뾰족하게 자라나 있는 접수원에게 열쇠를 건네받은 그레고리는 곧장 계단을 향해 얼어가고, 헤라클레스는 곧장 그의 뒤를 따른다.

4층에 도착한 후 문을 열자 눈 앞에 펼쳐지는 화려한 모습의 방. 그러나 그레고리는 화려한 방에 관심 따위는 없다는 듯 곧바로 소파에 앉았다.

“헤라클레스. 경계를 부탁하지.”

“바로……시작하시는 겁니까?”

“응징이 빠를수록 나의 재산이 멀쩡해지지 않겠나.”

지금 이 시간에도 지하에 있는 그레고리의 자원은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변신.”

원활한 마력 운용을 위해 바퀴폼으로 변신한 그레고리는 곧장 눈을 감고 주변의 마력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스킬을 사용한다는 것을 숨기기 위한 일종의 방어 기제.

“동화.”

주변의 환경으로부터 자신이 있는 방을 동화시킨 이상. 외부에서는 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을 터였다.

주변 마력의 흐름이 뒤바뀐 것을 직감한 헤라클레스가 식은땀을 흘리며 벌레의 모습으로 변한다. 앞으로 이 도시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것만 같다는 표정이었다.

“자, 그럼. 나의 물건을 건드린 아이에게 벌을 한 번 줘보자꾸나.”

[스킬 : 검은 늪]

마계 최고의 도시 중 하나라 불리는 바엘이 어둠에 잠기는 순간이었다.

***

“흐아아악! 이게 뭐야아아아───!!!”

“사, 살려줘! 살려줘어어!!!”

조용하던 바엘에 비명이 넘쳐흐르기 시작한다.

하수구, 지하, 썩은 나무뿌리와 흙바닥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하는 새까만 벌레의 무리.

소리 소문 없이 갑자기 등장한 벌레들은 순식간에 주변에 있는 모든 작물과 식량을 먹어 치우며 세를 불려 나가기 시작했다.

“전부 죽여! 마법을 쓰든 힘으로 짓누르든, 전부 죽이라고!”

갑자기 발생한 재앙에 바엘에 머물던 악마들이 온갖 발악을 하기 시작한다. 마법을 사용하며 미지의 벌레들을 불태우거나, 발로 짓밟으며 벌레들을 죽이지만. 그것들의 파도는 끊이질 않는다.

“이, 이게 대체…….”

“재, 재앙. 지하를 다스리는 악마가 노한 게 틀림없어……!”

“뭐?! 그건 어디까지나 전설이잖아!”

“최근에 바알이 지하 개발을 시작한 거 잊었어?! 그 망할 년이 지하에 손을 대자마자 이 꼴이잖아!”

계획대로, 사람들이 전설로만 전해지던 지하의 악마에 관한 이야기를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피해는 지하 개발을 추진하던 바알에 대한 원망으로 바뀔 터.

자신이 소환한 벌레들을 통해 다른 악마들의 분위기를 확인한 그레고리의 입가에 웃음이 걸린다.

그레고리는 시선을 다른 벌레로 옮겨 바알의 근처에 있는 곳을 살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벌레들이 다가오는 것을 막기 위해 온갖 마법을 펼쳐가며 저지하고 있는 악마들.

“바알님의 처소에 한 마리도 들어가게 두지 마라!”

“하, 하지만 마나가 부족합───”

“이 미친 새끼야! 여기서 우리가 뚫리면 우린 바알님 손에 죽어!!!”

“뒤져도 막아! 바알님께서 해결해 주실 거다!”

그렇게 비명 아닌 기합을 넣으며 바퀴들을 가로막는 악마들의 위로, 새까만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응?”

갑자기 생겨난 그림자에 위를 바라보는 악마. 그리고 이내, 그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든다.

“다들 피해에에에에────!”

────────────!!!

마계의 지축이 흔들리는 듯한 거대한 진동.

동시에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바퀴들이 검은 잿가루로 변하며 사라진다.

주변을 휘감은 흙먼지 속에 보이는 조그마한 인영.

그 크기는 마치 어린 소녀의 모습과 비슷하지만, 그곳에서 느껴지는 존재감만큼은 아득히 커다랗게만 느껴졌다.

“스하───”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

“그레고리 이 망할 새끼가아아아──────!!!”

흙먼지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외침에 주변의 흙먼지들이 터지며 그 모습이 드러난다.

새까만 원피스를 입고 끔찍하다는 감정과 아름답다는 감정을 동시에 느껴지는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그 양손에는 끊어져 있는 쇠사슬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감히……! 감히……! 감히이이……! 대결을 신청했더니 뒤에서 이딴 짓을 해에에에!!!”

분노한 바알의 모습에 쓰러져 있던 다른 악마들이 뒤로 물러선다. 지금 그녀를 자극해봐야 좋은 꼴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악마들을 무시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바알. 이내 아직 바닥에서 바둥거리고 있는 벌레 한 마리를 발견한 바알은 그것을 집어 들어 자신과 눈을 맞추고는 말했다.

“그레고리이…… 어딘진 모르겠지만 반드시 찾아줄 거야아…… 찾아서…… 갈기갈기 찢어죽일거야아아……!”

마치 벌레의 눈으로 자신을 살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의 울분을 벌레를 향해 토해내는 바알. 그리고, 그녀의 예상처럼 벌레를 통해 바알을 지켜보고 있던 그레고리는 바엘 최고의 여관이라 불리는 ‘파리의 왕’ 스위트룸에 앉아 중얼거렸다.

“할 수 있다면 말이지. 바알이여.”

지금 이 시간에도 바엘은 무너지고 있겠지만.

으직──! 하고 벌레를 으깬 바알이 주변을 둘러본다.

이미 도시를 완전히 장악하기 시작한 벌레의 무리. 순간 무언가를 떠올린 그녀는 곧장 발을 구르며 근처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광산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리는 짧지만 무식하리만한 힘으로 땅을 내디디며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바알.

“하.”

이내 광산에 도착한 그녀는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그 도전 받아주마. 애송이]

광산의 입구에 벌레로 씌어진 글씨.

처음으로, 본인은 충분히 미쳐있다고 생각한 바알의 정신줄이 처음으로 완전히 놓이게 된 순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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