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 127화 : 산의 옛 주인 (2)
* * *
보기보다 심지가 굳은 편인지, 밀리아 사제는 생각보다 빨리 평정을 되찾았다.
도중에 바닥에 주저앉아서 실실 웃기도 하고,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치면서 어느 날짐승의 포효를 흉내내기도 하며,
하늘을 향해 드러누운 채 목청 터져라 함성을 지르기도 했지만…….
뭐, 결과적으로는 다시 일어나선 마을 주민들을 지휘하며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빨리빨리 움직여!! 여편네들은 짐 챙기고! 사내 새끼들은 집에 떨어진 시체 치우고! 윌, 빨리 안 움직여?! 네 녀석이 여자 덮치고 튀었을 때처럼 잽싸게 움직이라고!!”
“……”
……근데 후유증이 좀 심한 것 같은데.
괜찮은 걸까?
로나는 그런 밀리아 사제를 보며 감탄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 역시 변경지역을 담당할 만하네요! 저래야 이런 데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죠!”
“……원래 저러는 거구나.”
“당연하죠. 수도 근처나 대도시이면 몰라도, 변경 담당사제는 대부분 억셀걸요?
게다가 여긴 산 밑인데, 원래 산에는 몬스터가 많이 살잖아요. 그런 마을을 지키려면 웬만한 강단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 거에요.
아, 카엘 님 고향은 어떠셨어요? 사제가 없을 정도면…… 평화롭긴 평화로운데, 따로 신전을 둘만큼 크진 않을 거 같은데요.”
사제가 없다는 건,
그만큼 주민들이 위험에 처해있지도 않으며, 교리해석이나 예언을 위해 따로 신전을 세울 필요도 없다……
그런 뜻이 되는 건가?
……하긴, 그럴 듯하네.
나는 씁쓸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평화랑은 완전 동떨어져 있어. 내가 말 안 했나? 나랑 메린의 고향은 놋지빌이라고, 왕국 최북단에 있는 마을이야. 몬스터 바글바글해.”
“네? 근데 왜 사제가 없어요? 처음 마을을 개척할 때 반드시 사제가 있었을 텐데.”
“글쎄……, 사실 하나 있긴 있었는데, 돌팔이였어.”
“돌팔이라니……. 세상에, 별일이 다 있네요…… 흐음…….”
놀란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던 로나는, 별안간 턱을 두드리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몬스터 바글바글하다고 하셨죠? 얼마나요?”
“엉? 어어…….”
으음, 얼마나 바글바글하냐……
딱 정해서 대답하기 어려운데.
팔짱을 끼고 잠시 고민한 결과,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해주기로 했다.
“이건 과장 하나 없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는 거다. 뭣하면 메린에게 확인해도 돼.”
“아, 네.”
“어어, 그러니까 어떻냐면……”
그리하여, 나는 로나에게 자랑스러운 우리 고향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몬스터와 동고동락하고 있는지 들려주었다.
마을 바깥 목초지에서 양을 치고 있으면 매일같이 늑대를 만나는데,
이따금 그 늑대와 함께 떨거지 오크가 양을 훔치러 온다는 것.
호수 속에는 드라우너가 여럿 살고 있는데다 가끔 리자드맨이 물고기 사냥하러 오기 때문에, 낚시는 다같이 정해진 시간에만 해야 한다는 것.
그래도 물이 무척 맑아서, 달밤에 가끔 요정들이 거기서 축제를 연다는 것.
“나무열매 같은 거 주면 과자를 주는데, 이게 엄청 맛있어서 유명해.”
“어어…… 해는 없나요?”
“과자는 괜찮은데, 거기서 차나 술을 먹으면 바로 끌려가.”
“…… ”
전해지는 얘기로는 요정의 나라로 끌려간다는데, 그곳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구 하나 다시 돌아오지 못했으니까.
말을 잃은 로나에게, 나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숲 깊숙한 곳엔 자연동굴이 있는데, 그런 동굴엔 보통 고블린이 떼지어 살고 있다는 것.
근데 재수없으면 그 동굴에서 온 몸에 돌과 버섯이 박힌 곰이 튀어나오거나, 동굴에서 자던 거대 땅벌레의 꽁지를 본다는 것.
……그 외에도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로나의 얼굴에서 실시간으로 넋이 나가는 것 같았다.
마침내 내가 이야기를 마치자, 그녀는 완전히 멍한 얼굴이 되어 입술만 겨우 달싹였다.
“카엘 님.”
“엉?”
“왜 그런 데에 마을이 있는 거에요?”
“……글쎄?”
그러고보니 왜 그딴 데에 마을이 있을까?
이름을 ‘놋지빌’이라 지은 걸 보면, 애초에 최북단 마을로 삼으려고 세운 것 같긴 한데.
로나는 별안간 성호를 그으며 뭐라뭐라 기도하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그 말씀을 들으니, 어째서 카엘 님이 그런 건지 알 것 같네요.”
“엉? 내가 뭐?”
“지난번에 그러셨잖아요. 엄청 심하게 앓으신 건데, 그게 평범한 수준이라고요. 그거보다 더 심한 적도 있었다고요.
아무리 병약한 체질이라 해도 그렇지, 카엘 님은 그 정도를 훨씬 넘었어요.”
“……”
알고 있다.
이 녀석은 그냥 덤덤하게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하지만 역시 나도 사람이란 말이지?
아주아주 약간 울컥해오는데, 이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그래그래, 좋겠네. 넌 기운 팔팔하고 건강 넘쳐서 아주 좋겠어.”
“어라? 아, 카엘 님을 비난하려는 건 아니에요. 어어…… 카엘 님, 고향분들 중에 다른 병약한 분은 없었나요?
예를 들면, 아이가 태어나고 삼사 년 안 되어 죽거나, 카엘 님처럼 자주 드러눕거나요.”
“어린애들 중엔 있긴 했는데, 원래 애들은 약하잖아. 좀 큰 애들이나 어른 중엔 별로 없었어. 아, 촌장님 다섯째 따님이 자주 드러누웠지. 나처럼 약에 절여지진 않았지만.”
괜히 내가 그 마을에서 안 좋은 의미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던 게 아니다.
그리고 병에 걸려 죽는 것보다도 몬스터 때문에 많이 다치고 목숨을 잃으니…….
사실 말을 안 한 게 있는데, 어릴 때 한두 번은 꼭 하게 되는 놀이 중 술래잡기가 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해야 하나?
무려 술래가 고블린이었으니까!
숲에서 고블린 한 마리를 꾀어서, 그 놈을 술래 잡아 도망다니는 놀이였지.
물론 붙잡힌 애는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다.
끝낼 때는…… 술래를 돌로 때려서 죽이거나, 다같이 마을로 튀었다.
이따금 애들을 다 놓쳐버린 고블린이 마을을 향해 분노의 함성을 지르기도 하는, 그런 전통놀이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얼른 맥이 끊어졌으면 좋겠네.
로나는 내 대답을 듣고, 재차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냈다.
“추측인데요. 카엘 님은 몬스터의 독에 면역이 없었던 게 아닐까요?”
“독? 아니, 몬스터 고기는 거의 안 먹었는데…….”
“몬스터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독을 내뿜거든요. 이게 수가 별로 없을 때는 별 영향이 없는데, 카엘 님 고향처럼 바글바글하면 땅이나 공기 중에도 독이 가득할 수가 있어요.”
허…… 이건 진짜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눈을 동그랗게 뜬 나를 향해, 로나는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 그래서 카엘 님은 어렸을 때부터 앓고, 그렇게 맨날 누워 있느라 몸이 더 약해지고, 그래서 잔병치레가 더 잦아지고…… 그런 악순환에 걸리셨던 거죠!
근데 이렇게 마을을 떠나셨으니, 몬스터의 독 영향도 받지 않고 계실 거에요.
카엘 님 스스로 보시기엔 어때요? 몸이 좀더 가뿐하거나 그러지 않으세요?”
“어…… 뭐, 좀 무리해도 다음날 멀쩡하긴 한데…….”
……그러고보니 이틀이나 제대로 잠을 못 잤는데도 몸이 멀쩡히 움직이네.
원래라면 최소한 반나절, 길면 하루종일 엎어져 있어야 할 텐데.
위슨이 살던 그 섬에서 악마 퇴치를 한 뒤엔 꼬박 하루를 앓았던가?
근데 그건 그 까마귀 놈의 저주를 맞아서 그 모양이 됐고…….
그 다음엔……
흠, 그러고보니 말리스에서 별별 짓을 다 하고 돌아다녔는데도 한 번도 안 앓았네.
진짜로 마을을 나와서 그런가?
“뭐, 아니면 카엘 님은 그냥 월등히 허약한 체질이신 건지도 모르죠! 히히, 추측이니까 그냥 적당히 넘겨들으세요~”
“……월등히 허약한 놈의 딱밤 맛 좀 봐라!”
“네? 아얏!”
따악!
와, 기습 성공!
맑은 소리가 울리며 살짝 울컥했던 속이 편안해졌다.
로나는 약간 빨개진 이마를 감싸며 잔뜩 울상을 지었지만.
“히잉…… 아파요…….”
“월등히 허약한 놈이 놓은 건데 엄살은.”
“카엘 님 딱밤은 아프단 말이에요! 팔 힘 강하시네요…… 힝…….”
훗, 슬링 던지면서 산 보람이 있군.
간만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밀리아 사제가 강인하게 주민들을 지휘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가 할 일을 해야겠지.
나는 어느 틈에 돌아온 엘크의 옆에서 배낭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위슨과, 그 옆에서 무언가 들고 있는 메린을 불렀다.
“아~ 잠깐만!”
손을 흔들며 뜻을 전한 위슨은, 서둘러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데 되게 신경쓰이네.
메린이 들고 있는 저 시뻘건 거, 뭐지?
고기는 분명히 안 먹는다고 했으니까 위슨 녀석이 쓸 물약재료일 거 같긴 한데…….
“……”
아니다. 궁금해하지 말자.
세상엔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과 함께, 지나치게 많이 알면 다친다는 사례가 널려 있으니까.
분명 그 정체를 들으면, 나는 어제 내가 구겼던 담요처럼 얼굴을 구겨대겠지.
그러니 그냥 신경 쓰지 말자.
이윽고 두 사람이 내게 터벅터벅 다가왔고,
나는 그 시뻘건 것에 대한 흥미가 개미 눈알만큼이라도 되살아나기 전에, 신전에서 들은 이야기를 후딱 전해버렸다.
그 후, 말을 마친 나를 향해 위슨이 고개를 까닥였다.
“흠, 그럼 사제님이 저 길을 막는 보호막을 부수자마자 곧바로 들어가는 거냐?”
“그래야지. 보호막을 부수면 그 산신이라는 그리폰이 바로 알아챌 거야. 무언가 공격을 해올 게 뻔해.”
그러니 만전의 준비를 한 다음에 올라가야 할 것이다.
즉,
“오늘 못 가.”
나는 어쨌든, 메린이 아직 완전히 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대로 올라가더라도 제대로 대응을 못할지도 몰라.
로나는 이마를 찡그리며 손가락으로 턱을 두드렸다.
“으응…… 저 새들을 죄다 없앤 이상, 여기에 누가 있다는 건 알았을 거에요. 그냥 이 기세를 밀고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괜히 시간을 주면 태세를 정비할 뿐만 아니라, 빡세게 대비해서 더 성가실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밀고 들어가는 게 수월할 것이라며, 로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그 말도 일리는 있는데…….
“……근데 그리폰에게 그런 지능이 있을까?”
몬스터가 그렇게 고도의 사고능력을 가진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아니지, 있긴 있구나.
지난번에 숲에서 봤던 유니콘도 그렇고, 전설까지 따지면 드래곤들도 한 인지능력 하지.
전설에 따르면, 드래곤들은 말을 할 뿐만 아니라 집을 짓고 함정을 설치하며, 때로는 말로 회유까지 할 정도로 인지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지금은 한 놈 말고는 죄다 종적을 감춰버렸는데,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
그 한 놈은 물론, 저기 북쪽 산에 있는 드래곤이다.
그래도 역시 그리폰은 멍청할 거 같아. 새대가리잖아.
애들을 위한 이야기책에도 똑똑한 그리폰은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물론 길 하나 빼고는 전부 벼락을 맞도록 설정해놓은 건 지능적이긴 한데……
……근데 잠깐, 어째 한 명이 빈 것 같네.
모여 있는 녀석들을 하나하나 세어보니, 블루벨이 없다.
어디 있길래 아직도 안 보이는 거야?
설마 안 불렀다고 안 튀어나오는 건가?
아니, 뭔 애도 아니고.
한숨을 쉰 후, 멀리멀리 울려퍼지도록 배에 힘을 잔뜩 주며 크게 외쳤다.
“블~루베엘~! 노올자~!”
“그 따위로 부르지 마!! 창피하잖아!!”
그러자 블루벨이 발끈하며 곧바로 튀어나왔다!
오, 효과 좋은데?
“그러게 눈치껏 재깍재깍 왔어야지.”
“으으…… 그래서 왜 불렀는데?”
“이 다음에 어떻게 할지 얘기 좀 하자고.……근데 댁 손에 그건 뭐야?”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블루벨의 손엔, 붉은 열매들이 쥐어져 있었다.
산딸기인가?
여긴 가게가 없는데, 어디서 났지?
“어디서 났긴? 저 위에서 땄지.”
“저 위?”
엉?이 엘프가 가리키는 곳엔 산 밖에 없는데.
……설마.
“산에서 땄다고?!”
“당연한 거 아냐? 뭘 그리 놀라고 그래?”
“저 길로 들어간 거야?!”
“아니, 그냥 대강 올라갔는데.”
……이런, 망할.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죽은 촌장과 밀리아 사제가 분명히 말했지.
보호막으로 막힌 길 외에 다른 길로 올라가려 하면 벼락이 떨어진다고.
로나가 아무 지적도 하지 않은 걸 보면, 그 말은 거짓이 아닌 진실일 터.
그런데 내 앞에 지금, 산에서 산딸기를 따온 엘프가 있다.
당연히 그 짧은 새에 벼락이 떨어진 기색은 전혀 없다.
……이 정황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단 하나일 터.
나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끼며, 태연하게 산딸기를 한 알 두 알 입에 넣고 있는 엘프를 쳐다보았다.
“블루벨, 솔직하게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뭐야, 그 말투는? 내가 뭐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거야?”
했지.
바로 조금 전에.
뾰로통한 표정의 그녀를 마주보며,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
“이 산 위에 엘프가 있냐?”
“뭐? 너 또 시비 거는 거야? 우린 ‘숲의 일족’이야. 산에 있을 리가 없잖아.”
“……”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 그녀에게서 눈을 돌려, 로나를 바라보았다.
로나는 고개를 살짝 저을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거짓말은 아니군.
그럼 이번에도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뿐인가?
뭐, 그나마 나은 거지.
사실 다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모르는 척했던 거라면 엄청 빡쳤을 거 같아.
그나저나 블루벨은 역시 말단이구나.
아는 게 하나도 없네.
약간 풀어진 마음으로 블루벨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 산에 산신이라 불리는 몬스터가 있는데, 그 놈이 수작을 부렸대.”
“수작?”
“아까 우리가 본 대머리 수리들을 부리기도 하고, 또 저기 이어지는 길엔 보호막을 쳐서 산에 못 올라가게 했어.”
“하? 길이 막혔으면 나처럼 다른 길로 가면 되잖아.”
진짜 모르는구나.
이렇게까지 아는 게 없으면 오히려 안심이 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말을 꺼냈다.
“다른 길로 들어가면 벼락 맞는대.”
“……너 또 나 놀리는 거지?”
“아닌데.”
음……그래도 말만으로는 믿기 힘들긴 해.
그렇다고 실험할 수도 없고…….
아니지, 할 수 있구나.
“위슨, 에코 좀 빌릴게.”
눈을 살짝 크게 뜨면서도 위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파랑새를 손에 쥔 채, 허리춤의 가방에서 슬링을 꺼냈다.
“하지 마라, 미친놈아.”
“하하, 역시 소리의 정령님이시구나.
싫어.”
곧바로 녀석을 슬링에 걸고 빙빙 돌린 후, 산을 향해 쏴버렸다.
“야, 이 미친 새끼야아아……!”
녀석은 파란색 점이 되어 산을 향해 날아갔고, 잠시 후, 이 일대가 빛에 휩싸이면서 귀가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소리가 잠잠해진 다음 파랑새를 날렸던 쪽을 보니, 매캐한 연기 한 줄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우와, 정말로벼락이 떨어졌어!
“와, 소리 엄청 크네요!”
“……말도 안 돼.”
화들짝 놀라는 로나의 목소리와, 망연해하는 듯한 블루벨의 목소리가 들린 듯했다.
뭐, 직접 들은 건 아니고 추측한 거다.
나는 두 귀를 감싸쥐고 바닥을 구르느라 제대로 들을 수 없었으니까.
“아으아아아……!”
“아주 그냥 구르다가 뒈져버려라, 이 미친놈아!!”
분노 섞인 고함을 지르는 파랑새는, 깃털 하나 타지 않은 말끔한 모습이다.
완전 멀쩡하게 돌아왔으면서 뭘 이렇게까지 화를 낸대?!
위슨도 대강 눈치채고 있던 것 같구만!
내가 뭐 심술로 그런 것도 아니고.
아픔을 느낄 새도 없었을 거 같은데!
억울해!!
……부조리함을 온 몸으로 표현하며, 나는귀울림이 나을 때까지 바닥을 굴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