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9화 〉 260화 : 본의 있는 함정 (1)
* * *
마법사들의 식당은 과연 어떻게 되어 있을까?
나름 기대하며, 그리고 이젠 나를 뒤에서 껴안은 채 걷는 메린 녀석을 떼어내려 갖은 애를 쓰면서 식당으로 향했다.
이라 적힌 커다란 팻말 아래의 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줄 똑바로 서라!! 새치기하는 놈년은 뒤로 보낼 거니 알아서 기어!!”
저음의 굵직한 목소리가 사정없이 귀를 때렸다!
난데없는 고함소리에 놀란 나머지, 나도 모르게 몸을 돌려 메린을 붙잡았다.
“히히…… 폭신해…….”
“……”
그러자 메린이 헤벌쭉거리면서 꼬옥 껴안더니 얼굴을 부비적대기 시작했다.
아, 돌겠네, 진짜.
아까 안뜰에서 캣닙 뜯어먹고 취하기라도 했나?!
“아, 좀, 떨어져, 임마! 아니 이 자식이 점점 더하네? 너 아까 과자 먹고 취했지?!”
“엉? 아닌데?”
굉장히 또랑또랑하게 눈을 깜빡이는 메린이었다.
……세상에, 제정신으로 이러고 있다니.
더 무서워, 씨발, 살려줘!
“왠지 오늘따라 북적이네요…….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시겠어요?”
그리고 클라이드는 우리가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개의치 않고 안쪽으로 먼저 들어갔다.
이제 진짜 완전히 적응이 된 모양이군.
한숨이 다 새어나왔다.
“근데 메린 님, 조금 떨어지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에스트레야 님이 빨갛게 익어버리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로나의 얼굴엔,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한 밝은 웃음으로 가득하다.
그래, 보기엔 웃겨 죽겠지, 빌어먹을!
그러나 로나의 말에도, 메린은 여전히 나를 껴안은 채 고개를 좌우로 기웃기웃거렸다.
“으응…… 나도 아는데, 왠지 자꾸 껴안고 싶어. 왜지? 냄새 때문인가…….”
“히윽?!”
갑자기 녀석이 내 목덜미에 코를 박더니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아, 으, 야, 이 미친……!”
“역시 진해졌어……. 평소랑 똑같아. 아까는 많이 옅었었는데 희한하네~”
“무, 뭐, 뭔 냄새가 난다는 거야! 아으, 맡지마맡지마, 맡지 마! 떨어져!”
바둥거리면서 녀석을 떼어내려 해도 역시나 꿈쩍도 하지 않는다.
눈이 익어버릴 것처럼 온 몸이 화끈거리는데, 녀석은 뜨겁지도 않은지 여전히 내 목덜미에 얼굴을 박은 채로 속삭였다.
“왜? 너도 내 냄새 맡았잖아. 아까 업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맡고 있으면서.”
“……!!”
녀석의 가차없는 발언에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씨발, 들켰어!
아니, 그게 아니지, 그건 내가 맡고 싶어서 맡은 게 아니라 저절로 풍기는 걸 맡았을 뿐이야!!
적어도 이렇게 남들 다 보는 데에서 대놓고 맡진 않았다고!!
스으으—
“후우……”
“으……!!”
아아아, 살려줘살려줘살려줘, 진짜로 살려줘, 죽을 거 같아!!
머리, 너무 뜨거워서, 눈이 어지러워……!
“자아, 일단 떨어지실까요~”
얼굴에 맑고 밝은 웃음꽃을 한가득 띄운 로나가, 나와 메린 사이에 끼어들더니 우리를 떼어놓았다.
로나는 반동으로 뒤로 밀리는 나를 붙잡아서 멈춰 세운 후, 헤실헤실 웃으면서 메린에게 말했다.
“메린 님도 참! 아무리 에스트레야 님이 폭신폭신해져도 그렇지, 공중도덕은 지키셔야죠! 공공연히 음란행위를 하시면 안 된다고요.”
“엥? 그냥 냄새 맡은 건데? 이게 왜 음란행위야? 옷 벗긴 게 아니잖아.”
“보시다시피 에스트레야 님이 달아오르셔서요.”
“민망해서 빨개진 거야! 제대로 서술어를 붙여, 이 자식아!”
무분별한 생략은 크나큰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마련이므로 지양해야 한다.
특히나 한 번에 여러 뜻을 담고 있는 말을 쓸 때는 더더욱!
“그래, 제발 좀 떨어져라. 보는 내가 다 남사스러워 죽겠다.”
그렇게 핀잔을 주는 블루벨은, 우리 세 명과 약간 멀리 떨어져 있다.
……의도가 다분히 엿보였지만, 굳이 짚고 넘어가지 않기로 했다.
나에겐 그것보다도 더 신경 써야 할 게 생겼으니까!
블루벨의 뒤쪽에 보인, 테이블에 앉아서 이쪽을 빤히 쳐다보며 히죽거리던 사서 새끼 몇 명……!
나랑 눈 마주치자마자 시선 돌리는 거 딱 걸렸어!
거지 같은 새끼들, 얼굴 기억했다, 씨발, 대머리나 되어라!!
수치심과 분노로 바들바들 떨며 놈들에게 여러 저주를 걸고 있는데, 클라이드가 종종걸음으로 다시 돌아와서 말을 걸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근데 뭐하세요?”
“지금은 새끼발가락이 찧이는 저주 걸고 있어요.”
“지금은? 아니 왜…….”
그는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런 뒤, 이글거리는 눈으로 놈들을 쳐다보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딱히 저 사람들을 감싸려는 건 아닌데, 왠지 두 분에게 책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크흑……!”
정론 중의 정론이 마음을 푹푹 찌르는 고통에 바닥에 쪼그려앉았다.
흑, 너무 아파…….
그런 나를 잠시 안타까운 눈으로 본 후, 클라이드는 우리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밀가루와 고기가 부족하다고 하네요. 보급담당자가 땡땡이를 친 모양이에요. 그에 더해, 하필이면 에스트레야…… 그 괴짜 양반까지 다녀가는 바람에, 그 사람이 주문한 거랑 똑같은 거 달라고 몰려들어서 미칠 것 같다네요.”
에스트레야…… 경력이 가장 긴 기록자라고 했던가?
점잖은 사람이 괴짜라고 할 정도로 미친놈인데, 그 사람이랑 같은 걸 먹겠다고 저렇게 몰려든다고?
뭐지? 의외로 멀쩡한 사람인가?
……이제 보니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은 전부 날개모양 핀을 달고 있다.
로브를 입은 사서들이 그 줄을 보며 질겁을 하는 걸 보니, 기록자들 사이에서만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듯했다.
“아니, 이미 미친 것 같더라.”
갑자기 들린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어떤 사서가얇은 나무조각을 입에 문 채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아무도 없었는데!
“으악?!”
그 바로 옆에 있던 블루벨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내 쪽으로 폴짝 뛰는 동시에, 메린이 내 겨드랑이에 팔을 끼우며 자신 쪽으로 홱 끌어당겼다.
……고양이가 된 거 같은 기묘한 기분은 차치하고, 이거 저번에 비슷한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미묘한 기시감을 느끼며 녀석을 쳐다보자, 메린은 나를 땅에 내려놓곤 덤덤한 표정으로 딱 한 마디 했다.
“부딪힐 거 같아서.”
“……”
지난번처럼 그냥 둬도 절대 부딪치지 않을 거리였는데 말이지?
게다가 팔을 풀자마자 손을 꽉 쥐고 말야.
하지만 이걸 따지면 여러모로 번거로워질 게 뻔하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른 말을 꺼냈다.
“손 아파, 힘 좀 빼.”
“……”
그러자 녀석이 아예 손을 놓으려 해서, 재빨리 내 쪽에서 붙잡으며 아예 깍지를 껴버렸다.
왠지 모르게 녀석을 마주할 수 없어, 나는 시선을 돌린 채로 투덜거렸다.
“누가 놓으랬냐? 힘만 좀 빼라니까…….”
“……”
……미치겠네.
이 녀석이랑은 이거보다 훨씬 더한 것도 했는데, 왜 이렇게 떨리는 거야?
녀석에게 내 손의 떨림이 전해지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자, 얼굴이 한층 더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호…… 이 좋은 구경을 특등석에서 실컷 하고 계셨다?”
“손님이에요, 이 양반아. ……근데 미쳤다뇨? 마이티 씨는 그냥 힘들어 죽겠다는 말만 하시던데요.”
좋은 구경 어쩌고 들린 것 같지만 착각이겠지.
지금은 그보다도 남자의 말을 듣는 게 중요할 것 같아, 나는 잠자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눈가에 잔주름이 조금 생겨 있는 남자는, 입에 문 나무조각 끝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말했다.
“네가 주방 안을 안 봐서 그래. 올렌 녀석, 그 놈 찾기만 하면 갈아버리겠다면서 분위기 장난 아냐. 문 밖에서도 이 가는 소리 들리더라.”
“올렌이요? 허, 그 녀석이 그렇게 화를 내다니 웬일이래요? 누가 돋웠는지 참 대단하네.”
“셰인밖에 더 있겠냐? 놈이 어디서 땡땡이치고 있는 건지, 코빼기도 안 보인단다.”
그 말을 들은 클라이드의 미간이 홱 좁혀졌다.
“셰인이……? 네이트가 찾을 수 있지 않아요? 거의 담당이잖아요.”
“그 놈도 안 보이니까 돌아버렸지. 덕분에 내가 이 짬에 보급하러 가게 됐다.”
투덜거리며 한숨을 푹 쉬는 남자의 손엔 빈 포대자루가 두 개나 쥐여 있었다.
그걸 본 클라이드의 눈이 휘둥그레 커지더니, 얼굴을 찡그리면서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아뇨, 터크 씨. 제가 갈게요, 이리 주세요. 올렌 녀석이 진짜 정신이 나가긴 했나보네요.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터크 씨에게 부탁하다니…….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려고…….”
“됐어, 임마. 넌 손님들 잘 모시기나 해. 내가 보급 일 했다고 괜히 말하고 다니지나 마라. 여러모로 귀찮아지니까.
그리고 클라이드, 이거 조금 전에 에스트레야 씨가 너 전해달라고 주고 가셨어. 뭔지는 나한테 묻지 마.”
터크가 그에게 내민 것은 곱게 접혀 있는 쪽지였다.
어리둥절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클라이드에게, 터크는 한숨을 쉬며 손을 내저었다.
“나한테 묻지 말라니까. 나도 몰라. 그거 받자마자 꼭 읽으라고도 전해달라고 얼마나 당부하시던지……. 한 번 봐봐.”
“또 시답잖은 장난이겠네요. 나 참, 진짜 이상한 분이라니까. 어디………”
볼멘소리로 투덜거리면서도, 클라이드는 그 자리에서 쪽지를 펼쳤다.
그는 종이에 눈동자를 고정한 채로 한 번 왕복시킨 후,
“엥?”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뭐라고 써 있는데?”
“어…… 이라고 적혀 있는데요. 뒤에도 있네. ……?”
“엉? 손님들과 함께, 당장 마구간으로 가라고? 뭐야, 그게?”
쪽지를 쓴 사람 외에는 뜻을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마구간에 뭐가 있다는 걸 암시하는 건 분명한데 말야.
터크는 잠깐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툭 내뱉었다.
“내가 생각할 필욘 없지. 아무튼 난 전했다.”
“네? 아, 네. 감사합니다, 터크 씨. 수고하세요.”
“그래, 너도 고생해라. 손님들께서도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가 손을 흔들며 말을 마치자마자, 눈 깜짝할 새에 그의 모습이 휙 사라져버렸다.
처음에 나타났을 때처럼 아무 소리도 전조도 없는, 갑작스러운 퇴장이었다.
이제는 아무도 없는 그 자리를 아연히 바라보며,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동마법에 작은 연출을 넣는 걸 의무화하는 게 어때요?”
“이미 한 번 했었는데, 쓸데없이 화려한 연출들이 막 들어가서 항의가 빗발쳤었죠. 그 뒤로는 그냥 권장만 하고 있는데, 따르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반드시 해야 하면 쓸데없이 힘을 빡 주고, 굳이 할 필요가 없다면 그냥 안 해버리는 모습.
실로 남자답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되어서, 마구간으로 가야 할 거 같습니다. 배고프실 텐데 죄송해요.”
“아뇨, 괜찮아요. 과자를 먹은 덕분인지, 그렇게 고프지 않아요.”
메린의 버터 비스킷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어서 휴게실의 과자를 먹은 거다.
제대로 된 허기를 느끼려면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그러니 서두르시죠. 그 쪽지 쓴 사람이 굳이 언급한 걸 보니, 뭔가 중요한 일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며 다른 세 녀석에게 눈짓으로 동의를 구했다.
솔직한 성격인 로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정반대의 성격인 블루벨은 흥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제멋대로인 메린은, 그러거나 말거나 내 머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뭐, 내 말을 듣긴 들었을 테니, 맘대로 하라는 거겠지.
클라이드는 짧은 한숨을 쉬는 나를 향해 쓴웃음을 지은 뒤, 곧 블루벨에게 가까이 와 달라고 손짓했다.
“마법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난번처럼 그가 발을 구르자, 눈앞의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면서 마구간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탓에 살짝 멍해지려는 머리를 재빨리 흔들어 깨운 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세 마리의 말이 각각 울타리 안에 들어가 있는데, 하나같이 구석에 서서 고개를 흔들고 있다.
엘크는 위슨이 역소환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
근데 말들의 저 모습……
죄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거 같다.
희한하네, 마구간 안에 이상한 게 있는 거 같진 않은데.
벽과 천장 모두 판자로 되어 있고, 또 마구간 한 켠에는 건초더미가 수북히 쌓여 있다.
굉장히 친숙한 분위기인데, 뭐에 겁을 먹은 거지?
혹시 건초더미에 꽂혀 있는 갈퀴 그림자 보고 놀랐나?
“야~ 조지~ 왜 그래, 응?”
“히히힝!”
앞발을 구르며 격하게 반응하는 걸 보니, 나를 못 알아보는 모양이었다.
그야 그렇겠지, 제기랄.
“뭐 있나요?”
“글쎄요…….”
클라이드 역시 난처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그의 눈에도 별반 수상한 게 보이지 않는 듯했다.
“이상하네요. 저 혼자면 몰라도, 손님들까지 묶어서 장난을 칠 양반은 아닌데……. 응? 잠깐…….”
마구간을 찬찬히 살피던 클라이드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비어 있는 칸의 울타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핏자국……?”
“네? 피요?”
마구간에 웬 피?
예상밖의 말에 혼란스러워지려는 순간,
“피 맞을 거야.”
블루벨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로나가 끌고 다니는 말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어떻게 알아?”
“얘가, 아니, 얘네들이 봤대. 인간 둘이 여기서 싸우다가 뾰족한 걸로 푹 찔러버렸다는데.”
“……?!”
세상에, 이 엘프, 말과 대화를 할 수 있어!
………아니, 잠깐, 지난번에 이미 본 능력이잖아.
내 말, 조지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걸 나에게 통역해줬었지.
거의 볼 일이 없는 능력이다 보니 까먹고 있었네.
아무튼 뾰족한 걸로 푹 찔렀다고?
그럼 설마…….
“……”
말 한 마디 나누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일제히 벽에 쌓여 있는 건초더미로 향했다.
메린이 손을 뻗어 갈퀴를 집으려 하자, 클라이드가 그걸 제지하고는 갈퀴를 향해 손을 까닥였다.
그러자 갈퀴가 살짝 흔들리더니, 그의 손 움직임을 따라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내 건초에 파묻혀 있던 끝이 뽑혀져 나오고, 우리 쪽으로 조금 나아온 후 바닥에 서서히 내려앉았다.
“……”
갈퀴가 달그락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내 눈은 이미 그 모습을 포착하고 있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다른 네 사람도 보았겠지.
뾰족하게 굽은 갈퀴살들의 일부가 붉어져 있는 것을.
아마 보지 못했더라도, 불현듯 건초더미를 뒤지는 나를 보고 무언가 알아차렸을 것이다.
또는, 내가 건초더미를 헤집다가 뒷걸음질을 치는 모습에서 깨닫거나.
“오, 주여…….”
절반 정도 파헤친 건초더미 속은, 검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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