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는 소꿉친구 검성이 무섭다-438화 (438/475)

〈 438화 〉 414화 : 모든 것을 끝내야 할 때

* * *

놈이 또 다시 앞발을 내려친다.

하얀 불에 시시각각 삼켜지고 있는 앞발이 근방을 때리자, 바닥이 크게 들썩이며 우리 두 사람의 발을 띄운다.

그러다 다시 바닥을 딛자마자, 앞으로 달려들 듯이 뛰며 구른다.

콰앙—!

바로 전까지 있던 자리가 놈의 다른 쪽 발에 뭉개지는 소리가 들린다.

뒤통수가 저리는 느낌.

무언가 날아오는 기척에, 제자리에서 높이 뛰어오르며 검을 휘두른다.

허공에 뜬 다리 아래로 놈의 온전한 앞발이 땅을 쓸며 지나가고, 얼굴을 향해 날아가던 빛의 칼날이 놈의 뿔에 칼집을 내는 게 보인다.

그리고 메린이 놈의 팔을 타고 뛰어올라가는 것도.

“지나친 완성도가 문제가 될 줄이야.”

놈이 한탄하듯 투덜거리며 팔을 털고 몸을 굽혀 짧아진 날개를 움직인다.

그러자 쇠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땅에 떨어져 바닥을 구르고,

“하아앗!!”

그대로 몸을 일으키자마자 자신을 내리찍으려 드는 꼬리를 썩둑 잘라버렸다.

튕겨져 나가든, 내던져지든 그 움직임을 그대로 이용해서 반격한다.

한 사람이 몬스터 여럿을 상대해야 하는 놋지빌에 전해지는 검법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든 물 흐르듯이 움직임을 이어가는 게 특징이다.

그런데 그걸 우리 고향 사람들만 터득한 게 아닌 듯했다.

놈이 잘려 나간 꼬리조각을 입에 물고서,

“컥?!”

그동안 다른 쪽 팔을 노리려던 나를 곤봉처럼 후려쳤으니까!

때맞춰 성검을 방패로 써먹긴 했지만, 그래도 몸에 흐르는 충격은 상당했다.

씨발, 체급이 깡패야.

그보다 용케 알아챘네……!

그래도 저 놈 또한 눈이 두 개인만큼, 볼 수 있는 시야가 한정되어 있는 것 자체는 분명하다.

바닥을 구른 내가 몸을 가누자마자 뛰쳐나가는 동안, 놈은 불꽃이 타고 있는 발을 자르려는 메린을 쫓아내려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그녀가 놈의 발가락 하나를 자를 때,

“캬아아아아—!”

나는 기어코 다른 쪽 팔을 찌르고 불을 활활 질러버릴 수 있었다.

하얀 불길이 솟는 걸 보자마자 검을 빼내고 물러나는 찰나,

“성가신 놈들!!”

“……!!”

눈앞에 돌연 불씨가 튀기더니, 그대로 폭발해버렸다.

퍼어엉!!

소리를 낼 틈도 없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것 같다.

직전에 물컹한 것과 바람이 몸을 감싼 것 같기도 하다.

아마 그 덕에 의식을 잃지 않은 것이리라.

그래도 엄청나게 아파서 눈앞이 깜박거리지만.

삐이이이이—

귓속을 울리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몸에 힘이 잘 안 들어가는 것 같아.

저 삐이 소리 때문에 속이 울렁거려.

아니, 눈앞이 어지러워서 토할 거 같아.

근데 참 신기해.

코앞에서 폭발했는데 팔다리가 아직 붙어있어.

심지어 손가락도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몸에 때려 넣은 습관으로 검신을 방패로 삼았으니, 오른손은 자루를 잡느라 그대로 노출되었을 텐데.

그리고 손 안에 성검의 두툼한 자루가 여전히 꽉 쥐어져 있는 건……

뭐, 원래 지 혼자서 내 손에 들어오거나 사라지거나 하는 놈이니 별반 놀랄 일도 아니지.

아무튼 됐어.

팔다리가 붙어 있으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어서서,

앞을 보고,

싸워야 해!

삐이이이이—

귀울림 소리를 무시하면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거대한 눈동자를 향해 달린다.

메린이 무사한지 살펴야 한다는 생각은, 저 한쪽 구석에 쑤셔박는다.

내가 움직일 수 있으니 메린은 당연히 무사하겠지.

그럴 게 뻔한데 뭐 하러 살펴?

“정말 잡초처럼 질기구나!!”

칭찬 고맙군.

내가 한 끈기하지.

근데 저 놈 목소리가 진짜 우렁차긴 하구나.

귓속이 마구 울리는 걸 뚫고 들어오네.

마음 한켠에 헛웃음을 흘리며, 본능이 알리는 대로 옆으로 뛴다.

메린에게 잘려서 뭉툭해진 꼬리가 망치가 되어 그 자리를 찍는 게 느껴진다.

“………!!”

뒤이어, 익숙한 울림이 약간 느껴지면서 굳건한 힘이 내 허리를 감싼다.

발이 땅에서 떨어져 공중에 떠오르기 무섭게, 바닥을 찍은 놈의 꼬리가 바닥을 쓸면서 돌가루를 튀긴다.

힐끗 옆을 본 시선으로 조금 상처가 난 메린의 옆얼굴이 보인다.

거봐, 역시 무사하잖아.

조금 안도하며, 그녀에게 붙잡힌 채로 놈의 공격을 피한다.

양 앞발을 모두 못쓰게 된 탓에, 놈의 직접적인 공격 수단은 이제 꼬리와 입에 문 꼬리조각뿐.

아무튼 꼬리밖에 없다.

맞으면 치명적이긴 하지만 피하면 그만이야.

조금 전에 우릴 날려버린 그 폭발 공격이 훨씬 더 위험해.

그러니 멈추면 안 돼.

놈이 허공을 터뜨릴 수 없도록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몰아붙여야 한다!

콰앙! 콰아앙! 쾅!

바닥을 내려치는 꼬리를 피해 뛰고 또 뛰는 메린.

그녀에게 몸을 맡긴 채, 이따금 검을 휘둘러 빛을 쏘아날린다.

사방에서 울리는 폭발 소리에 정신이 멀어지려는 걸, 아랫입술을 깨물어 참는다.

시간을 끌어서 좋을 거 없어.

율리아의 기도 덕에 기력이 떨어지지 않는 거 같지만, 이 더럽고 치사한 도마뱀 새끼가 또 뭔 지랄을 할지 몰라.

놈의 머리이든 심장이든 부숴버려야 돼!

“카엘.”

불현듯, 귓가에 그녀의 입술이 느껴졌다.

내가 말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걸 알아차린 걸까?

그녀가 귓가에 입을 바짝 대고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던진다.”

어디로 던지려는 거냐고 물을 필요 따위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자루를 굳게 쥘 뿐.

메린은 내 대답에 한층 더 허리를 꽉 붙잡고, 날아오는 꼬리를 피하면서 크게 도약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놈의 날개를 쳤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몸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검 끝이 푹 들어가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놈의 날카로운 비명이 위에서 울리는 걸 보아, 심장이 있을 법한 가슴 쪽에 꽂힌 모양이었다.

젠장, 이거 뚫고 들어갔어야 하는데.

드래곤 아니랄까봐 가죽은 진짜 두꺼운가봐!

그럼 이따 한 번 더 찌르면 되지!

“터져버려어어!!”

놈이 나를 뭉개기 전에 칼자루를 내리누르며 목이 터져라 소리질렀다.

그러자 검신에서 하얀 불꽃이 일어나더니 정말 폭발하는 것처럼 크게 터져버렸다.

그 덕에, 나는 반동으로 뒤로 휭 날아가 바닥에 떨어져서 굴러야 했다.

“하아… 하아……!”

숨소리가 마구 들려온다.

귓속이 이제 진정된 모양이다.

심장이 터질 거 같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서진 것처럼 아파서, 눈앞이 자꾸만 가물거린다.

좀 억울하기도 하고.

그래도,

일어나야 해.

놈이 태세를 다시 갖추기 전에!

팔다리 아직 가볍잖아, 일어나라고!!

“크으으윽!!”

휘청거리는 다리에 채찍질한다.

기력은 끊이지 않고 솟아오르지만, 통증 때문에 덜덜 떨리고 있다.

……알게 뭐야.

안 부러졌으면 움직여!!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고개를 든다.

메린이 저만치 앞에서 몸을 살짝 굽힌 채 비틀거리는 게 보인다.

이윽고 그녀가 나를 돌아보며 터벅터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붉은 핏자국을 뒤에 남기면서.

틀림없어.

나를 놈에게 던진 후에 공격받은 거야!

“메린……!”

부축하듯 그 어깨를 짚자, 메린이 고개를 저으면서 내 손을 쥐었다.

“한 번 더 가야 해!”

“하지만 너……!”

“신경 꺼! 너보단 나은 꼴이야!”

……응? 내 꼴이 어떻길래?

눈앞이 흐릿하고 걸음이 가끔 안 걸어지는 것 말고는 별 이상이 없는 거 같은데.

뭐, 아무튼 그것도 나중에 볼 일이다.

저만치 끝에서, 아트라토스 역시 비틀대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으니까.

크게 뻥 뚫린 구멍으로 검붉은 피를 철철 흘리면서.

그 가장자리가 하얗게 타오르고 있는 걸 보니, 내가 제대로 구멍을 내버린 듯했다.

“너 들고 뛸 테니…… 허?”

찡그린 얼굴로 중얼거리던 그녀가 돌연 황당하다는 듯이 소리를 냈다.

그럴 만도 하지.

놈이 크게 울부짖으면서 자신의 팔목을 뜯었으니까.

뜯긴 부위에서 검은 색에 가까운 붉은 피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놈은 악이 받힌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면서, 그 잘린 부위를 우리가 선 땅 위에 갖다댔다.

자연히 놈의 피가 땅 위를 흘렀고,

치이이이—

“엉?!”

땅이 연기를 내면서 조금씩 패이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녹는 거야? 왜?!

아니, 그보다 저 새끼가 또 바닥 없애고 있네!

“하다하다 이젠 독기 서린 피까지 쓰냐!! 이 추잡한 놈아!!”

“닥쳐라!! 이 몸 역시 생명을 지녔으니! 끝까지 발버둥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

기가 막혀 죽겠다는 투로 율리아에게 대꾸하는 아트라토스.

말은 진짜 존나 잘해요.

우우우우……!

그 추태를 비난하듯 늑대의 울음소리가 허공에 울리자, 저 앞에 높은 둔덕이 솟아나며 놈의 피가 흘러오는 것을 막았다.

그러자 아트라토스가, 잘린 발 대신 꼬리로 바닥을 퉁 치면서 가당치도 않은 분통을 쏟아냈다.

“크아아아! 어디까지 치졸해질 셈이냐, 대행자아아!!”

“왜 나한테 지랄이야!!”

내가 늑대한테 시킨 것도 아니구만!

그보다 온갖 해괴한 수법은 다 쓴 놈이 지금 누구한테 치졸하다는 거야?!

“실로 추하다, 아트라토스으으!!”

매서운 투로 외치는 소리와 함께, 머리 바로 위로 금색 빛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자연히 돌아본 뒤편엔, 무수히 많은 짐승들의 시체 사이에 선 로나가 몸을 튼 자세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마치 온 힘을 다해 무언가를 던진 것처럼.

아, 설마.

황급히 다시 앞을 돌아보자, 금색 빛줄기가 진홍빛 눈 사이로 날아가더니 크게 번쩍였다.

놈이 괴성을 지르며 몇 발짝 뒤로 물러서고 마는 걸 보면, 율리아가 돌려차기는 안 하고 그냥 모닝스타로 후려친 듯했다.

“아으! 돌려차기였으면 끝인데!”

“헛소리 말고 검이나 꽉 잡아!”

다그치면서 나를 안은 채 둔덕을 딛고 뛰는 메린.

녀석의 본래 도약력에 엘크의 힘이 맞물리면서 한 줄기 질풍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안 그래도 가물거리는 시야가 홱 닫혀버리지 않도록 무진 애를 써야 했다.

메린은 놈의 피가 닿지 않은 땅 끝을 딛으며 재차 높이 뛰어올랐고,

“끝장내!!”

놈의 가슴에 뻥 뚫린 구멍을 향해 나를 던져버렸다!

놈이 잘려진 꼬리와 팔, 하다못해 대가리를 휘저을 틈도 없이, 나는 심연의 구덩이 같은 구멍 속으로 날아갔고,

두근두근두근.

바위처럼 단단한 것을 꿰뚫는 느낌과 함께,온 몸을 두들겨 패는 고동을 느꼈다!

틀림없어.

이게, 놈의 심장……!

“끝이다!! 아트라토스, 졸렬한 새끼야아아!!”

화르르륵!

검신이 눈부시게 빛나면서 하얀 불길을 마구 뿜어낸다.

안에서 펑펑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리며, 저 바깥에서 새된 비명소리가 웅웅 들려온다.

놈의 피는 바닥을 녹여버리는 독 그 자체인 듯했지만, 성검의 불꽃이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까지 전부 불태우고 있어서 내가 녹아버리는 일은 없었다.

역시 성검이야. 사악한 걸 참 잘 태워.

그리고 그 불꽃으로 시야가 밝아진 덕에, 나는 놈의 시커먼 심장이 불에 휩싸여서 오그라드는 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다 타버린 재의 냄새도 느끼면서.

아, 정말 더럽게 추하고 처절한 싸움이었어.

그래도 겨우 끝났구만.

“네놈 역시… 끝이다……!!”

“……!!”

치직.

치지직.

불꽃이 튀기는 소리.

설마.

“결코 나 홀로 멸하진 않으리라!!”

“야, 이……!!”

말을 채 끝맺기도 전,

의식이 끊겼다.

달그락.

그릇이 부딪치는 소리에 눈을 떴다.

어디를 보아도 하얗기만 한 공간이다.

이윽고 내가 의자에 앉아 있고, 바로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이 놓여 있음을 깨닫는다.

여태 느꼈던 것보다도 훨씬 더 향긋한 내음에, 나도 모르게 손을 대려다 고개를 젓고 다시 거두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함부로 입에 대면 안 될 것 같아.

­저승의 음식을 먹는 순간, 이승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그러한 이야기가 있긴 하지. 허나 그것은 산 자에게 해당하지, 그대와 같은 영혼과는 무관하니라.

아, 역시……가 아니지.

엥? 나 죽은 거야?!

­그 폭발 한가운데에 있었으니 당연하지 않은가?

모습이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답한다.

어디선가 들은 것 같으면서도 처음 듣는 묵직한 울림.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야기를 만들고 지켜보는 걸 무척 좋아할 거 같아.

겸사겸사 이것저것 만들고 말야.

그 생각을 떠올리자, 공간을 가득 채운 목소리가 클클 웃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왠지 본 적 있는 듯한 호숫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이쪽이 더 편할 테지.”

“아.”

지난번에 만났던 인형극 아저씨가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찻잔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손에 든 잔을 살짝 기울이고서 내려놓더니, 나를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들게. 말했듯이, 영혼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니.”

“……”

영혼…… 냄새가 다 느껴지는데?

그래도 이 앞에 있는 아저씨의 정체가 정체인만큼,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호로록.

……음, 향 되게 좋네.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내려놓고, 빙그레 웃고 있는 아저씨를 마주보았다.

“그래서, 저 진짜 죽은 건가요?”

“그렇다니까.”

“그럼 제가 왜 여기에 앉아 있죠? 이게 영혼재판이라는 건가요?”

“아니, 의사를 물으려고.”

그는 미소를 거두지 않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에게 손을 까닥였다.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가자, 그는 저 앞의 호수로 나를 데려가서는 물을 살짝 톡 건드려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자 수면이 살랑거리면서,

“……!”

땅 끝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메린의 뒷모습을 비추었다.

“메린!”

“불러도 못 들어. 차원이 다르거든.”

“………”

“그리고…… 이것.”

그가 또 한 번 호수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자, 이번엔 황금빛 구름이 둘러싼 드넓은 전당이 보였다.

중앙에는 해보다도 더 밝은 광원이 둥실 떠 있고, 금빛 영혼들이 그 주변을 빙빙 돌면서 은은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따금 그 영혼이 바깥으로 흘러 나가면서 후드를 깊이 쓴 모습으로 변하고, 반대로 그러한 존재가 광원으로 돌아오면서 모습이 흩어지기도 한다.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는 게, 굉장히 바빠 보였다.

그래도…… 그 광원이 무척 아름답고 찬란히 빛나기 때문일까?

어쩐지 굉장히 그리운 듯한 느낌과 함께, 저 안에 섞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후드 쓴 자들은 나의 시종들일세. 지금도 여러 시공간에서 내 뜻대로 움직이고 있지.”

“어…… 그래서 이걸 왜……?”

“자네도 이에 합류하겠는가?”

합류……?

뜻밖의 말에 눈을 멀뚱거리자, 그가 나를 가만히 마주하며 한층 더 깊은 미소를 지었다.

“자네에겐 자격이 있어. 이번 일을 훌륭히 끝내주었으니 말일세.”

“그럼, 의사를 묻는다고 하신 게……?”

“선택하게나. 지상과 천상, 둘 중 어느 곳에 머물겠는가?”

“네? 지상이요.”

생각하기도 전에 곧바로 답이 튀어나와버렸다.

“……”

“……”

음, 엄청 어이없어 하고 있군.

무어라 형용하기 힘든 복잡미묘한 표정을 마주하며 생각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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