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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68화 (168/169)

〈 168화 〉 소환사 아카데미아 외전 (그레고리 존스) 챕터 4 ­ 마무리

* * *

갑작스러운 헤라클레스의 회전에 바알이 당황함과 동시에, 그의 육중한 뿔이 바알의 가슴팍을 꿰뚫기 위해 올곧게 돌진한다.

“이, 이 미친 새끼! 으핫! 으하하하핫!”

오로지 근력과 정신력만으로 물리법칙을 뒤튼 헤라클레스의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리는 바알.

“너, 너, 너, 지, 진짜 미친놈이었구나? 으핫! 으핫핫하!”

마치 칼날을 잡듯 양손을 모아 헤라클레스의 뿔을 붙잡은 바알의 몸이 질량을 동반한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듯 밀린다.

“오로지 힘만으로 이런 짓을 가능하게 하다니이!! 너! 너! 너! 너!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어! 진짜 마음에 들어!!! 하하핫!!!”

첫 만남은 물론이고 방금까지의 일은 모두 잊었는지, 무척이나 즐겁다는 듯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린 바알은 헤라클레스의 뿔을 잡고 있던 양손의 깍지를 낀 뒤 어깨의 힘만으로 헤라클레스의 고개를 아래로 떨군다.

“이젠 내려가자아아?”

동시에 지면에 발이 닿은 바알이 발을 땅에 박아넣자 엄청난 굉음과 모래 먼지가 발생하며 개발 현장에 엄청난 크레이터를 남기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옷──!!!!”

“끼햐하하하! 재미있어어어! 재미있어어어!!!”

그야말로 누구의 광기가 더욱 짖느냐의 전투. 바알의 브레이크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일까, 헤라클레스의 속도가 점차 줄어들며 어느새 멈춰 서게 되었다.

그렇다고 바알에게 공격이 통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양손은 물론 양발의 피부는 사실상 너덜너덜한 상태가 되어 고통을 어떻게 참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으니까.

“많이 아팠으니까아……. 이번엔 내가 공격할게에?”

그대로 오른손을 위로 번쩍 든 바알이 망치질을 하듯 주먹을 굳게 쥐고 헤라클레스의 머리 갑피를 있는 힘껏 후려친다.

구우우우웅───────!!!

마치 거대한 종을 통나무로 후려치는 것처럼 주변에 울리는 거대한 소리.

어떠한 공격도 스스럼없이 막아내던 헤라클레스였지만, 이번 공격의 충격은 꽤 컸는지 몸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너도 역시 생명체구나아?”

자신의 공격이 먹혔음을 알고는 입가를 가리며 쿡쿡 웃음을 터뜨리는 바알. 그 모습에 휘청거리던 헤라클레스는 땅에 자신의 발을 박아넣으며 눈앞의 바알을 향해 외친다.

“눈도 깜짝 안 한다!!!”

오로지 기개와 정신력 그리고 체력만으로 바알의 일격을 버텨낸 헤라클레스가 몸을 굽히며 단거리 달리기의 스타팅 자세를 취한다.

“우오오…….”

헤라클레스의 가슴이 부풀며 동시에, 이미 금이 갔던 갑피들의 사이가 벌어짐과 동시에 근육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엔 또 무슨 재미있느─── 어라아? 여기느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는 바알.

그녀는 어째서 자신이 바닥에 누워있었는지와 눈앞에 벌어진 풍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앞에 움푹 파여있는 땅과 원래라면 존재했어야 할 산이 사라진 광경.

“아아.”

알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난 바알은 자신의 앞에서 거친 숨을 내뱉고 있는 헤라클레스를 바라보며 히죽 웃어 보였다.

“나, 기절했었구나아아아?”

바알은 헤라클레스의 상태, 그리고 본인의 생체리듬을 파악하여 기절한 것은 5초 남짓이었음을 깨달았다.

“내가아 마지막으로 기절했던 것인 언제였더라아아아…….”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댄 바알은 과거의 일을 회상한다.

자신이 정말 위험하다 진심으로 느꼈던 적은 언제였던가.

그저 숫자에 불과하던 좌(?)에 불만을 가지던 악마들이 반기를 들어 무력으로 좌가 뒤바뀌었을 때? 1이라는 숫자를 차지하기 위해 수천의 악마들을 도륙했을 때?

“아니야 아니야아…… 가장 최근에 기절했던 것은…….”

뿌득.

바알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난다.

“그레고리 조오온스…… 그 망할 새끼한테였어어…….”

과거, 1좌의 자리를 쟁취하여 마계 제일의 악마로서 군림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악마로 태어났을 때부터 제1좌에 오를 때까지 당연하다고만 여기고 있던 사실.

어째서 마계의 지하는 [마계지하공사]의 허가 없이는 개발할 수 없다는 걸까.

이제는 자신이 마계의 일인자나 다름없는데, 허가 없이 개발해도 되는 거 아닐까?

지하의 마왕? 좌에 속하지 않은 악마? 그런 전설은 모두 허구의 것이 아니던가!

그렇게, 자신의 힘과 권력을 이용해 개발을 진행하던 바알은 어느 날 처음 보는 벌레형 악마를 보게 된다.

‘그대가 바알이로군.’

흉측하기 그지없는 모습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힘든 미성. 허나, 그 몸에서 피어오르는 힘과 분위기는 한창 힘에 취해있던 바알의 심장을 뜨겁게 달궈놓기 충분했다.

결과적으로는, 처음 보는 괴상한 기술들과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인생 첫 패배라는 경험과 기절을 경험하게 되었지만.

“그 망할 새끼 때문에에에! 나는! 나는! 나는!”

새까만 불꽃과 같은 오라가 바알의 몸 주변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짜증나졌어어어. 끝낼레에.”

거친 숨을 내뱉으며 힘겹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헤라클레스에게 다가가는 바알.

그녀의 발걸음은 마실이라도 나온 듯 무척이나 가벼워 보였지만 그녀가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땅이 음푹 파여 들어간다.

“널 죽이며어언. 그레고리 그 새끼도 나타나겠지이이이? 응? 그렇지이이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미소를 짓는 바알의 입 안으로 삐죽한 이빨들이 보인다.

“너, 즐거웠으니까아아아. 고통 없이 보내줄 게에에에?”

그녀의 주변으로 퍼지고 있던 불꽃이 주먹에 모이며 흉악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주군……. 주군과 함께여서 즐거웠습니다!”

눈을 부릅 감으며 마지막 자신의 유언을 남기는 헤라클레스.

본인의 전사다운 죽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을 때───

“난 힘이나 좀 빼놓고 있으라 명령했을 텐데, 네가 죽는 것은 아직 허락하지 않았다.”

하나의 벼락이 되어 바알의 주먹을 쳐낸 그레고리가 펼쳐져 있던 날개를 접으며 등장한다.

“그레고리 존스으으으으!!!”

기다리고 있던 숙적의 등장. 이번에도 자신이 마무리하기 직전 훼방을 놓은 그 행동에 잔뜩 뿔이난 바알은 곧장 몸을 회전시키며 그레고리를 향해 있는 힘껏 발차기를 후려갈겼다.

허나.

“이야기 중이지 않나. 조금은 매너라는 것을 가져라. 바알.”

자신의 다리를 들어 올려 정강이로 공격을 막아내자 그대로 뒤로 물러서며 그레고리를 살피는 바알.

한 박자 늦게, 우직하는 소리와 함께 바알에게 얻어맞은 다리가 터져나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그레고리의 다리는 순식간에 재생되고 만다.

“근처에 다른 녀석들이 대기하고 있다. 녀석들에게 가서 치료를 받도록.”

쓰러진 헤라클레스를 일으켜 세우며 이야기하는 그레고리.

“주구운…….”

그 모습에 감동받은 헤라클레스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들어가지만, 그레고리는 여전히 무관심한 얼굴로 곧장 고개를 돌리며 바알을 바라보았다.

“그러게, 왜 허락도 없이 지하를 개발하고 그러나. 이렇게 나오면 피차 귀찮아진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여전히 나를 깔보는 그 눈빛은 여전하구나아아아? 그레고리 존스!”

“하, 그럼 애송이를 깔보지, 존경하겠나?”

“이 망할 새끼가아아아…….”

“아무래도, 오늘 다시 한번 그 몸에 존경이라는 것을 심어줘야겠군.”

“웃기지마아아! 정면으로 붙으면 나한테 상대도 안되니까아아아! 부하를 시켜서 힘이나 빼놓게 시키는 주에에에에!!!”

마치 어린아이가 생떼를 쓰듯 그레고리를 향해 바알이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른다. 그러자 그 모습에 ‘코웃음을 치는 그레고리.

“네가 겪은 건 결투가 아닌 ‘응징’임을 명심해라. 바알. 나는 그저 너에게 최대한 고통을 주기 위한 방법을 택했을 뿐이다.”

“그레고리 존스으으으으!!!”

마치 자신을 깔보는 듯한 모습에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달려드는 바알.

“검은 바다.”

동시에, 그녀의 주변의 풍경이 완전히 변하게 된다.

“에?”

하늘도, 땅도, 모든 것이 검게 물든다.

킁킁. 코를 움직여 공기의 냄새를 맡은 바알은 이곳이 방금까지 자신이 서 있던 바엘이 아닌, 다른 공간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과거, 그레고리와의 전투에서 패배했을 때의 기억. 당시, 자신이 끌려왔던 장소에 대한 기억을.

“그대는 이 광경을 오랜만에 보겠군. 그리운 풍경이었지 않나?”

땅이 출렁인다. 하늘이 출렁인다. 새까만 형태의 바람마저 푸르르릇 소리를 내며 눈앞을 지나간다.

“네가 그렇게 원하던 마계의 ‘지하’. 나의 영토다. 그대가 원하는 것이 이것 아니었나? 부디 즐겁게 관광해라. 바알.”

동시에,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씹──”

울상이 된 바알의 얼굴을 비추며.

***

“미친 새낀가.”

외전을 마친 나는 눈을 비비며 화면 속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니, 바퀴로 가득한 공간으로 상대를 납치하는 기술?

나중에는 그런 끔찍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건가?

정말로…… 정말이지…….

“마음에 드는데?”

아무래도, 나도 그레고리 존스에 빙의하며 그에게 물들어 버린 걸지도 몰랐다.

[그레고리니임~ 아침이에요~ 같이 학교가실래요오오?]

띵동. 거리는 벨소리가 들려오며 인터폰에서 로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참을 게임에 집중해서 몰랐는데, 아무래도 밖은 이미 해가 뜬 모양.

“끄응……. 그래도 재미있었으니까 됐나.”

변신을 함으로써 단정한 차림으로 변한 나는 곧장 현관문으로 나서며 방긋 웃고 있는 로제의 앞으로 이동했다.

“좋은 아침이다. 로제.”

“네! 좋은 아침이에요! 그레고리님!”

이제는 아카데미에 등교하는 것이 그리도 좋은 것인지 상쾌하기 그지없는 미소로 나를 맞이하는 로제.

그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지금이 좋으면 된 거지.

“가자. 로제.”

“넵!”

오늘도 나와 로제는 오늘 하루도 아카데미가 평화롭기를 바라며 등굣길에 나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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