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화 〉 187화 : 헤아리고, 결단하라 (1)
* * *
손을 뚜껑삼아 위를 덮으며, 나는 다섯 번째로 비운 물잔을 땅에 내려놓았다.
듣고 싶었던 옛 이야기도 들었고, 블루벨은…… 굉장히 무시무시한 성향까지 알게 됐지만 어쨌든 ‘블루스타와 이야기를 하게 한다’는 목표도 달성했다.
그러니 이제 무엇을 할지 결정할 때이리라.
다행히 최종 목표와 시작 시간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후딱 결정하고 충분히 쉴 수 있겠지.
나는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일 동이 튼 후에 왕궁으로 가서, 왕을 처치할 거야.”
“응? 몇 시간 뒤가 아니라? 동튼 다음에 움직이면 다 보이잖아.”
나에게 직접 묻는 골든로드뿐 아니라, 등 돌리고 앉아 있는 블루벨과, 눈을 감고 명상하던 블루스타도 같은 의문을 품고 있는 듯했다.
지당한 지적이야.
안 그래도 우린 숫자가 적어서 불리하다.
근데 일부러 다 보이게 빛 속에서 다니겠다니 미친 짓이긴 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엘프가 아니니까.
나는 내 검과 함께 바닥에 둔 ‘손목 갈고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숲이 좀 빽빽한 게 아니잖아요. 달빛도 제대로 안 들어오는데, 밤에 저거 쓰고 움직였다간 죽어요. 머리 박아서.”
“응? 자네들이 우리집에 온 거 저녁 때였는데?”
“정정하죠. 제가 죽어요.”
메린은 원래 밤눈도 좋은 편이고, 로나는 기도의 힘으로 어두운 곳을 훤히 볼 수 있다.
위슨은…… 모르겠네, 마법사도 그런 능력이 있나?
“그러고보니 넌 어떻게 움직였냐?”
“변태한테 업혀서.”
“내가 왜 변태야, 이 새끼야!!”
음, 그런 거 없군.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골든로드를 돌아보았다.
건너편에서 무언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 같지만, 신경을 뚝 끄기로 했다.
“다시 정정하죠. 저랑 위슨이 죽어요.”
“그럼 어쩔 수 없네. 그러고보니 저 물건 신기하더라. 인간들 대단하네, 저런 것도 만들고.”
“드워프 건데요.”
“드워프? 허, 자네들, 드워프들 의뢰로 여기 온 거였어?”
“아니 뭔 소리하시는…… 어라? 저희가 여기 왜 왔는지 못 들으셨어요?”
골든로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로나가 대략적이나마 이야기했을 줄 알았는데.
그럼 이번엔 내가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로군.
물잔을 덮던 손을 치우자, 메린이 주전자를 들고 와서 잔을 채워주었다.
“고마워.”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살짝 까닥이고, 내 옆에 털썩 앉았다.
그 모습에 살짝 들뜨는 마음을 가라앉힐 겸, 또 멋대로 풀어지려는 얼굴을 감출 겸, 나는 얼른 물잔을 입에 대었다.
……그나저나 벌써 여섯 잔째네.
순수 바질로만 끓여서 망정이지, 레몬밤 같은 게 섞였다면 속이 좀 많이 아팠겠군.
“간단히 말하자면……”
골든로드는 물론,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두 엘프에게 대략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맹약서에 적힌 네 종족에게 협력을 구하고 도장을 받아야 한다는 것,
엘프가 적대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곳에 온 건 어린애들을 찾기 위해서라는 것,
우리가 숲에 간다는 걸 알고 드워프들이 장비를 빌려줬다는 것 등등, 알고 있는 사실들은 전부 말해주었다.
……드래곤을 물리치지 못하면, 내년에 세계가 멸망한다는 것까지도.
“말도 안 돼…….”
등 돌리고 앉아 있던 블루벨이, 어느새 몸을 완전히 돌린 채 중얼거렸다.
“인간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간의 신이 선택해서 세운 존재가 아니었어……?”
“왕이 그러디?”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의 세상엔 엘프 같은 이종족은 불필요할 거 아냐. 그러니 하나 남은 생명수를 마저 불태우러 올 테니, 그 전에 선수를 쳐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근데 드래곤에, 세계멸망……?
그럼 뭐야, 나 세계 멸망시킬 뻔한 거야……?”
“어.”
“미친…….”
그녀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블루스타는 말없이 미간을 찡그리며 바닥만 내려다보았다.
‘블루벨은 그 임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왕에게 대들었던 사람이니, 그도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겠지.
그리고 옛 이야기를 기억하는 골든로드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일 년 안에 아트라토스를 처치해야 된다고? 아니 그게 말이 돼? 아무리 놈이 몇 백 년간 봉인되어 있어서 힘이 뒤떨어져 있다고 해도……!”
“어라, 의외로 제일 크게 놀라시네요?”
“당연히 놀라지! 우와, 나도 차 한 잔 줘.”
그는 김이 피어오르는 물잔을 기울인 후, 약간 혈색이 돌아온 얼굴을 굳히며 진중하게 말했다.
“로나에게 아트라토스가 봉인에서 깨어났다는 건 들었어. 자네가 그걸 처치해야 한다는 것도 들었고. 그건 이해돼. 엘프가 이 모양이니, 그 일을 대신할 자가 나오는 건 당연하지.
근데 일 년 안에 물리치지 못하면 세계멸망이라고……? 그거 사실이야?”
나를 보는 그의 시선을 받아서 로나에게 전해주자, 그녀는 헤실 웃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율리아…… 대언자님이 신탁을 받으셨어요. 왕국의 각 신전이 보관하는 예언서엔 그 사항을 뺀 내용만 보냈고요. 딱히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알려지면 괜히 혼란만 생기니까요.
대언자님과 저희 특별사제들만 알아요.”
그렇구나.
예언서에도 일 년 뒤에 세계가 멸망한다는 사실은 안 적혀 있구나.
갱신된 걸 안 읽어봐서 몰랐네.
메린은 그때 예언서를 확인했다고 했으니 읽었을 거다.
그러나 참으로 애석하게도, 그녀는 글을 읽는 게 서툴다.
아마 성검 모양만 확인하고 덮어버렸겠지.
로나의 말을 들은 골든로드는 한층 더 얼굴을 구겼다.
“……그렇다면 이건 단순한 토벌이 아닐 거야. 카엘, 잘 들어. 그간 맞이한 대재앙 중, 시간제한이 걸린 건 이번이 처음이야.
지난 대재앙들은 가만히 두면 세상이 멸망하는 종류였어. 베헤모스가 시계추를 뽑았다면, 그 즉시 세계의 시간선이 모두 멈추고 붕괴됐겠지. 레비아탄이 바닷물을 몽땅 마셨다면, 온 땅이 황무지가 됐을 거고.”
지즈가 하늘의 경계를 흩뜨리는 데에 성공했다면, 세상이 하늘 여기저기로 흩어졌을 것이다.
아트라토스를 가만히 내버려두었다면, 온 세상이 잿더미가 되었으리라.
과정과 모습은 어쨌든, ‘세계가 멸망한다’는 결과는 같다.
“하지만 이건 달라. 이전 대재앙들이 제 손으로 세상을 끝장내는 거라면, 이건……!”
“쉿.”
귀에 익은 목소리가 짧게 울리며, 골든로드의 말이 뚝 끊겨버렸다.
그는 굉장히 당황해하는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며 입만 뻐끔거렸다.
그 입에선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연결이 끊기니 이게 문제로군. 야, 엘프, 입조심해. 함부로 나불거리면 큰일나.”
위슨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파랑새가 푸드덕 날아오더니, 골든로드가 들고 있는 물잔 가장자리에 앉아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 뒤, 녀석은 째짹, 추임새를 넣듯 가볍게 지저귀며 다시 위슨에게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몸을 털었다.
“……뭐야?”
“신경 꺼.”
자신의 계약자인 위슨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파랑새는 그저 딱 잘라 대답할 뿐이었다.
자연히 내 시선은, 녀석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던 골든로드에게 향했다.
그는 어안이 벙벙한 듯이 눈을 깜빡이더니, 나를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비밀이래.”
“………네?”
“말하면 안 된다고 하네.”
“뭘요?”
“아무튼 그렇다니까 뭐, 그런 줄 알아.”
아니 뭘 들었어야 그렇게 알든가 말든가 하지…….
이 아저씨가 말하다가 갑자기 뭔 소리야?
어이씨, 저러니까 괜히 더 신경 쓰이잖아!
어디 보자, 말이 끊긴 데가……
대재앙들이 세상을 끝장내는 어쩌고 하는 부분이었지?
이전에 일어났던 네 번의 대재앙과, 이번 아트라토스 사건은 다르다.
그는 거기까지 말한 후, 파랑새에게 말이 잘려버렸다.
그리고……
시간제한이 걸린 건 이번이 처음이야.
……그래, 골든로드는 그 점에 굉장히 놀랐어.
이전 네 번의 대재앙은, 가만히 냅두면 세계가 끝장나긴 해도 몇 년이 걸리든 상관없었다는 뜻이겠지.
흠……
그럼왜 이번엔 시간제한이 생긴 거지?
아니, 애초에 누가 그런……
“카엘 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거 같은데요~”
난처해하는 목소리가 내 생각을 끊었다.
시선을 돌리자, 로나가 방실방실 웃으며 눈썹을 살짝 내리고 있었다.
“……”
전투사제 로나.
율리아 공주가 이번 대재앙을 대비하고자 준비된 특별사제 중 하나이다.
그런 그녀는 일 년 뒤에 세계가 멸망한다는 것도, 그리고 악마가 드래곤을 지원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어째서 악마가 드래곤을 돕는 건지 모른다고……
아니,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고 했었지.
……그렇다는 건, ‘대략적인 이유’는 알고 있다는 거 아냐?
그녀가 어물쩡 넘겨버려서 그렇지,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걸 알고 있을지도 몰라.
나는 로나를 살짝 돌아보았다.
“로나, 일 년 뒤에 세계가 어떻게 멸망하는 거야?”
“글쎄요.”
“드래곤이 전부 다 불태우는 거야? 그래서 멸망하게 되는 거야?”
“글쎄요.”
“……로나,”
미간을 좁힌 나와 달리, 그녀는 만면에 웃음꽃이 피어 있다.
어쩐지 차갑게 보이는 그 환한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시간제한, 누가 건 거야?”
“……카엘 님은 정말 세심하시네요.”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쉰 후, 로나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게 왜 중요하죠?”
“뭐……?”
방금 전까지 헤실 웃던 발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무척이나 딱딱한 말투가 돌아왔다.
화가 났거나 답답해서 울화통이 터진 거라 하기엔……
얼굴과 목소리, 그 어디에도 부정적인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자꾸 캐묻는 것에 대한 짜증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사실만을 담담히 전하는 그 모습은, 내가 아는 사람과 무척이나 닮은 듯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을 누가 정했냐고요? 그게 왜 중요하죠? 어떤 방식으로 세계가 멸망하든 무슨 상관인가요? 내년에 세계가 멸망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
“그래도 궁금하시죠? 예에, 그러실 거에요. 이 일 때문에 당신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으니까요. 그것도 엄청나게 힘들게.
그러니 속속들이 다 알고 싶으신 거겠죠. 자의로 여행길에 오른 게 아닌 만큼, 그 욕구는 더 클 거라 봐요.”
그저 아무나 하나 골라잡았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나에게 무언가 자질이 있던 것인지.
모든 일에 우연은 없다는 그 가르침이 여기에도 통하는 것인지.
알고 싶다.
이 여정을 그대로 계속해도 되는 것인지 확신하고 싶다.
……그렇게 그녀는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듯, 하나하나 읊조렸다.
무표정을 일관하며 말을 마친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는 나를 향해 미소 한 점을 띄웠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당신의 상황이 더 나아지는 건 아니에요. 모른다고 더 나빠지는 것도 아니고요. 아니, 모르는 게 훨씬 낫겠네요.
그런 말도 있잖아요? 모르는 게 약이라는 거.”
“……그러다 내가 오해하면? 사실 세계멸망 같은 건 일어나지 않고, 드래곤이 풀려난 걸 핑계로 비협조적인 종족들을 전부 쓸어버리려는 음모라고 말야.”
대부분은 되는대로 떠든 거지만, ‘비협조적인 종족들을 전부 쓸어버리려는 목적’이란 말은 반쯤 진심이었다.
부엉이탑을 나와서 알게 된 건데, 백 년 전부터 마녀들이 행패를 부렸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우리 마을만 빼고 다 알려져 있던 거다.
그러나 율리아 공주는 그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오히려 먼저 마녀들을 찾아가라고 권했었지.
……거기서 일이 벌어지길 기대했던 게 분명해.
“재미있는 상상인데요? 하지만 그런 오해를 하시면 곤란해요, 카엘 님.”
킥킥 소리내며 웃는 로나는, 정말로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다.
“아, 그래? 오해받는 건 싫구나?”
“응? 아뇨, 그건 상관없어요. 좋을대로 생각하세요. 엘프들처럼 전부 다 교단의 음모라고 생각하셔도 되고, 율리아 님이 세계정복을 할 심산이라 믿으셔도 돼요.
하지만 올해 안에 아트라토스를 물리치셔야 돼요. 안 그러면 세계가 멸망해요. 말 그대로 콰과광! 싹 다 없어진답니다!”
네가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걸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도 확연하다.
뒷배경은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니, 너는 네가 할 일이나 해라.
……그렇게 들리는데, 내가 너무 부정적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로나가 의도한 대로 잘 알아들은 걸까?
내 느낌상, 후자인 것 같다.
나 참, 상황이 지금보다 안 좋았다면 여러모로 큰 소리가 막 오갔을 거야.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무슨 사정인지 알면 의욕이 더 샘솟을지도 모르잖아.”
“오히려 팍팍 깎일 거 같은데요. 음, 근데 카엘 님이니까, 쓸데없이 고찰하느라 밤샐지도 모르겠네요.”
“……”
어떻게 알았지?
알고 지낸 지 한 달 밖에 안 됐는데, 벌써 거기까지 날 파악한 거야?
아까도 그렇고, 설마 로나 녀석, 파랑새처럼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건가……!
“네 속을 뭐하러 보냐? 껍데기만 봐도 다 아는데.”
“시끄러, 임마.”
덤덤히 잡음을 넣는 메린에게 톡 쏘아붙이자, 로나가 킥킥 웃으며 재차 말을 꺼냈다.
“좋아요. 카엘 님, 이번 일이 끝나면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 알려드릴게요.”
“어…… 진짜로?”
“사제는 거짓말도, 빈말도 안 한답니다! 그러니 얼른 눈앞의 일에 다시 집중하죠.”
그렇게 말하며, 로나는 자신의 옆에 내려둔 철퇴를 톡톡 건드렸다.
……이 이상 더 얘기 꺼내면 철퇴 맛을 보여주겠다는 뜻인가?
사제님이 대놓고 협박해도 되는 거야?
하, 진짜 내가 이 일 끝나면 율리아 공주에게 편지 쓴다!
어쨌든 로나도 큰 맘 먹고 약속해주었으니, ‘드래곤과 세계멸망’에 대한 생각은 일단 접어두자.
지금은 세계멸망보다 우리 목숨이 더 급하니까.
“그래서 말인데요, 블루스타. 당신은 괜찮아요? 왕을 죽이는 일에 끼어드는 건데.”
“상관없다.”
“즉답이시네……. 이유를 물어도 되나요?”
그래도 친위대장으로서 왕을 지키고 섬겼으니 고민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혹시 평소에 불만이 많이 쌓였던 걸까?
내 물음에, 블루스타는 도리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폐하가 이미 나를 버리셨으니, 나와 블루벨이 살려면 다른 길이 없다. 정말 몰라서 물은 건가?”
“………각오를 확인했을 뿐이에요.”
아니 나는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줄 알았지!
저 양반, 의외로 실리적이네.
충성심으로 똘똘 뭉쳐서 ‘아무리 그래도 내 손으로 왕을 해칠 순 없다!’ 라고 외칠 줄 알았는데.
“근데 무기 없잖아요. 괜찮겠어요?”
“문제없다. 그대의 수고를 끼칠 일은 없을 것이다.”
자신 있게 말하며, 그는 길게 풀어진 머리를 스윽 쓸어넘겼다.
……자신만만한 건 좋은데, 왜 자꾸 머리를 저렇게 넘기는 거야?
저 감성은 진짜 모르겠다.
그래, 뭐, 그래도 친위대장이었으니 웬만한 놈은 맨손으로도 상대할 수 있겠지.
어차피 놈들이 노리는 건 나일 테니, 그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골든은 집에 계실 거죠?”
느긋하게 차를 마시는 그에게 묻자, 그가 나를 보며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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