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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416화 (416/475)

〈 416화 〉 392화 : 어두운 초대 (4)

* * *

슥. 스윽. 슥.

검붉은색의 긴 막대기가 땅을 긁으며 무언가 그리고 있다.

이따금 동그라미에 X자를 쓰기도 하고, Y자를 쓰기도 하며 깃발 비슷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참 신기해. 저게 글자라니.

마녀들과 위슨이 쓰던 룬이라는 것만큼이나 희한하게 생겼다.

루크 사제는 무슨 뜻인지 모를 그 문양 열 몇 개를 쭉 쓰고서 마침표를 찍듯이 막대기로 땅을 한 번 쳤다.

그러자 글자들이 일제히 은은한 빛을 품더니, 꼭 잉크를 부은 것처럼 진하게 자국을 남겼다.

그걸 지켜본 후, 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고서 조금 간격을 띄우고 똑같은 문양들을 슥슥 그리기 시작했다.

이내 또 그리기를 마치고 막대로 땅을 친 다음 한숨을 푹 쉬고, 다시 막대기로 바닥에 그 희한한 글자를 써갔다.

퉁.

“하………”

작업이 반복될 때마다 한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이거 다 끝나기 직전엔 진짜로 땅이 꺼지는 게 아닐까 싶다.

……뭐, 조금 불쌍하긴 해.

마을 외곽 벽을 따라서 저 글자를 계속 쓰고 있으니까 말야.

벽 위에서 경계 서고 있는 자경단원의 눈엔 사제가 무슨 고행을 하는 줄로 보일 거다.

이제 한쪽의 절반쯤 썼나?

반대쪽도 써야 할 텐데, 이거 밤새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나는 이쪽을 노려보는 가시꼬리 고양이를 향해 슬링을 쏜 후, 진절머리 난다는 얼굴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사제놈을 돌아보았다.

“그거 무슨 뜻이야?”

“………뭐?”

집중하고 있던 모양인지, 사제놈은 한 마디 쓰고 나서야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았다.

“지금 쓰고 있는 거 무슨 뜻이냐고.”

“넌 못 지나간다.”

“……어, 진짜로?”

“줄이면 그래.”

사제놈은 내뱉듯이 툭 말을 던지고서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간간이 몬스터에게 슬링을 쏘거나 메린이 손수 발로 걷어차버리고 있긴 하지만, 역시 그냥 있는 건 좀 심심하다.

“메린, 끝말잇기 하자.”

“싫어.”

“왜?”

“내가 지니까.”

이보다 간단명료하면서 설득력이 강한 대답이 있을까?

나는 속으로 감탄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메린, 사람은 말이지, 가끔은 질 걸 알면서도 도전해야 하는 법이야. 가만히 물러나서 소중한 걸 잃어버리는 것보단 발악이라도 하는 게 낫거든.”

“뜬금없이 개소리하네. 너 심심하냐?”

“응.”

“참아.”

“……”

안 놀아주네.

야박한 자식 같으니.

슬링에 끼우기 좋은 돌을 주우며 한숨을 푹 쉬자, 사제놈이 허리를 펴고 뒤로 살짝 젖히면서 말했다.

“심심하냐? 그럼 특별히 이야기 하나 해주지.”

“아니, 됐어.”

“보관함에서 찾은 옛 기록들, 내가 놈들이 신전에 쳐들어오기 전까지 계속 해독하고 있었거든? 거기서 알게 된 건데,”

어라, 이상하네.

나 방금 안 해줘도 된다고 대답하지 않았나?

근데 사제놈은 계속 작업을 이어가면서 혼자 떠들기 시작했다!

“이 마을이 이래봬도 자그마치 오백 년 전에 세워졌다더라. 괜히 기록물이 죄다 이 망할 고대어로 적혀 있던 게 아니더라고.”

“잠깐, 사제님아. 됐다고 했잖아. 왜 혼자 주절거리는 거야?”

“왜 이딴 데에 마을을 개척했는지는 안 적어놨는데, 짐작은 좀 간다. 여기 숲 꼬라지가 장난이 아니잖아. 몬스터는 존나 많고, 요정도 흘러 넘치게 많지.”

아니, 미치겠네.

저 놈 혹시 내가 싫어하는 거 알고 일부러 저러는 건가?!

“길목에 있는 산딸기조차 평범하지 않아. 이 대륙에 여기만큼 ‘신비’가 쌓인 곳은 없을 거다. 너 따라온 그 마법사인지 하는 놈, 엄청 좋아하고 있을걸?”

“누가 물어봤냐고! 안 궁금하니까 말하지 마!!”

“이 마을은 단순히 왕국의 북쪽 끝자락을 표시하려고 있는 게 아냐. 인간이 살 수 있는 영역의 경계이지. 이 위로는 인간이 터를 잡을 수 없다는 표시.”

“내 말을 듣지 않는구만.”

저 놈도 내심 퍽 지루했던 모양이다.

근데 지금 글자 쓰고 있는 거 아닌가?

입으로 다른 거 떠들면서 손으로 글씨 쓰면, 나도 모르게 말소리를 따라서 쓰게 되던데.

이 놈의 지랄맞은 성격상, 분명 지가 틀리게 써놓고 나한테 빽빽 성질 부리겠지. 뻔해.

그래서 노심초사하며 놈이 글자를 쓰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다행히 모양이 달라진 글자는 하나도 없었다.

이건 좀 대단하군.

“왕국 지도엔 이 마을이 그려져 있지 않아. 하지만 신전에 있는 전도(??)엔 이 마을이 똑똑히 표시되어 있어. 그 이유가 뭐일 거 같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답을 몰라서?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저 놈의 이야기가 이어지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뜬금없이 왜 이 마을의 역사를 읊고 있어?

안 물어봤다고.

안 궁금하단 말야!

“그건 말이다. 가급적 일반인에게 존재를 숨기기 위해서야.”

그러나 사제놈은 정확히 일 초 뒤에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저 새끼, 처음부터 내 대답 기대 안 했구만?!

“이 마을은 ‘지도에 없고 누구도 가본 적이 없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마을’이야. 일부러 그렇게 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그래야 이 마을에 ‘신비’가 쌓일 수 있고, 그 속에서 살아야 제대로 경계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

무언가를 나누는 경계는, 항상 양쪽이 어느 정도 섞이는 법이다.

즉, 이 마을은 순수 인간이자 사람이 ‘신비’ 속에서 살아가는 곳이 되어야 했고, 그렇게 되도록 꾸민 것이었다.

“아니, 그 ‘신비’라는 게 대체 뭐길래…….”

“‘신비’? 말 그대로 신비한 일이 일어나게 하는 힘이다. 몬스터를 만들어내고 주술을 실현시키며, 놀라운 능력을 가진 풀과 꽃이 자라게 하지.”

“끄아아아악!!”

저 새끼, 이야기하지 말라는 내 얘기 제대로 듣고 있었잖아!

역시 다 알면서 일부러 떠드는 거였어!!

내 절규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제놈은 계속 작업을 이어가면서 혼자 줄창 떠들어댔다.

그 덕에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신비’는 사람의 두려움과 공포에서 생겨나는 힘이므로, 그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과 생물들을 사람이 알면 알수록, 그리고 극복하면 극복할수록 점점 더 약해진다.

이 마을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이 부근은 ‘신비’가 옅은 편이다.

그러나 마을을 벗어나 숲 속으로 가면 갈수록,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영역에 들어설수록 온갖 기상천외한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그렇기에 조상님들은 사람이 갈 수 있는 최대한의 구역을 표시해놓았다.

그 이후는 뭔 지랄을 해도 절대로 밝히지 못한다고 항복하는 의미로, ‘이 너머는 가지 말라’고 출입을 금지시킨 것이다.

“근데 대언자 중 하나가 탐색을 해본 모양이더라.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이는 법인데, 그 양반은 고양이가 아니었던 모양이야.”

괜히 대언자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며 사제놈은 하하 웃었고, 나는 눈가를 덮고 훌쩍였다.

왜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되는 건데…….

그 이후에도 이야기는 쭉쭉 이어졌다.

놈이 작업을 마칠 때까지.

“……휴, 어떻게 다 끝났군. 생각보다 그렇게 빡센 작업은 아니었네.”

“그러냐…….”

사제놈이 마침내 작업에서 해방됐다는 듯이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는 반면, 나는 엄청난 패배감에 침울해져 있었다.

이 마을의 이야기 따위 하나도 안 궁금한데, 또 듣다 보니 묘하게 흥미가 돋아서 계속 듣고 말았던 것이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푸른 빛이 섞인 주황색 하늘. 해가 거의 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흑……

하루 다 갔어…….

“근데 이거 제대로 된 거 맞아?”

“용사라는 놈이 뭐 이리 의심이 많아? 안 믿기면 시험해보던가.”

“뭘 어떻게 시험해?”

“몬스터 하나 잡아서 던져봐라.”

아니, 이 상황에 그걸 어떻게 해?

그렇게 대꾸하려는 순간,

“잠깐만.”

“엥?”

메린이 기지개를 켜면서 숲으로 척척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휘익—

바람을 가르면서 무언가 날아오더니,

파앙—!!

돌연 은은한 빛이 번쩍이면서 반대 방향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사제가 펼친 보호막에 몬스터가 튕겨나가던 것처럼.

“우와아……”

“잘 됐네.”

시큰둥하게 중얼거리며, 루크 사제는 재차 크게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했다.

쉬지 않고 허리를 숙여 글자를 쓰면서 이 마을을 한 바퀴 뺑 돈 것 치고는 꽤 멀쩡하다.

나 같으면 허리 부숴졌을 텐데.

“이야, 굉장하네. 이게 있었으면 경비 안 서도 됐을 거 같은데.”

종종걸음으로 다시 돌아온 메린이 감탄하자, 사제놈은 피곤한 기색이 묻은 눈두덩이를 문지르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 경비는 서야 돼. 저거 흙이나 눈에 덮이면 발동 안 되거든. 그래서 정기적으로 글자 고쳐야 되고,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잽싸게 치워야 돼. 아, 생각만 해도 존나 귀찮네.”

“……”

“아무튼 결계 깔았으니 다시 문서 해독 작업해야지……. 야, 용사, 넌 저 글자 아예 모르는 거냐?”

“어.”

“네 애비가 안 가르쳐주던?”

“……”

앗.

또 속이 울컥했다.

위슨의 파랑새 때문에 독 같은 혓바닥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

세상에 그 놈보다 더한 혓바닥이 있을 줄은 진짜 몰랐네.

“교단에서 쓰는 글자라며? 그걸 어떻게 배우냐?”

“그래? 네 애비는 어느 정도 알고 있길래 너도 배운 줄 알았지.”

“………엥?”

아버지가 이 글자를 안다고? 왜??

아니, 어떻게???

사제놈을 멀뚱히 쳐다보자, 그가 가늘게 뜬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보관함 입구에 있던 책, 그거 독기 대처법이거든? 그걸 네 애비가 해독했단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책은 마을 생존에 필수적인 거라서 일부러 입구에 둔 모양이야.”

사제인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 마을이 계속 생존해갈 수 있도록.

루크 사제는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그렇게 말한 후, 마을 안으로 먼저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

아버지가 교단의 옛 글자를 알고 있었다고?

대체 어디서 뭐하던 사람이길래……?

“카엘, 우리도 가자. 배고파.”

그리고 그 책이, 여기 퍼져 있는 독기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거였다고 했지?

그럼 나한테 독을 먹인 것도, 그 책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인가?

“배고파아~”

그건 그렇고, 아버지의 정체가 궁금하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마을엔 어떻게 찾아온 거고, 왜 이런 구석진 곳까지 온 건지.

교단의 옛 말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여태 한 번도 품지 않았던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집에 가서 물어볼까?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을 해주,

“……합.”

“꺄악?!”

갑자기 목덜미가 찌릿거렸다!

뭐야, 뭐야뭐야?!

당황해서 마구 뒤흔들리는 정신을 부여잡고 상황을 살피자, 한 가닥으로 곱게 땋아져 있는 갈색 머리카락이……!

“메, 메린, 너 지금 뭐하는…… 아으?!”

“배고파아……….”

“이런다고 네 배가 부르길 하냐, 뭘 하냐?! 앗, 야, 그만……!”

그러나 메린은 그만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불이 붙어버린 건지, 살짝살짝 목덜미를 깨물면서 핥아대고 있었다……!

아앗, 안 돼……!

점점 힘이 빠져버렷……!

“그만, 하라니까……! 저기 보는 사람 있다고……!”

그렇게 애원하면서 녀석을 밀어내는데,

“이야~ 둘이 약혼했다더니 진짜 뜨겁긴 하네~”

진짜로 벽 쪽에서 웃음기 어린 말소리가 들려왔다!

찰싹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메린을 열심히 밀어내며 고개를 돌리자,

“아~ 우린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해~”

“………”

“그래도 되도록 건물 안에서 해라~ 눈꼴 시리다~”

벽 위에서 자경단원 둘이 히죽 웃으면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꺄아아아악!!”

……내 입에서 터져나온 새된 비명이 숲을 향해 울려퍼졌다.

이윽고 밤이 찾아왔고,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숲 입구에 모여 있었다.

“……글쎄, 그렇게 격렬하게……”

“어머어머, 세상에……!”

“………”

시선이 너무 따갑다.

킥킥 웃으면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메린이 나를 잡아먹으려 드는 걸 목격한 자경단원들이 그새 소문을 퍼뜨린 것이리라.

이런데도 나보고 여길 지키는 걸 도우라고……?

안 해, 씨발……!

“카엘 님, 근데 진짜예요?”

“뭐가……”

호숫가 탈환 작전을 성공하고 돌아왔던 로나가 내 소매를 잡아당기며 물었다.

참고로 위슨은 거기 지키라고 두고 왔다는 듯했다.

그 말을 듣고 싫어하긴커녕 환호성을 질렀다나 뭐라나.

“밖에서 아주 진하게 사랑을 나누셨다면서요?”

“아니야!”

“막 목을 물고 빨았다던데요.”

“그건 맞지만 네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야!”

진짜 말뜻 그대로 잡아먹힐 뻔했던 거다.

사랑이 아니라 허기를 채우려던 것일 뿐이라고!

내 처절한 외침에, 로나는 오히려 실망이라는 듯이 얼굴을 구겼다.

“에이, 괜히 기대했네요. 마침내 참지 못한 카엘 님이 한 마리 수컷이 되셨나 했는데요.”

“그딴 거 기대하지 마, 임마! 너 대체 날 뭘로 보는 거야?!”

“왜요~ 소설에선 젊은 남녀 주인공이 붙기만 하면 땀을 쫙쫙 뺀단 말이에요~ 그래서 카엘 님도 그러겠거니 했죠~”

“넌 소설 좀 그만 읽어라.”

그보다 이 녀석, 큰 축제가 열릴 때 빼고는 계속 신전에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왜 그딴 책이 신전에 있는 거야?

돌겠네, 진짜.

“너네 진짜 긴장 하나 안 하는구나.”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하는 루크 사제.

그의 손엔 블루벨이 가지고 있던 귀리빵이 들려 있다.

정말 긴장 하나 안 하는구나.

어이가 없네.

“근데 아무도 안 오네. 지금 밤 맞지 않아?”

메린이 크게 하품을 하면서 투덜거렸다.

품속에서 시계를 꺼내어 보니, 이제 열 시가 되어가고 있다.

기다린지 대충 한 시간 지났나?

아까 낮에 몬스터들도 혼자 해치웠고, 또 펑펑 울기도 했으니 피곤하겠지.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업어줄 테니까 자고 있어. 누가 오면 깨워줄게.”

“으응…… 그럴까……. 근데 진짜 언제쯤 오는 거야?”

“지금.”

“……?!”

방금 목소리가 울린 거 같은데……?!

황급히 메린을 붙잡으며 주위를 둘러보자, 벽 바깥의 숲 쪽에서 그림자가 일렁이는 게 보였다.

검은 그림자는 숲에서 주룩 흘러나오며 바닥을 흐르더니, 곧 위로 솟으면서 사람의 모양을 이루었다.

자경단원 하나가 그쪽을 향해 횃불을 던졌다.

자그마한 횃불이 그림자의 발치에 떨어지면서 그를 감싼 어둠을 밝혀주었고,

“허……?”

나는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서서히 잊어가고 있던 얼굴이, 이쪽을 향해 빤히 보고 있었으니까.

“카엘.”

2년 만에 마주한 엄마는, 상당히 서늘한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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