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8화 〉 308화 : 네 손이 품은 건 희망이야 (2)
* * *
생전 처음 접하는 건, 그게 얼마나 좋은 것이든지 일단 꺼림칙한 기분이 먼저 들기 마련이다.
그 미지에 대한 공포는 나이를 먹고 머리가 틀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어릴 때에 이런저런 경험을 하라고 하는 거겠지.
그래도 메린은 워낙 덤덤하니 그런 압박을 느끼지 않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딱히 그렇지도 않은 듯했다.
당혹감에 찬 얼굴로 나에게 찰싹 들러붙어 있다가, 느닷없이 계단으로 휙 빠져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계단에 쪼그려 앉아서는, 바깥에서도 안 쓰던 후드를 푹 눌러썼다.
……쑥스러워하는 건가?
아니면 너무 당황해서 일단 숨고 싶어진 걸까?
슬쩍 고개를 돌려 예배당 안을 보았다.
메린이 숨어버려서 이제 환호성은 들리지 않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들떠 있다.
어머니가 아무리 달래도 훌쩍이던 아이는 까르륵 웃고 있고, 사색이 되어가던 사람들의 얼굴엔 이제 그늘 한 점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일부는 위병의 안내를 받으며 수레마차를 타러 나가고 있었고, 자연히 우리 앞을 지나쳐 갔다.
예배당을 빠져나와 대문으로 나가는 사람들마다,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계단을 빤히 쳐다보았다.
위병이 계속 재촉하는 터라 발걸음을 멈추진 않았지만,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었다.
분명 저 사람들은 짐칸에 타서는 두근두근 설레어 하고 있을 거다.
메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고 말야.
이야, 사람 인생 어떻게 될 줄 모른다더니.
설마 메린이 이런 귀한 대접을 받는 걸 보게 될 줄이야!
근데 정작 당사자는 쭈그러져 있단 말이지…….
“메린, 거기 있지 말고 이리 와.”
“……”
불러보았지만 요지부동이다.
아니, 고개를 더 푹 숙여버렸다.
음…… 어째 상심해하는 거 같은데?
누가 보면 아까 날아온 배 때문에 사람들이 죽은 줄 알겠어.
메린에게 다가가, 몸을 낮추어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고서 물었다.
“왜 그래? 기분 안 좋아?”
“……”
“힘써서 피곤해? 조금 쉬었다 갈래?”
무려 날아오는 배를 토막내버리고, 공중에서 도약하며 휘몰아치는 돌풍을 뚫고 돌아왔다.
보통 움직임이 아니었으니 뒤늦게 반동이 온 건지도 몰라.
하지만 그녀의 고개는 좌우로 움직였다.
그런 뒤,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상해. 고개를 못 들겠어. 다들 못 보겠어. 뭐야? 다들 왜 저러는 거냐? 왜 웃는 거야? 내가 또 이상한 짓한 거냐?”
“반대야, 반대. 네가 엄청 대단한 일을 해서 다들 놀라고 있는 거야. 너한테 고마워하고 있기도 하고.”
“고마워한다고……?”
“신전으로 날아오는 배를 없애줬잖아. 네 덕분에 무사하다고 고마워하고 있어.”
“……”
메린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가 문제인 거지?
‘사람은 도움을 받으면 고마워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텐데?
“저, 저기……”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몸을 살짝 돌렸다.
두툼한 천갑옷에 서코트를 걸친 위병이 복도에 홀로 서서, 난감하다는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의 주변엔 아무도 없고, 예배당에서 나오는 사람도 하나 없다.
수레마차가 떠날 채비를 다 마쳤다는 걸 바로 깨달았다.
근데 이걸 어쩐다?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메린을 돌아보았다.
위병이 왜 말을 걸었는지 알고 있을 텐데, 메린은 여전히 얼굴을 구긴 채 쪼그려 앉아서는 일어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평소라면 이 녀석의 마음을 풀어주는 걸 우선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안 돼.주민들의 피난이 우선이야.
마음 독하게 먹고 메린을 보내야 돼!
나는 그녀의 양 어깨를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메린, 출발할 때 됐어. 너 가야 돼.”
“……꼭 내가 가야 돼? 블루벨 있잖아. 협곡을 지날 때 물만 좀 많이 맞을 뿐, 별다른 건 없어. 그 엘프가 가라고 해.”
“블루벨은 지금 바닷가 쪽 살피러 가고 없어. 지금 갈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그때, 귓가에서 우우웅 하는 진동이 느껴졌다.
연락용으로 꽂혀져 있는 파랑새의 깃털이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바닷가, 그 중에서도 부두 쪽 돌벽에 있을 블루벨이 무언가 본 게 틀림없어.
……하지만 메린을 보내는 게 더 먼저다.
피난민들을 빨리 옮겨야 하니까.
웅웅 울어대는 깃털을 무시하려 애쓰며 메린에게 말했다.
“메린, 너도 알잖아. 지금 빨리빨리 움직여야 하는 거. 기분 안 좋아도 참고 다녀와줘. 응?”
“…………”
그녀는 험악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가 곧바로 다시 다물었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흔든 뒤, 눈썹을 찡그린 얼굴 그대로 나를 보면서 물었다.
“……여기 있을 거지?”
“어.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그동안 블루벨이 돌아와 있으면, 다음엔 널 대신해서 보낼 테니까 한 번만 더 힘내줘. 응?”
후드 속에 숨은 뺨을 어루만지며 다독이자, 그녀가 조금 뜸을 들인 후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어섰다.
이내 무거운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바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탐탁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밖에 나가주는 게 어디인가?
속으로 가슴을 쓸며 안도하는 순간, 갑자기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검을 뽑았다.
뭐하냐고 물을 틈도 없이, 메린은 안쪽으로 활짝 열려 있는 대문 위쪽에 검을 대고 휙휙 그었다.
그런 뒤, 벙벙해하는 나를 힐끔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구멍 냈으니까, 보고 제깍제깍 열어라.”
“아, 넵. 잘 다녀오십시오.”
나도 모르게 깍듯이 인사해버렸다.
그런 내 모습엔 일절 흥미도 없다는 듯이, 메린은 고개를 홱 돌려버리곤 다시 터벅터벅 걸어나갔다.
후드를 꾹 눌러쓴 채로.
“……”
……좀 걱정되네.
메린이 마차에 타는 즉시, 짐칸에 있던 사람들이 들뜨기 시작할 텐데.
출발하면 다시 긴장들 할 테니, 수레마차가 달리는 중엔 아무도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착한다면…….
음, 역시 한 마디 해두는 게 좋겠어.
나는 메린을 따라 밖으로 나가려는 위병을 붙잡고서 신신당부했다.
“협곡에 도착하거든, 사람들이 메린에게 붙지 않도록 해주세요. 저 녀석이 뭘 하건 그냥 두시고요.”
“예? 아, 예, 알겠습니다.”
의아해하는 낌새가 엿보인 것도 잠시, 위병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서 문을 나섰다.
뒤이어 말발굽과 바퀴가 힘차게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들리길래, 나는 두 위병과 함께 대문을 닫기 시작했다.
완전히 문이 닫히기 전, 혹시나 싶어서 바닥에 꽂혀 있는 성검의 검자루를 슬쩍 당겨보았다.
……여전히 꿈쩍도 안 하네.
그래, 맘대로 해라, 이 자식아.
평소엔 맨날 틀어박혀 있었으니, 기왕 나온 거 바람이나 실컷 쐬어라.
난 들어갈란다!
콧방귀를 뀌면서 대문을 세게 닫고 빗장을 쾅 걸어버렸다.
나 참, 저 놈의 검이 왜 저러는지 누가 속 시원히 말이나 해줬으면 좋겠어.
한숨을 푹 쉰 후, 나는 메린이 내고 간 구멍을 가리키며 두 위병에게 말했다.
“이거 덕분에 바람 통하게 됐으니, 안이 좀 추워질지도 모르겠어요. 두 분은 예배당 안에 들어가서 문 닫고 계세요. 잠그진 마시고.”
“네? 용사님은요?”
“여기 지키고 있어야죠. 마차가 오면 예배당 문 열고 부를 테니 그때 나오세요.”
“아, 예. 알겠습니다.”
위병들은 곧장 예배당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문이 굳게 닫히면서 나 홀로 복도에 남겨지게 되었다.
들리는 소리라곤 바깥 출입문의 구멍에서 나는 바람소리와, 그에 섞여서 조용히 울리는 종소리뿐.
비교적 조용한 곳에, 그것도 간만에 혼자 있게 되었다.
그 사실에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끼며 계단에 털썩 앉았다.
“……”
후우우웅, 메린이 낸 구멍에서 바람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 눈 만한 크기밖에 안 되는 구멍을 통해 이 공간을 식히려면, 얼마나 많은 바람이 여길 들어와야 할까?
아무리 지금 폭풍 때문에 공기가 차가워져 있다 해도, 이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우려면 하루로는 부족할 터.
그럼에도 예배당 문을 닫으라고 한 건, 그저 내가 사람들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람을 핑계 삼아, 사람들이 나에게 메린에 대해 물으러 오는 걸 막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가 나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는 걸 다들 봤으니, 예배당에 있으면 하나 둘 모여 들게 뻔해.
하지만 내가 여기 있으면, 바깥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무릅쓰면서까지 캐물으러 오진 않을 거다.
호기심 앞에선 무서울 게 없는 꼬마애들도 위병들이 알아서 막겠지.
우우웅—
그때, 깃털이 다시 울리는 게 느껴졌다.
아, 맞다. 블루벨. 깜빡하고 있었네.
황급히 깃털에 손을 대자, 곧바로 앙칼진 목소리가 귀를 찔렀다.
[왜 아무도 대답을 안 하는 거야!! 역시 나 버린 거냐, 이 개새끼들아아!!]
“아으, 귀청 떨어지겠네! 버리긴 누가 버렸다 그래, 안 그런다니까!”
[뭐야, 카엘이야?! 야, 이 나쁜 새끼야, 왜 이렇게 늦게 받아!! 사람 밖에 내보내놓고 낮잠이라도 퍼질러 잤냐?!]
삐이이—
귓속이 징징 울리는 느낌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어으, 마을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주변에 아무도 없나봐.
그러니 이렇게 꽥꽥 소리를 질러대지!
하지만 그걸 뭐라고 할 순 없었다.
어쨌든 연락을 씹은 건 사실이니까.
나는 한숨을 푹 쉬면서 블루벨에게 말했다.
“그런 거 아냐, 여기도 좀 일이 있어서 못 받았을 뿐이지. 어쨌든 미안해, 사과할 테니까 화 풀어.”
[거기에 일이 있을 게 뭐 있어! 일부러 나 골탕먹이려고 안 받은 거 아냐?!]
“사람을 뭘로 보는 거야, 이 할망구야! 그런 거 아니라니까!”
나는 이 심각한 인간불신을 앓고 있는 할망구에게, 조금 전에 일어났던 일을 전했다.
블루벨은 내 말이 끝나고서도 한동안 조용히 있더니,
[말도 안 돼.]
멍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못 믿겠지? 괜찮아, 난 직접 봤는데도 안 믿기거든. 근데 진짜 있었던 일이야. 여기 사람들도 다 봤어.”
다 본 건 아니구나. 한 놈은 자빠져 자고 있었으니까.
아아, 위슨 녀석, 혼자서만 굉장한 볼거리를 놓쳐버리다니 가엾기도 하지.
[아니야, 카엘. 그거 진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뭐, 일반적으론 있을 수 없긴 하지.”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 어어, 그래, 메린이 문제가 아니야. 배가 그리로 날아갔다는 게 이상하다고!]
“왜? 바람이 꽤 세니까 불가능한 것도 아니잖아. 댁은 직접 밖에서 겪고 있으니 알 거 아냐.”
처음에 나무가 날아왔을 때도 꽤 바람이 심했다.
몸을 낮추었는데도 바람에 밀려갈 정도로 세게 불었는데, 뭐.
게다가 배는 부두에 매여 있고, 지금 그 근처에서 폭풍고래가 날뛰고 있는 거다.
놈이 만드는 커다란 파도 때문에 배가 살짝 공중에 떴고, 하필 그때 돌풍이 불어서 배를 돌벽 너머로 날린 거겠지.
좀 억지스러운 것 같기도 하지만, 검을 휘둘러서 배를 쪼개버리는 사람도 있는 마당에 뭔 일인들 없을까?
그러나 현장에 나가 있는 블루벨의 생각은 완전히 다른 듯했다.
그녀는 심각한 목소리로 단언하듯이 말했다.
[아니야, 카엘. 그렇게까지 센 바람은 안 불고 있어. 배도 없고.]
“뭐……?”
[배가 없다고. 하나도 없어. 부두에도 없고, 마을 안에 떨어져 있는 것도 없어. 메린이 쪼갰다는 그 한 척 외에는 어디에도 없다고. 내가 높은 데서 봤으니까 확실해.]
등골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이 난리가 벌어지기 전에, 부두에는 몇 척의 배가 매여 있었다.
아무리 그 고래가 돌진했다고 해도, 개중 두세 척은 놈이 일으킨 물살에 떠밀려 갔을 텐데.
그런데 배가 없다고?
아니, 마을 안에 떨어져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그럼 아까 그건 어디서 날아온 거야?
[그거 말고도 또 있어. 근데 그건 돌아가서 말해줄게. 일단은 나 좀 도와줘.]
“왜, 뭔 일 있어?”
[발 삐었어.]
“………”
대앵—
묵직한 종소리가 들렸다.
이 신전 종탑 소리라고 하기엔 머릿속이 너무 멍하다.
아무래도 누가 내 머리를 종 대신에 한 대 쳐버린 듯했다.
[왜 갑자기 말이 끊겨? 들었어?! 발 삐었다고!]
“아니, 어쩌다가…… 맞다, 돌벽 올라간다고 했었지? 설마 거기서 떨어졌냐?!”
[………응.]
“아잇, 진짜! 그러니까 올라가지 말라고 했잖아! 딴 데 또 다친 덴 없어?!”
[없어요…….]
완전히 주눅이 든 목소리로 우물우물 대답하는 블루벨이었다.
근데 진짜 돌아버리겠네.
이 할망구를 어떻게 데려온다?
수레마차를 보낼 수도 없고, 내가 직접 갈 수도 없잖아.
결국 위슨밖에 없는데, 지금 자고 있잖아.
말이 자는 거지, 실상은 뻗어 있는 거 같던데.
하…… 그래도 어쩌겠어? 깨워야지.
대가는 나중에 블루벨에게 직접 받으라고 하지, 뭐.
[카엘……? 저기, 왜 또 조용해졌어? 생각 중인 거지? 부상병은 짐만 된다고 버리려는 거 아니지, 그렇지?!]
“안 버린다니까 참 말 안 듣네. 잠깐 기다려, 위슨 깨워야 되니까.”
[아앗, 아니에요, 깨우지 마요.]
“?!”
갑자기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중간에 끼어들어왔다!
뭐야, 이거 누구야?!
놀라서 말문이 막혀 있는데, 그 정체 모를 목소리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위슨은 지금 기력 보충해야 되거든요. 쉬게 둬요, 카엘.]
“아, 예…… 근데 뉘신지……”
[으응~? 히힛, 카엘도 차암! 저에요, 테라! 아, 이렇게 말하는 건 처음이던가요? 히히, 뭔가 신선하네요~]
누구인가 했더니 위슨의 정령 중 하나인 늑대였다!
평소엔 가냘픈 여자애 같은 목소리였는데, 깃털을 통해서는 훨씬 더 성숙한 여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와, 이렇게나 목소리가 바뀌는 거야?
[아, 평소에는 힘이 제한된 형태로 밖에 나가는 거거든요. 쉽게 말해, 조금 어려져서 나간답니다. 그래서 그럴 거에요.]
“그렇구나. 진짜 깜짝 놀랐어. 아, 근데 블루벨이 지금……”
[알아요. 다 들었어요. 저희는 밖에 나오지 않을 때엔, 위슨의 안에서 하나의 의식으로 뭉쳐져 있어요. 지금 이거 에코의 능력으로 연락하는 거잖아요? 에코는 위슨과 연결되어 있고요. 자연히 다 듣게 된답니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블루벨이 발을 삐었다는 걸 들었다는 이야기 같았다.
늑대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계속 말을 꺼냈다.
[걱정 말아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어, 그건 고마운데…… 위슨이 없으면 밖에 나오기 힘들지 않아?”
[괜찮아요~ 에코가 꺼내줄 거에요. 안 해준다고 해도, 카엘의 부탁인데 당연히 힘을 써야죠!]
[어이구, 완전히 길들여졌구만.]
파랑새가 끼어들면서 툴툴거리는 말에, 늑대는 그저 헤헤 웃기만 했다.
이상하네, 나 딱히 길들인 적 없는데…….
[야, 테라야, 너 꼬신 적 없다는데?]
[없지요~ 카엘은 일부러 누구 꼬드기고 그런 사람 아닌걸요~]
[개 종류 형태라고 진짜 개가 됐네. 아무튼 내가 테라 꺼냈으니, 곧 성가신 귀쟁이를 데리고 돌아올 거다. 어휴, 누가 변태 아니랄까봐, 얼마나 욕 먹고 싶었으면 발을 삐냐?]
[내가 뭐 일부러……!!]
뚜둑.
분기에 찬 블루벨의 말이 어떻게 끝났을지는 아무도 모르게 되었다.
연결이 끊기는 바람에, 그 이상 아무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
파랑새 녀석, 진짜 사람 약올리는 재주 하난 끝내준다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한숨을 푹 쉬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