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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51화 (51/475)

〈 51화 〉 51화 : 고치가 벌어지며……

* * *

두 손이 납작해진 건 아무렇지도 않은가보다.

광인(?人) 마녀 폴레는 아파하는 기색도 없이, 바닥에 드러누운 채 낄낄거렸다.

“히히히! 의식 때까지 살아 있으면서, 허튼 짓 못하게 해야 되잖아? 그래서 약을 먹인 건데, 그게 뭐?”

“뭐가 어째?!”

“도중에 깨지도 않고, 하루에 한 번 영양제만 입에 흘려먹이면 돼. 얼마나 편해? 크히히힛! 그런 물약을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줄 알아? 나, 이 폴레밖에 못하고 말고!”

진짜 미친 마녀 아니랄까봐……!

“카엘 님!”

마녀에게 달려들려는 내 팔을 로나가 붙잡았다.

“이럴 때가 아닌 거 아시잖아요! 저 마녀는 일단 내버려둬요. 위슨 씨를 깨울 수 있는 방법이 꼭 있을 거에요!”

“뭣하면 마일린이 있잖아. 그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있겠지.”

메린도 나서서 거들고 있었다.

……그래. 두 사람 말이 맞아.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위슨은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마일린이 여기 마법 체계를 세운 거나 다름없으니, 어떻게 해주겠지.

그 사람이 바깥 마녀들과 싸우다 죽을 리도 없을 거고.

심호흡으로 마음을 안정시켰다.

후우, 됐다.

“……하마터면 미친 소리에 어울릴 뻔했네. 자식을 제물로 바치려는 여자 말을 들으면 안 되지, 암.”

“…………잖아.”

땅 속을 울리는 듯한 어조로, 폴레가 무어라 중얼거렸다.

로나가 얼른 가자는 듯이 내 팔을 끌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뭐?”

“너네 때문이잖아!!”

유리창이 흔들리는 거 아닌가 싶을 만큼 크고 새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거렸다.

폴레는 바닥에 누운 채, 고개만 우리에게 쳐들고 있었다.

두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정말로 미친 사람의 모습 그대로 침을 마구 튀기며 외쳐댔다.

“너네 때문이야! 이게 다 너네 때문이라고!! 그렇게 애썼는데, 그렇게 숨겨왔는데! 네 녀석들이 여기 온 탓에 들켰어! 너 때문에 들켰다고, 개뼈다귀 새끼야아아아!!

“그게 왜 내 탓이야!! 애초에 댁이, 윽……! 그런 걸 숨긴 게 잘못이잖아!”

……젠장, 너무 열이 올랐어.

하마터면 저 미친 마녀가 위슨을 납치했었다고 말할 뻔했잖아.

우리 중에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나와……메린 쟤도 알고 있나?

아무튼 최대 둘뿐이다.

어디 조용한 곳에서 조심스럽게 얘기해도 모자랄 판에,

게다가 당사자도 지금 의식불명 상태인데 그런 얘기를 막 꺼낼 순 없지.아무렴.

그런데 옆에 있던 메린이 입을 열었다.

앗, 설마.

“그래, 맞아! 애초에 댁이 얘를 밖에서, 으읍?!”

“조용히 있어, 임마!”

역시 그때 위슨 이야기도 같이 봤었구나,이 눈치 없는 자식!

……다행히 내가 재빨리 녀석의 입을 틀어막은 덕분에 말이 다 끝나지 않고 붕 떴다.

그렇지만 아직 안심할 순 없다. 제발 넘어가라……!

넘어가, 로나!

“밖에서…… 뭐요?”

젠장!

그럼 그렇지, 역시 바로 물어버렸어!

돌겠네, 이걸 어떻게 넘기지?

무언가 암시하거나 미심쩍은 말을 덥썩덥썩 무는 걸 보듯이, 로나는 눈치가 꽤 빠르다.

게다가 그 자칭 ‘거짓말 탐지능력’도 있지.

어쭙잖게 둘러대다간 오히려 날 더 추궁할지도 몰라!

“바, 밖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위슨은 이 섬이 아니라 섬 바깥에서 태어났거든!”

“아~”

별 거 아닌 이야기였다는 표정으로 그녀가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넘어갔다!

넘겼어, 내가 얘를 넘겼다고!

아무튼거짓말을 안 하면어느 정도 승산이 있구나!

“그렇구나~……근데 왜 카엘 님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요……?”

어림도 없었다.

나는 그녀의 두 눈, 엄밀히 따지면 그녀가 들고 있는 철퇴에서 눈을 돌리며 겨우겨우 말을 짜냈다.

“……지금 상황이 상황이잖아. 그래서, 음, 예민한 게 아닐까……?”

“흐음~”

보지 마.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

지금은 말 못해. 진짜 못한다고!

얼른 이 자릴 뜨는 게 낫겠다.

“아, 아무튼 위슨은 우리가 데려간다! 댁은 여기 조용히 처박혀 있어!”

“아아, 아아아아아!”

목에서 피를 토해내려는 것처럼, 폴레가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아, 제발 좀.

“내 딸 두고 가, 이 파렴치한 새끼들아아!! 생리도 안 온 애를 데려가서 노리개 삼으려는 거냐?! 미친 소아성애자 개자식들!!”

“뭔 소릴 지껄이는 거야, 미쳤어?!”

아, 미쳤지, 참!

그래도 우리의 명예를 위해, 저건 반드시 정정시켜야 한다!

나 역시 버럭버럭 고함을 지르며 맞받아쳤다.

“그 말 당장 취소해, 미친 마녀야!애초에 얘는 딸이 아니라 아들이잖아!”

“닥쳐, 닥쳐, 닥쳐, 그 입 닥쳐!! 난 아들 없어! 아들 같은 거 없어!! 위슨은 내 딸이야! 내 딸! 내 새끼!내 새끼가 되었어야 하는 애란 말야!”

폴레는 팔꿈치로 벽까지 기어가, 벽을 등지며 일어섰다.

일어서긴 했지만, 그녀의 주 무기는 마법이 아닌 약병이다.

두 손을 쓸 수 없는 이상, 큰 위협은 되지 못할 것이다.

광인 마녀는 두 눈을 시뻘겋게 물들인 채 고함쳤다.

“그 애는 내 딸이 되었어야 하는 애야! 그래서 데려온 건데! 그래서 다 죽여버렸는데! 근데 사내라니? 사내 새끼라니?! 어째서 사내 새끼냐고!

그래서 숨겼는데! 매일매일매일매일 가슴 졸이면서 숨겼는데……!

근데 지 어미의 고생도 모르고 울기나 하고! 시끄럽게 빽빽거리기나 하고! 그래서태워버렸는데.저주했는데! 근데 왜, 왜 아직도 우는 거야? 왜 아직도 들리는 거야?!”

………………뭐?

지금 저 여자……

뭐라고……?

­­왜 말을 못하는 거야? 다쳤어?

그때, 메린이 그렇게 물었을 때 뭐라고 했던가.

위슨의 어깨에 앉아 있던 파랑새가, 뭐라고 했었지?

어렸을 때부터 이랬다,

다른 마녀도 원인을 모른다더라,

­­폴레는 저주받아서 그렇다고 하고 있지만.

저주.

맞아, 저주 때문에 말을 못한다고 했었어.

위슨이 말을 못하는 이유를, 섬의 다른 마녀들은 모르는데 폴레만은 알고 있었어.

그리고…… 맞아. 정령들.

이 숲에서 고대부터 살아오며 쭉 지켜보고 있던 정령들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어제 위슨을 부탁하면서 그랬었잖아.

­­……마녀가 아기의 목소리를 영원히 빼앗았음을.

그 이야기에 나온 마녀가 누구였냐?

매부리코 마녀……

폴레의 이야기였잖아……!

“설마.”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머릿속엔 이미 퍼즐이 다 맞춰지고, 답이 명확하게 나와 있다.

하지만 내 입은, 내 마음은……

그 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방 안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커다란 창 너머에 온통 시꺼먼 구름이 낀 탓이다.

바깥의 마녀가 폭풍을 불러온 건지, 이따금 구름 속이 번쩍거렸다.

“……당신이었군요.”

진실을 거부하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로나가 조용히 쐐기를 박았다.

그녀는 얼굴에 아무 감정도 떠올리지 않은 채, 금빛 기운이 서린 눈동자를 부릅뜨고 있었다.

“폴레, 당신이 위슨의 목소리를……!”

“히, 히히히히! 크히히히, 히헤헤헤헷!!”

콰르르릉!

천둥번개 소리를 반주 삼아, 폴레는 마치 노래를 부르듯이 몸을 흔들며 마구 웃어젖혔다.

“그래! 내가 태워버렸어! 프헤헤헤헤헤,내가 약을 먹여서 태웠다고! 자꾸 우니까 어쩔 수 없었어. 근데 약을 먹이는데 더 시끄럽게 울잖아! 조용히 안 하면 들키는데!!

그래서목에 대고 저주했지. 영원히, 영원히 벙어리가 되라고! 히헤헤헷, 그랬더니 조용해졌어. 아주아주, 정말 훌륭히 조용해졌단다? 크히히히히!”

몸이 떨렸다.

머리가 인지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거부하듯이 숨이 차올랐다.

고향을 없애고, 친부모를 없앤 것도 모자라서……

아예 목소리를 빼앗아?

그러면서 뻔뻔하게 어머니 행세를 했다고……?!

“……미쳤어. 당신은 정말 미쳤어……!”

“미친 건 내가 아냐! 날 버린 그 놈이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복을 지 발로 뻥 차버린 놈이 미친 거지!! 히히, 히히히히!

그래서 결국 죽었잖아. 멍청한 놈. 여자도 볼 줄 모르는 바보 같은 놈! 그딴 잡년을 고르니까 그 꼴이 나지……!”

실실 웃으며, 폴레는 천천히 오른팔을 들었다.

뭉개진 손의 통증 따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듯이, 고통에 의한 본능적인 움츠림도 없이 매끄럽게 움직였다.

“내 딸, 못 데려가. ……수장님이 말씀하셨어. 이 의식을 치르면, 위슨은위대한 존재가 된다고. 히히, 히히히! 내 새끼가, 내 딸이! 위대한 마녀가 될 거라고!”

콰직, 폴레가 제 팔을 덥썩 깨물었다.

마치 짐승이 깨문 것처럼, 팔에 깊은 상처가 나며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입술에 묻은 피를 핥으며, 폴레가 두 눈을 희번덕거렸다.

마치 검을 뽑은 전사처럼, 피가 흐르는 오른팔을 아래로 힘차게 내렸다.

“……!”

붉은빛 손이 생겨나 있었다.

뭉개진 손을 완전히 덮고 있는 게, 꼭 두꺼운 장갑을 끼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손이 생겼으니, 또 물약병을 던져 댈 거다.

그 전에 제압해야 돼!

주륵.

어라? 등에 업고 있던 위슨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안 떨어지게 제대로 붙잡고 있었는데……?

꼭 스스로 내려온 것처럼……

……스스로?

설마.

“……이런.”

뒤를 돌아보자, 위슨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호흡은 불안정하고, 몸도 파들파들 떨리고 있다.

설마 내가 느꼈던 몸의 떨림은, 내 거가 아니라……

위슨은 파들파들 떨리는 몸을 가까스로 추스르며 일어섰다.

얼굴이 완전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괜찮아?

폴레의 해독제 없이도 깨어나다니, 역시 그건 거짓말이었구나.

무리하면 안 돼.

쉬고 있어.

……여러 상투적인 말이 입 안을 떠돌았다.

하지만 떠돌기만 할 뿐, 감히 내 입 바깥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내 머리가 허락하지 않고 있으니까.

내 머릿속엔, 단 한 가지 의문만이 떠돌고 있었으니까.

대체 위슨은, 어디부터 듣고 있었던 건가?

“위슨 씨,”

“……”

무어라 말하려는 로나에게 힘없이 손을 올려 제지하고, 위슨은 한 걸음, 한 걸음, 비틀대면서도 확실히 나아갔다.

경악에 싸인 얼굴로 자신을 보는 폴레를 향해, 창백한 시선을 쏘았다.

파랑새는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글자로 이루어진 형태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었다.

[정말이에요?]

“너, 너 어떻게…… 어떻게 깨어난 거냐?! 해독제도 없이, 어떻게……!”

[내가 어머니 친자식이 아니에요? 어머니가 날 아기 때 납치한 거에요? 어머니가…… 어머니가……! 나, 내 목을, 내 말소리를, 막아버렸어요?]

……다 들었구나.

왠지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위슨의 머리 위에 있는 건 그냥 글자일 뿐이다.

아무 소리도 담기지 않은 단순한 글자.

하지만 부들부들 떠는 위슨의 머리 위로, 한 단어, 한 글자씩 떠오르는 게……

꼭, 저 아이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폴레는 그것을 보고 있지 않았다.

연신 고개를 젓고, 가끔 벽에 뒤통수를 박으면서 중얼거릴 뿐이었다.

“말도 안 돼, 내, 내 배합은 완벽했는데. 조제법도 완벽했는데, 어째서, 어째서 실패한 거야, 어째서!”

짜르르르르릉!!

“으악!”

방울 수십 개가 한꺼번에 울리는 듯한 소리였다!

깜짝이야! 귀 아파!

폴레가 위슨을 마주보자, 그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한 소음이 뚝 그쳤다.

멍한 눈으로 위슨을 보던 폴레는, 그대로 아무 표정 변화도 없이, 입을 열고 딱 한 마디 말했다.

“맞아.”

“……!”

“맞다고. 히히…… 사실이라니까? 전부.”

조용하게 내뱉은 한 마디인데.

……소년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버렸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 위슨이 띄우던 글자들이 부숴지고, 망가지는 소리다.

저건 위슨이 자신의 속마음을, 띄우고 싶은 말을 보여주는 장치다.

그게 그냥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처참하게 망가져버린 거다.

그게 좋은 현상일 리가 없다.

“위슨!”

바닥에 무너져 내린 위슨에게 다가갔다.

그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손끝이, 두 어깨가, 둥글게 말린 등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떨고 있었다.

“위슨, 정신 차려! 진정해! 진정하기 어려운 건 알지만 그래도 진정해!”

그러나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위슨은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흔들며, 바닥에 엎드린 채 떨었다.

그의 머리가 닿은 바닥에 물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윽.”

눈물이다.

위슨은 오열하고 있다.

목놓아 우는 게 오열인데, 세상 떠나가라 울어 젖혀야 하는 건데.

빌어먹을, 위슨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고 있다.

충격을, 설움을, 배신감을, 소리로 흘려보내지 못하고 있다.

“………………후. ……위슨. 미안, 그래도 진정,”

“카엘 님, 위험해요! 물러나세요!!”

로나가 날카롭게 외치는 소리가 들리며,무언가 강한 힘이 내 몸을 뒤로 당겼다.

그대로 중심을 잃고 쓰러져서, 굳센 힘에 붙잡힌 채 바닥을 굴렀다.

귓속이 울릴 정도로 큰 파열음이 들렸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 부러지는 소리, 둔탁한 소리가 마구 뒤섞여 울렸다.

어으, 귀 울려…….

“카엘 님, 메린 님, 괜찮으세요?!”

“어.”

“아야야…… 나도 괜찮아. 아니, 임마, 갑자기 왜…………허?”

옆을 보는 순간, 아연했다.

그래. 귓속이 울릴 정도로 큰 파열음이 들렸었지.

그야 바로 옆에서 뭐가 터졌으니까, 내 귀가 울리는 게 당연하지.

“세상에.”

바닥이 패여 있었다.

이 방의 바닥은 나무 속으로 되어 있긴 해도 꽤 단단한 편이다.

폴레의 폭발약이 몇 번이나 터져도, 로나의 철퇴가 몇 번을 찍어도 그냥 좀 흠집만 나고 말 정도였는데.

근데 그 단단한 바닥이 움푹 패여 있다.

만약 메린이 날 구하지 않았다면…….

“……”

온 몸이 가루가 되는 상상에, 저절로 몸이 움찔거렸다.

이 가공할 위력의 발원지를 찾듯이, 나는천천히 바닥의 패인 자국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먼저 보인 건, 커다란 창 밑에 주저앉아 있는 마녀였다.

미친 마녀 역시 방금 일어난 충격에 당한 건지, 벽을 등지고 앉은 채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쪽, 전혀 패이지 않아 작은 둔덕 꼭대기가 된 곳에 그가 있었다.

소리 없이 오열하던 그 자세 그대로, 위슨이 바닥에 웅크리듯이 엎드려 있었다.

“……!”

엎드린 소년의 몸에 어떤 기운이 일렁이고 있다.

마녀들이 마법을 쓸 때 보였던, 그런 종류의 기운이다!

“위슨!”

여전히 반응이 없다.

소리가 안 들리는 것도 아닐 텐데……!

정신이라도 잃었나?!

위슨에게 가까이 가려 했지만, 로나가 내 팔을 굳게 붙잡았다.

“안 돼요, 카엘 님! 너무 위험해요! 잘은 모르지만, 지금 위슨 씨에게 가까이 가면 안 돼요! 아까처럼 주변을 날려버릴 거에요!”

“윽……!”

무턱대고 가까이 갔다간 아까 같은 충격파가 날아온다는 소리 아니야.

직통으로 맞으면 뼈도 못 추리고 그대로 끝장일 텐데.

돌겠네, 진짜!

어떡해야 되지?!

그렇다고 저 앨 저대로 둘 수도 없고……!

“사랑하는 자여.”

……별안간, 웅웅 울리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이 목소린…….”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이다.

목소리 주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어제 실컷 들은 덕분에 단박에 그 주인의 정체를 떠올릴 수 있었다.

색색의 꽃과 나비가 밤의 장막 아래에서 춤을 추던, 그 꽃밭에서 들었던 목소리.

수천 년을 살아온 숲의 목소리.

“정령……?”

어린 소년의 평생을 지키리라 맹세했던, 정령의 목소리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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