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3화 〉 389화 : 어두운 초대 (1)
* * *
한가운데에 금빛 호박 보석이 붙어 있고, 둥그렇게 솟은 표면엔 코스모스 조각이 새겨져 있는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브로치.
측면 한쪽에 경첩이 달려 있는 로켓이기도 하다.
틀림없어.
엄마가 매일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옷에 다시던 거야.
……근데 대체 왜?
어째서 사범님이 엄마의 브로치를, 아니, 대체 누가 사범님에게 이 브로치를 쥐여준 거야?
어디서 이걸 얻은 거고?
혼란스럽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끊임없이 솟아올라온다.
2년만에 겨우 얻은 엄마의 흔적인데, 눈물 젖은 기쁨보다는 당혹감만 느껴지고 있다.
아버지도 비슷한 심경인지, 커다랗게 뜬 눈을 테이블 위에 고정한 채로 굳어 있었다.
직접적인 연이 없는 자경단장조차 말문이 막혀 있는 그때,
“어, 아주머니 브로치네.”
‘세상에서 가장 눈치 없는 애’에서 ‘눈치 없는 애’로 격상한 메린이 거리낌없이 브로치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곧바로 세상에서 가장 눈치 없는 놈이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아주머니가 누군데?”
“얘 엄마요.”
“엉? 네가 이 놈 어미 물건을 어떻게 알아?”
황당하다는 듯이 한쪽 이마를 찡그리며 묻는 루크 사제.
메린은 그가 아닌 브로치에 시선을 주면서 대답했다.
“맨날 달고 다녔어요. 자주 보여주기도 했고. 그리고 여기 봐요. 가장자리에 이름 새겨져 있어요. 피아 카에브.”
“카에브? 아, 그 집안 출신이었군? 아무튼 에스트렐 부인은 2년 전에 사망했다고 들었는데.”
“네. 늑대한테 물려갔어요.”
루크 사제가 녀석의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뭐? 늑대가 물어간 줄 어떻게 알아?”
“근처에 발자국이 찍혀 있었죠. 핏자국이랑. 그럼 늑대한테 물려간 거 아니에요?”
“시체는?”
“못 찾았는데요.”
녀석이 덤덤하게 대답하자, 그가 한숨을 푹 쉬면서 대꾸했다.
“근데 왜 죽었다고 하냐? 그냥 실종된 거잖아. 그 튜르인가 뭔가 하는 새끼도 그냥 뒤진 걸로 치질 않나……. 진짜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어?”
그러게. 진짜 뭐 이런 놈들이 다 있냐?
실종자이든 사망자이든 그 사람 가족이 눈앞에 뻔히 있는데 대놓고 그런 얘기를 하고 있네.
진짜 돌아버리겠구만.
“근데 진짜 신기하네. 누가 이걸 사범님한테 쥐여줬을까?”
메린은 혼자 중얼거리면서 브로치의 둥그런 표면을 만지작거리더니,
찰칵.
꽉 닫혀 있던 브로치를 열어버렸다.
그리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무언가를 집어 나에게 건넸다.
바싹 마른 무언가를 작게 접은 것인데, 일단 종이는 아닌 것 같다.
브로치를 가지고 있던 놈이 넣어 놓은 건가?
조심스럽게 펼치자, 갈색 잉크로 적힌 글자가 나타났다.
“……? 이게 뭔 소리야?”
“방벽에서 오늘밤 협의하자는 거겠지. 숲 쪽에서 뭐가 오려나보군.”
루크 사제는 심드렁한 투로 대꾸한 뒤, 내 손에서 쪽지를 빼앗듯이 홱 낚아챘다.
그리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가죽에 피로 쓴 글씨…… 인간이 아닌 건 확실한데. 하, 갈수록 가관이구만. 가죽 가공에 글자에, 게다가 로켓의 개념까지 아는 인외의 존재라니. 저 지랄 맞은 숲에서 이런 걸 할 수 있는 종족이 뭐가 있냐? 아는 놈 있어?”
루크 사제의 가시 돋친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존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으니까.
그나마 고블린과 오크가 우리와 같은 말을 쓰고 있긴 하다.
하지만 놈들이 글자를 쓴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그 외의 몬스터는 전부 으르렁거리거나 포효만 할 뿐, 혀를 움직여서 어떠한 단어를 읊거나 하진 않는다.
물론 저 놈의 숲에 무엇이 사는지 다 아는 건 아냐.
빛마저 삼켜버리는 구역은 얼씬도 못하니까.
그러나 호숫가 주변에 인간만큼의 지성체가 없는 건 확실하단 말이지?
그런 존재가 있었다면, 진작에 호숫가를 둘러싸고 투닥거리고 있었을 거야.
리자드맨이나 드라우너가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구만. 야, 용사, 이제 신전에 갈 결심이 들었냐? 보호 결계는 관심 없어도, 이거 건든 놈 정체는 알고 싶겠지?”
“거기 가면 알 수 있다는 거냐…요?”
어이씨, 너무 동요한 나머지 무심코 반말할 뻔했네.
아버지도 지금 혼란스러워서 냉정을 잃었으니 지금 뒤통수 맞을 짓을 했다간 기절할 수도 있어.
조심해야 돼!
루크 사제는 일순 뚱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더니, 무슨 날파리라도 쫓듯이 손을 허공에 휘휘 저었다.
“보관함에서 옛 기록들을 찾았는데, 그 중에 숲의 생물들에 대한 기록도 있더라. 해독하다가 말았지만.”
“기록들? 잠깐만요, 사제님. 신전 보관함에는 책 한 권만 들어 있었을 텐데요?”
그럴 리가 없다.
아버지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나 자경단장이나 신전에 보관함이 있는지도 몰랐건만, 역시 아버지는 촌장님이 끌고 다닌 만큼 보관함의 존재는 물론이고,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알고 계셨던 모양이다.
그러니 임시 촌장 같은 게 되시지.
너무 깊이 알아버리신 거야……!
여하튼 아버지는 알고 있던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온 것에 꽤 놀라신 듯했다.
브로치 때문에 넘어뜨렸던 의자를 주섬주섬 일으켜 세우고는, 거기 앉아 루크 사제를 멍하니 올려다보셨으니까.
그리고 루크 사제는 그 시선을 마주하며 슬며시 웃음을 띄웠다.
“한 권. 그래, 한 권만 있었겠지. 입구만 열었으니까.”
“입구……?”
“신전의 보관함은 이중으로 되어 있거든. 내가 오기 전엔 악마 새끼가 사제 행세하고 있었다며? 그러니 입구밖에 못 열었지. 보관함 자체는 사제의 증표만으로 열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 다음 구역부터는 신성력으로만 해제할 수 있다.
기도의 힘으로 해당 물품에 설정된 ‘잠금’을 풀어야 꺼낼 수 있는 것이다.
즉, 진짜 사제가 아니면 보관함 속은 텅텅 비어 있는 걸로 보인다.
단순히 모습만 감춰진 게 아니라 물품 자체가 다른 공간에 숨겨진 것이므로, 손대중으로 꺼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무튼 신전으로 가야 돼. 주위를 둘러싼 놈들만 없애면 되니 그리 힘들지도 않을걸?”
“점령당했다면서요.”
그럼 뭐가 있든 안에도 우글거리고 있을 게 뻔하구만.
아무리 메린이 강해도 혼자서 대군을 해치울 수는 없다.
힘이 엄청 세다고 살갗까지 바위처럼 단단하진 않으니까.
그리고 독도 통하고.
아니지, 아예 건물이 안 남아있는 거 아냐?
그 보관함이라는 것도 부숴졌거나 어디 파묻혀 있을지도 모른다.
내 말에, 루크 사제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점령당한 거 아니야, 임마. 그냥 길만 막힌 거지.”
“몬스터가 존나 쳐들어왔다면서요. 그런데도 건물이 멀쩡하다는 걸 믿으라고요?”
“용사라는 새끼가 왜 이리 의심이 많아? 게다가 딴 놈도 아니고 사제 말을 못 믿냐? 너 대체 뭔 인생을 살았길래 그래?”
“………”
와, 진짜 존나 패고 싶다.
지는 아까 메린한테 쫑알쫑알 계속 캐물었으면서!
세상에, 로나 녀석이 깐족거리던 게 그리워질 줄은 몰랐네.
“저기요, 사제님. 대체 뭘 믿고 그렇게 깝… 세게 나오시는 거죠? 우리 같은 문명인이 아니면 칼 맞아 뒤… 다치실 거 같은데요.”
“뭐? 너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용사라는 새끼가 진짜 기본이 안 되어 있구만?”
사제놈은 정말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고서 말을 이었다.
“나 포함해서, 사제는 전부 창조주만을 주인으로 섬기고 모신다. 내 눈앞에 있는 놈이 용사이든 촌장이든 상관없어. 국왕이건 귀족이건 그냥 징징대는 사람 새끼일 뿐이지, 내 주인이 아니야. 근데 내가 왜 존대를 해야 되냐? 넌 개한테도 존댓말 쓰나보지?”
개……?
이런 개새……
아아아, 안 돼!
참아!참아야 한다, 카엘 에스트렐!
네 뒤통수가 박살날 수도 있다고!!
“……사람은 창조주의 자식일 텐데요. 일꾼도 고용주 자식에게 깍듯하게 대하는데 말이죠?”
“야, 이거랑 그거랑 같냐? 일꾼은 고용주 자식에게 개기면 잘리지만, 난 너 새끼들에게 해만 안 끼치면 뭘 하든 상관없거든? 창조주께서도 돌보라고는 하셨지만, 친절히 잘 대해주란 말은 안 하셨다.”
정말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면, 창조주의 도구인 사제에겐 직접적인 경고와 제재가 가해진다.
그러나 자신은 아직 한 번도 그런 걸 안 받았으니, 이 말씨는 그분이 허락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당당히 주장하는 사제놈에게, 나는 그 이상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압도당해서? 천만에.
존나 어이없어서 말문이 막힌 것이다!
세상에, 이딴 놈도 사제 일을 할 수 있다니.
창조주께서도 어지간히 일손이 없으신가보다.
아니, 실리적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능력이 뛰어나기만 하면 된다는 주의인 거 아냐?
……아니, 어쩌면 이 마을과 딱 어울리는 사제인지도 모른다.
사람 살 데가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이니, 사제가 못 될 것 같은 사제가 이끄는 게 맞는지도 몰라.
보직도 딱 치유이고.
아무튼 율리아 공주에게 건의라는 이름의 불만을 표할 게 또 늘었다.
가슴을 펴며 우리를 내려다보는 루크 사제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잠시 후, 나는 자경단과 함께 호숫가를 탈환하러 가는 로나와 위슨을 배웅한 다음, 메린과 블루벨, 그리고 사제놈을 데리고 신전으로 향했다.
호숫가 탈환작전에 그 두 꼬맹이를 보낸 이유는 간단하다.
그 둘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로나는 전투를 전문으로 하는 사제인 만큼 강할 뿐 아니라, 누군가가 전투 중에 부상을 입어도 치유할 수 있으니 빠져서는 안 된다.
위슨도 정령 넷을 한꺼번에 다룰 수도 있으니, 이번처럼 많은 수의 적을 상대하는 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우미이다.
그 자신도 두루마리나 물약으로 공격할 수도 있고.
물론 블루벨도 엘프의 신비로운 활솜씨로 화살을 비처럼 퍼부어버릴 수 있긴 하지만, 자경단원들도 작전에 참여하는 만큼 활보다는 단검으로 주로 싸우게 될 터.
블루벨의 주력은 어디까지나 활이니, 그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신전 청소에 참여시키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서 데려가는 중인데, 뭐가 불만인 건지 우리와 떨어져서 터덜터덜 뒤를 따라오는 것이었다!
아니, 자경단 따라가고 싶었으면 말을 하든가!
“……블루벨, 그렇게 의욕이 안 나? 혹시 어디 안 좋기라도 해? 왜 그렇게 떨어져서 따라오냐?”
결국 참다못한 내가 걸음을 멈추고 따져 묻자, 블루벨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런 뒤, 어째서인지 두 손을 마주 꼼지락거리며 어물어물 말을 꺼냈다.
“그……아까 내가 너한테 장난쳤잖아…….”
“근데.”
“메린이… 너한테 3m 안으로 접근하지 말라고… 안 그러면 죽을 줄 알라고…….”
“……”
그걸 나한테 말하지 말라고는 안 한 모양이다.
가만히 메린을 돌아보자, 녀석이 오히려 뚱한 눈으로 나를 마주하며 투덜대듯이 말을 던졌다.
“뭐. 또 괴롭힐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한 건데?”
“진짜? 정말로 그거 때문에 그런 거냐?”
“……그래!”
눈 돌리면서 뭐라는 거야?
진짜 거짓말 더럽게 못 친다니까.
나는 두 손으로 녀석의 얼굴을 꽉 붙잡고서 힘주어 말했다.
“야, 내 눈 똑바로 봐라. 다시 묻는다. 진짜 블루벨이 나 또 괴롭힐까봐 접근 금지시킨 거냐? 어렸을 땐 그런 짓 안 했으면서? 응?”
“………”
“아직 안 늦었어. 솔직히 말해. 왜 블루벨한테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냐?”
나를 보는 주홍빛 눈동자가 흔들린다.
덤덤하기만 하던 빛에 불안이 엿보이기 시작한다.
저 앞쪽에서 어처구니없어 하는 시선이 느껴지지만 알게 뭐야?
이 녀석이 블루벨에게 못되게 구는 걸 고치는 게 먼저인데.
나는 메린이 우선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화 안 낼 거지?”
“봐서.”
“그……”
메린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머뭇거린 끝에, 눈을 내리깔며 웅얼거리듯이 말했다.
“자꾸 너한테 꼬리치니까… 그게 싫어서……”
“………”
말없이 블루벨을 돌아보았다.
머릿속이 작동을 멈춰버린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저 할망구가 변태끼를 부릴 때마다 내가 저런 표정이었을 거 같아.
그 다음에 루크 사제를 돌아보니, 벌레 씹어먹은 표정으로 우릴 쏘아보고 있다.
이 상황에 뭔 개지랄 떠는 거냐는 눈빛이다.
뭐, 저 사람은 우리를 잘 모르니까……
아니, 아예 관심이 없으니 그럴 법해.
그리고 다시 메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내가 싫은 소리할 거라 생각하는 건지, 입을 조금 내민 채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 참, 혼날 거라 생각했으면 처음부터 그런 짓을 하지 말든가.
아니, 그보다 대체 그 모습 어디를 보고 블루벨이 꼬리친다는 거야?
이 녀석,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냐?
“야, 메린, 너 블루벨이 나 깔아뭉개고 앉아 있는 거 본 거 아냐? 어떻게 그게 꼬리치는 걸로 보여?”
“그치만… 너 깔리는 거 좋아하잖아…….”
“뭔 소리야, 임마, 내가 언제?!”
이런 망할, 누가 들으면 내가 변태인 줄 알겠네!
마침 주위에 싸가지 사제랑 변태 할망구밖에 없어서 망정이지.
우와, 내 의지가 아니어도 이 마을에서 못 살게 될 뻔했어!
메린은 강하게 부정하는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야? 너 저번에도 나 위에 태우고서 막 찔,”
“………”
……사회적으로 날 죽이려 드는 사악한 입을 틀어막았다.
입술로.
그리고 자꾸 그런 말을 만들어내는 교활한 혀를 꽉 붙잡아 마구 혼쭐을 내주면서, 그 배상으로 입 안에 담긴 감미로운 샘물을 받아갔다.
그런 뒤,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후……”
녀석과 나 사이에 생긴 투명한 실을 핥아 거둔 다음, 나는 다시 녀석의 두 눈동자…… 살짝 풀린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약간 따뜻해진 뺨을 어루만져주며 말했다.
“……어떤 여자가 뭘 하든 너 말곤 관심없어. 그러니 신경 쓰지 마. 알아들어?”
“응……”
“블루벨도 마찬가지야. 나한테 뭘 하든 난 관심없어. 그러니 그냥 가까이 오라고 한다. 그래야 이따 싸울 때 문제가 안 생기지.”
“네에…….”
……응?웬 존댓말?
뭐, 어쨌든 일이 풀렸으니 됐지.
나는 블루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들었지? 3m 접근금지 풀렸다.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옆에 와.”
“아, 알았어.”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블루벨의 얼굴은 왠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아니, 나랑 이 녀석이 그런 사이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뭘 새삼스럽게…….
하긴 뭐, 그냥 껴안는 것도 아니고 키스하는 걸 봤으니 민망하긴 하겠지.
그것도 진한 키스……
“…………”
엄청나게 진한 키스를……
다른 사람 보는 앞에서 해버렸다!!
“………!!”
우아아아아!!
내가 진짜 미쳤나, 왜……!
왜 하필 그런 짓을……!!
쌓였나? 쌓인 거야?!
나흘인가 닷새 못했다고 쌓였냐고!
아침에 키스한 걸로 모자라냐!
물론 모자라지만…… 그래도……!
으아아아아!!
뒤늦게 밀려오는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엎드려선 마구 비명을 내질렀다.
소리 없이.
“진짜 뭔 지랄이야, 이거…….”
루크 사제의 짜증이 잔뜩 묻어난 목소리가 허망하게 들려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