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88화 (88/475)

〈 88화 〉 86화 : 가는 실이라도 어디야 (4)

* * *

마차가 도착한 곳은 어느 으리으리한 저택이었다.

조심스럽게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집사로 보이는 사람이 저택 문 앞에서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피트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클로드, 오랜만입니다. 늦은 시간에 수고를 끼치네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아가씨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그를 따라 들어간 저택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한데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했다.

커다란 창으로 달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도 앞을 보기 어렵다니, 도대체 얼마나 큰 건지, 원.

“부디 발 밑을 조심하시길.”

집사와 다른 하녀 한 명이 등불을 들고, 각각 맨 앞과 뒤를 걸으며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자고 있다는 걸 나타내듯이, 저택 안에 불이 켜져 있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걷는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무척 조심스러워졌다.

……그나저나 저 집사가 분명히 ‘아가씨’라고 했지?

마님이 아니라.

조합 어쩌고 하는 직위도 있던 것 같은데, 젊은 아가씨가 그런 역할을 맡다니 대단하네.

“……”

잠깐.꼭 젊어야만 아가씨인 건 아니잖아.

나이 먹어도 결혼 안 했으면 아가씨라고 불리는 거 아냐?

작위가 있으면 몰라도.

우와, 그럼 설마 노처녀……!

그래, 틀림없어!

이런 돈독 오르고 뒤가 지저분한 도시에서 이만한 대저택을 소유하려면 어지간히 독해서 되겠어?

게다가 여자잖아.

몇 십 년을 홀로 독수공방하며 쌓은 독기가 없으면 불가능할 거라고!

“……옐리카는 성년이 된 지 일 년 만에 상인조합이사의 자리에 오른 신예입니다. 현재 감사직도 겸임하고 있죠.”

“예? 아, 음, 그렇군요.”

……어이씨, 깜짝이야.

저것도 직감인가?

직감이라는 게 사람 마음속도 읽을 수 있는 거였어?

장난 아니네.

“감사라면…… 조합에 대한 건 속속들이 알고 계시겠군요.”

“조합뿐 아니라, 이 도시에 대한 것도 전부 꿰고 있을 겁니다. 그녀 역시 상인이니까요.”

그야 그렇겠지.

이런 큰 저택을 가지고 있으니, 귀금속이나 그림처럼 고~급 상품을 취급하지 않을까?

밀가루나 감자 같은 걸 팔아서는 절대 못할 것 같은데.

피트는 고개를 끄덕인 후, 어딘지 씁쓸한 느낌이 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걸 취급하긴 합니다. ……상점에서 직접 판매하는 게 아니긴 합니다만…….”

“예? 가게가 아니면 어디서 팔아요?”

“……곧 직접 들으실 수 있겠네요. 거의 다 왔으니까요.”

이번에는 직감이 아니었다.

어느 문 앞에 또 다른 하녀가 등불을 들고 서 있었던 것이다.

아마 저 안에 그 옐리카라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겠지.

집사가 문 앞에 선 하녀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 하녀가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아가씨, 손님들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안으로 모셔!”

생각보다 목소리가 어린데?

뭐, 그런 사람도 있긴 하지.

집사가 문을 열고 우리를 들여보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시, 정면으로 보이는 커다란 책상과 그 앞에 앉은 곱슬머리 여자였다.

여자는 자신이 이 방의 주인인 옐리카라는 걸 온 몸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두 어깨가 훤히 다 드러나고, 프릴과 레이스로 점철이 되어 있는 드레스에, 각종 보석으로 치장된 커다란 목걸이를 새하얀 목에 걸고 있다.

얼굴엔 화사한 색조화장을, 머리에는 커다란 꽃 모양의 반짝이는 머리장식 등등, 진짜 머리부터 발끝까지 양껏 꾸민 차림이다.

아가씨가 아니면 오히려 이상해!

……근데 지금 자정 넘었는데.

게다가 뭔 파티가 열린 것도 아닌데, 집에서 뭘 저렇게까지 차려 입고 있냐?

숙녀의 소양이라는 건가?

옐리카는 곧바로 책상에서 일어나, 춤을 추듯이 방을 가로질러왔다.

“후후후~ 잘 오셨어요, 여러분! 특히, 후후, 후후후후~!”

“윽.”

……그리고 곧바로 난색을 표하는 한 명의 남자가 있었다.

앗. 그렇구나!

여기 옆의 금발 도련님 때문에……!

피트의 난처한 표정은 옐리카가 그의 팔짱을 끼면서 더 진해졌다.

“이런 야심한 시각에 만나고 싶다고 하시고! 아아, 소녀는 기쁘답니다! 드디어 결심이 서신 걸로도 모자라, 이리도 빨리 친구분들에게 절 소개하고자 하시다니……! 정말 감격이에요, 오라버니!”

오라버니……?!

우와.

우와우와우와우와!

우와, 나 실제로 오라버니라고 부르고 불리는 사람 처음 봤어!

우와, 듣는 내가 다 낯간지러워!

우와, 피트의 팔이 깊은 골짜기에 거의 묻혔어!

그러면서도 이 아가씨, 아주 그냥 팔에 얼굴 부벼댈 판인데!

이거이거, 둘이그렇고 그런 사이아니야?!

나 홀로 망상이 폭주하고 있는 건 아닐 거다.

내 옆의 사제님이 작게 꺄악거리고 있으니까!

“……저기, 아닙니다, 카엘 씨. 뭔 생각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니에요! 그런 것 아니니까 괜히 오해하지 마세요!”

“아니긴 개뿔! ……앗. 죄송합니다.”

옐리카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부드럽게 웃으며 살짝 고개를 까닥였다.

“후후, 괜찮아요. 오라버니가 이리 부끄러워하시는 게 처음은 아니거든요. 정말이지…… 아무리 제가 일편단심이라 해도, 너~무 애태우게 하시면, 후후후,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에…….”

우와, 거의 품에 안기다시피 붙어서는 피트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부비적대기 시작했다!

“크흐흐흠! 옐리카, 그쯤 해요. 손님들이 오해하시잖아요.”

“오해라니, 오라버니도 참.

……처음 뵙겠어요. 전 옐리카 볼포브나 바실리예프. 볼프 다닐로비치 바실리예프 남작의 딸이자 상인조합의 이사 겸 감사를 맡고 있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귀족 아가씨다운 고상한 말투였다.

……팔짱을 낀 채로 해서 그렇지.

“……그만 떨어지세요. 숙녀가 이런 행동을 해선 흉이 됩니다. 아버님이 아시면 꾸중하실 거에요.”

“어머, 상대가 오라버니라면 아무 말씀 안 하실 건데요? 후후, 자, 이리 와서 앉으세요. 리멜, 차를 가져오렴.”

여전히 팔짱을 풀지 않은 채로, 옐리카는 피트를 이끌고 방 한편에 놓인 티 테이블로 향했다.

누가 보든 상관없다는, 아니, 대놓고 보란 듯이 딱 달라붙어 있는 저 모습…….

저런 대담함 덕분에 젊은 나이에 조합이사가 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당당하게……하아…… 정말, 누가 보고 좀 배웠으면 좋겠네요.”

“무리야, 무리. 눈 뜬 장님에게 택도 없는 걸 바라네. 사제님은 꿈도 커요.”

그리고 뒤에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소년소녀가 하나씩 있었다.

누구에게 하는 소리이지?

“글쎄요…… 누굴까요……. 하아아…… 이걸 누구 얘기인지 묻고 있네요, 나 참…….”

“사제님, 힘내.”

“……?”

……진짜 뭐지?

모르겠네…….

차를 마시며 다들 한차례 자기소개를 한 후, 옐리카는 우리를 향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이비 대장에게 들었는데, 여러분이 ‘토끼풀 저택’을 엉망으로 만드셨다면서요? 근데 어떻게 피트 오라버니를 만나신 거죠?”

“아, 그건……”

“설마…… 오라버니께서 거기 손님으로 계셨다든가…… 하는 건 아니겠죠……?”

추워……!

들고 있는 찻잔도 따끈하고, 찻잔 속의 찻물은 김이 모락모락 피고 있는데도 추워!

저거 봐, 옐리카의 옆에 앉은 피트가 실제로 꽁꽁 얼어붙어 있잖아!

이거 잘못 말하면 저 양반은 물론이고, 괜히 나까지 끝장날 것 같은데?

나는 한 모금을 더 마셔 몸을 덥히고, 작게 심호흡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설마요. 피트 님은 이리로 오시는 도중에 몹쓸 도둑을 만나시는 바람에, 그 도둑을 쫓아 ‘토끼풀 저택’에 가셨을 뿐입니다.”

“도둑?! 어머머, 간도 크지…….”

한겨울 눈보라를 뿜어내던 옐리카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이 아가씨, 질투 장난 아니구나.

피트, 완전 잡혀 살겠네.

“그럼 여러분은요?”

“음, 저희는……”

피트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옐리카에게 전해주었다.

도중에 로나의 눈썹이 심각하게 움찔거리긴 했지만, 다행히 잠자코 있어주었다.

……눈치 빠른 애라서 다행이야.

“……그래서 일단은 그 잉그리트라는 여자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두려워할 정도라면, 분명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세력일 테니까요. 나이비 대장…… 그 위병 대장과도 무슨 관계가 있는 게 아닌가 싶고요.”

“아아, 그래서 여기로 오신 거군요? ……그런데,정말 그것뿐인가요?”

“……네?”

옐리카는 찻잔을 내려놓고 등받이에 몸을 푹 뉘였다.

깍지를 낀 가느다란 손가락이, 미소를 띤 입술을 살짝 가렸다.

“후후, 선물이라기엔 묘~한 것을 하나 가져오셨던데…… 이야기거리도 함께 더 들어있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

상자에 구겨 넣었던 그 늙은 여우를 말하는 것이리라.

찻잔을 놓을 때 하녀가 그녀에게 무어라 귓속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 할망구에 대한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그 할망구와 함께 가져온 이야기라 할 만한 건 딱 하나.

꽤 높은 분이 애들을 사가고 있다, 이 한 마디뿐이다.

……이 얘기를 해도 되는 걸까?

생각해보니 그 ‘높은 분’이라는 게, 반드시 귀족을 가리키는 건 아니잖아.

그 늙은 여우도 이 도시에서 장사하던 사람이니, ‘상인조합의 높은 분’을 말한 걸 수도 있다.

근데 눈앞의 아가씨는 이 두 가지에 다 해당된단 말이지…….

설령 이 사람이 그 ‘높은 분’ 자신은 아닐지라도, 범인과 어떤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는 거 아냐?

“흐음, 갑자기 말이 없으시고. 수상하네~?”

“옐리카.”

피트의 만류하는 듯한 말투에도, 옐리카는 내 얼굴에 구멍을 내고 싶은 듯이 눈을 떼지 않았다.

좋아.

결정했어.

“별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 할망, 아니, 창관의 안주인이 그러더군요. 애들을 실려 올 때마다, 어떤 높은 분이 그 애들을 가지고 거래하더라고.”

냅다 말해버렸다!

늙은 여우가 이 집으로 온 이상, 이 정도는 내가 숨겨봤자 하루이틀 내에 알려질 게 뻔한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길게 저울질할 필요가 없는 거다.

그렇다면 차라리 먼저 까발리는 게 낫지.

상대는 조합에서 한 자리 꿰차고 있는 상인이지만, 그래도 무언가 반응을 할 것이니까.

그렇게 생각해서 발언한 건데, 두 사람의 반응은 정말 생각 외였다.

일단 금발 청년은……

“예?!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 그 여자가 그런 소리를 했어요?!”

……라며 바로 맞은편에서 내 귀를 징징 울리며 호들갑을 떨었고,

“오라버니도 참. 뭘 그리 놀라세요?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잖아요.”

곱슬머리 아가씨는 품위 있게 차를 마시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상반된 반응 아닌가?

옐리카는 나를 향해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카엘 씨는 그 말을 믿으시는 거고요?”

“지금 당장은요. 그것 외엔 아무 단서도 없으니까요.”

어쩌면 이건 그 늙은 여우의 되도 않는 거짓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냥 나와 메린을 써먹기 위해 허풍을 떤 것인지도 모르지.

……나는 누구처럼 그 자리에서 바로 말의 진위를 가릴 수 없다.

그러니 아무리 불확실하고 미심쩍으며 작디작은 단서라 할지라도, 우선은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옐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날이 밝은 뒤에 다시 하시죠. 지금은 긴 이야기를 하기엔 너무 시간이 늦었으니까요.”

그녀는 우아하게 찻잔을 기울여 남은 차를 몽땅 마셔버린 후, 하녀를 불렀다.

“손님분들을 방으로 안내해드려. 내일 아침식사도 이분들과 함께 할 거니 그리 전하고.

……그럼 손님 여러분, 먼저 실례하도록 하겠어요. 부디 편히 쉬시고, 내일 뵙도록 할게요.”

치마자락을 살짝 들어올리며 정중히 인사한 후, 옐리카는 하녀와 함께 문 밖으로 향했다.

“어머, 맞아! 하나 말씀드려야 할 게 있었네요.”

그러다 갑자기 홱 돌아서더니,

“나이비 대장은 잉그리트와 자매랍니다.그럼 이만 실례할게요.”

“……허?”

뜬금없이 폭탄을 던졌다!

아니 자매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아니, 잠깐! 잠깐 기다려주세요, 옐리카 님! 그게 무슨 소리,”

“호호호~ 안녕히 주무세요~”

달칵.

……잔혹한 귀족 아가씨는 그대로 방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뭐? 안녕히 주무세요……?

이렇게 던져 놓고 그런 소리가 나와?!

이, 이런 사악한 귀족 같으니라고!

“신경 쓰여 죽겠잖아! 이걸 어떻게 그냥 자?! 뭐? 자매? 위병 대장이랑 뒷세계 거물이 자매?! 아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으아아아!”

“그, 제가 대신 사과드릴 테니 진정하세요…….”

……그렇게 귀족에게 농락당한 가엾은 시골 청년은, 두세 시간 정도나 뒤척인 끝에 겨우 잠들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오늘의 기록 끝.

다음날 아침, 압도적인 수면시간 부족에도 불구하고, 피곤하긴커녕 오히려 몸이 개운하고 가뿐했다.

질 좋은 수면은 편안한 마음이 아니라 비싼 침구에서 오는 거구나.

씁쓸한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창 밖은 이제 막 해가 뜨고 있는지 아직 어슴푸레했다.

그런데도 바깥 정원에 사람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이런 대저택에서 일하는 사용인들도 참 고생이 많다 싶다.

“응?”

……뭔가 이상한데.

정원사인 것 치고는 관목들을 전부 지나치고 있고, 하녀라 하기에는 나무그늘로 자꾸 다니고 있다.

그러면서 이따금 나무 위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 게, 꼭 창문을 타고 건너오려는 도둑처럼 보인단 말이지…….

“……가 아니라 도둑이잖아! 도둑이야! 도둑이 정원에 있다!!”

마침 나무에서 내려와 있던 그 도둑 새끼가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 게 보였다.

여기서 뛰어내리는 게 제일 빠르겠지만 내 다리만 부러질 거야!

어쨌든 달아나기 전에 얼른 내려가서 붙잡아야 돼!

도둑이 아니라 늙은 여우를 없애러 온 놈일지도 몰라!

재빨리 문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너무 서두른 탓일까?

“억.”

……내 발에 내가 걸려서 엎어지고 말았다.

아잇, 무슨 광대도 아니고 이게 뭔……?!

아냐아냐아냐, 이건 내 탓이 아니야.

바닥재가 너무 푹신한 탓이라고!

“제길,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지…….”

다시 일어나려고 바닥을 짚으며, 무심코 문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본 건데,

“……!”

내 눈에 비친 것의 의미를 이해하자마자, 나는 곧바로 벽 쪽으로 굴렀다.

창문도 닫아야 할 터인데, 메린도 아니고 내 실력으론 도저히 불가능하다.

창문 바로 옆의 벽에 바짝 붙었다.

방의 문과 바로 마주하게 되면서, 자연히 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나무문.

중앙에 포도나무 모양으로 장식이 되어 있는 문에,손가락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바닥에 넘어지는 충격으로 아마 소리를 못 들은 거겠지.

그 구멍 너머로, 가느다란 가지가 벽에 돋아나 있는 게 어렴풋이 보였다.

끝부분에 흰 깃이 달린 가느다란 가지.

……내 머리를 노린 게 분명한, 화살 한 줄기가 꽂혀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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