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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322화 (322/475)

〈 322화 〉 312화 : 바다에서 올라온 무언가 (1)

* * *

민머리 생물체는 창문으로 불쑥 고개를 내민 채 흐느적거렸다.

저 아래에 몸뚱이가 있다면, 놈은 지금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움직임을 보니 어째서인지 몸에 소름이 돋았다.

뒷덜미를 진득하게 쓸고 지나가는 불길한 예감에, 나도 모르게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저건 인어가 아니야.

이유 모를 확신이 머릿속에 꽂히며 몸에 긴장이 돌았다.

참치 년, 아니 왕녀 옆에 있던 호위병도 촉수를 주렁주렁 달고 있긴 했다.

하지만 저건 그 호위병의 친척 같은 게 아니야.

민둥민둥한 대가리도, 그 아래에 수염처럼 달려 있는 촉수들도 썩은 이끼가 떠오르는 검녹색으로 되어 있다.

눈처럼 생긴 부분만 호박빛으로 번뜩이는 것도 그렇고, 대가리가 이리저리 흔들릴 때마다 촉수들이 그에 따라 움직이면서 꾸물대는 게 상당한 불쾌감을 주고 있었다.

……저딴 게 인어일 리가 있나?

저건 근본부터 다른 생물이다.

본능적인 직감이 그렇게 고하고 있었다.

뭔지는 몰라도 막아야 돼……!

속으로 나 자신에게 소리치며 등을 돌리려는 순간,

“끄르르……”

흐느적거리던 대가리가 우뚝 멈추었다.

놈의 눈이 어딘가에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자, 굵직한 줄을 쉬지 않고 당기고 있는 사제가 있었다.

사제는 창문에 뭐가 나타났건 말건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쳐든 채 줄을 당겼다가 원 위치로 돌려놓고, 또 곧바로 줄을 당기는 식으로 종탑의 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었다.

……설마 저 놈, 종소리를 끊으러 온 건가?!

주택가를 도는 게 아직 끝나지 않았어.

게다가 마을 안에 침범해온 인어들을 다 소탕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종은 계속 울려야 돼!

난간을 붙잡은 채로 재빨리 소리쳤다.

“못생긴 면상 저리 치워, 대머리 새꺄!”

“끄롸아아아—!”

도발의 효과는 굉장했다!

놈이 곧바로 나를 향해 눈을 부릅뜨면서 포효하더니, 수염처럼 달려 있던 촉수가 화살처럼 휙 날아왔다!

“우와!”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굴려서 피했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내가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에 검녹색 촉수 세 가닥이 꼿꼿하게 박혀선 꾸물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윽, 징그러워……!

스르릉!

서걱!

곧바로 메린이 검을 뽑아 그 촉수들을 썩둑 잘라버렸다.

툭 끊어진 촉수가 뒤로 날아가며, 붉은빛 단면에서 노란색 체액을 마구 뿜어내기 시작했다.

바닥에 박힌 채 남겨진 촉수들도 체액을 뿜으며 바닥을 노랗게 적시고 있었다.

행여나 독일지도 몰라 몸을 피했는데, 다행히 냄새가 고약하다는 걸 빼면 별 해악은 없는 듯했다.

“끄르으으으……!”

쿵! 쿵! 쿠우웅!

들끓는 듯한 소리와 함께 신전 벽이 마구 두들겨졌다.

그러나 아직 깨지지 않은 창문에만 조금씩 금이 갈 뿐, 벽은 여전히 한치의 구멍도 나지 않고 견고히 서 있었다.

……아무리 튼튼하게 지어졌다고 해도 그렇지.

발이 들썩일 정도의 충격인데, 천장에서 흙덩이 하나 떨어지지 않는다고?

지금 제단 앞에서 힐데 사제가 올리는 건 비를 막는 기도이지, 이 신전을 지키는 기도가 아닐 텐데?

아무튼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민머리 촉수생물체를 해치워야 한다.

일단 칼에 베이면 잘려나가는 거 같으니, 방금처럼 메린이 녀석을 조각조각 낸다면……

“우와, 카엘! 저거 봐! 갈라지고 있어!”

“엉? 갈라지다니 뭐가…… 히익?!”

녀석이 가리키는 곳을 보자마자 등골이 섬찟해졌다.

……정말로 갈라지고 있다.

바닥에 박힌 채 노란색 체액을 뿜어내던 촉수 세 가닥이,

두 갈래, 세 갈래로 각자 쩌억쩌억 쪼개지고 있었다!

이윽고 새로 생겨난 촉수들로 바닥을 짚으면서 제 몸뚱이를 뽁 빼내기 직전, 메린이 매서운 기세로 뛰어가서 놈들을 집어 빼더니, 죄다 아래층을 향해 내리던졌다.

쿠웅!

콰직!

긴 의자들이 부숴지면서 흙먼지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메린은 그 모습을 날카롭게 지켜보더니, 이내 혀를 짧게 차면서 계단을 향해 내달렸다.

……한 놈도 안 죽은 거야. 틀림없어.

그렇게 확신하며, 나 역시 메린의 뒤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가, 예배당으로 이어지는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한쪽 벽 구석에 사람들이 공포에 질린 채 모여 있는 게 보인다.

그들을 가리듯이 앞에 선 사제들은 비교적 침착했지만, 역시 긴장이 잔뜩 서려 있었다.

소란스럽게 들어갔는데도, 우리 두 사람에게 시선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일제히 어느 한 곳을 지켜보느라 그럴 겨를이 없는 듯했다.

그 시선을 따라가자마자, 내 얼굴이 저절로 찌그러지는 게 느껴졌다.

출입문 기준으로 신전의 1/3 정도 되는 지점에, 검녹색 촉수덩어리 셋이 부숴진 긴 의자들 틈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종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을 텐데, 어째서인지 질척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보다 끄륵끄륵거리는 소리가 소름 끼쳐서 돌아버리겠어……!

바닷가에서 맡았던 것보다도 훨씬 더 진한 비린내.

수풀 같은 게 여기저기 붙어 있는 몸뚱이가, 점성이 있는 듯한 녹빛 액체를 흘리면서 흐느적거리는 모습.

……불쾌한 냄새와 기분 나쁜 움직임이 만드는 그 환장스러운 조화는, 내 속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치밀어오르는 구역질을 애써 삼키며, 나는 제자리에서 몸을 이리저리 흐느적거리고 있는 세 촉수덩어리를 노려보았다.

“야, 카엘, 어쩌냐? 자르면 분열되는 거 같은데.”

“태워, 등신들아.”

불현듯 들려온 심드렁한 목소리.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위슨이 기지개를 켜면서 우리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아직 잠이 덜 깬 건지, 아니면 이 상황이 그에겐 그다지 심각한 게 아닌 건지, 위슨은 태평하게 하품을 하면서 어깨 위의 파랑새를 가리켰다.

방금 그 말은 파랑새가 자의적으로 한 거라는 뜻이리라.

“잘라서 분열된다면 그냥 태우면 되지. 새까맣게 구워버리자고.”

“그러다 여기에 불이 나면?”

“안 나게 하면 되지.”

파랑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위슨이 허리춤에서 병 하나를 꺼내어 바닥에 내려쳤다.

이윽고 뭉게구름 같은 연기가 올라오더니 스라소니의 모습을 빚었다.

평상시보다 약간 더 커진 덩치에,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귀와 꼬리.

힘을 한 단계 더 해방한 모습으로 불러낸 걸 보면, 위슨 역시 저 놈들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모양이었다.

위슨이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면서 놈들을 가리키자, 스라소니가 곧바로 시뻘건 불꽃을 뿜어냈다.

본래라면 바닥과 주변 의자에도 불이 붙어야 할 텐데, 스라소니의 불꽃은 촉수덩어리들만 휘감고서 활활 타올랐다.

역시 불의 정령이구나.

그렇게 속으로 감탄한 순간,

“……허?!”

촉수들이 불꽃 속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게 보였다.

마치 입을 벌리는 것처럼, 놈들의 중앙이 쩌적 갈라지고 벌어지더니,

푸슈욱—

그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와선 놈들의 앞에 철푸덕 떨어졌다!

아주아주 약간 몸집이 작아지긴 했지만, 겉모습은 지금 활활 타고 있는 촉수덩어리와 완전히 똑같았다.

새로 태어난 촉수덩어리들이 몸을 펴자, 불에 타고 있던 것들은 그대로 녹아내리며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을 벙벙히 쳐다보는 우릴 비웃듯이, 놈들이 촉수를 들어올리고 좌우로 흔들흔들 흐느적거렸다.

“소용없는데?”

“그러게.”

“이제 진짜 어쩌냐?”

우리가 툭 던진 말을 들었다는 듯이, 놈들은 꾸르르 하는 소리를 내며 바르르 떨었다.

그러다 자신들끼리 한데 뭉치더니, 갑자기 서로 뒤엉키면서 물어뜯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 소름 끼치는 광경을 보는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저 놈들이 왜 갑자기 저런 광증이 난 건지 알 것 같았다.

틀림없어.

저 새끼들, 숫자를 늘릴 작정이야……!

이런 망할, 이걸 어쩌지?

불은 통하긴 통하는 거 같은데, 완전히 죽기 전에 새로운 놈을 뽑아내니 소용없어.

아마 독으로 녹인다고 해도 똑같을 거야.

핵 같은 급소를 찾아서 터뜨리는 게 가장 좋을 텐데, 급소가 어디 있는지 알 턱이 있나……!

“흠, 그냥 얼릴까?”

“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서 위슨을 쳐다보자, 녀석이 여전히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마 죽지는 않겠지만, 저딴 식으로 지랄하진 않을 거다.”

“움직이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내 말에, 위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죽이는 건 포기하고, 그냥 움직임만 묶는다.

그걸로 만족해야 하나?

………당연하지, 지금 당장 다른 방법이 없는데!

곧바로 위슨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그래, 그냥 얼려버리자!”

“오냐.”

맥 빠지는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위슨은 손가락을 퉁겨 스라소니를 돌려보낸 후, 허리춤에서 또 다른 병을 꺼내어 던졌다.

이번에 나타난 건 거북이의 모습을 한 물의 정령이었다.

거북이는 느릿하게 두 눈을 한 번 꿈뻑거린 후, 말없이 입을 쩌억 벌렸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 작은 물방울 세 개가 나오더니, 아직도 뒤엉켜있는 촉수덩어리들을 향해 둥실둥실 날아갔다.

……아니, 너무 느린 거 아냐?

놈들이 서로의 사지를 한 조각이라도 떨어뜨리면 다시 쏴야 할 텐데?

“………”

느릿느릿.

둥실둥실.

비누방울도 저거보단 더 빨리 날아가겠다…….

속이 답답한 걸 넘어서 정신이 멍해지는 여유로움이었다.

그렇게 태평하게 날아간 물방울들이, 마침내 촉수덩어리 각자에게 닿은 순간,

드득.

드드득.

곧바로 놈들을 감싸면서 하얗게 굳혀버렸다!

거리가 약간 떨어져 있는데도, 몸이 살짝 떨릴 정도의 냉기가 느껴진다.

촉수덩어리들의 발치에 흥건히 고여 있던 질척한 액체까지도 꽁꽁 얼어서는, 불빛을 반사하며 매끄러운 광택을 자랑하고 있었다.

……속 터지기 직전까지 느릿~하게 날아가더니, 막상 닿으니까 일은 후딱 끝내버리네.

어쩐지 뿌듯해하고 있는 듯한 거북이의 뒷모습을 보며 위슨에게 물었다.

“야, 속도가 왜 이렇게 극단적이냐? 중간으로 하면 안 되는 거야?”

“중간은 재미없잖아. 기왕 할 거면 끝을 노려야지.”

“뭔 개소리야…….”

아무튼 상황은 일단락된 듯했다.

이제 밖에 나가서 그 민머리 생물체를 처리하면 되겠지?

거북이가 그것도 얼릴 수 있을까?

마치 눈을 조각한 것처럼 하얗게 얼어버린 촉수덩어리들을 보면서 생각하고 있는데, 돌연 메린이 나와 위슨을 붙잡고서 뒤로 크게 뛰었다.

바로 뒤이어,

콰앙!

큰 소리와 함께 구석에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징징 울리는 머리를 세차게 흔든 후 고개를 돌리자, 방금까지 줄을 당기면서 종을 치던 사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그 자리를 향해 검녹색 촉수가 뻗어져 있었다.

조금 전에 메린이 잘라버린 그 굵직한 촉수들이다!

그러나 깨진 창문에는 그 민머리 생물체의 대가리가 보이지 않는다.

창 밖에서 촉수만 길게 뻗어서 기습한 거야!

“크…… 끄으……!”

“!”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들렸다.

촉수가 꾸물거리면서 움직이자, 목과 다리가 완전히 결박된 사제가 그에 끌려나오는 게 보였다.

입가와 얼굴에 붉은 피가 흐르고 있긴 해도, 아직 사제는 살아있었다!

그 사실이 눈에 들어온 순간, 내 다리가 곧바로 움직였다.

“카엘!! 우와, 하나 더 왔다!”

뒤쪽에서 메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민머리 놈이 촉수 하나를 더 휘두른 모양이다.

그래도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나를 후려치려고 휘둘러오는 촉수들을 뛰어넘고, 기둥 뒤로 몸을 피하면서 계속해서 달렸다.

내 눈에 들어오고 있는 건 오직 하나.

점차 파랗게 질려가는 사제의 얼굴뿐이었다.

자르면 안 된다.

또 다른 촉수덩어리만 만들어질 뿐이니까.

새로 생긴 놈이 그 속 터지게 느린 물방울을 얌전히 맞아줄 리도 없고 말야.

하지만……!

사람이 잡혀서 죽어가는 걸 보고 어떻게 그냥 가만히 있어?!

충분히 가까워졌을 무렵, 오른손을 뻗으며 외쳤다.

“일해라, 임마아아!!”

손 안에 느껴지는 딱딱한 감촉.

어깨를 적당히 누르는 무게감.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밖에서 노닥이고 있던 놈이 드디어 움직였다는 걸……!

‘노닥인 놈은 따로 있는데. 위층에서……’

“닥쳐어어어!”

맹렬하게 소리치며 한층 더 힘차게 내달렸다.

양손으로 검자루를 잡고서, 하늘을 향해 그 널찍한 검신을 쳐들었다.

성검이 나왔다는 것은, 이 속이 뒤틀리는 못생긴 민머리 생물체를 해치우려면, 이 검의 빛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놈이 분열하는 걸 막으려면 불에 태워야 한다고 했지?

마침 잘됐네.

그래, 태워버리자.

네가 가진 하얀 불꽃으로……!

“전부 불태워버려!!”

전심을 담아 외치며 힘껏 내리쳤다.

은은한 빛을 품은 검신이 촉수에 닿자마자, 치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검녹색 촉수가 썩둑 잘리고, 바닥에 떨어지면서 붉은빛 단면이 드러난 순간,

화르르륵—!

검신이 닿은 곳에서부터 하얀 불꽃이 피어올랐다.

성검이 적을 멸할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하얀 불꽃이 촉수를 순식간에 휘감으며 타올랐다.

그리고 그에 붙잡혀 있던 사제는, 잘린 촉수와 함께 바닥에 널부러져선 축 늘어졌다.

슬슬 재가 되어가는 촉수를 칼끝으로 툭툭 자른 후, 사제를 데리고서 벽 쪽으로 물러났다.

“사제님, 정신 차리세요!”

“콜록, 콜록…… 으으…… 조, 종을……!”

“지금 종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말씀하지 마세요!”

사제는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하고 있었다.

처음에 촉수에게 입은 타격이 컸던 모양이다.

당장 치료받아야 할 텐데, 지금 사제들은 전부 반대편에 있다.

젠장,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 순 없는데……!

“카엘 님, 이쪽으로 오세요!”

“……!”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제단 쪽에서 엘시아 사제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의 옆엔 힐데 사제가 여전히 엎드린 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아니, 피난민들과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튼 잘됐지.

축 늘어진 사제를 왼쪽 어깨에 들쳐업고서 제단으로 달렸다.

그걸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날아오던 촉수들은, 성검을 휘두르자 날이 닿지도 않았는데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덕분에 나는 무사히 제단에 다다랐고, 엘시아 사제 앞에 부상당한 사제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부탁드릴게요.”

엘시아 사제는 내 말에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제가 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했다.

그대로 몸을 돌려서 출입구를 바라보았다.

메린과 위슨 주변에 꽁꽁 얼어붙은 촉수 조각이 서너 개 떨어져 있고, 길다란 촉수가 공중에 체액을 뿌리면서 창문 바깥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 기세를 밀어붙여야 돼!

출입문 쪽으로 달리면서 두 사람에게 외쳤다.

“위슨, 넌 여길 막아! 메린, 너도 여기서,”

“싫어. 나도 갈 거야.”

그리고 메린은 내 말을 뚝 잘라먹고서 먼저 바깥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아잇, 진짜.

그냥 썰어버리는 건 소용없으니까 위슨이랑 같이 움직이라고 하려던 거구만.

……뭐, 메린이 같이 있는 편이 나도 안심이 되긴 하지만 말야.

하, 이거 진짜 의존하고 있는 거 같은데.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메린을 따라 신전 바깥으로 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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