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299화 (299/475)

〈 299화 〉 289화 : 같은 이유, 다른 마음 (4)

* * *

아프다. 괴롭다. 혼란스럽다.

말 대신 눈물로 호소하는 그녀를 최대한 힘있게 껴안았다.

완전히 흐트러진 머리를 빗듯이 쓸어내리고, 다른 손으론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끊임없이 귀에 속삭여주었다.

전부 다 괜찮다고, 나는 여기 있다고 중얼거리며, 불안에 떠는 그녀가 안심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래야 그녀가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고 확신할 수 있고,내 아픔도 곧바로 멎을 테니까.

……솔직히 울고 싶은 건 나인데 말야.

엄밀히 따질 것도 없이, 대강 봐도 내가 전적으로 피해자 아냐?

저 귀신들린 티 테이블 때문에 같잖은 거짓말을 한 등신이 된 데다, 그거 때문에 더 불이 붙어버린 메린에게 숨 막힐 거 같은 심문을 받았다.

그 다음엔 블루벨이 제안한 걸 의논하려고 얘기를 꺼냈더니, 세상에, 맙소사!

그대로 겁탈을 당해버린 것이었어요!

……그러고보니 어젯밤도 강제적이었지.

몸은 우리 둘 다 여자였었기 때문에 교합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건 시작만 이상했지, 그 다음엔 서로 사랑을 주고받고 감정을 나누었다.

좀 많이 괴상하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하지만 이번엔 교감 따위는 조금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저 일방적으로 유린당했을 뿐이지. 그러니 원래라면, 나는 메린을 원망해야 할 거다.

근데 이상해. 그런 마음은 별로 들지 않아.

물론 내 말을 죄다 씹어버린 건 화가 난다.

원하지 않은 관계를 가진 것도, 조금 많이 충격적이었고.

하지만 그게 다야.

메린이 다시 보기 싫을 만큼 끔찍하거나 하지 않아.

……지금 내 마음속에 자리한 건, 원망과는 거리가 먼 감정들이다.

메린은 있지도 않은 궁지에 몰려버려선, 스스로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쭉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동안 수십 번의 입맞춤을 나누고 여러 번의 관계를 가지면서도, 우리가 서로 감정을 나누고 있었단 것도 모르고 있었고.

그런 그녀가 너무나도 안타깝고, 내가 그걸 몰라줬다는 게 미안하다.

그녀가 가슴앓이를 하는 걸 알아채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하다.

진작에 그녀가 왜 아직도 블루벨을 질투하는지 물어봤어야 했어.

그럴 기회는 많았는데, 다른 거에 정신이 팔려서 죄다 놓치고 말았다.

……그러니 내 책임이야.

메린은 감정을 느끼는 게 서투니까, 내가 더 세심하게 살폈어야 했어.

말로는 그녀가 최우선이라고 하면서, 정작 다른 거에 눈을 돌리고 있었던 거야.

그 탓에 그녀가 속앓이를 해버렸고, 겪어서는 안 되는 아픔에 시달리게 되었다.

내가, 메린이 제 입으로,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게 만들어버린 거다.

내 탓이야.

전부, 내 잘못이야.

“미안해.”

그녀의 흐느낌이 잦아들었을 무렵, 나는 그녀에게 괜찮다는 말이 아닌 다른 걸 들려주었다.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해. 내가 무심했어. 네가 그렇게 불안해하는 줄도 모르고……. 정말 미안해.”

대답 대신, 그녀가 내 옷을 꽉 쥐는 게 느껴졌다.

이제 알았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건지, 아니면 이제 사과하는 거냐고 울분을 표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반응이 돌아왔다는 건, 들어줄 맘이 생겼다는 거겠지?

지금이라면 내 진심이 전해질지도 몰라.

아직 속이 덜 풀려서 또 비틀린 뜻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르지만……

“……메린, 들어줘.”

그렇더라도 전하고 싶었다.

겨우 다시 손이 닿게 된 그녀가 도로 멀어져버리기 전에, 품 안에 있는 지금 전해두고 싶었다.

“나 너 없으면 안 돼. 꿈 때문에 자다 깨도, 네가 가까이에 있지 않으면 도로 잘 수 없어. 네가 보이지 않으면 안심이 안 돼. 네 품이 아니면, 네가 괜찮다고 해주지 않으면 진정할 수 없어.

네가 날 훈련시켜줘서, 내가 두 달 만에 검사 흉내라도 낼 수 있게 됐잖아. 여행길은 아직 한참 남았으니, 앞으로도 계속 네 도움이 필요해. 몬스터랑 싸울 때도 네가 있어야 하고.”

……사실은 이거보다 더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나 있지, 매일 네 얼굴을 보며 잠들고 싶어.

매일 네 옆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싶어.

맛있는 거 먹을 때도, 재미있는 곳을 갈 때도 너랑 함께하고 싶어.

어디를 갈 때엔 너와 손을 맞잡고 가고 싶고, 둘만 있을 땐 꼭 껴안고 있고 싶어.

네가 기쁠 때 같이 웃고, 슬플 때 눈물을 닦아주고, 우울할 때 위로해주고 싶어.

화가 났을 땐 달래주고 싶지만, 음, 네가 좀 무서워야지.

그래도 네 곁에 있고 싶어.

덜덜 떠는 것밖에 못할지라도.

하지만 이런 말들은 너에겐 아무 의미도 없겠지?

너는 내 감정이 아니라 네 자신의 능력에 확신이 안 서고 있으니까.

네가 정말로 이 여정에 빠져선 안 되는 사람인지, 대체불가능한 인력이 맞는지 의심하고 있었던 거야.

블루벨을 일행에 들이기로 했을 때부터 쭉.

그때 내가 했던 말, 이미 널 좋아하는데 블루벨을 좋아하게 될 리가 있냐는 말로는 한참 부족했어.

아니, 답조차 되지 않는 헛소리였어.

그렇지?

……미안해, 메린.

네가 정말 알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내 대답, 들어주지 않을래?

“메린, 너만큼 날 신경써주는 사람은 없어. 너만큼 날 알아주는 사람도, 나에게 맞춰주는 사람도 없고. 네가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없으면…… 이 여행, 끝까지 갈 자신이 없어.

메린 소더, 난 네가 필요해.”

너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니까.

네가 옆에 없는 삶 따위 생각할 수도 없어.

그러기엔 우리 둘이 함께한 시간이 너무 길잖아.

안 그래?

“너 말고 다른 사람으론 안 돼. 꼭 너이어야 해. 이미 여러 번 말했지? 나는 널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야.

……이게 내 진심이야, 메린. 제발 믿어줘. 거짓말이 아니야.”

“……”

“나 너 속인 적 없어. 정말로 네가 필요해. 널 사랑해. 죽는 순간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것도 진심이야. 나는…… 그동안 너에게 내 마음이 잘 전해지고 있는 줄 알았어.”

차분히 말할 생각이었는데, 결국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네 몸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가 네 존재 자체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너에게 잘 전하고 있는 줄 알았어. 근데…… 하……”

지금처럼 온 힘을 다해 껴안기도 하고, 입을 맞추기도 했다.

몇 번이나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함께 밤을 보낸 후, 가슴속이 따뜻하다며 배시시 웃는 네 모습에, 내 마음이 전부 다 전해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근데 아니었구나. 하하, 솔직히 이젠 내가 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저기, 메린, 내가 뭘 해야 돼? 내가 널 내칠 일 따위 없다는 걸, 다른 누구보다도 네가 필요하다는 걸 네가 믿으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나는……”

내 옷자락을 꽉 쥐는 그녀의 손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 떨림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카엘, 이 등신 새끼야.

아니, 물을 게 없어서 그걸 묻고 있냐?

메린이 그걸 알면 불안해했겠어?

모르니까 불안해하다가 일을 저지른 거잖아.

그리고 뭐, 그녀가 해달라는 거 다 들어주려고?

손가락 자르라고 하면 자를 거야?

그녀 외에 다른 여자는 쳐다도 보지 말라고 하면 그럴 거냐고.

그렇게 안 할 거면 그딴 소리하지 마라.

네가 정신차리고 제대로 해야 메린이 불안해하지 않을 거 아냐.

나 자신에게 일갈하면서, 나는 그녀가 무어라 대답하기 전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메린. 이상한 소리해서 미안. 방금 건 잊어줘.”

“카엘,”

“아냐, 괜찮아. 정말이야. 음, 앞으로는 내가 더 신경 써줄게. 블루벨에게 요리 가르치는 것도 안 할 테니까 안심해. 미안해, 앞으론 더 조심할게.

근데, 내가 너 많이 좋아한다는 건 믿어줘. 다른 건 의심해도 상관없어. 네가 날 믿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할 테니까, 제발 그것만은 의심하지 말아줘.”

그 하나만이라도 그녀가 계속 믿어준다면 괜찮다.

그간 쌓았던 신뢰가 무너졌더라도, 토대가 건재하다면 문제없어.

이번에는 더 굳건하도록, 더 힘내서 다시 쌓으면 돼.

메린이 나에게 정이 떨어지진 않았으니, 내가 더 노력하면 될 거야.

그러니 괜찮아. 할 수 있어.

참고 견디는 건 내 특기이니……

“……아냐. 해.”

불현듯, 그녀가 코를 훌쩍이면서 속삭였다.

무슨 뜻인지 몰라 조심스럽게 되묻자, 메린이 품을 파고들듯이 몸을 뒤척이며 중얼거렸다.

“블루벨에게 요리 가르쳐줘도 된다고.”

“뭐? 어, 아니야. 억지로 그러지 않아도 돼.”

“……알고 있었어.”

“응?”

그녀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간간이 훌쩍이면서 천천히 말했다.

“네가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는 거 알고 있었어. 방금 한 말들도 모두 진심인 거 알아. 내가 아까 너에게 한 짓이 겁탈이라는 것도.”

“메린,”

“미안해.”

또 다시 흐느끼면서,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가 테이블에 다리가 걸려서 넘어졌다고 했을 때, 거짓말이 아닌 거 알면서도 믿을 수 없었어. 말이 전혀 안 되니까. 의자와는 아예 떨어져 있으니 다리가 걸릴 리가 없잖아?

그래서, 네가 연기하는 줄 알았어. 너 그런 거 잘하니까.”

“……”

“나한테 연기할 정도로 둘이 뭔가 숨긴다고 생각하니까 속이 끓는 것 같았어. 그 다음에 네가 그 엘프에게 요리를 가르쳐준다는 말을 들으니까…… 기어코 네가 날 버리려 한다고, 그 엘프를 좋아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했어.

감정은 변하기 마련이니까. 서로 좋아해서 사귀어도 헤어지고, 결혼한 뒤에 이혼하기도 하잖아. 그래서…… 너도 그런 줄 알았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녀는 내가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억지로 관계를 가졌다.

내 관심이 이미 옮겨갔다면 몸으로라도 나를 붙잡아, 한 줌의 따스함이라도 건지고 싶었다.

그렇게 말하는 동안,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더 눈물에 젖어 떨리기 시작했다.

“근데 안 됐어. 몸은 뜨거운데, 심장 쪽은 여전히 텅 비고, 점점 더 추워지고…….”

“메린……”

“우으, 흑, 겁먹게 해서 미안해. 아프게 해서, 힘들게 해서, 네 말 못 들은 척해서 미안해. 미안해, 카엘. 미안해…….”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내 말은 죄다 제대로 들리고 있었다.

그저 거부당하는 게 싫어서, 억지로 배배 꼬아서 들었을 뿐이다.

그 사실을 고백하며, 그녀는 미안하다고 되뇌면서 울었다.

……그냥 받지만 않았을 뿐, 내 뜻은 다 전해지고 있었구나.

그럼 됐어.

저 지랄맞은 티 테이블만 아니었어도, 일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란 걸 알았으니 됐다.

메린이미쳤던 게 아니어서 다행이야.

그래도, 따질 건 따져야지.

안 그래, 메린?

“메린, 나 봐.”

“……”

한 팔을 풀어, 주춤주춤 고개를 든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눈물로 축축해지고 차가워진 감촉에 가슴이 아리는 걸 웃음으로 애써 감추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용서해줄 테니까, 다음부턴 그러지 마. 솔직히…… 무서웠어. 네가 정신을 놓은 거 같아서, 내가 알던 네가 이제 돌아오지 않을까봐…….

나한테 화났을 때 있잖아, 욕하고 소리질러도 돼. 뼈 부러지는 정도라면, 네가 때리더라도 참을 수 있어. 근데 아까 같은 건……. 다신 하지 마. 그건 조금, 아니…… 많이 힘들더라.”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육욕은 종족번식이라는 원초적인 본능이 좌우하는 거라, 아무리 싫어도 자극을 받으면 반응하게 되어 있다는 걸.

그걸 알고 있는데도, 막상 당하니까……여러모로, 견디기 힘들었다.

한동안 꿈에 나올 거 같아.

“알았지? 네가 그거 약속해주면, 용서해줄게.”

“……응. 약속할게. 미안해.”

“그래. 나도 더 잘할게. 음, 그래서 말인데, 정말 괜찮아? 블루벨이 요리 배워도.”

내 말에, 그녀는 약간 그늘진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엘프보다 잘하는 게 없어지는 건 싫지만, 그래도 식재료 버리는 것보단 낫잖아. 만약 그 엘프 빼고 죄다 드러눕게 되더라도, 배 채우려다 탈나서 죽는 일도 없을 거고.”

“그런 일이 일어나겠냐?”

“만약이라고 했잖아. 그리고…… 요리가 아니더라도, 내가 너에게 도움이 된다는 거 알았으니까 됐어.”

메린은 말을 마치면서, 제 뺨을 감싼 내 손을 살포시 잡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긴장도, 불안함도 모두 녹아 없어진 듯한 모습이다.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느끼며, 나는 가만히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너무 풀 죽지 마. 여전히 네가 우리 다섯 중에서 가장 요리 잘하는 사람이니까.”

“……그딴 거 익숙해지면 금방이야.”

그럴 거 같진 않은데 말이지.

그리고 블루벨이 요리를 배우는 게, 너에게 나쁜 일인 것만은 아닐 거야.

어쩌면 너희 둘이 좀더 친해질지도 모르니까 말야.

너는 블루벨의 능력이 샘이 나서 그녀를 곱게 보고 있지 않고, 블루벨은 너를 엄청나게 무서워하지.

요리를 통해서, 그 간격이 좀 메워졌으면 좋겠어. 친구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두런두런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은 가까워졌으면 해.

블루벨은 성격만 좀 이상하지, 착하고 좋은 사람이니까.

하지만 지금 이 이야기를 하면 또 삐칠지도 모르니, 미소 뒤에 감추기로 했다.

그 대신, 나는 그녀에게 그간 말하지 않은 사실을 하나 고백했다.

“걱정 마. 블루벨이 요리의 달인이 되더라도 네가 더 우위에 있으니까.”

“어째서?”

“나, 네 요리를 좋아하거든.”

메린은 의외라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놀랄 만도 하지.

그간 내내 투덜거리기만 했으니까.

“네가 이상한 고기 썼을 때도 그렇긴 하지만, 멀쩡한 가축 고기…… 소나 양고기 같은 걸로 만든 음식들, 전부 굉장히 맛있더라. 세상에서 두 번째로 좋아해.”

“첫 번째는 아주머니가 한 음식이지?”

“……하하, 음, 미안. 그건 양보 못해줄 거 같아.”

멋쩍게 웃으면서 수긍하는 나를 향해, 그녀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몇 시간 전에도 보았던 웃음인데, 왠지 모르게 무척 오랜만에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안 해도 돼. 나도 아주머니가 해줬던 요리들 맛있었으니까. 먹으면 왠지 따뜻해져서, 나도 엄청 좋아했었어.”

“……응.”

“완전히 같은 맛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만들어줄게.”

뭘?

눈으로 묻자, 그녀가 한층 더 깊은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맥주파이. 조리법 얻었잖아. 여유가 생기면 만들어줄게.”

“………아니. 같이 만들자.”

내 제안에, 메린은 놀란 듯이 약간 눈을 동그랗게 뜬 뒤, 이내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메린…….”

더 가까이 와줘.

눈빛만으로 그 말이 전해졌는지, 그녀가 천천히 다가왔다.

이마를 맞대오는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짧은 입맞춤을 나누었다.

그녀의 입술을 적셨던 눈물의 흔적이 전부 없어질 때까지.

그 뒤엔, 그녀의 감미로운 숨결을 온전히 느끼며, 점점 더 깊이 입을 맞추어갔다.

“하아…… 카엘, 너……”

“괜찮아. 춥다며? 그럼 덥혀야지.”

그리고 나도 그 기억을 행복으로 덮어버리고 싶다.

조금이나마 빨리 잊어버릴 수 있도록.

걱정 어린 눈길을 보내는 그녀에게 미소를 돌려주며, 그녀를 깊이, 더 깊이 끌어안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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