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7화 〉 337화 : 쟤가 성녀라고?! (1)
* * *
인어들의 임시 거처는 생각보다 꽤 멀리 떨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물 위로 올라온 것도 좋고, 거북이가 우리 옷의 물기를 죄다 가져가준 건 훨씬 더 좋은데, 주변에 물과 하늘밖에 안 보이니 무척 착잡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까맣게 물든 풍경에, 나는 깊이 한숨을 쉬었다.
“뭐…… 북쪽으로 가면 되겠지?”
“정말 그럴까요~? 어쩌면 지금 대륙의 동쪽이나 서쪽 바다에 있는지도 모르는데요~”
“아잇, 끔찍한 소리하지 마, 임마!”
여유 넘치게 킥킥거리는 빨간 사제님을 내버려두고, 나는 시계를 한 번 살펴본 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동이 트려면 아직 더 있어야 돼서 하늘은 캄캄하지만, 점점이 박힌 은빛 별들과 밝게 빛나는 금빛 달 덕분에 그리 어둡진 않다.
나침반을 두고 와버렸지만, 맑고 밝게 빛나는 북극성을 찾았으니 별 문제없기도 하고.
……근데 목적지인 걸리프가 어느 쪽에 있는지 모르잖아?
안 될 거야, 아마.
눈앞이 깜깜해지는 느낌에 또 한 번 한숨을 푹 쉬는데, 거북이가 물 위로 고개를 내밀며 빙긋 웃었다.
“걱정들……말어………위슨한테……가면……되니까……….”
“어느 쪽에 있는지 아는 거야? 다행이네.”
거북이는 대답 대신 느긋하게 웃으면서 사락사락, 헤엄치기 시작했다.
호수에 띄운 배를 탈 때보다 좀더 흔들리고 있는데, 다행히 속이 울렁거리진 않는다.
평소에 말을 타서 그런가?
근데 겉보기엔 물살 하나 없이 잔잔한데도 출렁거리네.
이러니 파도 치면 배가 엎어지고 난리가 나는 거구나.
뱃사람들은 그걸 버티면서 고기 잡거나 항해하는 거고.
대단하긴 하네.
망설임없이 한 방향으로 직진하는 거북이를 보니, 문득 위슨 녀석이 오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내가 인어에게 끌려가기 전에 들었던, 사람들이 누군가와 대치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신경 쓰이고.
가만히 있으면 졸리기만 하니, 이틈에 로나에게 물어보자.
그 생각에 막 입을 열려는 찰나, 내 옆에 앉아 있던 메린이 크게 하품을 하면서 내 앞으로 터벅터벅 기어왔다.
뭔가 할 말이라도 있나?
등 돌리고 앉는 걸 보면 아닌 거 같은데.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녀석이 그대로 몸을 뒤로 젖히더니 내 가슴에 머리를 댔다……!
곧바로 빠르게 두근거리는 심장에게 진정하라고 간청하는 한편, 지극히 태연한 목소리를 내어 녀석에게 물었다.
“무, 뭐, 뭐냐?”
젠장, 더듬었잖아……!
으, 역시 감정을 숨기는 건 나랑 안 맞아.
특히 이 녀석에 대한 건 더더욱!
그리고 그런 나에게 이미 익숙해진 건지, 메린은 말 그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짧게 툭툭 던졌다.
“졸려. 잘래.”
“아, 그래.”
그런 뒤, 곧바로 고른 숨을 쉬는 메린이었다.
진짜 태평하구만…….
녀석의 망토를 벗겨서 앞을 꼼꼼히 덮어준 다음, 한 팔은 어깨를, 다른 팔로는 허리를 껴안았다.
이러면 망토도 흘러내리지 않을 거고, 메린이 몸을 뒤척이더라도 바닥에 떨어지나 하지 않을 터.
덤으로, 왠지 나도 포근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딴 사람이 보면 그냥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꼴이겠지?
근데 그게 뭐? 나랑 이 녀석은 더한 것도 한 사이인데.
엄청나게 민망하긴 하지만, 난 지극히 떳떳하다고!
“……그러니 그만 히죽거리세요, 로나 사제님!”
“저 원래 이렇게 웃는데요~”
“구라 치지 마세요, 사제님!”
기어가는 목소리로 윽박지르자, 로나 역시 개미만 한 목소리로 키득키득 웃었다.
어휴, 저 놈의 사춘기는 진짜 언제 끝나냐?
고개를 작게 흔든 뒤, 잠시간 메린의 어깨를 토닥였다.
새근새근 잠든 녀석의 얼굴이 더더욱 풀어져가는 게 보였다.
그리 안 보여도, 메린 역시 적잖이 피곤했을 거야.
의식이 끊어진 나 때문에 마음 고생했지, 쪽잠밖에 못 잤지, 그리고는 잠입한다고 계속 신경 곤두세운 데다 촉수한테 시달리기까지 했으니까.
돌아가면 더 쉬게 하는 게 좋겠어.
아니, 일단 밥부터 먹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깊이 잠든 메린의 어깨를 토닥이며, 로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로나, 우리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어? 얘기 좀 해줘.”
“네? 쉬시는 게 좋지 않나요? 카엘 님도 여러모로 고생하셨잖아요. 세이렌한테 희롱당하셨다면서요?”
“………”
치유사제의 힘으로 독기 뽑힐 때처럼 내장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아아…… 겨우 잊고 있었는데……!
“우와, 얼굴이 곧바로 심연처럼 캄캄해지셨네요. 그렇게 끔찍했나요?”
“로나 사제님, 저 표본 본 적 있는데, 외관이 꽤 흉했어요.”
바닷가 마을인 만큼 그러한 자료가 있는 듯했다.
치유사제는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소곤소곤 말을 이었다.
“몬스터 대부분이 그런 편이지만, 세이렌은 유독 심하던걸요. 괜히 환상을 보이는 힘이 있는 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였어요! 가엾은 용사님…….”
“그 정도에요? 흐음…… 그럼 환상과 현실의 격차가 커서 충격이 크신가보네요. 카엘 님은 직접 환상을 깨부수고 나오셨다고 들었거든요.”
“………흑.”
후드를 뒤집어써버렸다.
머리와 어깨를 토닥이는 손길이 느껴졌지만, 그다지 큰 위로는 되지 못했다.
……사제님들은 몰라.
내가 뭣 때문에 처참한 기분이 드는 건지 절대 이해 못할 거야.
얼굴 흉한 몬스터에게 희롱당한 거? 사실 그리 큰 일은 아니다.
더럽게 빡치고 엿 같긴 하지만, 거대 뱀의 뱃속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처럼 며칠 지나면 잊어버릴 일이야.
정말로 끔찍한 건, 그 년이 메린의 모습을 한 탓에 몸이 반응해버렸다는 것이다.
손길에 편안함을 느끼고, 입맞춤을 기분 좋다고 느끼면서 받아들여버렸다고.
그것도 진짜 메린이 보는 앞에서……!!
물론 받아들이라고 환상을 보이는 거니, 내가 잘못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이성과 감성은 때때로 서로를 무시하는 법.
……메린을 배신해버렸어.
그 생각이 머릿속에 요동치면서 가슴을 마구 찢고 있었다.
그게 바보 같은 소리라는 건 나도 알아.
근데머릿속에서 자꾸 맴돈다.
마음속의 내가, 사랑한다느니 어쩌니 했으면서 가짜인 것도 모르고 딴 년이랑 놀아났다고 비난해대고 있다.
자격이 없어.
정작 메린 본인은, 그에 대해 불편해하긴커녕 이렇게 찰싹 붙어서 쿨쿨 자고 있는데도.
결국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
나는 곁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낮게 속삭여대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카엘 님. 제가 메린 님께 처방 하나 알려드렸으니 괜찮아지실 거에요.”
“……”
……맞아, 이 자식이 아까 메린에게 뭔가 속닥거렸었어.
이번엔 또 뭔 공격을 하라고 시킨 거야?
나랑 메린을 도와주겠다더니, 내 심장 터뜨릴 계책만 존나 짜고 있잖아!
다른 의미로 몸이 떨리기 시작한 탓에, 품 안의 메린을 한층 더 꼬옥 껴안았다.
톡톡,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에 눈이 뜨였다.
메린을 껴안으면서 그 온기와 체취가 한층 더 강하게 느껴진 탓에, 그만 깜빡 졸아버린 듯했다.
로나는 크게 하품하는 나를 보며 헤실 웃었다.
“좀 쉬셨어요? 안 깨우고 그냥 옮길까 했는데, 저걸 보니 안 되겠다 싶어서요.”
뭘 봤길래?
눈을 크게 끔뻑이고서 앞을 보았다.
밤의 장막이 걷히기 시작한 어스름 속에, 가파르게 깎인 벼랑이 있었다.
그 뒤쪽에 탑이 높이 솟아 있는 걸 보니, 슬슬 걸리프였던 곳에 도착하려는 듯했다.
그럼 저 벼랑은 부둣가였겠군.
폭풍고래가 깎아 부쉈을 거라 생각은 했는데, 진짜 절벽을 만들어버렸네.
“음……?”
벼랑 위에 뭐가 있는 거 같은데.
눈을 비비고 좀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저건…… 사람들인가……?
다들 무언가 흔들고 있는데……
뭐지? 손?
꼭두새벽부터 손을 왜 흔들어……?
……아, 설마 우리 마중나온 건가?!
곧바로 눈이 번쩍 뜨였다.
으아아, 빨리 메린 깨워야 돼!
서둘러 녀석의 어깨를 붙잡고 목이 꺾여라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메린메린메린, 얼른 일어나! 눈 뜨라고, 임마, 다 왔어!”
“우으…… 졸려어…….”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안 돼, 지금 당장 일어나야 한다고……!
그러나 메린은 좀처럼 눈을 뜨지 못했다.
……큭, 할 수 없지.
이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눈을 감고서 잠꼬대를 하는 녀석의 얼굴에 바닷물을 철퍽 뿌려주었다.
켁켁거리면서 눈을 뜬 메린은, 곧바로 나를 번쩍 들더니 바닷물 속에 얼굴을 처박아버렸다!
철버덩!
보글보글보글.
“푸헥! 케헥, 켁……! 이, 이 잔인한 새끼……!”
“네가 먼저 했잖아, 새꺄!”
“난 너 잠 깨라고 한 거지!”
“나도 네 머리 식혀준 거다!”
머리와 얼굴에서 물을 뚝뚝 흘리면서 투닥투닥거리던 우리는,
“와아아아—!”
“힉?!”
엄청난 함성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바짝 굳어버렸다.
내가 반사적으로 메린을 껴안았다가 허둥지둥 떨어진 건 덤이다.
민망한 마음에 머리를 긁적이면서 고개를 돌렸다.
벼랑에 서 있는 사람들이 모두 만면에 웃음꽃을 피운 채 우리를 보고 있었다.
말소리가 마구 뒤섞여서 알아듣기 힘들지만, 일단 우리가 돌아온 걸 굉장히 기뻐해주고 있는 듯했다.
그건 무척 고맙지만, 으으, 시선이……!
무심코 후드를 잡고한층 더 깊이 눌러쓰려던 찰나,
“……”
어느 귀 뾰족한 노란머리 아저씨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며 손을 멈추었다.
자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자네 편이야.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걸 계속 되새겨. 그럼 방금 전처럼 허리 꼿꼿이 펴고 다닐 수 있을 거야.
……굳이 그래야 되나?
아니, 당연히 해야지.여러 사람 눈길에 쪼는 거 고쳐야 되긴 하잖아.
마침 저 중에 날 경계하거나 적시하는 사람은 없다.
나 혼자 있는 건 더더욱 아니고 말야.
“카엘 님? 역시 불편하세요?”
“어…… 아니, 괜찮아.”
로나의 말에 고개를 저은 뒤,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후드를 벗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더 또렷하게 들리는 동시에, 나를 향한 시선들 역시 한층 더 강하게 느껴졌다.
도로 후드를 써버리고 싶은 걸 참으며, 망토를 여민 부분을 꽉 잡았다.
잠시 후, 거북이가 벼랑에 바짝 붙은 채로 멈춰 섰다.
앉은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서자, 사람들과 함께 서 있던 알스 사제가 빙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카엘 님. 잡으시죠.”
“아, 예……, 우와.”
손을 잡자마자 억센 힘이 몸을 번쩍 끌어올렸다.
갑작스러운 힘에 놀란 탓에, 벼랑 위에 올라서면서 몸의 균형을 잃고 말았다.
중심을 잡으려허둥대는 내가 재미있다는 듯이 히히 웃으며, 로나가 치유사제와 함께 폴짝 뛰어올라오더니 바로 옆으로 물러섰다.
왜 물러서나 했는데, 고개를 갸웃하는 내 옆에 메린이 뛰어올라온 순간,
“와아아!! 돌아오셨어, 돌아오셨다고!!”
“해와 함께 돌아와주셨어! 역시 창조주가 보내신 분이야!!”
장난 아니게 소란스러운 환호성과 찬사가 메린에게 마구 쏟아져내렸다!
어어, 마을 사람들이 메린에게 열광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째 그새 더 뜨거워진 거 같은데?
당사자인 메린도 영문을 알 수 없는 듯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힐끔거리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어, 저기……”
녀석이 우물쭈물하면서 입을 떼려는 찰나, 한 아낙네가 녀석의 손을 덥썩 잡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폭풍을 몰아내주셔서 감사해요, 성녀님! 그 무시무시한 놈을 일격에 해치우시다니……!”
“괜히 용사님이 애지중지하시는 게 아니었어! 다시 돌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성녀님! 아아, 이제 안심이야!”
“너무 멋졌어요! 정말 굉장하세요, 성녀님!”
“나쁜 인어들, 전부 다 물리쳐주신 거죠? 와아, 용사님, 성녀님, 정말 고마워요!”
애어른 할 것 없이, 마을 사람들이 죄다 성녀를 연신 불러대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시선을 메린에게 향한 채로.
그 황당하기 짝이 없는 광경에, 머릿속이 텅텅 비워지고 말았다.
사람들이 내가 아닌 메린에게 주목하는 건 별 상관없는 걸 넘어서 기쁘기까지 한데……
뭐? 성녀?
딴 사람도 아니고 메린이, 서, 성녀라고?!
아니, 이건 또 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알스 사제를 빤히 돌아보았다.
그는 내 시선에 쓴웃음을 돌려주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혼란에 빠져 멀뚱히 선 내 귀에, ‘성녀님’을 외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알스 사제를 비롯한 사제들의 도움을 받아, 잔뜩 흥분한 사람들을 헤치며 안으로 쭉쭉 들어갔다.
미리 준비해둔 건지, 근처에 말 두 필이 매여 있는 수레마차가 하나 서 있는 게 보였다.
그 짐칸에 앉아서 하품하고 있던 블루벨은, 우리 두 사람이 사제들에게 이끌려서 짐칸에 다가가자 벌떡 일어나선 마부석에 옮겨 앉았다.
사제들의 손에 반강제적으로 짐칸에 올라타자마자, 블루벨이 고삐를 잡기만 한 채로 소리쳤다.
“가자, 얘들아!”
말만 했는데도 말들이 얌전히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거리가 벌어졌는데도, 기쁨과 감탄에 찬 웃음소리는 여전히 희미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적어도 이제 사람들은 안 보이네.
크게 안도하며, 정신이 아득해질 듯한 열광 때문에 쌓였던 긴장을, 기나긴 한숨과 함께 전부 내보내버렸다.
그런 뒤, 옆에 앉은 메린을 돌아보았다.
“야, 메린, 괜찮아?”
“………”
녀석은 대답없이 그저 멍하니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몇 번 더 불러봐도 가만히 있길래, 녀석의 눈앞에 손을 흔들어보았는데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우와……, 이거 완전히 넋이 나갔는데?
하긴 뭐, 나도 엄청 놀랐는데 당사자는 오죽 하겠어?
많은 사람에게 찬사를 받는 게 익숙하지도 않은데 말야.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둘 순 없었다.
쉬거나 먹지도 않고 하루종일 저렇게 넋 놓고 있으면 어떡해?
자리를 옮겨서 메린과 마주 앉았다.
손을 뻗어 녀석의 양 뺨을 감싼 뒤, 나를 보도록 고개를 살짝 들었다.
눈을 마주하자, 멍하니 떠져 있는 두 눈동자가 약간 움찔거렸다.
그대로 몇 번 뺨을 문질러주자, 메린이 칭얼거리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내 손을 떼어내버렸다.
휴, 다행이다. 정신이 좀 들었나봐.
“카엘…….”
메린은 두 손을 축 늘어뜨린 채 몸만 앞으로 굽혀선 나에게 기댔다.
그 어깨를 꼭 껴안으며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야, 카엘.”
“응.”
“저 사람들 왜 저래? 내가 왜 성녀냐?”
“……모르겠어.”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동이 트기 시작한 건지, 하늘이 약간 붉게 물들어 있다.
그리고 귓가엔, 아직도 그 열띤 환호가 맴돌고 있었다.
벼랑과는 이제 한참 떨어졌고, 바로 가까이에서 말발굽과 마차 바퀴가 신나게 땅을 때리고 있으니 환호성 따위 들릴 리가 없는데.
“이게 대체 뭔 일이냐……?”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그녀를 한결 더 깊이 껴안았다.
두 팔에 감싸인 어깨는, 아주 약간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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