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340화 (340/475)

〈 340화 〉 330화 : 내 알 바 아냐 (2)

* * *

세이렌.

먼 바다에 사는 몬스터라서, 이야기만 좀 들어본 놈이다.

그나마도 어느 모험가의 기록이랑 이야기책에서 서너 줄 언급된 게 다였던 거 같은데.

“어…… 노래로 뱃사람을 홀려서 바다에 빠뜨리는 몬스터…이죠?”

“정확하게는, 노래로 수컷을 홀려서 바닷속 둥지로 끌고 간 뒤, 정을 있는 대로 빼 버리고 잡아먹는 몬스터에요.”

“저, 정이라면, 그……?”

인어에게 되묻는 동안, 나도 모르게 손으로 굉장히 중요한 부위를 가리면서 허리를 약간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인어는 그런 나를 향해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맞아요. 당신의 가랑이에 달린 알주머니 속 씨앗이에요. 세이렌의 알에선 암컷밖에 태어나지 않는데, 그 대신 어느 수컷의 씨앗이든 밸 수 있거든요.”

“그럼 그냥 지나가는 물고기한테 뜯든가! 왜 굳이 사람을 노리는 거래요?!”

“이미 낳은 알에 뿌리는 것보단, 뱃속에서 씨를 들인 후에 알을 낳는 게 더 효과적이니까요. 그 점은 인어가 된 뒤에도 마찬가지에요. 남성 인어도 태어나면서 다른 수컷을 노리지 않게 되었을 뿐이죠.”

평탄한 목소리로 말을 마친 후, 인어의 입에선 또 한 번 긴 숨이 새어나왔다.

큰 한숨을 쉰 뒤, 인어는 꼬리지느러미를 살랑거리며 재차 말을 꺼냈다.

“……아무튼 이제 인어는 저와 제 주인밖에 남지 않았어요. 나머지는 전부 평범한 바다의 주민 아니면 몬스터에요.

당신이 용사 맞죠? 용사는 인어를 만나야 한다면서요? 마침 제 주인도 용사를 만나고 싶어하시니, 저와 함께 가시지요.”

“싫은데요.”

곧바로 대답이 튀어나갔다.

단 일 초도 고민하지 않은 내 단호한 거절에, 인어는 한쪽 눈썹을 추켜올리며 짧게 물었다.

“왜죠?”

“못 미더워서요.”

“제가 속이는 것 같으신가요?”

“아뇨.”

말투도 그렇고, 인어가 딱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그렇다고 쫄래쫄래 따라가는 건 바보 멍청이 등신 호구나 할 짓이지.

그 어느 것도 아닌 사람답게, 나는양쪽 눈썹을 따로따로 구기고 있는 인어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 주인을 못 믿겠어요. 지금까지 쭉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날 만나고 싶어한다고요? 하필이면 내가 여기 끌려왔다가 탈출한 지금? 이게 함정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믿죠?”

“제 주인은 당신을 속이실 분이 아니에요! 명예를 아시는 분이라고요!”

“그런 고결하신 분이 직접 안 오고 당신만 보내요? 명예만 알고 예의는 모르시나보죠?”

“편찮으셔서 그런 거에요!”

“너무 뻔한데.”

이 씩씩대는 인어의 주인도 그렇고, 높은 사람들은 몸이 아프다는 것 말곤 핑계거리가 없나봐.

우리 고향마을 촌장님도, 무슨 큰일거리만 있으면 허리가 쑤신다느니 머리가 아프다느니 하면서 우리 아버지를 부려먹었던 걸 보면 말야.

평소엔 멧돼지랑 힘겨루기도 거뜬히 이기실 분이…….

뭐, 그래도 촌장님은 일을 떠넘기는 것만 아니면 그럭저럭 좋은 분이었다.

겨우 얻은 아들내미가 개망나니인 게 안쓰러울 정도로.

너무 뻔하다는 내 말에 화가 잔뜩 났는지, 인어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낮게 소리쳤다.

“정말이에요! 탈타니스에서 피하시다가 부상을 입으셨단 말이에요! 아직도 침상에서 못 일어나고 계시고요! 왕녀를 막지 못해서 얼마나 크게 한탄하셨는데……!”

……그 말은 즉, 몸이 멀쩡했다면 왕녀를 막을 수 있었다는 거군?

왕의 딸을 제지할 만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텐데.

게다가 부상까지 입었다…….

저 인어가 모시는 주인이란 게 혹시……?

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면서 인어에게 물었다.

“여왕님이 부르시는 건가요?”

“………”

말이 없어졌군.

아랫입술을 꽉 깨무는 게, 말하면 안 될 걸 말해버린 사람 특유의 당혹감이 얼굴 가득 묻어나오고 있었다.

인어는 잠시 혼자 입을 달싹거리며 중얼거리더니, 이내 날카로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맞아요. 제 주인은 인어들의 여왕이신 아드리아 님이세요. 그 분은 왕녀를 조금도 옹호하고 계시지 않아요. 그래서 당신에게 협력하려고 만나고 싶어하시는 거고요.”

“협력? 내 목표가 왕녀를 아예 죽이는 거란 걸 모르시나보네요.”

“설마요. 당신이 그 머저리와 이야기를 나누던 걸 다 들으셨는걸요. 제 주인은 카스피 왕녀를 없애고 싶어하세요.”

“허, 어머니가 딸을 죽이고 싶어하다니.”

한숨과 함께, 절로 고개가 좌우로 흔들렸다.

그런 나와 달리, 여왕의 시녀…일 듯한 인어는 어깨를 으쓱이며 태연하게 말했다.

“그 년이 일족을 죄다 망쳐버렸잖아요. 아드리아 님은 어머니이기 전에 여왕이세요. 일족의 앞날을 완전히 망가뜨려버린 대죄인을 처단하는 건, 여왕으로서 당연한 처사 아닌가요?

아무튼 이제 의심은 다 풀리셨죠? 저와 함께 와주세요. 은신처도 마련해드릴 생각이에요.”

은신처라…….

마침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필요하긴 하다.

먹을 걸 얻을 수 있다면 훨씬 좋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확신에 찬 얼굴로 나를 보는 인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싫습니다.”

“아, 왜요?!”

인내심에 한계가 온 건지, 인어는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던 품위조차 내던지며 빽 소리를 질렀다.

“이번엔 또 뭐가 불만인데요?! 설마 아직도 함정이라 의심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건 아니고……”

나는 한숨을 쉰 후, 거의 폭발하기 직전까지 빨갛게 물든 인어에게 말했다.

“당신이 밖에 나온 거 아무도 몰라요? 여기 오면서 뒤쪽 살펴봤어요? 왕녀는 친어머니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거 모르고요?”

“……미행은 없었어요. 누가 뒤를 밟고 있었다면, 물고기와 산호들이 난리를 피웠을 거에요. 당신이 어디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았을 거고.”

“마지막 건요?”

“……”

인어는 분한 듯이 입술을 깨물 뿐, 아무 대답도 돌려주지 않았다.

확신이 없구만?

그럼 얘기 끝났군.

나는 긴 숨을 내쉬며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은 후, 고개를 떨군 채 멀거니 서 있는 인어에게 말했다.

“할 이야기는 다 끝난 것 같으니 돌아가세요. 당신의 주인에겐, 굳이 도와주지 않아도 왕녀를 없앨 테니 안심하시라 전해주시고요.”

“……안 돼요.”

그러나 인어는 아직 포기하지 않은 듯했다.

여전히 그 자리에 꼿꼿이 선 채, 두 주먹을 꽉 쥐고서 말을 이었다.

“여왕님은…… 우리는 당신을 도와야 해요. 그래야 하늘 위의 존재에게 선처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셨다고요. 부탁이에요, 용사님. 저와 함께 가주세요. 아드리아 님과 제가 당신을 돕게 해주세요. 어쩌면 인어가 멸족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두 손을 마주잡으며 간절한 목소리로 호소하는 인어.

평소 같았으면 그 애원에 귀를 기울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어. 이미 전부 늦어버렸다고.

이제 와서 인어에게 신경을 써주기에는, 우리가 잃은 것이 너무 커.

전대 영주, 던트 위병대장, 그리고 힐데 사제가 목숨을 잃었다.

그뿐인가?

전대 영주가 죽는 바람에 테레지아의 입장이 꼬여버려, 아직 성년도 되지 않은 소녀가 하마터면 몹쓸 짓을 당하면서 강제로 결혼할 뻔했다.

걸리프 사람들이 터전을 잃어버린 건 말할 것도 없고, 적으로 싸운 기사 엘레브와 그 부하들도 이 일에 휩쓸려서 죽은 거라 할 수 있다.

나도 죽을 뻔했고.

그렇기에,

“내 알 바 아닌데요.”

인어의 절실한 호소에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지금…… 뭐라고요?”

내 대답에 큰 충격을 받은 건지, 여왕의 시녀는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을 마주 쳐다보면서, 나는 약간 더 힘주어 말했다.

“인어가 멸족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고요.”

“네?! 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왜 못해요? 이 사단을 만든 건 결국 인어인데. 그때 그 지랄을 떤 건, 여기 바깥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사람들을 죽게 한 건……! 아직 창창한 인어였던 카스피 왕녀, 고결하신 당신 주인의 딸이라고요!”

“그러니까 그걸 만회하려고……!”

“만회가 아니라 수습이겠죠! 여왕은 왕녀를 옹호하지 않는다고요? 언제부터요? 처음부터?

그럼 왜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부상 때문에 침대에 박혀 있어도 뭔가 할 수 있었을 거 아니에요! 여왕이니까!”

왕녀를 옹호하지 않는 건, 왕녀의 행동과 의도를 전부 알았기에 취할 수 있는 행동이다.

달리 말하면, 병상에서 나오지만 못할 뿐, 여왕의 눈과 정신은 아주아주 말똥말똥했다는 거지.

그런데도 아무것도 안 했어.

여왕이 있고 왕녀가 있으니, 이들을 받들어 모시는 신하들이 있었을 터.

나라가 망하고 여왕이 부상을 입은 걸로 왕녀가 정치적으로 득세했다고 해도, 여왕인 만큼 여전히 부릴 수족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어.

설사 정치적으론 여왕의 편이 단 한 명도 남지 않았다 해도, 여전히 그 곁엔 충성스러운 신하가 하나 있었다.

지금 내 눈앞에 서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는 저 여자 인어.

저 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었어요. 율리아 님이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바닷속에서 숨 죽이고 그냥 있었잖아요! 알스 사제가 나서서 설득할 때도 침묵을 지켰고!

근데 뭐요? 옹호 안 한다고? 하, 딸의 주장에 귀 솔깃했다가, 상황이 망한 걸 알고 허둥지둥 수습하려는 게 아니고요? 아, 대답하지 마세요. 괜히 들으면 나만 빡치지.”

“……”

“애초에 날 도우면 선처해줄 거라는 계시가 내린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지레짐작이지. 헛고생하게 했다고 원망 듣긴 싫으니, 그쪽 도움은 받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거의 울상을 짓고 있는 인어를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날 돕는 게 아니라 각자 움직이는 거면 뭐, 그것도 내 알 바 아니죠.”

“……?”

“빨간 옷의 사제를 찾아가세요. 내 동료인데, 나랑 이 녀석이 바닷속에 끌려왔으니, 당신을 이용하려고 말을 들어줄지도 모릅니다. 그 녀석에게 여왕을 치료해달라 부탁하시고, 왕녀를 막든 말든 맘대로 하세요.”

인어는 내 말에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미간을 좁히면서 물었다.

“왜…… 도움을 주시는 거죠? 멸족하든 말든 상관없다고 하셨잖아요.”

“나한테 용사 일 시킨 존재의 생각은 다를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여왕은 왕녀를 정말 뜯어말리고 싶었는데, 상황이 더럽게 꼬여서 못했던 걸 수도 있다.

여왕과 이 시녀만 인어로 남아있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지.

저 하늘 위에 있는 절대자나, 그분을 위해 일하는 천사들은 나에게 아무 말도 안 해주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아, 그래, 사제를 찾아가는 김에 그 선처에 대해서도 물어보세요. 영험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강한 사제이니 무어라 답을 줄 수 있겠죠.”

신과 관련된 일이니, 그를 모시는 사제에게 묻는 게 가장 적절할 터.

무엇이든 전문가를 찾아가는 게 가장 확실하고 좋은 법이다.

나는 말을 마친 후, 아직도 멀거니 서 있는 인어를 향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이제 됐죠? 얼른 돌아가세요. 우리도 좀 쉬어야 되니까.”

“……알았어요. 함께 가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도움을 주셔서 감사해요. 용사님.”

인어는 허리를 굽혀 인사한 후, 유유히 동굴을 나섰다.

물을 가르는 소리가 멀어지자, 다시금 보글보글, 작게 거품 이는 소리만 들려왔다.

“의외구먼? 냉큼 따라갈 줄 알았는데.”

“내가 뭐 호구인 줄 알아?”

툴툴거리듯이 대꾸한 다음, 나는 동굴을 한 번 둘러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쉴 거라고 말은 했지만, 이런 데서 진짜 쉴 수 있을지 모르겠네…….

물 속 깊은 데에 있어서 그런지, 은근히 서늘하다.

이거 괜히 자다가 죽는 거 아니야?

“근데 지금 밤이야?”

“응…….”

이제 좀 진정이 됐는지, 내 등에 기대듯이 붙어 있던 메린이 웅얼거리듯이 대답했다.

“해 다 졌어……. 저 산호가 빛을 내고 있긴 한데, 그래도 주위는 죄다 깜깜해. 그렇게 되어도 네가 안 깨어나서, 영영 눈 안 뜨는 거 아닌가 무서웠어……. 귀가 시끄러워서, 네 심장 소리도 잘 안 들리고…….”

“……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게 동요했던 거구나.

공기 거품이 나오는 걸로는 내가 정말 괜찮은 건지 알 수 없어서 불안했던 것이리라.

나는 그대로 메린의 두 손을 잡고 내 앞으로 끌어당기면서, 몸을 뒤로 살짝 기울였다.

그렇게 뒤에서 나를 껴안는 모습이 된 메린은, 자신의 뺨을 나에게 맞대면서 긴 숨을 내쉬었다.

이젠 자신은 신경도 안 쓴다고 허허 웃는 소리를 깔끔하게 무시하며, 나는 그녀의 손가락을 매만지면서 나지막이 물었다.

“왜 그랬어?”

“뭐가……?”

“왜 날 따라온 거야? 기껏 내가 때맞춰서 멋지게 구해줬구만.”

“……”

“네 덕분에 산 거 나도 알아. 그건 정말 고마워. 근데 너도 물 속에서 숨 못 쉬는 건 똑같잖아. 아쿠아 없었으면 너까지 물고기밥 될 뻔했다고.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한 거야?”

의식을 잃기 직전에 보았던 그녀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다급한 얼굴로 내 이름을 필사적으로 외치면서 난간을 뛰어넘던 그 모습은, 거북이가 나에게 붙어 있는 걸 염두에 두고 저지른 것 같진 않았다.

그렇게 아무 대책 없이 움직이는 녀석이 아니었을 텐데.

그래서 더더욱 이유를 듣고 싶었고,

“모르겠어.”

메린은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냥…… 몸이 멋대로 움직였어. 널 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고.

지금은 알아. 내가 얼간이 짓을 한 거. 근데…… 근데 이상해. 일이 잘 풀려서 그런가? 널 붙잡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

“나 이상해졌나봐.”

그렇게 중얼거리는 메린의 목소리는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다.

이 방향에선 얼굴이 잘 보이지 않지만, 아마 이 동굴 바깥의 바닷속처럼 어두워져 있겠지.

“설마.”

천천히, 그녀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얽어 깍지를 끼며 대꾸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구하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거야.”

“좋아하는 사람……?”

“어. 너 나 좋아하잖아.”

딴 여자한테 빼앗기기 싫어서 질투하고,

날 구하려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들고,

다른 건 하나도 겁 안 내면서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건 엄청 무서워할 만큼.

꼭 안아주면 실실 웃으며 내 품을 더 파고들려 할 만큼.

너는 날 사랑하고 있어.

“………모르겠어. 너랑 같은 의미인 건지.”

“괜찮아. 난 네가 나랑 같은 마음이라고 믿으니까.”

“나중에 알고 보니 아닐 수도 있잖아. 그땐 어쩌려고?”

“어쩌긴? 계속 같이 있는 거지. 나 너 안 놔줄 거거든.”

붙잡은 이상,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 거다.

“내가 말하지 않았냐? 날 죽이기 전엔 절대로 못 벗어난다고. 절대로 안 놔줄 거야.”

“……”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자, 살짝 떠는 게 느껴졌다.

메린에게도 여긴 조금 으슬으슬한가보다.

그래도 이렇게 붙어 있으면 조금 따뜻해지겠지.

깍지 낀 손들에 한껏 힘을 주며, 그녀의 품에 들어가듯 몸을 더 기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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