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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331화 (331/475)

〈 331화 〉 321화 : “실현되니까 예언인 겁니다.” (2)

* * *

자연에서 생겨난 것 중, 손을 보태지 않아도 저절로 물에 뜨는 것.

그건 바로 겨울의 상징인 눈, 즉 얼음이다.

두텁게 얼면 사람이 올라서서 광란의 춤을 추더라도 깨지지 않고, 얼마나 커다랗든 밑을 받칠 물만 충분하다면 둥실둥실 뜬다.

지금처럼 원재료인 물이 퍼붓고 있는 상황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재료이긴 한데……

“어제까지 한여름이었잖아. 다들 감기 지독하게 걸리는 거 아니냐?”

잠깐 여행가는 것도 아니고 피난길을 가려던 거니 겨울용 옷도 챙기기야 챙겼겠지.

하지만 몸이 급격한 추위를 견디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까 촉수덩어리 얼렸을 때도 어마어마한 냉기를 뿜었는데, 그 얼음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있는다고?

초가을의 바람에도 감기 걸리기도 하는데, 그보다 더 찬 기운을 갑자기 쐬면 폐렴 걸릴지도 몰라!

그리고 위슨은 그런 내 주장을 뚱한 표정으로 들으면서 손가락을 퉁겼다.

어깨에 앉아 있던 파랑새가 그의 목 안으로 사라지자, 그는 입을 가리고 있던 목깃을 열고, 허리춤에서 물약 하나를 꺼내 뚜껑을 따면서 말했다.

“아니, 감기는 그렇다 치고 폐렴은 뭐에요? 그것도 형 경험담이에요?”

“당연한 걸 뭘 묻냐?”

“별 게 다 당연하네. 형 진짜 용케 성인식 치렀네요.”

“인간승리라 할 수 있지.”

위슨은 내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물약을 들이켰다.

음, 진담이었는데.

엄마와 치료사 아저씨의 노고에, 메린이 본의 아니게 손을 더한 덕분에 내가 성년을 맞이할 수 있었으니까.

“근데 진짜 추운 건 어쩌려고 그래? 물약은 또 왜 먹고?”

“혹시 몰라서요. 추운 건 걱정마요. 다 생각이 있으니까.”

그는 자신 있게 말하며, 허리춤에서 또 다른 병을 꺼내어 거북이와 스라소니를 불러냈다.

그 다음, 거의 폭포처럼 비를 퍼붓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두 팔을 펼쳤다.

그 상태로 입을 열고, 목에 깃든 파랑새의 힘을 빌어 목소리를 내었다.

“모아라.”

거북이가 목을 길게 빼어 하늘을 우러러보며 입을 벌렸다.

바닥에 고인 물이 절로 출렁이더니, 거북이의 목 앞에 떠오르며 커다란 물방울을 만들기 시작했다.

“모여라.”

물이 흘러온다.

가장 낮은 지대로 흐르던 빗물들이 흐름을 거스르며 모여오고, 공중으로 뜨며 물방울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자연히 물방울이 더더욱 커지고 또 거대해지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을 망연히 보고 있던 나는, 이내 거북이가 땅에 흐르는 물만 모으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비가 내리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는 비가 닿지 않고 있었다.

거침없이 땅이 두들겨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가차없이 얼굴을 때리던 느낌도,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서늘한 물줄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먹구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채 땅에 닿기 전에, 모조리 거북이 앞으로 모여들고 있었으니까……!

위슨은 그 물방울을 바라보면서 목소리를 꺼냈다.

“품에 안은 따스함을 버리라. 너를 품은 포근함을 잊으라. 들끓는 열기를 토해내라. 하얀 여왕의 손길을 떠올리며 잠들지어다.”

출렁이던 물방울이 굳더니, 가장 안쪽에서부터 하얀 눈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물은 계속 모여든다.

정강이 부근에서 찰랑이던 물은, 이미 신발굽조차 적시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거북이 앞에 떠 있는 건 물방울이 아닌 커다란 얼음덩어리.

저걸 폭풍고래에게 던지면 어느 정도 타격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리고 검은 머리카락의 마법사는, 빗물을 받으면서 점점 더 커지는 그 덩어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쩌적. 쩌저적.

듣기만 해도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소리와 함께, 얼음덩어리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마법사는 푸른빛이 일렁이는 검은 눈동자를 그에 고정하며 재차 입을 열었다.

“‘소리’의 울림을 빌어 청하노라.”

파앗—!

커다란 얼음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하지만 잘게 쪼개진 그 파편들은 사방으로 날리며 흩뿌려지는 대신, 거북이의 목이 가리키는 지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바닥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이며, 어떠한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생명을 낳고 생명을 잇는 물, 자애로운 운디네여. 끝자락의 무대를 열었으니 와서 춤추어라.

하얀 여왕의 고독을 깎아 위로하라. 차가운 고요를 장식하라. 적막의 아름다움을 일구어라!”

얼음 파편들이 계속해서 쌓여간다.

먹구름이 짜내린 빗방울이 허공에서 눈가루가 되어 그에 합세한다.

그야말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통에, 몸이 절로 움츠러들며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럭저럭 거리가 벌어져 있는데도 냉기가 닿는다고……?

그럼 지금 저 옆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오싹한 상상에 내뱉어진 긴 숨.

하얗게 서린 그 입김마저도 겨울의 공작(??)놀이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듯했다.

“하아……!”

근데 이거, 진짜 장난 아닌데?

뼛속까지 얼어버릴 거 같아……!

망토로 몸을 감싸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야 당연하지, 비 신나게 맞아서 옷 속까지 흠뻑 젖은 상태이니까!!

“카엘!”

“카엘 님?!”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엔 당황한 기색들이 역력했다.

메린을 포함한 내 동료들은 그렇다 치고, 알스 사제까지 당혹해하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이런 망할, 왜 또 나만……!

“안 되겠어, 멈추라고 할게!”

“안 돼! 절대, 안 돼!!”

메린의 손을 꽉 잡으며 소리쳤다.

“중단, 시키지 마! 끝까지 하게 둬! 이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어!”

지금 우리에겐 배가 필요하다.

물이 차오르고 큰 파도가 몰아치더라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배.

가능하면 저 멀리, 협곡 바깥까지도 갈 수 있는 배!

그런 배를 얻으려면 지금 이 방법밖에 없다.

시간도 없는데, 고작 나 하나 때문에 기각되게 할 순 없어……!

“야…… 아무리 그래도 네가 이런데……!”

“멈추기만, 해봐……!! 절대, 용서 안 해……!”

연신 떨리는 입으로도 어떻게 말이 전해진 모양이다.

메린은 위슨에게 가는 대신, 나를 힘껏 껴안았다.

그 온기로도 채 녹이지 못할 만큼의 한기가, 심장을 마구 파고드는 듯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몸이 움츠러들다 못해 무릎이 꿇리고, 고개가 절로 푹 꺾였다.

……버텨야 해.

얼음과 눈의 파편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쌓이는 게 보인다.

뾰족한 뱃머리 같은 부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게 보였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눈앞이 가물가물해지려는 순간, 얼굴에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열기가 느껴졌다.

시선을 들자, 스라소니가 앞발을 뻗어서 내 얼굴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실로 한기에 취약한 자로다. 이를 예상하고 계약자가 나를 꺼낸 것이리라.”

“이건, 그냥, 한기가……”

“되었다. 특별히 허할 테니 나를 품에 안아라. 잠들지는 말고.”

그 말대로 스라소니를 껴안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 줌도 남기지 않고 몽땅 빼앗겼던 열기가 다시 몸 안에 퍼지며, 떨림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카엘…….”

“하하…… 괜찮아…….”

뒤에서 나를 껴안은 채 울상이 되어 있는 메린에게 웃어주며 머리를 기댔다.

스라소니 덕분에 누그러진 몸이, 한층 더 진한 따스함에 싸이는 게 느껴졌다.

잠들지 말라는 말만 없었다면, 아마 곧바로 눈을 감아버렸을 거야.

그런 의미에서,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은 여러모로 곤란하기 그지없었다.

자꾸만 내려앉으려는 눈꺼풀을 들어올리려고 애쓰며, 눈과 얼음이 배를 만드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윽고 눈보라가 그치고, 빗줄기가 다시 얼굴을 거세게 때렸다.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것을 쓸어내리며, 위슨이 호기로운 얼굴로 우리를 돌아보았다.

“끝! 어때요?”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한 다음에 ‘어떠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칭찬을 바라는 것이다.

물론 찬사를 받아 마땅해. 위슨과 정령이 함께 만들어낸 저 작품은, 신기하고 놀랍고 대단하기 그지없는 걸작이니까.

“굉장하긴 한데……”

“한데?”

그럼에도 도저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감탄하며 환호성을 지르기엔, 너무나도 독특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빗속에서 하얀 냉기를 뿜고 있는 거대한 얼음상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게 배야……?”

“배인데요?”

바닥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넓어지는 몸체.

앞으로 뻗은 뾰족한 머리.

그리고 봉긋 솟아올라 있는 둥그런 구체.

……이게 배라고?진짜로?

부두에 묶여 있던, 또 아까 메린이 쪼개기도 했던 고기잡이 배랑 반밖에 안 닮았는데?

아니, 몸통이랑 머리만 보면 배가 맞다.

근데 뭐야, 저 둥근 건?!

뭔 거북이 등껍질도 아니고!

“헛헛허~ 내 거랑…… 꼬옥…… 닮았지 않남……?”

“네 거보다 좀더 동그랗게 솟았지만, 닮았다고 해줄게.”

“………”

그걸 보며 뿌듯해하는 마법사와 정령의 모습에,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찻주전자 같은 배가 완성되자마자, 우리는 신전에 모인 사람들에게 겨울옷으로 갈아입으라고 전했다.

그동안 사제들은 신전과 주전자…가 아닌 배를 오가며 깔개와 담요를 날랐고, 우리는 위슨의 지시대로 깔개들을 바닥에 펼쳤다.

거북이가 손을 썼다고는 해도, 이 배는 바닥부터 갑판까지 모조리 얼음으로 되어 있는 거다.

더군다나 비가 와서 물이 약간 찰박거리고 있으니, 깔개를 깔아서 발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마지막 깔개를 펼친 후, 배에 오르내릴 사다리 부분부터 괴상한 구체 안까지 쭉 뻗은 깔개의 길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시험삼아 그 길을 밟으며 구체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음음, 미끄러지진 않는군.근데 겨울옷을 껴입었는데도 춥다.

이 둥그런 지붕을 지닌 괴상한 구조물 안이 텅텅 비어 있어서 한결 더 추운 거 같아.

근데 진짜 이건 왜 만든 거지?

바깥을 내다볼 창문도 없으니 브리지 역할도 못하잖아.

입구 천장이 낮아서 오가는 데도 불편하고.

내부 가장자리를 뺑 두르면서 깔개를 깐 걸 보면, 사람들을 여기 모이게 하려는 것 같긴 하다.

근데 중앙은 또 비워놨단 말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나와 달리, 뒤따라 들어온 위슨은 대단히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마무리만 하면 되겠네요.”

“마무리?”

“조명 겸 난방.”

녀석이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텅 빈 중앙을 가리키자, 스라소니가 안으로 들어오더니 그 지점에 앉았다.

이내 그의 두 귀 끝이 불꽃이 타오르는 것처럼 일렁이면서 안이 환해지고, 따뜻한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 온기면 얼어 죽을 일은 없겠네.

근데 이래도 되나?

“녹는 거 아냐?”

둥그런 천장을 올려다보며 묻자, 위슨이 하하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녹아요! 여기서 밥을 해먹더라도 아무 문제없어요.”

“에이, 말도 안 돼.”

“진짜라니까요? 바다 건너엔 한시 눈이 쌓인 곳이 있는데, 거기 사람들은 이런 집에서 겨울을 난대요. 수장님이 말씀하신 거니 틀림없어요.”

“아, 그래.”

다름 아닌 대현자가 한 말이니 어쩔 수 없군. 믿을 수밖에.

어깨를 으쓱이며 밖으로 나가, 예배당에 가서 사람들에게 전했다.

“이제 배에 타셔도 됩니다. 저희들이 도와드릴 테니, 미끄러질까 염려하지 마시고 올라가세요.”

그렇게 탑승이 시작되었다.

네 군데로 나뉘어진 출입구를 통해, 사람들이 배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겁이 많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메린이나 다른 사제들이 등에 업고 사다리를 올랐다.

그동안 바닥엔 다시 착실하게 물이 고이고 있었다.

위슨이 배를 만들면서 드러났던 바닥은 도로 물에 덮이고, 순식간에 발목을 넘어서 정강이 위쪽에 찰랑이고 있다.

빗줄기가 거센 것도 있지만, 점점 더 기뻐하는 듯한 음색으로 우는 저 고래 놈이 물을 많이 넘기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리 큰 걱정은 들지 않았다.

이 물이 무릎을 넘어서 허벅지에 닿을 즈음엔, 사람들이 전부 배에 올라탄 상태일 테니까.

“순조로운 거 같네요. 다행이네요!”

휘적휘적 물을 헤치며 힐데 사제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조금 전까지 쉴 새 없이 기도를 올린 탓인지, 얼굴이 제법 핼쑥해져 있었다.

“사제님 덕분이에요. 사제님이 배가 올 거라고 예언하신 덕에 가능했던 거죠.”

“에헤헤, 저는 그저 징조를 읽었을 뿐이에요. 그래도 설마 얼음으로 된 배가 나타날 줄은 몰랐어요. 그것도 굉장히 특이하게 생겼네요!”

“만든 놈이 좀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게 아니거든요.”

조금 전에 위슨이 한 말에 따르면, 저 둥그런 구조물은 집이다.

즉, 녀석은 배에다 집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생긴 건 좀 다르지만, 등에 집을 지고 있다는 점에선 거북이와 완전히 똑같았다.

어떻게 저런 발상을 하나 몰라.

고개를 절레절레 지은 후, 힐데 사제를 돌아보며 말했다.

“사제님도 타셔야죠. 저 둥근 지붕 안이 따뜻하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 겨울 옷으로 갈아입으세요.”

“전 안 갈 건데요.”

“……네?”

……빗소리 때문에 잘못 들었나?

지금 들릴 리가 없는 단어가 귀에 들어온 것 같은데.

나는 쓰고 있던 후드를 벗어버린 후, 생긋 웃고 있는 힐데 사제를 보며 물었다.

“죄송해요. 잘못 들은 거 같은데,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저 안 가요~! 신전에 남을 거에요~!”

힐데 사제는 두 손을 입에 모아서 크게 외치고 있었다.

절대로 잘못 들을 리가 없는 소리로,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을 입에 올린 것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여기 남는다니, 대체 왜……!”

“예언이 있었으니까요.”

“예언? 무슨 예언이요?!”

“으응~ 엄밀히 따지면 예언이 아니라 계시일까요? 아니, 운명인가? 근데 말해도 되나?”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하더니, 힐데 사제는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이면서 입을 열었다.

“에이, 말하면 안 되는 거면 입이 막히겠지! 저는요, 저~기 종탑에서 종을 쳐야 해요. 그게 제 마지막 역할이거든요.”

“아니, 종을 또 왜 쳐요?! 굳이 종탑까지 올라갈 필요도 없잖아요! 아니, 그보다 마지막 역할이라니요! 그게 대체 뭔……!”

“저 오늘 죽거든요.”

“……!”

곧바로 말문이 막혀버렸다.

뜬금없이 그런 예언이 내려졌다는 사실과, 자신이 죽는다는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녀중, 어느 것에 더 기가 막혀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

“마을이 멸망하는 날. 창조주의 입, 예언사제 힐데는 죽는다. 이게 저에게 내려진 운명이랍니다.”

“마……,”

“말도 안 돼.”

생기 없는 목소리가 끊어질락 말락 하던 내 말을 이었다.

소리가 울린 쪽을 향해 망연히 고개를 돌렸다.

“말도 안 돼.”

예배당 문 앞에 선 엘시아 사제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되뇌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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