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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95화 (95/475)

〈 95화 〉 93화 : 땅 속에 핀 복수초 (1)

* * *

나이비 위병 대장이 우리를 데려간 곳은 자신의 집무실이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테이블에 앉도록 권한 후, 자신도 그 맞은편에 앉아서는 매서운 눈초리로 우리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마주보며 버티기엔 얼굴이 너무 사나워서, 나는 공연히 집무실을 둘러보았다.

달그락, 다른 위병이 테이블에 찻주전자와 찻잔들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대장이입을 열었다.

“다들 나가 있어라.”

“괜찮으시겠습니까?”

대장은넌지시 묻는 위병에게콧방귀를 뀌었다.

“이 여자가 맘만 먹으면 너희가 얼마나 있든 상관없이 탈출할 거다. 그리고 잊었나? 바실리예프 이사님은 이들을 귀족처럼 대하라고 하셨다. 조합이사의 명령인 이상 따라야지. 상관 말고 물러나도록.”

“예.”

문이 닫히며, 집무실 안에는 나와 메린, 그리고 나이비 대장만이 남았다.

그러자 갑자기, 대장이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더니 입을 열었다.

“읊어 봐.”

“……”

귀족처럼 대한다며?

여기 집무실에 왔으니 귀족 대우 끝인 거야?

아니……기선제압하려는 건지도 몰라.

하, 그런 거라면 질 수 없지!

나 역시 그녀를 따라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아주었다.

“뭘?”

“뭐?”

“적어도 뭐가 궁금한지 던져줘야 읊든가 말든가 할 거 아냐.”

왜 이 도시에 온 거냐, 왜 ‘토끼풀 저택’을 그 모양으로 만들었냐 등등, 주제는 던져줘야지. 쯧.

“……네놈, 조금 전과는 태도가 영 딴판이군? 내숭 떤 거였나?”

“댁이 하는 대로 돌려주고 있을 뿐인데. 내가 저자세로 나올 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야.”

“하, 그 여자 힘을 믿고 우쭐대는 거냐? 정말 한심한 놈이로군.”

“아니, 얘는 상관없는데.”

상대가 누구든 해야 할 말은 하는 게 내 얼마 없는 자랑이다.

“……흥, 배짱은 두둑하군. 좋아, 왜 ‘토끼풀 저택’을 불태운 거지?”

“아니, 그거 우리가 한 거 아니라니까? 그럴 이유가 없잖아.”

“증거를 없애고 싶었겠지.”

“뭔 증거? 피칠갑? 댁한테 다 보였는데 없애서 뭐해?”

“다른 게 있었을지도 모르지? 예를 들면,”

대장은 갑자기 씨익 웃으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비밀거래 장부.”

장부 참 좋아하네.

상인의 도시답다고 해야 하나?

“장부라니?”

“시치미 떼지 마라. 지금 기록소를 뒤지고 계신 그 분이나 네놈들이나, 전부 그 바실리예프 이사님과 통하고 있지 않나? 게다가 전부 ‘토끼풀 저택’에 모여 있었던 걸 보면 뻔하지.

그간 붉은 여우년과 이사님 사이에 어떤 거래가 계속 있었다가 그 관계가 무너졌고, 네놈들이 그 ‘저택’을 전부 쓸어버렸다…… 이런 게 아니겠나?”

위병 대장이 바로 저런 이야기를 뽑아내는 걸 보면, 이 도시에선 그런 일이 되게 자주 일어나나봐.

어휴, 무서워라.

차라리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게 더 낫겠네.

그건 적어도 뒤가 구리진 않지.

“전혀 아니거든? 거기 구경갔다가 작은 소란에 휘말려서 좀 도와줬더니 그 여우가 다짜고짜 독을 먹였어. 그래서 앙갚음했을 뿐이야.”

“……그 여자는 어쨌든, 사제님에 애새끼 하나까지 데리고 거길 구경갔다고? 그걸 믿으라는 거냐?”

“그 둘도 구경하고 싶다고 떼를 쓰는데 그럼 어떡해? 댁도 사제님 성격 봤잖아.”

“……흠. 그랬군.”

우와, 로나 성격 언급했더니 바로 믿네.

고마워요, 사제님!

근데 내가 봐도 진짜 어처구니없긴 해.

그 중에서도, 거기 구경하러 갔다는 거 빼면 전부 사실이라는 점이 제일 어이가 없다.

“……좋다. 먼저 목숨의 위협을 받은 거니 그 죄는 묻지 않도록 하지. 우리 쪽에 신고가 들어온 걸 보면 도망치는 놈들을 쫓진 않은 듯하니, 어디까지나 자기방어를 위한 거라 보도록 하마.”

오? 의외로 공정하네.

왜 이런 사람이 잉그리트와……

아, 자매라고 했지.

자매에겐 약한 걸까?

“그러나 네놈들은 이사님에게 신세를 지고 있지. 지금 그 얘기를 이사님에게도 했을 터. 그런데도 그 분이 네놈들을 내게 보냈단 말이지?

말해라.무슨 목적이냐?”

그리고 역시 이 도시 사람답게, 뒤에 무언가 있다는 건 바로 알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얘기가 빠르겠군.

나는 자세를 바로 하고 말했다.

“잉그리트를 만나게 해줘.”

“……!”

집무실이 일순 정적에 휩싸였다.

이글거리는 듯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던 나이비 대장은, 갑자기 차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네놈, 그걸 왜 나에게 부탁하는 거지?”

“잉그리트와 자매라며? 그럼 만나게 해줄 수 있을 거 아냐.”

“네놈이 그걸 어떻게……!”

“댁이 그걸 알 필요는 없지. 아무튼 잉그리트를 만나고 싶어. 그 사람에게 꼭 물어볼 게 있거든.”

쪼르르, 대장은 빈 찻잔을 다시 채우자마자 단숨에 들이켰다.

……안 뜨겁나?

“내가 왜 네놈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지?”

“안 들어줄 건 뭔데? 그냥 연결만 해주면 되잖아.”

“네놈들 같은 위험한 놈들을 그 애에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으냐!”

아니, 어이가 없네.

잉그리트 그 여자, 이 도시 뒷세계의 거물 중 하나잖아.

누가 누구 보고 위험하다는 거야?

……하지만 여기서 울컥 쏘아버릴 순 없다.

이 기회를 놓치면 잉그리트의 본거지로 쳐들어가야 되는데, 분명히 조용하고 평화롭게 끝나진 않을 테니까.

벌써 석 잔째 차를 비우고 있는 나이비 대장에게, 나는 진지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

“이봐요, 대장님, 이렇게 만나게 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해를 끼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인 거 몰라? 우린 그냥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야. 얌전히 가서, 답을 들은 다음, 얌전히 돌아갈 거라고.”

물론 상대도 얌전히 있어준다는 전제하에.

대장은 다시 가만히 차만 비워 댔다.

저게 술이었다면 혼자 통 하나 다 비우지 않았을까?

그녀는 그렇게 혼자 한 주전자 반을 더 비운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말은 전해주지. 만날지 말지는 그 애가 결정할 테니, 가서 기다려. 어차피 이사님 댁에서 지낼 테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중으로 답을 알려줄 수 있지?”

“흥. 그건 그 애 맘이지. 내 알 바 아냐.”

“안 주면 무조건 내일 아침에 찾아가서 엎어버릴 거라고 전해줘.”

진지하게 부탁한 건데, 나이비 대장은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하, 허세 부리긴.”

“……”

“……허세 맞지?”

대답은 따로 하지 않았다.

집무실을 나와 로비로 내려왔다.

볼일이 다 끝난 건 우리 둘 밖에 없는지,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흠, 시간이 비네.

뭐하지?

피트를 도와 기록소를 뒤지긴 뭐하고,

블루벨의 심문을 구경하러 가는 건 진짜 싫고…….

으음……여기서 그냥 기다려야 하나?

기왕 나온 거 다 같이 저택에 돌아가는 게 제일 좋으니까…….

“……”

로비는 접수원 한 명과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어서 무척 조용했다.

들리는 소리라곤 저 접수원이 뭔가 슥슥 열심히 적는 소리와, 이따금 밖에서 들리는 기합 소리……

기합 소리?!

창 밖을 보자, 위병대원들이 안뜰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게 보였다.

“헉.”

……그리고 그걸 메린이 굉장히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었다!

으악, 안 돼!

여기 있으면 죽는다!

내가!

“메린! 밖에 나가자!”

“엉? 왜?”

“아직 여기 구경 안 해봤잖아! 낮에도 분명 이것저것 재미있는 거 많을 거야!”

“엉? 딴 사람들,”

“저기 저 분에게 메모 남기면 되지! 어어~ 그래, 오후 5시쯤에 시계탑 앞에서 조금 기다리다가 안 오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해두자고! 저기, 종이랑 깃펜 좀 빌립시다!”

녀석이 무어라 입을 열기 전에 잽싸게 접수대에 가서 휘갈겨 적은 후, 혹시 몰라 접수원에게도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자, 준비 끝!

한시라도 빨리 이딴 데에서 빠져나가야 돼!

“자자, 가자가자가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메린의 팔을 잡고 바깥으로 끌고 나갔다.

거의 뛰다시피 하며 큰길 가로 나온 뒤에야, 나는 녀석의 팔을 놓고 안도할 수 있었다.

“웬일이냐? 저번엔 장만 보더니.”

“……그땐 짐도 있고, 바빴잖아.”

“아, 하긴.”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위병소에 계속 있다간 또 훈련장으로 뛰어들까봐 나왔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을 뿐……!

그리고 도시를 구경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도시라고, 도시.

나처럼 숲이랑 오두막만 보고 사는 시골 사람들이, 죽기 전에 한 번 가봤으면 좋겠다며 맨날 꿈꾸는 도시!!

수도에는 가자마자 바로 나왔으니 여기라도 돌아봐야지.

낮이니까 놀거리는 적겠지만 이것저것 구경할 건 훨씬 많을 거다.

어차피 나나 이 녀석이나 밤놀이는 안 맞는데 잘됐지, 뭐.

어디 보자, 대충 정한 오후 다섯 시까지는……

엄청 많이 남았네?!

“우와, 이제 정오 좀 넘었구나.”

“그래? 어쩐지 출출하더라.”

그 사람들 뭐야, 왜 점심 시간에 훈련하고 있던 거야?

밥도 안 먹나?!

으으, 다섯 시는 좀 너무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시간을 바꿀 수도 없고…….

다시 돌아갔다간 이 녀석이 훈련장으로 갈지도 몰라!

“……”

씁, 어쩔 수 없지.

다른 세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실컷 땡땡이 칠 수밖에.

……뭔가 간식거리라도 사다주자.

그렇다면 일단 가야 되는 곳은……

역시 시계탑이겠지?

관광안내소가 거기 있다고 했으니까.

“음…….”

……근데 이 주변도 사람이 많네.

도시 입구에서 출발했을 땐 그냥 큰길만 쭉 따라가면 됐었는데, 여기선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왜냐? 이곳저곳에 갈림길이 만들어져 있으니까!

아니, 이정표도 없는 주제에 왜 갈림길이 있냐고.

일부러 헤매라고 만든 거 아냐?

나 참, 잘못하면 이상한 데로 휩쓸려가겠네.

하……어쩔 수 없지.

멀뚱히 서서 이리저리 보고 있는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주홍빛 눈동자가 의아한 빛을 띄며 나를 바라보았다.

“흩어질지도 모르니까 광장까지 잡고 가자.”

“그래. 너 혼자 떨어졌다간 절대 못 돌아올 테니.”

“시끄러, 임마.”

손을 맞잡고, 시계탑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시계탑 너머에 보이는 하늘은 푸르르고, 햇살은 살짝 뜨겁지만 바람은 시원하다.

……정말 관광하기 딱 좋은, 화창한 날씨였다.

오후 다섯 시, 시계탑에서 다른 사람들과 합류한 후, 마차를 타고 옐리카의 저택으로 출발했는데……

“……”

……어색해. 아니, 이상해.

금발 도련님도 그렇고, 로나도 그렇고, 이상하게 자꾸 나를 힐끔거리고 있다.

그것도 아무 말없이.

그리고 위슨 녀석은 내가 준 땅콩과자를 먹으며 대놓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래, 차라리 저게 낫지.

그래야 내가 편하게 불평 한 마디 던질 거 아냐.

“아니, 대체 왜 그러는데? 우리만 놀러가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사과의 의미로 과자도 줬고. 설마 아직도 삐친 거야? 과자 맘에 안 들어?”

“어, 아니요. 그건 정말 괜찮습니다. 저희도 한두 시간 정도 돌아다니기도 했고요.”

끄덕끄덕.

위슨이 맞장구를 쳤다.

“그럼 뭔데?”

“모르겠냐?”

“전혀.”

“아, 그래.”

위슨은 옆에 앉은 로나를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사제님, 봤지? 괜히 찌르지 말고 그냥 넘겨. 자꾸 그러다 괜히 멀어지면 어쩔 거야.”

그러자 두 입을 가린 채 앉아 있던 로나가 한숨을 쉬며 손을 떼더니, 뚱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또래 이성친구가 없어서 그러는데요. 혹시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 다 저러나요?”

“위슨도 없는데, 그건 아닐걸.”

“……남매 사이에도 안 합니다.”

뭔 소리들을 하는 건지…….

참고로 메린 녀석은 또 자고 있다.

좀 피곤한 상태에서 네 시간이나 돌아다녔으니 졸리기도 하겠지.

근데 또 내 어깨에 기대서 자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녀석의 어깨를 잡고 있는 상태이다.

가끔 마차가 덜컹거리는데, 잘못하면 앞으로 고꾸라질 거 아냐.

로나는 그런 나를 보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환히 웃었다.

“그래서 뭐하셨어요?”

“응?”

“네 시간이나 다니셨잖아요. 뭐하셨어요?”

“뭐하긴, 그야……”

별 특이한 건 없었다.

관광안내소에서 지도가 딸려 있는 안내책자를 사고 (사악한 새끼들……!), 시장에 가서 샌드위치 하나씩 우물거리며 구경을 했다.

가판대의 모자를 괜히 써보기도 하고, 애들을 상대로 열심히 장난감을 선보이는 걸 보기도 하고…….

그냥 지나가려는 걸 끈질기게 붙잡는 야바위꾼의 돈과, 갑자기 시비를 거는 패거리들의 이빨과 주머니를 탈탈 털어주기도 했다.

메린이.

“그리고 여기 좀 떨어진 곳에 계절정원이라는 데가 있거든. 계절별로 정해진 구역만 개방하고 있는데, 진짜 별의별 꽃이 다 심어져 있더라. 메린 녀석, 봄꽃 아직 남아 있지 않냐며 넘어가려는 걸 겨우 말렸다니까. 하하, 나 참.”

지금이야 다 지난 일이니 웃는 거지, 아까는 진짜 식은땀 좀 흘렸다.

녀석이 넘어갔다면 바로 벌금 물었을 테니까……!

근데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되돌아보니, 진짜 많이 돌아다니긴 다녔구나.

덕분에 피곤하긴 하지만, 뭐, 나쁘진 않았지?

생각보다는 돈도 안 썼고, 중간에 보충도 했고.

메린 녀석도 나름 즐긴 거 같고.

“엄청 즐거우셨나봐요~”

“으, 미안.”

“히히, 아니에요! 오히려 재미없게 보내셨다면 화냈을 거에요. 저희도 그간 즐거웠기도 하고요.”

한두 시간 정도 돌아다녔다고 했지.

그러고보니 두 녀석도 이런 큰 도시는 처음일 텐데……

……내일은 저 둘에게 놀다 오라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장 구경이라도 했어?”

“네? 으응~ 그것도 재미있긴 했는데, 제가 말한 건 관광이 아니라 심문이에요, 심문!”

“……”

심문이 즐거웠다고……?

아니 진짜 뭐한 거야?!

“아니, 즐긴 건 사제님이야. 위슨은 아니니까 이상한 생각하지 마라.”

자백제 먹일 생각에 룰루랄라 하던 놈이 뭐라는 건지.

그래도 로나가 즐거웠다고 하는 걸 보면 그 베아트리스 같은 무시무시한 상황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는 건……!

“너 또 의식 치렀냐?”

“아니요~ 물론 의식을 치렀다면 더 확실했겠지만 위슨 씨 약 효과로 충분하더라고요.”

뭐야, 아니잖아.

……그럼 뭐가 즐거웠던 거지?

로나는 그때 일을 떠올리는지 혼자 킥킥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야, 할 수만 있다면 그 자백제라는 거, 저희 의식도구에 추가했으면 좋겠어요. 근데 잘못하면 음란해지니 안 되겠죠…….”

“엘프는 달랐나 봐?”

“히죽히죽거리다가 힝힝 울더니, 갑자기 하으으거리면서 바닥을 뒹굴더라고요.

그 직후에 위병 한 분이 절 끌고 나가서 좀 놓쳤는데, 다시 가봤을 땐 위슨 씨에게 막 매달리고 있던 걸요?애달프다고 울먹이면서요.

그 다음부터 뭘 묻든 다 대답하는 거 있죠!”

“……”

……그거 좀 약할 뿐이지 오늘 낮에 본 거랑 별 차이 없잖아!

우와, 그럼 거기 있는 위병들도 다 봤다는 거 아냐.

세상에……진심으로 그 엘프 불쌍해졌어…….

“……그래서 그 엘프는? 설마 위병소 감옥에 두고 온 건 아니지?”

“걱정 마. 기절하자마자 그 아가씨 저택으로 보냈어.”

“그래, 잘했어.”

휴, 다행이다.

그대로 두고 왔다면 한창 불끈불끈할 남자들에게 별별 짓을 당했겠지.

아무리 적이라도 역시 그런 건 좀…….

……근데 옐리카도 문제잖아.

혹시 또 냅다 눈 뽑아버린 거 아니야?

피트의 목숨을 노린 엘프라고 들었을 텐데, 어쩌면 팔다리를 잘라서 감옥에 던졌을지도 몰라!

그래서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우리, 아니 피트를 맞으러 나온 옐리카를 붙잡고 물었다.

“옐리카 님! 그 엘프, 눈코입 사지 다 멀쩡한가요?!”

“네? 네, 그럼요. 배달 받자마자 감옥에 고이 넣어놨답니다.”

“우와, 의외다!”

앗.

또 무심코 본심이……!

“호호호, 뭐가 의외인가요? 호호호호, 감옥이 있다는 건 어제 들으셨을 텐데, 역시 의외인가요? 호호호호호!!”

“아, 예. 물론이죠. 달리 뭐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좋은 저택에 감옥이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의외라니까요. 하하, 하하하하!”

“후후, 카엘 씨도 참! 전 또완전히 다른 뜻인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요! 자, 얼른 들어오세요. 조금 뒤에 저녁식사이니 그때까지 잠시 쉬세요!”

살기를 마구마구 뿜어내던 옐리카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부드럽게 웃으며 먼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어우씨,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네.

조심하자, 조심.

자칫 잘못하면 혀 뽑힐 거야……!

식은땀을 닦으며 그 뒤를 따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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