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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288화 (288/475)

〈 288화 〉 278화 : 갈매기 절벽 (3)

* * *

인상을 잔뜩 쓴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물고기 문장이 그려진 서코트에, 허리에 찬 길다란 검…….

여기 위병대장인 모양이군.

창병 둘이 그의 뒤를 따라오는 걸 보니 틀림없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대장님!”

힐데 사제가 해맑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자, 남자의 얼굴이 한층 더 구겨졌다.

“허가없이 자꾸 성문 밖으로 나가시더니, 이젠 아예 멋대로 뜨내기를 들여오시려는 겁니까? 이곳의 치안을 담당하는 자로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사제님!”

“뜨내기 아닌걸요! 요,”

엘시아 사제가 사색이 되면서 황급히 힐데 사제의 입을 틀어막았다.

용사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예 금지되어 있나?

수도에선 대대적으로 선포식까지 했었으니, 그건 아닐 거 같은데.

아니나다를까, 위병대장은 두 여사제를 향해 눈썹을 마구 일그러뜨리면서 크게 소리쳤다.

“그래요, 또 용사이겠죠! 용사 일행이라 하시는 말씀, 저도 방금 아주 똑똑히 들었습니다! 대체 이게 몇 번째입니까?! 오늘로 다섯 번째에요, 다섯 번째! 저랑 제 부하들이 멋대로 뛰쳐나간 사제님 찾아오려고 여기 있는 줄 아십니까?! 노망끼도 적당히 부리셔야지!”

“노망이라니……! 말씀을 삼가세요, 던트 대장! 감히 창조주의 입을 능멸하는 겁니까!”

“제가 지금 말을 삼가게 생겼습니까?! 당신도 마찬가지에요, 엘시아 사제님! 힐데 사제님을 말리시진 못할 망정, 동조하시다니! 이건 명백한 월권 행위입니다!

하, 아무리 담당사제라 해도 이 일은 묵과할 수 없어요. 힐데 사제, 당신을 치안교란죄로 체포합니다. 모셔가!”

대장의 뒤에 서 있던 두 창병이 사제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 어째 상황이 상당히 안 좋아진 거 같은데.

이거 어쩌지? 끼어들어야 하나?

뒤숭숭한 마음으로 고민하는 동안, 엘시아 사제가 힐데 사제를 자신의 뒤에 감싸며 힘껏 저항했다.

그러나 그건 무의미한 저항일 뿐.

결국 힐데 사제는 위병들의 손에 붙잡혀 끌려가기 시작했다.

“아아, 아파! 이거 놔요!”

“죄송합니다, 사제님. 저희도 어쩔 수 없어요.”

그녀를 붙잡은 두 위병도 그다지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하긴, 교단 사제를 체포하는 건데 엄청나게 찜찜하겠지.

그 탓에 힐데 사제가 다리에 힘을 주며 버텨도, 일반인을 잡아갈 때처럼 우악스럽게 끌고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나, 난 징조를 따랐을 뿐인걸! 노망난 거 아니에요, 이번엔 진짜라고요!! 우으, 엘시아아……!”

“이게 대체 무슨 짓이에요?! 얼른 사제님을 놔 드려요! 놔 드리라고요!!”

엘시아 사제가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치면서 위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게 채 닿기도 전에, 대장이 그녀를 뒤에서 붙잡아버렸다.

“위병에게 손을 대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십니까? 엘시아 사제님, 신전 비우기 싫으면 얌전히 계세요.”

“이거 놔요! 놓으라고요! 사제님을 놔 드려, 망할 자식들아!!”

악을 쓰는 엘시아 사제.

그녀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끌려가는 힐데 사제.

……아, 진짜 못 봐주겠네.

한숨을 쉬면서 두 위병의 앞을 가로막았다.

뭐냐고 묻는 듯한 두 위병의 뒤편에, 로나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위슨처럼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지도, 블루벨처럼 놀라지도 않고 있다.

심지어 메린처럼 뚱한 눈으로 보고 있지도 않다.

그저 무미건조하게 나를 지켜볼 뿐.

정말 말 그대로, 내가 무엇을 할지 지켜본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뭐, 말릴 생각이 없으면 됐지.

나는 두 위병을 향해 손바닥을 펼치며 말했다.

“그, 일단 손 놓으시는 게 어때요? 굳이 이렇게 끌고 갈 거 없잖아요. 네?”

“……”

어지간히 마음이 불편한 게 아닌 모양이다.

위병들은 벌레 씹은 듯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더니, 일제히 자신의 상관을 흘겨보았다.

누가 하고 싶어서 이러냐?

저 상관 놈이 명령한 걸 나보고 어쩌라고.

……왠지 그런 의미가 담겨 있는 눈빛이었다.

“뭘 하는 거냐, 어서 모시지 않고!”

“……”

대장의 고함에, 위병들이 주춤거리면서도 다시 발을 내딛으려 했다.

나는 그 앞을 계속 막아선 채, 여전히 엘시아 사제를 붙잡고 있는 대장을 향해 말했다.

“대장님, 다시 생각해주세요. 이건 아니에요.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사제님을 막무가내로 끌고 가시다뇨.”

“네놈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같이 끌려가기 싫으면 입 다물어!”

“풀어주시라는 말이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사제님인데, 다들 보는 앞에서 이렇게 잡범 취급하셨다가 나중에 말 나오면 어쩌시려고 그러세요?”

“그 입 다물라고,”

“대장님,”

윽박지르려는 대장의 말을 자르며, 나는 가만히 로나를 가리켰다.

“저기 빨간 옷 입으신 전투사제님 안 보이십니까? 이런 말씀드리긴 싫은데요, 교단 사제, 그것도 담당사제에 아무런 존경도 표하지 않는 그 모습……

누가 보면, 이단인 줄 알겠어요.”

“……!!”

나지막이 말을 전하자, 분노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던 대장의 얼굴빛이 단번에 변했다.

파란색, 하얀색도 아닌 완전한 흙빛으로.

검문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대장은 얼굴에 진땀을 흘리면서 두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다, 당치도 않아! 난 신실한 창조주의 백성이라고! 저, 정말입니다, 사제님! 전 이단이 아니에요!”

“……”

로나는 대장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아무 말없이, 그저 철퇴 자루를 잡은 채 서 있었다.

나에게 향하던 그 무감정한 시선을, 벌벌 떨기 시작한 위병대장에게 옮긴 채로.

가엾게도, 대장은 그 시선을 받고 완전히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야, 전투사제가 악명이 높긴 높구나.

생각보다도 더 효과가 크네.

속으로 씁쓸히 웃으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아니시겠죠. 그럼요, 당연하죠. 하지만 조금 의심스러운 상황이니…… 행동으로 결백을 증명하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런 그에게 약간 동정하면서 재차 나지막이 물었다.

나를 돌아보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을 마주하면서, 가만히 미소를 지어주었다.

달그락, 달그락.

세 명의 여사제를 태운 수레마차가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는 걸 본 후, 위병대장은 나를 포함한 네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들 네 사람은 나를 따라오시오. 검문해야 하니.”

“아, 역시 하는군요.”

“당연하지. 당신들은 사제가 아니지 않소. 아무리 교단 사제의 동행이라 해도, 외부인인 이상 검문은 반드시 해야 하오.”

“예에, 그러시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후, 먼저 걷기 시작한 대장의 뒤를 따라 측문으로 향했다.

역시 여기서 검문하려는 건가?

“재개해라.”

“옙!”

“……이리로 따라오시오.”

어라, 아닌가보네.

대장은 우리를 측문에 세우지 않고, 성문 가까이에 있는 건물로 데리고 갔다.

문 밖에 창병 둘이 서 있는 걸 보니 위병소로군.

대장이 직접 검문하려는 건지, 그는 안에 들어와서도 우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고 안으로 쭉쭉 들어갔다.

“하아……”

별안간 들린 한숨소리에 뒤를 살짝 돌아보자, 블루벨이 눈살을 찌푸리며 볼멘 소리로 말했다.

“기왕 구워삶은 거, 검문도 안 받게 하지. 왜 순순히 따라가는 거야?”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까.”

던트 위병대장의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다.

그는 마을의 치안을 지키는 사람이니, 마을 바깥에서 온 사람이 위험하지 않은 지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피난민이 마구 몰려오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무엇보다도, 우리에겐 검문을 피해야 할 이유가 없다.

뭐 범죄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중에 귀족이 있으면 모를까, 지나치게 뻗대면 독만 될 뿐이야. 괜히 미운 털 박힐 바에야, 잠깐 불편하고 떳떳하게 다니는 게 낫지 않겠어?”

그리고 힐데 사제 때문에 일이 좀 꼬여서 그렇지, 어차피 통과해야 했던 절차이다.

그 긴긴 줄을 안 서도 된 걸로 감지덕지해야지.

안 그랬다면 폐문 직전에나 여기 들어올 수 있었을 테니까.

“‘존중받고 싶으면 존중해라’는 말이 있어. 좀 순서는 다르지만, 대장이 나름 정중하게 대해주고 있으니, 우리도 체면을 세워줘야지. 자꾸 편법을 부리는 것도 좋지 않고 말야. 법과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라고.”

“피곤하게 사는구나.”

“사회 생활은 원래 피곤한 거야.”

여러 귀찮은 규칙을 지키는 건, 비교적 안전하고 평안한 생활에 대한 대가라 할 수 있다.

그게 싫으면 숲이나 들에서 멋대로 살면 되는 거다.

몬스터나 도적들이 방문해줄 테니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을걸?

뭐, 어차피 형식적인 질문만 하고 끝나겠지.

이미 로나가 마을 안에 들어갔으니 말야.

그렇게 생각하며 대장을 따라 위병대장실 안으로 들어갔고,

“수고하십시오~”

정확히 삼십 분 후에 다시 바깥으로 나왔다.

여기 왜 왔냐, 얼마나 머물 거냐.

대장은 딱 이 두 가지만 물은 후, 마을에 대해 몇 가지 알려주고서 우리를 바로 풀어주었다.

메린은 건물 앞 위병에게 말고삐를 전달받은 뒤, 기지개를 쭈욱 켰다.

“와, 진짜 빨리 끝났네.”

……누가 보면 저 녀석이 고생한 줄 알겠네.

대장에게는 내가 혼자 대답 다 했구만, 나도 안 켜고 있는 기지개를 혼자 다 켜고 있다.

어이가 없네.

고개를 살짝 저으면서, 나는 녀석에게 말했다.

“로나 덕분에 빨리 끝난 거야. 교단 사제가 동행한다는 거 자체가 어느 정도 신분을 보증해주거든.”

“그럼 검문 안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눈을 깜빡이며 묻는 위슨을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평소엔 안 했을걸? 지금은 피난민들이 마구 몰려오고 있으니까, 검문을 강화한 거겠지.”

대장에 의하면, 약 두 주 전부터 이곳에 피난민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마을은 아직 넉넉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난민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어, 마을에 친인척이 있는 사람 외에는 임시체류만 허용하고 있다는 듯했다.

길거리에 천막을 치는 것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마을 안에 머물 데가 없는 사람은, 해가 지는 즉시 성문 밖으로 다 나가야 했다.

즉, 난민들은 공식적으로는 여기서 일을 하거나 집을 얻을 수 없다.

마을에서 머물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벌 수가 없으니, 자연히 난민들에 의한 범죄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난민을 쫓아내지 않고 있는 건, 나중에 ‘어려운 때에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악평을 들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 상황에서 난민은 계속 몰려오지, 마을 내부에선 자잘한 소란이 계속 생기지,

게다가 성 밖에선 이따금 몬스터가 튀어나오기까지 하고 있으니……,

대장이 날카로워지는 것도 당연했다.

“근데 이러면 우리 묵을 데도 없는 거 아니냐?”

“글쎄? 신전 먼저 가보고 생각해야지, 뭐.”

고개를 끄덕이는 메린의 모습에 웃음 지으며, 저 멀리 뾰족 솟아 있는 종탑으로 향했다.

신전의 커다란 문을 지나 예배당으로 들어가니, 제단 근처에 앉아 있던 로나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어…… 근데 왜 그리 피곤해하고 계신 거죠?”

하……, 대답하기도 귀찮아.

눈가를 문지르면서 아무나 대답해주라고 대충 손짓하자, 이내 메린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매치기 세 번, 강도 두 번, 그리고…… 이상한 항아리 강매당할 뻔했지?거지가 돈 달라고 들러붙기도 하고.”

특히 그 거지 아줌마는 진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세상에, 구걸하는 사람이 ‘이해를 못하시네, 전 거지에요, 돈이 필요하다고요!’라고 따지다니……!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줄 알았다.

덕분에 한 푼 주려던 생각이 싹 사라졌었지.

……뭐, 결국 동화 몇 닢 쥐어줬지만 말야.

메린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이 녀석, 웃기지 않냐? 아니, 그걸 왜 주고 있냐고. 역시 호구야, 호구.”

“누가 호구야, 임마! 가엾은 사람에게 동화 몇 푼 좀 나눠준 게 뭐 어때서! 우리 돈 많잖아!”

“너 처음에 은화 꺼내려던 거 다 알아, 새꺄. 내가 보고 있으니까 동화 준 거잖아.”

“………아니야!”

힘있게 부정했지만, 녀석의 눈을 피한 시점에서 이실직고한 거나 다름없었다.

큭, 예리한 녀석 같으니.

그래도 난 호구가 아니다.

내가 호구였다면 그 이상한 항아리도 샀겠지.

소매치기나 강도에게도 돈 나눠주고 말야.

하지만 안 했잖아.

그러니 난 절대로 호구가 아니야.

그냥 좀 마음이 약한 사람이지.

그보다 신전 안에서, 적선한 사람을 호구라고 당당히 까고 있네.

역시 메린은 대단하다.

“아무튼, 여기 치안이 진짜 안 좋긴 한 거 같아. 여관에 묵었다가 도둑질 당하는 거 아닌가 몰라.”

한숨을 쉬며 그렇게 말하자, 로나가 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여관에 묵을 수밖에 없어요. 여긴 이미 피난민으로 가득 찼거든요.”

“역시 그렇구나.”

신전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약간 초췌한 몰골의 남자가 사제 한 명과 함께 우리 말들을 끌고 갔다.

어째 그 남자 옷차림이 교단 사람 같지 않다 했는데, 아무래도 피난민 중 하나였던 모양이다.

“그러니 카엘 님 빼고 나머지 분들은 먼저 여관 잡으시는 게 어떨까요? 필요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알려드릴게요. 아, 저는 신전에 묵을 생각이니 참고해주세요.”

“그래? 알았어.”

메린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인 후,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돈 달라는 거겠지, 뭐.

배낭에서 돈주머니를 꺼내어 그 손바닥에 턱 올리자, 녀석이 예상외라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나는 오히려 그 반응이 예상 밖이었던 탓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돈 달라는 거 아니었어?”

“왜 이렇게 많이 주냐? 나도 돈 조금 있으니까 금화 하나만 주면 되는데.”

난 또 뭐라고.

“여관 찾거든, 시장 가서 필요한 거 사. 먹고 싶은 거 사 먹어도 되고.”

물론 금화 두세 닢만 줘도 됐을 것이다.

대강 두 닢으로도, 여관 방을 빌리고 수선용 옷감이나 가죽 등등을 사기엔 충분하고도 남겠지.

그럼에도 나는 그녀에게 돈주머니를 통째로 넘겼다.

주머니가 넉넉하면 좀더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고, 또 돈 아낀다고 저품질 물건을 찾아다니지도 않을 테니까.

“……맘대로 써도 된다고?”

“다 쓰지만 마.”

사실 다 써도 되지만, 돈을 펑펑 쓰는 재미에 눈을 뜨면 곤란하니 일단 말해두었다.

그래도 메린은 ‘돈을 실컷 써도 된다’는 사실이 기쁜지, 두 눈을 반짝이며 활짝 웃었다.

“소매치기…는 문제없을 거고, 사기 안 당하게 조심해.”

“히히, 걱정 마. 그럼 이따 봐! 야, 너네 둘, 얼른 가자!”

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 후, 메린은 위슨과 블루벨의 손을 잡아 끌며 신전을 뒤로 했다.

굉장히 경쾌한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그 뒷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작게 웃음이 나왔다.

“통 크시네요~”

“여유가 되니까 하는 거지. 뭐, 그건 어쨌든…… 알스 사제님을 만나야 하는 거지? 가자.”

“네! 이쪽이에요!”

헤실헤실 웃는 로나를 따라, 예배당 안쪽 문을 통해 뒷마당으로 향했다.

그런 뒤, 사제관으로 보이는 작은 별관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벽시계와 작은 화분 외에는 아무 장식품도 없는 공간에, 책상과 의자, 그리고 티테이블이 딸린 소파가 놓여 있다.

아마 집무실 겸 응접실로 쓰는 곳이리라.

방 안에는 약간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팔짱을 끼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문지방을 넘어서자, 한쪽 벽을 뚫어져라 보던 그의 시선이 우리를 향했다.

두 달 전에 아주 잠깐 만났을 뿐인데, 나는 그가 알스 사제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도 마찬가지인지, 심드렁했던 눈초리가 나를 보자마자 살짝 진중해졌다.

“오랜만입니다, 카엘 님. 저 기억하시나요?”

“예, 알스 사제님. 대충 두 달 만에 또 뵙네요.”

알스 사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 손을 가볍게 맞잡은 후, 나는 그가 쳐다보던 벽을 보며 물었다.

“근데 저건 뭐하는 거죠?”

……두 여사제가 바닥에 엎드린 채, 팔과 다리를 뻗어서 체중을 받치고 있는 기묘한 모습을 가리키면서.

뭐지? 네발 짐승 흉내내는 건가?

내 질문에, 알스 사제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기강 잡는 중입니다. 소란을 좀 피웠다면서요?”

“……”

뭐 때문에 그런 건지 다 듣고서 이러는 건가!

우와, 그래도 이 사람은 비교적 멀쩡한 줄 알았는데…….

나는 바들바들 떨고 있는 두 여사제와, 상당히 건조한 눈으로 그들을 내려다보는 한 남자 사제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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