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9화 〉 319화 : 씁쓸한 심신엔 과자 한 입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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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마차 짐칸에 놓인 길다란 나무 상자.
투구가 올려진 그 위를 손으로 스윽 쓸며, 엘시아 사제가 기도문을 읊고 있었다.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그저 조용히 기도를 들으며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물이 차오르고 있는 게 보일 터인데, 누구 한 사람 초조해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쏟아지는 빗줄기를 잠자코 맞으며, 이 소소한 장례식에 참여하고 있었다.
“……당신의 아들을 그 넓은 품 안에 안으시고, 부디 긍휼을 베푸소서. 이 땅에 남겨진 주의 자녀들을 위로하시기를 바라나이다.”
엘시아 사제가 기도를 마치고 한 번 더 성호를 긋자, 옆에 서 있던 다른 사제가 작은 물병을 건넸다.
그녀는 나무 상자…… 급조한 관 위에 그 물병을 기울여서 내용물을 조금 부은 뒤, 사람들을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이제 여러분 각자 이분의 안식을 비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다들 예배당으로 들어오세요. 비가 들어오긴 하지만 직접 맞는 것보단 낫지요. 차와 수프로 몸도 좀 녹이시고요.”
땅에 고인 물은 벌써 정강이 중간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신전이 아무리 계단으로 층을 조금 높였다 해도, 의자에 앉는 건 꿈도 꾸지 못할 터.
그럼에도 사람들은 엘시아 사제의 뒤를 따라 예배당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가는 발소리가 여럿 울린 걸 보아, 일부는 예배당 위층으로 피하는 듯했다.
아마 어린애가 있는 가족들이 올라간 것이리라.
그리고 살아남은 영주의 병사들은 망토를 뒤집어쓴 채, 신전 근처에 세워진 수레마차 짐칸에 망연히 앉아 있었다.
누구 한 사람 그들을 감시하고 있지 않다.
바로 전까지 서로 죽이려 들던 적이었는데도.
뭐, 그냥 둬도 별 문제는 없을 거 같아.
죄다 얼이 나가 있으니까 말야.
일이 이렇게 된 게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앞을 보고 있다.
믿기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러모로 묘한 상황이긴 하니까.
마을 사람들과 사제들을 죽이라던 그들의 상관, 기사 엘레브는 조각이 나서 죽었다.
자연히 그 부하인 그들에게 화가 쏟아져야 할 터.
그러나 정작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직접 맞싸웠던 위병들도 그들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
위병대장이 기사의 검에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터인데, 누구도 그 분노를 내뿜지 않고 있었다.
그가 인덕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닐 거다.
방금 전 장례식 때, 대장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복수를 다짐하지 않는 건, 그게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제 곧 물이 차서 다 가라앉을 텐데, 살아남은 병사들에게 화를 푼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나무 관을 바라보는 내 머릿속에, 위병대장이 마지막에 외친 말이 울렸다.
이 마을의 치안을 지키고 주민들을 보호하는 것! 그것이 내 유일무이한 의무이다!!
그보다 더 우선해야 할 건 없다.
그는 기사에게 검을 겨누며 그렇게 소리쳤었다.
아마 자신이 기사를 당해내지 못할 거란 건 알고 있었겠지.
자신이 죽을 줄 알면서도, 그는 자신이 맡은 바 일을 다하겠다고,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맞선 것이다.
그런 좋은사람을 때맞춰 돕지 못했으니, 적어도 그의 뜻을 이뤄주고 싶건만.
무거운 마음에 긴 한숨을 쉬는데, 불현듯 포근한 기운이 등을 감쌌다.
내 가슴을 두른 팔을 가만히 두드리며, 나는 기척도 없이 뒤에서 껴안아온 메린에게 말했다.
“갑자기 왜? 다시 자려고?”
“너 우는 거 같아서.”
“안 울거든. 내가 왜 우냐? 그리 친한 사람도 아니었는데. 그냥…… 좀 안타깝다고 해야 하나? 내가 좀더 빨리 갔다면 살지 않았을까 싶어. 그뿐이야.”
……물론 그건 불가능하다.
거리도 떨어져 있었고, 영주의 병사들과 위병들이 서로 얽혀서 싸우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내 다리로는 그 이상 더 빠르게 갈 수 없었다.
어쩌면 메린이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발이 부러진 탓에 뛸 수가 없었다.
원래는 그녀가 아까 잠들었을 때 로나에게 고쳐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그 직후에 큰 충격을 받아서 깜빡 잊어버렸던 것이다.
그 탓에 메린은 발을 치유받느라 늦게 출발해야 했다.
“……따지고 보면 내 탓이잖아. 네가 발을 다친 걸 내가 까먹지만 않았어도 대장님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팔은 잃었을지도 모르지만.”
“똑같을걸? 내가 널 두고 딴 사람을 왜 도우러 가냐? 결국 네가 가야 되니까 별 차이 없었을 거다.”
평소처럼 덤덤하게 말하면서, 그녀는 내 등에 기대듯이 나를 한층 더 깊이 껴안았다.
“로나가 그랬잖아. 기력이 모자라서 살아나진 못했지만, 그래도 잠깐 깨서 유언 남겼다고. 너 아니었으면 그것도 못 남기고 그냥 죽었을 거 아냐. 넌 할 만큼 했어.”
“………알아. 그래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거지? 뭐, 어쩌겠냐? 쓸데없이 세세하게 자책하면서 땅굴파는 게 네 버릇인 것을. 마침 비도 오니까 티도 안 날 거야. 실컷 울어.”
“아니, 진짜로 안 운다니까? 참고 있는 것도 아니야. 기특하다고 머리 쓰다듬지 마!”
“아, 그래?”
안타까워서 마음이 무겁긴 하지만, 눈시울이 뜨겁진 않다.
만난지 하루밖에 안 된 사람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지금은 애도하는 것도 아까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니까.
나는 메린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꺼냈다.
“지금은 그런데, 다 끝난 뒤엔 또 다를지도 몰라.”
“그래? 뭐, 괜찮아. 그때도 이러고 있어줄게. 맨날 그랬던 것처럼.”
“………응.”
그 약속 아닌 약속으로 충분했다.
설령 일이 끝난 뒤, 알게 모르게 꾹꾹 눌러온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려서 주저앉는다 해도, 메린이 날 다시 일어서게 해주겠지.
그러니 지금은 내가 할 일을 하자.
감상에 젖는 게 아니라, 이 상황을 타파할 방도를 생각해야 해.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전투와 그 뒷수습으로 버린 시간도 시간이지만, 이 사람들이 협곡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그 기사는 당당히 선포했다.
이 자리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외부인이라고.
놈의 그 말이 개인적인 충성심에서 나온 헛소리라면 다행이지만……
알스 사제는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공식적인 명령이었겠죠. 그 어린 영주님이 독하게 마음을 먹은 건지, 아니면 리히트 경이 강경하게 설득한 건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엘레브 경이 한 말을 다들 들어버렸으니, 이들을 피난 지점으로 보내면 놈들이 입막음으로 죽일 겁니다.”
“그렇게까지……”
“해요. 하고도 남아요. 귀족이니까요.”
확신 있는 목소리로 말한 뒤, 그는 여전히 비를 쏟고 있는 시커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기억해두시는 게 좋아요, 카엘 님. 귀족에게 평판은 곧 목숨입니다. 영주가 제 영지민을 보신(??) 때문에 버렸다는 이야기처럼 수치스러운 건 없죠. 겁쟁이라고 다들 손가락질하며 비웃을 겁니다. 정작 자신들도 그 상황이 되면 같은 짓을 할 거면서 말이죠.”
하지만 시시각각 물이 불어나는 이 상황에, 여전히 이따금 돌풍이 불어닥치는 이 날씨에, 이들을 시간 내에 모두 옮길 만한 곳이 어디에 있을까?
협곡 바깥에 세운 피난 지점으로 가는 것도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는데.
나는 한숨을 푹 쉬며, 공연히 정강이에 찰랑이는 물을 철벅 차날렸다.
“……영주님도 밖으로 나갔다고 했죠. 혹시 엘레브 경을 기다릴까요?”
“설마요. 뒤따라서 합류하기로 했겠죠.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병사들을 좀 남겨두고 떠날 가능성이 커요.”
“병사…… 빌어먹을.”
……피난 지점으로 가는 건 진짜 안 되겠구만.
분명 사람들을 실은 마차를 본 순간, 상당히 성가신 일이 벌어지겠지.
“뭐, 조금이라도 버틸 만한 곳은 있지만요.”
“어디요?”
“영주의 성입니다. 지대도 높고, 건물 자체의 높이도 꽤 되니까요. 다만……”
알스 사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면서 물에 푹 잠긴 발을 휘적였다.
“……점점 더 빨리 물이 불고 있는 게 심상치 않네요. 놈들이 돌벽에 수작을 부리고 있는 모양이에요.”
“하………”
물이 고이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돌벽은 지금 폭풍고래의 진격과, 놈이 일으키는 물결만 막고 있는 게 아니니까.
바깥의 물이 못 들어오게 막는다는 건, 안쪽에 쌓인 물을 빼낼 수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비가 한 방울도 오고 있지 않다면 아무 문제없지만, 지금 쉴 새 없이 신나게 퍼붓고 있단 말이지?
그래도 비를 그치게 하는 기도도 올리겠다, 돌벽만 온전했다면 마을 사람들의 피난을 마치고도 여유가 있었을 터.
아마 고래 놈도 그걸 알고 꼬리로 돌벽을 부수려고 후려치고 있던 것이리라.
괴상한 생선 몬스터나 촉수생물체를 보내기도 하고.
그래도 그 촉수생물체가 또 오지 않는 걸 보면, 그런 놈이 하나만 있거나 ‘어차피 못 당하니 벽이나 부수자’고 방침을 바꾼 것일 것이다.
알스 사제는 그렇게 말하며,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예배당을 돌아보았다.
“힐데 사제님은 아직도 기도 중이시네요. 뭐, 그것도 곧 끝나겠죠. 얼굴이 물에 잠길 테니.”
“성으로 가야 한다고 보세요?”
“남은 임시방편은 그것뿐이에요.”
“……”
하지만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돌벽이 무너지는 즉시, 이곳에 고인 물이 쭉 빠진 뒤 크나큰 파도가 덮쳐올 테니까.
물론 영주의 성은 튼튼하니 그 파도에도 버틸 수 있겠지만, 폭풍고래의 진격 앞엔 무사하지 못할 터.
……정말로 방법이 없는 걸까?
답답한 마음에 머리를 세차게 털며, 예배당 안으로 터벅터벅 들어갔다.
군데군데 모여 있는 사람들이 잠시 시선을 주었지만, 이내 저마다 들고 있는 수프 그릇으로 도로 향했다.
수프라…… 그러고보니 점심 안 먹었네.
근데 상황이 너무 암울해서 그런가?
배가 안 고파.
그래도 뭘 먹어두는 게 좋을 텐데……
……아, 그래, 그게 있었지.
나는 도로 밖으로 나가, 빈 수레마차에 자빠져 자고 있는 위슨을 깨워서 내 배낭을 꺼내받았다.
녀석은 내가 배낭에서 과자봉지들을 꺼내는 걸 보고, 상당히 험악한 눈빛을 쏘기 시작했다.
“아, 왜. 너도 뭐 먹어야 할 거 아냐. 사제님들이 수프 나눠주고 있다는데 가서 한 그릇 하지? ……싫어? 그럼 이거 줄게. 먹어.”
그리고 옥수수과자를 한 줌 집어, 녀석의 입에 퍽 쳐넣었다.
곧바로 발이 날아왔지만, 평소와 달리 그리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이 녀석이 피곤하긴 피곤하구나.
상당히 썩은 표정으로 과자를 우물거리던 녀석이, 돌연 눈을 크게 깜빡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녀석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기울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또 손을 내미는 거 보니, 맛없어서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때, 위슨의 머리에 앉아 있던 파랑새가 과자를 보더니 한참이나 고개를 갸웃거린 후, 몸을 털면서 말했다.
“좋은 과자구만.”
“별 말할 것도 아니면서 폼 재지 마라.”
톡 쏘아붙이면서 나도 옥수수과자를 먹으려는 순간,
“아아아아!!”
“컭?!”
별안간 뒤쪽에서 큰 함성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목이 뒤로 홱 제껴졌다!
대뜸 이딴 짓을 할 녀석은 하나뿐인데……!
“야, 이 새끼야, 그거 내 거잖아, 왜 몰래 처먹고 지랄이야!!”
역시 메린이었다!
우와, 이 자식,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거야?!
“그 사제님이 혼자 들어오길래 어디 갔나 보러 왔더니! 먹고 싶으면 물어보든가, 왜 몰래 훔쳐먹냐?!”
“오, 옥수수과자는, 먹어도 된다며……!”
그보다 본인 거라면서 왜 내 배낭에서 안 찾아가고 있던 건지 모르겠다.
이 녀석, 설마 날 시험하고 있던 건가?
메린은 내 손에서 봉지를 빼앗더니 안을 한 번 들여다본 후, 나를 노려보면서 쏘아붙였다.
“……젤리도 먹었지?”
“안 먹었어, 이 자식아! 아으, 과자 못 먹고 죽은 귀신이 붙었나…….”
투덜투덜대며, 녀석에게 젤리와 마시멜로가 든 봉지를 내밀었다.
“자, 봐라, 임마! 끈 풀지도 않았다! 그래, 마침 잘 됐네. 야, 다 가져가서 혼자 다 처먹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
봉지를 받았으면서도 메린의 얼굴은 여전히 뾰로통했다.
녀석은 그 상태로 봉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내 싱글싱글 웃으면서 끈을 풀었다.
………혹시 방금 숫자 센 거야?
젤리랑 마시멜로가 각각 몇 개 들어 있는지 세어 놓았던 거야?
우와, 하나라도 집어먹었으면 지금쯤 저 물에 코 박고 있었겠네.
어휴, 무서운 새끼.
“자.”
그리고 그 무서운 녀석은 봉지를 열자마자 나에게 마시멜로를 내밀었다.
“……됐거든? 너 혼자 다 처먹어라, 이 치사한 자식아. 하, 진짜 하나 먹기라도 했으면 뱃속 까뒤집고 있겠구만.”
“아니, 토하게 만들지.”
“뭐, 토하면 먹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돌았냐, 그걸 먹게? 내 걸 내 허락없이 소화하게 두지 않으려는 거지.”
“어휴, 지독한 자식.”
절로 고개가 옆으로 흔들어졌다.
자신의 것이 빼앗기는 걸 볼 바에야 상대도 가지지 못하게 부숴버리는 건가.
정말 무시무시한 발상이야.
“아무튼 입이나 벌려.”
“아.”
곧바로 입을 벌리고 녀석이 집어넣은 마시멜로를 우물거렸다.
음음, 역시 맛있군.
달콤해서 그런지, 왠지 기운도 솟는 거 같다.
그리고 그런 나를, 위슨이 엄청나게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거 봐라. 너 사실 거절할 맘 없었지?”
“마시멜로엔 죄가 없어.”
“어휴, 미친놈.”
그렇게 셋이서 비가 내리는 수레마차에 앉아서 과자를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진한 버터 향을 풍기며 짭짤한 맛을 지닌 옥수수과자도 좋지만, 역시 나는 마시멜로가 더 좋다.
달기도 하고, 폭신폭신하니까.
“아, 너희끼리만 맛있는 거 먹는 게 어딨어!”
“과자인가요? 와아, 과자다, 과자!”
이내 다른 두 녀석도 총총걸음으로 찾아왔다.
옥수수과자가 향이 진하긴 하지만, 저 멀리까지 풍기진 않을 텐데 신기하네.
“이거 맛있네.”
“흐음……?”
곧바로 사탕을 우물거리는 블루벨과, 메린에게 받은 젤리를 빤히 쳐다보는 로나.
뭐 이상한 게 보이기라도 하는지, 로나는 얼마간 그렇게 젤리를 관찰하듯이 쳐다보다가 곧 입에 넣고 방긋 웃었다.
“흠흠…… 메린 님, 알스 사제님도 불러도 되죠?”
메린이 의아해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로나는 헤실 웃으며 알스 사제를 찾아서 데리고 왔다.
벙벙한 얼굴로 눈을 끔벅이던 그는, 로나에게 사탕을 받더니 똑같이 그걸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런 뒤, 나를 향해 물었다.
“이거 어디서 나셨어요?”
“샀죠.”
“어디서요?”
“고래뼈 칼 근처에서요. 어떤 아주머니가 팔고 있던데요.”
“아하.”
그는 무언가 깨달은 듯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사탕을 입에 넣었다.
로나도 그렇고, 과자들이 뭐 어쨌다고 그런담?
“어, 설마 뭐 이상한 게 들은 건 아니죠?”
“들어있긴 해요. 축복.”
“허?”
뜬금없는 소리에 눈을 휘둥그레 뜨자, 알스 사제가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마을에 과자를 파는 아주머니는 안 계십니다.”
“……네?”
“애초에 사탕가게가 없어요. 바닷가 사람들은 사탕보다는 어포나 말린 조갯살을 더 좋아하거든요.”
“어어……?”
“신경 쓰지 마시고, 그저 경건~한 마음으로 드십시오. 하하, 이런 식으로 도움을 주실 줄은 몰랐는데.”
……진짜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러나 알스 사제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그저 미간을 찌푸리는 나에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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