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7화 〉 307화 : 네 손이 품은 건 희망이야 (1)
* * *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엘시아 사제가 바깥으로 막 나서는 게 보였다.
자연히 내 발걸음도 그녀를 따라 밖으로 향했고, 곧짐칸에 사람들을 잔뜩 실은 수레마차를 보게 되었다.
거기서 로나가 폴짝 뛰어내리는 걸 보니, 타고 있던 사람들은 전부 집에 머무르고 있던 주민들인 듯했다.
“야호~ 카엘 님! 별일 없으셨죠?”
“어.”
그다지 큰일은 없었지?
그냥 블루벨이 한바탕 땡깡을 피우다가 밖에 순찰하러 갔고, 테레지아가 도와달라면서 생떼를 부린 뒤에 위슨 배낭 속으로 들어갔을 뿐인데, 뭐.
이런 사소한 일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보다 주택가야, 주택가.
사람들이 짐칸에서 하나 둘 내리는 걸 보면서 기지개를 켜는 로나에게 물었다.
“어땠어?”
“갑옷 차림의 이족보행 물고기들이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어요. 그걸 병사들이 보는 족족 해치우고 있고요.”
로나가 귀를 막는 시늉을 하면서 대답했다.
무슨 원리인지는 몰라도, 종소리가 아직 큰 도움이 되고 있나보군.
이대로 순탄하게 일이 마무리되면 좋겠는데.
“아, 한두 마리는 벌떡 일어나서 손톱으로 할퀴려 들더라고요. 삼지창은 신경도 안 쓰고요. 참 희한하죠? 바로 근처에 떨어져 있었는데, 거들떠도 안 보더라고요.”
“괜찮았어?”
“네! 얘 성능도 시험해보고 좋았어요!”
“그래, 다행이네.”
……싸움 소감을 물은 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아무튼 다친 사람은 없었던 모양이다.
근데 삼지창이 있는데도 그냥 맨몸으로 달려들었다고?
쓰려고 들고나온 게 아닌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이름 모를 사제가 다가와서 물었다.
“로나 사제님, 바로 출발하시나요? 아니면……”
“바로 가야죠! 전 아무 문제없어요! 그럼 카엘 님, 다녀올게요!”
로나는 곧바로 쪼르르 달려가, 다시 짐칸에 폴짝 뛰어올랐다.
달그락, 달그락.
바퀴가 굴러가는 동시에, 은은한 빛의 막이 수레마차를 감싸는 게 보였다.
공격위협보다는 돌풍을 막기 위해 보호막을 펼친 것이리라.
“우우우우—"
또 다시 들려온 음산한 울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흠칫 떨었다.
저 놈은 꼭 내가 바깥에 나올 때마다 운단 말야.
꼭 두고 보자면서 벼르는 거 같아.
하, 그냥 포기하고 물러갈 것이지…….
한숨을 쉬자, 갑자기 한층 더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반사적으로 몸을 납작 엎드렸는데도 몸이 서서히 한쪽으로 떠밀릴 정도로 센 바람이다!
우와, 이거 안에 들어가 있는 게 나을 거 같은데!
거의 네 발로 기어가다시피 하며 문 안으로 들어간 순간,
쿠웅—!
콰직—!
“?!”
갑자기 굉음이 울리면서 땅이 진동하더니,엄청나게 커다란 물체가 내 눈앞을 휙 지나갔다!
뭐가 막 뭉쳐 있었는데, 그거 나무뿌리지?!
왠지 바닥에도 나뭇가지랑 잎이랑 흙이 막 흩뿌려져 있는 거 같고!
나무가 날아와서 땅을 때리고 간 거라면, 방금 그 굉음은 설마……?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쫙 올라오는 걸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나다를까, 예배당 여기저기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몸을 웅크린 채 덜덜 떨고 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굳은 확신이 들었다.
그 나무야.
어디 심겨져 있던 나무가 바람에 뽑혀서, 방금 신전을 때리고 날아간 거야!
“윽……! 문을 닫아요!”
“어어, 예!”
문지기를 서는 두 위병과 함께 신전 대문을 닫아버렸다.
희미하게 들리는 종소리 속에서, 쿠궁, 쿵, 하고 문이 두들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근처 집의 부스러기 같은 게 날아온 것이리라.
……조금만 늦었어도 안이 난리가 났겠구만.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두 걸음 걸어간 후,
“아.”
성검을 까먹고 그냥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잇, 젠장, 그거 아직 밖에 꽂혀 있는데!
돌겠네, 다시 주우러 가야 하나?
“……”
아니다. 메린이나 로나가 왔을 때 해보는 게 낫겠어.
아직 뽑힐 맘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헛수고하다가 파편 맞고 뻗을라.
누가 훔쳐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바람이나 실컷 쐬라고 하지, 뭐.
자꾸 불안하게 쿵쿵거리는 입구를 떠나, 예배당 안으로 들어섰다.
나도 모르게 올려다본 천장엔, 조금 전에 봤던 그 그림이 자리하고 있다.
날씨가 맑았다면, 햇빛이 창문으로 들어오면서 저 그림을 밝게 비추었겠지.
그러면 그림 중앙에 있는 빛이 환하게 빛났을지도 모르겠다.
이 어두컴컴한 날씨에도 은근히 빛이 나는 것 같은데, 맑은 날씨에는 얼마나 밝을까?
“……”
자연히 창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빗줄기만 찍찍 그어져 있고, 빛은 단 한 줄기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유리창이 덜덜 떨리고 있다.
지금도 작게 들려오는 종소리에, 아니면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며 웅성이는 소리에 묻혀서 들리진 않지만, 예배당의 창들이 모두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좋지 않은 예상을 하지 않으려 애쓰며, 나는 위를 향하던 시선을 내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긴 의자에 기대듯이 앉아서는 졸고 있는 위슨.
한쪽 구석에서 굵직한 줄을 열심히 당기고 있는 사제.
덜덜 떠는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엘시아 사제를 비롯한 신전의 사제들이 보인다.
그러다 곧 내 시선은 엘시아 사제에게 멈추었고, 그와 함께 아까 그녀가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서두르셔야 해요. 이 신전은 이제 안전하지 않아요.
비를 멈추게 하는 기도로는 돌풍을 막을 수 없다고 했지?
이번에는 그냥 나무였지만, 만약 바닷가에 매여 있던 배가 날아오기라도 한다면…….
“……”
그렇더라도 기도를 바꿀 순 없다.
퍼붓는 빗속에선 마차가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없어.
로나가 말했던 물고기 몬스터가 갑자기 달려들지도 모르고.
……그러고보니 블루벨은 괜찮나?
여전히 귓가에 꽂혀 있는 깃털에 손을 대고, 블루벨을 떠올리며 불러보았다.
[왜.]
곧바로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돌아왔다.
“바람이 세진 거 같아서. 괜찮아?”
[당연하지. 이만한 바람은 산에서 이미 겪었거든. 아~무 문제도 없어.]
“뭐 이상한 건 없고? 바닷가는 어때?”
[아직 가고 있어. 이제 부두 근처에 온 거 같은데……. 응?]
살짝 놀라는 소리와 함께, 블루벨의 목소리가 잠시 끊겼다.
뭔가 일이 생긴 건가 싶을 무렵,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뭐, 갑옷 입은 물고기가 달려드는 거 말고는 별 거 없는데? 아, 부두로 오는 길에 흙이 좀 쌓여 있더라. 거의 길을 막을 판이던데, 이거 그 꼬맹, 아니 위슨이 한 거지?]
“그렇겠지.”
위슨 녀석, 흙벽 쌓았었구나.
그래서 별 소용없을 거라고 했던 거군.
인어들의 발을 묶는 게 급하니, 돌보다는 흙으로 벽 여럿을 올려버린 듯했다.
어쩌면 흙 외에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돌로 했다면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지만, 물이 고여서 흘러 넘칠 테니까.
그랬다간 괜히 물난리만 심해졌겠지.
“돌벽은 어때?”
[멀쩡해. 으음…… 물이 맺혀 있긴 한데, 비 때문인지 새는 건지 구분이 안 간다. 그리고…… 어맛?!]
“뭐야뭐야, 왜 그래?!”
진짜로 화들짝 놀란 듯한 목소리라서, 나도 모르게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금방 블루벨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온 덕분에 도로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아씨, 깜짝이야!]
“내가 더 놀랬다! 하, 뭐였던 거야?”
[몰라, 그냥 갑자기 큰 소리가 나던데. 뭐지? 고래가 운 다음에 뭔가 울리던데. 올라가서 볼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진동 왔다며! 너무 위험해!”
[그럼 고개만 내밀지, 뭐. 이따 연락할게.]
뚜둑.
……무어라 할 새도 없이, 연결이 끊기는 특유의 소리가 들렸다.
나 참, 진짜 겁도 없네.
다시 불러봤자 대답 안 할 게 뻔하니,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쿠웅—!
“?!”
윽, 또야!
불현듯 커다란 망치가 벽을 때린 듯한 소리가 울려, 저절로 몸이 움츠려졌다.
“히이익!”
“흐에엥, 엄마아아!”
신전 곳곳에서 또 다시 불안에 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사제들이 또 다시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엔 뭐가 부딪쳤을까?
벽이 아직 끄떡도 없는 걸 보면 나무나 판자일 거 같긴 한데.
그리고 이 와중에, 위슨 녀석의 발이 팔걸이 바깥으로 삐져나와 있는 게 보였다.
아예 의자에 드러누웠구만?
가까이 가서 슬쩍 보니, 녀석은 모자로 얼굴을 덮은 채 진짜 자고 있었다.
와, 이 소란 속에서 잠을 자다니 대단한데?
“………”
다시금 위를 올려다보았다.
유리창이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강하게 떨다가, 차츰차츰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그러나 떨리는 것 자체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절대로 긴장을 놓지 말라는 것처럼, 미세하게 계속 진동하고 있었다.
어미새가 날개 아래에 제 새끼들을 품음 같이, 주의 날개를 우리 위에 펼치소서.
문득 알스 사제가 올리던 기도가 떠올랐다.
은근히 성질 있는 그 사제님은, 지금도 같은 기도를 올리고 있을까?
머릿속에 떠오른 소재 때문인지, 내 눈이 저절로 제단으로 향했다.
빛 모양을 새긴 조각상 앞에, 힐데 사제가 엎드려 있는 그 뒷모습이 보인다.
비를 막아달라는 기도를 하고 있을 그녀는, 무슨 말을 읊조리고 있을까?
쿵. 쿠웅.
“히잇!”
“으으!”
이제 사람들은 작은 울림에도 화들짝 놀라면서, 겁에 질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기도는 아마 이것이겠지.
“……당신의 백성을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이 안에 있는 사람들도, 바깥에 나가 있는 사람들도 모두.
조각상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리자마자, 갑자기 바깥 문이 쾅쾅쾅 크게 두들겨졌다!
아니, 모처럼 기도한 건데 반대로 이루어지다니 너무하는 거 아냐?!
쾅쾅쾅쾅쾅!
짧게 여러 번 울리는 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다.
꼭 누가 두드리는 거 같은데.
……아, 진짜 두드리는 건가?
메린이나 로나가 온 거야!
서둘러 문에 다가가 빗장을 풀려하자, 근처에 있던 위병들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내 팔을 붙잡았다.
“잠깐, 지금 이거 여시려는 거에요?!”
“수레마차가 왔을지도 모르잖아요!”
“그, 그렇긴 하지만……!”
“안 도와줄 거면 물러나세요!”
……발끈해서 말하자마자 위병들이 뒤로 물러났다.
아니, 어이가 없네.
짧게 한숨을 쉰 후, 빗장을 마저 풀고서 문고리를 쭉 잡아당겼다.
“으윽……!”
으으, 거 더럽게 안 열리네……!
바람 때문인가?
아니, 원체 문이 무거워서 그런 거겠지.
이를 악물고 문고리를 당겼다.
꼭 아까 성검 뽑으려고 용쓰던 기분이야.
그래도 그 웃긴 검에 비하면 이 문이 훨씬 낫지.
엄청나게 무거워서 그렇지, 내 뜻대로 열려주고 있었으니까.
끼이이익—
육중한 소리와 함께 벌어진 틈으로 바람이 들어왔다.
머리카락이 마구 휘날리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휘이이잉 하는 세찬 바람소리와 함께,
턱!
“……!”
문 틈으로 갑자기 가느다란 손가락들이……!
………아니, 메린 거잖아.
어이씨, 놀래라. 하마터면 문고리 놓칠 뻔했네.
이내 문이 홱 열리며, 메린이 서늘한 얼굴로 서 있는 게 보였다.
마차에 타고 있었을 위병들이 신전 안으로 뛰어들어간 후, 메린은 얼굴을 홱 찌푸리면서 나에게 이마를 바짝 들이대었다.
“야, 이 자식아, 왜 이렇게 늦게 열어주냐?! 빗장은 갑자기 왜 걸고 지랄이야!”
“아니, 문이 무거워서 그런 걸 어쩌라고. 그리고 빗장 걸어놔야 돼. 지금 바람 장난 아니란 말야.”
“사실 쫄아서 늦게 열어준 거지? 엉?”
“아니거든! 다들 돌풍인 줄 알고 안 열려는 걸 나 혼자 끙끙대며 겨우 열었구만!”
“아, 그래? 그랬구나~ 혼자 힘냈구나~ 어이구, 장하다, 장해~”
메린은 그렇게 뒷말을 쭉쭉 늘리면서, 덤덤한 표정으로 내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뭐지? 기분이 이상해.
머리 만져지는 건 좋은데, 어째 바보 취급당하는 거 같아.
하지만 그 찜찜함도 곧 사라졌다.
메린의 얼굴을 보니, 그녀가 무사히 협곡 바깥까지 다녀왔다는 게 이제 실감이 나면서 살짝 안도할 수 있었다.
조금 전에 신전 안으로 들어간 위병들의 표정도 딱히 어둡지는 않았다.
첫 번째 왕복은 순조롭게 끝난 것이리라.
“별 문제없었…… 윽?!”
말을 거는 순간, 그녀의 뒤쪽에서 무언가 이리로 날아오는 게 보였다!
뭐야, 저거?!
마치 생선처럼 생긴 저 형체……
배잖아?!
젠장, 빨리 안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다리가 안 움직여!
“엉? 왜…… ……!!”
내 표정을 보고 이상을 눈치챈 그녀가 곧바로 뒤를 돌았다.
그런 뒤, 즉시 몸을 낮추면서 허리춤으로 손을 움직이는 게 보였다.
이 녀석, 설마……!
“잠깐, 메린……!”
황급히 손을 뻗었다.
그러나 간발의 차로 닿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그녀를 붙잡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게 메린은 자신을 으깨려 날아오는 거대한 그림자를 향해 달려들었고,
“……!”
나는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그저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콰직—!
우드득—!
……말도 안 돼.
두 번의 일섬.네 개의 토막.
땅에 부딪쳐선 산산조각 나는 선체.
그대로 바람에 갈기갈기 찢기며 날아가는 나무 조각들.
그리고 그 파편들과 함께 공중을 날다가, 덜 부숴진 선체를 발판삼아 이쪽으로 도약하는 메린.
……믿을 수 없다.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똑똑히 보았는데도,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쏜살같이 날아온 그녀가, 아직도 땅에 박혀 있는 성검의 칼자루를 잡고 한 바퀴 돈 다음 멈추는 걸 보면서도,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저게…… 저게 진짜 가능한 거야?
인간의 몸으로 정말 이렇게 움직일 수 있다고?
얼굴에 생채기도 하나 없이, 날아오는 배를 쪼개버릴 수 있단 말야……?
아무리 이 녀석의 몸에 드래곤의 정수가 담겨 있다고 해도 그렇지…….
“어휴, 깜짝이야. 그러네, 저거 보니 문 닫아놓아야 할 거 같다. 그래도 누가 왔는지 봐야 하니까, 문에 구멍 좀 뚫어놓을까?”
검을 거두면서 태연하게 묻는 그녀에게 멍하니 물었다.
“너……… 괜찮아……?”
“어. 멀쩡해. 그래서 뭐 물어보려 했냐?”
태평하게 기지개를 켜면서 묻는 그녀의 모습에 말문이 막혀 있는데,
“오, 창조주시여…… 봤어요?”
“봤어요, 봤어! 세상에, 어쩜……!”
“말도 안 돼, 어떻게……?!”
뒤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하나 둘 들려오더니,
“엄마엄마, 엄마도 봤어?! 저 누나가 뛰어나가니까 막 부숴졌어!! 우와아, 굉장해!”
“사제님! 저 언니에요?! 창조주님이 우릴 지키라고 보내주신 분?!”
“아아, 신께서 우릴 버리지 않으셨어……!”
곧 경탄 섞인 외침이 되어 마구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잔뜩 고양된 얼굴로 이쪽, 정확하게는 메린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놀라움. 경악. 감탄.
……그리고 희망.
그 빛이 담긴 눈으로 그녀를 보면서, 사람들은 모두 열띠게 환호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불안과 두려움에 떨던 것도 전부 잊은 채.
……처음이야.
메린이 말도 안 되는 힘을 발휘했는데도, 누구 하나 무서워하지 않고 있어.
겁에 질려서 뒤로 주춤거리지 않고, 오히려 가까이 다가오고 싶어서 안달내고 있어!
질겁한 신음이 아니라, 탄성을 내지르고 있다고!
벅차오르는 기쁨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꾸욱.
갑자기 내 옷이 꽉 쥐어졌다.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보니, 메린이 나에게 바짝 붙은 채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이내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자, 두 주홍빛 눈동자가 불안과 혼란으로 마구 흔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이 무슨 모순이란 말인가?
잔뜩 겁에 질려 있던, 어쩌면 그중엔 절망까지 하고 있던 사람들은 지금 환호하고 있다.
날아오는 배를 아무런 두려움 없이 썩둑 조각내버린 메린은, 사람들의 반응에 당황해서 지금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다.
진짜 말 그대로 극과 극이로구만.
쓴웃음을 지으며, 가만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