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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332화 (332/475)

〈 332화 〉 322화 : 그것이 사명이기에 (1)

* * *

비틀비틀, 힘없이 물을 헤치며 다가온 엘시아 사제는, 여전히 방긋 웃고 있는 힐데 사제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제가,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그런 농담은, 하시면 안 된다고……”

“농담 아닌데?”

“농담이잖아요!!”

날카롭게 소리치는 엘시아 사제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다.

미간을 좁히고 두 눈을 매섭게 뜬 채, 얼굴 한가득 빗물을 흘리면서 고함치기 시작했다.

“아무 말씀도 없으셨잖아요! 그런 예언이 담긴 징조 못 보셨잖아요! 사제님이 말씀 안 하셔도 무언가 보셨다면 제가 모를 리가 없는데……!”

“그야 예언이 아니라 운명이니까. 나에게 알려진 운명.”

그 반면, 힐데 사제의 얼굴은 무척이나 평온했다.

아무런 동요도 없는 태평한 목소리로,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꿈에서 목소리가 들렸어. 배가 오면 종을 치라고. 그게 예언사제 힐데의 마지막 일이라고.”

“대체 언제, 그런 일이……!”

“배가 올 거라는 징조를 발견한 날 밤이었을걸?”

아침으로 나온 팬케이크가 무너지는 모습에서 ‘마을의 멸망’이라는 징조를 찾았다.

평소엔 내려앉지 않던 갈매기가, 그녀의 방 창가에 앉아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에서 ‘용사가 올 것’이라는 징조를 발견했다.

엘시아 사제는 아니라고 딱 잘라버렸지만, 나뭇잎이 꽃잎을 싣고 날아가는 것이 ‘배가 올 것’이라는 예언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바로 그날 밤, 힐데 사제에게 운명이 알려졌다.

“정말 아름다운 꿈이었어요! 사방에 별만 있는 바다에 둥둥 떠 있다가, 갑자기 엄청나게 환한 빛이 나타나던 거 있죠? 그 다음엔 금빛 구름이 뭉게뭉게 펼쳐져 있고, 무지개 같은 둥그런 띠가 여기저기 걸려 있는 게 보이더라고요! 온통 별처럼 반짝이고!”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는 살짝 고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다음에 목소리가 들렸답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때가 되면 종을 쳐라. 그것이 네 마지막 역할이니라.’ 이야~ 수도사 시절을 마칠 때 이후로 처음 듣는 건데, 역시나 목소리 하나도 안 바뀌셨더라고요!”

“목소리…….”

그걸로 납득해버린 걸까?

엘시아 사제는 힘없이 중얼거리면서, 자신이 붙잡고 있던 힐데 사제의 어깨를 놓았다.

그런 뒤, 싱글벙글 웃고 있는 힐데 사제를 바라보며 망연히 입을 열었다.

“왜 그걸…… 저에게 말씀하지 않으신 거죠……?”

“운명은 함부로 발설하면 안 되는 법입니다. 뒤틀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죠.”

무뚝뚝한 목소리가 엘시아 사제에게 대신 답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알스 사제가 무감정한 표정으로 물을 헤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대개의 경우, 그 운명을 들은 자 외엔 누구도 알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장본인이 직접 말하려고 해도 입이 절로 막힌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렇게 힐데 사제님 스스로 말씀하신 걸 보면, 운명이 이루어지기 직전인가봅니다. 힐데 사제님의 예측이 들어맞았군요.”

“알스 사제님……, 알고 계셨어요……?”

“어제 들었죠. 그래서 사제님의 외출을 허락한 거고요.”

작게 한숨을 쉰 후, 그는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여하간 여기 계실 때가 아니에요, 카엘 님. 얼른 배로 오시죠. 지금 갑판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난리……?”

“동료분이 테레지아 님을 숨기고 계셨던 모양이죠? 갑자기 불쑥 나타나서는 자신을 납치한 거냐는 둥, 아주 힘차게 소란을 피우고 계세요. 그러니 얼른 가보시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위슨이 배낭에서 테레지아를 꺼낸 모양이다.

그 귀족 아가씨 입장에선 눈 감고 있다가 어디 집어넣어지더니, 대뜸 얼음으로 된 배에 올라와 있는 거니 혼란스럽긴 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쪽이 더 급하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면서 입을 열었다.

“힐데 사제님을 모시는 게 먼저에요! 여기 남겠다고 우기시는데, 사제님도 설득 좀 해주세요!”

“들으시지 않았나요? 운명이라고.”

“이런 썩을! 네, 그래요! 아주 똑똑히 들었어요!!”

지극히 무미건조한 말투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때가 되면 종을 치는 게 힐데 사제님의 운명이라고! 근데 그게 이 상황을 가리키는 건지는 모르잖아요! 일이 다 끝나고 난 뒤를 가리키는 걸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요!!”

종을 치는 게 힐데 사제의 마지막 역할이라고?

그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니 그렇다 쳐!

하지만 그게 꼭 여기서 죽을 거란 뜻인 건 아니잖아.

담당한 마을이 멸망했으니, 나머지 삶은 은퇴한 사제로서 후학을 기르며 살 거라는 걸지도 모르는 거 아냐!

“아니요, 카엘 님.”

그러나 힐데 사제는 은은한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저었다.

“제 마지막은 여기여야 해요.”

“왜요?! 왜 그렇게 죽고 싶어하는 건데요!”

“어머머, 죽고 싶어하다뇨, 그런 거 아니거든요?! 흠흠, 저는 그저 제 일을 하려는 것뿐이에요. 주민들을 지키는 게 의무였던 던트 대장님처럼.”

마치 투정부리는 아이를 달래듯이, 그녀는 내 손을 잡으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당신 말이 맞아요. 제 마지막이 꼭 이곳이라고 정해진 건 아니에요. 하지만 여기가 아니면 안 돼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요.

종을 치는 게 제 마지막 역할이라는 운명이 내려진 이상, 저는 언제이고 종을 치는 즉시 권능을 잃을 거에요. 그 자리에 있는 건 예언사제 힐데가 아니라, 그저 일찍 노망이 든 여자인 힐데가 있겠죠.”

사제에게 권능, 즉 창조주로부터 받은 힘은 곧 목숨이다.

힘을 잃은 사제는 더 이상 사제로서 살아갈 수 없으며, 다시 수도사가 될 수도 없다.

다른 보직이었다면, 약간의 처치를 가한 후 일반인으로 살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전 안 돼요. 저희 예언사제는 그럴 수 없어요.”

“왜요? 왜 안 된다는 건데요!”

“저희는 자라지 않았으니까요.”

의도적으로 마음의 나이를 먹지 않은 어른이니까.

누군가가 옆에서 돌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한없이 어린아이에 가까운 어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힐데 사제, 아니 그녀를 포함한 모든 예언사제는, 모두 그것을 숙지한 상태로 서품을 받았다.

“카엘 님, 혹시 알고 계신가요? 저희 사제들은 모두 도구라는 것을요. 쓸 수 없는 도구는 그저 버릴 뿐이에요.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는 암탉은 마지막에 먹히기라도 하지, 저희는 그것도 안 된단 말이죠~”

“당신은……, 당신들은, 닭이 아니잖아요. 나랑 똑같이 말하고 숨 쉬고, 웃고 화내는 사람이면서……!”

“사람으로 보였나요? 헤헤, 이거 쑥스럽네요. 으응, 근데 저희는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이길 버렸거든요.”

모든 사제는 창조주에게 신명(??)을 바친다.

애초에 바치지 않고서는 사제가 될 수 없다.

서품을 받은 순간부터 그들은 사람이 아닌 도구일 뿐.

사람의 자유를 버리고 목과 손발에 스스로 족쇄를 채운 그들은, 오직 창조주가 부여한 사명만을 위해 살아가는 도구인 것이다.

주인을 위해 일하지 못하는 도구는 존재할 의미도 가치도 없다.

일반인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그녀가 어떠한 결말을 맞이할지는,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렇게 폐기되는 것보단 사명을 위해 쓰이다 부서지는 게 훨씬 낫죠. 오히려 그런 기회를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데요!”

“그 사명이란 게 대체 뭐길래 그래요?! 종 치고 죽는 거?! 그리고 노망난 사람으로 사는 게 뭐 어떻다고요! 살아가는 거엔 모두 의미가 있다면서요, 당신들이 그렇게 가르치고 있잖아요!!”

“주의 자녀들을 돌보아라.”

지그시 눈을 감고서, 힐데 사제는 입을 달싹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앞에 서서 사악을 멸하여라. 위협으로부터 그들을 지키어라. 그들의 상처를 싸매고 위로하라. 지존자가 보고 있음을 외쳐 알리어라. 하늘의 소리를 풀어,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라.”

너희는 그를 위한 창조주의 검이요, 방패요, 치료약이며, 말소리를 전하는 입술이자 주석(??)일지니.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이를 이행하라.

역할을 다하라.

사람을 위하여 사람이길 내려놓은 자들아.

스스로 주의 도구가 되리라 맹세한 고귀한 자들아.

너희에게 주의 사랑과 은총이 함께할지어다.

말을 마친 힐데 사제의 눈꺼풀이 다시 천천히 열렸다.

망설임 따위 전혀 없는 눈으로, 그녀는 깊은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여기 있는 저와 엘시아, 알스 님은 물론이고, 당신과 함께 있는 로나 역시 이 사명을 받들고 그를 따르겠다 맹세한 자들이에요. 더군다나 저는 여기 담당사제인걸요. 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 이 목숨을 쓸 수 있다니, 바라마지 않는 일이랍니다!”

“사제님, 제발……! 경건하게 분위기 잡아봤자 안 속아요! 종 치는 거랑 사람 구하는 게 뭔 상관이 있다고……!”

“기도를 실어서 종을 때앵~ 울리면 위협을 막을 수 있거든요. 그러면 커다란 물살이 생겨서 배가 움직일 거에요.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요!”

“그건 또 뭔……! 아, 몰라, 됐어요! 이제 설득 안 해요! 아무튼 오시라고요!!”

억지로 데려가려고 힐데 사제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제자리에서 한 발짝 움직이긴커녕 움찔거리지도 않는다.

얼굴이 붉어지지도, 목이 뻣뻣하게 굳어 있지도 않은데.

그녀는 그저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을 뿐, 어디에도 힘을 빡 주고 있는 듯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그녀는 내가 두 손으로 팔 하나를 잡아당기며 용을 써도 끄떡도 없었다.

“카엘 님도 고집 세시네요~ 그럼 전 종탑에 갈 테니까, 엘시아랑 알스 님, 카엘 님을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싫어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붙잡은 알스 사제와 달리, 엘시아 사제는 울먹이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저도 같이 가겠어요. 사제님은 가끔 방도 헷갈리시잖아요. 종탑까지 혼자 못 가실 게 뻔해요.”

“내, 내가 언제?! 종탑도 혼자 갈 수 있거든?! 저기 계단만 올라가면 되잖아, 다 알아!”

“아무튼 사제님이 남으신다면, 저도 여기 같이 있겠어요. 당신을 돌보는 게 제 일이니까요!”

엘시아 사제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먼저 예배당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종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그 안에 있는 것이리라.

당연히 나는 그 꼴을 볼 수 없어서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힐데 사제의 발을 땅에서 떼내지 못한 것처럼, 나를 붙잡고 있는 알스 사제의 팔을 도통 뿌리칠 수가 없었다.

호신술이 기본 덕목이라고 하더니, 이 사람들 혹시 로브 안쪽은 죄다 근육질인 거 아냐?!

“알스 사제님, 이거 놔주세요! 저 두 사람을 데려가야 한다고요!”

“엘시아 사제님은 어쨌든, 힐데 사제님은 포기하세요. 저희를 사람처럼 보시는 건 좋지만, 지나친 감정이입은 지양하시는 게 좋아요. 당신에게 해만 될 뿐이니까.”

이 놈이고 저 놈이고, 진짜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쓴웃음을 짓는 그에게 재차 따지려는 찰나, 힐데 사제가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엘시아! 너랑 같이 해야 한다는 말씀은 없으셨어! 고집 피우지 말고 가!”

“저는 오늘이 사제님의 마지막 날이라는 말씀부터 못 들었어요!”

“네가 이럴 거 같아서 말 안 한 거야! 알스 님, 얘 좀 데려가세요!”

“저도 손이 두 개밖에 없는데요. 이거 원…….”

……기회다.

그 모습을 보는 내 머릿속에 번개가 번쩍였다.

이건 기회야.

엘시아 사제를 빌미로, 힐데 사제도 배에 오르게 하자!

그 다음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못 내리게 막는 거지!

그래, 그러면 되는 거야.

나중에 날 원망하겠지만 알게 뭐야, 일단 살리고 봐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려는 순간,

“아, 진짜 징그럽게 꾸물대네. 이 상황에 노닥거리고 싶냐?”

가시 돋친 말투로 툴툴거리면서 메린이 찾아왔다.

예배당 문 앞에선 두 여사제가 서로 아웅다웅하며 말싸움을 하고 있고, 그보다 좀더 떨어진 곳에선 알스 사제가 나를 붙잡은 채 멀거니 서 있다.

찌푸린 얼굴로 투덜거리던 메린은 이 모든 상황을 찬찬히 돌아본 후, 얼굴을 펴고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이게 뭔 상황이야?”

“메린, 마침 잘됐, 으읍?!”

힐데 사제를 데려가라고 하려고 했는데, 돌연 뻗어온 손바닥에 입이 꽉 막혀버리고 말았다!

알스 사제는 손으로 내 입을 단단히 틀어막은 후, 메린을 돌아보며 천연덕스럽게 말을 꺼냈다.

“죄송합니다, 메린 님. 조금 일이 꼬여서요. 뭐가 또 있었나요?”

“위슨이 빨리 오라고 난리에요. 걔 거북이가 그러는데,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대요.”

“물이……?”

내 버둥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알스 사제는 고개를 숙이더니 바닥의 물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흠칫하며 머리를 홱 쳐들었다.

뭘 깨달은 건지 몰라도 이 손 좀 치워줬으면 좋겠다.

쓸데없이 솜씨 좋게 코 빼고 입만 막고 말야!

망할, 지금이라면 저 두 여사제 모두 배에 태울 수 있을 텐데!

“우우우우—!”

폭풍고래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젠 아예 희열에 차 있는 듯한 음색이다.

뭐가 좋은지 몰라도 좀 조용히 있어주면 어디 덧나나?!

어째 저 놈은 꼭 잊을 만하면 우는 거 같단 말이지!

그 울음소리의 잔향이 사라지자, 알스 사제는 그게 신호였던 것처럼 돌연 얼굴빛을 바꾸더니, 나를 메린에게 던지듯이 넘기면서 소리쳤다.

“메린 님, 카엘 님을 데리고 배로 돌아가세요!”

“네? 어, 뭐, 그러려고 온 거긴 한데……”

“서두르세요! 여기 물 높이가 바다보다 높아졌어요! 돌벽이 뚫리고 있습니다!”

“……네!”

그의 말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서 이해되기도 전에, 메린은 나를 어깨에 들쳐업고서 달리기 시작했다.

고이고 고인 물이 녀석의 허벅지 언저리에서 찰랑이고 있었지만, 메린은 별 어려움없이 척척 뛰어가고 있었다.

근데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게, 어떻게 ‘물 높이가 바다보다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지?

왜 돌벽이 뚫린다는 얘기가 되는 거고?

이거랑 그게 대체 뭔 상관이……

“……아.”

……있어.

상관이 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법. 그게 자연의 이치이다.

이 마을은 군데군데 땅 높이가 다르지만, 어느 곳이든 부두와 해안가보다는 높다.

그간 물이 흐르지 않고 쌓이기만 한 건, 가장 낮은 곳인 부두와 해안가로 가는 길이 돌벽에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는가?

이 마을에 쌓인 물의 높이가 돌벽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야.

고작메린의 허벅지에서 찰랑이고 있는데도 돌벽을 넘었다는 건……

폭풍고래가, 아니면 바다에서 올라온 적들이 돌벽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나는 황급히 메린의 등을 두드리며 외쳤다.

“잠깐, 메린, 멈춰!! 이대로 가면 안 돼!! 사제님! 사제님도 모셔와야 한단 말야!!”

메린은 발을 멈추고 몸을 돌려서 뒤를 보았다.

그런 뒤, 곧바로 다시 뛰면서 중얼거렸다.

“두 명 오고 있네.”

그 말에 고개를 들고 앞을 보았다.

알스 사제가 한 사제를 어깨에 들쳐업은 채 뛰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그의 어깨에 걸쳐진 채, 팔을 앞으로 쭉 뻗고 있는 게 누구일지는 불 보듯 뻔했다.

“한 분 더 계셨잖아! 부탁이야, 메린, 멈춰! 다시 돌아가야 돼! 힐데 사제님도 모셔와야 된다고!!”

“싫어.”

“뭐……? 야, 이 자식아, 지금 싫다는 말이 나와?!”

“나온다, 새꺄!!”

똑바로 앞을 달리면서, 메린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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