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2화 〉 292화 : 영역 표시 (1)
* * *
방으로 돌아온 뒤, 메린에게 양치질부터 하자고 권했다.
자기 전에나 하던 것인 만큼, 그녀는 의아해하며 눈을 깜빡였다.
“벌써 자려고? 이제 여덟 시인데? 웬일이냐?”
“이따 할 틈 없을 거 같아서.”
“엥? 왜?”
“피곤할 테니까.”
아마 움직이기도 싫어질걸?
눈 감자마자 곯아 떨어질 수도 있고.
그 말들을 웃음 뒤에 감추면서 그녀에게 도구를 내밀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받아 든 그녀는, 정확히 십 분 후에 나에게 끌어안겼고, 깊은 입맞춤을 당하면서 침대 위에 넘어뜨려졌다.
말이 십 분이지.
식당에서 올라왔을 때까지 합치면 이십 분은 되지 않을까?
그 정도면 오래 참은 거지.
속이 뒤엉킨 듯한 답답함을,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힘껏 숨기면서 말야.
“하아, 하아, 하아……!”
입술을 떼자 그녀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크게 헐떡였다.
그녀의 호흡이 안정되기 전에 신발을 벗긴 뒤, 다시 그 입을 막는다.
숨을 새도 없이 잡혀버린 혀를 얽고, 바깥으로 꺼내어 입에 머금고 타액을 가져간다.
“하아, 하아, 카에, 헤읍……!”
말을 자아낼 틈 따위 주지 않고, 재차 그녀의 입 안을 탐하면서 베개 위에 똑바로 눕혀주었다.
허리끈을 풀어버리고, 그대로 튜닉을 그녀의 머리 위까지 들어올려 벗겨낸다.
그녀가 자유로이 숨을 쉴 수 있던 건 그 찰나의 시간뿐.
젖가슴이 드러나고, 바지 속에 감춰져 있던 매끈한 다리가 모습을 보이는 동안, 그녀의 입은 계속 막혀 있었다.
“하아, 하아, 핫, 으응, 하으!”
귀와 목덜미에 입맞추면서, 손 안에 담기지 않고 약간 삐져나오는 가슴을 약간 세게 주무른다.
그 끝에 있는 불그스름한 꼭대기를 손바닥으로 짓누르며 문지른다.
봉긋 솟아오르면서 단단해진 유두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집거나 굴린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강하게 빨아들였다.
쭈으읍 하는 천박한 소리가 귀에 기분 좋게 울린 뒤, 그 자리에 피어난 붉은 자국을 핥아주었다.
탄생을 축복하듯이, 정성을 담아.
……이걸로 하나.
“흐읏!”
허리를 튕기는 그녀의 입에 짧게 키스한 후, 반대쪽 목덜미에 똑같이 강하게 입을 맞추었다.
……둘.
풍만한 가슴 아래에, 그녀가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느라 갈비뼈가 살짝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양을 따라, 손가락으로 살며시 바깥쪽을 향해 쓸어간다.
이윽고 도달한 허리, 그 움푹 들어간 선을 따라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아래로 내려간다.
맨들맨들하면서 부드러운 감촉이 정말 기분 좋다.
덤으로 손으로 훑을 때마다 파르르 떨려서 묘하게 즐겁기까지 하니,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가?
저절로 떠오른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의 쇄골에 입을 맞추었다.
강하게.
여느 때보다도 힘있게.
……셋.
바로 다른 쪽에 이어서 넷.
“하아앗!”
그때마다 그녀는 표정을 찡그리며 신음을 토해냈다.
어쩌면 아픈지도 모르겠다. 아프게 할 생각은 없는데.
미안한 마음을 담아 그 부위를 할짝이며, 간드러진 소리를 내며 몸을 움찔이는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후으으으……”
그녀가 파르르 떨며 긴 숨을 내쉬는 게 들린다.
그녀의 뽀얀 살결 여기저기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는 게 보인다.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먼 손놀림인데도 느껴주는구나.
내 손길을 몸이 기억하고 환영해주는 걸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니, 그래야 돼. 그녀는 기억해야 한다.
그녀의 몸을 쓰다듬고 주무르고 핥고 문지르는 게 다름 아닌 나라는 걸 깊이깊이 새기고 있어야 한다.
나에게만 허락되어야 한다.
네 개째 피어난, 아마 오늘 열 몇 개는 족히 생길지도 모르는 붉은 자국들 역시, 나만이 남길 수 있는 거다.
네놈들은 절대 못해.
절대로.
속으로 중얼거리며, 허리에서 배로, 그대로 그 아래로 손을 옮겨간다.
어디까지나 부드럽게.
흠집이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하앗, 아아, 야, 야아, 후읏……!”
브리프 안으로 손을 넣어 균열을 쓰다듬었을 뿐인데,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안 돼.
말 안 들어줄 거야.
이름을 부른다면 또 모를까.
말을 걸고 싶으면, 그 사람 이름을 부르는 게 기본 예의잖아?
점차 축축해지는 감촉을 즐기면서, 다른 손으론 허전해하고 있을 젖가슴을 귀여워해주었다.
건너편 가슴엔 입술을 대어, 그 아름답게 부풀어 있는 모양을 혀로 따라 그린 후, 적당해보이는 곳에 입술 자국을 남겼다.
……다섯에 여섯.
입술을 떼자, 바짝 긴장되어 있던 그녀의 어깨가 축 늘어지며 크게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했다.
아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게 보였다.
눈물 어린 얼굴을 보자, 아랫배가 울컥이며 한층 더 뜨거워진 것 같았다.
으음…… 나 그런 성향은 없을 텐데?
속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의 눈물을 혀로 닦아주었다.
할짝.
바닷물보다는 덜한 짠맛이 혀에 스며들자, 머릿속에서 ‘짭짤하다’가 아니라 ‘달콤하다’는 말을 띄웠다.
하하, 말도 안 돼. 눈물이 달 리가 없잖아!
가슴속 깊은 곳에서 질척하게 꿈틀거리는 그 묘한 느낌 때문에 머리가 고장났나봐.
헛웃음을 켜면서 반대쪽 눈가에 입을 맞추고,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마시고 또 마셔도 샘솟는 그녀의 타액.
세이지 향이 어렴풋이 묻어 있는, 뭉근하게 달아오른 숨결.
이미 셀 수도 없이 맛보았는데도 전혀 질리지 않는다.
그녀의 혀를 붙잡고, 조금이라도 더 달라고 보채게 된다.
목이 말라.
점점 더 타들어가는 거 같아.
갈증을 못 견디고 바닷물을 마셔댔던 그 모험가의 동료도 비슷한 심정이었으리라.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끝까지 목마름을 해소하지 못한 채 죽었지만, 나는 다른 걸로 갈증을 풀 수 있다는 거다.
쓰다듬고 있던 그녀의 균열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감촉.
물기를 품은 채 초점이 풀려가는, 그녀의 아름답고 아름다운 주홍빛 눈동자.
입이 자유로워진 덕분에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콧소리 섞인 교성.
나로 인해 흐트러진 그녀를 보고, 듣고, 느끼는 것으로 갈증을 채워갔다.
그게 얼마나 기쁘고 즐거운지 그녀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붉게 물든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웃어주었다.
“히잇……! 귀… 웃지 마아… 머리까지 울려어……!”
“하지 말라고 하면서 허리는 들썩인단 말이지? 몸은 솔직하다고 했던가?”
속삭이는 동안, 균열을 쓰다듬던 손가락을 그 안으로 천천히 밀어넣는다.
여전히 비좁은 통로의 벽을 가만히 훑는다.
몇 번이고 들썩이는 그녀의 몸을 한 팔로 안아주면서, 재차 그 귓가에서 입을 열었다.
“후후, 엄청 조여대는 거 봐. 손가락 잘리겠어. 진짜 귀 약하다니까. 메린… 메리인~… 귀엽고 사랑스러운 메린~ 후후, 그렇게 좋아?”
“조아아… 기부운, 조아앗……!”
대답하면서 더 흥분한 걸까?
그녀의 안을 훑던 손가락이 일순 꽈악 조였다.
음음, 어제 배운 ‘기분 좋다’는 느낌을 완전히 이해한 모양이군.
그녀에게 여러모로 손장난 당한 보람이 있었다.
그래, 내가 가르친 거야.
지식이 아니라, 실제 감각을 깨닫게 한 건 나라고.
너에게 그런 걸 가르쳐도 되는 건 나밖에 없어.
오직 나 한 사람뿐이야……!
크게 외치는 대신, 손가락을 빠르게 왕복했다.
“힛, 아읏, 하아, 야, 잠까, 아앙, 아앗, 야아, 흐으응!”
‘야’라고 하면 대답 안 한다니까?
아직 모르겠어?
뭐, 언젠가 알아채겠지.
구멍 속, 오로지 나만 아는 그녀의 약한 부분을 문질러주면서, 그녀의 어깨에 또 하나의 키스 자국을 남겼다.
……일곱. 여덟.
어깨선을 따라 아홉째 자국을 남길 무렵,
“아흐읏! 하악, 아앙, 카에, 헤엣, 카엘……!”
그녀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허리를 활처럼 휘었다.
그와 동시에 손가락이 꽈악 조이며, 따뜻하고 미끌미끌한 물이 구멍을 채우는 게 느껴졌다.
그 물을 퍼내듯이 몇 번 더 손가락을 움직이자, 곧 그녀가 입을 크게 벌리며 한층 더 격하게 몸을 떨었다.
“아…, 하…, 핫……!”
숨이 막힌 게 아닐까 싶은 짧은 호흡소리가 들린 후, 그녀의 몸이 다시 시트 위로 떨어지며 바들바들 떨었다.
가버렸구나. 그것도 아주아주 크게.
나도 그 느낌 알지.
너한테 어제 당해봤으니까 말야.
아아…… ‘온다’느니 ‘간다’느니 하면서 절정에 달하는 걸 봤을 때보다 훨씬 마음이 차오르는 거 같아.
조금 전부터 도통 내려갈 생각을 안 하던 입꼬리가 한층 더 굽어지는 게 느껴졌다.
“하아, 하아……”
미세하게 떨면서 헐떡이는 그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 후, 아직 남아있던 그녀의 브리프를 완전히 벗겨내었다.
그런 뒤, 그제야 나도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다.
신발에 이어서 튜닉을 벗었을 때,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카에, 하아, 카엘……”
“응?”
착실하게 이름을 불러준 그녀의 뺨을 어루만져주면서,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미안…….”
“………?”
미안하다니?
얘가 왜 사과를 하지?
나한테 잘못한 게 뭐가 있다고?
그 날벌레 새끼들에게 웃어주거나 하지도 않았고, 손을 대는 걸 허락한 것도 아닌데.
그 금발대가리 새끼를 따라간 것도 아니고.
근데 왜 미안하다고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리둥절한 채 눈을 깜빡이는 나를 향해, 그녀가 재차 입을 열었다.
“아까 너한테, 시비 건 놈……”
………그 금발대가리?
그 놈이 지금 뭔 상관이지?
아…… 설마 혹했던 건가?
놈이 한 말에 귀를 기울여버린 거야?
비리비리하고 겁 많은 나보다, 몸 좋고 겁대가리 하나 없는 그 놈이 더 눈길이 갔다.
그래서 나에게 미안하다.
뭐, 그런 소리라도 하려고?
그거 말고 그녀가 미안하다고 할 만한 게 없지?
정말 그런 거라면……
글쎄, 그땐 진짜 화가 날지도 모르겠는데.
아……, 속이, 조금 끓어오르는 것 같다.
‘아니, 메린은 아직 한 마디도 안 했잖아.’
……그래, 안 했지.
그녀는 이제 말을 꺼냈을 뿐이야. 결론 짓는 건 너무 일러.
화를 내든, 아니면 비참함에 빠져서 울든 그녀의 말을 들은 뒤에 해야 순서가 맞지.
그래서, 나는 가만히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 놈이 왜?”
“시끄럽다고 너한테 시비 건 거, 나 때문이잖아……. 내가 널 덮친 탓에……”
“아니야, 메린. 절대 아니야.”
울먹이는 그녀의 몸을 일으키고, 두 팔로 그 어깨를 힘껏 껴안아주었다.
“그 놈은 그냥 시비 털고 싶었던 것뿐이야. 그 일이 없었어도 괜히 비아냥대면서 성질 건드렸을 거야. 네 탓 아니니까 그런 생각하지 마.”
“그런, 거야?”
“그래.”
단호히 대답한 후, 나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아까 네가 나한테 잘못한 건 맞아. 근데 그건 이미 끝난 일이야. 반성하는 건 좋지만, 너무 자책하지 마.”
“그럼 왜……?”
왜 나는 그녀를 부드럽게 안지 않고 있는 건가?
왜 평소처럼 조심스럽게 대하지 않는 건가?
욕구불만인 것도 아니고, 그녀에게 벌을 주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를 갈면서 그녀의 몸에 자국을 남기는 걸까?
모르겠어.
“으응…… 글쎄…….”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과 뺨에 입을 맞추면서 그녀를 다시 눕혀주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네가 다른 놈들에게 둘러싸인 걸 본 다음부터 답답한데 영 풀리지 않네.”
“답답해……?”
“속이 뒤엉킨 거 같아. 이글거리는 거 같기도 하고.”
어째 말로 꺼내니 본격적으로 뒤틀려가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그 기분이 풀릴까 싶어서, 벗어내린 바지와 속옷을 일부러 바닥에 휙 팽개쳐보았다.
음, 역시 소용없군.
한숨을 쉬며 그녀를 돌아보자, 뱃속이 꿈틀거리는 기분이 한층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아, 이대로 그녀 안에 넣었다간 진짜로 날뛸 거 같은데.
그러나 충동은 이미 바깥까지 끓어올라서 넘쳐버렸다.
이제 그걸 막는 건 불가능해.
아니, 어쩌면 막을 생각조차 없는지도 몰라.
그녀의 몸에 피어나 있는, 내가 만들어낸 아홉 개의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
다른 놈들은 남길 수 없는 자국들.
그녀에게 이미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표식들이다.
아아……
왠지 그녀가 한결 더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벅차오르는 걸 느끼며, 오로지 나만이 남길 수 있는 그 표식들 하나하나에 가볍게 키스했다.
허리나 다리에도 표시하고 싶지만, 그보다도 그녀의 몸 안에 남기는 게 더 효과적일 거야.
다른 놈들은 보지도, 손대지도 못하는 곳에, 내 흔적을 잔뜩 새기는 거다.
내 물건의 모양을 기억하게 하면서, 내 자식으로 자라날 수 있는 씨앗을 그녀의 뱃속에 가득 채워주는 거다.
넌 내 여자이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여자.
나의 사랑.
나의 모든 것.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나의 메린.
“흐읏……!”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자지를 잡고, 끝부분을 그녀의 균열에 대고 살살 문질렀다.
곧 찾아올 쾌감을 기대하기라도 하는 듯이, 그녀가 간드러진 소리를 내며 몸을 꼼지락거렸다.
다리가 좀더 벌어진 것 같은데, 내 착각일까?
“있잖아, 메린.”
“아, 하아아아……!”
단숨에 끝까지 밀어 넣은 뒤, 그녀의 속살이 자지를 감싸기도 전에 빼내고, 곧바로 다시 찔러넣었다.
그 왕복을 수차례 되풀이한 후, 그녀의 골반을 잡고서 살짝 위로 든 다음, 퍽퍽 소리가 나도록 거세게 박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사정 못 봐줄 거 같아.”
“앗, 아아, 아앗, 하아, 아하앗!”
“대신, 잔뜩, 기분 좋게 해줄게……!”
나보다 네가 먼저 나가떨어지게 해줄게.
걱정할 거 없어.
네가 어디를 좋아하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게다가 밤은 이제 시작이야.
잔뜩 너를 사랑해줄 수 있어.
너도 좋지?
자지를 꽉꽉 물고서 안 놔주려는 건, 동의한다는 뜻으로 봐도 되지?
이내 그녀가 발끝을 오므린 채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 진동이, 그녀의 안에서 날뛰는 자지에까지 전해지는 기분이다.
행복감에 그녀와 깊이 입을 맞추면서, 허리를 깊이 찔러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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