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3화 〉 293화 : 영역 표시 (2)
* * *
마주앉은 채, 그녀의 엉덩이를 꽉 붙잡고 위아래로 흔들며 허리를 튕겼다.
구멍 입구에서부터 가장 깊숙한 곳까지, 벽을 따라 긁어준다.
때로는 뿌리까지 밀어 넣은 채,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곳에 끝부분을 비빈다.
작은북을 치는 것처럼 마구 두드려준다.
“히잇… 우으, 히으으!”
칭얼거리는 듯한 신음을 흘리며 그녀가 달라붙었다.
코앞에서 부르르 떨리고 있는 그녀의 쇄골을 핥는다.
……참 희한해. 그 움푹 들어간 곳에 고여 있던 건 땀이었을 텐데, 왜 달다고 느껴지는 걸까?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의 엉덩이를 아래로 누르면서 허리를 위로 크게 튕겼다.
“하아으으읏……!”
나를 꽉 껴안으면서 그녀가 몸을 떨었다.
개의치 않고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그녀의 팔에 더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지만, 이전과 달리 몸이 으스러질 것 같은 통증은 없다.
무의식적으로 조절하는 건지, 아니면 그럴 힘이 남아있지 않은 건지…….
개인적으론 힘이 빠진 거였으면 좋겠다.
그만큼 절정을 맞이하고 또 맞이했다는 뜻이니까.
지금처럼 말야.
“헤으으… 히윽, 앗, 하아……!”
“크읏……! 하… 너무, 조이지 마. 그런다고 안 끝나.”
나도 익숙해진 걸까?
이미 한 번 싼 뒤인 걸 감안해도, 사정감이 느릿하게 올라온다.
빨리 씨를 뿌려달라는 것처럼, 그녀의 속살이 자지를 꽉꽉 압박하며 부르르 떨고 있는데도,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그 느낌은 들지 않는다.
자극이 부족한 건 아닐 텐데 말야.
문득, 그녀와 내가 이어져 있는 결합부에 눈이 갔다.
……어째 찌걱찌걱 하는 진득한 소리가 난다 했어.
결합부는 그녀와 내 체액으로 완전히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하얗게 거품이 일어난 채 흘러넘치는 그녀의 보지를, 굵직한 기둥이 빠르게 오가면서 얇은 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야하고 천박한 광경에, 아랫배가 한층 더 묵직해진다.
긁어낸 만큼 도로 채워넣고 싶다고 자지가 꿀럭거린다.
절대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더욱 더 깊숙한 곳에 쏟아붓고 싶다며 허리를 채근한다.
평소에는 이를 악물며 어느 정도 억눌렀을 욕구를, 오늘은 맘대로 날뛰도록 그냥 내버려두었다.
그러니 얼마 안 가 그녀가 자지러지는 것도 당연했다.
“햐아아아아……!”
내 목을 꽉 끌어안고서, 내 어깨에 이마를 댄 채로 내지르는 가느다란 신음.
아마 착 달라붙은 서로의 가슴팍만 울리고 사라졌을 거다.
그보다 더 큰 소리가 방을 울리고 있으니까 말야.
침대가 삐걱이는 것과 결합부가 찔걱거리는 것.
둘 중 뭐가 더 크게 울리고 있을까?
달리 말하면, 그녀의 그 가냘픈 비명은 나만 듣고 있는 거다.
훌쩍이며 숨을 내뱉는 소리도, 그녀가 아이처럼 칭얼거리는 소리도.
이 세상에서, 오직 나 혼자만 듣고 있다.
이보다 더 큰 특권이 어디에 있을까?
이보다 더 큰 기쁨이 무엇이 있을까?
설령 있다고 해도 필요 없어.
메린과 맞바꾸어서 얻고 싶은 것 따위 하나도 없다.
그녀를 오롯이 독차지할 수 있는 이 순간만큼 행복한 시간은 없다.
“카헤에, 핫, 하아, 나, 앗, 아앙, 나……!”
점점 짧아지는 그녀의 신음.
한층 더 격하게 꿈틀거리며, 더더욱 세게 자지를 조이기 시작하는 그녀의 속살.
……여태껏 느꼈던 것보다 더 큰 절정이 밀려오고 있다는신호다.
그럼 도와줘야지.
잔뜩 기분 좋게 해주기로 했으니까.
“또 가는 거야? 괜찮아. 몇 번이든, 몇 십 번이든, 가고 또 가고 가버려……!”
허리를 강하게 튕기는 동시에, 그녀의 엉덩이를 앞쪽으로 밀었다.
쾌감에 도망치려는 듯이, 그녀가 허리를 뒤로 크게 젖힌다.
자연히 앞으로 내밀어진 그녀의 젖가슴 끝, 완전히 단단해진 붉은 봉우리를 입에 머금고 혀로 굴렸다.
“아, 아, 하, 카에, 아, 하아, 으그읏……!!”
이내, 메린이 신음조차 되지 못한 짧은 숨소리를 뱉으며, 파닥거리듯이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보짓살이 자지를 꽉 쥐어짜면서, 안에 든 걸 내놓으라고 보채듯이 마구 떨려왔다.
“크, 하아!”
그 압박감에 나도 모르게 신음하며, 그녀의 안에 차오를 대로 차올라 있던 욕망을 쏟아부었다.
아니, 빨려가도록 내버려두었다고 해야 하나?
내가 보지 입구에서부터 맨 안쪽 벽을 긁어댔던 것처럼, 그녀가 자지의 뿌리부터 끝부분까지 꾸욱꾸욱 마구 주물러댔으니까.
……그나저나 난 이게 두 번째인데, 메린은 이번이 몇 번째일까?
갑자기 궁금해지네.
혹시 세어봤을까?
내 어깨에 축 늘어져선 파들파들 떨고 있는 그녀의 머리를 빗어주며 물어보았다.
“메린, 이번까지 해서 몇 번이나 간 거야?”
“헤엣, 헥, 우읏, 후으,”
“말이 안 나와? 그렇게 좋았어? 응응, 다행이네. ……정말 기뻐.”
대충 봐도 두세 배는 되는 거 같으니, 그 중간인 다섯 번으로 치지, 뭐.
어깨를 으쓱이며, 여전히 몸을 떠는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몸 안에 있던 물기를 전부 땀과 애액으로 죄다 내보냈는지, 입술이 바싹 말라 까끌까끌한 느낌이 든다.
입 안도 약간 건조해져 있는 것 같고…….
어쩐지 목소리가 갈라져 있더라.
“물 마실래?”
“히으읏… 우으……!”
척추를 슬슬 쓸며 속삭이자, 그녀가 간드러진 소리를 흘리며 몸을 꾸물거렸다.
그 움직임에 맞추어, 그녀의 속살이 자지를 조물조물 주물러왔다.
“유혹, 하는 거야? 그냥 계속하자고? 후우, 읏. 계속 박아달라고?”
그렇게 속삭이며, 입술만으로 귀 가장자리를 잘근잘근 우물거렸다.
“꺄학!”
“윽, 하아……!”
외마디 짧은 비명과 함께, 보지가 꽈아악 죄여오면서 파르르 떨렸다.
눈앞이 아찔해질 만큼 강렬한 쾌감이 흘러와, 나도 모르게 그녀를 꽉 껴안고 몸을 떨었다.
……귀를 건드린 걸로 가버린 건가?
진짜 귀 약하네.
덕분에 자지가 곧바로 활기를 되찾았길래, 서너 번쯤 가볍게 튕겨보았다.
“헤윽… 우읏…”
몸을 크게 움찔거리면서, 그녀가 갈라진 목소리로 신음을 토해냈다.
으음…… 역시 이대로 계속하다간 목이 상할 것 같아.
마침 나도 목이 좀 마르니, 잠시 쉴 겸 물 마시는 게 낫겠어.
그녀와 이어진 채로 몸을 움직여, 침대맡에 꺼내 둔 물주머니를 집었다.
그냥 마시게 하면 체할지도 몰라, 내가 한 모금 머금고서 그녀와 입을 맞추며 조금씩 흘려넣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물을 핥으려 달려드는 그녀를 진정시키려, 가볍게 등을 토닥이면서 천천히 물을 먹였다.
내 타액도 좀 섞였겠지만, 뭐, 그건 어쩔 수 없지.
아니, 오히려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서 두 모금을 마신 후, 메린은 내 가슴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 미세하게 떨리는 그 등을 계속 두드려주며, 나도 물주머니를 기울여 목을 축였다.
시원한 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며, 달궈질 대로 달궈진 몸을 조금 식혀주었다.
혹시 몰라서 미리 꺼내둔 건데, 그러길 잘했네.
다시 허리를 움직이려는 순간, 그녀가 다시 맑아진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카, 엘…….”
“응?”
“역시, 화난 거지……? 나 말고, 그 남자들한테…….”
“그 놈들? 뭐, 좋은 마음은 없었지. 지들 맘대로 너한테 치근댔으니까.”
“질투, 했던 거야?”
질투? 웬 질투?
또 다시 들린 뜬금없는 말에, 나는 이번에도 눈을 멀뚱멀뚱 깜빡였다.
내가 그 놈들을 질투했다……?
에이, 그건 아니지.
딴 사람도 아니고 그 놈들을 질투하다니, 말도 안 돼.
“아니야……? 속이, 뒤엉킨 거, 같다며……?”
“그렇기는 한데, 그게 왜………아, 네 경험담이구나. 으음…… 그래도 질투는 아닐 거야. 네 경우랑 달리, 그 놈들은 비교대상 자체가 못 되잖아.”
만약 그녀가 웃고 있었다면, 놈들의 관심을 즐기고 있었다면 약간 달랐겠지.
하지만 메린은 상당히 귀찮아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다 내가 온 걸 알아차리자마자 눈을 빛냈고.
질투란 건, 경쟁자……
즉, 나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사람이 있어야 성립되는 감정일 터.
하지만 놈들은 출발선에도 서지 못했다.
여길 떠나면 그걸로 끝인 인연이고 말야.
아니, 설사 한동안 같이 다니게 된다고 해도, 놈들은 여전히 내 경쟁자가 되지 못한다.
“놈들은 널 몰라. 네가 어떤 성격인지, 뭘 좋아하는지도 관심 없고, 네가 어떤 표정인지도 못 알아봐. 그냥 네 몸매만 보고, 너랑 자고 싶어서 침을 줄줄 흘렸을 뿐이지.
그런 발정난 개새끼들을 내가 왜 질투해? 그냥 치워버리면 그만인 것을.”
그래서 치웠다.
그 금발대가리도, 메린에게 모여 들었던 날벌레들도 쫓아냈다.
……그런데도 왜 속이 후련해지지 않는 걸까?
나는 왜 그녀에게 표시를 해야 한다고, 나를 깊이 새겨야 한다고 열을 내고 있는 걸까?
그깟 근육 좀 붙었을 뿐인 놈의 말이, 왜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 걸까?
……힘이 어쩌고 저쩌고, 하, 웃기는 소리.
근육 없으면 여자랑 섹스 못하는 줄 알아?
만족 못 시키는 줄 아냐고.
게다가 나 정도면 평균 아니야?
아직 내 또래보다 몸이 가늘기는 해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괜찮아진 편이란 말야.
빡대가리 새끼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읏…… 아……?”
자지를 빼낸 후, 그녀의 몸을 돌려서 시트에 엎드려 눕도록 했다.
그대로 그녀의 허리를 안아 올리면서 내 쪽으로 살짝 끌어당기자, 자연히 그녀의 다리가 접어졌다.
그 결과, 메린은 나에게 엉덩이만 위로 내민 채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와, 진짜 다 보이네.
흐물흐물 눅진하게 퍼져선 정액을 뚝뚝 떨어뜨리는 구멍, 엉덩이에 나 있는 또 다른 구멍.
그러니까, 내가 평소에 저 구멍에 손가락을 쑤셨던 거지?
방금 전까진 그보다 더 굵은 걸 넣어서 비벼대고.
왠지 감회가 새로운데?
그나저나 역시 메린은 대단하다.
구멍이란 구멍은 다 보이고 있는데도, 그냥 의아해하는 얼굴로 나를 돌아보고만 있다.
나였다면 부끄러워서 머리가 터져버렸을 텐데.
그 대담한 모습에 속으로 감탄하면서 엉덩이를 주물렀다.
보지가 뻐끔거리면서, 하얀 액체가 뚜둑, 뚝 떨어지는 게 보였다.
“……하.”
그 광경에서 눈이 떼어지지 않는다.
가슴이 마구 두근거리며, 숨이 점점 더 거칠어진다.
입가에 떠오른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아, 메린, 네가 이렇게 상스러운 꼴이 되다니.
알아? 너 지금 나한테 보지구멍 보이면서 엉덩이 내밀고 있어.
더 박아달라고 유혹하고 있다고.
그리고 내가 널 그렇게 만들었지.
비리비리하다고 존나 까이는 내가 말이야.
정말로, 기쁘기 그지없다……!
“카엘……? 아으으읏……!”
나를 부르듯이 벌름거리는 구멍 속을, 다시 한번 끝까지 꿰뚫었다.
그대로 그녀의 배를 꽉 안으며 허리를 부딪쳐대었다.
“꺄하악! 아아아, 아앗, 히우으윽!”
비명 같은 신음을 지르며 그녀가 시트를 꽉 쥐었다.
아파하는 것 같진 않아, 그대로 허리를 퉁기며 안을 마구 쑤셔주었다.
‘기분 좋냐’고 물을 필요도 없었다.
메린이 스스로, 온 몸으로 외치고 있었으니까.
안을 깊이 찌르면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속살이 떨려온다.
바깥쪽으로 빼려 하면, 가지 말라고 애원하듯이 자지를 꽉 감싸며 찰싹 붙는다.
응응, 나도 떨어지기 싫어.
그래서 그녀의 등에 바짝 달라붙어,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허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아아아아……!”
그러자 메린이 가느다란 비명을 내지르면서 손을 마구 휘저었다.
그와 동시에, 본래도 비좁던 그녀의 안이 한층 더 수축하며 경련하기 시작했다.
아하, 가버렸구나?
빠르네.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좋아? 여기, 찔러주니까, 여기를 마구, 푹푹 쑤셔주니까, 그렇게 좋아?”
“아아, 하아아……! 또, 또오오……! 햐아아악!”
메린은 대답 대신 시트를 꽈악 쥐며 몸을 파닥거렸다.
쾌감이 너무 커서 견디기 어려운 모양이다.
근데 메린, 미안해.
멈춰주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
사정 못 봐줄 거 같다고 미리 말했긴 한데, 그래도 미안해.
너무 화내지는 마.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녀의 등에 열 번째 키스 자국을 남길 무렵, 그녀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소리쳤다.
“아아, 아아아, 시러, 이거, 시러어어!”
“싫다고? 하하, 정말 거짓말 못하는구나. 아니잖아, 메린. 다 알아. 아까부터 혼자 마구 가버리고 있으면서 싫기는. 왜? 너무 좋아서, 미칠 거 같아서 그래? 그런 거야?
아니면, 이걸로는 부족해? 더 세게 박아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이보다 더 빠르고 세게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다.
……빌어먹을, 결국은 힘인가?
그 놈이 말한 것처럼, 내가 비실해서 널 만족 못 시키는 거야?
하긴, 평소에도 네가 먼저 두세 번은 절정을 맞이해야만, 내가 먼저 나가떨어지지 않고 너랑 같이 잠들 수 있었지?
다른 놈들은 그런 밑작업 안 해도 된다는 거 아냐.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긴 하지만, 역시 난……
“어, 으으으읏! 얼, 굴!”
“……뭐?”
메린의 신음 섞인 말에,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나보네.
그녀가 말을 할 수 있도록 허리를 멈춘 후, 몸 안팎으로 파르르 떠는 그녀를 꼭 껴안고서 나지막이 되물었다.
“얼굴이라고 한 거야? 얼굴이 왜?”
“이거… 얼굴… 안 보여서… 싫어어…….카엘… 흐윽… 무서워… 무서워어…….”
“………그래.”
무서웠구나.
미안, 그것도 모르고 이상한 생각해서.
그 마음을 담아 그녀의 머리에 입을 맞춘 후, 자지를 빼고 그녀가 나를 마주볼 수 있도록 몸을 돌려주었다.
나와 눈을 마주하자마자 울먹이며 팔을 뻗어오는 그녀의 얼굴을 살포시 감싸고, 그 뺨을 어루만져주었다.
“카엘…… 흐윽, 카엘……!”
“응, 나 여기 있어. 괜찮아.”
무엇 때문에 무섭다고 느낀 건지는 묻지 않았다.
내 얼굴이 안 보여서 무섭다는데, 달리 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뺨을 쓰다듬으니, 정말로 내 얼굴을 보고 안심한 것처럼 메린의 흐느낌이 잦아들었다.
“메린.”
나지막이 그녀를 부르자, 그녀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내 목에 팔을 감았다.
그대로 그녀에게 입맞추며, 다시 그녀의 안에 내 욕망덩어리를 밀어넣고 깊은 곳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후읍, 흐읏, 우으으읏……!”
재차 파르르 떨며 몸을 들썩이는 그녀를 꽉 안은 채 허리를 세차게 내려꽂는다.
어쩌면 그녀의 뱃속에선 쿵쿵 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메린, 메린……!”
내 부름에 답하듯이, 메린이 두 팔과 다리로 나를 휘감았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안팎으로 나를 감싸 안은 거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아아, 쏟아붓고 싶어.
그녀의 가장 깊은 곳에 전부 털어넣어서, 나로 채워주고 싶어.
아무도 넘보지 않도록, 그녀가 내 것이라는 걸 진하고 또렷이 새기고 싶다.
왜냐하면,
“넌 내 여자야. 누가 뭐라하든 상관없어. 넌 내 여자야, 내 거야. 나에겐 과분한 거 알아. 안 어울리는 거 알아. 하지만, 읏……!”
나는 그녀의 곁에 서기엔 한참 부족한 놈이니까.
본래는 가까이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을, 무엇 하나 잘난 것 없는 놈이니까.
………그렇구나.
이제 알겠어.
왜 오늘따라 속이 끓는 것 같은지.
나는 메린의 말대로 화가 나 있었던 거야.
그녀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당한 게 분해서, 증명하고 싶었던 거다.
그녀가 내 여자라는 걸.
……내가, 그녀의 곁에 설 유일무이한 남자라는 걸.
“하지만, 네 곁에 있고 싶어. 사랑해, 메린. 사랑해. 정말 사랑해. 큭, 하아……!”
“히윽, 읏, 아, 하앗, 아아, 가는 거어, 안 멈춰져어……! 아흐읏, 아아, 카엘, 카에엘……!”
“하아, 쌀 거 같아. 싸도 되지? 안에 또, 가득, 싸버려도 되지? 넌 내 여자니까……!”
“싸, 줘어……! 따뜻, 하게에, 해줘어……!”
싸줘. 따뜻하게 해줘.
그렇게 애걸하면서, 안팎으로 한층 더 찰싹 달라붙는 그녀의 안을 깊이 찌르며,
“꺄흐으읏……!”
“하앗……!”
또 한 번, 그녀의 안에 주체할 줄 모르는 욕망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아직 부족하다는 듯이, 보짓살이 자지를 마구 쥐어짜며 꽉꽉 주물러대었다.
아, 허리 빠질 거 같아……!
정말로 영혼까지 빨려가는 듯한 느낌에,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더 안 나온다는 걸 깨달은 보지가 나를 풀어주었고, 그대로 그녀의 위를 덮듯이 쓰러져버렸다.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메린의 얼굴을 찾아, 헐떡이는 그 입에 입을 맞추었다.
“하아… 메린…….”
“후으… 읍… 헤음……”
기운이 완전히 빠져버렸는지, 메린은 혀를 꾸물거리기만 할 뿐, 아까처럼 적극적으로 내 혀를 얽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니 여기서 끝내야 하겠지만……
……어쩌지? 메린.
진정이 안 되네.
자지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널 더 사랑해주고 싶은가봐.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자, 역시나 메린이 고개를 저으며 내 어깨를 붙잡았다.
“읏, 흐으……! 안 돼… 안 돼애……! 더는, 안 돼애……!”
“알아, 힘들지? 미안. 아마 이번이 마지막,”
“무리, 하면 안 돼애… 너… 열 나서… 괴로워하는 거… 싫어어……!”
“………”
나보다 더 힘들 텐데.
그런데도 내 걱정을 먼저 해주는 거야?
응, 맞아. 항상 그랬지.
언제나, 너는 네 자신보다 나를 먼저 생각해줬어.
이 세상 다른 누구보다도, 나를 먼저…….
그러한 그녀의 사랑 때문일까?
마구 뒤엉킨 듯이 답답했던 게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아하핫.”
속이 후련해진 기쁨에 웃음을 터뜨리면서, 그녀와 이어진 채로 옆으로 나란히 마주 누웠다.
그리고, 그대로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히히… 메린~ 정말 좋아해…….”
“후읏… 안 된다니까……! 아앗……”
“마지막이야, 마지막. 이 정도면 너도 덜 힘들지? 후우……”
꾸물꾸물 움직이면서, 그녀와 키스를 나눈다.
느릿한 쾌감이 온 몸을 포근히 감싸며, 취기가 오른 것처럼 머릿속이 멍해진다.
응, 역시 행복해.
그녀와 이렇게 이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차오른다.
쭉 이렇게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아… 기분, 좋아… 카엘…….”
“나도, 정말 기분 좋아…….”
그녀 역시 취한 걸까?
별안간 배시시 웃으면서 내 목을 핥고, 입술을 핥아왔다.
그 귀여운 몸짓에 대한 작은 답례로, 한 손을 밑으로 내려서 그녀의 약점, 균열 위쪽의 돌기를 건드려주었다.
“히잇……! 흣, 앗, 하아……! 좋아아……!”
“아하하, 헤롱헤롱해졌네. 귀여워라. 후우…. 사랑해, 메린…….”
한 팔로 그녀를 꽉 껴안고, 그녀가 흘리는 타액을 핥아 마시면서, 다른 손으로 그녀의 약점을 살살 귀여워해주었다.
격렬하게 그녀를 탐하는 대신, 온 몸으로 그녀를 안은 채, 내 사랑과 욕망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그녀에게 쏟아부었다.
“읏, 학, 하앗……!”
“후우…… 고마워, 메린. 사랑해. 정말정말 사랑해. 푹 쉬어.”
“하아… 하아아…….”
바들바들 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등을 토닥여주자, 그녀가 헤실 웃으며 품을 파고들어왔다.
내가 자신을 인정사정없이 험하게 다뤘다는 것 따위 전혀 모른다는 듯이.
……미안, 메린.
오늘 너무 힘들었지?
다음번엔, 아니 앞으로는 쭉 다정하게 안아줄게.
어쩌면 또 열등감 때문에 열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 사랑해줄 거지? 응? 사랑해주라.
알잖아?
나에겐 이제 너밖에 없어.
그러니 너만은 날 떠나지 말아줘.
부탁이야.
“……사랑해, 메린.”
내 웃음과 눈물을 모두 너에게 바칠게.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 목숨까지도 전부 네 거야.
그러니 너를 가지게 해줘.
네 곁에 있게 해줘.
널 사랑하게 해줘.
……너와 함께,
죽게 해줘.
새근새근 잠든 그녀를 토닥이면서, 마음 깊이 속삭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