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7화 : 한 번의 결투와 이어지는 대전(?戰) (2)
* * *
근데 검술 사범님이 무투회에 참가하다니 좀 의외다.
“아니, 의외는 아닌가?”
“혼자 뭘 중얼대는 거냐? 얼른 검이나 뽑아.”
검술 사범님은 먼저 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사범님이 언제 달려들지 모른다.
나는 잔뜩 긴장한 채 사범님을 주시했다.
“……”
“……”
어라? 안 움직이네?
나야 애초에 먼저 덤빌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사범님이 안 움직이는 건 의외다.
아니, 어쩌면 이렇게 긴장을 풀게 한 다음, 갑자기 파박! 하고 달려들 생각인지도 몰라!
그런 허술한 전략에 넘어갈 수는 없지.
나는 다시 눈에 힘을 주고 사범님을 지켜보았다.
“……”
“……”
……관객석에서 하나 둘 하품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때, 사범님이 한숨을 쉬면서 자세를 풀었다.
“……나 참, 해 넘어가겠네. 카엘, 쓸데없이 관찰하지 말고 덤벼.”
“예?”
이것도 계략인가?
하지만 사범님은 검을 지팡이 삼아 짚고 있다.
상대를 방심시키는 계략이라 해도 너무 위험이 큰데.
진짜 그냥 말 거는 건가?
사범님은 손을 내저으며 여유로운 웃음을 지었다.
“메린에게 훈련받았다며? 성과가 있는지 시험해주마. 녀석이 네 실력을 사나흘만에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궁금하거든.”
“예? 왜요?”
나는 사범님에게 검을 배운 적이 없다.
사범님의 사범님, 즉 전대 검술 사범님에게 배웠지.
그것도 어릴 때 의무교육기간인 일 년 딱 채우고 끝이었다.
그러니 나는 사범님의 제자가 아니다.
제자도 아닌데 내 실력을 시험해주겠다니, 별 이상한 이야기를 다 듣네.
아, 그건가? 직업병이라는 거?
내가 책을 볼 때마다 ‘이 두께면 필사하는 데에 일주일 걸리겠네’ 라는 생각부터 하는 거랑 비슷한 건가?
“메린의 교습 실력이 좋다면, 그 녀석의 장래길이 하나 더 열리지 않겠냐?”
“……”
사범님의 얼굴은 어딘지 씁쓸해 보였다.
역시 사범님은 메린을 아끼고 있구나.
아끼는 것도 당연하다.
메린은 사범님이 그 자리를 물려받았을 때부터 맡은 제자이니까.
게다가 그 녀석의 검 다루는 재능은 이 마을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검사로서는 복잡한 마음이 들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사범님에게 메린은 자랑스러운, 가장 아끼는 제자인 것이다.
그런 애제자가 검을 빼앗기고 안방마님으로 전락할 판이다.
분명 사범님은 촌장님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날, 술집의 술통들을 혼자 다 비워 댔을 것이다.
“음, 메린은 자경단에 들어가고 싶다던데요.”
“그러냐……? ……뭐, 내가 상관할 건 아니지. 아무튼 이제 그만 떠들고 시작하자고.”
사범님이 다시 자세를 잡고 서서 나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눈에서 무언가 뿜어져 나오는 것도 아닌데, 절로 내 다리가 움찔거렸다.
사범님이 나를 향해 겨눈 칼끝이 햇빛에 반짝였다.
벌써부터 칼날이 내 목에 대어진 것 같은, 그런 섬찟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아, 참고로 우리 마을 무투회에선 절대로 다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머리가 깨지거나 팔이 날아다니는 유혈 대잔치도 없고, 뼈가 부러지지도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무슨 역대 촌장들에게만 전해지는 비밀이라도 되는 건지, 원.
대신 여러 낭설이 떠돌고 있다.
참가자들이 끼는 완장에 보호 마법이 걸려 있다, 대회장 전체에 특별한 마법이 걸려 있다 등등…….
개인적으로는 ‘무투회장’ 자체에 보호 마법이 걸려 있다는 설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 무투회 중에, 칼날이 자루에서 빠져선 관객석으로 날아가 어느 관객을 직격했는데, 그 관객이 아무 상처도 없이 그냥 기절만 했다는 소문이 있다.
다들 그냥 운 좋게 빗나갔던 거라고 결론내렸는데, 뭘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그 소문은 사실이다.
어떻게 아느냐?
내가 그 더럽게 운 없는 관객이었으니까!
아무튼, 아무리 날을 바짝 세운 검에 베이더라도 죽거나 불구가 되진 않는다.
전투망치에 머리를 맞고, 철퇴로 옆구리를 맞더라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장기가 손상되지도 않는다. 많이 다쳐봐야 멍이 생기거나 팔이 빠지는 것 정도?
그래서 피 보는 걸 좋아하는 미친놈들 빼곤, 귀중한 동료를 잃을 걱정 없이 마음껏 싸울 수 있다며 다들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싫다.
검술 훈련을 하는 것도 싫지만, 이렇게 무투회에 참가하는 건 더 싫었다.
“왜?”
어느 날, 내 푸념을 들은 메린이 물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를 향해, 나는 있는 힘껏 진지한 표정을 지어 대답했었다.
“아프잖아.”
죽거나 불구가 안 되면 뭐해, 그 고통은 다 느끼는데!
자, 전투망치가 얼굴을 가격한다고 하자.
물론 내 머리뼈와 얼굴뼈는 무사하다.
피 한 방울도 흐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은 그대로 느낀다.
솔직히 여태까지 그 고통에 심장이 멎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게 신기하다니까.
아니, 진짜로.
“……윽.”
……나를 향한 칼날과 살기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다.
그냥 기권할까?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잖아?
자, 칼 들어.
……문득 메린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대련을 앞두고 인생 끝났다고 절규하는 나를 향해, 그녀는 말했었다.
기세에서 밀리면 안 돼. 그나마 있던 승기(??)도 없어지니까.
어차피 질 건데 그게 뭔 소용이야.
대꾸하는 나를 향해,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넌 생각이 글러먹었어. 야, 그냥 질 게 아니라 나한테 한 방이라도 먹일 생각을 해야지!
그날 어땠던가?
당연히 신나게 얻어 맞았지.
그것뿐이었나?
아니, 두 번 정도 녀석이 흠칫 놀라며 물러났다.
녀석이 제법이라며 헤실거리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 나는 어차피 진다.
그러나 꼴사납게 벌벌 떤 채로 져서는 안 된다.
그건 나뿐 아니라 나를 가르친 메린도 욕먹이는 짓이다.
심호흡을 했다.
마음이 차분해지며, 뻣뻣하게 굳었던 어깨가 적당히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덤벼!”
사범님의 고함을 신호로, 나는 함성을 지르며 땅을 박차고 내달렸다.
사범님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 같았다.
“이야아앗!”
앞으로 튀어나가 검을 휘둘렀다.
휘두른 건 좋은데, 내 생각보다도 더 몸이 틀어졌다.
……맞다, 이거 목검이 아니라 철검이지!
사범님의 팔이 움직였다.
칼날이 날아오나 싶어 몸을 사렸는데, 정작 내 가슴을 때린 건 검 손잡이였다.
“……너 검 안 잡아 봤냐?”
“……”
시선을 피했다.
그러고보니 나,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칼은 면도칼이랑 식칼밖에 안 잡아봤구나.
하, 하하하……
하아아아아………….
맞은편을 보니 사범님도 나랑 똑같이 한숨을 쉬고 있다.
“나 참. 메린 녀석, 고생깨나 했겠구만. 여기가 훈련장이라면 교육 좀 해주겠는데, 대전장이라서 그건 안 되겠다.”
사범님의 손 안에서 검이 춤을 추었다.
“아니 오히려 더 잘됐나? 바깥 몬스터나 도적이 네 사정 봐주진 않을 거 아냐. 그렇다고 전력을 내면 내가 시험할 수 없고. 그러니,”
마치 바람을 타듯 우아하게 움직이던 칼날이 나를 향했다.
검술 사범님, 아니, 우리 마을에서 두번째로 강한 검사인 티치 플린이 나를 향해 매서운 시선을 던지며 검을 겨누었다.
“……죽일 작정으로 덤벼라. 적당히 상대해주마!”
“……”
이건 시험이다. 나와 메린, 둘 다 평가를 받는 거다.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뛰어들었다.
메린과 대련할 때 들었던 말을 머릿속에 되새겼다.
싸움의 기본은 세 가지야. 하나, 공격은 짧고 빠르게.
“흐읍!”
처음 때보다 작은 폭으로 검을 휘둘렀다.
당연히 막히다 못해, 칼날이 옆으로 흘러버렸다.
자연히 몸이 기울어졌다.
둘, 끝까지 눈을 떼지 말고.
내 멱살을 붙잡으려는 손을 어깨로 쳐서 막았다.
그러나, 그 뒤에 날아온 무릎은 막지 못했다.
“컥!”
배에 뜨거운 통증이 작렬하며 숨이 막혔다.
격통 때문에 눈앞이 부옇게 흐려졌다.
하지만 정신을 놓으면 안 돼.지금은 안 돼.
끝까지, 봐야 해!
사범님은 반 발짝 물러나서 가로로 베었다.
“크으으윽!”
이를 악물고 팔을 움직였다.
챙!
칼날을 쳐낸 반동에 몸이 뒤로 물러나며 자세가 흐트러졌다.
사범님이 곧장 내 품을 파고들려고 몸을 낮추어 뛰어왔다.
키도 큰 만큼 거리는 금방 좁혀졌다.
마지막으로,
“틈을, 노린다!”
반동에 몸을 맡겨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가로로 크게 베었다.
귀를 울리는 쇳소리가 들리며 사범님이 뒤로 물러났다.
윽, 역시 막히는구나.
내 나름 최선이었는데!
그래도 거리가 좀 벌어졌으니 이 틈에 숨이라고 고를……
“임마, 쉬면 안 되지!”
……틈도 안 주고 바로 공격이 들어왔다!
이 아저씨, 적당히 상대한다더니 완전 전력을 내고 있잖아?!
날 속였어!
정신없이 막고, 검을 휘두르고, 피하고, 땅을 구르고 다시 일어서서 덤볐다.
내 횡베기를 흘리며 찔러 들어오는 검을 가까스로 쳐내기도 하고, 밑에서 올려치는 척하다 어깨를 노리기도 했다.
돌진하는 사범님에게 발차기를 날리기도 하고, 품을 파고들려 시도하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고,
“승자! 티치 플린!”
땅에 처박히며 패배했다.
……아니, 보통 이럴 땐 용사의 잠재적인 어떤 힘 같은 게 깨어나서 이기고 그러지 않냐?
신이시여, 제 말이 틀립니까? 예?
아니, 용사로 골라 놓고 왜 그런 것도 안 해줘요?
“후우…… 좋아! 수고했다, 카엘!”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서, 사범님이 숨을 가쁘게 쉬며 굉장히 흡족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메린도 그렇고 사범님도 그렇고, 전혀 이해를 못한다니까.
진 시점에 그런 소릴 들어도 전혀 기쁘지 않다고…….
나는 눈을 감고 의식을 놓아버렸다.
사방에서 환호성이 들린다.
용사님, 용사님, 하고 외치며 마을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물론 그 환호성은 나를 향한 게 아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껏 받으며, 메린이 환히 웃는 얼굴로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녀올게!”
그녀가 마을 외벽을 나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그래, 이게 맞는 거지.
나는 조금은 씁쓸한 마음을 달래며 뒤로 돌아섰다.
“……!”
불꽃이다. 사방이 어느새 불바다가 되어 있다.
왠지 모르게, 나는 이 붉은 화염이 세상만물을 다 삼켜버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저 앞에, 성이 불타고 있었다.
왕성이다. 실제로는 한 번도 본적 없는데, 어째서인지 나는 그게 왕성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황급히 뛰어들어가니, 국왕이 옥좌에 축 늘어져 앉아 있다.
근데, 목이 없다.
인간이니까 당연히 목이 있어야 숨을 쉬고, 말을 할 텐데.
어디 간 걸까?
뎅구르르.
무언가 굴러오더니 내 발에 부딪혀 멈추었다.
내려다보지 않아도 안다.목이구나.
계속해서 데굴데굴 굴러왔다.
이건 왕비의 목, 저건 왕자, 나머지는……
누구 거야?
응? 메린.
드래곤을 없앤 영웅님이 왜 그리 많은 목을 굴리고 있냐?
왜?
“받은 대로…….”
왜 모두 불태우는 거냐?
왜 모두, 죽이는 거야?
“……돌려줄 뿐이야.”
왜 내가, 너를 죽여야 되는 거야?
몸이 멋대로 움직인다.
어느새 나는 검, 그것도 빛나는 검을 쥐고 있다.
빛 때문에 어떻게 생긴 검인지 보이지 않지만, 나는 그게 성검이란 걸 알고 있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격전 끝에, 내 공격을 맞고 쓰러진 메린이 중얼거렸다.
“너 역시, 되갚아야지.”
맞아.
네가 다 없앴으니까, 내가 대신 그 원한을 갚아야해.
너를 처단해야 해.
하지만, 난……!
메린이 내 팔을 붙잡았다.
내 검 끝을 자신의 목에 겨누며, 그녀는 엷게 웃었다.
팔이 움직인다.
칼이, 멈추지 않는다.
안 돼!
안 돼애애!!
“……!”
눈앞에, 천막 천이, 펼쳐져 있다.
가슴이 마구 요동치고, 숨이 거칠다.
온 몸이 축축하다.
꿈이었나……?
그 불꽃에, 시체에, 그리고……!
“우윽, 콜록콜록! 케헥!”
숨이 잘, 안 쉬어져……!
“카엘? 어머! 진정해, 진정!”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며, 낯익은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무투회 때마다 치료도우미를 맡는 밀렌 누나다.
……그럼 역시, 그건 전부 꿈이었구나.
그걸 인식한 순간, 긴장이 확 풀어졌다.
“후…….”
“진정됐니? 꿈이라도 꿨어?”
“예에…… 좀…….”
"무슨 꿈?"
……뭐였더라?
엄청나게 끔찍한 꿈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 안 나니? 뭐, 꿈이 다 그렇지. 대전이 무척 힘들었나보구나? 후후, 이제 끝났으니까 푹 쉬어.”
밀렌 누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내 시야에서 멀어졌다.
저 누나가 있는 걸 보니, 나는 지금 의식을 잃은 대전자가 오는 치료실용 천막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여길 왜 왔지, 근데.
아, 맞다. 나 무투회 참가해서 사범님에게 조각조각 썰렸지?
어쩐지 온 몸이 욱신욱신거린다 했어.
그래도 무투회의 특수효과 덕분에 목숨이 붙어 있다. 어디 피가 나는 느낌도 없고.
……근데 그런 것 치고는 통증이 좀 센 걸?
그리고 팔다리가왜 이리뻣뻣하지?
나는 나름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개를 들어서 내 몸을 훑어보았다.
“……아니, 왜?”
왜 또 붕대말이 상태야?
무투회 특수효과, 무적의 보호 마법 어디 갔어?!
마침 지나가는 밀렌 누나를 황급히 불러 세웠다.
내 꼴이 왜 이 모양이냐고 따져 묻는 내게, 누나는 친절히 대답했다.
“너 온몸이 멍투성이야. 팔도 빠졌었고.”
“……”
앞서 말한 것처럼, 무투회의 가장 심한 부상은 멍과 탈골이다.
그리고 나는 그 두 종류 부상을 한 몸에 입었다.
즉, 무투회 기준으론 죽기 일보 직전 상태인 것이다!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상에 누워 있는 사람 중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붕대로 칭칭 감은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다.
왜 또 나만 이래?
뭔가 억울해!
엄청 억울해!!
“아, 맞다. 너네 아버지가 미리 보내준 도시락이 있는데, 먹을래?”
“와, 마침 배가 고프…… 잠깐, 미리 보냈다고요?”
그 말인즉슨, 아버지는 내가 첫 판에 바로 지고 여기로 실려올 거라 예상했다는 것이다.
정말 쓸데없이 예리하다.
그보다 이렇게 아들에게 기대를 갖지 않다니.
친아버지 맞아?
…………
그간의 내 행적이 머릿속을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친아버지 맞는 것 같다.
“근데 팔이 이래서 못 먹을 것 같은데…….”
팔이 빠진 건 도로 끼웠을 것이다.
그러나 멍 때문에 아프기도 하고, 붕대로 둘둘 감겨서 잘 움직일 수가 없다.
밥을 먹는 건 포기해야겠구만.
한숨을 쉬는 나를 향해, 밀렌 누나가 생긋 웃었다.
“걱정 마. 내가 먹여줄게.”
뭐, 밀렌 누나가?!
치료사 아저씨 대신 종종 내 상처에 약을 발라주던 그 고운 손으로 직접 밥을 떠먹여 주신다고?
이런 행운이!신나게 얻어터진 보람이 있긴 있구나!
다른 녀석들이 들으면 날 엄청나게 부러워하겠지?
어쩌면 이걸 계기로 누나와 더 가까워질지도 몰라!
그러다가, 그러다가……!
“야, 카엘! 살아 있냐!”
…………
우렁찬 함성 소리가 천막 안에 울려 퍼졌다.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젠 현실세계 뿐 아니라 환상도 부수는 그녀, 메린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