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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423화 (423/475)

〈 423화 〉 399화 : 그럼에도, 여전히 같은 대답 (3)

* * *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휘둥그레 뜬 눈.

당황함이 엿보이는 촌장의 얼굴을 보자, 꽉꽉 눌러 담았던 무언가가 터지는 듯한 들었다.

“왜요,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다른 마을에는 사제 없는 줄 알아요?! 어느 치유사제님이 날 진찰하자마자 그러시더군요! 일부러 독기를 품도록 먹인 것 같다고요! 요전에 만난 슐 누나는 그렇다고 아예 확인도장을 찍어줬고!”

“슐이……?! 아니, 그 애가 어떻게……!”

촌장의 두 눈이 한층 더 크게 뜨이며, 그 속에 당혹감과 혼란스러움이 더해지는 게 보였다.

슐 누나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던 모양이다.

이윽고 그는 표정을 굳히며 고개를 크게 저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건, 자네를 그렇게 만든 건 내가 아니야. 이 마을은 더더욱 아니고! 원망하고 싶거든 자네 부모에게나 하게! 자네에게 직접 먹이겠다고 결정한 것도, 그걸 주기적으로 털어넣은 것도 자네 부모이니까!”

“우리 부모님을 내가 왜 원망해요?!”

아버지를 가리키며 단호히 말하던 촌장이, 입을 떡 벌리며 나를 아연히 바라보았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내가 씨발, 존나 등신이었구나.

이딴 새끼를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니……!

그 개놈이 이 놈 친아들은 아니지만 아들은 맞아.

피는 안 이어졌어도 정신머리를 아주 쏙 빼닮았어!

이딴 새끼가 촌장 일을 하고 있었으니 마을이 이 꼬라지이지!!

“아버지나 엄마가 날 죽이려고 먹였을 리가 없는데! 곧 죽을 놈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던 거겠죠! 내가 그것도 생각 못하는 얼간이인 줄 알아요?!”

슐 누나는 말했다.

내 행복을 바라고 독을 먹인 게 아니라고.

그래, 그렇겠지.

이 새끼나 다른 사람은 그럴 거다.

나에게 독기를 먹여서 뭘 하고 싶었는지는 모르지만 말야.

그래도 우리 부모님은 다르다.

언젠가 내 발로 걷고 뛰면서, 아프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셨다.

곧 괜찮아질 거라며 애써 밝게 웃던 엄마의 얼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살펴달라고 기도하던 아버지의 목소리.

그걸 내가 보고 들은 게 몇 번인데?

열병이 지나가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되면, 그런 나를 보고 기뻐하던 두 분의 모습을 내가 몇 번이나 봐왔는데!

“독기 먹은 것 따위 하나도 원망 안 해요! 오죽하면 그랬겠냐고!

근데 댁이랑 딴 사람들은? 내가 그런 것까지 주워 먹어야 될 정도로 빌빌대는 거 알면서 왜 그랬는데요?! 왜 나랑 부모님이 그 따위 소리들을 들어야 했던 거냐고요!”

왜 우리 부모님이 약값을 벌려고 밤낮으로 고생을 해야 했던 거야?

약값을 우리가 꼭 직접 벌어야 했어?

그래, 뭐, 우리가 값 치를 건 다 치러야 떳떳하게 살 수 있으니 그렇다 쳐!

그럼 씨발, 주둥이는 다물어주는 게 최소한의 예의 아니냐?

왜 우리 부모님을 가지고 불쌍하다고 떠들어?

왜 나를 두고 돈 잡아먹는 귀신이니 기둥 뽑는 놈이니 저주덩어리니 하고 지랄해댔냐고!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그랬던 사람들이, 내가 좀 크니까 날 보고 잘 컸대요. 건강해져서 정말 다행이라고 합디다!

푸핫, 아하하하! 완전 웃긴 사람들이야! 뒤에서는 그렇게 죽으라고 재잘댔으면서! 안 죽고 멀쩡하니까 건강하니 보기 좋대!

그러면서 겨울마다 또 수군거렸겠지. 역시 글러먹었다고. 역시 저주받은 거라고. 저래서 제대로 뭔 일이나 하겠냐고!”

정말 우스워죽겠어. 이렇게 웃긴 사람들이 또 있을까?

나는 킬킬 웃으면서, 눈에 맺힌 눈물을 닦는 것도 잊은 채 메린에게 말했다.

“야, 메린, 너 아냐? 여기 사람들, 언제는 나한테 너랑 같이 다니지 말라고 했었다? 물든다고. 내 성격 버린다고! 크크, 근데 너도 알지? 네가 뭔 일 저지르면 나부터 불렀어. 너한테 뭐 좀 대신 부탁해달라고도 하고! 아니, 같이 다니지 말라며? 그럼 지들이 알아서 해야 될 거 아냐. 왜 나를 불러대? 안 그러냐?”

“………”

“그러면서 너랑 날 가지고 시끄럽게 수군대고! 너랑 사귀는 것도 아닌데, 난 툭하면 골골대니까 너랑 안 맞는다고 그어버리고!

다 들었어. 뒤에서, 옆에서 지껄이는 거 다 들었다고!!”

쾅!

결국 못 참고 테이블을 내려쳐버렸다.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무언가 질책이 날아오진 않는다.

아마 못 보신 것이리라. 아까부터 얼굴을 감싸고 계시니까.

나는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촌장에게 말했다.

“더러운 거짓말쟁이에 빌어먹을 위선자가 철철 흘러 넘치는데!! 기본 도리도 안 지키는 사람들 틈에서 계속 살라고요?! 내가 뭐가 아쉬워서 그래야 되는데요!! 싫어요, 절대 안 살아! 차라리 죽는 게 낫지!!”

그동안은 여길 나갈 수 없었다. 몸이 약하니까.

혼자서는 절대 이곳을 벗어날 수 없으니, 속을 죽이면서 살아야 했다.

구역질나는 사람에게도 웃음을 띄우며 정중히 인사해야 했다.

누구든 믿을 수 없으니까, 누가 친해지려 정답게 굴더라도 일부러 몇 걸음 더 물러나며 다가가지 않았다.

속을 알 수 없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생각을 감추고 진심을 숨기면서 살았다.

괜히 속아넘어가지 않도록,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면서 뒤에 숨긴 뜻을 알아내려 애썼다.

덕분에 거짓말하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게 됐고, 그 때문에 더 마을이 싫어졌다.

나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은 얼마 없었으니까.

웃긴 건 튜르, 그 개놈도 거기 낀다는 거다.

그 놈은 진짜 진심으로, 한결같이 날 존나 싫어했던 거지.

그게 기꺼워서 축제날에 건배했는지도 모른다.

하하, 진짜 생각할수록 병신 같아.

뭐? 메린이랑 있으면, 녀석에게 물들어서 성질을 버린다고?

웃기고 있어. 지들이, 지 새끼들이랑 같이 내 성질 다 버려 놓고 왜 남에게 누명을 씌워?

그러니 이딴 데에서 절대 안 살 거다.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 이상한 인형극 아저씨 말대로 나랑 메린에게 행복한 결말이 찾아온다면,

반드시 여길 떠나서 두 번 다시 안 돌아올 거야!

“이해가 안 되는군.”

그리고 촌장은, 내 열띤 고함들을 듣고서 고개를 저었다.

“고작 뒷담 때문에 그리 성을 내는가? 세상에 뒷말 안 듣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게다가 다 지난 일인 것을.”

“당신……!!”

“하지만 오해는 하나 풀어야겠네. 자네가 그걸 먹었던 걸 아는 건 나와 자네 부모, 그리고 카에브 가문을 비롯한 오래된 가문의 가주 일부뿐이야.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모르네.”

“……!”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모른다고?어떻게 모르게 할 수가 있어?

아니, 왜 모르게 한 거야?

그게 뭐 비밀이라고?

일순 멍해진 머리로 놈에게 물었다.

“왜 숨긴 거죠?”

“마을을 위해서.”

“그런 애매한 소리 말고 자세히 대답해요!”

“알고 싶나? 그래, 뭐. 이렇게 된 거 다 얘기해줌세.”

어쩔 수 없다는 듯, 촌장은 긴 한숨을 쉬고서 말을 이었다.

“자네가 먹은 건, 이 마을에 전해지던 비약(?藥)인 내성향상제의 시약품일세. 물론 몬스터의 독기에 대한 내성을 올리는 약이지. 그게 효과가 있으면 마을에 배포하기로 했는데, 생각을 해보게.

자네 같으면 ‘갓난아기에게 대대적으로 시험해서 효과를 본 약’을 거리낌없이 쓸 수 있겠나? 뭐, 사내이니 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이 어머니들은 절대 못해. 자기 자식이 그런 일을 당한 것처럼 느끼거든. 그러니 숨겨야 했네.”

그 대신, 우리 부모님과 치료사 아저씨가 연구한 끝에 가장 큰 효과를 본 약이라고 이야기했다.

그걸 먹고 내가 고비를 넘겼었다고, 끙끙 앓는 아기를 보며 눈물 짓는 어머니에게 약을 먹이길 권했다.

그 말에 어머니들은 안심하며 아이에게 약을 먹였고, 덕분에 마을 아이들이 독기 때문에 목숨을 잃지 않게 되었다.

촌장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정말 잘된 일이라는 듯이,

그런 결과를 얻어서 만족스럽다는 듯이,

환히 웃은 것이었다.

“정말이지, 자네 가족이 아주 큰 일을 해줬어. 이 마을을 구해줘서 정말 고맙기 그지없네. 그래서 자네 아버지를 촌장으로 올리려는 거야. 능력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마을에서 나름 존경도 받고 있으니까.”

“………”

……모르겠어. 왜지?

서로 다른 말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 전혀 안 통하는 거 같아.

어째서 그 얘기를 그렇게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거야?

우리 가족이 존나 개고생한 원흉덩어리 주제에, 어떻게 우리 눈앞에서 그렇게 실실 쪼갤 수 있냐고.

그래, 이젠 나도 못 믿겠다.

슐 누나가 이런 놈의 친딸일 리가 없어.

넷째 빼고는 다 다른 사람 자식일 거야.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되잖아.

어떻게 이런 아버지 밑에서 멀쩡한 사람이 넷이나 나와?!

“게다가 새 사제님 덕분에 자네의 건강 문제도 해결되었으니, 이제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아, 촌장은 대놓고 들으라는 듯이 크고 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정말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말을 이었다.

“뭐, 본인이 그리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알겠네. 그럼 그건 됐고, 다른 부탁을 들어주게. 산에 며칠 더 있다가 올라가게나.”

“……왜요?”

“자네와 자네 동료들이라면 출입금지구역을 점령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그곳만 없애면 여기에 사람들이 더 살 수 있을 걸세. 그러니 며칠 더 머물면서,”

“지랄 마.”

단호한 목소리가 촌장의 말을 가차없이 끊어버렸다.

그 말을 한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게 참 아쉽기 그지없다.

촌장의 눈길이 나를 떠나 루크 사제로 향했다.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쌍욕이 허락된 사람답게, 그는 테이블에 턱을 괸 삐딱한 자세로 촌장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용사 놈은 내일 아침 여길 떠난다. 대재앙 새끼를 없애러 북쪽으로 갈 거야. 변동은 용납 못해.”

“하지만 사제님, 성검이 있으면 그 구역을……”

“지랄하지 말라고 했다, 촌장!”

쾅!!

나보다 더 세게 테이블을 내려치며 그가 말을 이었다.

“성검이 네놈이나 이 마을을 위해 내려진 줄 알아?! 창조주께서 이 숲의 어둠을 밝히라고 빌려주신 줄 아냐! 너 새끼한테 이제 남은 건 촌장 역할밖에 없으니 그에 매달리나본데, 애초에 이 마을은 번영을 목적으로 세운 게 아니야, 이 등신아!”

어제 낮, 루크 사제는 내가 묻지도 않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이 마을은 일종의 생존 한계선으로서 세워진 것이라고.

알려지지 않고 파악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되는 힘, ‘신비’로부터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계선이나 다름없다고.

만약 이 마을이 없어진다면, 숲은 이 아래로 퍼져나가게 될 터.

여기만큼 독기의 내성이 쌓인 곳도, 몬스터에 정통한 곳도 없으니, 결국 인간의 생존영역은 점점 더 좁아지게 되겠지.

반대로 놋지빌이 번영해서 규모가 커진다면, 그만큼 요정과 몬스터의 영역이 줄어든다.

신비한 풀꽃이 더 적게 피어나며, 어쩌면 호수가 마르거나 물이 탁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출입금지구역 너머, 빛조차 삼켜버리고 실종된 사람의 ‘그림자’들이 거주하는 그 알 수 없는 곳이 없어진다면, 숲은 그저 풀과 나무가 자리하는 곳으로 변할 것이다.

요정과 몬스터는 솜털 하나조차 찾지 못하게 되리라.

보통 사람들이 들으면 무척 반길 이야기이다.

그러나 마을의 담당이 된 루크 사제는 그리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출입금지구역 너머는 이 숲의 심장이야! 요정과 몬스터는 그곳이 내뿜는 ‘신비’로 살아가고 있어! 근데 그걸 밝혀버리자고? 요정과 몬스터를 없애고, 여기를 그냥 보통 숲으로 만들자고?

그러면 살기 좋아질 것 같냐? 천만에! 이 부근이 그대로 말라버릴 거다! 애초에 이 숲은 놈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

끊임없이 맑은 물이 솟아나는 호수.

얼마나 베어내든 항상 울창한 숲.

동화책에서 ‘신비로운 곳’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소이다.

그리고 이 마을은 그런 ‘신비로운 숲’에 자리한 것이다.

바깥 사람들은 들어본 적이 없으나 확실히 존재하는 ‘신비로운 마을’.

그게 이곳 놋지빌의 존재의의다.

루크 사제는 그렇게 말하면서 굉장한 곳에 부임했다고 헛웃음을 켰었다.

“촌장이란 놈이 여기가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도 몰라?! 습격 때문에 기록물이 없어졌어도 네놈은 촌장이야. 전대에게 분명 들었을 거다! 전대는 전전대에게 들었을 거고! 넌 분명 알고 있었을 거야. 왜 너네 조상이 이딴 데에 마을을 세운 건지! 내 말이 틀려?!”

“조금은 더 번영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전 촌장으로서 마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여긴 애초에 그런 데가 아니라고, 미친놈아!!”

촌장의 고집에, 루크 사제는 한층 더 거친 말투로 맞받아쳤다.

“여긴 계속 투닥대며 살아야 되는 경계선이야!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남아야 한다고! 제발 정신 좀 차려, 미친놈아! 그렇게 쓸데없이 역할을 넘어선 일을 하려 드니까 마누라 바람난 줄도 모르지!”

“바람이라뇨! 그 년이 처음부터 날 속이고 들러붙은 겁니다! 날 농락하고 있었던 거라고요!”

“바람난 거야, 병신아!”

아무래도 촌장은 부인이 다른 남자가 있는 채로 자신과 결혼했다고 믿는 모양이다.

정말 여러 의미로 미친 인간이군.

촌장은 루크 사제의 말소리를 듣기 싫다는 듯, 손을 붕붕 내저으며 말을 꺼냈다.

“뭐, 좋습니다. 사제님이 반대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그래도 하루나 이틀은 더 머물러야 합니다. 자경단이 완전히 기운을 추스를 때까지 여길 지킬 인력이 필요해요. 그건 동의하시죠?”

“……촌장님, 루크 사제님이 보호 결계를 치셨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카엘과 동료들이 없어도 자경단은 쉴 수 있습니다.”

여전히 눈가를 덮은 채로 아버지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목소리에 피곤한 기색이 절절이 묻어 있는 걸 보니, 벌써 몇 번이나 이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 듯했다.

“만약이란 게 있잖나? 매일 아침 눈이 내리는데, 그에 덮여서 작동을 안 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 그림자라는 놈들이 보복하러 올지도 모르고! 안 그렇습니까, 사제님?”

“하…………”

루크 사제는 잠시 천장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다 갑자기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 놈도 드디어 미쳐버렸구나!

아, 원래 이상한 놈이니 이제 좀 멀쩡해지려나?

자그마한 기대를 품어보았으나, 애석하게도 그런 건 아닌 듯했다.

“그래, 인력 필요하지. 근데 용사와 다른 놈들이 남을 필요는 없어. 지원이 왔으니까.”

“지원……?”

누가 지원군이라도 데려왔다는 건가?

그걸 이 안에 있으면서 어떻게 알았고?

나와 촌장, 그리고 눈을 덮고 있던 아버지까지 손을 떼고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

루크 사제는 의문에 찬 시선들을 한데 받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끼익.

그리고 그가 문을 열기가 무섭게, 한 자경단원이 뛰어오더니 당황해하는 얼굴로 말했다.

“초, 촌장님, 사제님, 아무래도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인가?”

“그, 그게, 손님이……! 아앗!”

더듬거리며 말을 이으려던 자경단원이 돌연 옆으로 밀려났다.

그와 함께, 연한 금빛의 긴 머리칼이 가볍게 나부끼며 검은색 긴 치마자락이 문지방 너머로 흘러들어왔다.

“이야~ 다들 여기 모여 계셨네요? 후후, 안녕하셨어요, 여러분? 저 또 왔어요!”

“공주님……?”

석 달 전에 날 끌고 나간 막무가내, 율리아 공주가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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