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8화 〉 249화 : 경계를 넘은 자 (1)
* * *
엘프와 마법사 소년의 술래잡기는, 보다 못한 내 부탁으로 메린이 블루벨을 붙잡으면서 막을 내렸다.
“큭! 카펫만 아니었어도……!”
“휴, 카펫이라서 다행이다.”
분통을 터뜨리는 블루벨을 마주하며 땀을 닦는 위슨이었다.
만약 이 방이 그냥 나무나 돌로 되어 있었다면, 지금쯤 위슨은 블루벨의 주먹에 맞고 뻗어 있었겠지.
애석하게도 이 방은 바닥 전체가 카펫이었고, 그 때문에 블루벨은 엘프 고유의 달리기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 덕에, 관장의 책상에 있던 찻잔이 엎질러지는 작은 피해만 있었을 뿐, 누구도 죽거나 다치지 않고 평화롭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고향 마을의 전통놀이가 떠오를 정도로 살의가 잔뜩 서려 있었는데 참 다행이야.
“아아아…… 아직 다 못 읽었는데에…….”
그리고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오이스 관장은, 찻물 범벅이 된 종이뭉치를 들고 울상 짓고 있었다.
뭐, 애초에 그녀의 입이 발단이었으니, 미안하단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우리 일행의 대표이자 유일한 상식인 아닌가!
때로는 잘못이 없을지라도, 원만한 관계를 위해 먼저 사과해야 하는 법.
나는 인간 사회를 살아가는 멀쩡한 어른답게, 최대한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관장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관장님! 저희 동료가 그만 폐를 끼쳐버렸네요. 별 도움은 안 될지도 모르지만, 이걸로 닦으시지요.”
“우우…… 아니에요. 좀 귀찮아서 그렇지, 이 정도는 얼마든지 고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제가 괜한 말을 꺼내서 그런 거니…….”
“알긴 아네.”
“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휴, 위험했다.
그만 속내가 새나오고 말았어.
역시 어른 노릇은 쉽지 않군.
오이스 관장은 시무룩한 얼굴로 푹 젖은 종이뭉치를 한곳에 모아둔 후, 방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향해 손가락으로 원을 그렸다.
“여섯.”
그렇게 중얼거리며 원의 중앙을 쿡 찌르는 시늉을 하자,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테이블과 의자를 집어삼키더니, 곧바로 여섯 개의 의자와 사각테이블을 퉷 뱉어냈다.
고급스러운 장식이 들어간 티세트는 물론이고, 막 구운 것처럼 김이 나고 있는 스콘에 쿠키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세상에, 여기는 마법으로 요리까지 할 수 있나보네.
그 섬에 있던 마녀들은 직접 만들어야 했는데.
위슨 역시 놀란 눈으로 과자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쿠키를 하나 집어 냄새를 맡더니, 먹어도 되냐는 듯이 관장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녀가 괜찮다고 손짓하자, 조심스럽게 과자를 한 입 깨물어 먹었다.
그리고는 한층 더 눈을 크게 뜨고서 관장을 돌아보더니,
“존나 맛없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아앗, 관장이 미소를 지은 채 굳어 버렸어!
무언가 터지기 전에, 나는 황급히 녀석에게 다가가 꿀밤을 먹여버렸다.
“얌마, 실례잖아! 그리고 보기엔 다 괜찮아보이는구만, 이 녀석이 배가 불러가지고……!”
“진짜야, 미친놈아! 너도 먹어봐!”
쿠키 하나를 내밀며 외치는 위슨의 눈동자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니 얼마나 맛없길래……?
녀석의 손에서 쿠키를 받아 입에 넣고 씹었다.
바스스슥……
“……”
존나 맛없어!
쿠키를 씹자마자 모래처럼 부서지는 건 어떻게 넘어갈 수 있지만, 맛이 완전히 끝장났어!
단맛과 짠맛과 쓴맛이 죄다 뒤엉켜 있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맛이야!
아니 이거 마법으로 만든 거 아닌가?
미로에서 먹었던 진수성찬도 마법이었잖아, 근데 그건 엄청 맛있었다고!
근데 이건 왜 이래?
어떻게 이런 꿈도 희망도 없는 맛이 나올 수 있는 거지?!
멍하니 관장을 돌아보자, 그녀는 얼굴을 확 붉히며 두 손을 내저었다.
“아, 그, 제가 아직 그, 과자 만드는 건 연습 중이라서요! 아으, 죄송해요! 지금 당장 과자를 가져오라고 할 테니, 일단 차를 먼저 드셔주세요!”
그녀가 횡설수설 말하면서 손가락을 퉁기자, 테이블 위에 있던 과자가 연기덩어리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그런 뒤, 관장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찻잔 여섯 개를 하나하나 손수 채웠다.
“차는 괜찮을 테니 걱정 마시고 앉으세요!”
“아, 네…….”
권하는 대로 자리에 앉은 후, 나는 조심스럽게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호록.
……아, 진짜 괜찮네.
뭐, 이건 그냥 찻잎에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거니 맛없긴 힘들지.
그런 의미에서 블루벨은 정말 굉장한 거다.
그 어려운 일을 손쉽게 해냈으니까……!
후, 드워프들이 휴대용 건조기를 줘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저 할망구가 날려먹은 바질 잎 때문에 속 터졌을 거야.
다시 한 번 드워프들에게 감사하며 차 한 모금을 마시자, 여기저기에서 호로록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하하, 이 녀석들, 내가 먼저 맛을 보길 기다렸구나.
참 야무지기도 하지.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빌어먹을 자식들아.
“후후, 괜찮죠? 과자는 저희 사서들 중에 가장 솜씨 좋은 사람에게 부탁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 괜찮아요. 과자 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메린이 꺼내든 건, 사람 머리만 한 주머니였다.
그걸 테이블 중앙에 두고 끈을 풀자, 노릇하게 구워진 버터 비스킷이 주머니 가득 들어 있는 게 보였다!
뜻밖의 전개에 눈을 끔벅거리며 메린에게 물었다.
“이걸 또 언제 구웠냐?”
“어제 자기 전에. 식재료 엄청 많았는데 안 쓰면 아깝잖아.”
위슨 녀석이 그 미로에 숙박시설을 마련할 때, 버터나 우유 등의 식재료도 만들어낸 모양이었다.
배낭 용량도 엄청 크겠다, 이때다 하고 잔뜩 만든 거겠지.
“와! 버터 비스킷! 지난번에 먹었을 때 엄청 맛있었는데! 감사합니다, 메린 님!”
“뭐, 괜찮긴 했지.”
“밤에 왜 반죽을 하나 했는데 이거였구만. 잘 먹을게.”
온도차가 조금 있긴 해도 다들 좋아하는 기색이었다.
아니 뭐, 맛있으니까 나도 좋긴 한데……
나 참, 이것 때문에 어젯밤에 먼저 잔다고 했던 거구나.
그 바로 뒤에 이것저것 있어서, 결국 함께 잠들었지만.
뭐, 나보다 늦게 잔 것도 아니고, 본인이 먹을 거 만든 건데 누가 뭐라할 수 있을까?
이렇게 나눠 먹자고 꺼낸 게 어디야.
얼굴에 떠오른 쓴웃음을 버터 비스킷의 고소한 풍미로 덮어버리며,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근데 웬일이야? 쇼트브레드 쿠키가 아니라 버터 비스킷을 굽다니.”
버터 비스킷은 맛있긴 하지만, 우유와 달걀이 들어가는 만큼 보존기간이 짧은 편이다.
한 주머니 가득 구운 걸 보면, 분명 두고두고 먹으려던 생각이었을 텐데.
마을에서 고기를 사는 대신 사냥해서 먹고 살 만큼 쓸데없이 실용적인 녀석이, 보존기간보다 맛을 고르다니 무척 의외였다.
드디어 이 녀석도 좀더 맛을 즐기게 된 걸까?
약간 흡족해진 마음으로 던진 물음에, 메린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면서 짧게 대답했다.
“너 이거 좋아하니까.”
“………아, 응. 고마워.”
잠시 찻잔 속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음음, 맛있는 차에 과자라. 후후, 정말 완벽하네요!”
오이스 관장은 부드럽게 웃으며 그렇게 말한 후, 한결 차분해진 표정으로 위슨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위슨 씨, 이제 과거의 일은 다 청산하기로 한 건가요?”
“……?”
“어머, 부엉이탑에서 오신 것 아닌가요? 이제 화해하자는 의미로 방문해주신 건 줄 알았는데…….”
화해?
여기랑 부엉이탑이 싸웠었나?
설사 그랬다 해도 위슨이 그걸 알 리가 없다.
부엉이탑은 그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마녀에게 점거됐었으니까.
하지만 그 섬의 숲 자체나 다름없는 정령은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아, 그거.”
파랑새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테이블 위에 내려와, 땅딸막한 몸을 한 번 털면서 말했다.
“옛날에는 여기랑 정기적으로 친목회를 가졌었는데, 육백 년 전을 마지막으로 뚝 끊겼어. 그때 듣기론, 이 새끼들이 주사위 사기를 쳤다고 하던데?”
우와, 내기에 사기를 치다니, 완전히 글러먹었구만!
근데 뭘 얼마나 걸었길래, 교류가 뚝 끊겨버린 거지?
“뭐 땅이라도 걸었대?”
“아니, 데이트.”
“………”
음침한 뒷공작이 오가는 도박판이 순식간에 핑크빛으로 물드는 순간이었다.
뭐야, 사랑 싸움 때문에 몇 백 년간 교류가 끊긴 거야?
애초에 왜 그딴 걸 판돈으로 걸고 지랄이야?
나 참, 어느 돈독 오른 도시가 생각나는구만.
세상은 훨씬 옛날부터 미쳐 있었던 모양이다.
“……뭐, 어쨌든 교류가 단절됐을 정도면, 수장끼리 내기를 했나보네.”
“아니, 그냥 항의하다가 집단싸움으로 번졌다더라.”
“하, 뭔 애들 장난도 아니고…….”
“……장난은 아니었어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고개를 흔드는 내 귀에, 관장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살짝 어두운 표정으로 찻잔 안을 들여다보듯 하고 있었다.
“로레인은 친부모에게 그리 좋은 기억이 없었어요.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고 있었죠. 그래서……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그 마음을 치유해주고 싶었죠.”
“………허?”
……이 사람, 지금 ‘제가’라고 했지?
그 로레인이라는 사람에게 데이트를 내기로 걸고서 주사위 사기를 친 게 자신이라고 말한 거지?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아, 그 등신이 너였냐? 근데 희한하네. 그때그 등신은 인간 수컷이라고 했었는데.”
“……!”
인간 수컷……
남자?!
하지만 지금 내 맞은편에 있는 사람은 어디를 어떻게 봐도 여자인데?!
얼굴이랑 목소리도 그렇고, 겨드랑이 옆에 좀 완만하긴 해도 아무튼 봉긋 솟은 것도 있다고!
애초에 사람이 성별을 바꿀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무리 마법이라도……
후후, 마법에 불가능이란 없답니다!
갑자기 머릿속에 어떤 빨강머리 엘프가 엄지를 척 내밀며 선언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
아냐아냐, 아무리 불가능이 없다고 해도 정도가 있잖아.
근데 희한하네, 왠지 점점 더 확신이 들고 있어……!
손이 마구 떨리는 게 찻잔을 엎지를 것 같아, 나는 조심스럽게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여전히 그늘진 얼굴로 잔 속을 바라보는 오이스 관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기…… 이런 거 물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
“혹시 남자…셨었나요?”
조심스럽게 묻자, 관장은 나를 향해 시선을 들고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여자에요.”
……역시 성별을 바꾸는 건 불가능한 거지.
암, 그렇고 말고!
속으로 가슴을 쓸며 찻잔을 기울이는 순간,
“그리고아직 남자랍니다.”
“푸흡?!”
관장의 폭탄 발언에 시원하게 내뿜고 말았다.
자신은 여자인 동시에 남자다.
저 말을 듣고도 내 넋이 탈출하지 않은 건, 사레 들려서 맹렬하게 기침하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이죠? 여자이면서 남자라니요?”
그런 나를 대신하듯, 로나가 천연덕스러운 목소리로 관장에게 묻고 있었다.
“말 그대로에요. 지금은 이렇게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고, 저 스스로도 여자라 자부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자인 걸 버리지 않았거든요.”
“혹시 위아래 완벽히 여자인 건가요?”
“네, 겉뿐만 아니라 속까지 여자랍니다. 길다란 것도 잘 들어가고, 아가씨들이 매달 맞이하는 그것도 제대로 찾아오더군요.”
“우와…….”
로나는 진심으로 놀라워하며 감탄하고 있었다.
물론 나 역시 놀라워하고 있긴 하다.
조금 심각하게 많이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라 그렇지.
……근데 남자인 걸 버리지 않았다고?
그럼 여전히 스스로를 남자라 생각하면서 저딴 말투와 몸짓을 하고 있었다는 건가!
히이익?!
“왜, 왜 그런 짓을 하신 거죠?”
“……로레인을 잊을 수가 없었거든요.”
여자를 못 잊은 거랑 자신이 여자가 되는 게 무슨 관계가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목이 쉬어버린 탓에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오이스 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에게 물은 블루벨을 향해, 살짝 그늘진 표정으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로레인은 친목회에 절대 나오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말씀드렸다시피, 그 사람은 친부모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사랑이 싹틀 가능성을 아예 잘라버리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날은 부엉이탑의 설립 1000주년이었고, 저희 사서들이 부엉이탑을 방문하는 게 되었죠.”
그리고 그곳에서 오이스는 로레인을 보게 되었고, 첫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말을 걸려고 해도 피해버려서…… 그래서 주사위 내기를 하자고 했죠. 제가 이기면 데이트 한 번 하는 조건으로…….”
“근데 이길 가망이 없었군요?”
“굉장히 게임을 잘하더라고요……. 눈에 핏발까지 세우고…….”
그렇게 말하며 씁쓸히 웃는 그? 그녀? 아무튼 관장의 얼굴엔 침울한 기운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좀 불쌍하긴 하군.
첫눈에 반한 여자가 눈에 핏발까지 세우면서 자신을 이기려는 걸 눈앞에서 지켜본 거 아냐.
뭐, 그렇다고 관장의 편을 들어줄 마음은 없다.
설립 기념일을 축하하러 와준 손님과의 게임에 죽자사자 임한 걸 보면, 로레인은 관장이 싫었던 게 분명하니까.
아마 팍팍 티를 냈겠지.
그걸 보고도 포기하긴커녕, 내기를 하자며 더 추근거리질 않나, 반칙을 하지 않나……
나 같아도 엎는다, 엎어.
“근데 왜 그게 교류 단절로 이어진 거죠? 기껏해야 작은 사건일 뿐이잖아요.”
“로레인이 ‘장서관은 그딴 거나 배우고 가르치는 저질스러운 곳이냐’고 하는 바람에, 주위에 있던 사서들이 화가 나서 항의하기 시작했거든요.”
“아…….”
흔히 있는 일이군.
아마 ‘이 놈이 잘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말이 좀 심한 거 아니냐’로 시작해서 ‘평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로 불이 붙었겠지.
그렇게 경사스러운 날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버렸고, 각 수장은 상대가 먼저 사과할 때까지 서로 모이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은 육백 년이 흐르는 동안, 단 한 번도 깨지지 않고 쭉 이어지고 있었다.
……달리 말하면, 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오이스 관장은 육백 년이 넘는 삶을 이어오고 있다는 소리가 된다!
나는 경악에 찬 눈으로 관장을 바라보았다.
“당신, 육백 년을 계속 살아온 거에요?! 인간이면서 어떻게?!”
“간단해요. 인간이 아니게 됐거든요.”
관장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 자신을 여자로 바꾸는 순간, 저는 인간을 벗어난 존재라는 판정을 받고 말았어요. 그 탓에 수명은 물론이고, 죽음조차 찾아오지 않게 되어버렸답니다.”
까득, 과자를 깨무는 소리가 공연히 방 안에 크게 울려퍼지는 듯했다.
무심코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무뚝뚝한 표정으로 과자를 우물거리고 있는 로나의 모습이 보였다.
죽음조차 극복해버렸다는 말이 거슬린 것인지도 몰랐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이스 관장은 테이블을 살짝 내려다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본래 마법을 깨우친 자는, 그렇지 않은 자들보다 서너 배 정도 더 오래 살아요. 세상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힘, 마력을 다루는 순간 통상적인 존재에서 살짝 벗어나게 되거든요.”
그 말을 듣는 내 머릿속엔, 그때 보았던 마녀들이 떠올랐다.
빗자루 하나만으로 공중을 날아다니는 건 물론이고,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 얼음을 만들어내거나 불의 벽을 피워 올릴 뿐 아니라, 가만히 선 채로 여기저기 다니던 그 모습들.
힘을 이끌어내던 방향이 뒤틀려 있었을 뿐, 그 힘 자체는 분명 마법이었다.
……그런 힘을 마구 휘두르는 자들이 나와 같은 일반인으로 분류된다면, 내가 나서서 항의할 거다.
그건 ‘일반’과 ‘평범’이라는 말에 대한 모욕이니까.
“그 얘기는, 마법을 연구하면 초월자가 될 수도 있다는 거네요?”
“네. 실제로 거기에 도달한 사람도 있어요. 단 한 명이지만요.”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 블루벨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오이스 관장은 빙긋 웃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