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 177화 : 작전에 대응하는 작전 (1)
* * *
엘프인 골든로드와 블루벨, 인간인 나와 로나가 서로 마주보며 테이블에 앉았다.
예의로도 좋다고 말할 수 없는 표정들이다.
싸늘한 기운이 풀풀 뿜어져 나오는 골든로드.
아까 울어서 눈이 퉁퉁 불은 블루벨.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발을 까닥이는 로나.
그리고 팔을 괸 채,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는 나.
‘부상 때문에 요양한다’던 블루스타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사실에, 하나같이 골치를 썩이고 있었다.
썩이고 있는데……
보글보글보글.
통, 통, 통.
“스튜에 고기 안 넣을 거지?”
“어. 구우려고.”
푸두두둥, 절걱, 절걱.
트득, 사각사각.
“아, 위슨, 양고기부터 해라. 소스 만들게.”
“오냐.”
치이이익……
“……”
바로 옆에서 들리는 얼빠진 배경소음 때문에 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남 얘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으면서 은근히 들을 건 다 듣는 두 사람, 메린과 위슨이 늦은 점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젠장할, 부엌에서 밥 준비하는 건 당연한 거니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저 둘만 빼고 얘기할 수도 없고.
우리 상황에 달리 얘기할 만한 곳도 없고!
“……아무튼, 블루스타의 집에 갔더니 병사들이 주위에 쫙 깔려 있었다고요?”
지글거리는 소리와 풍겨오는 냄새를 애써 무시하며 골든로드에게 물었다.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조금 전에 들은 이야기를 재확인시켜주었다.
“안에 안 보내주길래 몰래 들어갔더니, 집 안이 죄다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요?”
끄덕.
“검도 없고, 평소에 입고 다니는 정복도 없고, 지난밤에 집에 머무른 흔적도 없고요? 병사 한 명에게 물어봐도 대답 없고?”
끄덕끄덕.
잘못 들은 건 없군.
다시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생각을 하려 했다.
아, 냄새 좋다. 배고파…….
아잇, 집중해!!
속으로 한숨을 쉬며, 나는 그에게 재차 물었다.
“근데 거기 왜 갔어요?”
“진짜 집에 있나 궁금해서. 있나 없나 슬쩍 보려고 했지.”
“마을 사람들한테 안 잡혔어요?”
무려 사백 년 평생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어린애 둘을 돌보고 있는 거다.
이걸 어떻게 안 묻고 배겨?
나 같으면 바로 술 퍼 먹이고 수첩 꺼내들었다!
참고로 그 어린애 둘은, 로나와 위슨이 마법도구를 통해 엘프로 변장한 모습이며, 그 기구한 사정은 로나가 지어낸 이야기이다.
그렇다. 사제님이 총각 하나를 아주 그냥 구렁텅이로 보내버린 것이다!
오오, 두렵도다, 전투사제여.
목적을 위해서라면 작은 희생은 개의치 않는 게로구나!
……근데 진짜 그래도 되는 건가?
“안 잡혔지. 지금 바깥에 나와 있는 엘프들 거의 대부분은 태반(??) 출신이라며? 그 자들 눈을 피해서 움직이는 건 식은 죽 먹기이거든.”
오래 사는 인간이나 다름없는 신세대 엘프들은, 땅 위를 흐르듯이 빠르게 움직이는 그를 포착할 수 없다.
설령 그 안에 기성세대 엘프가 섞여 있었다 해도, 물과 불의 힘을 빌리면 그들의 눈을 속일 수 있다.
“그럼 거기 지키고 선 병사들은요?”
“‘블루스타가 골든로드라는 엘프에게 교육을 받았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야. 옛 제자가 아프다길래 병문안 온 건데, 누가 수상하게 보겠어?”
“당신 얼굴 모르는 엘프도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이름 대니까 바로 통한 거에요?”
“안 그래도 병사 둘이 안 믿길래, 믿음을 잔뜩 심어줬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아무튼 골든로드의 말대로라면, 블루스타를 사라지게 만든 주체는 너무나도 명백하다.
그 집을 지키고 선 병사들은 십중팔구 왕궁에서 보냈을 테니까.
“……로나, 어떤 거 같아?”
“글쎄요. 함정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판단하기엔 정보가 너무 부족해요.”
“함정? 왕이 함정을 팠다는 거야?”
조용히 들려오는 골든로드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인 후, 나는 계속 테이블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먼저 확인할 게 있는데, 로나, 악마가 몸에 깃들면 머릿속이랑 내용물까지 죄다 바뀌는 거야?”
“아니요~ 그냥 몸을 조종하는 주인이 바뀌는 거에요. 물론 원래 주인보다 강한 능력을 발휘하긴 하겠죠. 그래도 그 몸의 한계를 뛰어넘을 순 없어요. 쥐에게 악마가 깃들더라도,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칼을 휘두르진 못해요.
이건 대악마라도 피하지 못하는 법칙이랍니다!”
그럼 본래 엘프가 가진 힘만 낼 수 있다는 거군.
그렇다고 일이 쉬워지는 건 아니다.
엘프 능력 장난 아닌걸!
살짝 한숨을 쉬며 로나를 힐끔 보자, 그녀는 양 팔을 테이블에 괸 채 발을 까닥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날씨 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긋한 말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
“게다가 몸에 깃들려면 그 영혼에 섞여 들어가야 한대요. 그럼 원래 주인의 인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악마빙의자를 찾는 건 굉장히 고되고 번거롭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원래 주인이 가지고 있던 지식에, 악마 것이 더해지겠네?”
그렇게 묻는 나를 향해 방긋 웃으며, 그녀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역시 카엘 님, 요점을 잘 파악하시네요! 그 혜안과 지략! 아아, 역시 용사로서 모자람이 없는 분이세요! 이 로나, 간만에 감격했어요!”
“어, 응……. 고, 고마워…….”
진짜 로나의 저 무한 긍정, 얼마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군.
간만에 눈을 반짝이는 그녀를 보며, 나 역시 오랜만에 질색했다.
“그래서? 그게 블루스타가 없어진 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건데?”
약간 조급한 듯한 목소리로 블루벨이 물었다.
“무슨 관계가 있냐면,”
나는 퉁퉁 불어서 빨개진 그 녹색 눈을 바라보며, 단호한 말투로 말을 꺼내고 싶었다.
그래, 그러고 싶었던 거다.
왜냐면,
“다 됐다.”
퉁.
막 말을 꺼내려는 순간, 메린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큰 접시를 테이블 중앙에 놓았으니까!
“……”
아잇, 진짜.
하필 막 얘기를 꺼내려던 때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메린을 쳐다보자, 그녀가 다른 접시를 테이블에 놓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뭐.”
“아니 너 말야, 그 분위기라는 걸 좀 있잖아…….”
“뭔 분위기? 밥 안 먹을 거냐?”
“아냐……, 먹어야지……. 그래, 먹자, 먹어…….”
내가 바랄 걸 바라야지.
속으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그릇 등을 챙기는 그녀와 위슨을 도우려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 이 분위기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뒤쪽에서 들려오는 블루벨의 멍한 목소리가, 어쩐지 뼛속까지 시리게 울리는 것 같았다.
부득이하게도 ‘블루스타가 집에 없는 건’에 대한 이야기는, 점심을 먹으면서 마저 하게 되었다.
식사 자리에서 나눌 얘기는 아니지만 알게 뭐야, 이미 분위기는 망했는데.
게다가 아까부터 배가 고픈 탓에,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기도 했다.
한편, 굉장히 애석하게도 골든로드의 테이블은 4인용이라서, 자리를 바짝 당겨야 다섯 명이 겨우 앉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중 한 명은 서서 먹어야 했고, 당연히 내가 비켜주려고 했는데,
“그럼 내가 비키면 되겠네.”
“……”
‘내가 자리 비켜주겠다’에서 ‘내’를 꺼낼 틈도 없이, 메린이 바로 선수를 쳐버리면서 방 구석에 가버렸다!
“얌마, 그렇다고 굳이 구석에 갈 필욘 없잖아. 이리와.”
“나 혼자 서 있는 게 보이면 신경 쓰일 거 아냐.”
“너 혼자 거기 앉아 있는 게 더 신경 쓰여. 그러니까 이리와.”
끈질기게 손짓하니, 그녀가 체념한 듯이 한숨을 쉬며 터덜터덜 다가왔다.
“오~ 무릎에 앉히시려고요?”
“아니니까 조용히 하십쇼.”
히죽 웃으며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로나에게 대꾸한 후, 나는 내 옆, 세로로 난 테이블 가장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여기 걸터앉아.”
“엉? 그래도 돼?”
“무슨 어르신들 있는 깐깐한 자리도 아닌데, 뭐. 고기는 내가 덜어줄게.”
“응, 크게 상관은 없는데, 여기 자네들보다 더 오래 산 사람이 둘 있는데?”
얼굴이 늙지 않은 어르신의 말은 무시해주었다.
고기는 뭐, 스튜 그릇에 덜어주면 되겠지.
빵이나 그런 건 손이 닿을 테니 챙겨줄 필요 없을 거고.
메린은 내 말대로 테이블 가장자리에 살짝 걸터앉고, 발을 까닥이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 이렇게라도 같이 모여야지.
따돌리는 것도 아닌데 왜 혼자 먹어?
그녀에게 덜어줄 닭고기를 한 덩이 집어서 뼈를 바르는데, 위슨 녀석이 빵을 우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번처럼 직접 먹여주지, 왜?”
“……그땐 앞접시가 없었잖아!”
나 참, 그땐 뭔 정신으로 그럴 수 있었나 모르겠네.
메린에게 고기를 덜어준 후, 남은 건 내 입으로 집어넣었다.
“아, 그래서 아까 하다 만 얘기 말인데,”
입 안에 넣은 음식을 꿀꺽 삼킨 후, 나는 말을 이었다.
“현 왕은 선대 왕의 후계자라 했으니 절대 멍청하진 않겠지. 거기에 악마가 가진 지식까지 합쳐졌으니, 원래 엘프들은 생각치 못할 계략을 짜낼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원래 인격의 영향을 받는 만큼, 엘프 특유의 거만한 성격은 그대로 남아있을 터.
아니, 어쩌면 훨씬 심해졌을지도 모른다.
드워프들이 알려주었던 그 멍청한 일, ‘엘프의 언어로 적힌 부적을 나무 밑에 묻는 일’ 같은 짓을 한 것도 그런 거만함에서 나온 방심이 아닐까?
“게다가 우린 그의 눈앞에서 퇴각했지. 그러니,”
“우릴 우습게 볼 거다?”
덤덤하게 툭 던지는 메린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스튜를 스푼 가득 떠서 입에 넣었다.
물론 바로 코앞에서 우릴 해치우지 못하고 놓치긴 했지만, 어쨌든 우린 그를 피해 도망쳐서 숨어있는 상태이다.
‘용사가 자신을 두려워한 나머지 도망쳤다’고 자만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로나와 위슨이 이틀 연속으로 마을을 돌아다니고, 심지어 골든로드의 집에 머문다는 말까지 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여길 수색하러 오지 않는 걸 보면, 우리가 아직 숲에 숨어있는 줄 아는 게 아닐까?
블루벨을 설득해서, 그녀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을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는지도 모른다.
“뭐, 그걸 비웃을 생각은 없어. 내가 댁을 좀 봤으니까 설득하고 협력할 생각이 든 거지, 그게 아니었으면 아직 그 동굴에 있었을 거야.”
솔직히 누가 인질 말을 믿고, 인질이 아는 사람의 집에 쫄래쫄래 따라가겠는가?
설령 간다고 쳐도, 누가 거기 가서 얌전히 하루 묵겠는가?
“……얌전히 안 묵으면?”
블루벨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묻길래,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태연히 대답했다.
“댁을 내세워서 골든을 붙잡거나 죽이고 이 집을 점령하는 거지. 여기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이잖아. 이삼 일 숨어 지내기엔 좋지.
당연한 거 아냐?”
“……”
음, 왠지 블루벨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 것 같은데?
아까 펑펑 운 탓에 기운이 빠진 모양이다.
그녀 앞에 놓인 그릇을 쳐다보니, 아직 한 술도 뜨지 않은 듯했다.
하긴 뭐, 한때는 아버지로 여겼던 사람이행방불명이라는데, 식욕이 없는 것도 당연하지.
그래도 이따 움직이려면 든든히 먹어야 할 텐데…….
“블루벨, 입맛 없어도 먹어야 돼. 그래야 블루스타를 찾지. 이거 봐, 손까지 떨고 있잖아. 얼마나 기운이 없으면 그래? 얼른 팍팍 먹어.”
“……”
“얼른.”
단호히 말하면서 손짓하자, 블루벨은 덜덜 떨면서도 스튜를 한 스푼 뜨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스푼 바깥으로 떨어져 내리긴 했지만, 아무튼 입에 넣긴 넣었다.
좋아, 좋아.
흡족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운 없을 땐 달콤한 거나 따끈한 걸 먹는 게 최고이지. 음음.”
“기운이 없는 게 아니라 너한테 겁먹은 거야, 미친놈아.”
덤덤하게 딴죽을 거는 마법사 녀석은 무시해주었다.
저 엘프가 나한테 겁을 먹긴 왜 먹어?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이야…… 자네, 보기보다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는구나.”
“말이 그렇다는 거죠. 하아…… 그런 식으로 일이 안 굴러가서 얼마나 다행인지…….”
특히나 골든로드에게 들은 옛 이야기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 이야기를 들려준 장본인, 지금 이 테이블에 함께 앉아서 쓴웃음을 짓고 있는 골든로드가 누구인가?
능력이 한창 살아있는 옛 엘프들 중 하나가 아닌가!
그런 사람을 붙잡고, 이 집을 점령한다고?
어우, 사지가 남아나질 않았을 거야.
그걸 생각하면, 블루벨에게 배를 얻어맞은 건 양반…………이 아니지!
어쨌든 그것도 죽을 뻔한 건 매한가지잖아?!
이런 제기랄, 왜 맨날 나만……!
불현듯 솟구친 분통함을 담아 양고기 한 덩어리를 콱 찍고 석석 썰어 나갔다.
두 조각쯤 썰었더니 화가 풀리면서 살짝 자괴감이 느껴졌다.
……먹을 거에 화풀이라니, 무슨 애도 아니고.
“……얘기가 샜는데, 아무튼 놈이 또 그런 허술한 수작을 부린 거라면, 블루스타는 골든 말대로 놈에게 붙잡혀서 감옥에 갇혀 있겠죠.”
그런 와중에 우리가 블루스타의 집에 들어선다면?
뭐, 숨어있던 병사들이 우르르 나와서 포위라도 하겠지.
이야기책에서 흔히 보는 위기상황인 것이다.
파랑새에게 주려는 건지, 위슨이 빵을 잘게 뜯으며 말했다.
“아니면 한 수 더 내다봤을지도 모르지?”
“내가 이렇게 생각할 걸 예상했다? 아, 물론 그럴 수 있지.”
나는 그를 향해 어깨를 으쓱인 후, 크게 썰어낸 양고기를 조각조각 자르면서 말을 이었다.
“근데 어디 다른 곳으로 우릴 유인할 거면, 그럴싸한 흔적을 남겨두어야 하지 않겠어? 쪽지나 뭐 그런 거.”
그 조각낸 고기에 소스를 끼얹고, 나는 메린에게 손짓했다.
이내 그녀가 내민 스튜 그릇에 고기조각들을 덜어준 다음, 나는 재차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골든이 그랬잖아. 눈에 띄는 단서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그러니 그 집은 그냥 커다란 쥐덫일 뿐이야.”
그렇게 말을 마친 후, 나는 남은 고기를 잘라 입에 넣었다.
역시 몬스터 고기보단 가축이지, 가축.
“그럼 로나가 함정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한 건?”
“블루스타 씨가 함정, 아니 어떤 계책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거죠.”
포크에 찍힌 고기를 이리저리 살펴보듯이 빤히 바라보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 악마는 블루스타 씨를 투옥하지 않고 근신 명령을 내린 거에요. 명령불복죄도 있고, 저흴 놓친 죄도 있으니 생각 같아서는 감옥에 처넣고 싶겠죠.
하지만 혹시라도 그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 자택에서 근신하라고 한 거에요. 그가 필요할 때 제대로 힘을 못 내면 곤란하니까요.”
하지만 블루스타는 우리가 찾아올 걸 예상한 것이다.
인질이라면서 블루벨을 납치해갔으니까.
“그러니 숨어 있다가, 저희가 그 집에 갔을 때 뒤에서 홱!! ……하려던 게 아닐까요?”
“엥? 나한테도 숨을 필요는 없지 않아?”
“밖에 숨어있느라 대응을 못했나보죠. 저희가 꼭 밤에 찾아가리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내가 깜짝 놀라서 여기저기 말하고 다닐 수도 있잖아. 그 녀석이 그렇게 아둔하진 않은데.”
로나는 눈을 동그랗게 뜬 골든로드를 마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말하고 다니셨을 거에요?”
“아니. 그냥 뭔 생각이 있겠거니 하고 집에 왔겠지. 그 얘길 떠들 만큼 친한 사람도 없고.”
“그걸 아니까 굳이 나타나지 않은 거겠죠. 뭐, 집에 몰래 들어온 사람이 골든 씨가 아니었더라도 나타나진 않았을 거에요. 집 안팎을 들락거리다가 눈에 띄는 것보단, ‘블루스타는 집에 없다’는 괴소문이 도는 게 훨씬 위험이 적을 테니까요.”
물론 그것도, 저희가 아직 숲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전제하에 짠 작전이겠죠.
그렇게 덧붙인 후, 로나는 남은 스튜를 단번에 들이마셨다.
“어쨌든 그 집이 함정인 건 변함없군. 그럼 어떡할 거야?”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골든로드에게, 나는 손가락을 두 개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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