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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359화 (359/475)

〈 359화 〉 346화 : 적당히, 적절히, 알맞게 (3)

* * *

엎어져 있는 사람 앞에 서 있는 메린이라…….

이거 왠지 전에 본 구도 같은데.

그래도 그땐 쓰러진 사람 머리가 빨간색 계열이었지, 몸 주변이 빨갛게 물들진 않았었다.

메린도 맨손이었고.

“……죽인 거 같은데? 근데 뭐?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고? 심성은 착한 애라고?”

“………”

블루벨이 옆에서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에 속이 끓는 것 같았다.

망할, 모처럼 열심히 옹호해줬더니 또 이 지랄을……!

아…… 아아, 아니야, 아냐아냐, 침착해.

딱 봐도 메린이 검으로 푹찍 해버린 것 같지만 실상은 아닐 수도 있잖아.

설사 진짜로 메린이 찌른 거라 해도, 아마 저 남자가 수상쩍은 습격자였겠지.

사람 상대로는 반격만 하라고 일러줬으니까.

애초에 로나도 그 자리에 같이 있었을 터.

메린과 비슷한 품성이긴 하나, 로나는 일단 사제인 만큼 메린이 함부로 사람을 해치려 했다면 분명 막았을 거야.

그러니 숨 좀 돌리고, 진상 확인하기 전에 일단 바구니부터 내려놓자.

괜히 들고 있다 떨어뜨릴라.

나는 아직 불을 피우지 않은 모닥불 가까이에 바구니를 내려놓은 다음, 마른 세수를 두 번쯤 하고서, 무심히 칼날을 닦고 있는 메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녀석이 들고 있는 검과, 철푸덕 엎어져 있는 남자를 차례로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지?”

“어. 아냐.”

“그럼 뭐냐?”

“갑자기 튀어나오길래 벴더니 도망갔어.”

“…………”

“몬스터가.”

메린은 슥슥 칼날을 닦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 있었다.

표정은 덤덤하지만 말투가 조금 통통 튀는 걸 보니, 일부러 띄엄띄엄 대답하고 있는 것 같았다.

평소라면 꿀밤 먹이는 시늉이라도 하겠지만, 지금은 녀석의 장난을 받아줄 만한 여유가 전혀 없었다.

“……장난칠 상황 아니다. 똑바로 말해라.”

인상을 구긴 채 낮게 말하자, 메린은 움찔 놀라더니 들고 있던 검을 검집에 꽂으면서 말했다.

“천막 다 치고 불 피우려 하는데, 갑자기 이 사람이 저쪽에서 튀어나왔어. 그리고 뒤에 괴상하게 생긴 몬스터가 있길래, 가서 슥 베었지. 그랬더니 튀더라. 그리고 너네가 왔어.”

“몬스터? 어떻게 생겼는데?”

“몸통은 거미 비슷했어. 대가리는 나무에 가려서 안 보였고.”

나무에 가려서 안 보일 정도면 꽤 키가 큰 거 아냐.

그렇게 큰 몬스터가 돌아다닌다고?

그것도 거미 모양의……?!

한 번 상상해보았다.

다리 여덟 개에 눈 여덟 개……

덩치가 엄청 크니 몸통과 다리에 털 달린 것도 다 보이겠고……

“아, 근데 발이 사람 손처럼 생겼었어. 사람처럼 똑같이 다섯 가락이었다!”

……거기다 다리 하나하나마다 사람 손이 달린 거미……

“……히익!”

와, 바구니 놓고 와서 천만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지금 떨어뜨렸을 거야, 틀림없어!

발이 사람 손처럼 생긴 거미라니, 세상에 뭐 그딴 몬스터가 다 있담?!

“다리 하나 잘랐으면 보여줬을 텐데, 놈이 잽싸게 튀는 바람에 날이 반만 들어갔어. 너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다, 그치?”

“아니, 전혀.”

딱 잘라 대답해주었다.

“왜? 손처럼 생긴 다리인데 신기하지 않아? 나 같으면 보고 싶어서 찾으러 가겠다.”

“난 하나도 안 신기해.”

“성격 참 희한하네.”

“내가 할 소리다, 짜샤! ……그래서 이 사람은 살아있는 거지?”

내 질문에, 로나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상처는 전부 치유했어요. 그 몬스터에게 찔린 건지 물린 건지 몰라도, 뱃가죽이 찢어져서 내장이 전부,”

“야, 자세히 설명하지 마. 곧 저녁 먹을 거라고.”

“아무튼 독도 없애고 할 거 다 했으니, 나머진 이 형제님 자신에게 달렸어요.”

사제의 치유기도는 상처나 병을 낫게 할 수는 있지만, 잃어버린 기력을 도로 채워주지는 못한다.

즉, 이 남자가 스스로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조만간 싸늘한 주검이 될 뿐이다.

위슨이 있었다면 물약을 먹여서 기운을 차리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그가 없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약초와 허브를 끓여서 먹여보는 것뿐이겠지.

아마 이 남자는 그 큰 거미 몬스터에게 공격당하고 도망치던 중이었을 것이다.

이 숲을 빠져나가기까지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니, 그 몬스터에 대해서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남자가 눈을 뜨고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돌봐줘야 돼.

만약 남자가 깨어나기 전에 숲을 빠져나간다면, 그땐 살던 마을에 데려다주면 될 일이다.

어디 보자…… 상처는 다 치료했다고 했던가?

그럼 다른 조치만 더 취해두면 되겠군.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로나에게 몇 가지 더 부탁했다.

로나는 내 말에 살짝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방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카엘 님이에요! 쓸데없을 만큼 철저하시다니까요!”

“칭찬하는 척하면서 까대지 마라.”

키득키득 웃는 로나의 머리에 가볍게 손가락을 퉁겨주었다.

그런 뒤, 나를 포함한 셋이서 작은 구덩이를 판 다음, 남자의 피가 묻은 흙을 퍼서 구덩이에 넣고 덮어버렸다.

늑대처럼 코가 좋은 놈들은 이래도 막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벌레는 안 꼬이겠지.

흙을 묻은 곳을 삽으로 눌러 평평하게 한 다음, 나는 한숨 돌리고서 메린과 블루벨에게 말했다.

“이제 대충 됐으니까 다시 저녁 준비하자.”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메린과, 그런 녀석을 보며 표정이 다시 어두워지는 블루벨.

그래도 조금 전처럼 죽상이 되어서 벌벌 떨지는 않고 있다.

하…… 같이 음식 준비하는 동안 좀더 나아지면 좋겠는데.

물통에 담긴 물로 손을 씻으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뒤, 본격적으로 식사 준비에 들어갔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훈제고기 꼬치구이와, 감자를 주로 한 야채 수프.

이중에서 나와 블루벨이 수프를 맡기로 한 상태였다.

꼬치구이보단 수프에 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니, 한 번에 여러 야채 손질 방법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을 들은 메린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해주었고, 그렇게 우리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야채를 다듬기 시작했다.

서로 만드는 요리는 다르지만, 쓰는 재료는 엇비슷하니까.

“잘 보고 들어, 블루벨.”

나는 바구니의 가장 위에 있던 양파를 하나 집고, 단검으로 위아래를 약간 잘라 원통 모양으로 만들며 말했다.

“대부분의 야채는 껍질 벗겨서 써야 돼. 양파는 이렇게 위아래를 잘라주면 껍질 벗기기 좀더 쉬워.”

사악사악.

칼로 보랏빛 겉껍질을 살살 긁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벗기기 시작한다.

이내 드러난 하얀색과 연한 녹색이 섞인 양파 속살을 블루벨에게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이런 색깔이면 괜찮은 양파야. 너무 오래된 건 말라서 갈색이 되어 있는데, 그런 부분은 못 써. 애초에 그런 건 껍질 벗기기 전에도 쪼글쪼글하니까 구분하기 어렵진 않을 거야.”

“못 쓰면 뭐, 파내기라도 해야 돼?”

“그렇지.”

“그거 너무 아깝,”

“토 달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으.”

블루벨은 움찔 놀라며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음음, 굉장히 좋은 태도로군.

나는 흡족히 웃으며, 다른 양파를 집어 그녀에게 주면서 재차 말했다.

“색이 변한 건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야. 댁은 멀쩡할지 몰라도, 다른 사람은 탈이 날 수도 있어. 그래도 물러버린 건 도려내서 먹을 수라도 있지, 썩은 건 아예 몽땅 버려야 되니까 알아둬.”

“그렇구나.”

……좀 기운을 차렸을 텐데, 여전히 틱틱대지 않네.

심지어 내 말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하기까지 하고 있다.

딱히 메린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말야.

흠, 진짜 순수하게 열심히 배우려는 것 같네.

근데 감자에 난 싹을 도려내야 한다는 거나, 리크의 잎 부분은 잘 안 먹는다는 말에도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걸 보고 있으니, 좀 머리가 지끈거리는 거 같았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까지 모르는 거지?

그 파란머리 양반, 이 할망구를 계속 옆에 끼고 살 생각이었나!

“블루스타 그 양반도 대단하네. 자신에게 의존하게 하려고 일부러 안 가르치다니.”

“………아니, 내가 안 배운다고 했어. 계속 같이 살 줄 알았거든.”

그렇게 중얼거리며, 블루벨은 손바닥에 감자를 올려놓고 칼로 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감자 껍질이 저절로 사라락 벗겨지는 게 아닌가!

아까 양파도 이러더니……!

세상에, 엘프 진짜 사기 아니냐?

“그렇게 신기해? 숲의 일족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건데.”

“댁보다 어린 엘프들도 할 수 있는 거야?”

“글쎄? 다른 사람 집에 식사하러 간 적이 없어서 몰라.”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고서 꽃잎이 벌어지듯 벗겨진 껍질들을 톡톡 떼어냈다.

그런 뒤, 내가 알려준 대로 뿌리가 돋은 부분이나 상한 부분이 없는지 살핀 다음, 다듬은 야채를 모아둔 소쿠리에 올려놓았다.

“만약 이것도 골든 아저씨가 말했던 권능이라면, 나보다 어린 애들은 못하겠지. 이걸 일일이 하나하나 벗겨야 하다니, 좀 불쌍한걸?”

블루벨의 목소리엔 진심으로 안쓰러워하는 기색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 마음 따뜻한 엘프 할망구에게 필히 물어볼 게 생긴 탓에, 나는 리크를 자르던 손을 멈추고 진지하게 물었다.

“불쌍하다고? 그럼 왜 우리가 할 땐 안 도와줬어?”

“너희는 안 불쌍하니까. 특히 너는 더더욱!”

“내가 뭐 어쨌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지 그러니?”

톡 쏘아붙이면서 말하는 걸 보니, 그럭저럭 다시 기운을 차린 듯했다.

아마 메린이 아무 말없이 감자 껍질을 벗기고 있는 덕분이리라.

근데 그거랑은 별개로, 이 할망구는 내가 뭘 어쨌다고 자꾸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생트집도 하루이틀이어야지, 나 원 참, 기가 막혀서.

나는 또 다른 리크의 잎을 잘라내며 투덜대듯이 대꾸했다.

“아니, 진짜 내가 뭘 했다고 자꾸 그래? 위슨 배낭에 집어넣고, 어깨에 칼집 내고, 케이프 벗기고 옷 단추 좀 풀고, 블루스타랑 같이 뒤를 맡긴 것밖에 없구만!”

“아주 잘 알고 있네! 너 같으면 그딴 짓을 한 놈 도와주고 싶겠어?!”

“뭐? 진짜 그거 때문이야? 아니, 어이가 없네. 그때 내 배 때리는 걸로 퉁친다며. 하, 누가 할망구 아니랄까봐 뒤끝 한번 참 기네.”

“퉁쳤으니까 너 새끼 대가리에 구멍 안 냈던 거다, 이 미친놈아! 그리고 내가 어딜 봐서 늙었다고 자꾸 할망구라고 하는 거야?! 나처럼 탱탱한 할머니 봤어, 새꺄, 봤냐고!”

엘프의 숲에서 실컷 봤다고 대답하려는 순간, 씩씩대고 있던 블루벨의 표정이 갑자기 싹 얼어붙어버렸다.

이렇게 극적인 변화를 불러올 사람은 여기에 딱 한 명뿐.

혹시나 싶어 옆을 보니, 역시나 메린이 고개를 들고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뭐가 심기에 거슬렸나?

어, 설마 요리 중에 잡담……

아니, 블루벨이랑 잡담한 게 불편해지신 건 아니겠지?!

살짝 긴장하고 있는데, 갑자기 녀석이 빙긋 웃더니 대거를 쥔 손을 위로 올리면서 말했다.

“야, 이거 봐라.”

“엉……?”

녀석의 엄지와 검지손가락이 모래빛의 감자 껍질을 쥔 채로 하늘을 향해 쭈욱 올라가기 시작했다.

작은 뱀처럼 길고 길게……

아니, 뭐 저리 길어?

나는 메린이 자리에서 일어나서야 그 끝을 볼 수 있었다!

“한 번도 안 끊겼어.”

감자 껍질을, 한 번도 안 끊기고 전부 벗겼다고……?!

곧바로 벌떡 일어나서 그 길다란 껍질의 끝에서 끝까지 쭉 훑어보았다.

우와, 이거 진짜 한 줄이잖아!

심지어 중간에 끊기려 하지도 않고 있어!

“와, 메린, 너 진짜 대단하다!! 와, 감자 모양 그대로 있는 거 봐! 이게 진짜 되는 사람이 내 옆에 있다니!”

“나도 처음이야. 될까 싶어서 해봤는데 되더라. 굉장하지?”

“굉장하다 뿐이냐, 이거 왕국 기록감이야! 이야, 이거 거의 내 키 정도 오네. 야, 메린, 이거 뒀다가 이따 로나 보여주자!”

“어. 그러려고.”

메린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감자 껍질을 한켠에 고이 놓아두었다.

녀석, 뿌듯해하긴.

왠지 나까지 마음이 벅차면서 웃음이 나오는 것 같았다.

“블루벨, 댁도 봤지? 저거 엄청 어려운 거야! 역시 메린이야, 대단해, 대단해~”

“히히.”

야채 다듬는 중이라서 머리 대신 다리를 가볍게 두드려주자, 메린이 나를 향해 배시시 웃었다.

하, 진짜 귀여워 미치겠네.

“너희 참 잘 어울린다…….”

“진짜? 고마워!”

“하아아…….”

엉? 진짜 순수하게 고마워서 인사한 건데 왜 한숨을 쉰담?

있는 대로 표정을 구기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블루벨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윽고 솥에서 보글보글 수프가 끓어가고, 그 바로 근처에 꽂은 꼬치구이가 노릇노릇하게 익어갈 무렵,

“휴우~”

로나가 천막에서 나와 기지개를 쭉 켰다.

양손에 각각 넓적한 그릇과 찻주전자를 든 채, 상당히 밝은 얼굴로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일이 잘 됐나보네.

나는 블루벨에게 국자를 넘기고 계속 저으라고 한 후, 로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떤 거 같아?”

“카엘 님 말씀대로, 요전번에 얻은 인삼 뿌리랑 페퍼민트 같이 끓여서 먹였는데, 꿀이 좀 들어가서 그런지 잘 넘기는 거 같았어요! 조금 있으면 눈 뜨지 않을까요?”

“그래? 다행이네.”

“그럼 전 얼굴이랑 씻고 올게요~”

해가 져서 이미 어둑어둑한데, 로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폴짝폴짝 뛰면서 개울로 향했다.

사제의 힘을 쓰면 밤에도 낮처럼 훤히 볼 수 있다고 하긴 했는데, 저렇게 사소한 일에 펑펑 써도 되나 싶다.

나는 씁쓸히 웃으며 다시 고개를 돌려 솥을 보았다.

국자로 감자를 마구 으깨버린 덕분에, 곡물가루를 더 넣지 않아도 제법 걸쭉한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슬슬 간 맞춰야겠군.

그릇에 약간 덜어서 호록 마셔보았다.

“소금 좀 넣어야겠네.”

“간 맞추는 거지? 보통 얼마나 넣어?”

“엉? 적당히.”

내 대답에, 블루벨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

“………너 아까도 비슷한 말 하지 않았니? 내가 밀가루 얼마나 넣는 거냐고 물었을 때 말야.”

“했지. 알맞게 넣으면 된다고.”

“뭐 그리 대충이야?!”

어이가 없는 걸 넘어서 경악이라도 한 건지, 블루벨이 눈을 크게 뜨면서 소리쳤다.

“아니, 소금이랑 밀가루도 그렇고, 여기 들어간 야채 양까지 왜 다 그렇게 애매한 건데?! 적당히가 어느 정도야, 알맞은 양이 대체 얼마나 되는 거냐고!!”

“원래 요리가 그래. 사람 입맛이 다 다르니까 딱딱 정할 수 없거든. 감으로 하는 수밖에 없어.”

“아, 그래?! 그럼 이거 얼마나 더 끓였다가 꺼내야 되는 건지는 정해져 있겠지?! 언제야?!”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기세로 날 쏘아보는 블루벨을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충분히 끓여서 먹기 적절한 때.”

“키아아아악!!”

갑자기 블루벨이 머리를 부여잡고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아니, 왜 또 발작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아무래도 메린에게 오늘 심신 양쪽으로 당한 게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오늘은 특별히 술 한 잔 더 먹게 해야겠구만.

그렇게 생각하며, 알 수 없는 말로 혼자 왁왁 고함치는 블루벨을 안쓰러이 바라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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