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239화 (239/475)

〈 239화 〉 232화 : 첫날밤 (1)

* * *

품 속에서 울리던 흐느낌이 잦아들 무렵, 축축하게 젖은 뺨이 아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싸늘했던 공기가, 밤이 깊어지면서 한층 더 차가워진 모양이다.

메린이 바들바들 떨며 나를 바짝 껴안고 있는 건, 감정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메린, 들어가자.”

이따금 어깨를 들썩이며 훌쩍이는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들어가야 돼. 응? 이러다 너 진짜 감기 걸려.”

“………”

……반응이 없네.

혹시 자는 건가?

얼굴을 보려고 그녀를 품에서 떼어내려 했더니, 그녀가 팔에 힘을 실으며 내 가슴에 더 달라붙어버렸다.

……아, 그래.

떨어질 생각이 없다, 이거구나.

그래, 그럼 내가 옮겨야겠군.

그녀를 안고 있던 팔 하나로 땅을 짚으며 다리를 움직였다.

그런 뒤, 땅을 짚은 팔로 그녀의 오금을 받쳐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 무거……운 게 아니라 생각보다 가볍지 않군.

그래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빠른 걸음으로 방 안으로 들어온 후, 잠시 그녀를 내려놓았다.

……무거워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녀를 방에 들여야 했을 뿐이야.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말이지.

또 테라스로 통하는 문이 활짝 열려 있으니, 그걸 닫아야 했다.

문을 닫고 커튼까지 쳐버린 후, 다시 그녀를 안아들고 침대에 앉혔다.

“후…….”

큰일을 해낸 것에 안도하며,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차가워. 환기를 아주 성대하게 해버린 탓에, 방 안 공기도 차디차게 식어버린 상태이다.

이대로는 감기 걸릴 텐데.

마티나에게 불을 떼달라고 해야 하나…….

“카, 엘…….”

“응?”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가 중얼거렸다.

“추, 추워…….”

“역시 불 떼달라고 할까? 잠깐만……”

“시, 시러어……….”

침대 머리맡에 놓인 종을 집으려는 내 팔을 붙잡으며,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불 떼는 게 싫다고? 그럼……”

“안…아줘…….”

“………”

………뭐?

녀석이 던진 말 자체의 파괴력에, 일순 머릿속까지 전부 마비되어 버렸다.

메린은 그런 내 얼굴을 감싸더니,

“읍……!”

그대로 입을 맞춰왔다!

그저 입술을 맞댔을 뿐인 짧은 키스 후, 그녀가 다시 속삭였다.

“나를, 안아줘.”

“……메린.”

“부탁…이야……. 추워서, 읏, 견딜 수, 없어……!”

“………”

또 다시 울먹이기 시작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려와, 나는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

“카엘…….”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진짜 안아달라는 건가.

물론 그녀 역시 나를 사랑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아직 기운을 덜 차렸는데.

“카엘…… 흐윽, 추워어……. 이불 덮어도, 옷을 껴입어도, 우읏, 추워, 춥단 말야……. 더, 더 안아줘……!”

“메린, 진정해. 괜찮아. 괜찮으니까 진정해.”

애달프게 흐느끼며 내 튜닉을 적시는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추운 거랑 섹스가 뭔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마음을 통한 그녀와 한밤중에 끌어안고 있다는 이 상황에 열이 살짝 오르고 있긴 했다.

메린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가능하면 더 깊은 곳에서 그녀 자체를 느끼고 싶다.

만약 그녀가 바라는 것도 그런 거라면, 들어주지 못할 이유 따위 없지.

“……그래. 춥다. 이렇게 추우면, 제대로 못 잘 거야.”

“읏, 흐윽…….”

“메린, 나 봐.”

그녀와 얼굴을 마주본 후, 천천히 입술을 포개었다.

쪽, 자그마한 소리와 함께 입술을 떼자마자, 이번엔 그녀의 윗입술을 입에 머금고 살짝 핥는다.

“후으……”

움찔거리며 새어나온 숨소리.

재차 입을 포개어 그 숨결을 들이마시며, 그 입술 사이로 혀를 넣어, 입 안에 자리한 그녀의 혀를 살짝 건드렸다.

“하아…… 후읍, 흐…….”

물소리 섞인 숨소리가 점점 더 열을 품어간다.

입천장을 건드릴 때마다, 혀를 얽을 때마다 그녀가 움찔거리며 작게 소리를 낸다.

그에 이끌리듯이 점점 더 입맞춤이 깊어져 간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시트 위로 가라앉아 갔다.

“하아……”

호흡이 모자란 탓에 떨어진 틈으로, 투명한 실이 늘어지는 게 보인다.

나와 그녀를 잇는 그 실이 끊어지기 전에, 그녀의 혀에서 거두어 삼킨다.

……그럼에도 갈증은 점점 더 깊어져만 간다.

방 안에 가득한 차가운 공기가,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하……”

네 타액도, 숨결도, 아직 한참 모자라.

좀더…… 좀더 원해.

나를 채워줘.

네 온기를 나눠줘.

……그 대신, 나를 줄게.

내 마음 전부, 너에게 줄게.

“메린……”

애원하듯이 그녀를 부르며, 하얀 이마에 입을 맞춘다.

붉어진 눈가에, 열을 띠어 상기된 뺨에 입술을 떨어뜨린다.

그 다음 둥그런 귀 모양을 따라내려가, 귓불을 살짝 머금었다.

“읏……!”

어깨가 살짝 들썩거리는 게 기쁘고, 한층 더 붉어진 얼굴이 사랑스러워, 나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하, 귀여워.”

“우응……!”

움찔.

……응? 귀가 약한가?

뭐, 일단 두자.

다른 곳도 사랑해줘야 하니까.

잠깐 그녀와 입술을 맞댄 후, 그대로 목선을 타고 내려가며 키스를 퍼부었다.

“흐으…… 카엘…….”

“응?”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완전히 붉어진 얼굴.

물기가 어려 촉촉해진 두 눈동자.

뜨거운 숨결을 내보내고 있는, 살짝 벌어진 입술.

내 키스에 흐트러진, 그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버렸다.

“……윽.”

……위험해.

시트를 쥔 주먹에 힘을 주어, 당장 그녀에게 박아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참았다.

절대로, 결단코 안 될 일이야.

메린과 사랑을 나누고 싶은 거지, 내 맘대로 범하고 싶은 게 아니잖아……?

“카엘……?”

“……아무것도, 아냐. 응, 왜 불러?”

“아니…… 너, 뭔가 되게 익숙한 거 같아서……. 처음, 아니냐?”

“맞는데.”

그녀의 살짝 드러난 어깨와, 그 아래에 고개를 빼꼼 내민 쇄골에 입을 맞추며 대답했다.

“근데, 흐읏, 되게, 서슴없는 거 같은데……”

“음, 그건 말이죠. 일단 저는 남자이고요.”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고, 그대로 목선을 타고 스윽 쓸어내린다.

살짝 떨며 신음하는 그녀에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 직업이 직업이라, 읽은 게 있거든요.”

“책? 이런 것도 책에 나와……? 근데 왜 갑자기 존댓말이냐……?”

“웬만한 건 전부 다 나온다니까.”

쪽.

한 번 더 그녀의 입을 탐한 후,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속삭였다.

“전에 말했잖아. 아버지가 성년 기념이라고 성인소설 필사시켰다고.”

“한 권이었잖아.”

“그게 얼마나 두꺼웠는데. 별별 내용 다 있었어. 게다가 내용 따라 적으려고 주의 깊게 보니까, 자연히 내용이 머리에 박혀버린다고. 너도 해봐서 알잖아?”

“그래도, 머리로 아는 거랑, 실제로 하는 건 다르지 않냐? 되게 태연한 거 같은데.”

“……모르는 소리.”

그녀의 손을 잡고 내 가슴에 댔다.

나 참,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뛰고 있구만.

어딜 봐서 태연하다는 거야?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메린이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렸다.

“와……, 쿵쾅쿵쾅거려.”

“이래도 내가 태연한 거 같아?”

“……그러고보니 네 손도 떨리고 있네. 후후.”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는 붙잡힌 손을 슥 빼고 내 손을 감싸 쥐더니 자신의 가슴으로 이끌었다.

쿵. 쿵. 쿵. 쿵.

……나만큼이나 빠르고 묵직한 고동.

그 진동이 손바닥을 타고 올라와, 등줄기에저릿한 느낌을 주었다.

“……”

“나도, 후후, 터질 거 같아…….”

“……읏.”

위험해……! 하, 이 자식, 또 자각없이 유혹해오네.

성서 구절이라도 외워야 하나?

근데 그거 잘못하면 완전히 식어버리지 않나?

고개를 살짝 흔들고, 끓어오른 열을 긴긴 숨으로 내뱉은 후, 나는 뚱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너, 내가 참는 거 알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엉? 너 참고 있어? 참지,”

으아악, 안 돼!

입술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아버렸다.

얘가 진짜 누구 죽는 꼴 보고 싶나?!

“……후우, 그러니까 유혹하지 말라니까……!”

“하아, 내가, 언제…….”

“시끄러, 임마.”

지금도 온 몸으로 유혹하고 있으면서.

머리에서 풍기는 라벤더 향뿐이 아니다.

입술의 감미로움이, 달뜬 목소리가, 목에 입맞출 때 느낀 체취가, 온통 나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

……웃긴 건, 나 스스로 그 유혹에 뛰어들고 있다는 거다.

실시간으로 갈려가는 이성을 딱 한오라기 붙잡은 채, 한 걸음 한 걸음, 내 발로 그 늪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 한 줌의 후회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슴, 만진다.”

“새삼스레 뭔 확인을 받냐……? 아까 키스하면서 만져놓고…….”

“……네? 제가요?”

“신나게 더듬던데.”

“………”

전혀 기억에 없는데요!

근데 왠지 메린의 허리를 쓸어내렸던 것 같기도 하고!

아앗, 그치만 진짜 기억에 없는걸!

……그래도 메린이 날 내던지지 않은 걸 보면, 내 손길을 싫어하진 않은 것 같다.

천만다행이야.

“……무의식이었나봐. 음, 아무튼 만진다.”

“응…… 근데 옷 안 벗고? 아, 흐읏……”

“걱정 마. 내가 벗겨줄게.”

똑바로 누운 탓에 옆으로 살짝 퍼진 두 유방을, 손 안에 모으면서 천천히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우와, 옷 위로 만지는 건데도 부드러워.

직접 만지면 장난이 아니겠네.

“으응…… 그냥 내가 벗으면,”

“안 돼.”

“……엥? 안 되는 거냐?”

“어. 절대 안 돼.”

“……”

음, 너무 단호했나?

왠지 나를 보는 그녀의 시선이 약간 건조해진 거 같은데.

그치만 원래 벗겨주는 거라고 배웠는걸!

유방을 만지던 손을 내려, 허리선을 따라 발목까지 쭉 쓰다듬었다.

움찔움찔.

아, 귀여워.

“메린, 두 팔 다 위로 들어봐. 응, 그대로 있어.”

“……? 아.”

스르륵.

……위아래 통으로 짜인 그녀의 실내복을, 위로 벗겨 내었다.

“우와.”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절로 감탄이 튀어나왔다.

머리 양옆으로 펼쳐져 있는 갈색 머리카락.

머리 위로 쳐들고 있는 두 팔, 그 탓에 활짝 보이고 있는 매끈한 겨드랑이.

그녀의 호흡에 맞추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두 유방, 살짝 붉은빛이 감도는 유두.

큰 굴곡을 그리고 있는 허리선.

그를 완벽히 이으며 뻗어 내려간 늘씬한 다리.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왜? 이상해?”

“아니.”

머리가 생각을 짜내기 전에 대답이 바로 튀어나왔다.

“아름다워.”

“……”

“하, 하하…… 하아…… 메린, 진짜, 아름다워.”

……열 때문에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아.

덥다. 답답해.

튜닉을 벗으려는데, 지나치게 흥분한 탓인지 손이 떨려서 잘 움직이지 않았다.

“……자.”

“……”

그녀가 몸을 일으켜 앉더니 내 옷을 잡고, 위로 끌어올려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몸을 일으킨 덕분에 본래 크기를 되찾은 두 유방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아니 뭐, 솔직히 엄청나게 큰 건 아니다.

하나하나가 사람 머리보다 작으니까.

그래도 한 손에 다 들어가지 않으니 크긴 큰 거지?

……근데 메린도 이 정도인데, 그 방앗간집의 틸리아 누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후으…… 뭔 생각하냐?”

“응, 크다 싶어서.”

……거짓말은 안 했다. 그냥 말을 덜했을 뿐이야.

아무리 메린이라도, 이런 와중에 딴 여자 생각한 걸 알면 험악해질 거야. 틀림없어.

힐끗 바라본 그녀는, 자신의 유방을 쓰다듬으며 주무르는 내 손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뭔가 좀 부끄럽네.

멍하니 내 손을 보던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큰가……? 읏, 후으…… 뭐, 쓸데없이, 하아, 살이 많긴 해…….”

“너 딴 사람한테 그런 소리하지 마라.”

“왜. 움직일 때마다, 읏, 흔들려서, 불편한데…….”

“음, 난 좋은데.”

부드러운 살덩어리가 손에 착 달라붙는 게, 굉장히 느낌이 좋다.

아,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 거 같아…….

바짓가랑이는 점점 더 불편해지고 있지만.

“난 싫어. 블루벨처럼, 없었으면 좋겠어…….”

“……아, 그래.”

……보통 남자가 좋다고 하면 좋아하지 않나?

후, 역시 메린이야. 사고방식이 달라.

쓴웃음을 지은 후, 한 손으로 계속 가슴을 만지며 샐쭉해진 그녀의 입에 키스했다.

입과 손, 양쪽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에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다.

“하읍, 아핫……”

아까 전부터 손바닥으로 간간이 쓸리던 유두를,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직접 건드려보았다.

“으흡……! 우음, 히잇……!”

조금 전보다 확연히 더 크게 움찔거리는 그녀를 다시 천천히 눕혔다.

눈물이 맺힌 그녀의 눈가에 키스하며, 조용히 물었다.

“아팠어?”

절레절레.

“그럼, 기분 좋아?”

양쪽 유두 모두 굴리며 묻자, 그녀가 입을 앙다문 채 얼굴을 찡그리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기분 나빠?”

절레절레.

“……어느 쪽이야?”

“읏, 모, 몰라아, 하앙! 아으……!”

앗, 메린이 손으로 자신의 틀어막아버렸다.

얼굴이 완전히 새빨개져 있어. 아, 귀여워.

절로 웃음이 나왔다.

“……흐.”

“……”

“아.”

그녀가 눈살을 홱 찌푸리는 게 보였다.

음, 비웃는 거 아닌데.

“메린, 입 막지 마.”

가슴을 만지던 손을 떼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해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집스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목소리 못 듣잖아.”

“싫어…… 이상해…….”

“안 이상해. 귀여워. 조금 전에도 귀여워서 웃은 거야.”

“으……”

“……키스도 하고 싶고. 응? 메린, 손 내려줘.”

“………”

잠시 후, 그녀가 마지못한 듯이 손을 내렸다.

겨우 다시 나타난 그녀의 입에 가만히 키스했다.

……역시 기분 좋아.

그녀의 입을 탐하며, 한 손으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다른 손으로는다시그녀의 가슴을 희롱한다.

그새 단단해진 유두를 이리저리 굴리자, 그녀가 내 입 안에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는 게 느껴졌다.

“후……입, 막지 마.”

“으……”

살짝 좁아진 미간에 입맞추고, 그대로 뺨으로, 목으로, 쭉 내려가며 키스한다.

쇄골의 파인 곡선을 따라 입을 맞춘 후, 마침내 그녀의 유방에 입술을 대었다.

그간 계속 움찔움찔 떨리던 그녀의 허리는, 봉긋 솟은 유두를 핥는 순간 크게 튀어올랐다.

“흐잇……! 읏, 흐으응……!”

입을 막지 말라는 내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그녀는 신음이 터져나오려는 걸 열심히 참는 듯했다.

음……, 이를 꽉 악물거나 입술을 깨물진 않겠지?

다른 쪽 유두도 손가락으로 살살 굴리면서, 간간이 그녀의 얼굴을 힐끗 살펴보았다.

“하아으, 카에, 흐으으, 카엘……”

“응?”

“으, 이상, 해애……!”

“아, 응. 그대로 계속 느끼면 돼.”

“이상, 하다니까 뭔, 히으응……!”

……으, 다리에 땀이 차고 있는 거 같아.

이따금 허리를 살짝 튕기며 바들바들 떠는 그녀에게서 잠시 떨어져, 바지를 휙 벗어버렸다.

속옷은…… 조금 있다가 벗는 게 낫겠지.

지금 벗었다가는 더 참기 어려울 테니까.

“하아, 하아, 카엘……”

나를 부르는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살짝 울먹이는 것 같기도 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을 꺼냈다.

“그냥…… 박으면, 안 돼?”

“………뭐?”

“이거, 이상해. 더 이상해지기 전에, 그냥, 네 자지 넣으면 안 되냐? 네가 내 보지에, 정액 싸는 게, 섹스잖아…….”

“…………거 분위기 깨는 소리하지 마십쇼.”

물론 세상은 넓다.

그러니 저 말에 흥분하는 사람도 있겠지.

일단 난 아니야.

……그래도 열이 살짝 내려간 덕분에 머리가 좀 맑아진 것 같았다.

나 참, 진짜 못 말리는 녀석이야.

“그리고, 이것도 섹스야, 임마. 뭐든 단계가 다 있는 법이라고.”

“다들, 그냥 박고 싼다던데…….”

아니 대체 어디서 그딴 말을 듣고 다닌 거야?! 돌겠네, 진짜!

……아, 혹시 창관 가는 사람들한테 들은 건가?

음, 그렇다면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해.

거긴 그냥 성욕 풀러 가는 거니까.

“그 사람들도 사랑하는 여자 안을 땐 온갖 정성을 다할걸?”

“……그런 거냐?”

“나는 지금 그러고 싶어.”

설령 너 자신은 그게 쾌감인지 모르더라도, 더욱 더 느꼈으면 좋겠다.

내 손길에 더 흐트러졌으면 좋겠어.

……아아, 갈증이 채워지려면 아직 멀었다.

애타는 목마름에 날뛰고 싶은 마음을, 그녀의 타액을 마시며 겨우 달랜다.

“하아…… 메린…….”

“후으…….”

몸을 살짝 일으키고, 그녀의 은밀한 곳을 가리고 있는 브리프를 천천히 벗겼다.

완전히 알몸이 된 그녀는, 정말로 아름답다.

손대기 죄스러울 정도로.

……뭐, 이미 실컷 손대고 있는 상황에 말도 안 되는 감상이지.

이제 와서 멈출 수도 없고,

멈추기도 싫다.

“……”

……그녀의 다리에 살짝 가려져 있는 음부에 눈이 갔다.

음, 솔직히 보고 싶긴 한데, 직접 보는 건 다음으로 미루자.

안 그래도 참느라 죽을 맛인데, 지금 그걸 직접 봤다간 이성이 바스라질 거 같아.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손만 뻗어 그녀의 배를 쓰다듬고, 점점 더 아래로 내렸다.

“……?”

뭐하냐고 묻는 듯한 그녀의 눈에 나는 그냥 미소만 보내며,가운데손가락으로 균열을 살살 쓰다듬었다.

찰박.

“아흣?!”

그녀가 허리를 튕기더니, 내 손목을 잡고 휘둥그레 뜬 눈으로 쳐다보았다.

음, 이거 아무 말도 안 하고 계속 만지려 하면 손목 분지를 거 같은데?

“왜. 다들 만지는 건데.”

“……”

오, 구라 치지 말라고 눈으로 말하고 있군.

“진짜라니까? 자기 손으로 만지면서 자위하기도 한다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까 말한 성인소설에서 봤으니까. 야, 소설이 뭐 아예 없는 얘기 쓰는 줄 아냐? 진짜로 그러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런 내용이 나오지.”

……솔직히 문어랑 이러쿵저러쿵 했다는 건 현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율리아 공주가 그랬어. 문어 다리가 달린 인어도 있다고……!

후, 때로는 현실이 더 무섭다.

“괜찮아. 내가 너한테 이상한 짓할 리 없잖아?”

“으……”

주춤주춤, 그녀가 내 손목을 놓아주었다.

“아프면 말해.”

“응……”

가능한 살살, 아래에서 위로 균열을 쓸기 시작했다.

가운데손가락이 다시 닿을 때마다, 찰박, 찰박하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다행이야. 제대로 느끼고 있었구나.

물론 그녀가 내는 신음이나 몸이 떨리는 거에서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뚜렷이 알게 되어 너무나도 기쁘다.

좀더, 느꼈으면 좋겠어.

균열을 쓸던 손가락을, 천천히 구멍 안으로 밀어넣었다.

“……!”

“괜찮아…… 날 믿어줘.”

키스하며 속삭이자, 바짝 굳었던 긴장이 서서히 풀어졌다.

손가락을 끝까지 넣은 후, 그녀와 함께 긴 숨을 내쉬었다.

……좁고 따뜻하다.

부드러운 속살이 손가락을 감싸며 살짝 아플 정도로 압박하고 있다.

그래도 안이 미끌미끌한 덕분에, 아주 느릿하긴 해도 움직일 수는 있었다.

“하아……으응……아앙……”

“후……”

초점이 풀린 그녀의 얼굴.

콧소리 섞인 신음소리.

내 어깨를 붙잡은 채 살짝살짝 허리를 튕기며 바들바들 떠는 모습.

앞뒤로 움직이는 내 손가락을 진득히 감싸며 놓아주지 않는 그녀의 속살.

찔걱이는 소리.

내 눈과 귀, 그리고 촉감까지 모두 뒤흔드는 그녀의 모습에,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 같았다.

“하…… 메린……”

“흐읏……후으……히윽…….”

그녀와 이마를 맞댄 채 눈을 감았다.

그 탓에 귀와 손가락에 더 주의가 쏠려, 머리가 한층 더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

……아, 빨리, 그녀의 안에 들어가고 싶어.

손가락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하…… 손가락보다 훨씬 민감한 자지라면……

……넣자마자 싸버릴지도 모르겠다.

“후……”

……안 돼, 안 된다고.

아직, 안 돼.

메린도 처음이야.

손가락도 이렇게 좁은데, 자지를 넣으면 얼마나 아프겠냐?

다들 그랬잖아.

어느 정도는 풀어줘야, 그나마 덜 아파한다고.

“……”

그러고보니 이 부근에 뭐가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 연노랑머리 엘프 아저씨가……

엄지손가락을 뭐 어쩌라고 했더라……?

일단 구멍의 한참 위를, 엄지손가락으로 슬슬 쓰다듬어 보았다.

……아, 뭐가 만져진 거 같은데.

“꺄악?!”

“?!”

그러자 그녀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크게 튕겼다!

와, 손가락, 방금 엄청 조인 거 같은데!

“어, 그, 괜찮아?”

“흐으, 바, 방금, 뭐야?”

“아팠어?”

“아니, 갑자기, 온 몸이 찌릿, 해서…….”

“………아, 그래.”

아……… 생각났다.

이게 여자의 약점이랬지…….

그 아저씨한테 이런 걸 알려준 그 죽은 엘프는 대체 뭐하던 여자야?

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나는 구멍에서 손가락을 빼내, 약점을 살살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가 눈을 크게 뜨더니, 몸을 반쯤 일으키며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야, 하아아! 카, 카엘, 야! 꺄응?! 아흑, 흐으으윽!”

“괜찮아, 괜찮아.”

베개를 끌어와 그녀의 등에 대고, 남은 팔로 그녀를 받쳐주며 계속 그곳을 이리저리 굴렸다. 음, 왠지 단단해진 거 같아.

“후으, 히익, 하으아앙, 아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세차게 도리질을 하며 신음을 내질렀다.

쾌감이 상당한지, 돌연 내 팔뚝을 세게 붙잡았다.

그야말로, 으스러지도록.

“윽!”

“……아, 미, 미안……!”

다행히 그녀가 곧바로 손을 뗀 덕분에, 진짜로 팔이 으스러지는 일은 없었다.

……후, 진짜 다행이야.

섹스하다가 팔이 아작나서 로나에게 치유를 받는다고?

상상만으로도 끔찍한걸.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뺨에 입을 맞추었다.

“괜찮아. 팔 멀쩡해.”

“……”

“흠흠, 그렇게 좋구나.”

“뭐가 좋아아앙!”

반사적으로 내 팔을 잡으려던 그녀의 손이 일순 멈칫하더니, 시트를 꽉 잡았다.

……생각 같아선 손을 잡아주고 싶은데, 내 손 부서질 거 같단 말이지.

“메린,”

“하아, 아으으응……!”

그 대신 그녀와 함께 나란히 누운 후, 그녀가 내 등에 팔을 두르도록 했다.

“으응, 흐읏, 카, 응, 카엘, 아, 먼가, 아앙, 먼가, 와아……!”

“……”

미치겠다.

귓가에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머릿속이 마비되고 있다.

그녀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

“하아……메린……!”

좀더……!

더 크게 느껴줘……!

그녀의 목을 핥으며, 돌기를 살짝 힘주어 누르면서 손가락을 진동시켰다.

“아, 아아, 와아아……! 하, 아, 흐으으읏……!!”

이제까지 낸 소리 중에 가장 크고 긴 신음을 흘리며, 그녀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다리까지 얽으며 조여오는 공세에, 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또 고통의 신음을 내뱉고 말았다.

“으, 크윽……!”

이 녀석, 사실 다 나았던 거 아냐?!

진짜로 온 몸이 부숴질 거 같아……!

……그러나 정말정말정말 다행스럽게도, 팔과 허리에서 괴상한 소리가 나기 전에, 그녀의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아, 하아, 하아, 하아……!”

진이 빠진 것처럼 시트에 늘어진 채, 그녀가 온 몸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온 몸이 욱신거리는 걸 애써 감추며, 가만히 그녀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방금, 하아, 머리가, 하얘져서…… 이상, 이상해애…….”

“그래그래, 기분 좋았구나. 다행이네.”

“이상하다고오……!”

울먹이는 목소리로 항의하는 그녀가 귀여워서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웃지 마아……!”

“네가 귀여운 걸 어떡해? 그리고 너 이상한 거 아냐. 쾌감이 한도에 달해서 절정을 느낀 거겠지.”

“절…정……?”

“응. 내가 여자가 아니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그럴걸?”

……그리고 그녀가 내 손에 절정을 느꼈다는 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소리 내어 웃으며 그녀를 꽉 끌어안고 얼굴에 키스를 퍼붓자,

“……뭐가, 하아, 그렇게 좋냐?”

그녀는 볼멘소리로 투덜거리면서도, 눈을 감으며 나를 마주 안아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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