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화 〉 102화 : 탑 위의 파란나비 (1)
* * *
‘나비공작’ 클라우스 상트.
옐리카가 휙 지나가듯이 한 설명에 따르면, 밀거래를 주업으로 삼는 뒷골목 거물이면서, 이 도시를 통치하는 상인조합의 우두머리이다.
어디까지나주업이라고 했으니 분명 다른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겠지.
이번 ‘애들 납치사건’에 대해 들은 옐리카는, 처음에 그 나비공작이 정보를 제공했을 거라 추측했었다.
밀거래를 하려면 정보망이 엄청나게 넓어야 할 테니, 부업으로 정보를 파는지도 몰라.
나 참, 그 능력 덕분에 조합장이 된 건지, 조합장이라서 그런 힘을 가진 건지…….
참고로 그의 얼굴은 안내책자 첫 장에 대문짝만 하게 실려 있는데, 목까지 완전히 덮을 정도로 길고, 얼굴의 절반이 없어질 정도로 덥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할아버지였다.
왠지 자루 가득 실은 썰매 몰고 다닐 거 같이 생긴 게, 겨울요정으로 분장하면 엄청 잘 어울릴 거 같았다.
“……나비공작 말씀이십니까? 그걸 왜 저에게…….”
“옐리카 님의 사업은 경매이죠. 그 분 스스로 의뢰자가 될 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려면 진귀품을 구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그 진귀품을 누구보다도 먼저 손에 넣으려면, 작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위병 대장이 복수초와 자매라는 것도 그에게서 얻은 정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집사님은 옐리카 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고 계시니, 그 분을 대신해 여기저기 연락도 하실 거 같아서요.”
“……”
“하하, 사실 조합장님을 만나고 싶은데, 접수대에 가서 면회 신청하면 오늘 못 만날 게 뻔하잖아요? 저희는 내일 떠나야 되는데.”
로나가 정한 기한은 사나흘.
그것도 나흘째 되면 칼 같이 떠날 거라고 엄포까지 놓은 상태이다.
오늘이 이 도시에 머문 지 사흘째이니, 우리는 내일 반드시 떠나야 한다.
안 그러면 내 다리가 분질러질지도 몰라!
그러니 오늘이 이 도시에 머무는 마지막 날인데, 오늘밤은 파티에 강제로 끌려가야 되니, 이제 반나절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봐도 되겠지.
가능한 시간을 아껴야 한다.
집사는 나를 빤히 보며 조용히 물었다.
“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음, 이 도시의 관광객으로서 여러 개선사항을 직접 전달하고 싶어요. 쓸데없이 비싼 입장권이나 길에 이정표 하나 없는 것도 그렇고…… 하아, 여길 떠나기 전에 한 마디 꼭 해주고 싶습니다.”
진짜 내가 리스트 적어서 들고 갈 거다.
배짱 장사도 정도가 있지, 이건 너무 상도덕이 없잖아.
적어도 입구에 안내지도판이라도 세우라고 따져야겠어.
“……그 이유, 뿐입니까?”
“예? 뭐, 다른 이유가 필요하세요?”
“……”
집사는 가만히 나를 보다가, 이내 눈을 한번 감았다 뜬 후, 재차 입을 열었다.
“‘나비공작’을 만나려면, 시계탑의 ‘나비관’을 찾아가시면 됩니다. 그곳에 있는 나비 중……”
……그렇게 한차례 설명을 마친 후, 집사는 물러나기 전, 갑자기 허리를 깊이 숙이며 내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에스트렐 님.”
“아니요, 제가 감사하죠. 도움을 많이 받았는걸요.”
“……”
“하하, 편지지랑 필기용구 준비 잘 부탁드릴게요.”
또 한 번 깊이 허리를 굽힌 후, 그는 조용히 물러났다.
응접실 문이 다시 닫힌 후, 로나는 곧바로 나를 뚱하게 쳐다보았다.
“카엘 님, 뭘 꾸미시는 거죠?”
“꾸미긴 임마,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그냥 작은 부탁 좀 하려는 것뿐이야.”
나는 이 도시의 주민이 아니고, 뒷세계 주민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니 이런 일에 부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한정되어 있다.
여왕장미는 무너졌고, 복수초는 다시 보지 말자며 이별했으니, 남은 건 아직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나비공작밖에 없는 것이다.
“뭐, 보검 입수해달라고요?”
“아니, 그건 못하지. 엄청난 대가를 요구할 게 뻔하잖아. 그냥 좀 작은 정보만 달라고 할 거야.”
“정보요?”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응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조금 전에 내가 집사를 불러달라 요청했던 그 하녀였다.
“에스트렐 님, 요청하신 물품을 방에 대령하였습니다. 그리고 의상실 담당 마릴리에 부인이 숙녀분을 모셔오라 이르셨습니다.”
“숙녀? 메린이요? 왜요?”
“숙녀분께 어울리는 드레스를 고르셔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아…… 하긴, 나는 대충 걸치면 되겠지만 여자 쪽은 그리 간단히 끝낼 일은 아니지.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굉장히 번거롭다는 표정으로 툭 내뱉었다.
“아무거나 상관없는데.”
“얌마, 모처럼,”
“상관있어요!!”
어우씨, 깜짝이야!
차분히 타이르려는데, 별안간 로나의 고함이 끼어들며 내 말을 깔끔하게 덮어버렸다!
로나는 굉장히 의욕 철철 흘러 넘치는 기세로 메린의 손을 잡더니, 그녀를 단번에 벌떡 일으켜세웠다.
“상관없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창조주시여, 감사합니다!! 자, 가요, 메린 님, 이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고요!!”
“어? 어어어?”
그리고 그대로 손을 잡고 끌고가기 시작했다!
우와, 엄청난 추진력이야!
메린 녀석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당황해서 손을 뿌리칠 생각도 안 드는지, 멍한 얼굴로 맥없이 끌려갔다.
“야야야, 잠깐 있어봐, 대충 입으면 되는 거 아냐? 그보다도 카엘이,”
“카엘 님은 괜찮을 거에요! 위슨 씨가 같이 가실 테니까! 메린 님에겐 이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니까요!!”
“아니, 그게 대체 뭔,”
“그럼카엘 님, 저는 메린 님을 도와드릴 테니 조심히 다녀오세요!! 이따 뵐게요!!”
쾅!
응접실 문이 닫혔다.
……마치 폭풍이 한차례 지나간 거 같다. 그 어색한 고요함 속에서, 나는 멍하니 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로나 쟤 장난 아닌데? 우와, 메린 녀석이 저렇게 당황해하면서 끌려가는 건 드문데.”
“당황해했다고? 위슨이 보기엔 표정 똑같던데.”
“잘 보면 달라. 두 달쯤 지나면 너도 보일걸?”
“그러냐? 뭐, 위슨은 굳이 안 그래도 돼. 생각 듣고 싶으면 들을 수 있거든.”
생각을 듣는다니……
아, 파랑새를 말하는 건가?
그러고보니 파랑새 녀석, 남의 속마음을 함부로 읽는 파렴치한 놈이었지?
위슨에게도 그런 못된 버릇이 든 건 아닌지 몰라.
“그리고 난 네가 제발 속으로 그딴 말 좀 씨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 새끼야. 귀 울리는 게 맛 들린 거면 그냥 해달라고 해. 기꺼이 해줄 테니까.”
“이거 봐, 이거. 아니, 누가 속을 읽으랬냐고. 지 맘대로 읽고선 성질부리고 지랄이야.”
“읽는 게 아니라들리는 거다, 이 등신 새끼야!! 옆에서 쫑알대는 소리가 다 들린다고!!”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지.
……두 귀를 감싼 채 바닥을 구르며 납득했다.
일단 방으로 돌아가 마티아스에게 보낼 편지를 일차적으로 적고, 또 조합장에게 전달할 불만사항 리스트를 한차례 쭉 적은 후, 나는 위슨과 함께 저택을 나섰다.
“마차는 진짜 실컷 타보는구나~”
이번에 빌린 마차는 말 한 마리가 끄는, 정말정말 작은 마차였다.
의자가 좀 딱딱하긴 해도 마음은 굉장히 편했다.
하……호화마차를 준비시키려는 집사를 뜯어말리고,
‘이건 사용인이 장 보러 갈 때나 쓰는 것’이라며 극구 반대하는 걸 설득하느라 진땀 빼긴 했지만,
음, 충분히 보람이 있었어.
아무리 좋은 게 좋은 거라 해도, 마부 빼고 딱 두 사람 타고 갈 건데 팔두마차는 아니지.
진짜 아니야, 그건…….
게다가 거기서 내리는 사람은 엄청 귀티나는 사람도 아니고 후줄근한 남자 둘이라고.
아무리 봐도 이상하잖아!
[근데, 형.]
보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위슨은 문자 마법을 쓰고 있었다.
너무 안 쓰면 까먹기 때문에 가끔 써줘야 한다나.
[왜 에코한테 자꾸 뭐라고 하는 거에요?]
“왜? 안 돼?”
에코는 파랑새의 이름이다.
음, 그 놈 하는 짓이 맘에 안 들어서 뭐라고 한 건데, 그게 위슨의 신경을 건드린 모양이다.
그건가?
아무리 그 놈이 문제가 많다고 해도, 제 식구를 남이 욕하면 기분이 나쁜 거.
속된 말로, ‘까도 내가 깐다’는 거지.
그러나 위슨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뭐라고 하셔도 돼요. 아무리 걔가 그렇게 된 게 제 책임이라 해도, 가끔 너무 지나치니까.]
“네 책임?”
[소리의 정령은 계약자의 성격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제가 계약할 당시에, 속이 좀 답답했거든요.]
“……좀?”
조금이 아니라 엄청나게 답답하고 빡쳤던 거 같은데.
가끔 이 녀석의‘조금’과‘많이’의 기준이 뭔지 궁금하다.
어쨌든, 그래서 파랑새가 그렇게 되는 대로 막 내뱉는 성격인 거군.
위슨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보통 처음에만 에코를 신경 쓰고, 나중에는 거의 없는 취급하거든요. 수틀리면 귀를 울려버리니까 싫어하기도 하고.]
“나도 싫어.”
그 부분은 확실히 해야 할 듯했다.
[그런데도 왜 계속 신경 쓰는 건가 궁금해서요.]
“왜긴,눈에 보이니까 그렇지. 걔가 네 말을 대신 전하는 건데, 일 똑바로 안 하는 게 보이잖아. 누구든 뭐라고 하고 싶어질걸.”
말해도 고치지 않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그냥 포기한 거겠지.
뭐, 나 역시 그 녀석의 버릇을 고칠 생각은 없다.
그건 위슨이 할 일이니까.
하지만 맘에 안 드니까, 눈에 보이는 이상 계속 까줄 거다.
[……흠. 형은 그 애를 지성체로 보고 있군요. 의사소통 수단이 있으며, 개별 의사를 가진 독립된 존재로.]
“응? 그렇게 깊이 생각한 건 아닌데. 뭐, 그 파랑……이 아니라 에코, 플레마, 테라, 그리고…… 아쿠아에 벤투스? 걔들 다 말하고 생각도 할 줄 알잖아? 그러니 나도 그냥 그렇게 대할 뿐이야.”
플레마, 그러니까 스라소니가 말한 적이 있다.
자신들은 본연의 상태에서 벗어난, 특별한 힘을 지닌 짐승이라고.
즉, 녀석들은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지닌 엄청나게 똑똑한 짐승인 거다.
정령이지만.
위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형은 특이하네요.]
“아닐걸? 다른 사람들도 다 똑같을 거야. 어쨌든 생긴 게 짐승들이잖아.”
[그 사람들은 그 애들이 정령, 그것도 소환수라는 걸 모르죠. 하지만 형은 알면서도 그러잖아요. 그러니까 형이 특이한 거에요.]
다른 사람들은 뭐 어떻길래……
뭐, 직접 반응들을 본 사람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인 후, 창 밖의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짤랑, 작게 울리는 방울 소리.
위슨이 또 다른 문자를 띄웠다는 신호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제정신이 8할밖에 안 되어서 그런 걸까요?]
“……”
이 자식이 진지한 얼굴로 헛소리를 하고 있네.
나는 녀석의 가설대로, 이상정신 2할답게 딱밤을 먹여주었다.
시계탑에 도착해, 집사가 알려준 대로 ‘나비관’으로 올라갔다.
두 사람분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나비관은, 정말 이름 그대로 나비밖에 없었다.
“안에는 표본들, 테라스에는 살아있는 나비들…… 우와, 종류 엄청 많은가본데.”
“여긴 안 왔었냐?”
주변엔 우리 말고도 다른 관람객들도 있었기 때문에, 위슨은 도로 파랑새를 꺼낸 상태였다.
“메린 걔가 전시물은 관심이 없어서 안 왔지. 박물관은 하나도 안 갔다.”
“그럼 뭐, 돌아볼 거야?”
“놀러 온 거 아닌데 뭐 하러? 아, 혹시 보고 싶으면…………아니다. 그냥 볼일이나 보러 가자.”
“……”
‘보고 싶으면 보고 있으라’고 하려던 말을 황급히 닫아버렸다.
위슨 녀석의 눈이 기묘하게 반짝이는 걸 본 순간, 등골이 오싹하며 어떤 생각 하나가 팍! 하고 떠올랐던 것이다.
이 녀석이 희귀한 나비……
……물약 재료가 보이면 한두 마리 빼돌릴 거 같다는 생각이!
집사가 말해준 지점으로 향하면서 슬쩍 녀석을 보았다.
눈살을 찌푸린 채 바깥 테라스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아까워 죽겠다는 눈빛으로.
“……”
이 자식 이거, 분명히 혀 차고 있을 거야!
입 안 보이지만 뻔해!
오, 주여…….
내가 제정신 8할이면 저 녀석은 7할……
아니, 물약에 관해선 4할 정도밖에 없는 거 아냐?
어우씨, 벌금을 무는 걸로 모자라 위병소에 잡혀갈 뻔했네.
끔찍한 미래를 피한 것에 안도하며, 나는 나비관의 맨 안쪽, 특별전시실이라 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특별전시실’이니 다른 관람객도 있어야 할 텐데, 희한하게도 안에는 우리 말고 아무도 없었다.
굉장히 커다란 파란나비의 표본 하나만 전시되어 있으니, 어딘지 휑한 느낌도 든다.
그 표본을 보면서, 나는 집사가 해준 말을 다시 떠올렸다.
그곳에 있는 나비 중, ‘특별전시실’의 나비를 찾아가십시오. 그리고 그 이름패를 보시면, 작은 끈이 달려 있을 것입니다.
그의 말대로, 박제된 나비 근처에는 이름패가 붙어 있었다.
이라 적힌 그 이름패의 밑면을 뚫고 나온 것처럼 작은 끈이 길게 늘어져 있는데, 박제판과 완전히 같은 색깔이었다.
끈이 있다는 걸 몰랐다면 아마 절대 눈치채지 못했겠지.
“이걸…… 당기고……”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올 때까지 쭉 당긴 후, 용건을 말한다.
그게 집사가 알려준 ‘나비공작’과의 접선 방법이었다.
나는 가만히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어 용건을 전했다.
“왕가의 보검을 훔칠 협력을 구하러 왔습니다.”
그리 크게 말한 것도 아닌데, 빈 공간이라 그런지 내 목소리가 전시실 안에 가득 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메아리 아닌 메아리가 잠잠해진 후, 위슨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렇구나. 제정신 7할이어서 딱밤 때린 거였구나. 위슨이 과소평가해서 언짢은 거였어.”
“한 대 더 놔주랴?”
아니, 왜 1할이나 깎이는 거야?
내가 뭐 엄청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것도 아닌데.
억울해!
“근데 이 다음은 어쩌냐?”
“그냥 기다려야 한다던데.”
“그래? 그럼 기다리고 있어, 위슨은 잠시 저쪽에 가보고 올게.”
“……”
태연하게 말하며 전시실을 빠져나가려는 녀석의 팔을 곧바로 붙잡았다.
“아, 왜. 잠깐만 갔다 온다니까.”
“웃기고 있네. 내가 네 속셈 모를 줄 알고? 꿈도 꾸지 마, 임마!”
녀석은 순간 이마를 찡그리더니, 곧 눈썹을 아래로 내리며 손가락을 들었다.
“……한 마리만.”
“안 돼.”
“안 들키게 슬쩍 가져올 수 있어.”
“안 된다고!”
“아~ 한 마리만 있으면 실컷 실험할 수 있는데~ 하나면 되는데에~”
갑자기 뒤로 몸을 젖히며 땡깡부리기 시작했다!
아니, 뭐 어린애가 장난감 조르는 것도 아니고!
“이 자식이 징그럽게 뭐하는 거야? 한 마리고 뭐고, 남의 거 훔치면 안 된다는 거 몰라?!”
“호오? 보검 훔치고 싶다는 분이 희한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허, 이 녀석이 이젠 목소리 변조까지 하면서 덤벼드네?
“얌마, 그거랑 이거랑 같냐?! 아니 이젠 되도 않는 트집을,”
“위슨 아니야.”
나한테 팔을 잡힌 채 거의 드러누울 기세로 뒤로 푹 꺾던 위슨은, 어느새 똑바로 서 있었다.
“……뭐?”
“위슨 아니라고, 미친놈아. 네 뒤에 뭐 있는데?”
내 어깨 뒤를 슬쩍 보는 녀석을 따라, 나 역시 뒤를 돌아보았다.
어두침침한 전시실, 불빛이 닿지 않는 구석에, 파란색 나비가 공중에 둥실 떠 있었다.
마치 어둠에 박제된 것처럼, 날갯짓하나 없이 떠 있는 걸 보니 어쩐지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놀라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제 소개를 하죠. 이미 아시겠지만, 저는 이 말리스의 상인조합장을 맡고 있는 클라우스 상트라 합니다. 그러나 그건 이 위층, 조합장실에서나 통하는 이름이죠.”
파란나비의 모습이 일순 사라졌다가 다시 떠올랐다.
허리라도 꾸벅 숙여서 인사한 모양이다.
“저는 나비관의 주인, ‘나비공작’ 클라우스라 합니다. 이리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용사, 카엘 에스트렐 님.”
“……!”
윤곽마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가 미소를 지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