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3화 〉 외전 11) 머무르는 이유 (Side : Witson) (2)
* * *
그날 밤, 위슨은 부엉이탑을 나와 숲으로 들어갔다.
희끄무레한 달빛이 비추는 나무 틈 사이로, 가지각색의 요정들이 고개를 빼꼼 내밀어 그를 쳐다본다.
마법으로 공중에 뜨지 않고 자신의 발로 걸어가는 모습이 여간 신기한 게 아닌 듯하다.
그들에게 눈길을 주는 순간 성가시게 굴 터.
게다가 그런 장난을 받아줄 기분도 아니기에, 위슨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시선들을 무심히 흘려버리며 발을 움직이기만 했다.
그렇게 거침없이 내딛어지던 두 발은, 이내 하늘이 훤히 보이는 풀밭에 다다르며 우뚝 멈추었다.
중앙에 자리하여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물푸레나무.
그를 지키듯 주변에 둘러쳐진 맑은 샘.
그리고 얼마간 떨어진 곳에 한가득 피어 있는 꽃.
반년만에 찾았건만, 여전히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이다.
달빛을 받으며 허공을 떠다니는 영체들, 나비의 형상으로 꽃과 꽃을 날아다니는 자그마한 요정들.
그리고 물푸레나무 주위에 자리한 정령왕들까지, 어느 것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몸을 적시는 샘물이 지닌 잔잔한 향기는 물론이고, 물푸레나무의 그늘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얼굴에 닿는 풀의 감촉조차도 어릴 때 느꼈던 것과 완전히 똑같다.
바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 변하고 있건만, 여기만은 세월이 비껴가고 있는 듯했다.
위슨은 그게 무척이나 다행스러우면서,
“……하.”
그런 생각을 품는 스스로가 우스웠다.
낮에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짓눌리는 것 같았으면서, 지금은 그에 안도감을 느끼다니.
아무리 사람 마음에 따라 좋고 나쁜 게 갈린다지만, 이것은 너무 극단적인 게 아닌가?
로나에 대해서도 그렇다.
아니, 애초에 로나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 터.
“……”
로나를 계속 만날 수 있는 건, 그가 그녀의 마음 바깥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얼굴을 보면 ‘이걸로 충분하다’고 만족하는 주제에, 막상 떨어져 있으면…… 지금처럼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침울해지는 이 상황.
그의 능력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이 상황이 무척 답답하면서, 동시에 속이 쑤시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진짜 제멋대로구만.’
차라리 어느 한쪽으로 굳어버린다면 편할 것을.
그러면 그는 그녀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쭉 만족하고 기뻐하면서 살거나, 자신은 평생 아무 존재도 아닐 거란 사실에 쭉 슬퍼하면서 그녀를 영영 떠날 수 있었겠지.
기억과 감정은 바래고 닳는 법이니, 설령 그녀를 떠나는 선택을 해도 계속 숨을 쉬며 살 수 있을 텐데.
그러나 그는 마음을 굳힐 수 없었다.
아무리 여러 번 굳게 마음을 먹으려 해도, 그녀와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따라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기 일쑤였다.
그 탓에 마음이 받는 자극이 심해서, 이따금 견디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
그래도 오늘밤은 섬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를 품어온 이곳, 요람이나 다름없는 곳에 올 수 있었으니까.
위슨은 긴 숨을 내쉬며 슬며시 눈을 감았다.
위로를 찾으러 왔느냐?
불현듯 잔잔한 목소리가 마음에 울리더니, 이내 촉촉한 기운이 얼굴을 감싼 게 느껴졌다.
굳이 눈을 떠서 확인할 필요도 없다.
푸른빛 여인의 형상을 한, 물의 왕이 자신을 품에 안은 것이리라.
그러나 물의 왕 혼자 그에게 말을 건 것은 아니다.
정령은 심장을 가진 개별 생명이 아니라 자연이 구체화된 존재.
모습과 종류는 나뉘어져 있어도, 지니고 있는 의지는 단 하나뿐이다.
그와 계약한 다섯 정령이 각각 짐승의 모습으로 바깥에 있을 때만 개별 자아를 드러내고, 평소에는 하나의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그처럼 전부 이어져 있기에, 이 숲의 정령들도 그의 처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래서 별안간 찾아와서 털썩 드러누운 그에게 어째서 상심해 있는지 묻는 대신, 위로가 필요하냐는 말을 던진 것이리라.
‘사정 늘어놓을 필요 없어서 참 편하지.’
그 생각에 미소를 지으며,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사람의 마음은 항시 흐트러지고 혼란에 차게 되니, 그를 영구히 피하고자 한다면 우리와의 계약을 끊으라.
“안 되죠.”
이번에도 고개를 젓는다.
지금 그는 정령의 힘을 빌리는 것으로 마법에 제한을 걸고 있으니까.
불을 피우거나 하늘을 나는 등등의 일을, ‘그러고 싶다’는 욕망에 힘입어 현실을 틀어버리는 대신에 정령의 힘을 빌려서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부모의 손을 빌려서 이런저런 일을 해결하는 식이므로, 아무리 대단한 일을 일으켜도 그 자신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다른 마법사들과 달리, 그는 여전히 ‘사람’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다.
물질을 직접 섭취하는 것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장시간 의식을 가라앉혀야 움직일 힘을 얻으며, 감정이라는 본능의 보조요소에 일일이 반응하는, 일개 지성체의 영역에 있길 고집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떠한 까닭이냐?
“즐거우니까.”
위슨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바다 건너에 있는 다른 대륙을 돌아보는 게 재미있는 건 당연하고, 이 대륙 곳곳을 거닐면서 이전과 달라진 모습에 감회를 느끼는 것도 좋다.
그가 카엘과 메린 두 사람을 성실하게 방문하는 것 역시, 둘의 출신지가 특수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즐겁기 때문이다.
귀여운 은인인 카린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마다 카엘이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손을 떼어내는 것도, 낮에 가서 메린을 도와 집안일을 해주거나 아이들을 봐주는 것도, 그러다가 저녁에 돌아온 카엘이 자신의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 부러워하는 게 얼마나 유쾌한지.
그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어린 제자, 멜의 능력이 순조롭게 성장하는 걸 보면서 생각보다 큰 보람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비록 마녀의 잔당과 싸울 때 두려움을 느끼거나, 로나를 생각할 때 가슴이 아리는 등의 괴로움도 있긴 하지만……
아직은 힘든 것보다 즐거운 게 더 크다.
“게다가 이런 걸 느끼는 시간보다, 모든 것에 초연해진 채로 사는 시간이 더 길잖아요. 그러니 가능한 오래오래 감정에 휘말려 있고 싶네요.”
적어도 그녀가 숨을 쉬고 있을 때까지는, 그녀를 피하지 않는 얼마 없는 ‘사람’으로서 계속 곁에 있고 싶다.
그 때문에 가끔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우울할지라도.
부모는 자식의 기쁨을 바라는 법.
불현듯 들려온 목소리에 눈을 뜨자, 푸른빛 여인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대에게 삶을 부여하지는 않았으나, 우리의 품에서 그대가 삶을 이었으니 그대는 사람이자 숲의 자식이로다. 그러므로 그대에게 고하겠노라. 위슨, 우리의 사랑하는 자여.
예상하지 못한 말에 놀란 그가 몸을 일으키자, 여인을 비롯한 정령왕들이 그를 향해 온화한 웃음을 보냈다.
‘절대자의 검’은 그대에게 있어 물안개와 같았노라. 허나, 그것이 어찌 그대에게만 해당되리오?
“네?”
과히 비관하지 말지어다. 지금 그 ‘검’을 접하는 건 그대뿐이니.
“어……?”
그 말뜻이 이해되지 않아 눈만 끔벅였으나, 그 이상 말해줄 마음은 없는 듯했다.
푸른빛 여인이 재차 그를 감싸더니 땅에 도로 뉘여버렸기 때문이다.
“아니, 잠깐만요.”
오늘을 마무리하여라, 아이야. 밤이 깊구나.
“아니, 그런 말을 듣고서 어떻게 자요?!”
기가 막혀서 대꾸하기가 무섭게, 그의 눈꺼풀이 홱 닫히면서 의식이 저 아래까지 쭉 가라앉아버렸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위슨은 얼굴에 내리비치는 햇살에 눈을 뜨자마자 물푸레나무를 향해 투덜거렸다.
“와, 그렇다고 강제로 재워버리냐…….”
그대의 새 하루에 축복이 함께하길.
태연하게 인사를 건네는 정령.
어이가 없어진 위슨은 헛웃음을 켜면서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를 켰다.
‘나만 로나를 물안개처럼 생각한 게 아니라고? 나만 지금 그 애를 접하고 있다고?’
그게 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시원한 샘물에 세수를 해서 한층 맑아진 머리로 곰곰이 생각해봐도 알 수 없었다.
그 자신이 그녀에게 모르는 새에 빠진 것처럼, 그 반대가 일어나기라도 한다는 것인가?
그러나 그건 불가능하다.
로나는 사제, 감정이 자리할 수도 있었을 영혼의 빈 자리를 절대신의 힘으로 전부 채워버린 존재이니까.
하지만 정령은 결코 없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런 말을 한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면서 숲을 나온 위슨에게, 불현듯 자그마한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종류를 알 수 없는 하얀 새는 그의 손에 앉더니, 날개를 한 번 파닥이고는 입을 열어 목소리를 내었다.
“할 말이 있으니 오렴.”
수장의 목소리로 말한 후, 하얀 새는 그의 이마를 콕콕 쪼더니 조금 날아가서는 그를 돌아보았다.
당장 오라고 부르는 것이리라.
달리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위슨은 순순히 하얀 새를 따라가기로 했다.
‘아, 배가 좀 고프긴 한데…….’
나무열매라도 먹을까 싶어 걸음을 늦추자, 곧바로 새가 날아오더니 그의 손을 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허기를 달랠 여유를 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아니, 얼마나 급한 일이길래…….”
투덜대도 하얀 새에게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할 수 없군.’
위슨은 작게 울리는 꼬르륵 소리에 한숨을 푹 쉬면서 새를 따라갔다.
예상했던 대로, 수장이 보낸 하얀 새는 섬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흑단나무, 즉 부엉이탑으로 향했다.
그러나 안에 들어가지는 않고, 그 옆 공터에 마련한 야외 교육장 근처에서 연기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아마 수장이 교육장에 있는 것이겠지.
조용히 나무를 돌아가는 위슨의 눈에, 곧 여러 아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무언가 말을 하고 있는 빨강머리 엘프가 보였다.
그녀가 바로 부엉이탑의 수장인 네이멜.
목에 건 부엉이 장식보다 오른손 약지에 낀 반지를 더 아끼는 특이한 마법사이며,동시에 대현자로 불리는 옛 전설 속 최초의 마법사이기도 하다.
듣기로는 다른 사람의 몸을 쓰고 있다는 듯하나, 마법 능력은 영혼에 붙으니 그녀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이다.
‘평소엔 과자 먹으면서 꺅꺅거리지만 말이지…….’
사람은 겉보기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말을 직접 체현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엇이든 이룰 수 있지만, 전부 다 하려고 해선 안 된답니다.”
그리고 모처럼 약간 위엄을 보이면서, 그녀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것이 들려왔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위병이 잡아가는 것처럼, 저~기 높은 곳에 있는 분이 우리를 계~속 지켜보고 있거든요. 잘못된 데에 힘을 쓰면 벌을 주려고요.”
“무슨 벌을 받아요? 벼락 맞나요?”
한 아이가 천연덕스럽게 묻자, 네이멜은 그보다 더 밝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얼마나, 어떤 나쁜 짓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요. 제가 아는 마법사는 있죠, 무지무지 나쁜 짓을 하는 바람에 그만 대머리가 되었답니다! 게다가 온 몸이 흐물흐물 꿈틀꿈틀하게 변해서는 방에 갇혀서 못 나오게 됐어요!”
“히익! 대머리 싫어!”
“꿈틀꿈틀 싫어! 징그러!”
상상해봤는지, 아이들이 곧바로 질색하며 몸서리를 쳤다.
위슨은 수장이 말한 그 나쁜 마법사의 모습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누가 알랴?
그런 소름 끼치는 모습 위에 아리따운 여자의 모습이 덧씌워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마법사가 원래는 남자였다는 건 더더욱 알 수 없으리라.
일전에 그 단편만 봤는데도 더 보고싶지 않을 만큼, 그 마법사는 ‘사람’의 영역에서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아이들을 향해 호호 웃고 있는 수장이 모든 마법사가 우러러볼 지향점이라면, 그 관장은 반드시 마주하며 피해야할 지양점이리라.
마법이 아니더라도 그리 본받고 싶지 않은 인물인 건, 그와 직접 마주한 자만 알 수 있는 것이겠지.
“후후, 그러니 꼭꼭 마음에 새기셔야 해요! 죽은 것을 다시 살리는 것, 하나의 생명을 멋대로 복제해서 똑같은 걸 만드는 것, 다른 세계의 지식을 멋대로 가져오는 것. 절대절대 절~대 하시면 안 돼요!”
“……”
기분 탓일까?
위슨은 네이멜이 금기를 꼽으면서 자신을 빤히 쳐다본 것 같았다.
아이들이 아니라 그에게 말하는 것이라는 듯이.
‘왜……?’
그러한 짓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애초에 그래야 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걱정…인가……?’
위슨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교육장을 지켜보는 가운데, 수장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더 전하고서 교육담당 마법사에게 뒷일을 맡겼다.
그런 뒤,
“야호~”
“……”
눈 깜짝할 새에 위슨의 옆으로 와서 손을 흔들더니, 곧바로 그와 함께 수장실로 와버렸다.
공간이동 마법을 쓴 게 분명했다.
“좋은 아침이야, 위슨~ 어젯밤은 잘 잤니?”
“예에, 뭐…….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별 건 아니고.”
수장은 말을 잠시 끊고서 손가락을 퉁겼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노릇하게 구워진 빵 한 덩이가 나타났다.
순순히 입에 옮기자, 달콤한 크림이 입 안을 부드러이 채우면서 진한 버터 향이 느껴졌다.
차가 고파오는 맛이다.
식사보다는 간식에 어울릴 빵이니, 분명 아이들에게 주려는 거겠지.
위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장에게 말했다.
“……음, 맛있네요. 아이들이 좋아할 거예요.”
그가 알기로, 이곳에 새로 온 아이들은 모두 왕국 곳곳에 있던 고아이다.
왕국과 교단과의 협의를 통해, 마법 재능이 있는 고아들을 맞이하기로 했다는 듯했다.
여하간 그 아이들은 버터크림빵이라는 사치스러운 건 먹어본 적 없을 터.
분명 좋은 마법사가 되겠다고 다짐할 좋은 계기가 되겠지.
수장은 그의 감상을 듣고 정말 기쁘다는 듯이 환히 웃었다.
“그래~? 후후, 정말 다행이야! 너도 알다시피, 다른 아이들은 다 입맛이 영 좋지 않잖니? 그래서 네 소감을 꼭 듣고 싶었어!”
당연하다.
다들 물약 말고 무언가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은 지 한참 됐을 테니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마법사들은 모두 그렇게 되는 법이다.
위슨은 단숨에 빵을 다 먹어버린 후, 어깨를 으쓱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시식 때문에 부르신 거예요?”
“겸사겸사.”
진중한 분위기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몸놀림으로 의자에 앉은 후, 수장은 두 손으로 깍지를 끼며 재차 말을 꺼냈다.
“네가 가줬으면 하는 곳이 있단다.”
“어딘데요?”
“물웅덩이.”
“……섬 밖의 호수도 일단 물웅덩이에 들어가는데 말이죠?”
뚱한 눈으로 그녀를 보면서 대꾸하자, 수장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저~기 있잖아. 대재앙이 옛날에 불 토했다는 곳.”
“아.”
8년 전에 물리친 아트라토스가, 그보다 훨씬 전에 날뛸 때에 만든 ‘불구덩이’.
놈이 소멸하면서 물이 차오른 곳에 가보라는 뜻이었던 모양이다.
“거기는 왜요? 음, 아니, 제가 가서 뭘 해야 되죠?”
“바닥 좀 보고 오렴.”
“……”
또 다시 튀어나온 과한 생략.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으나, 위슨은 또 다시 얼굴을 찌푸렸다.
* * *