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4화 〉 265화 : 위법의 값 (2)
* * *
로나가 기도를 마치고 일어서자, 그 주변에서 기다리던 사서들이 밀라 클라운을 데리고 휙 사라졌다.
아마 이동마법으로 그 오두막까지 간 거겠지.
과연 저 여자가 장서관에서 뭔 꼴을 당하게 될까?
‘구속’이라고 했으니, 일단 어디 갇힐 테고…….
설마 기록자로 일하는 기간이 늘어나는 걸로 끝나진 않겠지?
그러면 실망인데.
……아니지, 아직 저 여자의 행패가 다 밝혀지지 않았잖아?
미로를 살펴본 다음에 형벌이 정해지겠지, 뭐.
그러니 미로 안에 있을 네이트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들어가야 할 텐데, 우리는 좀처럼 그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한 채 활짝 열려 있는 문만 노려보고 있었다.
차각, 차각, 차각.
양 팔에 기관총이 달린 인간형 기계장치, AMG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형태가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동시에, 놈의 다리가 문지방 너머를 향해 뻗어왔다.
파사사삭.
그리고 그대로 검은 잿더미가 되어 사방에 흩어졌다.
쿵, 쿵, 쿵.
이번엔 어깨에 커다란 포신이 달린 기계장치 소리가 들렸고,
파사사삭.
역시나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바스러졌다.
그리고 또 그 다음 기계장치가 걸어나오고, 가루가 된다.
바로 뒤이어 다른 놈이 또 나오다가 파사삭.
쉴 틈도 없이 이어지는 파사삭. 파사삭. 파사삭.
그 꼴을 지켜본 지 이제 거의 십 분쯤 되고 있었다.
“아니 대체 안에 몇 대나 있는 거야? 돌겠네, 진짜. 이거 틈 없는 거 아냐?!”
그렇다, 우리가 지금 문 앞에 멀거니 서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들어갈 때를 못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몇 초의 간격도 없이 계속 나와?
진짜 안에 꽉 차 있는 건가?!
답답한 나머지 빽 소리질러버린 나를 잇듯이, 로나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근데 진짜 끊임없이 나오네요. 터크 씨, 좀 간격이 있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랬죠. 흠……, 이전 것들은 선발대 같은 거였나?”
그럴싸하군.
어쨌든 십 분 가까이 봤는데도 계속 나오는 거 보면, 이 이상 기다려도 아무 소용없겠지.
뚫고 들어갈 수밖에 없어.
나는 팔짱을 끼며 로나에게 물었다.
“로나, 그 보호막 말야, 움직이면서 쓸 수 있어?”
“아뇨.”
“두 분은요? 마법으로 보호막 같은 거 펼치실 수 있나요?”
고개를 젓는 젊은 사서와 어깨를 으쓱이는 나이 지긋한 사서.
위아래로 끄덕이지 않은 시점에서 그른 거나 다름없지만, 일단 확인은 해봐야지.
“터크 씨는 되긴 되시나봐요?”
“한 명밖에 안 돼요.”
“저런.”
어깨 으쓱일 만했군.
그럼 이걸 어째야 되나……?
음……
방어가 부족해도 안 맞으면 되는 거니까……
나는 팔꿈치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말을 꺼냈다.
“터크 씨가 마법을 풀자마자 블루벨이 들어가서……”
“싫어.”
아잇, 진짜.
“틈 만들려는 거야, 이 사람아. 미끼로 쓰는 게 아니고.”
“그게 그거잖아, 미친년아! 안 해!”
“돌겠네, 진짜.”
인간불신이 저리 심해서야, 원.
그보다 지금 블루벨이 날 미친‘년’이라고 했지?
으으, 나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틀어지고 있나봐, 이런 제기랄!
하…… 아무튼 블루벨이 안 되면 메린밖에 없는데…….
근데 저 녀석은 블루벨처럼 바위벽을 자유자재로 뛰어다닐 수는 없잖아.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된다고.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어.
나는 또 다시 솟아오르려 하는 불안감을 꽉꽉 누르면서 메린에게 물었다.
“메린, 마법 풀자마자 길 뚫을 수 있어?”
“얼만큼?”
당연히 된다는 듯한 말투에, 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로나가 들어가서 보호막 펼 수 있을 만큼.”
“일직선으로 한 번이군. 알았어. 방법은 상관없지?”
“어.”
메린이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한 후, 나는 여전히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블루벨에게 말했다.
“쟤 다음에 들어가는 건 괜찮지?”
“……뭐, 안 될 건 없지.”
됐다.
돌입 순서가 아쉽긴 하지만, 이게 어디야?
가장 큰 짐을 덜어낸 듯한 기분에 짧은 숨이 새어나왔다.
“로나는 메린이 길을 뚫거든 들어가서 보호막을 펼쳐줘. 클라이드 씨는, 로나가 준비되거든 저를 데리고 얘 옆으로 가주세요. 그 다음, 불을 밝혀주시고요.”
“예…… 근데 에스트레야 씨도 들어가시려고요?”
……새삼스럽게 왜 묻는 거지?
클라이드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네. 상황을 봐야 하니까요. 왜요?”
“……굳이 들어가실 필요 있을까요? 밀라 클라운 때문에 심적으로 힘드셨을 텐데, 여기서 쉬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엥? 저 존나 멀쩡한데요.”
내 대답에, 클라이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빠른 속도로 대여섯 번 정도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돌연 인상을 팍 쓰면서 관자놀이를 짚었다.
“………죄송합니다. 젠장, 그 망할 준악마……!”
“……”
이 양반의 인식도 슬슬 맛이 가고 있나보군.
나는 그가 혼자 이를 갈며 분을 삭이도록 내버려둔 후, 이번엔 터크에게 시선을 돌렸다.
터크는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나와 클라이드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준악마? 관장님이 왜? 또 뭔 짓 저질렀어?”
아무래도 그 관장 놈이 말썽을 피운 게 한두 번이 아닌 모양이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서 불라고 클라이드를 쪼기 시작한 터크에게 말했다.
“이 일 끝나면 알려드릴게요. 터크 씨는 혹시 모르니, 저희가 들어가거든 문 닫고 마법해제 작업에 들어가주세요.”
“어이구, 섭섭한 말씀 마세요! 저도 들어갈 겁니다. 이 놈이 안에서 얼 탈 게 뻔한데, 사서 체면 구기게 두라고요? 절대 안 되죠.”
그의 말에, 클라이드가 정곡을 찔렸다는 듯이 신음을 흘렸다.
……하긴, 안에 들어가면 한바탕 난리가 펼쳐질 건데, 클라이드는 싸움에 익숙하지 않다고 했잖아.
노련한 사람이 같이 있으면 한결 낫겠지.
“그럼 터크 씨, 마법으로 적당히 보조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계획은 이게 다인데…… 준비에 시간 필요한 사람? 없나요? ………그럼 메린, 조심해.”
“오냐.”
긴장감 하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한 후, 메린은 여전히 검은 가루가되고 있는 기계장치들과 마주 서서 검을 뽑았다.
스르릉, 금속이 스치는 소리에 섞여, 터크의 진중한 목소리가 들렸다.
“에스트레야 씨의 호령에 맞춰 마법을 해제하겠습니다. 손가락을 퉁기고 약 일 초 뒤에 없어진다고 생각해주세요.”
“일 초……. 그럼 내가 신호할게요. 생각해둔 게 있거든요.”
엥? 무슨 속셈……
아, 아니지, 아무 방법이나 된다고 내 입으로 그랬잖아.
그냥 믿고 맡기자고.
그렇게 다짐하며, 내게 눈길을 주고 있던 터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 승낙에 어깨를 으쓱인 후, 메린에게 알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이윽고 찾아온 침묵.
언제 시작할 지는 오직 메린만이 알고 있다.
몸에 긴장이 차오르는 걸 느끼며, 나는 메린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잘 될 거 알잖아.
너무 걱정하는 것도 안 좋아.
그건 메린을 못 믿는다는 얘기밖에 안 돼.
마음 단단히 먹어, 카엘 에스트렐!
차각, 차각, AMG가 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즈음, 마침내 메린의 입이 열렸다.
“지금이에요!”
따악,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AMG의 하얀 다리가 문지방을 건너는 게 보인다.
정말로 마법이 해제되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 메린이 앞으로 달려들며 놈을 가로로 베었다.
기계장치를 찌른 채 돌진할 줄 알았는데, 그냥 하나하나 베면서 들어가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하앗!!”
메린이 발차기를 날렸다!
쿠과과가가가앙—!!
그러자 안쪽에서 무슨 폭풍이라도 분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뭐야?!
저 녀석 뭐한 거야, 발에서 뭐 쏘기라도 한 거야?!
그러나 그걸 물을 새는 없었다.
메린이 계획대로 안으로 뛰어 들어가버렸으니까!
아으으, 몰라, 나중에 물어보지, 뭐!
로나도 어느새 메린을 뒤따라 들어갔는지 주변에 없다.
지금 정신 놓고 있을 때가 아냐!
고개를 돌려 블루벨을 보았다.
역시나 멍하니 서 있는 그녀를 향해 크게 외쳤다.
“블루벨, 들어가!”
“!!”
다행히, 그녀는 곧바로 표정을 바로 하고서 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바로 뒤이어, 문 안쪽이 밝아지면서 로나가 철퇴를 땅에 짚고 서 있는 게 보였다.
어두울수록 더 밝게 빛나는 야광석의 빛이, 그녀의 발치에서 뻗어나오고 있었다.
“에스트레야 님!”
보호막을 펼쳤다는 신호다!
클라이드에게 손을 뻗으려는 순간, 터크가 한 발 앞서 나와 클라이드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 다음 순간, 우리는 로나의 가까이에 서 있었다.
갑작스러운 풍경 변화에 어리둥절한 머릿속에, 터크의 큰 목소리가 울렸다.
“클라이드, 불 켜!”
“아, 예!빛이 있으라!”
그 말소리에 응하듯이 순식간에 천장까지 확 밝아졌다.
이곳에 자리하고 있던 어둠이, 바위벽의 틈을 파고들며 도망친 것 같은 느낌이었다.
“……!”
그와 함께, 하얀 군단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진짜 통로 꽉 채우고 있어!
……근데 하나같이 그냥 멀뚱히 서 있기만 하네.
자신에게 달려드는 메린과 블루벨에게 무기를 겨누지도 않고, 그냥 멍청히 있다가 부숴지고 있다.
‘위협을 받으면 공격한다’는 설정이 안 되어 있나?
누가 설정했는지 되게 허술하네.
덕분에 보호막이 튕겨내는 건 기계장치들의 무기가 아니라, 메린과 블루벨이 흩뿌리는 쇳조각들이 되었다.
“영차.”
그 와중에 느긋한 소리를 내며, 터크가 뒤로 돌아서서 가볍게 손짓했다.
덜컹, 문이 닫힌 후, 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제 이 안을 싹 쓸어버리면 되겠네요. 저 두 아가씨께는 문 근처의 청소를 부탁드려주세요.”
……마법을 쓸 생각이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깨지고 부숴지는 소리를 뚫을 수 있도록 숨을 크게 들이켰다.
“메린! 블루벨! 우리 양쪽 측면 맡아줘!”
제대로 들렸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두 사람은 내 말대로 우리의 좌우 측면에 쌓인 기계장치들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휴, 상대가 엘프랑 메린이라서 다행이야.
근데 블루벨은 그렇다 치고, 메린은 이걸 어떻게 들은 거지?
어디서 뒷담은 절대 못 까겠네.
문득, 보호막 너머에서 검을 휘두르는 메린이 보였다.
그녀 앞에 있던, 포신을 짊어진 기계가 일격에 세로로 쪼개진다.
양팔에 기관총을 단 AMG는 눈 깜짝할 새에 삼등분으로 나뉘어진다.
그 일련의 동작을, 그녀는 눈썹 한 올도 찡그리지 않은 채 수행하고 있다.
그녀가 검을 들고 싸우는 걸,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것도 간만이다.
평소엔 나도 같이 싸우니까 잘 못 보는데 말야.
내가 못 베는 건 없어.
……그 압도적인 강함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에, 어느 누가 넋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으랴?
나도 모르게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러던 중, 한 생각이 머릿속에 조용히 떠올랐다.
메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나에게, 무척이나 단순하고 명료한 의문을 무심히 던졌다.
죽일 수 있어?
“……”
저렇게 강한 그녀를, 정말 죽일 수 있어?
……죽일 수 없더라도 죽여야 한다.
그 때를 맞이한다면, 반드시 이 손으로 그녀를 죽여주겠다고 맹세했으니까.
그럼 아주 쉬운 방법이 있잖아.
쉬운 방법……?
불현듯 들린 속삭임은, 내가 귀를 기울이길 기다렸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메린을 죽이는 굉장히 쉬운 방법.
그것은………
……닿아서는 안 될 생각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흙으로 돌아가라!”
“……!”
터크의 목소리가 귀청을 때리며 정신이 퍼뜩 들었다.
동시에 저 앞쪽에서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쿠우우우—!
땅바닥의 흙이 솟아오르며 그대로 기계장치들을 묻어버렸다!
아니, 포식(??)인가?
그야말로, 쇳조각 하나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잡아먹었다.
“와하하, 이게 마법이다! 광역범위공격 절대 못 참지!”
그리고 그 시전자는 어린애처럼 환호하고 있었다.
……이 아저씨, 그냥 마법 쓰고 싶어서 따라왔구만?
그래도 그의 마법 덕분에 이 일대는 완전히 정리되었다.
표적이 없어진 두 사람이, 나에게 시선을 보내는 게 느껴졌다.
……이제 움직여야 돼. 다른 건 나중에 생각하자고.
지금은 이 앞으로 가는 것만 생각해!
나는 고개를 흔들어, 머릿속의 잡념들을 털어버린 후 외쳤다.
“이대로 밀고 가죠!”
“네!”
더할 나위 없이 믿음직스러운 대답이 미로 안에 울려 퍼졌다.
전진. 또 전진.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것 같은 기계장치의 군단을 뚫으며 계속 나아간다.
블루벨의 화살, 메린의 검, 그리고 두 사서가 쏴대는 마법.
이 소규모의 이종족 연합은, 실로 강력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검이 아니라 발차기인가?
메린 녀석, 검보다는 발을 더 많이 쓰고 있잖아.
지금도 AMG의 목을 똑 잘라선, 그 대가리를 향해 발을 날리고 있다.
“핫!”
파바바바박!
“……”
벌써 여러 번 보는 건데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니, 저 놈들 재질이 아무리 단단해도 그렇지, 그거 세게 찼다고 한 줄이 쭉 날아가는 게 말이 돼?
맨 처음에 메린이 했던 것도 저 공차기였을 거야, 틀림없어!
기계장치가 저거 맞고 넘어지는 거면 그래도 납득이 된다.
근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그런 아기자기한 모습이 아니다.
메린이 차 날린 AMG의 대가리가 날아가면서, 일렬로 선 놈들의 몸뚱이에 엄청난 크기의 구멍을 낸다.
그런 뒤, 최종적으론 벽에 부딪쳐서 산산조각이 나는 아주 처참한 광경이지!
녀석의 힘이 그만큼 세다는 게 놀랍고, 그 힘을 버티고 날아간 AMG의 내구성이 놀랍다.
근데 가장 대단한 건 바위벽이야.
그 대가리공을 맞고서도 돌가루 하나 튀기지 않으니까!
덕분에 그녀는 미로 무너질 염려 없이 실컷 공차기를 즐기고 있었다.
“이야~ 이거 속이 뻥 뚫리네! 이래서 다들 공놀이하는 거였구나!”
“……비슷해.”
빈말로도 같다고 할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하던 건 골대에 공 넣는 거지, 뭘 박살내는 게 아니니까.
어디 가서 공놀이할 일도 없는데, 저렇게 활짝 웃으며 즐기고 있으니 됐다 치지, 뭐.
아무튼 그렇게 쭉쭉 밀고 나아간 끝에, 마침내 목표로 하던 방 근처에 도착했다.
의외로 기계장치는 하나도 없다.
그 덕분에, 이 곧게 뻗은 길 끝에 나무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게 아주 잘 보였다.
그 문틈으로, 건너편 길로 이어지는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과,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바위벽과 바닥이 보인다.
위협이 될 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제히 걸음을 멈추었다.
기계장치만 없지, 길이 완전히 빈 건 아니었으니까.
활짝 열려 있는 문 앞에, 뭔가가 있었다.
“저거 사람 같은데?”
블루벨이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리자, 클라이드가 움찔거렸다.
뛰쳐나가는 거 아닌가 싶어 가슴이 덜컥했는데, 다행히 그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일단 접근해보죠.”
“뭔가 느껴지진 않지만, 경계를 늦추지 마세요.”
그렇게 당부하며, 로나가 두 손에 철퇴를 꼭 쥔 채 한 걸음 앞서 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문에 가까워질수록, 발소리에 섞여서 다른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건………
흐느낌……?
이윽고 흐느끼는 소리가 또렷해지고, 블루벨이 본 것이 ‘바닥에 웅크린 사람’이란 게 확실해질 만큼 가까워진 순간,
“셰인……!”
클라이드가 이를 악물며 작게 소리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