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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270화 (270/475)

〈 270화 〉 261화 : 본의 있는 함정 (2)

* * *

건초를 물들인 검붉은 액체는, 약간 식긴 해도 아직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안을 파헤친 내 두 손까지 물들였으니까.

코를 찌르듯이 들어와, 속을 뒤집으려 드는 비릿한 내음.

양 손바닥을 적신, 약간 끈적이며 미끌거리는 감촉.

쓸데없이 눈길을 고정시키는 붉은 빛깔.

거기다 피 때문에 마른 풀이 들러붙어서 그런지, 느낄 리 없는 아릿한 통증이 손바닥을 스치고 지나간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힘겹게 삼킨 후, 겨우겨우 바깥으로 말소리를 짜냈다.

“……블루벨, 이름 같은 거는, 못 들었대?”

“이름은 안 부르고, 큰 소리로 뭐라 떠들어대기만 했다는데.”

“클라이드 씨, 말의……”

갑자기 딸꾹질 비슷한 게 올라오며 말을 막아버렸다.

그걸 무시했다가는 소리가 아닌 다른 게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아,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빌어먹을, 원래도 그렇게 비위가 센 편은 아니었는데, 여자가 되면서 더 약해졌나봐.

속이 가라앉을 때까지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건초로 손바닥을 대강 닦았다.

그런 뒤, 옆에 멀거니 서 있는 클라이드를 돌아보며 말했다.

“클라이드 씨, 말의 기억을 볼 수 없나요?”

“잠시만요……… 잠시만……….”

그는 새파래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후, 무어라 중얼거리다가 별안간 자신의 양쪽 뺨을 동시에 쳤다.

찰싹!

“후……”

자신의 뺨에 붉은 손자국을 새긴 효과는 조금 있는 듯했다.

클라이드의 안색은 여전히 새파랗지만, 그의 눈엔 어느 정도 생기가 돌아와 있었다.

“지금 제 상태론, 기억을 엿보는 건 조금 힘들어요. 그 대신, 피가 아직 굳지 않았으니……”

약간 쉰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말한 후, 클라이드는 몸을 굽혀 검붉은 건초더미에 한쪽 손을 뻗었다.

다섯 개의 손가락이 눈에 띄게 떨며 건초더미에 닿았다.

이내 손가락 끝이 모두 붉게 적셔지자, 그는 몸을 일으키고서 두 발짝 정도 뒤로 물러났다.

그런 뒤, 붉게 물든 다섯 손가락을 아래로 축 늘어뜨린 채,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을 열었다.

“……떠올리라. 그대가 흐르던 원천을.

보이라. 그대를 품은 그릇의 형태를.

나에게 고하라. 그대의 주인이 받은 이름을.”

그의 말소리가 끝나는 순간, 손끝에 묻은 피가 스스로 빛을 띠기 시작했다.

곧이어 클라이드가 눈을 번쩍 뜨면서, 무언가를 걷어 버리듯이 허공에 손을 크게 저었다.

그러자 붉은 피가 그의 손끝을 떠나며 공중에 흩뿌려지더니, 어떠한 형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완성된 것은, 짧디짧은 문구였다.

“……!”

저거 이름이지?

코레라는 곳 출신의 네이선이라는 사람이 흘린 피라는 뜻으로 보면 되나?

클라이드에게 확인하려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다시 돌아본 그의 얼굴은 충격과 비탄으로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있었으니까.

안색은 이제 완전히 새하얘져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네이트……!”

클라이드는 완전히 쉰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한 손으로 눈가를 덮었고,이내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의 몸이 중심을 잃기 직전, 방금까지 말을 쓰다듬고 있던 블루벨이 옆에 나타나 부축해주었다.

“괜찮으세요?!”

“아뇨…… 아뇨, 괜찮을 리가……! 이건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충격이 크겠지.

아는 사람의 피웅덩이를 발견한 건데, 충격을 안 받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그러니 일단은 마음을 추스르도록 내버려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정신 차리려고 스스로 자신의 뺨을 친 사람이니, 조금 기다리면 스스로 회복하고 일어서겠지.

그렇다고 그때까지 멀거니 기다리는 건 시간낭비일 뿐이다.

우리끼리 풀 수 있는 만큼 풀어야 해.

나는약간 얼굴이 파래져 있는 채로 그의 어깨를 붙잡고 있는 블루벨을 바라보았다.

내 얼굴도 지금 저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블루벨, 클라이드 씨 좀 부탁해.”

“왜? 뭐 하려고?”

“토론.”

짧게 대꾸한 후, 나는 이런 돌발적인 상황에도 얼굴빛이 그대로인 두 아가씨, 메린과 로나를 향해 물었다.

“네이선이라는 사람, 저 갈퀴 때문에 다친 건 분명해. 어때, 살았을 거 같아?”

“일단 저건 갈퀴가 아니라 쇠스랑이다. 그리고 끝부분까지 푹 들어간 거 같은데 죽었겠지.”

아, 맞다. 쇠스랑이지.

우리집에서는 갈퀴 대신 쓰다 보니 헷갈렸네.

아무튼 메린은 피해자가 죽었을 거라 생각하는 듯했고, 로나도 딱딱한 표정으로 그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핏자국이 울타리에만 있고 벽에는 없으니까, 건초더미 앞에 서 있을 때 찔렀다고 봐야겠지?”

“어. 일단 한 번 찌른 다음, 그대로 건초에 쓰러뜨리면서 완전히 푹 찔렀을 거야. 피가 저렇게 고인 거 보면 심장이나 배, 둘 중 하나는 뚫렸겠지.”

“……”

저절로 눈이 질끈 감겼다.

……망할, 평소보다 더 감상적이 된 거 같아.

나는 메린이 태연하게 들려준 말을 상상하지 않으려 애쓰며, 재차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그 피를 숨기려고 새 건초로 덮었다. 그러려면 시체를 내려놔야 하는데…….”

“그럼 바닥에 피가 흘렀을 텐데, 그런 흔적은 없어요. 범인은 마법사이니 마법으로 치웠을 수도 있지만, 울타리에 핏자국이 남았으니 애초부터 그런 능력이 없다고 봐야겠죠.”

“즉, 범인은 마법을 별로 못 쓰는 사람이고……. 건초더미에서 곧바로 무언가에 담았다는 소리가 되는데…….”

상자…는 절대 아니고, 나무통도 좀 힘들겠지.

창고라면 나무통 구하기 쉽겠지만 여긴 마구간이니까.

게다가 다른 데로 들고 가는 걸 수상쩍게 보이지 않으려면……

“역시 포대자루인가?”

“그럴 거에요. 포대자루라면 피가 좀 새어나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피를 좀 뺀 생고기도 아니고, 피를 철철 흘리는 사람 몸뚱이이다.

아무리 자루가 두꺼워도 바닥에 핏방울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여기서 마구간 출입구까지의 길은 말끔하다.

즉, 피가 새어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루 안에 건초도 같이 집어넣었을까?

그래도 역부족일 텐데.

………잠깐, 카엘, 임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그걸 어떻게, 아니 어디로 옮겼냐는 게 더 중요하지!

고개를 세차게 흔든 후,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라면 밖으로 들고 튀겠지만, 만약 안쪽으로 옮겼다면…… 그 안뜰에 파묻었을까?”

“글쎄요……, 여기서 가죽이랑 옷 벗겨서 태워버린 다음, 살덩이만 창고로 옮겼을 수도 있죠?”

“……불가능해요.”

생각하기도 싫은 로나의 끔찍한 추측을, 거의 꺼져가는 목소리가 단호히 부정했다.

고개를 돌리자, 클라이드가 퀭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여전히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고,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눈동자와 손은 덜덜 떨고 있다.

그럼에도 나를 올려다보며, 그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셰인은, 그 놈은 그런 능력이 없어요. 기껏해야 모닥불 피우는 정도밖에 못해요. 게다가 제 손으로 사람을 죽였으니, 그 마법조차 시행하지 못했을 겁니다.”

……셰인.

네이트라는 사람과 함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는 사서의 이름이었다.

클라이드 역시 그가 범인일 거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뭐, 갑자기 행적이 묘연해진 두 사서 중 하나인 네이트……‘코레의 네이선’은 여기 생긴 피웅덩이의 주인인 게 밝혀졌으니, 셰인이 이걸 만들고 도망쳤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매끄럽겠지.

그보다 역시 회복이 빠르구나. 마법사라서 그런가?

나는 내심 감탄하며, 조용히 그에게 되물었다.

“왜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마법을 쓰려면 집중해야 해요. 주문을 외우거나 하는 일련의 동작들은 모두 잡념을 막기 위한 것들이죠. 놈은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태연히 있을 수 있는 성격이 못됩니다.”

즉, 냉정하지 않으면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거군.

그래서 아까 기억을 엿보는 마법을 지금 못 쓴다고 했던 거구나.

……그럼 이건 셰인의 계획으로 일어난 게 아니겠네.

정말로 놈이 클라이드가 말한 성격이라면 더더욱.

다른 누군가가 껴 있다면, 당장 생각나는 사람이 있긴 하다.

나는 블루벨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서는 클라이드에게 물었다.

“클라이드 씨, 그 에스트레야라는 기록자는 믿을 만한 사람인가요?”

“갑자기 그 사람은 왜…… 아, 쪽지 때문이군요? 아뇨, 아뇨아뇨, 그 양반은 절대 아니에요. 사람 놀려먹는 게 취미이긴 하지만, 남의 손을 빌려서 누굴 해할 사람이 아니에요.”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할 수는 있다는 거군요.”

내 말에, 클라이드는 재차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렇겠지만, 애초에 불가능해요. 기록자는 사서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끼칠 수 없거든요. 게다가 그 양반이라면 직접 욕을 퍼붓거나 골탕을 먹이지, 피를 흘리는 사람은 절대로 아닙니다.”

“음…… 쪽지를 보낸 게 너무 수상한데요.”

그것도 무려 손님들과 함께 당장 마구간으로 가라는 내용이었다.

마치 이 일이 일어난 걸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 아닌가?

“뭔가 이유가 있겠죠. 어쨌든 이런 짓을 꾸밀 사람이 아니라는 건 확실해요. 제가 보장합니다.”

엄청나게 신뢰받고 있네.

그러나 사람은 한순간에 훼까닥 돌아버리기도 하는 법.

나는 그 괴짜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하지만 ‘기록자는 사서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끼칠 수 없다’는 규칙이 있다고 하니, 계획을 누가 했든 셰인이 실행한 건 자명했다.

셰인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람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셰인이란 사람을 찾아야 해요. 클라이드 씨, 저희가 밖을 찾을 테니……”

“……아뇨, 저도 여러분과 같이 가겠습니다. 장서관 쪽은 걱정 마세요. 이거보다 급한 일은 없으니, 다들 돕게 해야죠.”

그렇게 중얼거린 후, 그는 허공을 올려다보며 손으로 나팔을 만들어 입에 대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부우, 부우, 부우우—

중음의 나팔소리가 빠른 박자로 연거푸 세 번 울린 후, 바로 뒤를 이어 그가 크게 외쳤다.

“여기는 사서 클라이드 밀러! 장서관의 모든 체류자에게 알린다! 코레의 네이선이 실종되었다! 용의자는 셰인 글렌! 내부를 수색하여 용의자를 생포하라!”

……사망이 아니라 실종이라 하는 건, 그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리라.

그는 같은 내용을 한 번 더 반복해서 외쳤고, 그러는 동안 목소리에 점점 더 열이 실려가는 게 느껴졌다.

“셰인 글렌!! 충고하는데, 가까이에 있는 사서나 기록자에게 자수해라!! 내 손에 직접 잡히는 순간 끝장날 줄 알아아아!!”

조금 전까지 봤던 그의 모습에선 상상할 수 없을 격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두 눈에 핏발까지 세운 채 피를 토하듯이 고함친 후, 그는 목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가시죠.”

갈라진 목소리로 짤막하게 말하는 그의 눈은, 분노로 뜨겁게 이글거리고 있었다.

마구간을 나오자마자, 우리는 장서관의 정문……그 허름한 폐허로 통하는 문으로 향했다.

이유는 단 하나.

놈은 그 길 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굉장히 단순한 이유를 대며, 클라이드는 지체없이 걷기 시작했다.

“근데 왜 걸어가는 거죠? 마법이 아니라?”

“로비부터는 바깥으로 취급되어서 좌표를 잡기 힘들어요. 그거 맞출 시간에 걸어가는 게 더 빨라요.”

빠른 걸음으로 통로를 걷고 있는 그에게 내가 물었다.

“근데 두 사람이 그렇게 사이가 나빴어요? 마구간에서 치고 박고 싸울 만큼?”

“네이트는 별 생각 없었겠지만, 셰인은 앙심을 품었을 수도 있어요. 평소에 네이트에게 구박받았으니까.”

셰인 글렌은 장서관에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사서였다.

어지간히 어리숙한 건지, 툭하면 실수를 저지르는데다 마법 실력도 좀처럼 오르지 않아서 여러 선배들의 골치를 썩이고 있었다.

사서로서 제대로 일하려면 공중에 떠오르는 마법을 가장 먼저 익혀야 하는데, 셰인 글렌은 몇 년을 공부하고 수행을 해도 사물만 겨우 띄우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냥 재능이 없는 거 아니에요?”

“사고방식이 직선적인 게 문제였으니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그래서 네이선……네이트라는 사람이 거의 옆에 붙어서 그를 지도하다시피 했다.

솔직히, 상냥하고 친절한 방식은 아니었다고 클라이드는 말했다.

“이름보다는 띨빡이라고 부르는 게 훨씬 많았고, 뒤통수 때리면서 잔소리를 퍼부었죠. 그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해도 이상하진 않아요. 그렇다고 따로 마구간에 불러서 그런 짓을 하다니……!”

“따로 부른 게 아니야.”

분통을 터뜨리는 그의 말을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블루벨이 말을 이었다.

“어떤 여자와 그 놈이 마구간에 같이 있는데 들어온 거지.”

“그걸 댁이 어떻게…… 혹시 말한테 들었어?”

블루벨은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이드가 괜찮아진 것 같길래, 말들에게 뭘 봤는지 물어봤지. 세 필 다 비슷한 이야기를 했으니 확실해. 마구간엔 세 명이 있었어. 사서 둘, 그리고 여자 한 명.”

……어라, 남자가 아니네.

자연히 내 용의자 목록에서 빠져나가는 괴짜 양반이었다!

“여자는 기록자이겠군. 그럼 시……가 아니라 네이트 씨를 어떻게 했는지도 봤대?”

“조지가 어렴풋이 봤대. 큰 주머니 같은 곳에 넣은 다음, 둘이 들고 나간 것 같다고 하던데.”

흠, 그럼 여자를 낀 싸움인가?

치정싸움에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건 흔한 일이긴 하지.

클라이드는, 사서와 기록자는 서로 결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 종이와 펜을 빌려준 것에 뛸 듯이 기뻐하던 그 여자 기록자를 보면, 감정이 죽은 건 아니니 연애하려면 할 수 있겠지.

아무튼 주머니…… 그러니까 포대자루를 두 명이서 들고 마구간을 나섰다면, 그대로 바깥으로 나갔을 가능성이 크겠군.

혼자면 몰라도 두 명이서 포대자루 하나를 들고 다닌다?

그것도 포대자루와는 영 거리가 먼 일을 하는 기록자랑 같이……?

굉장히 수상하지. 더할 나위 없이 수상하고 말고.

“……그 이유는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어리석어도 너무 어리석어요.”

통로를 빠져나와 우리가 처음 들어왔던 그 로비에 들어서면서 클라이드가 중얼거렸다.

“기록자와는 절대로 맺어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저지른 거니까.”

“……”

무거운 침묵 속에서, 클라이드는 출입문을 힘차게 열어젖힌 후 주저없이 발을 성큼 내딛었다.

그를 따라 문지방을 통과하자, 뜨거운 여름햇살이 머리 위를 내리쬐는 게 느껴졌다.

몇 시간 만에 다시 맞이한, 작은 새의 지저귐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평원.

싱그러운 향기를 품은 바람이 코끝을 스치며 지나갔지만, 그 활기에 감탄할 여유 따위 조금도 없었다.

저 멀리 보이는 잿빛 벽, 아마 우리가 지나온 미로가 있을 바위산에 온 신경이 집중되었으니까.

“저건……?”

무언가 불에 태우고 있는 것처럼, 한 줄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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