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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113화 (113/475)

〈 113화 〉 111화 : 우당탕탕, 신나는 보검 사냥! (1)

* * *

지도를 머리에 넣어야 한다.

타칭 전설의 도둑이라는 노인네는 비장하게 말했다.

그딴 걸 어떻게 하냐, 노인네야.

자타공인의 상식인, 나 카엘 에스트렐이 발끈하며 반박했다.

그 짧고 굵은 논쟁은 노인네가 제법 두툼한 나뭇가지를 주워오고, 그걸 본 내가 잽싸게 그 자리를 뜨는 걸로 끝나고 말았다.

비겁한 노인네 같으니라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돼.

지도를 한 번만 보고 어떻게 외우냐고.

난 길도 잘 안 외워지는구만.

그런 면에서 부엌은 굉장히 알아보기 쉬워서 참 좋다.

활짝 열린 창으로 김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오고 있고, 이따금 얼룩진 앞치마를 두른 사람이 밖으로 나와, 쓰레기통에 식재료 찌꺼기를 버리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바깥으로 저렇게 김이 많이 나온다면 안은 진짜 뿌옇겠군.

옷 상태가 영 아니어도 모를 거야.

피냄새도 가려질 거고.

풀숲에서 나오기 전, 나는 다시 한 번 더 뒷문 쪽을 살폈다.

경비병들은 여전히 딴청을 피우고 있고, 검은 장정들은 또 일을 마치고 집 안으로 털레털레 들어가고 있는 참이다.

……지금이다!

마른 침을 한 번 삼킨 후, 제발 내 걸음걸이가 멀쩡해보이길 빌며 풀숲에서 나왔다.

그리고 바깥으로 한 발짝 내딛자마자,

시선들이 느껴졌다.

“……!”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데.

그럼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늘로 온통 꽂아버리는 듯한 따가운 시선들 때문에, 하마터면 헛발을 디딜 뻔했다.

대체 어디서 보고 있는 거지?

어디에 얼마나 숨어 있는 거야……?!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어버린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는 내 머릿속에, 새삼 그도둑의 말이 떠올랐다.

자칭 거미라면서 도무지 거미 같지 않게 날아다니던 그 도둑의 말.

­­진짜 날고 기는 놈들은 다 모였어. 눈깔사냥꾼까지 왔다고.

……어줍잖은 도둑이 아닌 진짜 ‘전문가’들은 지금, 다들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거다.

거미 그 자신을 포함해서.

‘어째서 나서지 않을까?’

마음속 목소리가 속삭인다.

그들이 왜 나서지 않고 숨어있는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아?’

그 속삭임에, 나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지금 생각해야 하는 건 집 안에 들어가는 것, 이거 하나뿐이니까.

“……후…….”

시선들을 무시하려 애쓰며, 부엌 문의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막 닿으려는 순간,

끼익, 문이 열리며 팔뚝이 우람한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

“응?”

흠칫 놀란 아주머니는 곧, 나를 위아래로 스윽 훑어보았다.

단지 그뿐인데도 가슴이 덜컥거렸다.

설마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여기서 망하는 건가!

아냐아냐아냐, 아직 아니야, 진정해!당황하지 마!

여기서 당황하면 수상하게 여길 거라고!

근데 뭐라고 해야 되지?!

인사……는 절대 아니고!

“아, 저…….”

“마침 잘 됐네. 이 통 비우고 와라. 죄다 찌꺼기니까 빼돌릴 생각 말고.”

“네?”

……엄청나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온 탓에, 오히려 머리가 더 멍해지고 말았다.

내가 멍청히 반문하자 짜증이 난 듯, 아주머니의 눈동자가 굉장히 작아지며 눈썹이 홱 일그러졌다.

“못 들었어? 이 통 들고 저~기 구덩이에 비우고 오라고! 바쁘니까 얼른 가!”

“아, 예.”

……기세에 눌려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아주머니는 그런 내게 더 관심을 갖지 않고, 도로 부엌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

뭐지, 이 기분은……?

별 어려움 없이 그냥 넘어갔으니 다행스러운 일일 텐데.

아니, 일단은 시킨 일 먼저 하자.

괜히 의심받을라.

나는 고기와 채소 찌꺼기로 가득찬 쓰레기통을 들고 구덩이로 향했다.

……그나저나 그 아주머니, 저 구덩이에 시체가 굴러다니고 있는 걸 알고 이런 걸 시키는 건가 모르겠네.

알고 시키는 거면 좀 무서운데.

나는 가급적 구덩이 속을 보지 않으려 애쓰며, 그 안에 쓰레기를 쏟아부었다.

“하아…….”

혹시 원혼이 아직 남아 있다면, 나 말고 그 아주머니에게 화풀이하십쇼.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돌아왔다.

……좋아, 이번에야말로 들어가자.

나는 조심스럽게 부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왁.”

뿌얘! 아니 대체 뭘 만들길래 이렇게 김이 많이 나?!

창문도 다 열어놓고 있는데!

일단 저기 커다란 화덕에서 무언가 튀기고 있는 건 알겠다.

기름 튀는 소리가 엄청나게 커!

그 외에도 무언가 덜그럭거리는 소리, 물이 끓는 소리, 지글거리는 소리, 요리사로 보이는 사람이 큰 소리로 악을 쓰며 지시하는 소리로 엄청 정신이 없다.

아, 이런.멍청히 서 있으면 안 되지!

나는 정신을 부여잡고, 이리저리 정신없이 움직이는 하녀들을 피하면서 부엌을 빠져나갔다.

일이 바쁘긴 바쁜지, 나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휴…….”

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폐 속에 가득 찬 습기를 모조리 뱉듯이 긴 한숨을 쉬었다.

환기가 영 안 되나 봐.

집 설계 잘못한 거 아니야?

얼굴에 잔뜩 밴 땀을 대충 닦은 후,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외길 복도인데, 길이는 그리 길지 않고, 달리 이어지는 곳도 한 곳밖에 없다.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 출구는 제대로 골랐군.

식료품 창고로 나왔다면 조금 좌절했을지도 몰라.

내가 서 있는 이 복도는 부엌과 식당 사이에 놓인 연결통로이다.

그리고 식당 바깥은 로비일 터.

즉, 나는 일단 잠입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 서재로 가면 된다.

“……후우…….”

재차 심호흡을 한 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복도를 나와 식기들이 보관되어 있는 작은 방에 들어간 후, 그대로 식당으로 곧장 걸어나왔다.

그 도중에 그릇을 닦거나 나르는 여러 사용인들을 지나쳤는데, 역시 내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지?

왜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 거야?

너무 쉽게 진행되니까 오히려 더 긴장되잖아.

어이씨, 설마 이거 다 함정인 건 아니겠지?

“거기 당신!”

식당에서 로비로 나오자마자 큰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을 줄 알았어.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리자, 어떤 하녀가 나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이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청소를 하거나 장식물을 나르는 등, 여러 사용인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저거, 이리 오라고 부르는 거겠지?

저렇게 손으로 사람을 부르는 걸 보면 사용인들 중에서도 좀 높은 급일 거 같은데.

잘못하면 바로 들키는 거 아니야?

나를 부른 하녀에게 가까이 가니, 그녀의 발치에 커다란 꽃병이 놓여져 있는 게 보였다.

꽃병 가득 노란 장미꽃이 담겨 있는 게, 딱 봐도 무게 좀 많이 나갈 것 같다.

그녀는 그 꽃병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지금 손 비죠? 이거 손님방에 좀 가져다 놔주세요.”

“손님방? 어느 손님방이요?”

……나도 모르게 대답이 툭 튀어나왔다!

음, 내가 생각해도 자연스러웠어.

너무 물 흐르듯이 튀어나와서 나 스스로 좀 씁쓸할 정도야.

……그보다 의심해줘!

왜 다들 날 태연하게 하인 취급하는 거야?

그렇게 흔하게 생긴 거야?!

“제일 안쪽 손님방이요. 오늘 그 방에 귀~한 손님이 머무신다잖아요.”

“귀한 손님이요?”

“왜 있잖아요. 그 귀족 아가씨!”

“아~……”

옐리카를 위한 방이구나. 그렇구나.

이렇게 많은 꽃을 거기 두려는 걸 보면, 그녀가 특별한 손님인 건 맞나보다.

……그나저나 노란 장미?

붉은색이 아닌 건 최후의 양심인가?

아니면 붉은 장미를 바칠 만큼은 아니라고 모욕하는 건가.

쯧, 오늘 침대 모서리에 발가락 찧어라.

아무튼 어차피 2층 올라갈 거였으니 잘됐지, 뭐.

좋게 생각하자, 좋게.

“영차.”

무겁긴 한데 못 들고 갈 정도는 아니군.

꽃병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려는 내 등 뒤로, 그 하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러고보니 당신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오오, 드디어!

아, 이게 아니지.

제길, 뭐라고 핑계를 대야 되지?!

그러나 내가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하녀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 새로 오셨나봐요? 일손 모자라서 몇 명은 급하게 뽑았다던데. 후후, 파티 끝나면 친해질 겸해서 같이 한잔해요! 아, 그리고,”

그녀는 내 옷을 가리키며 눈살을 찌푸렸다.

“하필 줘도 왜 그런 걸 줬대?그 꼴로는 손님 접대 못하니까,그 꽃병 옮기면 바로 세탁실로 가요. 수선이랑 세탁해줄 거에요. 집사님한테 걸리면 크게 혼날 테니 눈에 안 띄게 조심하시고!”

……그런 말을 남긴 후, 그녀는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바로 뒤돌아 가버렸다.

“……”

왜 의심 안 하는 거야……?

아무리 일손이 모자랐어도 그렇지, 일 시작하기 전에 다같이 인사했을 거 아냐.

왜 지금 처음 만나는데도 누구냐고 안 묻는 거야?

게다가 옷 상태가 멀쩡하지 않은 것도 다 봤잖아…….

잠깐이라도 좀 의심해줘!

아……

괜히 긴장했어…….

“하…….”

어쨌든 이걸로 무사히 2층까지 가겠구만.

경비병들 상황도 대놓고 확인할 수 있을 거고.

아, 그래도 확실히 할 건 해야지.

내가 이렇게 전혀 의심을 받지 않는 건, 갑자기 일손이 엄청나게 부족해진 탓에 긴급으로 인력을 마구마구 충원했기 때문일 거다.

흔하게 생겨서 그런 게 아니라.

누구 말마따나 허당으로 보인다거나 잡스러워 보이는 건 더더욱! 절대로 아닐 거고!!

그래! 좋게 생각하자, 좋게!

……하지만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역시 한숨이 새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딱 한층 올라왔을 뿐인데, 그 소란스럽던 분위기가 완전히 정반대로 뒤집어졌다.

바닥에 깔린 카펫이 내 발소리만 삼키고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그 어색한 적막이 내려앉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졌다.

지도에서 봤던 대로, 2층은 모퉁이 없이 직선으로 곧게 뻗은 복도를 기준으로, 양옆에 방이 마주보고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여기엔 경비병이 딱 세 명 있는데, 그들도 이곳에 자리한 고요함을 깨기 부담스러운지, 바짝 서서 앞만 쳐다보고 있다.

저렇게 계속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면 움직이기 편할 텐데.

뒤통수에 눈이 없어서 확인을 못하겠네.

“……”

근데 손님방이 어느 쪽이지?

어이씨, 분명히 지도 봤는데 기억이 안 나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내 바로 뒤, 그러니까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근처에 있는데,양쪽에 다 있으니까 어느 쪽이 침실인지 모르겠다.

제길, 한쪽만 있었으면 바로 외웠을 텐데!

“음……”

이럴 땐 찍어야지.

일단 왼쪽으로 쭉 가서 맨 안쪽에 자리한 방의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철컥.

“……”

안 열리네.

여기가 아닌가 봐.

곧바로 뒤를 돌아서 쭉 걸어가, 맨 구석의 방을 열어보았다.

빛을 형상화한 성광이 놓인 제단이 있고, 그 위에는 촛불이 은은하게 빛을 내며 타고 있다.

……기도실인데?

“……뭐지?”

혹시 몰라 맞은편의 문을 슬쩍 열어보았더니, 방 안쪽에서 누군가가 혼자 체스를 두고 있다.

옷이 화려한 걸 보면 백작인 거 같은데.

……그럼 여기는 오락실이라는 거잖아.

백작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시 슬며시 문을 닫은 후, 나는 조금 더 큰 보폭으로 아까 잠겨 있던 방으로 다시 향했다.

아까 그 방이 손님방이 맞다면, 서재는 그 근처에 있다.

……근데 이렇게 대놓고 왔다갔다 하는데도 ‘뭐하냐’는 말도 한 마디 걸어주지 않는 이 경비병들 진짜…….

설마 눈 뜨고 자고 있는 건 아니겠지?

처음에 갔던 방 앞에 서서 다시 손잡이를 돌려보았지만, 역시나 철컥 소리만 날 뿐 열리지 않았다.

바로 맞은편에 있는 방 역시 침실이긴 했으나, ‘귀한 손님을 위한 방’이 맞는지는 알 수 없었다.

따로 꽃병 놓을 자리도 안 보이고.

하이씨, 안에서 뭐하는 거야?

한숨을 쉬며 다시 잠겨 있는 방을 향했다.

“……”

똑똑.

여전히 반응 없음.

아잇, 여기가 그 ‘귀한 손님을 위한 방’이 맞는지 확인을 해야 서재 위치가 잡히는데!

오냐, 어떤 놈인진 몰라도 안 나오고 배기나 보자!

다시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똑똑똑똑똑.

“그만해!”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초로의 남자가 결코 울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버럭 소리쳤다.

남자는 장미꽃이 담긴 꽃병을 든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 후, 불쾌함을 전혀 숨기지 않으며 말했다.

“넌 뭐야?”

“여기가 ‘귀한 손님을 위한 방’이 맞죠? 꽃병 두라고 해서 왔습니다.”

남자의 얼굴이 한층 더 찌그러지는 걸 보니, 덜컥 불안이 밀려왔다.

설마 이 방도 아니었던 건가?!

“……내가 놓을 테니까 거기 두고 가!”

“……”

음, 맞군. 다행이다.

그리고 이 사람이 이러는 이유는…….

나는 꽃병을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슬쩍 문틈을 엿보았다.

얇은 캐노피가 드리워져 있는 호화로운 침대가 아주아주 살짝 보였다.

그 끝에 흰색 앞치마처럼 생긴 천이 보이는 것 같은데, 캐노피를 잘못 보고 있는 걸까?

“……”

몸을 다시 일으키면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남자를 마주보았다.

그러고보니 이 사람, 옷매무새가 좀 흐트러져 있는 것 같네.

하하, 단추를 한 칸씩 밀려서 끼웠는걸?

……어휴,아직 해도 안 졌구만, 벌써부터 밤일에 열중이야.

그것도 귀~한 손님이 묵는다는 방에서.

미친놈 아니야, 이거.

“……실례했습니다.”

들켜서 모가지 잘리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그 자리를 뒤로 하려 했다.

“잠깐!”

“……?”

나를 불러세운 남자는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너 지금 본 것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마라!”

“네, 그러죠.”

“……”

“……”

아니 원하는 대로 말 안 하겠다는데 왜 되려 더 노려보는 거람?

아무리 기다려도 더 말이 나올 것 같진 않아서, 나는 다시 뒤돌아서 가려 했다.

“자, 잠깐. 너 임시 하인이지? 이름이 뭐냐? 정식으로 채용해주마.”

“……”

아, 이 사람이 집사구나.

서재에 안 들를 때는 일도 하고, 이런 식으로 땡땡이도 치는구만.

……근데 이 사람도 날 한 줌도 의심하지 않고 있어!

그 임시 하인들 대체 누가 뽑았길래?!

깊은 한숨을 쉬며, 나는 경비병이 가까이에 서 있는 방을 가리켰다.

“……서재 저 방 맞죠?”

“어? 어…… 그렇긴 한데, 네가 서재는 왜…….”

“길을 아직 못 외워서요. 아, 맞아. 전 폴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 그래. 기억해두지.”

다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후, 나는 천천히 계단을 향해 걸어가면서 귀를 기울였다.

끼이익, 철컥.

……닫혔다!

그 길로 다시 발걸음을 돌려, ‘귀한 손님용 방’의 맞은편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내려놓았던 꽃병이 없어진 걸 보니, 그 집사가 방 안으로 들여놓은 듯했다.

아무튼 서재 위치는 확인됐는데, 하필 딱 경비병이 서 있네.

어떻게 따돌리지?

살짝 문을 열어, 바깥을 살폈다.

마침 경비대장이 계단을 내려오는 게 보여, 재빨리 다시 문을 닫았다.

……하, 저렇게 경비대장이 정기적으로 돌고 있으니, ‘대장이 찾으신다’는 거짓말은 전혀 안 통하겠지.

심부름을 왔다고 할까?

……근데 서재에 하인을 보내서 시킬 만한 심부름이 있나?

서재는 백작만 쓸 테니, 그 관련 심부름은 죄다 집사가 직접 할 거 아냐.

그리고 그 집사는 지금 요 맞은편 방에서 여러모로 어처구니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 경비병들도 뻔히 봤을 테니, 역시 전혀 통하지 않을 거다.

……훗, 드디어 때가 됐나?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나는 조용히 이름을 불렀다.

“플레마.”

바닥에서 연기가 올라오며, 스라소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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