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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372화 (372/475)

〈 372화 〉 외전 7) 떠나는 발걸음에 축복을 (Side : Shoull) (2)

* * *

그날을 어떻게 잊을 수 있으랴.

그것은 어린 슐의 마음에 영영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 일이었다.

열 한 살의 어느 가을날, 거실에서 책을 읽던 슐은 아버지가 막냇동생을 호되게 꾸짖는 소리를 들었다.

조금 전에 서재로 불려가는 것 같더니, 녀석이 또 뭔 말썽을 피운 듯했다.

“왜……! ……에스……!”

‘에스?’

거리가 있는 만큼 무슨 말인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동생은 그 말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하기야 누가 꾸중 받길 좋아할까?

이내 쾅 소리와 함께, 동생이 씩씩대며 뛰쳐나가는 게 보였다.

그에 이어, 슐의 부모님이 큰 소리로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가 동생을 혼낼 때마다 일어나는, 일종의 일과나 다름없는 일이다.

이대로 방에 가봤자 험악한 분위기를 피할 순 없을 터.

슐은 책을 덮고, 동생의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사실 그리 좋아하는 아이는 아니다.

슐을 막내가 아닌 누나로 만들어준 녀석이긴 하지만, 넷째 언니처럼 성미가 거친 데다 유일한 아들이라고 어머니가 응석을 전부 받아준 탓에, 완전히 제멋대로에 막무가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넷째 언니와 함께 다른 아이들을 자주 괴롭혔고, 그 탓에 슐이 이따금 보복을 당해야 했기에 무척 꺼려지는 녀석이었다.

‘그래도 동생이니까…….’

거북하고 꺼림칙하지만, 그래도 동생이니 누나로서 돌봐야 한다.

그 의무감만으로 동생을 쫓아갔고, 이내 슐은 녀석이 넷째 언니를 포함해 항상 같이 다니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는 걸 발견했다.

아버지에게 혼난 분을 풀기 위한 놀이계획을 세우고 있는 게 분명했다.

‘뭐, 당연히 그렇겠지.’

슐 역시 속상한 일이 있을 땐 친구나 다른 언니와 수다를 떨곤 한다.

동생이 곧바로 친구들을 만난 것도 그를 위한 것이리라.

슐이 채 가까이 가기도 전에, 아이들은 놀거리를 정했는지 어딘가로 가볍게 달려갔다.

‘그냥 노는 거면 상관없지만…….’

동생과 넷째 언니는 패거리를 이끌고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곤 하니,이번에도 분풀이로 누군가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즉, 그냥 두면 슐은 가까운 시일 내에 또 보복을 당하게 된다!

‘이번엔 기필코……!’

이제까진 슐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났기에 어쩌지 못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번에야말로 녀석이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걸 막을 것이다.

슐은 그렇게 굳게 다짐하며 패거리를 따라갔고,

“……!!!”

심연보다 깊은 절망과 목도하고 말았다.

“아무것도 못하는! 병신 새끼가! 뭐가 잘났다고 나대!”

동생의 발이 그 아이의 다리를, 등을 밟는다.

“아하하! 꿈틀대는 거 봐, 굼벵이 같아! 또 부탁하지 그래? 이러지 마요~ 라고! 어으, 남자애가 존댓말이나 하고, 진짜 재수없어!”

언니가 그를 비웃으며 침을 뱉는다.

“야야, 이 병신 좀 세워봐. 야, 병신아, 너 왜 자꾸 깝치냐? 어? 왜 우리 아빠한테 자꾸 알랑대냐고. 그런다고 네가 뭐 될 줄 아냐? 넌 씨발, 그냥 병신이야. 곧 뒤지거나 아무것도 못하는 버러지!”

“케흑…… 으……”

“튜르, 이 바보야, 얘가 왜 그냥 병신이니? 저주덩어리잖아, 사는 게 민폐인 저주덩어리! 야, 재수없는 저주덩어리, 다들 너 때문에 너네 부모님이 엄청 고생해서 딱해 죽겠대! 나 같으면 죄송해서 그냥 죽지. 어차피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데 살면 뭐해? 근데 넌 아닌가봐?그 모양으로 꾸역꾸역 살고 싶어? 양심도 없지!”

이제껏 그가 버텨온 나날들을, 그의 부모가 사랑으로 들인 노력들을 부숴대고 있었다.

“뮤티 누나 말이 맞네. 야, 너 그냥 뒤져라. 그럼 너네 부모님도 더 고생 안 해도 되고, 나도 너 땜에 더 안 빡쳐도 되잖아. 얼마나 좋냐? 너 사람 돕는 거 좋아하니까 이번엔 나도 좀 도와주라!”

“하, 이 새끼, 또 운다, 울어! 왜, 죽기 싫어? 그럼 죽은 듯이 처박혀 있으란 말야!! 나랑 내 동생 거슬리게 하지 말고!!”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슐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마을 입구에 와 있는 상태였으니까.

언제 숲 근처에서 여기까지 달려온 건지 알 수 없었다.

목이 아프고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손끝이 너무나도 차갑다.

햇빛이 나 있어서 추울 리가 없는데도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입구를 지키는 자경단원 중 하나가, 그런 슐에게 다가와서는 괜찮으냐고 물었다.

괜찮을 리가 있나.

괜찮으면 사람이 아니다.

“괜찮지 않아요… 괜찮지 않아… 안 괜찮아… 전혀, 안 괜찮아……!”

“응? 어어, 치료사 선생님께 데려다줄까? 아니면 집에 갈래?”

‘집.’

집에 가고 싶지 않다.

집에 가면 그 끔찍한 종자들과 마주해야 한다.

구역질이 올라올 만큼 역겨운 남매의 얼굴을 봐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올라왔기에, 난데없이 뱃속을 비우게 되었다.

‘웃고 있었어. 그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퍼붓고 있었어. 사람이 아니야. 몬스터. 전부 몬스터야!!’

그 광경이 눈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 아이가 뭘 잘못했다고!!’

설령 진짜로 그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지언정, 동생 놈 따위가 그렇게 무참하게 때릴 자격은 없다.

그 아이를 버러지라고 부르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어머니에게 달라붙는 것과 주먹 휘두르는 것밖에 못하는 놈이, 누구에게 감히 버러지라고 하는 것인가?

그 놈만 문제가 아니다.

‘개 같은 년. 저주덩어리는 그 애가 아니라 너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멋대로 지껄이는 개년이 자신의 언니라니.

피를 나눈 가족이라니. 정말 끔찍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도 역겨운 건,

‘말렸어야 했는데……!’

그 자리에서 도망쳐버린 슐 자신이었다.

“흑, 으아아, 아아아……!!”

“슐?! 괜찮아?! 어디가 아파서 그런 거니?”

당황해하는 자경단원에게 답하지 않은 채, 슐은 마을 입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울었다.

당장이라도 이곳을 떠나고 싶다.

여기서 몇 발짝만 더 움직이면, 이 끔찍한 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못해.’

슐은 그럴 수 없었다.

밖에서 밤을 지낼 수 있을 만큼 건강하지 않은데다, 홀로 여길 나가서 살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없었으니까.

그러한 모험을 감행하기엔 열 한 살은 너무 어렸다.

떠나지 못한다면 마을에 남을 수밖에 없다.

돌아가기 싫은 집으로 가서, 쳐다보기도 싫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

그 외에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것도 못해.’

그 무력감은 어린 몸이 견디기엔 너무나도 무거웠던 탓이리라.

오열하던 슐의 의식이 차츰 흐려지기 시작했다.

“슐?! 슐, 얘, 정신 차려!! 야, 한스! 치료사 선생님 모셔 와라, 얼른!!”

자신의 뺨을 두드리며 불러대는 자경단원의 말을 무시하며, 슐은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곧 뒤지거나 아무것도 못하는 버러지.’

놈이 지껄인 말.

그게 자신의 누나에게도 해당된다는 걸 알고 한 걸까?

자조하면서 의식을 잃은 슐은,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다시 깨어났다.

익히 본 천장무늬, 익숙한 베개의 감촉.

자신이 방에 누워 있다는 걸 깨닫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때마침 방에 들어온 어머니는, 슐을 보자마자 인상을 쓰면서 타박했다.

“아니, 몸이 안 좋으면 집에 있을 것이지! 왜 밖에 나가서 괜히 자경단분들 고생시켜?!”

“……죄송해요.”

슐은 어머니가 아닌 그 자경단원들을 향해 말했다.

어머니에게 사과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 몬스터를 키운 장본인에게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그 뒤에 이어진 어머니의 잔소리를 전부 한 귀로 흘려버린 후, 홀로 방에 남게 된 슐은 침대에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카엘, 괜찮을까?’

괜찮을 리가 없다.

대놓고 죽으라고, 그게 주위 사람들을 돕는 거란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겠는가?

맞은 것보다도 그 잔인한 말들을 들은 게 더 걱정이다.

그 착한 아이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그러니 도와줬어야 했는데.

그 끔찍한 말들에 너덜너덜해지기 전에, 슐 자신이 나섰어야 했다.

카엘은 집 안에서 굳이 밖으로 나오면서까지 자신을 도왔었는데.

그러나 슐은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도움을 받았으면서도 돌려주지 못했다.

더군다나, 놈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이번이 처음도 아닌 듯했다.

대체 언제부터 벌어진 일이란 말인가?

‘만약……’

만약 슐을 돕기 전부터 그랬던 거라면.

슐이 놈의 누나인 걸 알면서도 그렇게 기꺼이 도운 것이라면……?

그렇다면 슐은 더더욱 그에게 못할 짓을 한 게 된다.

죄책감으로 가슴이 시큰거리는 걸 넘어, 숨이 막혀오는 것 같았다.

‘사과해야 해.’

언니와 동생이 심한 짓을 해서 미안하다고, 자신이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빌어야 한다.

죽으면 안 된다고 말해줘야 한다.

그가 죽는다고 부모님이 기뻐하지 않을 거라고 알려줘야 한다.

힘이 있었는데도 아무것도 못한 자신보다, 힘이 없어도 나설 수 있는 그가 더 살 가치가 있다는 걸 전해야 한다.

그 생각으로 비틀대는 몸을 이끌고, 슐은 에스트렐 가족을 찾아갔다.

그간 손을 뻗을 수 없었던 문을 처음으로 두드리자, 문이 열리면서 엘리아스가 모습을 보였다.

슐이 찾아온 것에 적잖이 놀랐는지, 엘리아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슐……? 쓰러졌다고 들었는데 일어나도 되는 거니?”

“……에스트렐 씨,”

엘리아스는 모르는 듯했다.

슐이 그의 아들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른 놈들의 가족이라는 것을.

그러니 정신을 잃었던 자신을 염려하는 것이리라.

‘이번에도 입을 다문 거니?’

안 그래도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부모님에게 더 걱정 끼치기 싫어서, 이제껏 입을 다문 채 홀로 그 고통을 견뎌왔던 게 틀림없다.

혼자 견딘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슐은 또 다시 눈물이 쏟아져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슐,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카… 카엘… 카엘을, 만나게 해주세요……!”

“…………”

“사과, 흑, 사과해야……!”

사과해야 한다.

그렇게 말하려던 슐의 말을,

“돌아가라.”

엘리아스는 단호하게 끊어버렸다.

온 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한 느낌에 몸이 굳는 걸 느끼면서, 슐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두 눈이 비추는 건, 일견 엄해 보여도 은근히 다정한 아저씨가 아닌, 분노를 겨우 참고 있는 한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돌아가. 네 아버지께도 한동안 찾아오지 마시라고 전해드리고.”

“에스트렐, 씨… 저, 제가… 사과……”

“네가 왜? 사과할 사람은 네 언니랑 동생이잖아. 그 애들이 보냈니?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그간 사과하러 단 한 번도 안 온 놈들이 대타를 보낼 리가 있나.”

‘알고 계셨어.’

엘리아스는, 전부 알고 있었다.

“슐, 네가 사과해도 의미 없다. 잘못한 사람은 반성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아……”

“애초에 그 애들은 잘못이라 생각하지도 않을 것 아니냐? 그러니 그간 부탁하고 또 부탁해도 소용이 없지. 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를 테고……!”

전부 알면서 슐을 걱정해주었다.

아버지의 부탁대로 마을 일을 맡았다.

엘리아스가 알고 있다면, 아내인 피아 역시 알고 있을 터.

그런데도 피아는 슐을 상냥하게 대해주었다. 친어머니보다도 더.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가족의 일원인 주제에 친절을 받았다.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슐의 ‘더 끔찍한 일’이 곧바로 생기고 말았다.

충격 때문에 그 자리에 굳어버린 어린 소녀의 어깨를 위로하듯 두드리며 엘리아스가 말을 꺼낸 것이다.

“……미안하다, 네 잘못이 아닌데.슐, 어서 돌아가. 널 들일 수 없어. 네가 카엘에게 사과하는 말을 들으면 또 터질 것 같거든. 아무 잘못 없는 너에게 화내고 싶지 않구나.”

“우… 으… 그, 치만……”

“부탁이다, 돌아가줘.”

무언가를 억누르듯이 얼굴을 쓸며, 엘리아스는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카엘은 어젯밤에 숲에 있었어.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더구나. 그게 무슨 뜻인지 아니?”

“………”

모를 리가 없었다.

밤의 숲에 들어간 사람이 무얼 맞이하는지는, 이 마을에 사는 사람에겐 상식이었으니까.

‘늦었구나.’

자신이 그 자리에서 도망친 탓에.

쓸데없이 울면서 기절이나 한 탓에 늦어버린 것이다.

그 착한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 하는 걸 막지 못했다.

그렇다면 설령 놈들이 직접 사과하더라도 아무 소용없다.

미안하다는 말로는 다 갚을 수 없는 죄이니까.

당사자가 아닌 슐의 사과 따위, 아무런 가치도 없겠지.

“……그러니 돌아가라. 그 놈들은 물론이고, 너희 가족 중 누구의 얼굴이건 내 아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오늘은 절대로 안 돼.”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 슐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엘리아스의 다리를 붙잡았다.

“하나, 만……”

“………”

“카엘… 무사, 한가요……?”

좀더 나이 많은 사람이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에스트렐 가족의 집 주변이 평소와 다를 것 없다는 것에서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나 슐은 그런 추론을 하기엔 어린데다, 여러 이유로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려서 생각이란 걸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슐이 가여웠는지, 엘리아스는 표정을 풀고 나직이 대답했다.

“그래, 무사해. 어떤 이상한 여자애가 끌고 나왔다고 하더구나.”

“그렇구나…. 다행, 이네요…”

누구인지 몰라도 정말 고마운 사람이었다.

슐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가볼게요… 정말, 죄송해요…….”

“………잘 가렴.”

자신에게 화내기 싫다던 말 그대로, 엘리아스는 끝까지 분노를 쏟아내지 않은 채 문을 닫았다.

힘없이 몸을 돌리는 슐의 귀에, 무언가가 문을 때린 것처럼 쿵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슐은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향하는 도중, 둘째 언니가 애인 생겼다며 소란을 떠는 게 들려왔다.

다른 언니들이 자세히 말하라고 채근하는 소리가, 실제보다도 더 아득히 먼 곳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평소 같으면 슐 역시 그 자리에 껴서 귀를 기울였으리라.

그러나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지독한 피로감이 온 몸을 마구 내리누르는 듯했다.

‘잠이나 자자.’

어차피 자신을 찾을 사람은 없다.

거실에서 떠드는 가족들 모두, 슐이 방을 나간 것조차 알지 못하겠지.

아마 점심 즈음에나 방 문을 열어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누우려던 슐의 눈에 창 밖의 풍경이 들어왔다.

뒤뜰에서 놈들이 노닥거리는 게 보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

무감정한 손길로 덧창까지 닫아버린 후, 슐은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베개를 전부 적시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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