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화 〉 소환사 아카데미아 외전 (그레고리 존스) 챕터 4 3
* * *
“……후.”
검은 늪의 사용을 마친 그레고리가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끝나셨습니까?”
“그래,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거로 하지.”
“고생하셨습니다! 주군!”
막대한 마력을 대가로 하는 검은 늪이었기에, 스킬의 발동을 20분도 유지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레고리.
벌레들이 완전히 사라지면 다른 악마들이 안심을 할 수 있기에 수천 마리 정도를 완전 소환시킴으로서 사라지지 않게 만들었기에, 평소보다도 더 많은 마력을 소비한 그레고리였기에 가슴 주머니에 있던 행커치프를 꺼내 이마의 식은 땀을 훔쳤다.
“앞으로는 어느쪽이 더 잘 버티냐의 싸움이 될 거다.”
“그렇다면 우리의 승리가 되겠군요. 지금껏 그레고리님의 응징을 버텨낸 자들은 없지 않습니까.”
마계의 역사상 수많은 악마들이 지하의 자원을 몰래 얻어내기 위한 시도를 하였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떨어진 것은 지하자원이 아닌 무수한 검은 파도.
그 정도의 응징이 있었기에 지금껏 어느 누구도 감히 지하를 개발하려 들지 않았던 것이었다.
“모르지. 상대는 바알이지 않나.”
“그래봐야 힘에 취한 애송이이지 않습니까. 곧 녀석도 그레고리님의 압도적인 힘 앞에 무릎을 꿇을 겁니다!”
주먹을 꾸욱 쥐며 자신있게 외치는 헤라클레스의 모습에 그레고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도 결국 힘을 빼면 남는 게 없지 않나. 라고 말하고 싶지만, 눈앞의 존재가 얼마나 마음이 여린 존재인지 알기에 그레고리는 그 말을 꾸욱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구나. 헤라클레스.”
그대로 몸을 돌린 뒤 커튼을 옆으로 치우며 밖의 상황을 살피는 그레고리.
“슬슬 밖의 상황도 진정이 된 듯 하니 나가도 되겠구나. 같이 나가겠나.”
“그레고리님이 가시는 길이 저의 길입니다!”
예상했던 대답을 그대로 꺼낸 헤라클레스의 대답에 그레고리가 피식 웃음을 흘린다.
“그래, 바람이나 쐬러 나가지.”
“존명!”
다시 몸을 인간의 모습으로 바꾼 그레고리와 헤라클레스가 밖으로 나가 아래로 내려가자 분주히 로비를 뛰어다니는 악마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마리라도 들어왔는지 제대로 확인하란 말이야!”
“이쪽은 없습니다!”
“여기도 없습니다!”
단 한 번의 검은 늪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난장판이 되어버린 여관의 로비. 밖으로 나가자 펼쳐진 풍경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식량들이…….”
“이 망할 노예 새끼들아! 그깟 벌레들로부터 식량 하나 못 지켜?!”
모든 것을 앗아간 재앙에 분노하는 시민들과 절망하는 시민들.
가장 풍족한 땅 중 하나였던 바엘에는 어느새 모든 것을 잃은 자들의 울음 소리만이 나지막이 흐를 뿐이었다.
“헤라클레스. 이들의 모습에 동정을 느끼나.”
헤라클레스의 앞에서 걷던 그레고리가 조용히 묻는다. 이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헤라클레스.
“저들 역시 악마입니다. 약육강식 약자멸시. 그것이 바로 마계의 법도 아니겠습니까.”
다른 이가 들으면 정론이라고 할만한 대답. 하지만 그레고리는 본인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아니, 앞으로는 동정을 느끼도록 해라.”
“……예?”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었다는 듯 고개를 갸웃해하는 헤라클레스.
“저들의 잘못은 그저 바알이 다스리는 바엘의 주민이었다는 것 뿐. 저들 스스로에게는 잘못이 없다.”
“하, 하지만. 저들은 저희와 같은 곤충계 악마들을 멸시하고 차별하지 않습니까!”
“약육강식 약자멸시. 방금 그대가 말한 대로가 아닌가.”
자신이 말했던 논리가 그레고리의 입에서 다시 나오자 입을 다무는 헤라클레스.
“다른 걸 묻도록 하지. 헤라클레스.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겠나.”
“저는 그런 어려운 것은 잘 모릅니다.”
“잘못 된 대답이어도 좋으니 너의 생각을 말해라.”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힘으로 해결하면 됩니다.”
그제야 미소를 짓는 그레고리.
“계속 말해보도록.”
“다른 이들이 더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게 이 사태를 끝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대안은…… 제가 직접 나서야 겠군요.”
마침내, 본인이 원하던 대답을 들은 그레고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실비나 다른 악마들을 데려온 것이 아닌 헤라클레스를 데려온 이유. 평소보다도 무리하여 검은 늪을 사용하고,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밖을 확인하며 스스로가 생각할 수 있게 질문을 던졌던 이유.
그것은 바로 자신이 아끼는 부하이자 동료인 헤라클레스가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오늘 밤 안으로 해결하도록 하지.”
“……예, 주군!”
인파들의 틈이었기에, 조용히 고개를 숙인 헤라클레스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주인에 대한 위대함을 느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 * *
바알이 지하를 개발하기 위해 갱도를 뚫어 놓은 바엘의 개발구역.
그 앞에 자리한 검은 후드의 두 남자는 멍하니 개발구역을 지키는 경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주군.”
“진정한 약육강식이 무엇인지 보여주도록.”
“존명!”
뿌득── 뿌드득──
검은 후드속에 감춰져 있던 거대한 덩치가 부풀어 오르며 후드를 점점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후드를 찢고 나타난 검은 광택의 거대한 몸.
자신의 우람한 뿔과 거대한 몸집을 드러낸 헤라클레스는 아직 그레고리의 [스킬 : 동화]의 영향 아래에서 눈앞의 경비들을 바라보며 두 눈의 불을 밝혔다.
“우오오……!”
팔을 뒤로 당기는 헤라클레스의 팔이 팽창하며 갑피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아래 숨겨진 검붉은 근육질 섬유들.
마치 활시위를 당기듯 자신의 팔을 뒤로 당긴 헤라클레스는 정면에 있는 적들을 향해 팔을 뻗으며 우렁찬 함성을 내뱉었다.
“오아!”
동시에 일어나는 거대한 파동이 경비들을 덮친다.
압도적인 힘에 그대로 뒤로 날아가버리는 경비들. 그 모습을 만족스럽다는 듯 바라본 헤라클레스는 육중한 발걸음을 옮기며 개발구역의 안으로 들어섰다.
“으음!”
눈 앞에 펼쳐진 개발의 흔적. 작은 갱도로 시작해 아래로 파여져 있는 갱도의 모습에 헤라클레스는 침음을 삼키며 양다리를 벌린 뒤 무릎을 낮춘다.
“쓰오오…….”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며 팽창하기 시작하는 헤라클레스의 가슴.
“가붕군림보(?????)”
봉황의 걸음걸이를 흉내낸 헤라클레스만의 비기가 그의 발끝에서부터 펼쳐진다.
단 한 번의 발구름에 흔들리는 바엘의 지축.
계속되는 헤라클레스의 발길질에 바닥에서 거대한 모래바람이 일어나며 바닥이 서서히 꺼지기 시작한다.
───! ───! ───! ───! ───!
지하에 파놓았던 굴이 무너지며 주변에 거대한 굉음을 내기 시작했을 때.
[이 망할 새끼가아아아아────!!!]
허공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목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리며 엄청난 흙먼지가 일어났다.
“음! 왔는가!”
“이 망할 근육 돼지 새끼아아아───! 뭐하는 짓이야아아?!!!”
양팔을 X자로 교차하고 있는 헤라클레스와 그런 헤라클레스의 팔을 향해 다리를 꽂아넣는 바알. 마침내, 이 땅의 지배자가 강림하는 순간이었다.
“갈(?)!!! 지하는 오직 그분의 영역. 그 사실을 잊은 네 녀석을 응징하러 왔다!”
“이 새끼가 뭐라는 거야아아?! 올 거면 그 새끼가 왔어야지, 왜 네가 지랄인데에에에!!!”
“나는 그분의 오른팔! 내가 나서는 것은 당연지사다!”
우오오! 거리는 기합소리를 내며 그대로 팔을 위로 올려 바알을 뒤로 날려보네는 헤라클레스.
공중에서 몸을 돌리며 자연스럽게 착지한 바알은 아무것도 신지 않은 맨 발을 툭툭 털며 눈앞의 헤라클레스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뒤지고 싶었던 거야아아? 좌(?)에 속하지도 못한 버러지가아아?”
“그분 역시 좌에 오르지 않았거늘! 어찌 그분의 신하인 내가 좌에 오르겠는가!”
쿵!
진각을 밟으며 바엘을 향해 손을 뻗는 헤라클레스.
“네 녀석을 처리하는데 이름뿐인 좌(?)는 필요없다!”
동시에, 헤라클레스의 몸이 하나의 탄환이 되어 바알을 향해 뛰쳐나간다.
전진무의탁(??無??). 그를 대표하는 기술이 바알을 향해 쏘아져 나간 것이었다.
“식상한 공겨억.”
탕!
경쾌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바람이 바알의 몸을 훑는다.
무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헤라클레스를 향해 발을 뻗는 바알.
새하얀 그의 발 끝에 헤라클레스의 돌진이 막힌 것이었다.
“정말 이걸로 날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아아? 가소롭긴.”
“그런 것 치고 발에 힘을 꽤 주고 있지 않은가!”
꾸득! 꾸드득!
헤라클레스의 몸을 막은 바알의 발에서 들려오는 소리.
비록 바알의 표정은 무척이나 평안했지만, 그녀의 발은 위태롭다는 듯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 어느! 무엇도! 나의! 돌진을! 막을 순! 없다!”
헤라클레스가 내딛고 있는 땅이 움푹 파여들어간다.
“우오오오오오오!!”
조금씩 굽혀지는 바알의 무릎.
“힘만 센 멍청이가아아……!”
팡!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뒤로 물러나는 바알.
“좋아, 그렇게 죽고 싶다면 소원대로 해줄게에……. 뭐, 네가 죽으면 그레고리 그 망할 녀석이 나오지 않겠어어?”
그대로 자신의 주먹을 맞부딪히며 싱긋 송곳니를 내보이는 바알.
그 모습을 본 헤라클레스가 주춤 뒤로 물러서기 시작하더니 이내 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에?”
갑작스러운 헤라클레스의 후퇴에 당황하는 바알.
“자, 잠깐. 진짜로 도망친다고오?”
쿵쿵쿵쿵!
거대한 질량을 가진 헤라클레스가 도망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 바알의 이마에 핏줄이 선다.
“감히……! 감히이이이……! 나를 기만해에에에에에!”
자신에게 등을 보인 헤라클레스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하는 바알.
“죽일 거야! 진짜로 죽일 거야아아아!!!”
무거운 헤라클레스와 무척이나 가벼워 보이는 바알의 추격전은 점점 바알이 가까워지는 것으로 끝이 나나 했으나───
“역돌격(???).”
“에?”
────────!!!!!
인생에서 처음으로, 같은 대상에게 연속으로 두 번이나 당황한 바알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