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5화 〉 335화 : 이독제독을 시도했을 뿐 (1)
* * *
로나는 내 뒤쪽을 힐끗 본 후, 눈썹을 찡그리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보글보글, 작은 거품 소리에 섞여 ‘좋은 시간을 놓쳐버렸다’고 투덜거리는 게 들린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로나는 곧바로 다시 헤실 웃으며 말을 꺼냈다.
덕분에 뭐라 한 마디 할 틈을 놓치고 말았다……!
“들었어요, 카엘 님! 이 인어에게 저를 찾아가서 여왕의 치료를 부탁하라고 하셨다면서요? 이야~ 인어 때문에 그 난리를 겪었는데도 그런 자비를 베푸시다니! 역시 다정하시다니까요~”
“……혹시 모르니 가보라고 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음……, 그래, 굳이 찾아온 정성을 봐준 거지.”
“어라? 핑계대는 게 좀 느리시네요? 왠지 안색도 안 좋으신 거 같고요……. 어디 다치셨어요?”
종종걸음, 아니 헤엄이라고 해야 하나?
퐁퐁 튀듯이 다가오는 로나에게,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메린을 가리켰다.
“……난 괜찮으니 저 녀석 좀 봐줘. 괴상한 촉수한테 시달렸는데, 독 같은 게 있었을지도 몰라.”
“흐음……”
로나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자신과 함께 온 사제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사제님, 카엘 님을 봐주세요. 제가 메린 님을 살펴볼게요.”
“뭐? 아니, 난 멀쩡하다니까?”
입 안이나 몸 어디나 아픈 곳은 하나도 없다.
또 분위기를 보면, 로나와 함께 온 젊은 여사제는 치유 전문인 것 같은데.
그러니 더더욱 저 사제님이 메린을 봐야 할 텐데, 로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독 정도는 저도 치유할 수 있어요. 그러니 메린 님은 걱정 마시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진찰받아보세요. 매번 가자고 했는데도 안 가셨잖아요!”
“아니, 아픈 데가 있어야 가지…….”
“앓을 때마다 크게 고생하시잖아요. 그리고 매년 겨울마다 꼭 한 번은 크게 앓으신다면서요? 그 원인을 확실히 알고 대책을 찾아봐야죠! 겨울에 산에 올라가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자자, 얼른요!”
로나는 내 손을 잡더니, 천천히 다가오고 있던 사제에게 내던지듯이 넘겨버렸다.
물살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사제의 당황해하는 얼굴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하하, 이 자식, 물 속이라고 그냥 냅다 던져버리네.
“영차! 휴우……….”
다행히 치유사제는 나를 받아 세우는 데에 성공했다.
천만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푹 쉬고 있는데, 상당히 안정적인 자세로 날 받은 것 같은데 말이지?
아무튼, 사제는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약간 떨어진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편히 앉으세요.”
“아, 네…….”
주섬주섬 바닥에 앉자, 사제도 나를 따라 자리에 앉더니 내 손을 잡고서 눈을 감았다.
음……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나?
메린은 괜찮은가 모르겠네…….
녀석을 향해 살짝 고개를 돌렸다.
덤덤한 얼굴로 로나와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게 보인다.
이따금 로나가 눈을 반짝이거나 크게 웃는 걸 보니, 바닷속에서 일어난 일을 들려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 이상도 없어서 금방 끝난 건가? 그런 거겠지?
으, 역시 이 사제님이 메린을 보셨어야 하는데!
“……?”
그때, 메린의 이야기를 듣던 로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로나가 곧바로 엷은 미소를 짓더니, 메린에게 무언가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저 자식이 또 뭘 꾸미는 거지?
또 뭔 쓸데없는 잡소리를 메린에게 불어넣고 있는 거야?!
뭔지는 몰라도 내 심장에 안 좋은 짓일 거야, 뻔해!
당장 가서 추궁하고 싶었지만, 치유사제가 여전히 내 손을 잡고 있는 탓에 그럴 수 없었다.
그저 메린이 저 잔혹한 빨간 사제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를, 그리고 이 사제님의 진찰이 빨리 끝나기만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자, 됐습니다.”
“아싸!”
헉,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버렸어!
곧바로 입을 다물고서 사제의 눈치를 살피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후후 웃고 있었다.
“아, 그…… 죄송합니다…….”
“후후, 아니에요. 저 여성분과 깊은 관계이시죠? 어제 낮에 보니 무척 많이 아끼시던 것 같던데요.”
“………네.”
으, 어제 내가 메린 녀석을 두 팔에 안아 든 걸 봤나봐.
아니, 볼 수밖에 없었겠지!
촉수생물체가 창문 부수는 바람에 신전 밖으로 잠깐 나왔어야 하니까!
물 속인데도 얼굴이 마구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런 내 손을 꼭 잡으며, 사제가 재차 말을 꺼냈다.
“그럼 더더욱 몸을 살피셔야 하지 않겠어요? 앞으로는 좀더 건강에 신경써주세요.”
“어어…… 이래봬도 신경 쓰는 편인데요.”
“더~ 아주아주 더~ 신경 쓰셔야 해요. 심장 외의 장기 상태가 전부 좋지 않으니까요. 특히 위와 창자는 더더욱 나쁘고요.”
“아…….”
……예상은 했었는데, 진짜 내장이 작살나 있을 줄이야.
괜히 딴 사람보다 면역력이 약한 게 아니었구만.
저절로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근데 블루벨이 내 뱃속을 곤죽으로 만들었을 때 로나가 치유하지 않았나?
그런데도 여전히 상태가 좋지 않은 걸 보면, 로나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류인가보다.
사제는 씁쓸히 웃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알고 계셨어요? 혹시 무슨 훈련을 받으셨던 건가요?”
“아뇨. 어릴 때부터 물약을 좀 많이 마셨어요. 자주 크게 앓아 눕곤 했거든요.아마 그 때문일 겁니다.”
펄펄 끓는 열, 목이 찢어질 듯한 기침,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숨.
고향마을에서 그것들을 가라앉히려면, 물약을 마시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었다.
다른 마을이었다면 사제가 치유 기도를 해주었겠지만, 불행히도 우리 마을엔 돌팔이 사제밖에 없었으니까 말야.
……문제는, 물약을 만들 때 몸에 좋은 약초와 버섯만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연히 독초이고 독버섯인 것들도 들어가기 때문에, 오래 살고 싶으면 물약은 가급적 먹지 않아야 했다.
미래의 수명을 깎아서 오늘을 넘기는 식이었다고 할까?
이건 다름 아닌 치료사 아저씨, 그 물약들을 만들어서 나에게 먹인 본인이 한 말이었다.
평소엔 허브와 약초로 차를 마시라는 말과 함께.
사제는 내 말에 한숨을 푹 쉬더니, 한 손은 내 배 위에, 다른 손은 머리에 올리면서 말했다.
“사실 용사님의 상태는 일반적이지 않아요. 내장뿐 아니라 몸 전체에 독이 퍼져 있거든요. 꼭 몬스터의 둥지에 묵혀 있던 사람처럼.”
우와, 역시 치유 전문사제는 뭔가 다르구나.
우리 고향마을 상태를 정확히 맞춰버리네.
물론 이건 자랑할 게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속으로만 감탄하면서 얌전히 사제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용사님의 내성은 일반인 수준이에요. 그래서 몬스터 사냥을 많이 하셔서 독기에 노출되신 줄 알았는데…… 으음, 용사님의 고향은 북쪽이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원래 몬스터가 많은 곳이니, 아마 그 독기 때문에 병치레가 잦으셨던 걸 거에요.”
로나의 추측이 맞았군.
뭐, 이 사람도 확언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전문가가 하는 이야기이니 아마 맞겠지.
……근데 내 내성이 일반인 수준이라고?
그럼 다른 사람들은?
조금 당혹스러운 의문에 빠진 내 귀에, 사제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살면서 듣게 될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말들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몬스터 독을 먹여서 체내에 독을 쌓게 한 것 같네요. 외부의 독기를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도록.”
“예……?”
바닷물의 추위가 몸 속으로 스며들어오는 듯했다.
덤으로 누군가가 머릿속을 하얗게 칠해버리는 듯한 느낌에, 나는 그저 멍하니 사제를 쳐다볼 뿐이었다.
일부러 독을 먹였다고……?
그것도 몬스터의 독을……?!
그럼 내가 먹은, 아니, 치료사 아저씨가 만드는 물약엔 전부 몬스터의 독이 들어 있었다는 거야……?!
말도 안 돼.
아니, 그건 진짜 말이 안 돼!
나만 그 물약들을 먹은 게 아니야.
나보단 좀 덜해도 자주 앓은 슐 누나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기침약이나 해열제 등등 마시곤 했다.
그 사람들이 전부 독을 먹어왔을 리가 없어.
평소에도 몬스터 고기 먹는 사람들인데, 약에서까지 독을 먹었다간 전부 다 죽었을 거야!
“………”
고기………
그래, 나를 빼고는 전부 몬스터 고기를 먹었어.
아무리 철저하게 해독을 시켜도, 내 위장이 받아들이지 못했으니까.
메린 덕에 강제로 체력이 길러져서 조금 멀쩡하게 된 뒤에도, 여전히 몬스터 고기를 먹으면 탈이 났었다.
매년 겨울마다 열병을 앓는 것과 마찬가지로,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병이나 마찬가지였다.
……즉,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평소 생활로는 몸에 독기를 쌓을 수 없는 체질이었다.
만약 이 치유사제의 말대로, 그 물약의 주 목적이 독기를 쌓는 거였다면……
아마 내가 먹는 약에만 몬스터의 독을 넣었을 거야.
“하하…….”
이야, 이거 진짜 가관이구만?
이 치유사제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그 마을과는 맞지 않았다는 게 된다.
……내가 약한 게 아니었어.
나를 비롯해, 성년을 맞이하지 못하고 죽어버린 그 아이들이 약한 게 아니었다고.
나머지 사람들이 이상하게 강했던 거야.
진짜 말 그대로, 그곳은 강한 사람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땅이었던 것이다.
“하………”
다들 나보고 뭐랬더라? 저주받았다고 했던가?
그래, 태생적으로 몬스터의 독기에 내성이 있는 사람들이 보기엔, 그딴 거 없이 태어난 나는 저주라도 받은 것처럼 보였겠지.
그리고…… 외부인의 피가 흐르니까 땅이 받아들이지 않는 거라고도 했던가?
부모가 전부 토박이인 애도 가끔 죽었으니, 그건 절반만 맞는 말이었구만.
“……하나 여쭤볼 게 있는데요.”
“네.”
사제와 시선을 마주하는 대신 아래를 쳐다본 채, 나는 웅얼거리듯이 말을 이었다.
“겨울마다 앓는 건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연말마다 꼭 하루이틀은 앓았는데요.”
“으음…… 둘 다 마지막이라는 의미가 있긴 한데, 그건 주술이나 의식에만 발휘되는 개념이에요. 용사님께서 편찮으신 것엔 아무 영향도 없을 거에요.”
“그렇군요.”
뭐, 땅이 받아들이기 싫다고 하는데도 억지로 아득바득 살아있으니, 진짜로 저주라도 내린 거겠지.
아니면 누가 따로 저주를 걸었던가.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충격 탓인지, 어깨가 절로 축 쳐지는 게 느껴졌다.
사제는 그런 나를 다독이듯이, 머리에 올린 손을 움직여 살살 쓰다듬었다.
“때로는 독으로 독을 고치는 법이에요. 그 분들이 그런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건,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너무 원망 마세요.”
“……원망이라니, 당치도 않아요. 조금 많이, 아니 엄청 큰 충격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덕에 이렇게 살아있는 거잖아요.”
엄마가 나를 포기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그런 엄마를 설득하지 않았으며, 치료사 아저씨가 끝까지 일해주고 여러모로 신경 써주었다.
그 중 누구 한 명이라도 포기했다면, 나는 성년을 맞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메린이 없었다면, 아마 올해 봄꽃을 보지 못했을 거야.
내가 올해 초의 그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건, 아마 녀석 때문에 강제로 길러진 체력 덕분이었을 테니까.
“뭐, 좀 억울하긴 한데……. 하하, 원망은 안 해요. 그럼 사람이 아니죠.”
“후후, 로나 사제님 말씀대로 다정하신 분이시군요. 하지만 용사님, 제 힘으로는 상한 내장을 완전히 치유할 수 없어요. 그러니 몸조리 잘하셔야 해요.”
“어…… 독기가 없어지는 건가요? 그럼 안 될 거 같은데…….”
드래곤이 있는 산은, 내 고향마을보다도 훨씬 위쪽에 있다.
그 독기라는 게 더 강하게 깔려 있을 가능성이 큰데, 지금 없애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나 산에 못 올라가면 어떡해?
“어머, 걱정 마세요. 독기를 치유해도, 이미 얻은 내성이 사라지진 않아요. 즉, 용사님은 어느 정도 독기에 면역이 생긴 상태랍니다. 그 대신 내장이 상해서 병마(??)에 취약해지신 것이지요.
제가 지금 하려는 건, 몸에 쌓인 독기를 없애서 병마가 엄습하지 못하게 하는 거에요. 아무리 면역이 있다고 해도, 독기를 품고 있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까요. 약 자체의 독성 때문에 상한 것도 치료하고요.”
앞으론 감기에 덜 걸릴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제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사제는 부드럽게 웃은 후,
“아, 좀 고통스러우실 수도 있어요.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토해내야 되어서요.”
“……네?”
상당히 신경 쓰이는 말을 덧붙였다……!
좀 아플 수 있다고?
그냥 없어지는 게 아니라 토해내야 된다고?!
예상밖의 말에 당혹해하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사제는 지그시 눈을 감으면서 내 머리 위에 올린 손을 움직여 뒤통수를 받쳤다.
그대로 힘을 주어 고개를 앞으로 숙이게 하면서, 배에 올린 손에도 힘을 주면서 팔을 더 앞으로 뻗었다.
자연히 나는 허리를 약간 굽힌 채 고개를 아래로 숙이게 되었다.
당장이라도 무언가 토할 사람처럼……!!
“그럼 시작할게요~”
“자자자, 잠깐, 잠깐만요, 사제님, 토해내다니 굳이 그렇게, 아, 크윽……! 커헉?!”
뜨거워.
배가, 아아, 온 몸이, 불타는 거 같아……!
덧붙여서 내장이고 근육이고 전부 다 뒤틀리는 거 같아, 아으, 입 밖으로, 뭔가가 나오려고……!
“아, 카엘 님~ 눈 감는 게 좋으실 거에요! 가끔 공황에 빠지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멀리서 로나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 말 때문이 아니어도, 몸 속이 마구 쥐어짜이는 듯한 아픔에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진짜 말 그대로 마구마구 토해냈다.
그야말로 온 몸을 뒤틀면서.
상당히 참혹한 치유를 마친 후, 우리는 여왕의 시녀를 따라 바닷속을 헤엄쳐갔다.
나는 치유의 반동으로 기운이 쭉 빠져버린 탓에, 메린에게 안긴 채 거북이의 등을 타고 가야 했다.
“이야~ 진짜 신기하더라. 건더기 같은 건 하나도 안 나오던데? 무슨 시꺼먼 물 같은 것만 나왔어!”
“그러냐…….”
누가 물어봤냐고…….하나도 안 궁금해…….
입에서 시커먼 물이 마구 나왔다니, 어우, 내 눈으로 못 봐서 진짜 다행이야.
괜히 로나가 눈 감는 게 좋을 거라고 한 게 아니었구나.
기도를 마친 치유사제는, 거의 초죽음이 되어 있는 나를 토닥이면서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었다.
그리고 그 말처럼, 얼마 안 가 목적지에 다다랐을 즈음엔 다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기운이 차려져 있었다.
평소보다 회복이 빠른 거 같은데, 독기가 없어진 덕분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거북이의 등에서 내리자, 입구와 벽에 빛나는 산호 가지가 여럿 박혀 있는 건물 비슷한 게 보였다.
왕녀가 있던 곳처럼 지붕이 갖춰져 있고, 출입구가 뻥 뚫려 있는 구조물이었다.
“이 안이에요.”
인어는 그렇게 말한 후,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이 손짓하면서 먼저 문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로나와 치유사제가 곧바로 뒤를 따르는 걸 보면, 무언가 위험이 있는 건 아닌 듯했다.
……아니, 위험이 있을 리가 없구나.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가면서 홀로 생각했다.
왕녀가 있던 곳과 비슷하게 생긴 이 건물은, 그보다 조금 더 넓고 높이 서 있으니까.
즉, 여기도 어떤 중요한 사람이 머무는 처소인 것이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용사님.”
안쪽에 마련된 침상에 앉은 인어, 여왕 아드리아가 힘없는 시선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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