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 66화 : 오해는 빨리 풀수록 좋지 (2)
* * *
구출단을 자칭하는 도적단처럼 보이는 무장집단의 대장, 클라크 펜허스트 백작은 곰과 같은 남자였다.
사냥감을 손쉽게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숲을 지배하는 한 마리의 곰.
눈매는 매섭지, 두툼한 철갑옷을 입은 것도 있어서 덩치도 엄청나게 크지, 그야말로 딱 곰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매서운 눈매가 지금, 나를 똑바로 향하고 있었다.
별반 적의는 느껴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할 수도 없는 분위기였다.
“……시작하기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다.”
낮고 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말씀하시죠.”
“2:2 대담이라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그렇다.
지금 나는 이 곰 같은 사람과 대담하러 나와 있다.
커다란 천막을 펴서 햇빛을 막은,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자리에,
무장집단의 대장인 클라크 펜허스트 백작과,
평범하고 선량한 시골 청년 A인 카엘 에스트렐이,
각각 동행 한 명을 데리고 대담하러 나온 것이다.
이 자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좀 힘들었다.
마티아스의 생존을 확인한 백작이 먼저 대담을 제안했고, 나는 고심 끝에 2:1로 하자고 권했는데 거절당하고 말았다.
미친놈아, 그딴 제안을 누가 받아들이냐! 너 사실 평화적으로 해결할 생각 없지?!
라고, 포로에게 말도 안 되는 중상모략을 당했다.
아니, 솔직히 대담이 꼭 잘 끝난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근데 나 혼자 갔다가는 제대로 탈출 못할 수도 있잖아!
……대담이라는 건 말이다. 그런 안전까지 다 보장하는 조건으로 하는 거란다. 그러니 그딴 개풀 뜯어먹는 소리는 그만하렴.
어딘지 안쓰러운 눈으로 말해준 마티아스의 성의를 봐서, 더더욱 고심한 끝에 눈 딱 감고 1:1로 나가보려고 했는데,
너 미쳤냐, 뭘 믿고 그 자리에 혼자 나가?! 절대 안 돼!
라며 내 옆에 있는 녀석이 굉장히 험악한 얼굴로 말렸다.
녀석은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거기 나가면 내 손에 죽는다’고 똑똑히 말하고 있었다.
아니, 진짜 눈에서 살기가 느껴졌다고!
……그 고난 끝에 마련된 것이 바로 이 2:2 대담인 것이다.
“……분명 동행자는 각자 한 명씩이라 합의한 듯한데.”
“예. 그래서 저나 경이나 한 사람씩 데려왔지 않습니까? 왜 그러시죠?”
백작은 내 대답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그가 바라보는 자리엔,
“??”
로나가 빙긋 웃는 얼굴을 지은 채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사제님이 계시는데?”
아아, 난 또.
나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개의치 마십시오. 그저 대담의 진위여부를 판독하기 위함입니다.”
“……그럼 저 자는?”
이번에 그가 시선을 돌린 곳엔 손발이 꽁꽁 묶여 있는 포로, 마티아스가 굉장히 멍한 표정으로 누워 있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별 개의치 마십시오. 별 것 아닌 기념선물입니다.”
“기념선물?”
“이 대담을 기념하기 위한 선물입니다. 대담 후에 들고 돌아가십시오.”
어째 마티아스의 얼굴이 구겨졌지만, 백작 앞이라 그런지 입을 다문 채 부들부들거리기만 했다.
백작은 그런 마티아스를 잠시 안쓰러운 눈으로 본 후,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어떤 결과로 마치든 마티아스를 풀어주겠다는 것인가?”
“예. 저희에겐 그저 포로 중 하나일 뿐이지만, 경께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대담을 제안해주시고, 제 요청을 수락해주신 답례입니다.”
솔직히 병력은 백작 쪽이 훨씬 위다.
아무리 메린이나 로나가 일당백의 실력을 가진다 해도, 수십 명의 병사를 상대로 손쉽게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저 둘의 발목을 잡을 테니까.
물론 우리에겐 인질이 있긴 하지만, 그런 거어쩔 수 없는 희생으로 치부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먼저 한 발 물러나준 것이다.
그러니 나도 그에 답해야지.
그게 맞는 도리일 테니까.
……그나저나 이 백작님, 저 종자님을 꽤 아끼나 보네.
우리가 애들을 데리고 있는 걸 알면서도 정면공격을 하려고 했으면서, 마티아스가 살아 있다는 걸 알자마자 그 태도가 싹 바뀌었으니 말야.
“……그대는 어지간히 신중한 성품인가보군? 2:2 대담을 청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소. 아니면, 내 약조가 그리 미덥지 않던가?”
백작은 내 2:1 대담을 거절하면서, ‘대담의 결과가 어찌 되든, 돌아가기까지의 내 무사를 보증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말과 함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해 마십시오. 저는 경을 믿습니다만, 제 동행이 걱정이 심해서 이리 된 것입니다.”
그 동행은 당연히, 내 옆에 있는 메린 녀석이다.
1:1은 절대 안 된다며 으르렁거리던 그녀는, 2:2 대담이 합의되자마자 나를 따라가겠다며 나섰다.
그리고 이 자리에 나온 지금, 녀석은 상당히 싸늘한 눈초리로 맞은편을 쏘아보고 있다.
……저러다 눈에서 뭐 나가는 거 아냐?
“……지금도 꽤나 염려하나보군. 아가씨, 나는 내 이름과 명예를 걸고 이 자리에 나왔소. 내 스스로 먹칠할 일은 없을 테니 부디 안심하시오.”
“명예? 하, 칼이 오가는 자리에서 그딴 게 무슨 소용이라고.”
“이 년이 감히!”
으악!
백작의 동행인이 곧바로 성을 내며 검을 뽑으려 들었다!
젠장, 안 돼, 어떻게 만든 대담 자리인데!
나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메린, 멈춰!!”
“……”
멈추긴 했다.
그녀의 대거가 청년의 검집에 폭 박힌 후에.
청년의 얼굴은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은 채 파랗게 질려 있었다.
아마 내 얼굴도 지금 저런 색깔이지 않을까?
남의 검집을 뚫어버린 채, 매섭게 쏘아보고 있는 메린에게 다급히 말했다.
“칼 치워, 메린!”
“……”
“얼른!”
청년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그녀는 대거를 다시 집어넣고 앉았다.
청년은 여전히 엉거주춤한 자세로 얼어 있었다.
다행히 손톱 하나도 깎여나가지 않았다.
검집은……
……저렴한 거였으면 좋겠다.
쓸데없이 가보, 뭐 이런 건 아니겠지?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꼿꼿이 앉아 있던 백작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네놈, 나를 능멸하는 것이냐?”
“아.”
그의 굵직한 목소리엔 확연히 분노가 서려 있었다.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이 한층 더 구겨져 있다.
이런 얼굴이 나를 향한다면, 순식간에 거품 물고 기절할 자신 있는데.
그러나 다행히, 이번에 그 분노는 나를 향한 게 아니었다.
백작은 구멍 난 검집을 보며 아연해 있는 동행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 이 자리에, 내 이름과 명예를 걸었다고 했을 터!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런 추태를 부리다니, 필시 나를 모욕하기 위함이렷다!!”
“다, 당치 않습니다, 클라크 경! 저는 그저……”
“듣기 싫다! 명색이 부관이라는 놈이 이리 경거망동을 해?! 어리석은 놈! 더 이 자리를 더럽히지 말고 썩 꺼지거라!!”
“허, 허나, 경……!”
백작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청년의 목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 갔다.
거리가 약간 멀어지자, 그대로 청년을 자신의 병사들 쪽으로 집어 던져버렸다.
“으아악!”
청년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가 땅에 떨어져 바닥을 몇 번 굴러갔다.
그는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기운이 빠졌는지 그만 축 늘어지고 말았다.
……아무리 가죽갑옷만 걸쳐 입고 있다고 해도, 청년의 체격도 큰 편이었는데.
무지막지한 힘이다.
그보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 탓에, 내가그때 느꼈던 감각들이 되살아나버렸다.
귀를 시끄럽게 울리던 바람소리, 바짝 말라가던 입 안, 몸이 강력한 힘에 이끌려 떨어지던 그 느낌……
다른 병사들이 그를 짊어지고 가는 것까지 본 후에야, 백작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실례했소. 음? 어째 얼굴빛이 안 좋은 듯한데, 괜찮소?”
“아, 예, 아, 괘, 괜찮습니다. 아무, 아무것도 아닙니다.”
으윽, 빌어먹을 과거의 기억아, 지금 괜히 지랄하지 말고 물러가 있어라!
근데 어쩔 수 없잖아, 과거라고 해도 채 한 달도 안 지났는걸!
심호흡심호흡심호흡심호흡……
…………좋아, 좀 가라앉았다.
“……크흠, 그, 다른 사람이 함께하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되었소. 마티아스 역시 내 보조이니.”
오, 이 젊은 양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중요한 위치였구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뭐, 누가 옆자리에 앉든 별 상관없지.
마티아스를 백작 쪽으로 좀더 굴려주었다.
당연히 손발을 풀어주진 않았다.
바닥에 드러누운 채, 마티아스가 굉장히 건조한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네 대답은 대강 짐작이 가는데, 일단 물어본다. 이제 내가 경의 동행인인데, 왜 안 풀어주는 거냐?”
“동행인이기 전에 포로니까.”
“그래…… 그럴 거 같았다…….”
이제 완전히 체념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이제 슬슬 대담을 시작해야 한다.
나는 입을 열었다.
“……제가 이 자리를 수락한 것은 단 하나, 오해를 풀기 위함입니다. 클라크 경, 저희는 도적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오?”
“그저 지나가던 나그네일 뿐입니다.”
“나그네라. 나그네가 어찌 내 부하들을 습격한단 말이오?”
나는 이 마을에 오기까지의 경위를 쭉 이야기했다.
내 이야기를 듣는 내내, 백작은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중간에 목 막혀서 사레 들리지 않은 나, 칭찬해!
내가 이야기를 마치자,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묵직하고 진득한 침묵이 얼마간 이어진 후, 그의 매서운 눈초리가 다시 나를 향했다.
“그것이 전부 사실이라면, 어찌하여 포로들을 해방하지 않는 거요?”
“경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뭐라?”
“송구합니다만, 클라크 경, 지금은 귀족조차 그 검을 외적이 아닌 내부의 민중을 향해 겨누는 시대입니다. 저희는 경께서 귀히 여기시는 펜허스트의 이름의 무게도, 그 명예의 높이도 모릅니다.
경께서 여기 오신 것이, 저 불한당들과는 다른, 또다른 도적, 어쩌면 다른 귀족분들의 악한 계획 때문일지 누가 알겠습니까?”
우리 일행 중에 이 사람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그러니 펜허스트 백작이라는 이름과 지위는, 우리에겐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다.
나는 말을 이었다.
“세간에는 아이를 사고파는 작자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경께서 그 일에 전혀 연루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크윽! 네 이놈!! 감히 그 따위 망발을 지껄이느냐! 네놈의 좁아터진 식견으로 경을 의심해?!”
목에 핏대를 잔뜩 세우고 노기를 내뿜는 마티아스는 가만히 무시해주었다.
망발이고 나발이고, 나는 지금 엄청 진심이다.
이 백작님의 대답에 따라, 이 자리를 엎어버리는 것도 각오하고 있다.
나나 메린이나, 이 자리를 엎어서 잃어버릴 만한 건 목숨밖에 없다.
명예?
평민이 뭔 명예야, 그딴 거 없어!
백작의 눈초리는 더 매서워져 있었다.
그는 불쾌감을 전혀 숨기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이 자리가 아니라면 당장에 그 목을 칠 모욕이긴 하나, 일리 있군.
그래, 증거를 원한다 했소? 물론 가지고 있지. 허나 내 막사에 있어서 지금 여기서 보여줄 수는 없소. 어디, 함께 갈 것이오?”
“싫은데요.”
“큭큭, 그렇겠지.”
백작은 가볍게 웃은 후, 팔짱을 끼고 턱을 매만졌다.
“그럼 이를 어찌해야 할꼬? 나는 그대를 믿소이다. 허나 그대는 나를 의심하고 있지. 내가 지금 줄 수 있는 건 말뿐인데, 그것으로는 불충분할 터.”
“사제님이 계시니 말뿐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저희를 믿으신다고요?”
응? 이렇게 쉽게 믿는다고?
사람 쉽게 믿을 것 같은 인상은 아닌데.
“당연히 믿고 말고. 인간된 자가 어찌 용사를 믿지 않을 수 있겠소?”
“……”
…………
……………………허?
“어…… 그…… 예?”
“왜 그리 놀라시오? 그대의 이름은 카엘 에스트렐. 맞지 않소?”
“마, 맞긴 한데요.”
어라? 어라라라?
내 이름은 아직 말 안 했는데?!
어떻게 안 거지?!
무심코 마티아스를 보니,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얼굴로 나를 보며 입을 달싹이고 있었다.
“용사……? 저딴 미친놈이…… 용사라고……?”
“……”
아니, 내가 지한테 뭘 어쨌다고?
허 참, 웃기네.
마티아스를 데굴데굴 굴려버리고 싶은 욕망을 참고, 나는 어째서인지 피식 웃고 있는 백작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제가 용사인 걸 어떻게…….”
“선포식에서 봤으니까.”
“선포식? 뭔 선포식…… 아, 아아. 성에서 했던 그거요?”
“그렇소. 거기서 그대들을 봤지.”
정작 나에겐 그 선포식의 기억이 별로 없다.
성벽을 통과한 다음부터는 긴장 때문에, 그리고 선포식 중간부터는 맥이 빠져서 별로 기억에 담아두지 않은 탓이다.
그래도 그때 성검이 빛을 내뿜는 중에, 율리아 공주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선포한 건 멋있긴 했지.
종소리가 울렸던 것도 인상 깊었고.
……근데, 그때 딱 한 번 보고 들은 걸로 얼굴이랑 이름을 외웠다고?
나나 메린이나 그렇게 인상에 팍 남는 얼굴은 아닐 텐데.
“나나 이 녀석이나 그리 특이한 얼굴이 아닐 텐데. 그걸 기억에 계속 담아두고 있었다고?”
음?
방금 나 스스로 생각한 내용을 이 녀석이 그대로 입에 담았을 뿐인데, 어째서 살짝, 아주 사알짝 울컥하는 걸까?
메린의 덤덤한 말에, 백작은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창조주의 종 앞에서 사실을 숨길 순 없지. 내 인정하리다. 에스트렐 군의 인상은 그리 깊지 않았소. 그저 이름을 외웠을 뿐.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건 아가씨, 바로 그대라오.”
“나?”
“내 비록 검을 쥐고 전장을 누비는 게 일상이나, 이래 봬도 사람을 부리는 자요. 사람…… 특히 전사를 보는 눈은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자부하고 있지.”
“……”
그럼 그렇지.
내가 뭐 인상이 얼마나 깊겠어? 하하…….
……무척 서글퍼졌다. 흑.
메린은 가만히 백작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리는 듯했다.
백작의 날카로운 눈길이 그녀를 깊게 주시하고 있었다.
“내 이제껏 많은 기사, 용병, 종자, 심지어 도적놈들도 수두룩하게 봤소. 이 눈이, 그대를 본 순간 똑똑히 고하더이다.
……그대는 보통이 아니라고. 특출이라는 말도 부족할 만큼,통상 너머에 있는 존재라고.”
“……”
“설마 이런 곳에서 그대를 다시 만날 줄은 예상치 못했기에 반신반의했으나…… 조금 전, 내 부관을 막았을 때의 움직임으로 그때 보았던 그대가 맞음을 알았소이다.
……정말이지, 나이를 먹은 것이 이리 한스럽기 그지없군. 10년만 더 젊었다면 그대에게 대결을 청했을 것을.”
어지간히 아쉬운지, 백작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여하간, 내가 용사, 그대를 기억하는 이유는 이것이오. 납득하였나?”
로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아무 말없이 빙그레 웃은 채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고, 그 때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저게 진실이라는데, 내가 달리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근데 그건 그거이고, 이 사람이 결백한지 아닌지는 다른 문제이지.
암, 그렇고 말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고 있소. 그러니 이 말을 들어주었으면 하오. 내가 아이들을 찾으러 온 것은 내 주군, 헙스트 공작의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오. 그리고 내 주군은, 어느 왕족의 사사로운 부탁을 받으셨지.”
“왕족……?”
“국왕 폐하의 여섯 번째 자녀이자, 셋째 공주.”
“……!”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설마 여기서 그 이름을 다시 듣게 될 줄은, 전혀 예상도 못했으니까.
백작은 내 반응에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현 대언자이자 최고사제인 율리아 디왈리. 그래. 이건 율리아 님의 의뢰라오.”
이번엔 내가 아연한 얼굴을 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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