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 외전 2) 매여 있는 것 (Side : Witson) (2)
* * *
※ 뒷부분은 대충 113화인 듯.
뜻만 아슬아슬하게 유지된 전언에, 위슨은 씁쓸히 웃었다.
‘진짜 엘프 엄청 싫어하는구나.’
저들은 오만의 결정체이다. 그대도 그걸 염두에 두도록 해라.
그래도 마녀들을 대할 때보단 나은 편이다.
날카롭긴 해도 일단 인사는 했으니까.
마녀에 대한 감정이 혐오였다면, 엘프는 단순히 미운 정도인 듯했다.
어쨌든 부정적이라는 건 마찬가지이니, 에코를 통해서는 제대로 이야기를 못할 터.
위슨은 손가락을 퉁겨, 파랑새를 다시 흩뜨려버렸다.
흥.
머릿속에 울리는 콧방귀 소리를 못 들은 체하며, 위슨은 머리 위에 자신의 뜻을 글자로 띄웠다.
[읽을 수 있어?]
“……역시 너, 마녀였구나.”
[마녀는 이제 없어. 용사가 다 치웠거든. 어쨌든 그걸 알아채다니 눈치 좋네.]
정확하게는 마녀를 탄생시키고 지배하던 악마를 없앤 거지만, 그 악마를 해치운 건 용사이니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엘프는, 위슨의 그 말을 읽고 소리를 빽 질렀다.
“날 바보로 아는 거야?! 대놓고 환수를 쓰고 있잖아! 게다가 머리에 글자까지 띄우고 있고! 그거 마법이지? 이 세상에 마법을 쓸 수 있는 건 마녀뿐이야!”
[환수……. 엘프에게도 그리 보이는구나. 좀 다를 줄 알았는데.]
그의 중얼거림에 반응한 건 불을 밝히고 있는 스라소니, 플레마였다.
“이 형체를 취한 순간부터, 우리 본연의 그것과는 동떨어지게 되었으니 당연하외다. 순수한 정령은 알아볼 거요.”
“말을……?! 아, 아니, 그보다, 그 뜻은 지금 네가 정령이라는 거야?”
“그러하다.”
엘프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정령이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계약했으니까.]
“계약……? 정령과 계약을 한다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깜빡이는 엘프를 보며, 위슨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분위기를 보니 정령과 엘프의 사이는 좋지 않은 것 같기 한데, 설마 정령과 계약을 한다는 개념조차 모를 줄이야.
미친 마녀를 대신해, 그에게 세상을 가르친 정령들이 알려주었다.
엘프는 ‘숲의 일족’, 즉 숲이 스스로 형체를 빚어 낳은 종족이다.
그러니 자연 그 자체인 정령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일 터.
서로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엘프가, 계약을 통해 정령의 일부를 순리에서 떼어내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자신은 인간이니 정령에게서 들어야 했지만, 엘프는 나면서부터 자연히 아는 줄 알았는데.
에코를 위시한 정령이, 엘프를 가리켜 ‘오만의 결정체’라 칭하던 것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혹, 그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이들의 사고방식은 우리나 그대와는 다르다. 사랑하는 자여, 지금은 그대의 용건을 우선하라.
타이르는 듯한 정령의 목소리에, 위슨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긴 하다.
[여기서 나가고 싶지?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꺼내줄 수 있어.]
“하, 내가 마녀의 말을 들을 것 같아?!”
[맘대로 해. 예의상 묻는 거니까. 다만,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엄청 아플 거야. 고통을 즐기는 취미가 있다면 뭐, 너에겐 즐거운 시간이 되겠지.]
“……!”
무던한 표정으로 위협하는 그의 모습에 기가 막히다는 듯이 숨을 내뱉으며, 엘프는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쏘아보았다.
“……뭘 시킬 셈이야?”
[간단해. 일단 이걸 채울 거야.]
그가 꺼내든 것은 짐승의 창자를 말려서 만든 얇은 끈 세 개였다.
제공자는 지난주에 죽인 짐승형 몬스터인 바르그.
독성이 강해 물약재료로는 쓸 수 없어서 버리려던 찰나, 수장이 준 책에서 이를 활용하여 도구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시험 삼아 만든 것이다.
말 안 듣는 수련생에게 채워서, 벌로 청소를 시키거나 가죽 무두질을 시키는 등의 징계를 주는 용도라고 한다.
그리고 마녀들은 이걸 발전시켜서,사람의 이마에 씌워서 기억을 봉인하고 의식을 마비시켜 노예로 부렸다.
수장이 그 내용들까지도 꼼꼼하게 남긴 건, 마법의 가능성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아마 그에게 교훈을 남기고 싶은 게 더 클 것이다.
힘 자체에는 선악이 없다.
그 방향성을 결정하는 건, 힘을 휘두르는 주체에게 있을 뿐.
……그렇다면, 선악을 결정하는 건 누구인가?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걸까?
위슨은 눈을 감고, 깊이 들어가려 하는 생각을 멈추었다.
지금은 고찰에 빠질 때가 아니다.
짤랑, 방울 소리가 울리며 또 다시 문자가 나타났다.
[그 다음, 카엘 에스트렐을 도와주면 돼.]
“뭐? 누구?”
[카엘. 우리 일행 대장.]
이 엘프는 용사를 죽이러 온 암살자이다.
그가 용사라는 걸 말하는 건 좋지 않겠지.
애초에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아, 그 인간.……그래서,뭘 어떻게 도우라는 거야?”
[숨어 있다가, 목숨이 위험해질 거 같으면 구해주면 돼.]
“……그게 다야?”
[다야. 어때? 간단하지?]
잠시 곰곰이 생각에 잠긴 듯하던 엘프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위슨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재차 손가락을 퉁겨 파랑새를 불러내었다.
사실 엘프에게 끈을 다 맨 다음에 파랑새를 불러내어도 늦진 않다.
하지만 괜한 속마음이 튀어나올지도 모르니, 문자 마법은 그만두어야 했다.
걸렸구나~ 였지. 그대도 그런 술수를 부리게 됐군.
웃음기 머금은 목소리였다.
위슨은 목깃 뒤에서 미소를 지으며, 엘프의 목과 양 손목에 끈을 채우기 시작했다.
술수라 해도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그저 이 끈들을 한 번 차면 스스로 벗을 수 없다는 것과, 부탁 외에도 다른 명령을 걸 거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 뿐.
물론 엘프가 물었다면 솔직히 대답해주었을 것이다.
어차피 이 여자가 동의하든 말든, 끈을 채울 생각이었으니까.
‘맘에 안 들어?’
설마. 사랑하는 자여, 그대의 성장에 기쁠 뿐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회유하며, 그 과정에서 때로는 진실을 숨기고, 때로는 강압을 가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죄의식을 가볍게 하고자 스스로에게 이유를 대며 설득시킨다.
이는 모두 지성체이기에 수행하는 행동이며, 다른 인간들도 익히 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즉, 위슨은 인간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행동을, 그것도 스스로의 지혜만으로 행한 것이다.
비록 작은 꾀를 부렸을 뿐이라 해도, 성장은 성장이다.
그를 사랑하는 정령들이 기뻐하는 건 당연했다.
‘……뭐, 사제님은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용사는……
희한한 부분에서 싸늘하니까 의외로 별 신경 안 쓸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 형 참 희한해.’
사제가 하는 고문은 얼굴색이 바뀔 정도로 싫어하면서, 자백제를 쓰는 건 꺼리긴 해도 막지는 않는다.
용사 자신을 욕하는 건 표정 찡그리고 말면서, 그의 어머니를 비웃는 듯한 말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발로 차버리고, 그 검사를 괴물이라 하니 의자로 보내버리려 한다.
싸우는 건 싫어하면서, 정작 그때가 되면 가차없이 저질러버린다.
……조금 전에 하다 만, 선악에 대한 생각이 재차 떠올랐다.
용사는 무엇을 기준으로 선악을 판단하는 것일까?
생존본능? 사회 규범?
아니면 카엘 에스트렐이라는 개인의 고유 양심?
개인의 욕망에 충실하여, 사람이든 짐승이든 원하는 대로 죽이고 범하는 사회를, 용사는 용납할 수 없는 악이라 칭하며 부숴버렸다.
하지만 그곳에서 자라온 위슨을 비난하지도, 경멸하지도 않는다.
그저 재미로 물약 시험하지 말라거나, 남의 거 슬쩍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퍼부을 뿐.
용사에게 그는 어느 쪽으로 보이고 있을까?
검게 물들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선?
아니면 언제 튀어나올지 몰라 감시해야 하는 악?
……알 길이 없다.
그는 용사가 행동하는 기준의 경계선조차 가늠할 수 없으니까.
‘좋은 사람인 건 분명한데.’
자신과 그다지 상관없는 일에 끼어드는 걸 보면 호인이다.
그러니 용사는 선한 사람이라 봐도 좋겠지.
……그렇다고 용사를 기준으로 삼을 거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거리고 싶어진다.
특히, 안 해도 될 말을 괜히 해서 매를 버는 건 정말로 배우고 싶지 않다.
‘그래도 평소엔 멀쩡하니까, 제정신 7할 정도일 거야.’
나로선 그대가 10할짜리 인간과 함께 있었으면 하는데.
‘안 돼. 재미없잖아.’
못된 물이 들어버렸군. 이 또한 마녀의 업보로다.
쯧쯧, 머릿속에서 혀를 차는 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그는 에코의 목소리를 빌어 명령어를 던졌다.
“Prête, Bluebell. L'ordre vous attend.”
……준비해라, 블루벨. 명령이 너를 기다리노라.
끈이 조이는 동시에 커지는 엘프의 눈을 마주하며, 어린 마법사는 흡족히 미소지었다.
시간이 흘러, 파티가 열리는 별장으로 향하는 길.
말쑥하게 차려 입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건, 역시나 예쁘게 빼 입은 사제였다.
자신은 사제이니 됐다고 사양하는 그녀를, 그 의상실의 주인이 굉장한 기세로 설득한 결과였다.
무시무시한 검사를 당황하게 만들 정도로 추진력이 강한 사제도, 그와 비슷한 기세를 가진 사람을 당해내는 건 어려웠던 듯했다.
“흐흐흥~”
근데 정작 입고 나선 저렇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의외로 맘에 들었던 건지도 모른다.
[맘에 들었나봐?]
“그것도 있지만……. 히히, 제 작전이 성공한 것 같아서요!”
[아, 카엘 형?]
굉장하긴 했다.
설마그용사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
그 다음 정신이 돌아온 탓에 도망가버리고, 그 후 얼마 안 있어 에코가 갑자기 길길이 날뛰었지만.
소리의 정령이 또 화를 낸 이유는, 왕자가 의상실로 온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벌써 두 번째야!
간단했다.
용사의 그 고질병이 또 도졌던 것이다.
연심을 부정하는 그 병이 어느 정도로 깊은 건지는 모르지만, 왕자가 구태여 ‘건드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할 정도면 꽤 심각한 모양이다.
부모의 원수도 아닐 텐데, 그렇게까지 거부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 걸까?
틈이 있으면 살피고, 야영 중에는 이따금 바닥에 끌리는 그녀의 땋은 머리를 들어서 만지작거리는 등, 누가 봐도 깊이 아끼고 있는 게 보이는데.
아직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럴 때는 경험 있는 어른의 말을 따르는 맞는 것이리라.
위슨은 한숨을 쉬며 사제에게 재차 당부했다.
[사제님, 명심해. 괜한 말하지 마. 또 도망갈라.]
“으음…… 지난번처럼 입을 막고 있는 게 나을까요?”
[아마도?]
어깨를 으쓱한 후, 위슨은 마차 창 밖을 바라보았다.
지금쯤 저 어딘가에서 용사와 정령들이 한바탕 뛰어다니고 있겠지.
눈을 감고 집중하면 정령의 시야를 불러올 수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괜히 사제의 의심을 살지도 모른다.
그러니 용사가 알아서 잘하고 있으리라 믿을 수밖에 없다.
비밀병기인 엘프도 출격시켜 놓았으니,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무사히 돌아오겠지.
그 염려를 떼내고자, 위슨은 아까 떠올랐던 질문을 하기로 했다.
[근데 사제님, 왜 카엘 형이랑 메린 씨 사이에 개입하는 거야?]
“아, 이거요? 카엘 님을 돕는 거에요.”
[어, 그래? 연애 쪽으로 도와달라고 했을 거 같지 않은데.]
“아하하, 당연히 그건 아니에요! 으음~ 카엘 님이 없으니, 카엘 님 이야기를 빼고 말씀드리자면…… 저랑 메린 님은 닮았거든요.”
의외의 답변이었다.
그저 단순히 ‘보기 좋다’거나, 아니면 ‘용사가 저러는 게 답답해서’라는 이유일 줄 알았는데.
위슨은 의아한 눈으로 사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닮다니?]
“저는사람 흉내를 내도록 교정된 도구랍니다. 제가 전투사제인 것도 그 때문이에요.”
이어서 사제가 들려준 이야기는 제법 인상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신전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따금 한데 모여 분류시험을 받는다.
이때 각 보직에 대해 소질이 보이는 아이들은 따로 모여, 사제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기 시작한다.
“저는 곧바로 망치 휘둘러서 몬스터 대가리를 깨버렸어요!”
[시험이라 해도 그렇지, 몬스터를 풀어놓는 거야? 그때가 몇 살이었는데?]
“에이, 몬스터는 당연히 묶어놨죠! 으응~ 그때가~ 아마 일곱 살이었을걸요? 잘 기억 안 나요.”
무기를 들고 달려들 담력이 있는지만 보는 시험에서, 주저없이 적의 목숨을 거둔 아이가 나와버렸다.
다들 난리도 아니었다며 사제는 웃었다.
“감정 수준을 낮추는 교육은 있는데, 높이는 건 어떻게 해야 되냐는 둥, 한바탕 소란이 있었대요.
아무튼 저는 여러모로 훈련이랑 교정을 받았는데, 메린 님을 보면 훈련받던 때의 제가 생각나서요.
그래서 알고 싶어요.메린 님이 얼마나 변할 수 있는지. 교단의 교정 없이도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는 건지.”
그래서 용사를 돕는다.
그저 그 도움의 방향이 용사를 그녀에게 붙이는 것일 뿐.
사제는 헤실 웃으며 그렇게 말을 마쳤다.
……교정이라는 건 비틀어진 것을 바로잡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제의 말대로라면, 그 검사 역시 비틀어져 있다.
뭐가 어떻게 비틀어져 있다는 건지는 잘 알 수 없지만, 본인이 그렇게 말하니 맞겠지.
위슨은 어깨를 으쓱이며 다른 문자를 띄웠다.
[그 교정이라는 거, 힘들었어?]
“무진장 어렵긴 했죠? 히히, 그래도 다 통과했어요!”
아마 강제로 행해졌을 그 교정에 불만은커녕, 전부 통과했다며 자랑스러워하는 그 모습에 위슨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와 동시에, 호기심이 일었다.
정말로 그 두 사람이 이어지는 걸로, 그 무시무시한 검사가 변하게 되는 것인지.
정말 변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이 될지.
‘적어도 변하긴 하는 것 같아.’
[그러고보니 메린 씨도 조금 달랐던 거 같아.]
본의 아니게 용사의 뒤에 있던 그는, 용사가 의상실을 뛰쳐나간 뒤, 그 검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상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답다는 말을 들은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제 가슴에 손을 대고 있었다.
……얼굴을 약간 붉힌 채.
“오? 그건 예상 못했는데요. 교정을 안 받아서 그런가, 역시 다르네요.”
[그래? 사제님은 그런 거 없어?]
“아하하, 없어요~ 우리는 도구이니까요!”
[교단이랬지? 거기 되게 무서운 곳이네.]
제 입으로 스스로를 도구라 칭하게 하다니, 이 사제님을 ‘교정’한 그 교단도 멀쩡한 곳은 아닌 게 분명하다.
신을 섬기려면, 이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 사제가 비틀려 있을 뿐인가?
‘근데 진짜 이 중에 멀쩡한 사람이 하나도 없네.’
용사는 상식이 있는 것 같지만, 그 상식이 지켜지는 경계선이 애매하다.
한 마디로 정신이 이상하다.
사제는 일곱 살 때부터 싸움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적’이라 판단된 상대를 공격하질 주저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감성에 문제가 있다.
검사는……
표정변화가 거의 없어서 잘 알 수 없지만, 사제가 그녀 자신과 닮았다고 했으니 비슷하겠지.
……하나같이 문제투성이다.
만약 그에게 부모가 있었다면, 이런 사람들을 따라가려고 하냐며 뜯어말렸겠지.
‘……그러니 가장 좋은 사람들이야.’
이상한 사람들이니 아무 거리낌없이 그를 받아들인 것이리라.
이상한 사람들이니, 이들과 다니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고 편안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자신 역시, 멀쩡하지 않은 사람이니까.
……정말이지, 이보다 더 그에게 맞는 길동무들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파티 기대된다.]
“저도요! 분명 맛있는 거 많이 나오겠죠? 히히~”
정말 기대된다.
용사가 장난을 친 이 파티도, 파티에서 보게 될 두 사람의 모습도, 또 이 이후에 보게 될 것들도.
……그리고 이 여행의 마지막에 맞닥뜨릴, 드래곤까지도.
위슨은 빙긋 미소지었다.
세계를 보고 싶다는 어렴풋하고 단순한 동경이, 벌써 그 뒤에 꼬리표가 달려서는, 보다 화사한 꿈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여행이 끝날 때 즈음, 그는 대체 어떤 꿈을 품고 있을까?
어떤 결과를 보든,
이 여행에 나선 걸 후회하는 일은 결코 없겠지.
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때처럼 기대와 설렘으로 두 눈을 반짝이며, 그는 굳게 확신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