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6화 〉 외전 9) 겨울에 묻은 소망 (Side : Merin) (2)
* * *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다시 찾아와서 카엘을 진찰한 치료사는 보다 심각하게 고개를 저었다.
기침도 제대로 못하는 시점에서 이미 글렀던 것이라며, 듣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흔드는 메린의 어깨를 두드렸다.
“넌 할 만큼 했어.”
“아냐, 아니야. 아냐!”
“메린, 네 심정은 이해하지만 받아들여야 해. 맥박이 점점 느려지고 있어. 카엘은 오늘밤을 못,”
“아니야아아!!”
천장이 흔들릴 만큼 큰 소리가 방을 울렸다.
귀가 울린 탓에 잠시 얼굴을 찌푸린 치료사는, 이내 다시 딱딱한 표정을 지으며 단호히 말했다.
“카엘은 오늘밤 못 넘겨.”
“………”
“말했듯이, 네 잘못이 아니야. 넌 최선을 다했어. 에스트렐 씨도 그렇게 생각하실 거다.”
메린의 모습을 보는 사람은 누구나 그리 생각할 것이다.
빳빳이 얼어버린 머리카락. 파랗게 질린 입술.
격정을 표하기 전부터 파르르 떨고 있던 몸.
지금도 활짝 열린 문과 창으로 들어오는 칼바람을, 말 그대로 하루종일 맞은 게 틀림없었다.
오로지 카엘의 열을 식히기 위해.
잠시라도 시선을 떼거나 떨어지면 안 된다며, 옷장에 있을 그의 외투조차 빌리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오지 않았다면 메린까지도 위험했을 거란 생각에, 치료사는 내심 식은땀을 흘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가 정성을 쏟았는데도 카엘의 열은 내려가지 않고 있다.
아마 눈 속에 파묻어도 소용없겠지.
모든 병이 그렇기는 하나, 그의 고열은 정말로 사람이 어쩌지 못하는 영역에 있었다.
“그러니 이만 포기해라.”
치료사의 그 말을, 메린은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
걸쳐 입은 카엘의 겨울 외투 옷깃을 꽉 쥐면서.
“뭘 포기해요? 안 죽을 건데.”
“………”
“쟤 안 죽어요. 안 죽는다고요. 이틀 내내 열이 안 내렸던 적도 있어. 아직 하루도 안 지났는데, 왜 죽는다고 그래? 안 죽을 거야. 카엘은, 절대 안 죽을 거라고……!”
맥박이 느린 거야 심장이 조금 지쳐서 천천히 뛰려는 것이리라.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힘이 빠진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니 조금 느려졌을 뿐, 절대 멈추진 않을 거다.
열이 내릴 때까지 분명 버텨줄 게 틀림없다.
항상 그래왔으니까.
“꼭, 그럴 거예요. 그럴 거야…. 꼭… 꼭……!”
메린은 여전히 축 늘어져 있는 카엘의 손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에게 그 이상 말을 건네지 않고, 치료사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그저 고집을 부리는 것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어두워진 밤거리에 한숨조차 쉬지 않으며, 치료사는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문과 창문을 굳게 잠갔다.
그런 뒤, 의아해하는 가족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술병을 열어, 병째로 입에 털어 넣었다.
“내일 알게 될 거야.”
갑자기 술을 마시는 이유를 묻는 가족에게 그 한 마디만 건넨 후, 치료사는 병 속의 술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오늘따라 취기가 오르지 않는다고 자조하면서.
들려올 리 없는 메린의 오열을, 그렇게 눈을 질끈 감으며 삼켰다.
카엘은 살아날 것이다.
그의 손을 꼭 잡은 채, 메린은 몇 번이고 계속 중얼거렸다.
그러나 어쩐지 그 말을 되뇔 때마다, 머릿속에서는 한층 더 큰 목소리로 힘있게 외치는 것이었다.
카엘은 죽을 것이라고.
“살아날 거야… 살아날 거야…….”
죽을 것이다.
이대로,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않을 것이다.
“아… 아아아……!”
아니야.
살아날 거야.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흔들어 그 말을 부정했다.
카엘이 죽는다는 소리 따위 듣고 싶지 않은데, 머릿속에서 울리는 말을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 역시 알고 있다.
그가 다시 눈을 뜨지 못할 거란 것을.
그저 인정하기 싫을 뿐이다.
카엘은 이대로 숨을 거두겠지.
치료사는 그게 그녀의 탓이 아니라고 했으나, 정말 그럴까?
천만에.
‘나 때문이야.’
그녀가 옆에 있었기에 이렇게 된 것이다.
부모에게 죽음이라는 큰 불행을 내렸던 것처럼, 이번엔 카엘을 불행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메린 소더는 저주받은 존재이니까.
사람의 껍데기를 뒤집어썼을 뿐인, 사람이 아닌 괴물.
카엘은 그녀가 품은 저주 때문에 죽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이상하다.
메린의 부모는 그녀가 제대로 ‘기억’이라는 걸 갖기도 전에 죽어버렸는데,카엘은 십 년도 넘는 세월을 함께 보내왔다.
그러면서도 여태 간간이 앓았을지언정, 이렇게 작정하고 목숨을 앗아가려 하지는 않았는데.
왜 갑자기 그에게 이런 불행이 내려진 것인가?
왜 자신에게 이런 지독한 벌을 내리는 것일까?
대체 자신이 무엇을 했다고.
“……아.”
억울함에 흐느끼던 그녀는, 문득 한 가지 기억이 뇌리를 스쳐서 멍하니 고개를 들게 되었다.
‘있었어.’
평소와 다르게 한 짓이,
딱 하나 있었다.
“아… 아아……”
그 때문인 게 분명하다.
그런 짓을 했기 때문에, 저주받은 주제에 괘씸하다고 그를 데려가려는 것이다.
“내가… 기대해서……!”
가당치도 않은 소망을 품은 죄.
이것은 그 형벌임이 분명하다.
메린의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내가, 우읏, 내가 잘못했어요……!”
누구에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쉴 새 없이 사죄를 입에 담는다.
그럼에도 점차 간격이 벌어지는 듯한 그의 심장소리에 절망하며, 메린은 그를 끌어안은 채 울부짖었다.
“기대, 다신 안 할게요…! 다시는, 그런 짓 안 할 테니까… 제발……!”
축제에 가지 않을게요.
그날이 오길 기다리지 않을게요.
기대하면서 웃지 않을게요.
두 번 다시 그러지 않을 테니,
“살려줘요……!”
카엘을 살려주세요.
“제발, 부탁이야… 데려가지 마……!”
더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테니,
지켜보게만 해주세요.
그렇게 엎드려 울며 간청하는 그녀에게 화답하듯, 창 밖에 자리한 밤하늘에서 자그마한 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놈의 그릇에게서 이 정도의 소망을 끌어냈는가.
누구도 듣지 못할 감탄이 어둑한 하늘에 퍼지며,
……지켜볼 가치가 있도다.
별빛이 흘러 떨어졌다.
두근. 두근. 두근.
익숙한 울림이 귓속으로 들어와, 가슴속을 포근히 감싸는 것 같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느낌에, 메린은 눈썹을 일그러뜨리면서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
그리고 자신이 잠들었었다는 걸 깨닫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안 돼.’
잠들어서는 안 됐다.
밤을 새서라도 그를 보았어야 하는데, 울다가 정신을 놓아버리다니.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버렸다.
“카엘……!”
메린은 또 다시 축축히 젖어버린 목소리로 그를 부르며 얼굴을 바라보았다.
새벽 어스름 속에서, 그는 괴로움 따위 하나도 모른다는 듯한 평온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었다.
“아……”
‘죽은, 거야?’
잠에서 막 깨기 전에 무엇을 들었는지 떠올리지 못한 채, 그녀는 마구 떨리는 손가락을 뻗어 그의 코 앞에 대었다.
여전히 열려 있는 창문과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그가 숨을 쉬고 있는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목을 짚어보아도, 손이 너무 떨리는 탓인지 맥박이 뛰고 있는지 아닌지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떨어뜨리며, 여느 때처럼 그의 가슴에 귀를 바짝 대었다.
두근. 두근.
조금 전에 들었던 그 울림이,
다시 한번 그녀의 가슴속까지 울려퍼졌다.
‘살아있어.’
카엘은 죽지 않았다.
죽음이 선고되었던 밤을 넘겨 새벽을 맞이했다.
그 사실을 한 단어, 또 한 단어 곱씹는다.
그의 이마에 얹힌 수건을 치우고 손을 대어, 어제와 같은 뜨거운 열이 느껴지지 않는 걸 인지한다.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에, 그의 입이 슬며시 곡선을 그리는 게 보였다.
“……”
조용히 손을 떼고 일어나, 열어젖혔던 창문을 닫는다.
바깥의 문도, 그의 방으로 이어지는 문도 꽉 닫았다.
그리고 한켠에 걷어 두었던 두툼한 이불을 펼쳐, 그새 몸을 웅크린 그를 어깨까지 덮어주었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흑… 우으으읏……!!”
벽에 기대어 무너지듯 털썩 주저앉고, 울음을 터뜨린 것이었다.
그가 살아났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좋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를 살려달라는 부탁을 들어준 것이 고맙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 약속한 대로, 더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슬펐다.
‘그래도 괜찮아.’
빌려 입은 그의 외투를 한껏 적시며 그녀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카엘이 살아났어. 그럼 됐잖아.’
게다가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볼 수 있지 않은가?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그가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혹시 모르니, 몇 발짝 더 떨어져야 하겠지만.
그러면 된다고 자신을 다독이는 그녀의 귀에,
“메린………?”
또 다시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미약하고도 희미하게 들려왔다.
곧바로 고개를 들자, 다시 보기를 바라마지 않은 푸른 눈동자가 그녀를 향해 힘없이 깜빡이고 있었다.
“……!”
그녀가 울고 있는 것에 놀랐는지, 카엘은 두 눈을 약간 크게 뜨더니 고개를 움직여서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
이윽고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긴 숨을 내쉬었다.
그런 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로 잠시 숨을 고른 후,
“메린……”
카엘은 울고 있는 그녀를 향해, 힘없이 한 팔을 뻗었다.
무언가를 참는 듯이 일그러진 얼굴에 가득 미소를 띄우면서,
“이리 와.”
갈라진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그 부름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으랴.
메린은 기어가듯이 다가가, 그의 위에 쓰러지듯이 안겼다.
“카엘…….”
“응… 미안… 미안해…….”
그 등을 힘없이 토닥이며, 카엘은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 전했다.
무엇이 미안한 거냐고 물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녀는 눈물이 메말라버릴 때까지 쏟아내고 또 쏟아냈다.
‘이걸로 충분해.’
그러니 더 바라지 말자.
힘차게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굳게 마음먹는 동안, 카엘은 무언가를 곱씹듯이 눈을 질끈 감고서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미안해, 메린…. 미안해…….”
‘여기까지인가봐.’
다 잇지 못하는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꾹 눌러 참으며, 그는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한 마음을 조용히 파묻어버렸다.
모두가 밝아오는 아침을 맞으며 희망찬 하루를 시작하는 그때, 두 사람은 각자의 소망을 놓아버렸다.
깊이 가라앉았던 의식이 눈 깜짝할 사이에 떠올랐다.
바로 이어서, 메린은 자신의 두 뺨이 축축히 젖어 있는 것과 부드러운 손길이 어깨를 살살 두드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코를 훌쩍이며 눈을 뜨자, 그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게 보였다.
굳이 손을 댈 필요도 없을 만큼, 그의 숨소리가 귀에 또렷이 들려오고 있다.
‘살아있어.’
방금 꾼 꿈 때문일까?
눈물이 왈칵 솟아올라, 두 눈 바깥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메린.”
그러자 카엘이 바로 눈을 뜨고 그녀를 꼭 껴안았다.
“또 무서운 꿈꾼 거야?”
“후으… 읏… 우으으읏……!”
“괜찮아, 괜찮아. 자다가 울 수 있어. 응, 괜찮아.”
아무래도 그녀의 뺨을 적셨던 건 땀이 아니라 눈물이었던 모양이다.
방금 전에 꾼 꿈 때문에 그런 게 맞구나 하며 한껏 운 뒤, 메린은 그의 품에 안긴 채 코를 훌쩍였다.
그리고 자신의 울음이 잦아들면서부터, 아무것도 묻지 않고 묵묵히 등을 토닥여주는 그에게 말을 꺼냈다.
“꿈, 꿨어. 네가, 엄청 아팠던 때.”
“음… 재작년 겨울 때 말하는 거지? 1월에 있었던…….”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어깨를 감싼 팔에 한층 더 힘이 들어갔다.
그에 매달리듯 팔뚝을 꼭 쥐며, 메린이 이어서 말했다.
“꿈에선, 네 심장이, 멈춰버렸어.”
“……”
“그래서 막 흔들면서 소리지르는데도, 너, 네가……!”
“괜찮아. 꿈이잖아? 나 안 죽었어.”
카엘은 다시금 목이 메여 흐느끼는 그녀의 귀에 속삭이면서 귀끝과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푹 젖은 그녀의 뺨을 시트로 살살 닦아주며, 양쪽 뺨에 이어서 키스했다.
“네 덕분에 그때 살았고, 지금도 그래. 그 덕에 결혼도 했잖아? 귀여운 딸도 생겼고.”
“응… 응…….”
“그건 그냥 꿈이야. 음…… 근데 그때 네가 마음고생이 엄청 심했구나. 아직도 꿈에 나오다니.”
토닥. 토닥.
가볍게 등을 두드리는 손길, 이따금 얼굴에 느껴지는 조금 까끌한 입술.
그가 전해주는 따스함에, 어수선했던 마음이 차츰차츰 잔잔해진다.
그의 손가락이 머리카락 안으로 들어와, 살살 빗어내리는 느낌이 무척이나 편안하다.
그 때문에 자연히 새어나온 긴 숨소리를 들었는지, 카엘이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기분 좋아?”
“응……”
“그럼 계속 해야겠네. 너 잘 자게.”
“지금 자면… 도로 그 꿈꿀 거 같은데…….”
한 번도 겪은 적은 없지만, 메린은 그런 확신 비슷한 것이 들고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 아직 남아있는 자그마한 불안감 때문이리라.
“그래? 그럼 더 편하게 풀어줄까?”
“응……?”
멍하니 되묻는 그녀의 눈에, 그의 미소 지은 얼굴이 가까워지는 게 보였다.
뒤이어 입술이 살포시 덮이며, 약간 촉촉한 기운이 그 위를 쓰다듬는 게 느껴졌다.
그에 응하듯 입을 약간 벌리자, 곧바로 약간 길고 매끄러운 것이 들어와 그녀의 혀를 감싸 안았다.
“흣…….”
저절로 흠칫 떨리는 어깨를 달래듯, 그의 손이 살살 쓸어내린다.
츄릅,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달뜬 숨을 토해내는 소리가 귀를 울린다.
어깨에 있던 그의 손이 뺨을 어루만지고, 목을 더듬듯 매만진다.
속에서 점점 열이 올라오는 느낌에, 메린은 자신의 입을 탐하는 그를 살며시 떼어냈다.
그리고 열기가 한껏 차오른 파란 눈동자를 마주하며,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그에게 속삭였다.
“카엘……? 또 하려고……?”
“나쁜 꿈을 꿨을 땐, 좋은 기억을 떠올리는 게 가장 좋으니까.”
쪽.
입술에 살짝 키스하고서, 그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네가 전에 그랬잖아. 나랑 했던 것도 좋은 기억이라고. 하나 더 심어줄까 해서.”
“그냥 네가 하고 싶어서 핑계치는 거 아냐?”
“아니야.”
장난기 어린 웃음을 거두고, 카엘은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네가 편하게 푹 잤으면 하는 마음밖에 없어. 그러니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
조용히 들려오는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 눈을 마주하자, 그녀의 가슴속에 무언가 뭉글하게 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이 느낌…….’
이따금 그의 눈을 볼 때마다 느꼈던 감각.
어째서인지 목이 메이면서 웃음이 떠오르게 되는 감정이다.
그게 무엇인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카엘…….”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입을 맞춘다.
이번에는 그녀 쪽에서, 아니 서로의 입 속에서 감미를 찾으며 숨결을 나눈다.
목 아래에 자리한, 평소에는 그다지 쓸모없는 살덩어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에 짧은 숨을 내쉬며, 메린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고 있는 그의 두 눈을 마주보았다.
“좋아해…. 안아줘…. 꼬옥, 안아줘…….”
속삭이면서 그의 목에 입을 맞추자,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웃으면서 그녀의 턱을 잡고 들어올렸다.
다시금 깊이 이어진 입맞춤에, 메린은 머릿속이 점차 흐릿해지는 걸 느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