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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226화 (226/475)

〈 226화 〉 219화 : 산 속이라면 꼭 하나쯤 있지 (2)

* * *

어떻게 할 것인가?

무심한 표정으로 로나는 그렇게 물었다.

무엇을 묻는지는 자명하다.

악마숭배자를 잡을 거냐, 말 거냐는 거겠지.

나는 눈을 세 번 끔벅거리고, 상하좌우를 보면서 한 번씩 깜빡인 후, 다시 그녀를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왜 나한테 물어? 교단 일 아냐?”

“제가 지금 가장 우선해야 하는 건 사명이에요. 근데 그냥 악마숭배 의혹이 드는 거면 몰라도, 이렇게 명명백백한 흔적을 보고도 그냥 넘어가는 건 전투사제의 의무를 저버리는 거거든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전히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 감정도 떠올라 있지 않고, 두 눈은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그러나 뺨을 톡톡 두드리는 모습에선, 어떠한 압박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음, 정말로 순수하게 의견을 묻고 있는 거구나.

그럼 그대로 해줘야지.

나는 턱을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악마숭배가 확실해? 여기 분위기는 나도 영 아닌 것 같긴 한데, 보기에는 별 특이한 게 없어서.”

피로 그린 진이나, 녹아내린 양초가 여기저기 놓여 있고 그래야 되지 않나?

그러나 이곳에는 그런 ‘딱 봐도 수상한 흔적’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공기가 안 좋은 동굴인 것이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는 나를 향해, 로나는 몇 번이나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확실해요. 저 넓적한 바위에 흔적이 있어요. 놈이 바위에 흘린 침이 아직 남아있는 걸 보면, 저기다 제물을 바친 지 얼마 안 된 게 분명해요.”

“뭐? 침……?”

저 녀석, 방금 전에 바위를 손가락으로 쓸지 않았나?

그 다음에 낼름 핥았던 거 같은데!

그럼…… 우와, 로나 녀석, 악마의 침을……!

“안 먹었는데요. 감지만 하고 뱉었는데요.”

“………누가 뭐래?”

“얼굴에 다 티 나요, 카엘 님.”

“크흠. ……어쨌든 쫓아갈 수 있어?”

“그게 문제란 말이죠.”

로나는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푸우욱 쉬었다.

다시 고개를 든 그녀의 눈은, 평소와 같은 잿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저희는 죄의 냄새…… 영혼의 썩은내를 맡을 수 있긴 한데요. 특정 냄새를 쫓아가는 건 불가능해요.

그래서 발품을 열심히 판 다음, 수상해보이는 곳에서 잠복하는 게 기본이에요.”

“즉, 이 근처에서 머무르면서 기다려야 한다?”

“네.”

그녀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전투사제 일 자체가 꽤 고되구만.

“의식을 벌이는 장소를 정하는 것 자체가 꽤 힘든 법이라, 저희가 주변에 맴도는 걸 알아도 못 바꿔요. 그러니 죽치고 기다리면, 다음 의식 때에 반드시 올 거에요. 문제는……”

“그게 언제일지 모른다?”

“네에…… 맞아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한숨을 쉬고 있었다.

흠,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군.

만약 그녀가 전투사제가 아니라 다른 보직이었다면, 이런 일에 대해 별로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대략적인 위치만 기억해두고, 나중에 교단에 보고를 올렸겠지.

용사 일행의 일원이 아니었더라도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일하면 되니까.

그러나 로나는 이단과 악마숭배자를 적대하는 전투사제인 동시에, 용사의 사명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일원이다.

그것도 일 년이라는 시간제한이 붙어있는 사명.

그러니 둘 중에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긴 하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가까운 신전에 알리는 건 안 돼?”

“요즘 몬스터 많아서 여기로 누구 파견 나오기 힘들걸요? 그리고 그 사이에 의식이 완전히 끝나버릴지도 모르고요.”

일리가 있군. 그럼 어째야 하나?

인상을 찌푸리고 고민하는 로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악마숭배는 잊어버리고 사명에나 집중하자고 해야 하는 게 맞겠지?

어쨌든 나는 용사이니까.

“……”

근데 그건 철두철미하게 사명만을 우선한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잖아.

말리스에 간다며 거하게 샛길로 빠졌었던 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겠어?

그리고 사명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것을 전부 뒷전으로 밀어버리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

특히나 그게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라면 더더욱.

무엇보다도…… 찜찜한 기분으로 계속 길을 가는 것보다는, 시간이 좀 지체되더라도 시원하게 털어버리는 게 훨씬 좋을 것이다.

내가 그 돈독 오른 도시, 말리스에 간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로나에게 절충안을 던졌다.

그녀가 그 도시에서 나에게 했던 것처럼.

“그럼 정령에게, 주변에 부락이 있는지 물어보고 생각해보는 건 어때? 여기서 너무 멀면 그냥 여길 묻어버리고 길을 계속 가는 거고, 가까우면 여길 묻은 다음에 들러보는 거지.”

“엥? 어쨌든 여긴 묻어버리는 건가요?”

“어.”

위슨의 정령인 늑대라면 이 동굴을 완전히 파묻어버릴 수 있을 터.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일시적이나마 봉인해버리는 것도 그럭저럭 괜찮은 방법일 것이다.

“안 그래, 위슨? 테라가 여기 묻어버릴 수 있잖아?”

“어. 식은 죽 먹기이지.”

좋지 않은 것이 떠다니니, 확실하게 불로 전부 정화해버린 다음에 파묻는 게 나을 것이다.

위슨은 그렇게 덧붙이면서 로나를 향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군.

나는 고개를 살짝 까닥이며 로나에게 말했다.

“어쨌든 의식을 못하면 그 이상 진전이 없는 거잖아? 일단은 그걸로 타협을 보는 게 어때?”

“타협…… 그것밖에 없는 걸까요…….”

로나는 또 다시 한숨을 길게 쉬면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나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어차피 오늘은 여기 묵어야 하니까 기도해봐. 일단 나가자.”

“나가는 김에 그냥 지금 태워버리지, 뭐.”

그것도 그렇군.

어차피 없앨 건데 미리 태워서 나쁠 건 없지.

그렇게 위슨은 스라소니를 꺼내어, 동굴 맨 안쪽에 자리해 있던 제단과 그 주변을 깡그리 태워버렸다.

“오…….”

숨이 턱턱 막히는 듯하던 묵직한 습기까지 죄다 날려버렸나봐.

왠지 동굴 분위기가 되게 뽀송뽀송해진 느낌이야!

이야, 오늘 잠 잘 자겠는걸?

“하하, 다른 동굴도 부탁할 걸 그랬네.”

“안 해, 미친놈아.”

“불응하마.”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위슨과 스라소니가 곧바로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니 그냥 농담한 건데…….

“……야,그냥 해본 말이야.”

“어. 알아. 반사적으로 나왔어.”

“……”

거참 이상하군.

저렇게 예민해질 정도로 비상식적인 짓을 한 기억은 없는데 말이지?

오히려 내가 저 녀석이 언제 또 갑자기 동굴 찾았다고 뛰어내릴지 몰라 조마조마하구만.

참 희한하기 그지없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녀석들과 함께 동굴 바깥으로 나왔다.

약간 서늘해진 저녁놀 아래로 나오자마자,

“……?”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발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동굴 앞에 지펴져 있는 모닥불.

야채조각들이 들어있는 솥.

이쪽에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메린.

그리고 얼굴과 몸에 흰색 문양을 그린 사람들이 그녀를 마주하며 서 있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인데.

구도도 그렇고, 마주 서 있는 사람들의 머리띠와 가죽옷에 깃털이 풍성하게 달려 있는 게, 드워프와 함께 있던 그 부족민들이 생각난다.

뭐…… 생각나고 자시고, 이 산에 자리한 부락민들이겠지.

“……”

시선만 살짝 움직여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블루벨은 보이지 않는다.

만일에 대비해 숨은 모양이다.

뭐, 여차하면 어떤 식이든 대응을 해주겠지.

설마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겠어?

나는 조용히 부락민들과 대치하고 있는 메린에게 다가갔다.

“메린.”

“갑자기 몰려왔어.”

경계하는 기색이 만연한 목소리로 메린이 작게 알려주었다.

갑자기 몰려왔다…… 우리가 불을 지핀 걸 보고 온 걸까?

어쩌면 이 근방에 부락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의 옆에 서서,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부족민들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시죠? 저희는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입니다.”

“하나…… 셋…… 부족한데…….”

……무슨 볼일이냐니까 뜬금없이 뭔 소리야?

눈살을 찡그리며 재차 말을 걸려는 찰나, 길다란 지팡이를 짚은 채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던 부족민이 별안간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입니다. 이곳에서 밤을 보내시는 건 위험하니, 저희 마을로 오시지요.”

“엥?”

갑자기 호의적으로 변했다!

근데 하나같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고 있는 게 뭔가 소름 끼쳐!

입만 웃는다고 친절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고!

근데 이거 너무 대놓고 의심스러운 거 아니냐?

따라가면 십중팔구 성가신 일이 일어날 것 같다.

메린은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자, 내 어깨를 쿡쿡 찌르면서 속삭였다.

“……설마 갈 거냐? 저 새끼들, 너네 나오기 전까지 계속 멀뚱히 서서 빤히 쳐다봤어. 기분 나빠. 수상해.”

“걱정 마. 안 갈 거야.”

길에서 몬스터 다음으로 주의해야 하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그 중에서도 뜬금없이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가장 조심해야 하는 법.

그것도 악마에게 제물을 바치는 곳 앞에서 만났다면 더더욱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나는 태연하게 웃으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길을 서두르고 있어서, 날이 밝자마자 다시 떠나야 됩니다. 모처럼의 초대에 응할 수 없어 아쉽네요.”

“그러지 마시고 저희와 함께 가시지요. 사실 여기가…… 저희 성지이거든요.”

“성지…….”

“예. 그러니 여기 머무실 수 없습니다.”

음, 그렇구나. 역시 여기서 제물 바치고 있던 놈들이구나.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여기서 벗어나게 하고, 또 자신들의 마을로 데리고 가고 싶은 모양이다.

나 참,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곱게 헤어지긴 틀렸군.

숫자는…… 대충 봐도 스물은 족히 되는 것 같다.

싸우더라도 질 것 같지는 않다.

등에 활을 매고 있거나 허리춤에 길다란 장대, 즉 바람총을 달고 있는 놈들이 좀 신경 쓰여서 그렇지.

뭐, 일단 놈들을 따라가고, 거기서 기회를 엿보는 것도 방법이긴 방법인데…….

그렇게 가능한 안 다치고 이길 방법을 찾으려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이야, 답이 되게 빨리 나왔어요. 그렇죠, 카엘 님?”

별안간 키득키득 웃으며, 로나가 앞쪽으로 걸어나왔다.

저녁놀이 지고 있는 탓일까, 그녀의 붉은 옷자락이 어스름 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로나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부족민들의 얼굴에 붙어 있던 미소가 홱 사라져버리면서,

“사제다.”

눈을 부릅뜨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사제다. 사제다. 사제다.”

“붉은 사제. 피투성이 사제. 피를 부르는 사제.”

“카우스트의 목구멍이 호소한다. 형제들의 피가 간원한다. 그분께서 명하셨다……!”

합창하듯이 입을 놀리던 부족민들이, 각자 들고 있는 무기를 우리에게 겨누었다.

창. 활. 바람총. 칼.

그리고 무언가 깃털이 잔뜩 달린 지팡이까지, 우리에게 명백한 적의와 살의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래, 답이 참 빨리 나오긴 했네!

나는 곧바로 검을 뽑았다.

“사제를 죽여라! 놈들을 사로잡아라!”

“한 놈씩 잡아!!”

지팡이를 든 부족민과 내 고함이 동시에 울려퍼졌다.

“주여, 보호하소서!”

쿠웅!

철퇴가 땅을 울리면서 개전을 알렸다.

가장 먼저 날아온 건 화살이나,그 화살촉이 우리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창조주가 사제의 기도에 응답했으니까.

티딕. 틱. 티디딕.

눈에 보이지 않는 막에 화살들이 튕겨나가기 시작하자, 곧바로 메린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녀는 자신을 향해 들이밀어진 창대를 발판삼아 뛰어오른 후,

“크억!”

“캬아악!”

“으헉.”

뒤쪽에 서 있던, 바람총을 들고 있는 놈들의 허리를 가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순식간에 자신의 형제자매가 두 동강이 나고 있는 걸 본 궁사들이, 창백해진 얼굴로 그녀를 향해 화살을 시위에 걸기 시작했다.

푹. 푸슉.

……그러나 그 활줄은 당겨지지 못한 채, 궁사들이 화살을 쥔 채차례차례 앞으로 고꾸라졌다.

누군가는 등에, 다른 누군가는 머리에, 또는 목에 화살이 박힌 채로.

그 화살의 주인이 누구인지,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크으윽……!”

등에 화살을 맞은 일부 놈들이 다시 일어나,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으려 했다.

그러나 끝내 칼날이 드러나는 일은 없었다.

그저 목에 생겨난 또 하나의 구멍으로 붉은 피를 뿜어낼 뿐.

손에 창을 든 젊은이도, 칼자루를 굳게 쥔 우람한 사내도 모두 같은 역할을 맡았다.

땅을 붉게 적시거나, 산짐승들의 저녁거리가 되어주는 간단한 역할이다.

아니면 정신을 잃은 채 바닥에 나뒹굴거나.

궁사와 바람총사수가 무너진 시점에서, 나 역시 부족민들에게 셋 중 하나의 역할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으아아아!!”

별안간 괴성이 들리며 절로 주의가 쏠렸다.

공포에 질린 부족민 하나가, 들고 있던 창을 막 내던지려 하고 있었다.

여전히 동굴 입구 앞에 서 있는 위슨을 향해.

“……!”

나이프라도 던지려는 찰나, 놈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귀를 부여잡았다.

데구르르, 놈의 손에서 떨어진 창이 바닥을 구르고, 이내 머리통이 그 옆을 나란히 구르게 되었다.

깔끔하게 목을 잘라낸 스라소니는 나를 보며 고개를 까닥인 후, 뒤이어 또 다른 부족민에게 달려들었다.

허…… 어느 의미론 위슨 녀석도 무적이구만.

어깨를 으쓱인 후, 나를 향해 달려드는 창을 쳐내었다.

그리고 주저없이 그 주인의 목젖을 폼멜로 찍은 다음,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풀썩 쓰러진 놈의 양 손바닥을 검으로 푹 찌른 건 덤이다.

행여나 일어나거나 나이프라도 쥐게 되면 골치 아프니까.

그런 뒤, 나는 지팡이를 꽉 쥔 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는 부족민에게 다가갔다.

딱히 발소리를 숨기지 않았는데도 놈은 그저 허둥대고 있을 뿐이었다.

말도 안 된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그런 표정을 지으며 주변에 일어난 참극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무슨 일이냐고?”

그제야 나를 본 놈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놈이 비명 섞인 고함을 지르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나는 그 본능적인 발악을 쳐내려 검을 휘둘렀고, 드워프가 선물해준 심층 은검은 지팡이를 쳐내는 대신 훌륭하게 썰어버렸다.

“우와.”

이건 예상 못했는데.

그리고 지팡이가 썰려버린 부족민은, 나보다도 몇 배는 더 충격을 먹은 채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렸다.

“말도 안 돼.”

어째서 이런 일이……?

멍하니 그 말을 되풀이하는 놈에게, 나는 답을 일러주었다.

어째서냐고? 간단하지.

아주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이유이고 말고.

“네놈이 덤빌 상대를 잘못 골랐으니까.”

검을 쳐든 나를 향한 놈의 눈이, 순식간에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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