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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82화 (82/475)

〈 82화 〉 80화 : 토끼풀에는 독이 있다 (1)

* * *

휘영청 달이 뜬 오후 10시, 우리는 클레어의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지점을 향해 조심스럽게 길을 걸었다.

낮에 비하면 사람이 확 줄었지만 여전히 거리는 불빛으로 밝다.

도시 어딘가에선 작은 파티가 열린 건지, 악기 연주와 웃음소리가 멀리서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그래, 지금은 오후 10시다.

바르고 착한 애들은 이미 꿈나라로 가 있어야 하는 시간이란 말이다.

“히히~”

“오, 어디서 술병 깨지는 소리 난 거 같다.”

근데 내 앞에서 가고 있는 저 둘은 왜 안 자고 따라 나오냐고.

나이 좀 먹었다고 말야, 바로 밤놀이부터 배우려고 하고 말야.

쯧쯔, 요즘 애들은…….

뭐, 놀러가는 거 아니지만.

그건 그렇고 로나는 어쨌든, 위슨까지 따라나설 줄은 정말 몰랐다.

이런 건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는, 이해가 될락말락한 이유를 내세우면서 따라가겠다며 고집을 피우길래 말렸더니……

­­로나 쟤는 되고 위슨은 안 돼? 지금 따돌리냐? 섬 뜨내기는 얌전히 집에 박혀서 물약이나 만들라는 거냐?!

너도 지금 위슨한테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나 틀어박혀 있으라는 거냐?!

­­왜 혼자 급발진이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방식으로 화를 내길래 그냥 같이 가기로 한 것이었다.

하……이거 별일 없어야 할 텐데.

가로등 불빛을 따라 광장으로 내려가자, 낮에는 휑하던 시계탑 앞이 천막으로 가득했다.

바드가 노래를 부르고 있질 않나, 또 다른 한편에선 테이블을 놓고 야바위를 하고 있질 않나……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

구경하고 싶어! 특히 저쪽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곡예단! 지금 막 사람 통나무에 묶어놓고 칼 던지려고 하는 거 같은데!

제기랄, 왜 낮에는 안 하고 밤에 하는 건데?!

“야, 어디 가냐? 저쪽이잖아.”

“……크흑.”

눈물을 머금고 애써 고개를 돌려 광장을 빠져나와,‘토끼풀 저택’으로 이어지는 골목으로 향했다.

낮에는 햇빛조차 집어삼키는 것처럼 어두웠는데, 밤이 되니까 골목을 이루는 건물들에서 새어나오는 빛 때문에 오히려 더 밝았다.

그래서 길을 가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

여전히 골목은 어두웠다. 빛이 드리워지니, 이번엔 마음속이 짓눌리는 듯한 묵직하고도 서늘한 어두움이보였다.

건물들 안쪽에서 새어나오는 저속한 웃음소리,

골목길 한쪽에 드러누워 있는 추레한 차림의 사람,

뭔지 알 수 없는 기묘한 냄새,

바닥에 주저앉은 채,

풀린 눈으로 멍하니 우리가 지나가는 걸 쳐다보는 사람……

……이게 바로‘뒷골목’이란 거겠지.

어줍잖은 호기심으로 들여다보아선 안 되는, 그런 깊은 어두움이 진득히 깔려 있었다.

되도록 시선을 주지 않으려 애썼다.

그렇게 골목길을 쭈우욱 걸어가는데, 어느 시점에 이르자 갑자기 분위기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음침하게 가라앉았던 골목길에, 사람들의 활기찬 소리가 하나, 둘 섞이기 시작한 것이다.

“오빠~ 한잔하고 가~”

“하아, 주인님, 저, 더는……! 빠, 빨리 안으로 들어오세요……!”

“흐흐흐, 좋아, 오늘도 힘껏 봉사해보라고.”

“거기 쌔끈한 언니, 돈 벌고 싶지 않아? 좋~은 일자리 소개시켜줄게!”

“안녕, 귀여운 아가씨? 아저씨랑 비밀친구 안 할래?”

……내용이 좀 많이 그래서 그렇지.

그보다 중간에 뭐야, 왜 저딴 말을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하는 거야?!

“와, 저 사람, 네 발로 걸어가요!”

“얌마, 그런 거 보지 마!”

“저 안쪽은 이미 뜨겁게 한 판 하고 있네.”

“보지 말라니까!”

……처음 들어선 골목과는 또 다른 의미로 어두웠다.

이거 생각보다 심한데.

주변을 슬쩍 보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토끼풀 저택’, 이 근방에선 꽤 유명한가보네.

그 중에는 심지어 연인들도 있었다.

다정하게 팔짱을 낀 채, 저택 어쩌고 저쩌고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다.

……무슨 취향이야, 저거.

“어머~ 귀여운 오빠!”

“아.”

거의 속옷 차림이나 다름없는 여자가 갑자기 내 팔에 들러붙었다!

“나랑 놀자아~ 내가 아~주 잘.해.줄.게!”

“돼, 됐어요!”

뿌리치고 얼마 안 걸어서, 이번엔 속옷만 입은 여자가 내 허리를 감쌌다!

아니, 어디서 튀어나오는 거야?!

“자기야앙~ 따악, 한 잔만 같이 하자앙~ 나, 외로워서 여기가 너무 추워…….”

“추우면 옷 입으세요!”

뿌리치고 또 얼마 안 걸어서, 이번엔 등에 물컹한 감촉이……

정체를 깨닫자마자 순식간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우후후, 귀여운 도련님~ 어때, 이 누나랑 좋~은 시간 보내볼래?”

끈적한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귀에 바람을……?!

“햐읏?! 사, 사양할게요!”

“어머, 얼굴 새빨개진 거 봐! 후후, 경험 없구나? 후후, 후후후후!! 누나한테 배울래? 친절~하게 꼼꼼~히 가.르.쳐.줄.게!”

“히이익, 됐다니까요?!”

왜 자칭‘누나’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끈질긴 거야?!

몇 번이나 사양해도 들러붙던‘누나’는, 앞서 가던 로나가 으르렁거린 후에야 겨우 물러났다.

“카엘 님은 인기 많네요~위슨 씨는 아무도 안 들러붙는데.”

“……”

그의 눈 속에 어딘지 복잡한 심경이 내비쳤다.

“이런 거에 인기 많아서 뭐가 좋냐? 호구 하나 물려고 달려드는 건데.”

“하긴, 네가 워낙 어벙하게 생겼어야지.”

축생에게 비웃음당했다.

깃털 달린 파란 공 주제에!

그리고 또 얼마간 걸어가는데……

이번엔 누군가 내 엉덩이를 슥 만졌다!

소름이 쫙 돌면서 뒤를 돌아보니, 근육 빵빵한 거구의 남자가……

“너 내 취향인데? 이 형님이랑 좋은 시간,”

“으아아악! 싫어요, 안 돼요, 저리 가세요!”

남자는 아니잖아, 남자는!

아무리 그래도 남자는 아니잖아!!

옆에 있는 메린을 보았다.

녀석에게도 이따금 야비하게 생긴 놈들이 가까이 가긴 가는데, 녀석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사색이 돼선 도망치고 있었다.

“……”

진짜 눈에서 뭐 뿜어져 나오나?

그렇게 끈덕지게 달라붙고 들러붙는 바람잡이들을 힘겹게 뿌리치면서, 겨우겨우 ‘토끼풀 저택’에 도착했다.

“저택이네.”

“저택이군.”

정말 이름 그대로, 커다란 저택이었다.

토끼풀 요소는 어디 있나 했는데, 저택 앞에 커다란 토끼풀을 안고 있는 여자가 그려진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저게 다인가?

“와아, 와아아!! 얼른 가요, 얼른!!”

로나가 뛸 듯이 기뻐하면서 우리를 재촉했다.

아니, 왜 저렇게 좋아하는 거야?

진짜 모르겠어.

저택 앞에는 화려한 마차와 수수한 짐마차들이 뒤섞여서 대어져 있었다.

그 입구 옆에 덩치 큰 ‘문지기’가 문 앞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모두 한 번씩 노려보고 있었다.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니었는데……

좀더 인상을 구기며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뭐냐, 늬들? 엄마가 아빠 불러 오랬냐?”

……창관이 있는 곳 애들은 그런 심부름도 하는 건가?

어쨌든 이놈 눈에는 우리도 아이로 보이는 모양이다.

“아뇨, 여기 볼일이 있어서…….”

“어엉? 일자리 구하러 왔냐?애송아, 넌 보나마나 탈락이야. 몸이 좀더 호리호리하고, 얼굴도 더 곱상하게 생겨야 팔린다고. 아니면 정반대로 근육이 빵빵하든가. 너처럼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놈은 그냥 어디 장인 밑에서 도제 생활이나 하는 게 나을 거다.

아가씨는…… 흠, 얼굴은 반반하지만…… 내가 충고하는데, 이런 데 기웃거리지 말고 그냥 여관이나 식당 알아봐. 그 편이 괜찮은 신랑감도 찾고, 노후 준비하기도 더 좋을 거야.”

“그런 거 아닌데요.”

쓸데없이 친절하다.

근데 또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라는 게 참…….

이 아저씨, 문지기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게 많은 듯하다.

“그럼, 얘네 팔려고? 사제님 차림은 좀 그런데. 뭐, 그런 거 좋아하는 변태도 있긴 하지만…… 도토리만 한 게 잠재력도 적어보이고……

이쪽은 뭐야, 사내놈이냐? 흠…… 흐으으으음…… 얼굴만 이쁘장하면 딱 우리 안주인 취향일 거 같긴 한데…….”

“아니, 그런 거 아니라니까!”

문지기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진짜 그냥 손님으로 온 거냐? 꼭 있지, 어른 딱지 붙자마자 이런 데 오는 놈들이. 젊은 놈들이 말야, 벌써부터 이런 데를 들락거리냐?

뭐, 내 알 바 아니지. 들어가봐! 소란 피우지 말고!”

끝까지 잔소리를 퍼부으며, 문지기가 옆으로 비켜섰다.

나와 메린이 지나가고, 그 다음 로나 차례가 됐을 때, 문지기의 억센 손이 그녀의 앞을 척 막아섰다.

“늬들 둘은 안 돼.”

“왜요?!”

“애들은 출입금지야. 특히 사제복은 더더욱 안 되고.”

“말도 안 돼! 그런 게 어딨어요?! 이건 불공평해!!”

“안 되면 안 되는 줄 알아!”

땅딸막한 소녀와 우락부락한 남자가 서로 말다툼을 하는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 모습을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보던 위슨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너네 둘이 갔다 와라. 영 그른 거 같다.”

“……어, 그래. 금방 다녀올게.”

로나가 문지기와 열띤 갑론을박을 벌이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 메린과 함께 잽싸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나저나……

은근히 기대되는데?

물론이용할 생각은 요만큼도 없지만, 진짜 없지만!

어쨌든 태어나서 처음으로 창관에 들어가는 거다.

그야말로 어른인 것이다!

문 안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벅차올랐다.

덕망 높은 어르신들과 교단 사제님들의 질타를 한 몸에 받는, 온갖 유해한 것들이 잔뜩 뭉쳐 있는 곳.

창관.

……근데 정작 안에 들어와보니, 그냥 평범한 여관이나 다름없었다.

테이블이 있고, 술을 마시는 손님들이 있고, 평범한 옷차림을 한 종업원이 술잔과 안주거리가 든 쟁반을 나르고 있다.

두툼한 장부와 펜이 놓여 있는 접수대도 있고.

“……”

……왠지 좀 실망스러운데.

아니, 창관이니까 뭔가 좀더…… 뭐라고 하나, 눈 똑바로 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두근두근한 광경이 보일 줄 알았는데.

토끼풀이라며?

그럼 종업원들이 토끼 차림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야?

내 기대감 물어내!

“꺄아아악!!”

갑자기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홀 안에 모인 사람들이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내, 안쪽의 문이 쾅 열리며 굉장히 듬직한 여자가 양팔에 각각 사람 머리채를 하나씩 잡고 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여자는 질질 끌고 온 두 사람을 바닥에 내팽개치며 소리쳤다.

“안주인 나와!!”

우와, 덩치가 큰 만큼 목소리도 엄청나게 우렁차다.

몸에 붙어 있는 근육들도 그렇고, 등에 찬 대검도 그렇고, 절대 평범한 여자는 아냐.

일단 전사인 건 확실하고.

바닥에 던져진 두 사람은 바들바들 떨며 몸을 일으키고 뒤로, 그러니까 우리가 서 있는 입구 쪽으로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여전사 쪽이 더 빨랐다.

여전사는 곧바로 두 사람의 머리채를 휘어잡더니 다시 바닥에 패대기쳤다.

“캬, 배짱도 좋아. 너희들이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아?”

“흐어어억…… 사, 살려주세요…… 제발 용서를……”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두 사람은 넙죽 엎드려서 정신없이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

머리도 길고 둘 다 드레스를 입고 있길래 여자들인 줄 알았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한 사람은 남자가 분명했다.

근데 뒷모습만 보면 진짜 여자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호리호리하다.

……그러고보니 아까 그 문지기, ‘호리호리한 놈이 잘 팔린다’고 했지?

으엑, 설마 저렇게 여자처럼 꾸며서 접대시키는 거야?!

근데 나머지 한 사람은 여자인데……

저 여전사가 둘 다 끌고 나왔다는 건, 두 사람에게 접대를 받고 있었다는 거 아냐.

오, 주여…….

“……세상은 넓구나.”

큰 교훈을 얻은 충격에 작게 중얼거리는 나를 향해, 메린이 의아한 얼굴로 까닥였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강 손을 저어준 후, 상황을 계속 지켜보았다.

이제 여전사는 엎드려 빌고 있는 접대부 두 명을 향해 코웃음을 치며 소리치고 있었다.

“용서? 얼굴 아작나서 똥값되기 싫으면 조용히 닥치고 있어. 야!! 안주인 안 나오냐!!”

저택이 흔들리는 거 아닐까 싶은 함성이 사그라들 때쯤, 나무 바닥이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울렸다.

고상하게 머리를 틀어 올린 여인이, 가슴이 깊게 패인 붉은 드레스 자락을 우아하게 휘날리며 걸어오는데,그 모습이 참……

굉장했습니다.

엄청 깊은 계곡을 이룬 가슴이 절반이나 훤히 드러나 있고, 전체적으로 레이스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다.

허리 아래의 곡선이 흐릿하게 비치는 와중에, 드레스 자락이 물결치며 새하얀 발목이 언뜻언뜻 보이고 있다.

……거 참, 희한하네.

살결이 드러난 곳은 앞부분밖에 없는데 왜 밖에서 들러붙었던 그 여자들보다 더 똑바로 못 보겠는 거지?

“……”

“……뭐. 왜. 뭐! 어쩔 수 없잖아!”

“그래~ 너도 남자구나~”

“……”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저 말투와 저 표정.

아, 열 받아.

하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슬프도다, 남자의 본능이여.

“제가 여기 안주인이랍니다. 무슨 일이신지?”

“아아, 이제 겨우 납셨군? 이봐, 안주인, 대체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어디 기본도 안 된 놈들을 들여, 들이긴?!”

안주인이 바닥에 엎드려 비는 두 직원을 내려다보았다.

“로니, 제이스, 이게 무슨 소리니? 너희 입으로 직접 말해보렴.”

“그, 그게……”

남자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듬직한 여자가 두 사람에게 자신의 팔다리를 밧줄로 묶으라고 한 다음, 자신의 눈앞에서 둘이 서로 뒹굴라고 지시했다.

그대로 하는데, 갑자기 여자가 밧줄을 우드득 끊더니 남자를 덮쳤다.

그래서 본업을 하려고 했더니, 갑자기 욕을 하면서 머리채를 잡아 끌고 왔다고 한다.

“반항을 해야지, 왜 순응을 해?! 소리를 지르고 몸부림쳐야 불타오르지!”

여전사가 울화통을 터뜨리며 끼어들었다.

“여인들만의 공간에 웬 사내놈이 여인의 차림으로 섞여 있고, 그 사내놈을 연인의 눈앞에서 빼앗는 그 불타오르는 전개를 왜 모르냔 말야!! 기본이잖아, 기본!!”

메린이 가만히 내게 속삭였다.

“저게 뭔 소리냐?”

“몰라. 물어보지 마.”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다.

이런 건 그냥 한쪽 귀로 흘려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어머, 그거 참……. 손님의 취향이 너무 독특한 나머지 이 애들이 이해를 못했군요. 너그러이 용서하시지요.”

“뭐? 지금 내가 이상하다 이거냐?!”

“어머, 설마요. 하지만 손님, 상황극 내용은 미리 말씀하셔야죠. 어쨌든 불만족스럽다니 유감입니다만, 저희 상품에 흠집을 많이 내셨으니, 이 부분에 대해선 마땅히 보상을 해주셔야겠어요.”

이상성벽을 가진 변태 여전사가 눈을 부라렸다.

“기본도 안 된 놈들을 들여놓고, 뭐? 보상? 이봐, 아줌마, 내가 누구인지 알고 이래? 장사 그만하고 싶어?”

그러자 여태껏 사근사근 웃고 있던 안주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었다.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여자를 쏘아보며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젖비린내나는 년이 어디서 협박이야? 칼만 믿고 나대면 다 되는 줄 아니?”

그녀가 허공에 손짓하자, 벽 쪽에 대기하고 있던 남자들이 모여들었다.

안주인은 분노로 씩씩대기 시작한 여전사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말했다.

“여기, 지저분한 깡패 좀 치워줘.”

“깡패? 이 걸레가 감히!”

여전사가 등에 맨 대검을 쥐고 휘두르자, 홀 안에 있던 사람들이 기겁하며 죄다 바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택 측의 남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지만 덩치가 큰 여전사를 막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역시 저 여자, 보통이 아니구나.

……아니, 멀거니 있을 때가 아니잖아.

저러다가 안주인이 죽으면 조사고 뭐고 다 날아가는데!

황급히 메린을 돌아보았다.

“메린, 우리가…… 어라? 메린?”

없네.

다시 앞을 보았다.

메린이 검을 빼 들고 여자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거 참, 행동력 하나는 좋다니까.

마침 여전사가 저택 측 남자 중 한 명에게 대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남자의 허리가 두 동강 나기 직전, 메린의 검이 사이에 끼어들더니 대검을 내리찍었다.

여전사가 바닥에 박힌 대검을 빼려 끙끙대는 사이, 저택 측의 남자들은 전부 뒤로 물러났다.

“넌 또 뭐야?!”

씩씩대며 묻는 여전사를 향해, 메린이 검을 겨누며 대답했다.

“여기 손님이다, 버그베어 새꺄. 몬스터는 얌전히 동굴로 꺼져.”

……버그베어는 너무하네.

그래도 저 여자 얼굴은 그럭저럭 미인상인데.

이 파렴치한 모욕을 들은 여전사는, 당연하게도 분노로 몸을 떨며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이, 이 생뼈다귀 같은 년이!!!”

격분한 고함소리가 포효처럼 저택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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