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23화 : 수문장 아닌 수문장 (2)
* * *
뱀 주인은 넋을 잃은 얼굴로 처참하게 널부러진 자신의 애완동물을 보고 있었다.
구역질 때문에 자세히 못 봤는데, 왠지 뱀 대가리가 저 놈을 향하고 있던 것 같다.
즉, 저 놈은 지금 애완동물의 죽은 얼굴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이……”
놈은 두 눈 가득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마치 부모의 원수를 보는 듯한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았다.
“이 악마 같은 놈들! 감히 내 귀여운 서펀트를! 절대 용서 못해애애애!”
놈의 울부짖음이 구체화된 것처럼 사방에서 마구 바람이 휘몰아치고,호숫물이 거세게 일렁이며 물보라를 일으켰다.
거센 바람과 물 소리에 뒤섞여, 비통에 젖은 오열이 들렸다.
“……”
어째 우리가 악당 같다?
나 참, 이게 바로 적반하장이지.
먼저 사람을 뱀 먹이로 던졌으면서 누구 보고 악마 같은 놈이라는 거야?
물론 메린 녀석이 쓸데없이 뱀을 반쪽을 내고 곤죽을 만들긴 했지만, 아무튼 이건 정당방위라고.
메린이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 속삭였다.
“야, 우리가 나쁜 거냐?”
“아니, 네가 나빠. 악.”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다.
뒤통수가 좀 많이 아프긴 해도 왠지 뿌듯한걸?
그런 우리를 신기한 듯이 보던 로나가 또 두 눈을 반짝였다.
“……적을 앞에 두고서도 농담을 하시는 이 여유로움! 네, 그렇고 말고요! 사냥할 때 지나친 긴장은 금물인 걸요! 역시 카엘 님, 기본을 아시는군요!”
“어어, 응…… 고마워…….”
……전혀 그런 의도는 없었는데 말야.
잠깐. 다르게 생각해보자.
정말로 내가 무의식적으로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지도 모르잖아?
즉, 나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내 무의식은 노련한 전사 그 자체인 거다!
‘집중해, 멍청아.’
……마음속 나 자신에게 혼나고 말았다.
그래, 지금은 이런 한가로운 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나는 다시 놈을 보았다.
그동안 놈은 공중에 떠서 팔을 휘적거리고 있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며 아까 놈이 소환한 흙인간들을 먼지로 흩어버렸다.
흙먼지 섞인 바람 때문에 눈이 따가워서, 안 그래도 눈 뜨고 있기 힘든 걸 더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카엘 님, 저기!”
로나가 저 앞의 바닥을 가리켰다.
놈이 팔을 휘적이는 대로 흙바닥에 붉은 색 선이 그려지고 있다.
둥근 원 안에 직사각형 하나. 그리고 이제 막, 두번째 직사각형이 완성되었다.
저게 무엇인지는 명백하다.
"마법진!"
팔을 휘적거리던 게 저거 때문이었구나!
놈이 양 손가락 끝을 맞대고, 크게 외쳤다.
“나의 목소리에 응답하라, 대지의 정령이여! 그대의 강인한 팔을 휘두르라! 모든 것은 흙으로 돌아갈지니!”
바람이 멈추었다.
아니, 흙먼지를 한껏 품은 바람이 저 마법진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땅이 울리면서 갈라지고,
일어났다.
정말 말 그대로, 두 팔을 짚으며 땅이 일어났다!
쿠르르르르르……
흙이 단단히 뭉쳐 바위처럼 굳은 거대한 덩어리들이, 두 팔과 다리를 쭉 뻗으며 포효했다.
두 팔을 쿵, 쿵 마주치며 공기를 진동시켰다.
근처를 지나가던 새가 바로 떨어져버릴 만큼 강한 진동이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그것을 올려다보았다.
아아, 알고 있다.
나는 이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인간 따위 병아리마냥 뽀득 짜부라뜨릴 수 있는 저 움직이는 흙덩어리는 바로……!
“골렘이다아아아!”
나도 모르게 힘껏 소리쳐버렸다.
골렘.
무기물이 형체를 이루어, 생명력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을 가리킨다.
쉽게 말해 움직이는 인형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쉽게 말하면’이지, 엄연히 인형과는 다른 존재이다.
일단 골렘은 더럽게 크고, 눈코입이 안 보인다. 입이 없는데도 포효를 지르는 희한한 놈이다.
무엇보다 큰 차이점은, 골렘에는 술자의 능력에 따라 특성이 추가된다는 것이다.
부술 때마다 그대로 증식하거나, 몸을 조각내서 파편 공격을 한다든가 등등.
일단 내가 책에서 읽은 내용은 여기까지다.
그 다음은 페이지가 찢겨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장의 제목이대처법이었다.
어떤 놈인지 몰라도 길 가다가 넘어져라!
크오오오오……!
골렘이 그 커다란 팔을 들어올려 우리를 향해 내리쳤다.
“으아아아!”
거의 넘어지다시피 굴러서 겨우 피했다.
“후하하하! 그래! 짓눌러버려! 서펀트의 원수를 갚는 거다!”
저 놈은 내가 반드시 내 손으로 한 방 먹여준다!
젠장, 그걸 위해서라도 이 골렘을 먼저 어떻게 해야 되는데……!
흙이 단단히 뭉친 거니까 분명 칼은 통하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로나의 철퇴가 가장 유효한 무기일 텐데, 만약 저 골렘 특성이 '증식'이라면……
떨어져 나오는 부스러기들이 뭉쳐서 또 한 마리의 골렘이 탄생할 거다.
망할! 그렇다고 공격을 아예 안 할 수도 없다. 공격해보지 않으면 특성을 알아낼 수 없다.
근데 공격해보고 싶어도, 저 놈의 공격을 피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돌겠네, 진짜.
이거 어떡해야 되지?
“이쪽이다, 멍청한 돌멩이!”
메린이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뛰더니, 바닥에서 돌멩이를 주워 힘껏 던졌다.
돌멩이가 골렘의 머리를 툭 치고 땅으로 떨어졌다.
저 녀석, 시선을 끌 셈인가?
하지만 저 정도로 골렘이 움직일 것 같진 않은데!
역시, 골렘은 메린은 안중에도 없이 또 다시 나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가까스로 몸을 숙여 머리가 뭉개지는 걸 피했다.
“망할! 진짜 이걸 어떡해야 되지?”
언제까지나 피할 순 없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젠장, 책 찢어 먹은 그 새끼 저주나 먹어라!
골렘이 또 다시 팔을 들어올렸다.
“이쪽이라니까, 흙덩이 새꺄!”
파사삭!
골렘의 팔이 공중에서 박살이 나버렸다! 메린을 보니, 그녀의 손엔 슬링 끈이 들려져 있었다.
뭐어, 슬링이 그냥 돌팔매질보다 세긴 하지. 그렇긴…… 하지…….
쿠구구구궁
메린의 슬링을 맞고 쪼개진 파편들이 다시 뭉쳐 골렘의 팔이 되었다.
저게 저 놈의 특성이구나.
“복구…… 으엑…….”
……더럽게 귀찮은 특성이었다.
골렘은 메린을 제일 큰 위협으로 인식했는지 바로 그녀를 향해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좀 어이가 없긴 해도, 어쨌든 메린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
이 틈에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되는데…….
“젠장, 난 마법에 대해선 잘 모르는데……!”
아냐아냐아냐, 생각해낼 수 있어.생각해내야 돼.
분명 방법이 있을 거라고!
내 유일한 자랑거리가 뭐냐?
책을 많이 읽었다는 거잖아!
아버지 직업 특성상 우리 집에는 책이 많다.
심심할 때마다 그걸 하나씩 읽다 보니 집에 있는 책은 거진 다 읽었다.
또 내가 직접 다른 책을 필사하면서 자연히 보게 된 책들도 있다.
그렇게 자연히 쌓인 지식들.
즉, 잡지식이 바로 내 힘 아닌가.
달리 마법을 아는 사람이 없는 지금이야말로 내 잡지식이 활약할 때인데……!
젠장, 그 골렘 책만 무사했더라면!
“……음?”
잠깐, 저 골렘, 마법으로 만들어진 거잖아?
그리고 저기 공중에 떠 있는 사람이 제작자이고.
놈의 두 손에 여전히 어떤 붉은 기운이 일렁이고 있는 걸 보면, 저 놈이 계속 저러고 있어야 골렘이 움직이는 것 같다.
그럼 그냥 저 놈을 쓰러뜨리면 없어지지 않을까?
마침 저 놈은 지금 골렘에 한눈이 팔려서, 나와 로나는 안중에도 없다.
제대로 된 정보를 물어봐야 하니까 살려두어야 한다.
그러면서 다른 수작을 부리지 못하도록 완전히 제압해야 한다.
마침 여기 사제님도 있겠다, 다소 거친 방법을 써도 상관없겠지!
“로나, 치유 기도 말인데, 얼만큼 다친 것까지 바로 낫게 할 수 있는 거야?”
“글쎄요…… 아, 뼈가 부숴진 건 저도 확실히 고칠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 사제들이 둔기를 쓰는 거거든요!”
……그래서 막 휘두르고 으깨고 하는 거였구나!
알고 싶지 않은 지식이 늘었다!
아무튼 뼈를 고칠 수 있다면, 문제의 반은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남은 건……
“그럼 마법 보호막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있어?”
“아니요. 그건 보호나 해석 보직이 발휘하는 권능이에요.”
윽.
그럼 그냥 시도해야 되나?
하지만 냅다 공격했다가 보호막에 막히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질 텐데.
고민에 빠진 나를 향해, 로나가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대신, 저는부술 수 있어요!”
“……”
부수는 거에 특화되어 있구만.
아무튼 로나의 말에 의하면, 사제는 무기에 신의 축복을 빌어서 특별한 힘을 부여할 수 있다고 한다.
얼만큼 강한 축복을 비느냐에 따라 마법을 무력화하는 걸 넘어, 악마조차도 대적할 수 있게 된다나 뭐라나.
이건 보직에 상관없이, 사제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하는 능력이라는 듯했다.
나는 그녀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돌멩이에도 걸 수 있어?”
“돌멩이요? 네, 가능은 해요. 아, 저 사람한테 던지시려고요? 으음……약할 것 같은데…….”
로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녀를 향해 싱긋 웃고, 적당한 돌멩이를 주워서 그녀에게 건넸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나를 믿어!”
윽.
말해놓고 보니 되게 낯간지럽네, 이거.
하지만 로나의 감성엔 대만족인지, 그녀는 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
로나가 돌멩이를 두 손으로 감싸고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말소리는 워낙 작아서 들리지 않지만, 이내 돌멩이가 은은하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리라.”
기도를 마친 로나가 천천히 눈을 떴다.
여전히 돌멩이는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여기요, 카엘 님!”
“고마워.”
돌려받은 돌멩이는 약간 따뜻했다.
마치 돌멩이 자체가 열을 내고 있는 것 같다.
축복이 담겨서 그런가?
어쨌든 돌멩이를 슬링 끈에 걸었다.
조준에 너무 시간을 끌면 눈치챌 수도 있으니, 끈을 돌리자마자 바로 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성급하게 쏘았다간 나도 모르게 급소를 때려버릴 수도 있다.
가슴팍이라든가, 머리라든가……
침착하게, 굉장히 아프면서도 바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곳을 노려야 한다.
……그럼 하나밖에 없지!
“어깨다!”
휘이익!
축복받은 돌멩이가 놈을 향해 날아가면서 무언가 빛나는 막 같은 것이 깨지는 게 보였다.
돌멩이는 속도를 잃지 않고 쭉 날아가, 놈의 어깨에 콱 박혔다.
“끄아아아악!”
놈이 비명을 지르며 공중에서 떨어졌다.
나는 곧바로 놈을 향해 뛰어갔고, 로나도 내 뒤를 따라왔다.
"기절시키시는 거죠?"
"맞아!"
"네! 맡겨주세요!"
……응?
부탁도 안 했는데 로나가 쏜살같이 나를 앞질러 뛰어갔다.
"아."
저 앞에, 쓰러진 놈의 앞에 선 로나가 철퇴를 들어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거리가 좀 있어서 잘은 안 보이지만, 나는 놈의 눈동자가 공포에 휩싸여 바들바들 떨고 있으리라 확신했다.
"잠시만 쉬고 계세요~!"
느긋한 목소리와 함께, 그녀가 팔을 움직였다.
콰직!
“……”
가까이 가서 조심조심 놈을 살펴보았다.
음, 좀 거품을 물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기절로 끝났다.
대신 어깨가 완전히 묵사발이 됐지만.
하하, 사람 어깨가 저렇게 납작했던가?
……이거 진짜 낫는 거겠지?!
어쨌든 조종자가 정신을 잃었으니, 골렘도 자연히 사라지……
“……지 않았잖아?! 왜?!”
골렘은 여전히 메린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마구 내려치는 골렘의 팔을, 메린은 폴짝폴짝 뛰면서 손쉽게 피하고 있다.
아직은 체력에 여유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조금만 실수해도 바로 묵사발이 날 것이다.
조종하는 사람의 의식을 날려버리면 될 줄 알았는데, 이게 아니었나?
다른 방법을 또 찾아야 되는 건가?
하지만 아무리 골렘을 뚫어져라 쳐다봐도 별다른 방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초조해졌다.
메린이 골렘의 팔 위에 올라가 있다가, 골렘이 다른 팔을 휘두르자 폴짝 뛰어 피했다.
그 탓에 골렘은 자신의 팔을 거세게 내리쳐버렸다.
“……음?”
무언가, 내 눈을 사로잡은 게 있었다.
……왠지 깨진 것 같다?
골렘이 자신의 팔을 때릴 때 파편이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어, 설마?
나는 메린을 향해 외쳤다.
“메린! 슬링으로 한 번만 더 팔을 부숴봐!”
“돌멩이 없어!”
하나 주울 여유도 없는 모양이다.
으으, 내 힘으론 쏴봤자 흠집도 안 날 텐데.
“근데 부숴도 소용없어! 여러 번 해봤는데!”
부수더라도, 다시 복구된다.
그게 이 골렘이 가진 특성이다.
……그래. 지금 가장 가까이에서 골렘을 상대하고 있는 건 메린이다.
그 당사자가 지금 ‘여러 번 시도했는데 소용없다’고 하고 있다.
정말 내 생각대로 골렘이 부숴지고 있다면, 저 녀석이 그걸 못 알아챌 리가 없잖아.
내가 잘못 본 게 아닐까?
“카엘 님.”
로나가 옆에서 철퇴를 꼭 쥔 채 웃고 있었다.
“무언가 발견하신 거죠? 일단 시도해봐요!”
“……”
어린 사제의 두 눈동자는 굳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로나는 빙그레 웃으며 자신 있게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정 안 되면이 사람을 깨워서 진실의 의식을 치르면 되니까요. 메린 님이 지치기 전에 성공시킬 자신이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아니다, 그냥 지금 바로……”
“아니야, 괜찮아, 그건 뒤로 미루자!”
봐라, 얼마나 믿음직스러운 동료들인가?
이 방법이 통하지 않더라도, 분명 내가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거다.
몇 번이건, 힘을 다할 때까지.
그렇게 믿을 테니,
“메린! 나를 믿고, 부숴버려!”
“……알았어!”
그녀가 힘차게 대답하며, 크게 뛰며 골렘과 거리를 벌렸다.
돌멩이 주우려는구나!
그러나 이내 메린이 뽑아든 건 슬링 끈이 아니라,검이었다.
녀석은 검을 뽑더니 곧장 골렘에게 달려들었다!
내 예상을 처참하게 박살을 내버리다니 역시 훌륭하다.
어찌나 감탄스러운지 현기증이 다 났다.
“야, 임마! 검이 통하겠냐!!”
메린은 내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골렘의 팔 위로 올라가더니, 다른 쪽 팔을 향해 도약하며 검을 휘둘렀다.
저게 흙이긴 해도 지금 바위나 다름없는 경도일 텐데.
아니, 바위를 검으로 자를 수 있겠냐고!
서걱.
“……”
있었다.
골렘의 팔이 메린의 검에 깔끔하게 잘려 땅으로 우르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와! 메린 님, 굉장하시네요.”
“……그러게…….”
그렇구나.
평소의 그 무지막지한 실력도 엄청나게 힘을 아끼고 있었던 거구나, 그렇구나…….
……왜 쟤가 용사가 아닌 거야?
어쨌든 골렘의 잘린 팔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역시, 마법을 부여하는 사람이 없어져서 특성이 사라진 거야.
복구 기능이 사라진 골렘에게 남겨진 운명은 단 하나뿐이었다.
제작자가 읊던 주문처럼, 골렘은 순식간에 완전히 조각나며 도로 흙무더기로 돌아갔다.
“후우…… 힘들었다…….”
메린이 어깨를 두들기며 터덜터덜 걸어왔다.
……역시 메린은 대단하다. 이 녀석에겐 '베지 못하는 것'이 아예 없는 게 아닐까?
“고생 많았어. 너 정말 굉장하더라.”
메린은 조금 놀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이내 주홍빛 눈을 가늘게 뜨며, 빙긋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응, 고생했으니까 저 뱀 먹어도 되지? 영양가 높을 거 같은데.”
“먹지 마.”
……이 자식이 용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로나가 놈의 양 어깨에 손을 대고 치유 기도를 올렸다.
그녀의 손바닥에서 은은한 빛이 퍼져 나오며, 놈의 양 어깨가 다시 멀쩡하게 회복되었다.
“우와, 굉장한데.”
“히히, 그렇죠? 그래도 잘린 건 붙일 수 없어요. 참 아쉽죠?”
단언할 수 있다.
그거야말로 사제의 손에 고통받을 많은 사람들을 위한 신의 자비이다.
생각해봐라.
납작해진 걸 도로 펼 수 있는 것도 무서운데, 조각난 살을 다시 붙일 수 있다고?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라면 사제에게 붙잡히기 전에 바로 혀 깨물고 창조주 앞으로 도망갈 거다.
아무튼 몸이 회복됐으니 곧 깨어나겠지.
그 전에 놈의 손발을 도로 꽁꽁 묶어두었다.
“……으으……”
오, 빠른데?
놈은 눈을 끔벅거리더니, 눈앞에 선 우리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누구세요?”
“……”
굉장히 순박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