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8화 〉 424화 : 피로연
* * *
이제 공식적으로 부부가 되긴 했지만, 우리 두 사람의 결혼식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사방이 뻥 뚫린 꽃마차를 타고 수도를 빙 돌면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왕성 앞뜰에서 국왕의 축복 연설을 듣는다.
그리고 율리아와 함께 광장 근처에 새로 만든 위령비로 가서, 대재앙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영혼이 편히 잠들기를 기도한다.
그렇게 이동하고 무언가 하는 내내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지만, 대예배당에 있을 때보다는 긴장이 훨씬 덜했다.
아마 쭉 메린의 손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위령비에서의 추모 후엔, 광장에 가서 하얀 전서구를 나랑 메린이 한 마리씩 들고서 하늘로 날렸다.
그 두 비둘기를 뒤따르듯, 왕성과 신전에서 하얀 비둘기 무리가 힘차게 날아오른다.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의 환호성 때문일까?
푸른 하늘 사방으로 퍼져가는 새들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벅차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저게 전서구라는 거지?
그렇다는 건, 저 새들의 발에 일일이 종이를 달았다는 거 아냐.
우와, 쪽지 만드는 사람이나 그걸 새의 발에 단 사람이나 힘들었겠구만.
순식간에 하늘 저편으로 사라진 비둘기들.
진짜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하얀 날개가 대륙 곳곳의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거라는 듯했다.
“저게 진짜 남쪽까지도 날아가는 건가? 신기하네.”
“중간중간 쉬었다 가지 않을까? 설마 한 번에 날아가겠어?”
“그런가?”
잠시 더 하늘을 바라본 다음, 우리 둘은 마차를 타고 마침내 마지막 일정인 피로연을 위해 왕성으로 향했다.
대체 어떻게 협상한 건지, 왕성의 안뜰에서 피로연을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와.”
안뜰이 보이자마자 곧바로 탄성이 터져나왔다.
중앙에 자리한 커다란 분수에선 연신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고, 그 주위의 화단엔 관목이 울타리처럼 꽃들을 감싼 채 정갈하게 심겨 있다.
저 하얀 꽃은 코스모스인가? 그러고보니 메린이 머리에 쓰고 있는 화관도 코스모스였지?
그 밖에도 색색의 꽃들이 한데 모여서 멋을 한껏 뽐내고 있는데, 왠지높은 데서 내려다보면 무슨 문양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다.
“근데 어떻게 여길 쓰게 해줬네요.”
왕실에서 개최한 것도 아닌 데다, 국왕은 지금 율리아와 험악한 관계이다.
그런데도 왕성 안뜰에서 피로연을 열도록 허락하다니.
혹시 율리아가 국왕을 설득한 걸까?
내 말을 들은 율리아는, 슬며시 웃으면서 안뜰에 자리를 잡은 손님들을 가리켰다.
“저 손님들 덕분이에요. 카엘 님과 관련된 사람들만 초청했다면 인원수가 별로 없네 뭐네 하고 핑계대면서 거절했을 테니까. 그래서 왕성의 귀족들은 물론이고, 각 지방의 영주도 모조리 초청해서 참석 답장을 받아냈죠.
그런데도 안뜰을 내주지 않는다? 후후후……! 왕실 체면이 아주아주 박살나는 결과가 된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상을 구한 용사인데, 돈 달라는 것도 아니고 안뜰 좀 쓰게 해달라는 걸 거절하냐.
국왕이 용사에게 권력을 빼앗길까 두려워서 견제하는 게 분명하다.
그보다 이거 교단, 더 나아가 창조주를 업신여기는 것이 아닌가.
……등등, 갖가지 중상모략의 소재를 스스로 내주는 꼴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생긋 웃는 율리아의 얼굴엔, 정말 즐거워하는 기색이 한껏 묻어나오고 있었다.
“후후후,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면 참 기분 좋다니까요! 비공식으로 준비한 계획도 반드시 성공시키겠어요!”
“아, 예…….”
자신의 아버지를 크게 엿 먹일 생각에 기뻐하는 딸이었다.
지금 당장은 무리겠지만, 언젠가 다시 화해했으면 좋겠어. 처음부터 사이가 나빴던 것도 아니니까 말야.
율리아는 기대된다는 듯이 혼자 클클 웃더니, 이내 나랑 메린을 보며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역시 두 분 잘 어울리네요. 피로연용 옷을 따로 준비하길 잘했어요!”
“아하하, 감사합니다.”
나는 하얀 셔츠에 검은 재킷이라는, 결혼예복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차림인 반면, 메린은 아까보다 확연히 기장이 짧아진 크림색 드레스를 입은 상태이다.
뭐, 치마가 짧아졌긴 해도 발목은 덮고 있으니 별 상관없지만.
“근데 높은 분들은 참 힘들겠네요. 피로연 옷까지 따로 입어야 하고.”
“귀족들 결혼은 이 다음에 더 있어요. 보통은 피로연 뒤에 이어서 무도회를 열거든요. 그야말로 낮부터 밤까지 쭉~ 노는 거죠. 이번엔 점심으로 끝나지만 말이죠.”
두 이종족이 국왕과 회담하기로 되어 있는 만큼, 티타임인 오후 세 시 전에 끝낼 예정이라는 듯했다.
귀족 손님들이 한숨 돌렸다가 각자의 저녁 일정을 가지기 딱 좋은 시간대이기도 하다나?
그런데 특이한 건, 한가하기 그지없을 놋지빌 손님들이 한 시간쯤 먼저 떠나기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마차를 타고 수도를 돌아본 후에 그대로 돌아갈 거라는 듯했다.
즉, 이 자리에서 작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꼭 기억하시고 미리미리 고향분들과 인사 나누세요. 아쉬움이 없도록.”
“그럴게요. 고맙습니다, 율리아 님.”
“어머, 고맙다니요. 말씀드렸다시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요. 자, 어서 인사하러 다니세요!”
우리보다 더 환히 웃으면서 율리아가 얼른 가라는 듯이 등을 살짝살짝 미는 바람에, 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안뜰로 가야 했다.
경쾌한 연주가 울리는 가운데, 각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나눈다.
식을 올리기 전보다는 시간적이나 심적으로 여유가 꽤 생겨서, 조금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근황을 들었다.
엘프와의 불법 인신매매 사건으로 안면을 텄던 피터 왕자와 옐리카, 클라크 경에 마티아스.
옐리카는 인신매매 관련자를 체포하는 데에 큰 일조를 한 덕에, 상인조합에서 좀더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듯했다.
그 탓에 이사직 재선이 확정되어 결혼이 또 미뤄졌다고 울상을 짓는 그녀를, 왕자가 쓴웃음을 지으며 달래주었다.
“뭐, 언제든 좋으니 날짜 결정되면 구경하러 갈게요. 선물 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말에, 옐리카는 부채를 활짝 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어머, 결혼 선물은 한 번만 주시면 된답니다. 그러니 또 주실 필요는 없어요.”
“네? 제가 언제 드렸다고 그러세요?”
“굉장히 아름다운 검을 선물해주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죠?”
아…… 역시 알아차린 건가?
하긴, 인신매매 관련자를 색출하는 것도 도왔는데, 왕가의 보검 건을 못 알아낼까.
하지만 그걸 인정하는 건 별개의 이야기이므로, 나는 있는 힘껏 활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하하,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뭔 여유가 있다고 검을 선물해드려요? 무언가 착오가 있으신가봐요~”
“그럴 거 같지 않은데 말이죠~ 호호호~”
“하하핫.”
……한동안 서로 마주보며 웃기만 했다.
그 다음에 들은 소식은 무척 놀라웠다.
클라크 경의 종자였던 마티아스가 수염을 완전히 깎아서 얼굴이 확 젊어진 것보다도 더 놀라운 일이었는데, 무려 그가 정식으로 기사가 되었을 뿐 아니라 동부의 작은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로 독립까지 하게 된 것이었다!
“와, 출세했네. 축하해.”
“그래, 고맙다. 몇 년은 고생해야 하겠지만 어떻게 잘 되겠지.”
“고생? 왜?”
“요즈음 슬슬 나가고 있는 개척영주 중 하나가 된 거거든. 폐허를 다시 일으켜야 하니, 쉽지 않을 게 뻔하지.”
어, 그럼 출세한 게 아니라 뒷전으로 밀려난 거 아냐?
속히 말하는 ‘줄을 잘못 타서’ 망해버린 거지.
“아니다, 임마.”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뭔가 생각은 했잖아. 그것도 무척 성질 뻗… 거슬리는 생각. 내용은 몰라도 어쨌든 아니야.”
그렇게 딱 잘라 말한 후, 마티아스는 돌연 내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여하튼 정말 축하한다. 네가 이 형님의 충고를 새겨들어서 기특하기 짝이 없구나.”
“고마워, 매트. 나도 당신이 내 충고를 듣고 수염 깎아서 참 잘됐다 싶어. 세상에, 어떻게 그 얼굴이 이렇게…… 으아아아, 손 부숴져요, 놔주세요, 마티아스 님! 그치만 진짜 못 알아볼 정도였, 꺄아아악!”
솔직하게 얘기했다고 빙긋 웃으면서 내 손을 부수려 들다니, 이거 완전 악덕 영주 아니냐?!
나도 있는 힘껏 힘을 줬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진짜 으스러졌을 거야.
욱신거리는 손을 붙잡고 한숨을 쉬며 다른 테이블로 향했다.
네이멜은 서쪽 산 속에 있는 ‘끝없는 장서관’에서 지식을 빌린 덕에, 슬슬 양녀들을 깨울 수 있을 것 같다며 방긋 웃었다.
그리고 엘프의 임시 왕인 골든로드는 왕을 선출하는 걸 직접 추진할 생각이라는 듯했다.
아무도 말을 안 하고 있다나?
근데 그게 큰 소용이 있을까 싶다.
뭘 하든 골든로드를 뽑으면 되는 거 아냐.
그냥 자기 무덤 파는 거나 다름없는 거 같은데.
아마 자식을 가져야 왕좌에서 내려올 수 있을 것이다.
근데 결혼할 일이 없는 사람이잖아?
안 될 거야, 아마.
“블루벨이 말했던 건은요? 오늘 국왕 폐하와 그 얘기를 하게 되나요?”
“그렇지~ 빈 데가 많긴 해도 어쨌든 이 대륙 중앙은 인간의 영역이니, 우리가 돌아다니면서 동족을 찾는 것도 협상해야 될 거야. 이전 왕이 벌인 짓도 있으니 더더욱.”
골든로드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에 대해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 나는, 그저 잘될 거라고 격려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에 찾은 고향 사람들의 테이블.
우리 두 사람의 자리도 그쪽에 마련되어 있었다.
다들 눈을 한껏 빛내면서 접시에 요리를 가득 담아 먹고 있는데, 오늘 피로연 음식을 만든 요리사가 굉장히 뿌듯해하고 있을 것 같다.
끊임없이 요리 테이블을 채워야 하니까.
고향 사람들이 우리를 반기며 한 마디씩 덕담을 던지는 걸 들은 후,
“하으.”
내 자리에 앉자마자 그대로 축 늘어졌다.
와………… 진짜 빡세네.
그럴 일도 없지만, 진짜 결혼 두 번은 못하겠다!
“야, 카엘. 아~”
“어엉……?”
그새 접시를 채워온 메린이 한 입 크기로 잘린 음식을 내밀었다.
지쳤기도 하겠다,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받아먹었다.
맛있네……….
“맛있냐?”
끄덕끄덕.
“하나 더 줄게. 아~ ……히히, 잘 먹네~”
킥킥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는 메린이었다.
뭔가 기분이 이상해.
맛있는 걸 먹고 있는데, 어째 점점 더 늘어지는 거 같아! 녀석이
수프도 한 스푼 떠서 후후 분 다음에 내미는 걸 받아먹었더니, 왠지 한층 더 나른해지는 것이었다!
……아, 안 되겠어.
억지로라도 내 손으로 직접 먹어야지, 왠지 이러다 글러질 거 같아!
고개를 흔들며 몸을 일으키자, 어째서인지 메린이 약간 시무룩한 얼굴로 포크를 우물거렸다.
영문을 모르겠어.
같은 테이블에 앉은 아버지와 티치 형이, 꼭 미리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켰다.
“예전부터 저러고 있었으니 별반 새삼스럽지도 않네.”
“그러게요. 침대가 아니라 테이블인 것만 다르죠? 하하, 나 참, 근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나네. 너희 둘이 결혼하다니.”
어지간히 기가 막히는지, 티치 형은 혼자 고개를 젓기까지 했다.
그렇게 신기한가?
……하긴, 나도 이 녀석이 내 아내라는 걸 실감하려면 좀 걸릴 거 같다.
그 생각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옆자리의 메린을 힐끗 보게 되었다.
내 시선을 눈치챈 그녀가, 뺨을 오물거리면서 살짝 고개를 갸웃거린다.
……귀여워.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면서 옆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아주 입이 찢어진다, 찢어져. 그렇게 좋냐?”
“네.”
“나 원…….”
아버지는 헛웃음을 켜며 술잔을 기울이신 후, 어딘지 먼 곳을 보는 눈으로 잔 속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희 둘 결혼식 보는데, 죽은 네 엄마가 생각나더구나. 봤으면 무척 기뻐했을 텐데.”
“……”
“네 엄마는 말이지, 네가 메린과 함께 놋지빌에서 계속 살아가길 바랐다. 약한 사람일지라도 그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이 되길 바란 것 같아.”
그 때문에 다른 마을로 이사 가자는 아버지를 설득하셨다.
사랑하는 고향이, 강자만 살아남을 수 있는 지독한 곳이 아니라는 걸 모두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뭐, 다시 생각해보라는 건 아니야. 네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사는 게 제일이니 말이다. 어디서 살건, 행복하게 잘 살기만 하면 돼. 네 엄마도 그걸 바랄 거다.”
“그건 걱정 마세요.”
테이블에 올려진 메린의 손을 꼭 잡으면서 확신 있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서 죽을 만큼 행복하게 살 거거든요. 안 그래, 메린?”
“응. 애 여섯 키우면서 잘 살 거예요.”
뭐야?!
곧바로 녀석을 홱 쳐다보며 항의했다.
“왜 또 여섯이야, 다섯으로 합의 봤잖아?!”
“근데 그러면 너랑 나까지 해서 일곱이잖아. 홀수는 좀 그렇지 않냐?”
“그게 뭔 상관이야! 그럼 넷만 낳던가!”
“싫어~ 우글우글한 게 좋단 말야~ 그쵸, 아저씨…가 아니라 뭐지? 아버님? 아무튼 많은 게 좋지 않아요?”
“글쎄다, 난 이 놈 하나밖에 없잖니. 어떤 것 같나, 티치?”
아버지에게 질문을 넘겨받은 티치 형은, 상당히 건조한 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느릿하게 돌렸다.
“둘도 죽을 맛이에요.”
“………”
그 짤막한 대답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란……!
그러고보니 저번에, 집에서 쉬는 건 쉬는 게 아니라고 했던가?
“그렇게 힘들어요?”
“카엘 너, 애들이 얼마나 활기가 넘치는지 모르지? 게다가 만약 메린을 닮아봐…… 하나만으로도 죽을걸?”
“………”
아차!
그 가능성을 전혀 생각 못하고 있었어!!
아트라토스를 죽인 지금도 메린의 힘은 건재하다.
그 괴력은 무슨 마법이나 저주 같은 게 아니라 순수한 육체적인 능력이라는 거지.
즉, 그녀가 낳은 아이가 그 힘을 물려받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만약…… 진짜 만약인데, 다섯 아이가 전부 그 괴력을 지니고 태어난다면……
“……메린.”
등골이 섬찟해지는 걸 꾹 눌러 참으며, 그녀의 눈을 마주하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둘만 낳자.”
“싫어.”
“보통 다른 집도,”
“싫어.”
칼 같이 똑똑 잘라버리면서 접시를 비우는 메린이었다!
아니, 적어도 말은 끝까지 하게 해줘야 되는 거 아냐?!
“왜……? 왜 그렇게 많이 낳고 싶어하는 건데?!”
“나 거의 혼자 살았잖아. 너도 나 말고는 다른 놀이상대 없었고. 형제 많으면, 다른 집 애가 안 놀아줘도 문제없을 거 아냐.”
“………”
돌아온 대답에 바로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버지와 티치 형 또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듯이 묵묵히 술잔만 기울였다.
순식간에 메어버린 목을 한참 가다듬은 뒤에야, 가까스로 그녀에게 말을 걸 수 있었다.
“……너 외로웠어?”
“그건 잘 모르겠고, 엄청 심심했어. 너 만나기 전엔.”
“………그래.”
………즉, 나나 자신처럼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거군.
진짜 치사한 녀석이야.
그런 이유를 대면, 내가 계속 반대할 수가 없잖아.
나는 약간 긴 숨을 내쉬며 어깨를 끄덕였다.
“그럼 넷만 낳지, 뭐.”
“여~섯.”
“야, 넷도 많은 거거든? 너 평생 애 낳고 키우다 늙고 싶냐? 네 명이야, 그 이상은 안 돼!”
“응~ 실컷 반대해~ 네 씨 직접 받아가면 그만이야~”
“…………”
무시무시한 선언을 하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맛있다며 음식을 냠냠 먹는 메린이었다.
누가 그랬던가?
결혼이 인생의 무덤이라고.
응, 그 말이 백 번 맞는 거 같아.
저 녀석한테 짜여서 죽는 결말밖에 안 보이니까!
싫어, 무서워……!
살려줘요!!
저절로 몸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어쩌겠냐? 네가 선택한 여자이니 끝까지 데리고 살아야지.”
“건강관리 잘해. 터 잡았다고 퍼지지 말고 운동 꼬박꼬박 해라. 그래야 살 수 있어.”
어쩐지 진심이 가득 느껴지는 두 남자의 조언을 듣자,
“……어흑.”
너무 감격스러운지 얼굴을 덮고 훌쩍이게 되었다.
그런 내 어깨를, 아버지가 가만히 토닥여주셨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