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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69화 (169/169)

〈 169화 〉 아카데미의 성녀 찾기 ­ 1

* * *

평화로운 등굣길을 바란지 얼마나 되었다고 일이 이렇게 된 걸까.

“……그레고리님.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일까요.”

“나도 알고 싶어 죽겠군.”

아카데미의 본교에 다다르기도 전, 여느때와 같이 등교 전 흡연장에 들른 우리는 불을 붙이기도 전에 직원에 의해 이곳. 부총장실까지 끌려오게 되었다.

덕분에 평소 루틴을 지키지 못한 로제는 잔뜩 민감해진 상황.

지금도 다리를 덜덜 떨며 눈앞의 레빈포트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냥 피우지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스승님 앞에서 담배를 피울까요…… 제가 참아야죠. 흡……!”

“정말이지, 예절이라고는 1도 없는 부총장을 만나서 네가 고생이구나. 손님을 불러놓고 자기 할 일만 하고 있다니.”

눈을 돌려 레빈포트를 바라본다.

열심히 서류를 넘기고 있던 손을 멈추고 힐끔힐끔 이쪽의 눈치를 살피는 레빈포트.

“아까도 말했다시피,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

“콜록콜록! 그레고리님. 눈앞이 흐려져요…….”

내 말의 진의를 깨닫고는 일부로 기침을 해가며 서포트하는 로제.

요즘따라 눈치가 늘었구나 싶었더니. 성장했구나. 로……응? 이거 진짜 피 아닌가?

“이 멍청아. 당장 담배를 펴라!”

“하지만 스승…….”

“스승이고 뭐고 각혈을 할 정도면 진작 말해야지!”

억지로 허벅지에 있는 파이프 홀더를 열어 로제의 입에 물린 뒤 급하게 마법을 사용하여 불을 붙힌다.

뻐끔. 뻐끔.

희미하게 뜬 눈으로 힘없이 담배를 흡입하는 로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로제의 눈이 커지기 시작한다.

“흐에엥…….”

“우리 애는 이꼴이 났는데 아직도 테이블에 앉아있군. 정말이지……드래곤들의 성격은 원래 그러한가? 악마보다도 못났군.”

계속되는 나의 공격에 결국 이마를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레빈포트.

“……그대는 언제나 내가 할 말을 없게 만드는 군. 미안하게 됐다. 지금이라도 수습하도록 하지.”

자리에서 일어서며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긴 레빈포트는 걱정스럽다는 눈으로 로제를 바라본다.

“몸은 좀 괜찮아 졌나.”

“넹? 뭐가요?”

이미 다 나았다는 듯 공중을 향해 도넛을 발사하는 로제의 모습에 레빈포트는 또 다시 한숨을 내뱉는다.

“……그래, 멀쩡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군. 그러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레빈포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들고 있던 서류를 우리 앞에 놓았다.

“유켈의 도움으로 얻어 낸 신성교단의 상황과 그들이 계획했던 작전들이다.”

그녀가 건넨 서류를 들고 읽기 시작하자 내 옆에 달라붙어 같이 읽는 로제.

“아카데미 내부에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성녀 찾기라……. 이게 유켈이 말했던 건가?”

“그래, 우리 측에서도 성녀를 찾아보려 했지만 정보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적다는 게 문제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아래 있는 거다.”

내가 읽은 내용의 아래에 적혀있는 내용.

“미리 아카데미에 침투시켜 놓은 신도들을 이용해 확보한다……? 아카데미에 신성교단의 첩자가 있다는 뜻인가?”

“그래, 아직까지 제국과 대부분의 대륙에서는 천상교를 믿고 있으니 그들 중 신성교단의 끄나풀이 섞여있다 해도 이상하진 않겠지. 그렇기에, 너희 역시 유켈과 함께 다른 이들보다도 빨리 성녀를 확보해줬으면 하는 거다.”

즉, 일을 의뢰하겠다는 거군.

“공짜로 부탁하는 건 아닐텐데.”

“물론, 그에 맞는 보상은 준비해놨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푸른빛의 보석으로 보이는 물건을 우리 앞에 내려 놓았다.

“이건……?”

“헤츨링 시절의 내 비늘이다. 하나에 딱 한 번,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모든 부탁을 들어주고 있지.”

즉, 자신을 한 번에 한 해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란 뜻이었다.

“드래곤을 부려먹을 수 있는 기회라. 나쁘지 않군. 로제,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어…… 부총장님의 힘이라면 나중에라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까요? 저는 찬성이에요! 성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러면 이 부탁은 받는 거로 하지.”

그렇게 레빈포트의 비늘을 받아든 나는 로제에게 그것을 넘겼다. 하지만 고개를 저으며 손을 뒤로 빼는 로제.

“……제가 가지고 있으면 잃어버릴 것 같아요. 그레고리님이 가지고 계셔 주세요.”

“……그럴 수도 있겠군.”

내가 가지고 있는 거로 하자.

“용건은 이게 끝인가?”

“그래, 이 정도만 전달했으면 충분하겠지. 망할 총장놈이 저번 너희가 황궁에서 있었던 일로 지원금을 타러 간 덕분에 내 일만 잔뜩 늘어나서 말이다.”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레빈포트.

“너희도 슬슬 수업을 들으러 가보도록.”

그때, 로제가 황급히 레빈포트의 옷깃을 붙잡아 세운다.

“저…… 부총장님!”

“음? 뭐지?”

“1교시 끝날 때 까지만 있으면 안 될까요?”

“…뭐?”

“1교시는…… 수학이란 말이에요. 부탁도 받아드렸는데, 이 정도는 괜찮죠?”

“……마음대로 해라.”

“아싸~”

수학을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에 두 주먹을 불끈 쥐는 로제. 그 모습에 레빈포트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젓지만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음, 수학 빼는 건 인정이지.

***

“로제! 어디 갔다 온 거예요?”

1교시가 끝난 뒤 교실로 돌아온 우리는 미리 반에서 기다리고 있던 프리실라를 만날 수 있었다.

“프리실라아~”

프리실라를 발견함과 동시에 그녀의 가슴팍에 안기는 로제.

“보고 싶었어요오~”

“아니, 평소처럼 흡연장에서 만나려고 했는데, 대체 어디 갔던 거예요? 그것보다, 입가에 그건 뭐에요?! 피에요?”

프리실라의 말을 듣고 입가를 살피니 제대로 닦이지 않은 피가 굳어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아. 이거요? 별 거 아니에요~ 부총장님 호출을 듣고 갔다가 어디 부딪혔나봐요!”

“칠칠치 못하게…….”

어린애의 입가를 닦아주듯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 프리실라는 상냥한 손짓으로 로제의 입가를 닦아낸다.

“자, 됐어요. 로제는 아직 소문이 그리 좋지 않으니까. 입가에 피 같은 걸 묻히고 다니면 소문이 더 안좋아 진다구요.”

“네엥…….”

고개를 끄덕이는 로제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는 프리실라.

“그런데, 부총장께 갔었다구요? 이번엔 또 왜요? 뭐 사고 쳤어요?”

“사, 사고라니요! 저는 사고 같은 거 안치거든요?!”

“……그건 아니지.”

“……그건 아니죠.”

오랜만에 나와 프리실라의 의견이 동일했다.

“이씽!”

자기를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 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는 로제.

“농담이에요. 너무 화내지 말구요. 왜 부총장실에 갔는 지는…… 여기서 말하기 조금 곤란한 내용이려나요?”

그렇게 말하며 힐끔 나를 바라보는 프리실라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너에게라면 오히려 들어달라고 부탁을 하고 싶을 정도군. 우리만으로는 힘들어서 말이다.”

“으음……. 그런 건가요.”

그러자 납득했다는 듯 본인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프리실라.

“그런거라면 또 제 전문이니까요. 믿고 맡겨주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점심 시간에 하도록 할까요?”

“그러도록 하지. 그나저나 로제……. 언제까지 볼을 부풀리고 있을 생각이냐.”

이미 얼굴이 시뻘게진 채 아직까지도 볼을 빵빵하게 유지하고 있는 로제. 얼마나 버티고 있던 것인지 새하얗던 얼굴은 조금씩 붉게 물들고 있었다.

“흐엑…….”

결국 볼 부풀리기를 포기하고 숨을 내뱉는 로제.

“또 놀리면 진짜 삐질 거예요!”

단호히 선언하는 로제의 모습에 프리실라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물론이에요. 그러면 우리 조금 있다가 만나요?”

그렇게 반을 떠나는 프리실라.

성녀를 찾아야 하는 입장으로 프리실라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뭐, 그렇다고 부탁을 거절할 아이는 아니었지만.

“그레고리님! 2교시 수업 들으시나요?”

자기 자리에 앉은 로제가 발을 흔들며 내게 묻는다.

눈빛으로 보아서는 나 역시 같이 들어주길 바라는 모양. 하지만, 레빈포트에게 부탁을 받은 입장으로서 수업을 들어가며 시간을 소비할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나는 우리를 도와 줄 다른 사람들을 찾으러 가보마.”

“다른 사람들이요?”

“그래.”

무척이나 다행스럽게도, 아카데미 생활을 열심히 한 덕에 인맥만큼은 상당했으니까.

“……그레고리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아! 그래도, 점심시간에는 돌아 오시는 거죠?”

“그래, 식당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헤헤.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로제와 인사를 마치고 교실 밖으로 나온 나는 머릿속으로 지금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학생회의 회장인 스칼렛. 그녀라면 적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 터. 그녀라면 분명, 아직까지도 학생회실에 있을 것이 분명했기에 1순위로 두었다.

그 다음은 데킬라나 마르바스와 같이 아카데미에 있는 아이들인가.

“요즘따라 쉴 시간이 없는 것 같군.”

항상 일을 해야하는 내 자신의 처지에 한탄을 하며, 나와 같이 일거리에 치여 사는 스칼렛을 향해 한 발 한 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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