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0화 〉 362화 : 서로를 채우는 시간 (1)
* * *
옷 위로 서로의 온기를 느낀 지 하루.
하지만 팔이 아닌 다른 것으로 서로를 느낀 건 일주일만이다.
낮에는 메린과 노닥거릴 틈이 없었고, 밤에는 아예 따로 잤으니까.
설령 메린과 같은 천막을 썼다 해도, 어제처럼 그냥 껴안고 자는 걸로 그쳤을 거다.
바로 앞에 불침번 서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언제 몬스터가 습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날은 자리를 잘못 잡은 건지, 거의 두 시간에 한 번 꼴로 뭐가 나타났던 적이 있다.
그날은 거의 날을 샌 거나 다름없어서 죽을 맛이었었지…….
낮의 휴식 시간에도 메린과 노닥거리지 못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꾸벅꾸벅 조느라 다른 걸 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뭐, 나는 그렇게 쌓인 피로 덕분에 딱 하루만 번뇌에 시달렸지만, 나보다 체력이 월등히 높은 메린은 그간 영 안달이 났던 듯했다.
“자위까지 했었다니. 그렇게 애가 탔어?”
“헤으… 더… 키스… 더어……!”
내 말이 안 들리는지, 메린은 풀어진 목소리로 키스를 조를 뿐이다.
그 바람대로 다시 입을 맞추자, 그녀가 내 목을 한껏 끌어안으면서 더 바짝 달라붙는다.
적극적으로 혀를 얽으면서 달뜬 숨을 내쉰다.
나를 달라고 보채는 게 기뻐서, 또 다시 한차례 그녀와 서로 타액을 나눈다.
꿀보다도 달콤한 감미로움과 열기에 점점 더 취해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미 취했는지도 모르겠다.
귀 모양을 따라 그리듯이 핥다가, 속에 떠오른 말을 그대로 속삭였으니까.
“하아… 귀여워… 히히… 메린, 진짜 너무 귀여워…! 기분 좋아?”
“하앗…! 읏, 으응, 으… 좋아…기부운,조아아……!”
나란히 누운 채, 옷 위로도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가슴을 천천히 주무른다.
제대로 닿지도 않았는데 봉우리가 단단히 솟아올라 있는 게 느껴진다.
아니, 대체 얼마나 애태우고 있던 거야?
나는 어깨로 숨을 쉬는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쓴웃음을 지었다.
“야, 민감한 건 좋은데 너무 느껴서 좀 걱정된다. 어제는 괜찮았던 거야? 혹시 억지로 참았어?”
“괜차나써어… 흐읏… 네 냄새… 맡아서어…….”
벌써 혀도 풀렸네.
어쨌든 어제는 나랑 자서 괜찮았다는 것 같다.
그럼…… 이제 섹스한다 싶으니까 쌓였던 욕구가 한꺼번에 터진 건가?
자위로도 못 달랜 만큼 더 꽉꽉 쌓였던 걸지도 모르겠다.
나랑 따로 자게 되어서 내 생각을 하다 이렇게 됐다고 했지?
앞으론 그냥 계속 같이 자는 게 낫겠어.
메린이 맨 처음에 불침번을 서면 해결되는 문제이니, 나중에 다 모이면 얘기해봐야겠다.
그건 그렇고, 이걸 어쩐다?
이대로 계속하면 나중에 난감해질 거 같은데.
물론 나 역시 그간 쌓였던 만큼, 당장 메린을 벗기고 안에 마구 싸버리고 싶다.
근데 녀석이 너무 달아올라 있는 탓인지, 머릿속이 좀 뿌옇게 흐려졌긴 해도 이성이 완전히 날아가진 않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의 가슴을 만지면서 다시 방을 돌아볼 만큼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어디 보자……
아직 낮이니까 이따 시트 갈아달라고 하기 뭐 하단 말이지?그러니 침대 위에 뭘 좀 깔자.
메린이 그 성인소설처럼 방 안을 물바다로 만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축축해지긴 하니까.
지난번처럼 물도 두는 게 좋을 거고.
그리고 또……
멍하니 생각하며 벽을 본 순간, 창문이 활짝 열려 있는 걸 발견했다!!
이런, 씨발!! 저게 열려 있는 걸 못 봤네!!
유두를 굴리던 손을 떼고, 쾌락에 바들바들 떠는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메린, 잠깐만 기다려. 창문 닫고, 물 가져오고, 다른 것도 가져올게.”
“시러어… 시러어어……!”
나를 묶듯이 등을 휘감으면서 칭얼거리는 메린.
심장이 아플 만큼 귀엽지만, 안 돼. 이건 절대 못 넘어가.
저 망할 창문 닫아야 한다고!
“시러… 안아줘어… 빨리, 빨리이……!”
“안 돼. 놔줘. 창문 닫아야 돼. 딴 새끼들한테 네 목소리 들려주기 싫어. 나만 들을 거야. 그리고 너 이따 목 마를걸? 중간에 물 마시겠다고 떨어지면 분위기 깨지지 않겠냐?”
“우으……”
약간 울상이 된 그녀와 이마를 맞대고, 그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재차 부탁했다.
“잠깐이면 돼. 금방 다녀올 테니까 조금만 더 참아줘. 맘 편하게 너 안아주고 싶어서 그래.”
“그럼… 빨리 갔다 와…….”
“응. 고마워.”
쪽, 입술에 짧은 키스를 하면서 시무룩해진 그녀의 뺨을 살며시 두드려주었다.
그렇게 나 자신도 함께 달래준 뒤, 침대에서 내려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활짝 열려 있는 두 개의 창문을 덧창까지 꼼꼼하게 닫아버린 후, 배낭 옆에 둔 물통과 벽에 걸린 망토 두 벌을 챙겼다.
어차피 내일 빨래할 때 이것도 세탁할 테니 깔개 대신으로 써버리자.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침대로 눈을 돌린 순간, 그 위에 펼쳐진 광경에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하아아… 하아, 흐으으으……!”
메린이, 자신의 가슴과 사타구니를 스스로 만지며 신음하고 있다.
몸을 배배 꼬면서, 허리를 들썩이며 미세하게 떨고 있다.
대충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성감을 모르던 그 메린이.
“………하.”
……자극이 너무 심한데. 하마터면 손에 든 물건을 떨어뜨릴 뻔했다.
아니, 그딴 거 던져버리고 당장 가서 박아버리라고 본능이 고함을 지르고 있다.
다른 한편, 그녀가 자위로 절정에 달하는 걸 지켜보자는 제안이 나지막이 들려온다.
이따금 들리던 그 수상쩍은 속삭임이 아닌 걸 보면, 그냥 내 불알이 한 쪽씩 의견을 피력하는 중인 듯했다.
“응, 읏, 카엘… 카에엘……!”
“………”
나를 부르는 애달픈 목소리에 이끌리듯 침대로 돌아갔다.
저걸 그냥지켜보자고? 싫어.
가까이 가는 동안, 그녀가 점점 더 짧은 간격으로 숨을 내뱉기 시작했다.
아마 절정에 가까워진 것이리라.
야영 중에는 못 느꼈다고 했던 거 같은데.
하긴,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환경이잖아.
제대로 못 느끼는 것도 당연해.
……그건 그렇고,메린, 그러면 안 되지?
침대 옆 협탁에 물통을 놓자마자, 그녀의 허벅지 사이를 파고든 손을 잡고 떼어냈다.
“왜애……!”
왜냐고?
나 참, 진짜 남자 마음 모른다니까. 그래서 더 좋지만.
나는 몸을 굽혀, 눈물 어린 눈으로 항의하는 그녀의 위를 덮고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내가 해준다고 했잖아. 조금만 참으라고 했는데……. 나 없어도 되나봐?”
“어…? 아,아냐… 아니야… 안아줘… 안아줘어……!”
“혼자 잘하던데, 뭐. 나 그냥 밖에 좀 나갔다가 올까? 너 혼자 맘껏 즐길 수 있게.”
말을 마치면서 허리를 펴려 하자, 메린이 곧바로 울먹이면서 나에게 안겨들었다.
“시러, 가지 마, 가지 마…! 흑, 카엘…가지 마아…….”
“……나 참.”
나무에 매달리는 것처럼 다리까지 얽는 그녀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평소라면 내가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는 걸 알아차렸을 텐데.
그냥 곧이곧대로 믿는 걸 보니, 지금 쾌락에 푹 젖어서 제정신이 아닌가보다.
나에게 꽉 매달린 채 훌쩍이는 메린을 달래주려다, 녀석이 침대를 비운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일단 망토부터 깔자 싶어, 침대 위에 두었던 망토 두 벌을 크게 펼쳐서 또 하나의 시트로 삼았다.
“……됐다. 메린,”
“미안해, 미안해, 가지, 흑, 가지 마아……!”
“안 가. 농담이야. 알아챌 줄 알았는데. 사과하지 마. 너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눈물에 젖은 그녀의 얼굴을 내 옷소매로 닦아준 후, 그녀에게 꽉 붙잡힌 채로 다시 침대에 눕는다.
단단히 나를 얽은 팔다리에 힘이 빠질 때까지, 내가 아무데도 안 간다는 걸 그녀가 믿고 안심할 때까지 입을 맞춘다.
안아달라고 조르던 대로 그녀의 혀를 포옹하듯 휘감고, 바깥으로 흘러넘치는 타액을 핥는다.
지난번에 그녀가 했던 것처럼 입 안 구석구석까지 훑으며, 신음과 함께 나오는 숨결을 들이마신다.
그러면서 한 꺼풀, 또 한 꺼풀.
그녀를 가리는 천과 가죽을 모조리 벗겨내어, 그 뒤에 숨어 있던 본연의 아름다움을 또 한 번 눈에 담았다.
“……진짜 예쁘다.”
갸름한 뺨, 가느다란 목, 움푹 패인 쇄골,
누워 있어도 풍만함이 돋보이는 가슴,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 그 곡선을 완성시키는 골반과 엉덩이,
매끈하게 이어지는 허벅지와 종아리.
아름다워.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대는 게 황송할 만큼 아름답다.
……이렇게 티 없이 깨끗한 몸에 내가 손을 뻗고, 가장 깊은 곳에 흔적을 새겨넣었다.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그녀의 안을 내 씨로 가득 채웠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곧 새 흔적을 잔뜩 남기고, 또 안을 한가득 채워버리겠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하…… 하핫……”
그래, 메린은 나를 원한다.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는데.
감정이 옅고 사랑을 모르더라도, 이해득실은 잘 따지니까 성인식 끝나자마자 적당히 골라잡으면 됐을 텐데.
그땐 나도 내 마음을 몰랐었으니, 그녀가 그런 결정을 내려도 별말 못했을 텐데.
하지만 메린은 그러지 않았다.
성인식을 마친 3월부터 나와 함께 마을을 떠난 5월 하반기까지, 결혼 상대를 고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예 고려도 하지 않았다.
네가 그랬었지? 누가 너랑 결혼하겠냐고.
그때 그 말에 수긍한 내가 등신이었어.
너랑 결혼할 놈? 존나 많아.
네 성격 때문에 미간 찌푸리던 새끼들, 네가 다른 여자애들처럼 드레스 입는 순간 눈 풀리고 침 흘렸을걸?
그만큼 아름다운 네가 이렇게 나와 함께 있고, 무엇 하나 가리지 않은 몸을 보이고 있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아.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거야.
“하아… 메린, 정말 예뻐. 몇 번을 봐도 감격스러워.”
어쩌면 내가 호들갑 떠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린이 나를 고를 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어.
나에게 안아 달라고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그 누가 알았을까?
“카엘……,”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서 인형 같다고 뒤에서 손가락질 받던 그 메린이, 상기된 얼굴로 숨을 헐떡이면서,
“안아줘… 꼬옥… 안아줘어…….”
나를 향해 팔을 뻗으면서 애달프게 속삭일 줄 누가 알았을까?
그야말로 저 하늘 위의 신 외엔 아무도 몰랐으리라.
“……응. 안아줄게. 얼마든지 해줄게. 난 네 거니까.”
무릎을 꿇고 그녀의 발등에 입을 맞춘다.
하얀 발목을 따라 올라가 무릎에 키스한다.
그대로 허벅지, 배꼽, 가슴, 목의 순서로 입술을 댄다.
그때마다 움찔거리며 작은 숨을 뱉는 그녀의 모습에, 이미 한껏 벅차오른 가슴속이 더더욱 뭉클해진다.
마침내 다시 찾은 그녀의 입을 또 한 번 깊이 탐하며 갈증을 채운다.
그 감미로움으로, 이제 그만 참아도 되지 않느냐고 한탄하는 욕망을 달랬다.
……아직은 안 돼.지금 넣으면 금방 끝나.
달아오른 자신을 책임지고 달래라던 그녀의 요청에 부응할 수 없어.
그러니,
“그 전에 힘 좀 빼자.”
“응…? 히잇…! 흐으, 읏, 아으응……!”
의아해하는 그녀를 마주보며 그녀의 사타구니, 이미 눅진하게 풀어진 뜨거운 균열 속으로 손가락을 넣고 앞뒤로 빠르게 왕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박았었는데도 통로는 여전히 좁고, 벽은 오돌토돌한 감촉이 그대로 살아있다.
무엇보다도, 손가락이 익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뜨겁다.
통로 안을 흐르는 물은 분명 바깥까지 넘치고 있겠지.
망토를 깔길 잘했다는 생각을 머리 한구석에 흐릿하게 떠올리며, 목 뒤로 팔을 둘러서 크게 들썩이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꽉 붙들었다.
“으읏! 흐으응! 후으으!”
신음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그녀.
어깨를 붙든 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싸고서 고개를 들렸다.
“안 돼. 귀여운 모습 실컷 보게 해달라고 했잖아.”
“나, 갈 거, 같아아, 아으읏……!”
“응. 알아. 하아… 괜찮아. 가도 돼. 가는 거 보여줘.”
“아앙, 핫, 하아악………!!”
그녀가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린 채 뻐끔거린다.
숨소리는 더 나오지 않고, 몸이 마비된 것처럼 경직된다.
그녀의 구멍 깊숙이 들어있던 손가락이 꽉 죄인다.
이내 몸 안팎으로 파르르 떨면서 손가락을 마구 주물러대기 시작한다.
그 결박 아닌 결박이 풀리자마자, 손가락을 살짝 굽혀서 한가득 흘러나오는 애액을 퍼내듯이 계속 움직였다.
“꺄학! 하아아…! 하아아앗…! 거기이…!아아, 또, 가아…! 아앙, 하으으윽……!!”
“귀여워, 메린. 바들바들 떠는 거 무지 귀여워. 후읍… 좀더 보여줘. 더 보고 싶어. 하아… 메린…. 히히, 귀여워어… 사랑해…….”
귀를 한껏 울리는 교성.
코에 물씬 풍기는 농밀한 향취.
내가 덧창까지 단단히 닫아버린 탓에, 그 소리와 향기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만 떠돌고 있는 게 느껴진다.
응, 당연히 그래야지.
전부 다 내 거니까.
너의 이 목소리도, 취할 것 같은 냄새도, 흐트러진 모습도 전부 나만을 위한 거니까.
안 그래, 메린?
슬며시 웃으며, 바들바들 떠는 그녀와 입술을 포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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