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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178화 (178/475)

〈 178화 〉 174화 : 이해 못할 건 아니야 (1)

* * *

차를 한 잔 가득 들이켜고 나서야 뒤숭숭하던 속이 조금 가라앉았다.

차분해진 머리로 가만히 생각해본 후,

“……아니 이해가 안 되네.”

침착하게 두 손 들고 항복을 선언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어.

인간이었다 해도 골치가 아픈 문제인데, 이 경우엔 엘프잖아.

‘생명의 순환을 지키는 수호자’인 엘프.

근데 드래곤을 물리친 후에 자신들의 왕을 처형했다고?

대체 무엇 때문에?

“지금 있는 왕이 처형한 거죠? 뭐, 찬탈자라도 됩니까?”

“찬탈? 아아, 인간들은 그런 일도 있구나. 왕위를 빼앗으려고 한 건 아닐 거야. 원래 후계자였거든.”

“그럼 대체 왜……?”

“그가 일단 내세운 이유는……”

말끝을 흐리는 골든로드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성욕마저 없던 시절의 엘프가, 자신의 왕을 처형한 이유란 과연……?!

숨마저 죽이며 답을 기다리는 나를 향해 빙긋 웃으면서, 골든로드는 검지손가락을 제 입에 갖다대었다.

“비밀이야.”

“………………”

안 돼, 카엘.

테이블을 뒤집어엎으면 안 돼.

지금 들고 있는 찻잔으로 저 아저씨 머리를 후려갈기는 것도 안 돼.

찻주전자에 남아있는 차를 아저씨 머리에 붓는 것도 안 돼.

어차피 저질러봤자 안 통할 거야.그러니 참아.

메린도 보고 있잖아, 참아야 해……!

“이야~ 이거 한 번 말해보고 싶었어! 이런, 카엘, 표정이 굉장히 안 좋은걸? 차 한 잔 더 해야 되는 거 아냐?”

“……”

딱밤……제발딱밤 한 대만 놓게 해줘……!

치솟아오르는 분통을 참느라, 찻잔을 쥔 손이 마구 떨리는 게 느껴졌다.

뜬금없이 엿을 먹여주신 아저씨도 그걸 보았는지, 환히 웃으며 내 팔을 가볍게 두드렸다.

“하하, 화내지 마! 일부러 심술부리는 건 아니니까. 그냥 알려주기 싫을 뿐이야.”

세간에선 그걸 심술부린다고 한다.

하…… 이 아저씨가 사랑해 마지않는 나무들은 살짝 굴곡이 있을지라도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곧게 서는데, 정작 이 아저씨는 왜 배배 꼬인 걸까?

나무를 사랑하는 변태라서 그런 걸까?

……아, 그래. 그거야.

심성이 배배 꼬인 사람이니까 나무를 사랑하는 거야!

자신에겐 없는 그 곧음에 끌려서, 결국 종을 초월한 애정을 품게 된 거지!

“……자네, 몹쓸 생각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아뇨? 굉장히 훈훈한 생각 중인데요?”

“……”

상당히 건조한 눈길이 돌아왔다.

저렇게 사람 말을 잘 못 믿는 것도, 나무를 사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겠지?

아아, 참으로 안타깝구나.

“그래서 왜 알려주기 싫다는 건데요.”

“왜냐면,”

……또 비밀이라고 하면 테이블 엎어버려야지.

그렇게 단단히 마음을 먹은 게 무색하게도, 골든로드는 블루벨을 가리키며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일단 더했다가는 블루벨이 기절할 것 같아.”

“……”

그 말대로, 블루벨은 차를 연거푸 마셨음에도 얼굴빛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골든로드의 이야기가 그렇게 충격적인가?

“그리고, 그 뒷이야기는 이미 다른 사람한테 해줬거든. 그러니 그 사람한테 듣도록 해.”

“아니, 저희 상황에서 어떻게 딴 사람을 찾아가요?”

그거 형틀에 스스로 목을 내미는 꼴이잖아!

이야기가 궁금하긴 하지만, 목숨까지 걸면서 듣고 싶지는 않다.

설마 이 아저씨, 내가 나무 어쩌고 한 것 때문에 일부러 골탕 먹이려는 건가……!

속을 알 수 없는 엘프 아저씨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자네들이 어차피 찾아가려던 사람이니까. 겸사겸사 옛날 이야기도 해달라고 해.”

“……네? 그 말은…….”

“블루스타에게 가서 듣도록 해. 그가 여기 살 때 말해줬으니까.

아아, 그래. 자네들끼리 가면 입 열기도 전에 썰릴 테니, 블루벨도 데려가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서 차를 홀짝이는 골든로드에게,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블루스타가 여기 살았어요?”

“그래. 지금 블루벨이 쓰는 방은 원래 그가 썼던 곳이야. 내가 그의 교육담당이었거든.”

아무리 완벽한 개인으로 만들어졌더라도, 무기를 다루는 기술 등은 누군가에게 배워야 한다.

때문에, 갓 태어난 엘프는 자신보다 백 년 정도 먼저 살아온 엘프와 함께 살며 가르침을 받는다.

“주로 백 년 정도 된 엘프를 붙여줘. 나이 차이도 별로 안 큰 데다, 백 년 정도 됐으면 웬만한 기술은 다 익혔으니까.”

“……”

백 살이라는 나이 차가 별로 큰 게 아니라니.

딴 건 몰라도 이 시간감각은 진짜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알았니? 블루벨.”

말투는 조금 전처럼 일관적으로 부드러웠으나, 블루벨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어딘지 날카로운 빛을 품고 있었다.

“가서 블루스타를 만나. 만나서 제대로 이야기를 해.”

“……읏.”

“연을 끊지 말라는 게 아니야. 끊고 싶거든 끊어. 짐승새끼라고 욕하면서 따귀를 때리더라도 상관없어.

하지만 넌 지금 그냥 피하고만 있잖아. 이십 년간 눈길 한 번 마주치지 않고, 말 한 마디 섞지 않았지. 그만하면 투정 부릴 건 다 부렸어, 블루벨. 이제 어른답게 행동해.”

타이르듯이 말하는 그의 눈을 피한 채, 블루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비틀대면서 부엌을 나섰다.

……잠시 후, 골든로드의 귀가 살짝 움찔거리더니 그가 한숨을 푹 쉬었다.

“방에 들어갔네. 나 참, 아직도 어린애라니까.”

“알고 계셨나보네요.”

“모르는 사람이 없지. 그래도 순서를 따지면, 내가 제일 먼저 안 사람일 거야.”

그렇게 말하며, 그는 꼭 술을 마시는 것처럼 물잔을 기울였다.

“카엘, 자네는 알아?”

“네? 뭐가요?”

“블루벨이 저러는 이유. 나는 도통 모르겠거든.”

물잔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푸념하는 것 같았다.

“지금 서로 살림 차린 엘프들 중엔 말이지, 자신의 교육담당이었던 사람과 부대끼고 사는 사람도 있어. 꽃에서 태어난 엘프끼리 살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왜 블루벨이 저렇게까지 그를 거부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태생이 특이해서 그런가?”

정신이 텅 비어버린 채로 태어난 블루벨.

그런 그녀가 제대로 한 명의 사람으로 설 수 있도록 돌본 블루스타.

나에겐 굉장히 익숙한 느낌을 주는 이 관계는, 완벽한 개인으로 만들어진 엘프 아저씨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듯했다.

“……다른 사람들도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나요?”

“썩 좋진 않은 거 같아. 처음부터 그러려고 맡은 거 아니겠냐고 쑥덕거린다더라. 근데 그게 다야.”

“음…… ‘어떻게 딸을 사랑하냐’는 말은 없는 건가요?”

“딸?”

내 질문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았다.

이내 멍한 목소리로 물었다.

“블루벨은 블루스타처럼 어머니 나무에서 태어난 아이인데? 어떻게 딸이 돼? 오라비와 여동생이면 몰라.”

“심리적으로 그렇다는 거죠. 블루벨이 태어났을 때, 갓난아이보다 더한 상태였었다면서요.”

그러니 이것저것 챙겨주어야 했을 것이다.

손수 먹이고, 옷을 입히고, 몸을 씻겨주고, 말을 가르치고, 걷는 법을 가르쳤겠지.

아마 제대로 의식이 잡히기 전까지는 옆에서 같이 자기도 했을 거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남자 양육자를 대개 아버지라 부르고, 양육받는 여자를 딸이라 한다.

피가 이어져 있는지 아닌지는 그 다음의 문제인 것이다.

“흠…… 그런 거야? 직접 낳은 자식에게만 그런 마음이 생기는 게 아니구나.

그러고보니 처음엔 블루벨 녀석이 칭얼거리는 게 징그러웠는데, 지금은 가끔 그때가 그립기도 해. 이것도 그런 건가?”

“그럴지도 모르죠. 만약 블루벨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골든로드는 눈을 깜빡이며 곧바로 대답했다.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은데.”

“……밤에 덮치려 한다면?”

“흠…… 그건 싫을 것 같아. 생식행위라니, 으으!”

“……구멍이 뚫린 나무를 보면?”

“새알이 있나 들여다보지. …………응? 잠깐. 자네, 갑자기 그걸 왜 묻는 거야?”

앗, 갑자기 골든로드의 눈매가 다시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괜히 사백 년이나 산 게 아니군.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른걸?

나는 재빨리 말을 던졌다.

어디까지나, 태연한 목소리로.

“아침에 먹은 달걀이 어디서 나온 건지 갑자기 궁금해져서요. 닭도 안 키우시잖아요?

흠흠, 그렇구나~ 새알이었구나~”

“……”

여러모로 의심이 가득 담긴 건조한 눈빛을 피하며, 나는 가만히 차를 홀짝였다.

“……그런 얘기를 했어.”

“……”

“나도 댁의 심정을 다 헤아리진 못해. 그래도 골든보다는 좀 나을 거야. 인간 사회에선 흔한 관계이니까.”

그리고 그 관계에서 정을 통하는 것은 대개 금기이다.

……그 말을, 나는 입 속으로 삼켜버렸다.

두 사람의 혈연관계가 모호해서?

아니.

그럼 인간들 중에서도 그런 금지된 사랑을 품는 사람이 있어서?

그것도 아니다.

단순히, ‘근친상간은 금기’라는 것이 인간 사회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허리를 지키기 위한 필사의 핑계를 댄 후, 골든로드에게 재차 물었다.

어떻게 딸에게 욕정을 품냐며 블루스타를 비난하는 사람이 없냐고.

169년 전부터 육아 문화가 발생한 이 사회가, 인간과 동일한 윤리의식으로 그를 비난하는지 물은 것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아니오’였다.

­­그런 관계는 종종 있거든. 지난주에 누나와 남동생이 결혼했다던가?

­­아니 뭔 개미도 아니고.

종족 기원이 나무에서 태어난 거라 그런지, 너무나도 자유로운 문화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딴 숲 불태우자’는 생각이 든 걸 보면, 의외로 나는 꽤 보수적인 사람이었나보다.

아무튼 그런 자유분방한 문화에서 살아왔으니, 블루벨도 ‘아버지가 딸을 여자로서 사랑한다’는 말 자체엔 그리 거부감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그를 기피하는 건가?

그 이유를 듣고 싶어서 그녀의 방 문을 두드렸고, 한차례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이다.

“그러니 말해봐. 내용에 따라서는, 댁은 그냥 옆에만 있도록 해줄 테니까.”

“………내가 그 자리에 가야 한다는 건 변함없구나.”

기나긴 침묵을 깨며, 그녀는 여전히 창 밖을 내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나는 마주치기 싫은데.”

“그건 어쩔 수 없어. 댁이 없으면 충돌이 일어날 게 뻔해. 설사 서로 검을 거두고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우리 말을 제대로 믿지 않을 거야.”

그가 우리를 돕도록 설득하려면 엘프의 왕이 악마라는 사실을 알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 ‘너네 왕 악마’라 해도 못 믿을 판인데,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하면 누가 믿겠나?

바로 칼침 놓겠지.

그러니 블루벨은 반드시 우리와 함께 가야 한다.

그녀가 직접 설득을 하는 게 가장 좋지만, 정 어렵다면 그냥 같이 있는 걸로 충분하겠지.

무려 자신의 심장을 다 바친 사람이, 스스로 우리와 함께 있는 거다.

……물론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고 역정을 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다짜고짜 검을 휘두르진 않겠지.

“그리고, 나도 골든 말이 맞다고 생각해. 블루벨, 이건 그냥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봐.”

특히나 상대는 남들 앞에서 대놓고 심장을 다 바쳤다느니, 언젠가 내 품에 안길 거라니 하고 떠들고 있다.

솔직히 그런 놈이 150년 동안이나 아버지 노릇을 했다는 게 더 믿기지 않는데, 아무튼 한쪽은 감정이 가라앉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거다.

그녀가 확실히 거절했는데도 그러고 있는 거면, 그냥 블루스타가 미친놈이겠지.

하지만 그녀는 지금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어쩌면 그 사람은, 그녀에게 대답을 듣기 위해 더더욱 대놓고 말하고 다니는 건지도 모른다.

“블루벨, 정말 블루스타를 그대로 계속 둘 거야? 공공연하게 댁에게 구애하는 짝사랑남 중 하나로 둘 생각인 거야?

댁의 인생 대부분을 아버지로서 살아온 사람을? 댁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돌본 사람을?”

“……그래서 싫은 거야.”

창 밖을 내다보던 몸을 돌리고, 그녀는 침대 위에 철푸덕 누워버렸다.

덜 큰 아가씨라 그런지 잔소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 상태로, 그녀는 재차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결국은 그 사람도 똑같았다는 거잖아. 아니, 훨씬 질이 나빠.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범하고 싶으면서, 아닌 척 위선 떤 거니까.”

“……”

“나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재우는 그 순간순간……! 속으로는 침을 흘렸다는 거잖아! 내가 몰라서 그렇지, 그간 나를 더듬었을지도 몰라. 항상 음흉한 눈으로 봐왔을지도 몰라.

어쩌면…… 어쩌면 이미……!”

고양된 말투로 말한 후, 그녀는 제 몸을 감싸 안으며 몸을 웅크렸다.

……어째서 그런 이야기를 침대에 누워서 하는 거지?

저 엘프가 덜 자란 아가씨라 망정이지, 메린처럼 다 자란 아가씨였다면 여러모로 이상한 그림이 됐겠구만.

이야, 내가 멀쩡한 성향을 가져서 정말 다행이야.

나는 굉장히 무던한 마음으로 대꾸했다.

“그런 의심이 드는 건 이해하는데, 골든에게 들었어. 바로 두 달 전에도 유니콘과 놀았다며? 댁이 그렇게 모르는 새에 순결을 잃었다면, 진작에 뒷발로 차였을걸.”

“……그래도 만졌을지도 모르잖아! 내 알몸 주물러대면서 그, 그걸 혼자 풀었을지도 모르는 거 아냐!”

“주무를 데가 어딨다고……. 악.”

와, 어떻게 그 짧은 새에 베개가 세 번이나 얼굴을 때릴 수 있는 거지?

설마 베개 던지고, 엘프 특유의 그 움직임으로 다시 집어서 또 던지고 한 건가?

이렇게 사악할 수가……!

“아무튼 넣지만 않았지, 문지르고 빨고 비벼댔을 거 아냐!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길 때는 그야말로 구석구석까지……!!”

“……”

충격이 크긴 큰 모양이다.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내뱉고서, 그녀는 덜덜 몸을 떨었다.

“다른 사람이랑은 다르다고, 내 몸만 탐하려 드는 놈들에게서 날 지켜주겠다고 했으면서……! 죄다 거짓말이었어. 그간 날 속였던 거야.

결국은 내가 자신을 받아들이도록, 응큼한 흉계를 꾸몄던 거라고!

그런 사람이랑 얼굴을 맞대라고? 말을 나누라고? 너라면 할 수 있겠어?!”

나를 향해 고개를 홱 돌리며 그녀가 소리쳤다.

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글쎄, 나도 못하지 않을까?

그런 일을 겪는다면, 어쩌면 여자라는 생물 자체에 염증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는걸?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다.

“못할 거야.”

“거봐! 그러면서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해? 남일이라 이거지?!”

“그것도 있지만…… 블루스타가 조금 가엾어서.”

“뭐? 같은 남자라고 편드는 거야?”

이번에도 고개를 젓고, 나는 가만히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비슷한 입장이거든. 물론 댁이나 그 사람과는 달리 생판 남이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응시하며, 조용히 말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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